<송구영신 특집> 2018 최고의 인물 최악의 인물

‘다사다난’ 빛나고 빛바랜 사람들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2018년 무술년이 저물어간다. 다사다난 했던 올 한 해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며 승승장구 했던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재기할 수 없을 만큼 무너져 몰락의 길을 걸었던 사람도 있었다. <일요시사>는 각 분야서 올해 최고의 인물과 최악의 인물을 선정했다.
 

▲ ▲올해 최고의 인기를 누리며 ‘21세기 비틀스’라는 찬사를 받기까지 했던 방탄소년단

올해 가요계는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장악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내는 물론 세계 팝 시장의 역사를 다시 썼다. ‘21세기 비틀스’라는 찬사를 받는 이들이 선봉에 선 덕분에 K팝의 글로벌 진출도 탄력을 받고 있다. 

글로벌 열풍
방탄소년단

방탄소년단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독주에 가까운 활약을 펼쳤다. 오히려 작년보다 파급력이 더 강해졌다. 2017년 미국 빌보드 메인 앨범차트인 ‘빌보드 200’에서 K팝 역대 최고인 7위를 기록한 방탄소년단은 올해 같은 차트에서 2관왕을 차지했다. 

5월 ‘러브 유어셀프 전 티어’로 1위에 처음 오른 데 이어 3개월여 만인 9월 초 ‘러브 유어셀프 결 앤서’로 다시 정상을 밟았다. 단순히 해외 진출이 목표가 아닌 앨범을 낼 때마다 자연스럽게 세계가 무대가 되는 팀이 됐다. 

‘K팝’ 레이블을 떼어낸 첫 K팝 그룹이다. 대활약에 국내외 시상식은 물론 각급 매체의 연말 결산에서 최고의 노래·앨범·아티스트 부문을 휩쓸고 있다.


아시아 최고
손흥민

‘손세이셔널’ 손흥민이 영국 가디언 선정 2018년 세계랭킹 78위에 한국 선수로는 최초로 이름을 올렸다. 

영국 가디언은 지난 18일(한국시각) 올 해 최고 활약을 펼친 선수 100명 중 71위부터 100위까지 총 30명을 선 공개했다. 손흥민은 한국 축구선수로는 역대 최초로 순위권에 진입했다. 가디언의 세계 선수랭킹 100인은 69개국서 선정된 심사위원 225명의 투표로 결정된다. 
 

▲ 아시아 최고 스타로 우뚝 선 손흥민 선수와 월드컵 스타로 떠오른 조현우 골키퍼

가디언은 손흥민을 78위에 올려 놓으며 “손흥민은 에너지가 넘친다. 또한 팬들이 가장 좋아하는 선수 그는 아시아 최고의 축구 스타”라고 설명했다. 이어 “손흥민은 올 해 월드컵에서 두 골을 넣었다. 한국을 16강에 올려 놓지 못했지만 독일을 탈락시켰다. 그리고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땄다”고 덧붙였다. 

2012년부터 시작된 가디언 선수 랭킹서 손흥민은 아시아 선수로는 역대 3번째로 이름을 올렸다. 

월드컵 스타
조현우

조현우는 K리그를 넘어 대중의 스타가 됐다. 러시아월드컵서 전격적으로 주전 골키퍼 장갑을 끼고 선방쇼를 펼쳤다. 스웨덴전(0-1)과 멕시코전(1-2), 그리고 역사적 승리를 거둔 독일전(2-0)서 골문을 지켰다. 외신도 혜성처럼 떠오른 한국 골키퍼를 주목했다. 


조현우는 이어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서도 주전 골키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조현우가 골문을 지킨 대구도 올해 최고의 1년을 보냈다. 지난해 K리그1 승격 후 2년 연속 1부리그 생존 성공에 더해 7위로 역대 1부 최고 성적을 냈다. 

가요계 장악 BTS…두드러진 스포츠 스타들
롤러코스터 같은 한해 보낸 팀킴과 이영자

FA컵도 2008년의 4강을 넘어 결승에 오른 뒤 울산 현대를 1∼2차전 합계 5-1로 완파했다. 2003년 창단 후 처음으로 우승을 차지하며 내년 아시아 챔피언스리그(ACL) 본선 직행권도 땄다. 

‘인생 역전’에 가까운 한 해를 보낸 조현우는 “선수생활을 은퇴할 때까지 2018년을 절대 잊지 못할 것 같다. 소속팀과 대표팀을 오가며 참 많은 경기를 치렀다. 쉰 날이 거의 없어서 정말 힘들었지만 그래도 의미 있는 1년”이라고 말했다.

