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구영신 특집> 2018 국회의원 결석왕 공개

혈세 받아먹고 출근도 안 하네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다사다난했던 무술년이 지나고 2019년 기해년이 다가왔다. 기해년은 재물과 다산을 상징하는 황금돼지의 해다. 풍성한 한 해가 기대되면서도 올 한 해의 빈약한 성과가 눈에 밟힌다. 국회가 그랬다. 누군가는 성실히 의정활동에 임한 반면 누군가는 게으름을 피웠다. <일요시사>는 ‘2018년 국회 본회의'에 관련된 의원들의 출결 상황을 되짚어봤다.
 

▲ 조원진 대한애국당 의원

참여연대서 운영하는 국회 감시 누리집 ‘열려라 국회’는 국회의원들의 출결 현황을 한눈에 보여준다. 물론 국회서 공개하는 본회의 회의록을 통해서도 국회의원들의 출결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회의록이 영상과 한글문서, 그리고 PDF 파일로 구성돼있어 출결 현황을 한눈에 알아보기 어렵다. 

36차례 본회의
무단결석 분석

열려라 국회에 따르면 올 한 해 국회 본회의는 36차례 열렸다(오는 27일 열리는 임시국회 본회의 제외). <일요시사>는 지난 1월30일 열린 제356회 1차 본회의부터 예산안이 처리됐던 지난 8일 제364회 16차 본회의까지 국회의원들의 결석수를 열려라 국회를 통해 살펴봤다.

본회의는 국회 의사를 최종 결정하는 곳이다. 각 상임위원회서 심사된 안건은 이곳서 결정된다. 의안 심사 외에도 국정 전반에 대한 토론이 열리기도 한다. 대통령의 예산안 시정연설, 대정부질문, 각 교섭단체의 대표연설이 이곳서 열린다. 결국 본회의 출석은 의정활동의 기본 중에 기본이자 국회의원들의 책임성과 성실성을 판단할 수 있는 척도로 꼽힌다.

다만 개인적인 사정으로 본회의에 참석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국회는 그 가능성까지 열어뒀다. 국회의원 출석부는 ‘출석’ ‘청가’ ‘결석’ ‘출장’으로 구성돼있다.


청가와 출장은 사유서를 작성하고 의장에게 제출해 결석한 경우를 뜻한다. 청가는 의원이 사고로 인해 출석하지 못하는 것을 의미한다. 무단결석은 사전에 어떠한 고지 없이 본회의에 나오지 않는 것을 뜻한다. <일요시사>는 결석 횟수를 계산할 때 청가와 출장을 모두 제외했다. 의원 겸직 장관과 의원직을 사퇴한 이들도 제외했다.

통계에 따르면 무단결석 최다 의원은 한국당 이우현·최경환 의원이다. 이들은 총 36차례 열린 본회의서 36번 불출석했다. 다만 최 의원은 국정원 특수활동비 불법 수수 혐의로, 이 의원은 공천헌금과 뇌물 혐의로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다. 본회의에 출석할 수 없는 처지다. 

이들에 이어 무단결석을 가장 많이 한 국회의원은 총 22차례의 대한애국당 조원진 의원인 것으로 드러났다. 조 의원 다음으로 무단결석을 많이 한 의원이 15차례인 것을 봤을 때 압도적인 횟수다. 조 의원은(대구 달서병) 3선 중진 의원이다. 

결석 최다 22회, 10번 넘는 의원도 6명
한국, 113명으로 1위…전원불참 경우도

무단결석을 10번 이상 한 국회의원은 총 5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김광림·김세연·김재원·홍문종 의원과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다. 세부적으로 김광림·홍문종 의원이 15회, 김재원·김세연 의원이 13회, 심상정 의원이 10회 무단결석했다. 이들은 모두 중진 의원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김광림·김세연·김재원·심상정 의원 모두 3선 국회의원이다. 홍문종 의원은 4선 국회의원이다.  

