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삼국비사 (114)지원

당의 명령 무시 못 해…

소설가 황천우는 우리의 현실이 삼국시대 당시와 조금도 다르지 않음을 간파하고 북한과 중국에 의해 우리 영토가 이전 상태로 돌아갈 수 있음을 경계했다. 이런 차원에서 역사소설 <삼국비사>를 집필했다. <삼국비사>를 통해 고구려의 기개, 백제의 흥기와 타락, 신라의 비정상적인 행태를 파헤치며 진정 우리 민족이 나아갈 바, 즉 통합의 본질을 찾고자 시도했다. <삼국비사> 속 인물의 담대함과 잔인함, 기교는 중국의 <삼국지>를 능가할 정도다. 필자는 이 글이 우리 뿌리에 대해 심도 있는 성찰과 아울러 진실을 추구하는 계기가 될 것임을 강조했다. 
 

 

한편 경주로 돌아간 문무왕은 장군 문충과 함께 당의 사절로 온 함자도(含資道, 황해도) 총관 유덕민으로부터 사비성과 평양으로 군사와 양식을 보내라는 황제의 명을 받았다.

명을 받은 문무왕이 김유신을 호출하자 유신은 김인문과 함께 급히 경주로 돌아갔다.

유신이 도착하자 곧바로 회의가 열렸다.

군량 지원 명령

“황제께서 사비성과 소정방 대장군이 분전하고 있는 평양으로 군량을 보내라는 전갈을 주었는데 경들의 의견을 듣고 싶소.”


“두 군데 모두 말입니까?”

“그러하오, 대장군.”

실로 난감합니다, 전하.”

“그런 연유로 대장군을 급히 불렀습니다.”

유신이 생각에 잠겨 잠시 눈을 감았다 떴다. 

“지금 보유하고 있는 군량으로 그를 충당할 수 있지만, 그 후는.”

유신이 말을 하다 말고 한숨을 내쉬자 문무왕 역시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동안 적지 않은 전쟁을 치렀고 근자에 들어 백제를 점령하면서 백성들로부터 걷어 들인 공물이 여간 아니었다.

그런 연유로 일반 백성들의 삶은 고단하기 그지없었다.      

“그렇다고 거절할 수 없는 노릇입니다.”

인문이 담담한 표정을 지으며 문무왕과 유신을 주시했다.

“물론 여하한 경우라도 거절할 수 없소. 다만 우리 사정이 여의치 않으니 그게 걱정되오.”

여기저기서 한숨 소리가 일었다.

“전하, 하찮은 백성들에게 신경 쓰지 마시옵소서. 원래 백성이란 그런 존재들입니다.”

순간 문충이 나섰다.

“그게 무슨 소리요!”

“허허, 그래도 그렇지.”

여기저기서 문충을 탓하는 소리가 일었다.

“너무 그러지들 마십시오. 우리가 언제 백성들 걱정하고 일처리 했습니까!”


“실상은 그래도.”

“하기야.”

문충이 목소리를 높이며 대신들의 면면을 주시하자 모두 슬금슬금 고개를 돌렸다. 

“지금 백성들의 생활은 어떠하오?”

“전하, 지금 백성들은 근근이 하루하루 연명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런데 지금 다시 공물을 징발한다면 그도 여의치 않을 것입니다.” 

“전하, 소장이 평양으로 가도록 하겠습니다. 그리하여 소정방 대장군이 당 황제의 명을 수행하는 데 차질 없도록 하겠습니다.”


문충의 이야기에 문무왕의 표정이 일그러지는 모습을 살핀 유신이 급히 화제를 바꾸었다.

“괜찮으시겠습니까, 대장군?”

문무왕이 애써 표정을 바꾸며 유신을 주시했다.

“소장 비록 늙었지만 나라의 어려움에 직면해서 충성을 다할 수 있다면 목숨인들 아깝겠습니까?” 

“전하, 소신도 대장군과 함께 가도록 하겠습니다.”

유신에 이어 인문이 앞으로 나섰다. 

“하면, 사비성은?”

“사비성까지 가는 길이야 이미 우리 수중에 있으니 병사들 중에서 나이 많은 사람들을 골라 보내도록 하소서.”

유신의 제안에 따라 문무왕은 급히 백성들은 물론 귀족들에게 공물을 징발하라 명하고, 유신에게 인문과 양도 등 아홉 장군과 신라의 정예병 삼천을 주어 수레 이천여 대에 쌀 사천 섬과 조 이만이천여 섬을 싣고 평양으로 가도록 했다. 더불어 유신에게 생사여탈권까지 주었다.  

