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의 LG 계열분리 시나리오

[일요시사 취재1팀] 박호민 기자 = 최근 LG그룹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구광모 LG 회장의 삼촌 구본준 LG 부회장의 향후 거취 때문이다. 구 부회장이 LG그룹 내 모든 직책을 내려놓은 상황서 계열분리 시나리오가 다양하게 나오고 있는 상황. 어떤 계열사를 들고 독립할까. 어떤 시나리오가 됐든 실현되면 ‘기둥’ 하나는 내줘야 한다. 삼촌과 조카의 복잡한 셈법을 확인했다.
 

▲ 구광모 LG 회장

LG그룹은 최근 연말인사를 단행했다. ‘안정 속 변화’란 평가가 나왔다. 임원급은 젊어졌지만 결정적으로 각 계열사를 책임지고 이끌 부회장급 인사는 없었다. 다양한 추측이 나왔다. 이번 인사가 향후 예상되는 계열분리 시나리오의 단서가 될 것으로 기대됐기 때문이다.

변화냐
안정이냐 

하지만 큰 변화는 없었다. 지주사 LG를 비롯해 핵심계열사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유플러스, LG생활건강 등의 대표이사 부회장은 모두 유임됐다. 이들의 나이가 60대로 결코 적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안정을 택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수뇌부의 변화없는 인사를 두고 계열분리의 방향조차 잡지 못하고 있는 상황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계열분리의 방향성이 없는 상황서 조직을 대대적으로 개편하기는 부담스러웠을 것이라는 해석이었다. 실제 LG그룹은 계열분리에 대해 확정된 바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구광모 LG 회장은 지난 6월 별세한 아버지 고 구본무 전 회장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회장직에 올랐다. 재계에서는 당시 상무였던 구 회장이 여러 직급을 건너뛰고 단숨에 회장직에 오른 것을 두고 의외라는 시각도 있었다.


구 회장이 회장직에 오르자 시선은 자연스럽게 구본준 LG 부회장에게로 쏠렸다. 구 회장이 그룹을 이끌게 된 상황서 그룹 내 넘버2 역할을 자처한 구 부회장의 역할이 감소할 것은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구 부회장은 구자경 명예회장의 셋째 아들이다. 구 전 회장의 두 번째 동생이고 구 회장에게는 삼촌이 된다. 구 부회장이 그룹 내에 남아 있는 것은 구 회장에게 부담이 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어떤 계열사 들고 독립?
삼촌-사촌 복잡한 셈법

구 부회장의 결단은 비교적 빨랐다. 구 회장이 회장직에 오르자 경영 전면서 물러나기로 한 것이다. 조카에게 지우는 부담을 최소화했다. 계열분리에 대한 구체적인 말은 없었지만 실리까지 포기할 것 같지는 않다. 

LG그룹은 그동안 수차례 형제경영을 이어오다 성공적으로 계열분리를 해왔다. LG그룹은 맏형이 그룹을 이어받고 동생들은 사업을 하나씩 들고 독립하는 것이 그간의 ‘암묵적인 룰’이었다. 구인회 창업주의 동생 구철회 명예회장의 자손은 1999년 LG화재를 계열분리해 LIG그룹으로 독자노선을 걷고 있다. 나머지 동생들인 구태회, 구평회, 구두회 형제는 전선부문 사업을 들고 나와 2003년 LS그룹을 세웠다.
 

▲ LG전자

구본무 전 회장의 동생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과 구본식 희성그룹 부회장은 구 전 회장이 회장직에 오른 이듬해인 1996년 계열사를 분리해 희성그룹을 세워 중견기업으로 성장시켰다.

당연히 구 부회장이 어떤 계열사를 들고 독립할지의 여부에 눈길이 쏠렸다. 다양한 계열분리 예상안이 나왔지만 현재까지는 모두 설에 불과하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계열분리를 하든지 LG로서는 상당한 부담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


현재 구 부회장이 노릴 수 있는 계열사는 크게 LG상사, LG전자 사업부문, LG디스플레이 정도다. 이들 계열사들의 덩치가 만만찮다.