무단결석 9회를 기록한 국회의원으로는 한국당 김영우·박명재·엄용수·윤상직 의원과 바른미래당(이하 바미당) 유승민 의원이 9번 본회의장을 찾지 않았다.

무단결석이 8회에 달한 국회의원은 모두 6명이며 한국당 김성찬·윤한홍·이군현 의원과 민주평화당(이하 평화당) 윤영일·황주홍 의원, 그리고 무소속 서청원 의원이 8번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 (사진 왼쪽부터)김진표(더불어민주당)·홍문종(자유한국당)·유승민(바른미래당)·심상정(정의당) 의원

7회 무단결석을 한 국회의원은 한국당 김무성·여상규·윤영석·주광덕·홍문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진표·이상민 의원, 바미당 박주현·정병국 의원, 그리고 무소속 정태옥 등 10명이었다.

뒤이어 6회 무단결석을 기록한 국회의원은 총 13명으로 집계됐다. 한국당 김석기·김용태·김태흠·이장우·이학재·최교일·한선교 의원과 민주당 김두관·우상호·이해찬 의원, 평화당 김경진 의원, 그리고 바미당의 이태규 의원과 정의당 김종대 의원이다.

5회 무단결석을 한 국회의원은 14명으로 한국당 김재경·김정훈·김진태·이명수·정종섭·정진석·추경호·황영철 의원, 평화당 박지원 의원, 그리고 바미당의 신용현·이상돈·이언주·지상욱 의원과 무소속의 강길부 의원이었다.

4회 무단결석을 한 국회의원은 모두 33명인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당 강석호·김학용·나경원·박맹우·박인숙·유재중·윤상현·이완영·이주영·이진복·주호영 의원, 평화당 김종회·이용주·정동영·정인화·조배숙·천정배·최경환 의원, 바미당 권은희·김동철·김삼화·김성식·김중로·박선숙·박주선·오신환·유의동·이찬열·임재훈·장정숙·정운천·주승용 의원, 그리고 정의당의 추혜선 의원이었다.

최다 22회
최소 1회

무단결석을 3번 한 국회의원은 총 40명이었다.

한국당 강효상·경대수·곽대훈·곽상도·김규환·김기선·김명연·김정재·김종석·김한표·민경욱·박덕흠·박순자·성일종·송석준·신보라·신상진·안상수·염동열·유기준·유민봉·윤종필·이양수·이은재·이채익·장석춘·전희경·정갑윤·함진규·홍철호 의원, 민주당 신창현·전혜숙·정재호 의원, 평화당 김광수 의원, 그리고 바미당 김관영·김수민·이동섭·채이배·하태경 의원과 민중당 김종훈 의원이었다.

무단결석을 2번 한 국회의원은 56명이었다. 한국당 강석진·권성동·김도읍·김상훈·김선동·김성원·김성태(비례)·김성태·김순례·김승희·김현아·문진국·박대출·박성중·백승주·송희경·심재철·원유철·윤재옥·이만희·이은권·이종구·이종명·이종배·이철규·이헌승·이현재·임이자·장제원·정양석·정용기·정우택·정유섭·조경태·조훈현·최연혜·홍일표 의원, 민주당 강창일·김한정·맹성규·박완주·박재호·안호영·이규희·이종걸·제윤경·최인호·홍의락 의원, 평화당 유성엽·장병완 의원, 바미당 이혜훈·최도자 의원 그리고 정의당 윤소하·이정미 의원과 무소속 손금주·이정현 의원이었다. 

무단결석을 1번 한 국회의원은 한국당 송언석 의원, 민주당 김병기·김성환·김종민·김현권·노웅래·민병두·박영선·백재현·손혜원·송갑석·신경민·안민석·오제세·이춘석·이훈·임종성·전해철·전현희·조정식·진영 의원으로 모두 21명이다.

각 정당서 2018년 동안 열린 본회의 기간 가장 많이 무단결석한 의원은 민주당의 김진표·이상민 의원, 한국당의 김광림·홍문종 의원, 바미당의 유승민 의원, 평화당의 황주홍·윤영일 의원, 그리고 정의당의 심상정 의원이다.
 