제2의 전성기
이영자

이영자의 2018년은 끝없는 롤러코스터와 같았다. 이영자는 MBC 예능 프로그램 <전지적 참견시점>서 ‘영자미식회’ ‘밥 잘 사주는 그냥 누나’ 등의 별칭을 얻으며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이후 이영자의 맛집리스트는 전국적인 인기를 얻으며 화제를 모았다. 
 

▲ 여자 컬링팀 팀킴 사진=평창사진공동취재단

<전지적 참견시점>은 일베(일간베스트) 논란으로 방송이 중단되는 등 위기를 맞이하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이영자의 전성기는 계속 됐다. 이영자는 <밥블레스 유> <안녕하세요> <랜선라이프> 등 다수의 예능에 출연해 2018년 대세로 자리매김했다. 

롤러코스터 같았던 이영자는 갑작스러운 빚투 의혹으로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이영자의 명료하고도 명쾌한 입장 표명으로 논란은 금세 가라앉았다. 이영자는 올해 ‘MBC 연예대상’서 대상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수상한다면 17년 만의 MBC연예 대상의 여자 수상자로도 기록을 남긴다. 

평창 신드롬
컬링 팀킴

여자 컬링의 ‘팀 킴(Team Kim)’은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을 빛낸 스타들이다. 그들이 외친 “영미야~”는 국민 유행어가 되기도 했다. 

팀 킴의 주장 김은정은 지난 7월 대구 지역 스케이트 강사와 백년가약을 맺어 겹경사를 누리기도 했다. 하지만 유쾌한 일만 있었던 건 아니다. 지난 10월 팀 킴은 올림픽 전후로 지도자로부터 부당대우를 받았다면서 호소문을 발표해 컬링계에 커다란 충격을 안겼다. 

이 과정에서 팀 킴과 경쟁 관계에 있던 다른 지역 선수, 지도자도 지지를 선언하면서 김경두 전 부회장 일가의 실체가 드러났다. 


결국 지도부 전원 사퇴로 귀결되면서 컬링계는 새로운 전환점을 맞았다. 이들의 고백은 결국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체육회, 경상북도의 합동 감사로 이어졌고 현재도 진행 중이다. 롤러코스터 같은 한 해를 보낸 팀 킴 선수들은 좋은 기억만 안고 2019년을 바라보고 있다. 내년 시즌 다시 태극마크를 회복하겠다는 일념으로 가득하다.

충격적 살인
김성수

2018년 대한민국 사람들에게 가장 끔찍한 사건을 꼽으라고 하면 단연 강서구 PC방 살인사건을 말할 것이다. 

김성수는 지난 10월14일 강서구에 위치한 PC방서 아르바이트 직원 신모씨의 얼굴과 목을 흉기로 찔러 살해했다. 얼굴과 목 쪽으로 집중된 자상 때문에 담당의는 가족들에게 “시신을 보지 말라”고 권유했을 정도였다. 끔찍하고 잔인한 범행 방식에 반해 매우 사소한 범행동기는 국민들의 공분을 사기 충분했다.
 

▲ 강서구 PC방 살인사건의 피의자 김성수

김성수는 심신미약을 주장했지만 법무부는 심신상실 및 심신미약 상태가 아니라고 결론 내렸다. 

김성수의 처벌을 원하는 청와대 청원에는 단 하루 만에 동의 20만명을 돌파했고 119만2049명으로 청원이 마감돼 국민청원 중 역대 최다의 인원이 참여한 국민청원이 됐다. 김성수는 가장 충격적인 살인사건의 주인공이 됐다. 


김성수는 ‘거제 신오교 살인사건’ ‘인천 중학생 추락사 사건’ ‘변경석 살인 및 사체유기 사건’ ‘강진 여고생 살인사건’과 함께 2018년 가장 충격적인 살인사건 중 하나의 주인공이 됐다.

갑질의 제왕
양진호

2018년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은 도를 넘는 갑질의 최고봉을 보여줬다. 양 회장은 경영 과정서 음란물 유포, 폭행, 갑질, 강요, 마약 투약 등 온갖 불법 행위 의혹이 있었다. 그리고 지난 10월부터 그동안 저지른 불법 행위들이 하나둘씩 폭로되기 시작했다. 

양 회장은 직원을 폭행하는 영상을 촬영해서 퍼트렸다. 마음에 들지 않는 직원에게 무릎을 꿇리고 뺨을 때리는 등의 혐오스러운 행동도 서슴지 않았다. 40대의 직원들에게 머리를 빨강과 초록으로 염색하게 해 수치심을 유발했고 워크숍 때는 활과 일본도로 닭을 죽이게도 했다. 아내의 동료였던 교수를 내연남으로 의심해 동생, 지인들과 집단 폭행하기도 했다. 