못 하는 
속사정은?

구 부회장이 LG상사의 지배력 확보가 용이하다는 점에서 LG상사를 중심으로 한 계열분리의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다. 구 부회장은 현재 지주사 LG의 지분 7.72%를 보유하고 있다. 주식수로 환산하면 1331만7448주다. 지난 19일 LG 종가가 7만1300원인 점을 감안하면 9495억3404만원 수준의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다. LG상사의 주주구성을 보면 지분 24.69%를 가지고 있는 LG가 최대주주로 특수관계자 지분을 모두 합치면 26.31%(1019만9290주) 수준까지 올라간다.

LG상사의 지난 19일 종가가 1만6250원인 점을 감안했을 경우 1657억3846만원의 자금을 투입하면 LG가 가지고 있는 지분을 매입할 수 있다. 시가총액 역시 1조1000억원대 수준이라 지배력 확보에는 어려움이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구 부회장이 동원할 수 있는 자금 범위 안에서 충분히 노려볼 수 있는 시나리오다.

구 부회장과 LG상사는 인연도 깊다. LG상사는 지난해에 들어서 LG그룹에 편입됐다. 지난해 11월 계열사로 편입되기 전까지 최대주주는 지분 3.01%를 가진 구 부회장이었다. 구 부회장을 비롯해 특수관계자의 지분을 모두 합치면 26.29%까지 지분율이 오르는데 이를 LG가 매입하면서 LG그룹 ‘울타리’에 들어왔다.

LG상사는 판토스, 헬리스타항공, 한울타리 등을 지배하고 있다. 눈길을 끄는 것은 지난 10월 구광모 회장 및 오너 일가가 가지고 있던 판토스 지분 중 19.9%를 전량 매각했다는 점이다. 당시 거래로 구 회장은 1000억원 가까운 유동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다양한 시각이 뒤따랐다. 상속세 마련을 위한 재원으로 보는 시각도 있었지만 애증의 관계를 청산하려는 의도로 해석하는 시선도 있었다.
 

구 회장과 판토스는 애증의 관계였다. 알짜배기 실적으로 곳간을 든든하게 만들어줬지만 일감 몰아주기 논란서 자유롭지 못했다. 판토스는 지난해 기준 1조3897억원의 매출액을 내부거래로 올렸다. 총 매출의 69.6% 수준이었다. 물론 구 회장과 특수관계자가 보유한 지분율이 20%를 넘지 않아 공정거래법상 일감 몰아주기 규제 기준을 피했지만, 꼼수 일감 몰아주기라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됐다.

공정위도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있는 추세였다. 결과적으로 구 회장이 판토스 지분을 처분하면서 이 같은 논란을 피해가는 모양새가 됐다.

물론 계열분리에 대한 말도 나왔다. 구 회장이 판토스 지분을 정리하면서 자연스레 LG상사의 계열분리 가능성이 점쳐지기도 했다. 판토스 지분의 51%는 LG상사가 쥐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LG상사의 매출 규모를 생각하면 구 회장 입장에선 쉽게 내주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LG상사의 경우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12조8272억원의 매출액을 올렸다. 같은 기간 LG그룹 총 매출액이 126조9000억원 수준임을 감안할 때 총 매출의 10%를 웃도는 비중인 셈이다.


LG상사가 계열사에 갖는 지위도 무시할 수 없다. LG상사는 다른 계열사들과 연관성이 크다. 상사와 계열사 간 시너지효과를 통해 서로 ‘윈윈’하는 전략이 성공했다는 평가가 있다. 만약 계열분리를 하게 된다면 그룹의 외연이 축소됨과 동시에 그룹 내 파장이 만만치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LG상사를 중심으로 한 계열분리가 구 회장에게 뼈아플 것이라는 관측은 이 같은 배경서 나왔다.