▲ 국회 본회의장

무단결석을 한 국회의원의 수를 정당별로 따져보면 한국당 의원이 모두 113명으로 가장 많았다.


의석수 전체에 해당하는 수다. 그 뒤로 민주당 38명, 바미당 29명, 평화당 14명, 정의당 5명 순이었다. 민중당과 대한애국당은 각각 1명씩이었다. 민주당을 제외한 나머지 정당은 모두 의석수만큼 결석했다. 무소속 의원의 경우 7명 중 5명이 본회의에 무단결석을 했다.

무단결석, 국회법으로 방지해도 무용지물
27일 마지막 본회의…또 말없이 안 올까?
 

당 차원서 전원불참석을 한 경우도 있었다. 지난 5월24일 열린 제360회 4차 본회의의 경우 한국당 소속 의원 전원이 참석하지 않았다. 당시 국회 본회의에선 문재인 대통령이 제출한 헌법 개정안이 상정됐다. 한국당 의원들의 전원불참으로 본회의 참석인원은 의결정족수를 채우지 못했다. 결국 투표 자체가 진행되지 못했고, 개헌안은 부결됐다.

당시 민주당 추미애 전 대표는 “헌법을 스스로 지키지 않는 야당 의원들”이라며 날을 세웠다. 한국당 신보라 의원은 “대통령 개헌안을 철회해달라는 야4당의 간곡한 호소는 독선과 아집에 무시당했다”고 맞받아쳤다.

바미당도 김관영 의원을 제외한 나머지 의원들 모두가 불참했다. 김 의원은 이날 “지방선거와 동시개헌이라는 약속을 저버린 한국당의 책임이 가장 크다”면서도 “대통령이 밀어붙이는 것도 적절치 않다”고 목소리를 높인 바 있다. 당시 여야 갈등이 극에 달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당 차원의 전원불참석 사례는 한 번 더 있다. 지난 3일 열린 제364회 14차 본회의서 한국당과 바미당 그리고 평화당 의원 모두 참석하지 않았다. 예산안을 둘러싼 여야 갈등이 극심했을 때다. 


이날 문희상 국회의장은 “여야가 오후까지 합의하지 못할 경우 본회의를 열어 정부 예산안을 상정하고, 정부의 제안 설명을 진행하겠다”고 선을 그었지만 야당은 완고했다. 한국당 김성태 당시 원내대표는 오후 긴급 의원총회를 통해 “본회의를 일방적으로 개회하려는 것은 여야의 합의정신을 무시하는 일”이라고 밝혔다.

출석 평균 257
결석 평균 25

바미당도 전원불참을 선언했고, 평화당 역시 전원 본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바미당 김관영 의원은 이날 오후 문자메시지를 통해 “금일 본회의가 개의되더라도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며 “수정예산안을 향후 처리하기로 합의한 상황서 국회의장이 교섭단체 대표들과 합의 없이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소집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평화당 장병완 의원도 문자메시지를 통해 “금일 본회의가 개의될 예정이지만 여야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평화당은 본회의에 참석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날 본회의 출석의원 수는 105명이었던 반면 결석 인원은 180명이었다. 2018년 본회의 중 가장 많은 의원이 결석한 때였다. 가장 적은 결석 인원을 기록했던 때는 지난달 29일에 열린 제364차 13차 본회의였다. 당시 출석한 의원은 287명이었던 반면 4명의 국회의원이 결석했다. 결석한 의원은 한국당 최경환·이우현 의원과 대한애국당 조원진 의원 그리고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다.
 

▲ 문희상 국회의장

36차례 열린 본회의 중 평균 출석 의원 수는 257명, 평균 결석 의원 수는 25명이었다. 한 회당 257명 정도가 출석하고 25명 상당이 무단으로 결석했던 셈이다. 

국회법 제155조 12호에 따르면 "정당한 이유 없이 국회 집회일로부터 7일 이내에 본회의 또는 위원회에 출석하지 아니하거나 의장 또는 위원장의 출석요구서를 받은 후 5일 이내에 출석하지 않았을 때 윤리특별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그 의결로써 징계할 수 있다"고 명시돼있다.