논란이 불거지자 자신의 페이스북에 사과문을 올리면서 회장직서 사퇴했고 결국 폭행, 강요죄, 마약투약 혐의로 체포됐다. 전직 직원은 “양진호가 직원들의 고통을 보면서 즐거워했다”며 “그는 회사 내 황제와 같았고 그의 회사는 그의 왕국이었다”고 증언했다.

상처만 남은
구하라

2018년 구하라의 근황은 활발한 활동보다는 여러 구설에 시달리며 주목을 받았다. 지난 9월 난데없이 구하라가 자살을 기도했다는 루머가 떠올랐다. 하지만 소속사는 “구하라가 수면장애, 소화불량이 지속적으로 있어 병원에서 약을 처방 받는 등 치료를 받아왔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곧바로 구하라가 전 남자친구에게 폭력을 행사했다는 혐의로 경찰에 신고 당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당시 구하라는 쌍방 폭행을 주장하며 두 사람은 나란히 경찰 조사를 받게 됐다. 사건 초반 구하라는 합의를 언급하며 사건을 해결하려했지만 이후 남자친구가 리벤지 포르노로 구하라를 협박했다는 사실이 공개됐다. 
 

▲ 걸그룹 카라 출신의 구하라

경찰은 남자친구를 상해, 협박, 강요, 성폭력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재물손괴 등 혐의로 검찰에 송치한다고 밝혔다.

얼마 전 구하라는 논란을 딛고 일본 팬미팅으로 공식적인 활동 복귀 소식을 알렸다. 구하라는 자필편지를 통해 “개인적인 일로 걱정을 끼쳐 죄송하다며 여러분의 격려와 응원의 메시지가 큰 용기가 됐다”고 전했다.

살인자 김성수·갑질 양진호 
미투에 안희정·조재현 파탄

정치생명 끝난
안희정

지난 3월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가 자신의 수행비서를 8개월에 걸쳐 지속적으로 성폭행 및 성추행했다는 충격적인 내용이 보도됐다. 안 전 지사의 수행비서를 했던 김지은씨는 “안 지사에게 8개월 동안 4번에 걸쳐 성폭행과 수시로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안 전 지사는 김씨와는 단지 불륜 관계일 뿐이라 일축했고 성범죄 혐의에 대해서는 부인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안 전 지사는 결국 직접 사과문을 올렸다. 이후 안 전 지사는 도지사직 사퇴를 포함해 모든 정치활동 중단을 선언했다. 

이 일로 한때 더불어민주당의 유력한 대권 후보로도 여겨지던 안 전 지사는 당에서 제명당하는 처지에까지 이르러 그의 30년 정치경력과 앞으로의 정치생명에 종말을 고했다. 

한 매체는 지난 11월15일 안 전 지사의 근황을 보도했다. 당시 안 전 지사는 모자와 선글라스로 얼굴을 가린 채 양손 가득 캠핑용품을 들고 있었다고 한다. 안 전 지사는 “제가 무슨 할 말이 있겠느냐. 아내랑 둘이 조용히 시간을 보내고 있다”며 “할 말이 없다. 기회가 되면 그때 언론 취재에 응하겠다”고 말했다.

끝나지 않은 미투
조재현

지난 2월23일 대한민국의 미투 운동과 관련해 배우 최율이 성추행 논란을 빚은 배우로 조재현을 지목해 논란이 됐다. 

최율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조재현의 포털사이트 프로필 캡처 사진과 함께 “내가 너 언제 터지나 기다렸지. 생각보다 빨리 올게 왔군. 이제 겨우 시작. 더 많은 쓰레기들이 남았다. 내가 잃을 게 많아서 많은 말은 못 하지만 변태XX들 다 없어지는 그 날까지 #미투(metoo)”라는 글을 게재했다. 
 

▲ 배우 조재현

이에 조재현은 입장문을 통해 “고백하겠습니다. 전 잘못 살아왔습니다. 30년 가까이 연기생활하며 동료, 스텝, 후배들에게 실수와 죄스러운 말과 행동도 참 많았습니다”라며 “저는 죄인입니다. 큰 상처를 입은 피해자분들께 머리 숙여 사죄드립니다”라고 사과했다. 

얼마 전에는 미성년자를 성폭행했다는 주장이 있었지만 조재현 측은 변호사를 통해 강력 부인했다. 이 변호사는 “조씨는 현재 가족도 없이 홀로 지방서 살고 있다”며 “모든 걸 내려놓은 상태로 연예계에 복귀할 계획이 전혀 없다”고 미투 폭로 이후 자숙 중인 조재현의 근황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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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