힘든 백성들에 징발… 김유신이 직접 운반
평양으로… 서두르는 인문, 신중한 김유신     

명을 받은 유신 일행이 길을 나서자 차가운 날씨로 땅이 굳게 얼었고 거기에 더하여 눈보라가 몰아치고는 해서 행군이 지체되었다. 행군을 독려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지원했던 인문 역시 주변 여건을 파악하고 이의 제기를 못하고 힘들게 걸음을 옮겼다.

경주를 출발한 지 보름이 지나 겨우 칠중하(七重河, 임진강 하류)에 도달할 수 있었다. 그곳에 도착하자 바람이 더욱 거세게 불었다.

그 상태에서 선두에 위치한 병사들이 얼어붙은 강을 건너지 않고 주저했다.

유신이 급히 앞으로 나서 강의 상태를 점검하고 뒤를 보았다. 바리바리 짐을 실은 마소와 함께 삼천의 병력이 시선에 들어왔다. 모두가 한번에 강에 들어서면 아무리 견고하게 얼음이 얼었더라도 불상사가 발생할 수 있었다.

“대장군, 바로 가시지요.”

어느새 다가왔는지 인문이 앞서 나아가기 시작했다. 물끄러미 그를 바라보다가는 급하게 제지했다.

“왜 그러시는지요, 대장군.”

“서둘러야 함을 소장도 잘 알고 있소. 그러나 서두는 일만이 능사는 아니오.”

“이러다가 소정방 대장군의 진노를 살까 걱정됩니다.”

“그렇다고 함부로 서두른다면 그 진노조차 듣지 못하는 일이 생길 수 있소.”

의미를 새기는지 인문이 강 건너를 주시했다.

“그런 연유로 전하께서 생사여탈권을 포함하여 이번 일의 전권을 나에게 주었소.”

유신이 생사여탈에 힘주어 이야기하자 인문이 가벼이 신음을 내뱉고는 뒤로 물러섰다.

인문이 뒤로 물러서자 유신이 귀당제감(貴幢弟監, 지방 군단의 하나인 귀당 소속의 제감) 성천과 군사인 술천을 불렀다. 

그 둘에게 군사를 주어 먼저 강을 건넘과 동시에 척후의 임무 또한 주었다.

성천이 인솔하는 군사들이 강을 건넌 모습을 확인한 유신이 마소를 먼저 보내고 이어 잔류 병력으로 하여금 강을 건너도록 했다.

강을 건넌 유신이 다시 성천을 불러 한 발 앞서 나가도록 지시 내렸다.

고구려 국경에 들어선다면 반드시 고구려 군의 공격이 있을 터였다.

그를 먼저 보내고 뒤를 따르는 중에 멀지 않은 곳에서 전투가 벌어지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행군을 멈추고 전황에 귀를 기울이던 중에 성천이 급하게 다가왔다.

“어찌되었는가?”

“다행히 대군이 아니라 쉽게 물리칠 수 있었습니다.”

숨을 몰아쉬는 성천을 바라보며 유신이 북쪽을 응시했다.

“장군, 바로 돌아가서 진군을 멈추도록 하게.”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곁에 있던 인문이 유신을 주시했다.

“다소 시간이 지체되더라도 우회해야겠소.”

유신의 확고한 말투에 인문이 슬그머니 물러섰다.

“그리고 소수의 인원으로 여러 조의 척후조를 편성하고 기다리고 있게나.”

달려가는 성천의 뒤에 짧게 지시하고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이어 척후조의 보고를 들으며 우회하는 길을 선택하자 가뜩이나 힘든 날씨에 행군은 점점 늦어져 칠중하를 건넌지 구일 만에 장새(獐塞, 황해도 수안군)에 도착하여 인적이 드문 외곽으로 이동했다.

쉽지 않은 여정

눈보라가 몰아치면서 전방의 시선이 흐려지는 상황에 직면하자 그곳에서 잠시 휴식하던 유신이 보기감(步騎監, 기마병의 무관직) 열기를 불러 수하들을 거느리고 곧바로 당나라 군영으로 떠나보냈다.

그곳의 상황과 더불어 신라의 상황을 미리 전하라는 조처였다.


<다음 호에 계속>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