그러나 무단결석으로 징계를 받은 의원은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윤리위원회 홈페이지에 따르면 20대 국회 들어 접수된 징계안은 모두 19건이다. 이 중 국회의원의 무단결석을 이유로 접수된 징계안은 0건이다. 또한 국회 윤리위원회 홈페이지에 따르면 2018년에 접수된 징계안 중 국회의원의 무단결석과 관련된 건은 찾아볼 수 없었다.  

정치권 관계자는 “국회의원들은 개개인이 처해 있는 정치적 상황과 지역구 행사 등 본회의에 참석하기 어려운 이유가 아주 없다고 볼 수 없다”면서도 “국회의원 스스로 본회의 참석에 엄격해야 한다. 본회의 참석은 국회의원의 신성한 의무”라고 전했다.

마지막 회의
유종의 미?

오는 27일 마지막 본회의가 국회서 열린다. 27일 임시국회 이전까지 열린 2018년 본회의서 의원들이 단 한 차례도 무단결석을 하지 않은 날은 없었다. 올해의 마지막 본회의에 몇 명의 국회의원들이 다시금 무단결석을 단행할지, 국회의원 전원이 참석하게 될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kjs0814@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2018 본회의 개근왕

올 한 해 동안 열린 본회의에 무단결석한 국회의원은 모두 158명이다(한국당 최경환·이우현 의원 제외). 반면 한 번도 빠짐없이 본회의에 참석한 의원들도 있다. 이른바 ‘본회의 개근왕’들이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단 한 번도 청가나 출장을 신청하지 않았다. 34명의 의원들은 공교롭게도 모두 민주당 소속 의원들이다. 

한국당과 바미당, 평화당은 모두 본회의에 전원 불참석한 경력이 있다. 또한 정의당 소속 의원들 모두 본회의에 불참한 전력이 있다. 민중당, 대한애국당 역시 마찬가지다. 청가서를 제출한 이용호 의원과 출장을 다녀온 적 있는 문희상 의원 등을 제외한 나머지 무소속 의원들은 한 차례 이상 본회의에 불참한 적 있다. 2018 본회의 개근왕들의 명단은 아래와 같다.

▲강병원(서울 은평구을) ▲김민기(경기 용인시을) ▲김병욱(경기 성남시분당구을) ▲김상희(경기 부천시소사구) ▲김영진(경기 수원시병) ▲김영호(서울 서대문구을) ▲김정우(경기 군포시갑) ▲김철민(경기 안산시상록구을) ▲김해영(부산 연제구) ▲박경미(비례대표) ▲박광온(경기 수원시정) ▲박용진(서울 강북구을) ▲박주민(서울 은평구갑) ▲박찬대(인천 연수구갑) ▲박홍근(서울 중랑구을) ▲백혜련(경기 수원시을) ▲서삼석(전남 영암군무안군신안군) ▲송기헌(강원 원주시을) ▲신동근(인천 서구을) ▲어기구(충남 당진시) ▲위성곤(제주 서귀포시) ▲유동수(인천 계양구갑) ▲윤일규(충남 천안시병) ▲윤준호(부산 해운대구을) ▲윤후덕(경기 파주시갑) ▲이원욱(경기 화성시을) ▲이후삼(충북 제천시단양군) ▲정성호(경기 양주시) ▲조승래(대전 유성구갑) ▲최운열(비례대표) ▲최재성(서울 송파구을) ▲표창원(경기 용인시정) ▲한정애(서울 강서구병) ▲홍영표(인천 부평구을)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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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머드급 국방정보본부 ‘5공 보안사’ 오버랩, 왜?

매머드급 국방정보본부 ‘5공 보안사’ 오버랩,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군 정보기관 개혁안의 윤곽이 잡히고 있다. 기한은 2027년까지다. 방첩사 해체 및 정보사 인간정보부대를 국방정보본부 직속으로 둔다는 게 골자다. 군 안팎에서는 우려가 쏟아진다. 국방정보본부에 여러 권한이 쏠리면 과거 ‘전두환 보안사’처럼 통제가 힘들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조직에 여러 권한이 집중되면 장단점이 확실하다. 관리하기 쉽지만 수장의 역량이 부족하면 컨트롤하기 어렵다. 군 정보기관은 더욱 그렇다. 인간정보 부대(HUMINT·휴민트)의 경우 전문가가 극소수다. 특히 전문가 대다수가 12·3 내란에 연루돼 개혁에 동참할 수 없는 형국이다. 2027년까지 조직 개편 우리 군에는 각종 정보와 첩보 수집을 담당하는 군 정보기관이 존재한다. 대북 업무만을 담당하는 국군정보사령부, 777사령부와 국내 간첩 및 군사보안에 초점을 둔 국군방첩사령부로 나뉜다. 정보사와 777은 국방정보본부가 총괄 지휘한다. 정보기관 특성상 자세한 조직 현황은 공개되지 않는다. 그간 군 정보기관은 역할을 나눠 견제와 균형을 잡아왔다. 이들 기관은 12·3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다. 정치인 체포조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투입 등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과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은 각각 위험한 일을 계획하고 일부 실행했다. 이재명정부가 들어서면서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군 정보기관에 대한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약속했다. 방첩사 장성 7명은 모두 직무에서 배제됐고, 현재 참모장 대리 겸 사령관 직무대행은 육군사관학교가 아닌 학사장교 출신의 편무삼 육군 준장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지난달 29일에는 직무정지·분리 파견됐던 임삼묵 2처장(공군 준장) 등 장군 4명이 각 군으로 원대 복귀했다. 나머지 3명은 정성우 방첩사 1처장, 국방부 방첩부대장, 육군본부 방첩부대장 등이다. 방첩 업무는 방첩사에 두고 수사 기능은 국방부 조사본부로, 보안 기능은 국방정보본부 및 각 군으로 이관하는 방안 등이 확정됐다. 이는 정치 개입·민간 사찰로 누적된 군에 대한 불신을 불식하고 정보기관을 본연의 임무로 복귀시킨다는 취지지만, 대공·방첩 기능 약화로 안보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거세다. 방첩은 말 그대로 간첩 활동을 막는 걸 일컫는다. 방첩 자체가 정보·보안 수집과 수사를 통해 이뤄진다. 실제로 정보·보안 업무를 이관받는 국방정보본부의 경우 예하 정보사의 블랙 요원 명단 유출 등 기밀 유출 사고를 막지 못했다. 국회는 7년간 외부감사가 없었던 정보사에 대해 올해부터 방첩사가 들여다보도록 했다. 수사권도 문제다. 군사경찰 최상위 조직인 국방부 조사본부도 내란 당시 정치인 체포조 편성·운영 등의 혐의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한 조직에 보안·신원조사·첩보 수집 통째로 해체 수순 방첩사 군 인사 통제는 누가 하나 명확한 규정 없이 광범위한 범죄 정보 수집 활동을 벌여오면서 수사 전문성을 의심받아 온 조사본부에 국가보안법·군사기밀보호법 위반죄, 내란·외환·반란·이적죄 등 10대 안보 관련 수사권을 넘기면 컨트롤하기 어려운 권력기관이 될 수도 있다. 특히 방첩사 기능 폐지로 군에 대한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방첩사는 국방부 장관 직할부대로서 각 부대의 부조리 조사 및 감찰, 지휘관의 특이 동향 점검, 대령급 이상 인사 검증 등을 통해 군을 견제해 왔다. 국방부는 올해 1단계로 내란 극복·미래 국방 설계를 위한 민·관·군 합동특별위원회 내 군 방첩·보안 재설계 분과위원회(분과위원장 홍현익 전 국립외교원장)를 구성해 조직·기능 재설계 등 합리적 개편 방안을 도출할 예정이다. 내년엔 2단계로 방첩사 개편을 위한 법령·규칙 개정, 시설 재배치, 예산 조정 등 후속 조치 사항을 이행하고 개편을 완료할 방침이다. 또 국방정보본부장의 합참정보본부장 겸직을 해제하고 정보사령부에서 휴민트 부대를 분리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국방정보본부령 일부 개정안을 지난달 27일 입법 예고했다. 국방부는 “정보사령부를 포함한 국방정보 조직 전반의 지휘·부대 구조를 최적화해 임무·기능 수행에 전문성과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라며 개정 이유를 밝혔다. 개정안은 국방정보본부의 업무와 관련해 ‘합동참모본부 등의 예산 편성 및 조정(1조 2항 7호)’을 삭제함으로써 합참과의 직접적 업무 연결을 차단했다. 반면 군사보안 외에 암호정책(동항 8호)과 군사 관련 지리공간정보 외에 국방기상정보(동항 제11호), 군사정보 외에 군사보안(동항 12호)을 추가했다. 군사보안 업무가 신설된 것은 국군방첩사령부 개편에 대비한 사전 조치로 풀이된다. 어디까지? 초월적 권한 개정안은 국방정보본부장의 직무와 관련해 ‘군사정보·전략정보 업무에 관해 합동참모의장 보좌’(3조 2항)를 삭제해 합참정보본부장 겸직을 해제했다. 개정안은 정보본부 예하부대 중 정보사령부 업무와 관련해 기존의 ‘군사 관련 영상·지리 공간·인간·기술·계측·기호 등의 정보’ 등(4조 2항 1호) 규정 중 ‘영상’과 ‘인간’을 삭제했다. 대신 동항 4호에 ‘군사 관련 인간정보 수집·지원 및 훈련에 관한 사항을 관장하기 위한 인간정보 부대’ 규정을 신설했다. 이른바 블랙 요원이나 특임대(HID) 같은 인간정보 부대를 정보사에서 분리해 정보본부 예하에 재배치했다. 이에 따라 정보본부 예하에는 기존 정보사와 777사령부(신호정보 담당) 외에 인간정보 부대가 추가된다. 방첩사는 지난 8월 조직 와해를 막기 위해 전담팀을 꾸렸다. 정치권에 따르면 방첩사는 같은 달부터 ‘부대개혁 TF’라는 전담팀을 꾸리고 간부들에게 비공개 지침을 하달했다. ‘글로벌 안보 위협’을 이유로 들어 “주변 고위급 지인 등 인맥을 통해 부대 존치 논리나 순기능 역할에 대해 전파해 협조나 지원을 이끌어내라”는 내용이다. 국정기획위원회의 방첩사 폐지 방침을 두고 “국방부·대통령실·국회 측도 방첩 역량 약화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는 주장도 담겼다. 한 군 관계자는 “지금 방첩사가 내부 갈등이 심하다. 개혁해야 하는 것에 동의는 하는데 방첩사 폐지로 방첩 기능이 약화되는 걸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다. 반면 부대가 없어져도 기능 자체가 이관되기에 문제될 게 없다고 지적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대북 정보망 복구가 중요 정보사에서도 최근 개혁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 따르면 경기도 판교에 위치한 정보사 100여단 소속 일부 인원들이 지난달 21일 오전 안양에 위치한 정보사령부 건물로 출동했다. 사령부에서 인간정보 부대 관련 업무를 담당·지원하는 관련 부서들의 사무용품, 책상, 의자, 서류 등을 포장해 100여단으로 가져오기 위해서다. 사무용품 등의 이전은 당일 낮 12시께 중단됐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선원 의원이 문제를 제기하자 이전 중단 지시가 내려간 것이다. 이후 100여단 소속 인원들은 부대로 복귀했다. 다만, 중단 지시 전 옮겨진 인간정보 부대 관련 부서의 서류와 물품들은 100여단에 남아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방부는 군 정보기관 개혁 조치의 일환으로 지난달 1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내년 1월1일부터 인간정보부대를 정보사에서 분리해 국방정보본부 예하 부대로 전속하겠다”고 보고했다. 이 과정에서 정보사가 100여단을 움직여 인간정보 부대가 국방정보본부 소속으로 개편되기 석 달 전, 국방부와 정보사 지휘부에 보고도 없이 사령부 건물을 방문한 것이다. 정보사령관 직무대리는 지난달 26일 “상급부대에서 (인간정보부대 개편 내용을 담은) 법적 근거를 마련할 때까지 불필요한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사령부가 추진한 사항을 잠정 중단하라”는 취지의 공문을 하달했다. 지난 9월18일 정보사 100여단 부대 강당에서는 국방정보본부 산하 인간정보 부대 개편을 위한 내부 설명회가 열리기도 했다. 당시 100여단장은 해당 간담회를 주재하며 부대원들에게 “간담회에서 나눈 이야기나 부대의 사정이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하라”며 입단속을 강조했다. 앞으로 국방정보본부가 갖게 되는 권한은 막대하다. 현행 구조에서 국방정보본부장은 정보사·777, 합참 정보부를 총괄한다. 여기에 더해 정보사의 휴민트 기능을 직접 통제하고 보안·신원조사를 추가하면, 누구도 견제하기 힘든 조직이 탄생한다. “대북공작 휴민트가 장관 직속? 전례 없어” “조직 수장 역량에 따라 괴물 집단 될 수도” 민주당 내부에서도 반발이 만만치 않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휴민트 임무 특성상 비밀·독립성이 가장 중요하다. 이걸 국방정보본부장 예하로 두겠다는 건 관리하기 쉽다는 장점도 있지만 윤석열과 같은 인간에게 넘어간다면 굉장히 위험한 조직이 될 수 있다.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기관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른 군 전문가도 “전문성이 없는 민간 부처가 공작 임무를 직접 운영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정보사 휴민트 조직은 국정원과 긴밀한 협력을 통해 공작을 기획한다. 국정원이 예산도 관리해 관리·감독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며 “이번 개혁안이 완전히 확정된 건 아니지만 휴민트를 국방정보본부 예하로 두는 건 도박”이라고 비판했다. 박 의원도 지난달 1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휴민트 부대의 본질은 숨기고 또 숨겨야 하는 특수공작 조직”이라면서 “전 세계 어느 나라도 국방 장관 직속으로 인간정보 공작부대를 두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부승찬 의원 역시 “전시 연합사령관 지시를 받는 부대도 아니고, 평시 합참 지휘체계에도 없는 부대”라면서 “작전 지휘체계나 통제체계에 들어가 있지 않은 부대인데, 이를 국방정보본부에 넣는 건 불가능하다”고 언급했다. 이 같은 지적에도 국방부는 국방정보본부령 일부개정령안을 입법 예고했다. 기존 국정감사 업무보고에선 정보부대 개편을 2026년 내 마무리하겠다고 했었는데, 이번 개정령안은 내년 1월1일 시행으로 못 박았다. 이에 민주당 황명선 의원은 종합감사에서 인간정보부대의 국방정보본부 편입에 우려를 표했다. 황 의원은 “장관도 동의하지 않는 이런 개정안을 누가 냈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안 장관은 “글자 그대로 입법 예고이니 의원들께서 의견을 주시면 최적화하겠다”고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국방정보본부와 국방부 기획조정실(조직관리담당관)은 다른 분위기다. 한 국방부 관계자는 “장관과 국방정보본부 간 소통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 같다. 정보 계통 군인들은 오히려 현 입법안을 두고 안도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개혁 반대 움직임도 황 의원이 민·관·군 합동 특별자문위원회의 ‘방첩·보안 재설계 분과’가 합리적인 안을 만들어낼 때까지 입법 예고를 보류해달라고 하자 안 장관도 “알겠다”고 답했다. 안 장관은 “휴민트 조직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 부대에 대해서는 가급적 말을 절약해주는 것이 휴민트 부대를 살리는 길이고 부대 가치를 존중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