재계에선 LG디스플레이를 떼어주는 시나리오도 돌았다. 일단 구 부회장이 LG디스플레이를 이끈 경험이 있어 사업 이해도가 높다는 분석이다. 구 부회장은 과거 LCD와 OLED를 주력 생산하던 LG디스플레이를 이끌어 평판디스플레이 부문 1위 기업으로 올려놓은 바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시나리오도 구 회장이 받아들이기 어렵다. LG디스플레이는 그룹 내 핵심 계열사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연결기준 27조7902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그룹사에서 봤을 때 전체 매출의 20%를 웃도는 계열사를 내주긴 힘들다. 현실적인 이유도 있다. LG디스플레이의 지분은 8조원 수준이다. 구 부회장이 경영권을 가져올 만큼의 지분 확보가 어렵다.

현실적으로 거론되는 곳은 지분 매입으로 지배력을 확보할 수 있는 LG이노텍이다. LG이노텍은 지난해 연결기준 7조6413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선례 따라
갈등 없이?

주요 주주구성을 살펴보면 LG전자가 40.79%(965만3181주)로 최대주주 신분이다. LG전자가 가지고 있는 LG이노텍의 지분 가치는 지난 19일 종가 기준(8만9500원)을 기준으로 환산하면 8639억5969만원 수준이다. 구 부회장이 동원할 수 있는 유동성으로 지배력 확보가 가능한 상황으로 해석된다.


일각에선 배임 문제를 거론하지만 이는 일부 사업부문만 따로 떼어냈을 경우다. 지분 매입을 통해 최대주주 신분으로 올라서는 것을 문제 삼기는 어렵다. LG이노텍 인수가 유력하게 거론되는 이유다. 
 

▲ 구본준 LG 부회장

하지만 구 회장으로서는 LG이노텍을 포기하기가 쉽지 않다. 종합전자부품 기업인 LG이노텍의 경우 LG전자나 LG디스플레이 등 주력 계열사와의 직접적인 시너지효과가 크다. 매출구성을 보면 광학솔류션사업부 56.45%, 기판소재사업부 16.04%, 전장부품사업부 14.17%, LED사업부 7.11% 등이다.

매출을 떠나 주력 계열사의 타격 우려 때문에 LG이노텍을 중심으로 한 계열분리 역시 타격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전체 매출액의 17.1% 수준인 1조3080억원을 내부거래를 통해 올렸다.

LG전자의 전장사업부문을 중심으로 계열분리하는 시나리오도 있다. 각 계열사가 전장사업부문만 따로 떼어내 가져가는 시나리오다.

LG전자의 경우 구 부회장의 애정이 많은 계열사이기도 하다. 주요 이력이 LG전자에 쏠려 있다. 구 부회장은 현재 LG전자의 전신이라고 할 수 있는 금성사에 1987년 입사하면서 본격적인 경력을 쌓았다. 이후 LG전자의 다양한 사업을 맡아 경영을 했다. 그의 아들 구형모씨도 LG전자서 과장으로 재직하며 경영수업을 받고 있다.

LG전자의 계열분리 시나리오에는 전장사업부가 포함된다. 구 부회장은 전장산업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어떤 식이든 부담될 것”
부정적인 다양한 추측

구 부회장은 자동차용 헤드램프 기업 ZKW를 인수하면서 “앞으로 LG의 미래사업을 위한 핵심 역량은 내외부의 힘을 모아 키우고, 필요하다면 선제적으로 투자해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가 주력하는 자동차 부품 사업의 시장 선도를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며 전장사업부문을 핵심 미래성장동력으로 꼽았다. 특히 전장사업의 핵심인 VC사업본부는 구 부회장이 LG전자 대표이사를 맡았던 당시 신설했다.

LG전자 외에도 전장사업을 맡고 있는 계열사가 있다. 재계에선 이들 사업부를 따로 떼내 가져가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LG이노텍의 전장부분과 LG상사의 오토모티브 등이 후보군으로 떠오르고 있는 상황.

하지만 LG그룹이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전장사업에 사활을 걸고 있는 만큼 구 회장이 삼촌 구 부회장에게 사업을 넘길 가능성은 낮다.

LG전자 역시 전장사업부분에 대한 투자로 사업영역을 넓히고 있는 상황이다.

<헤럴드경제>에 따르면 LG전자는 지난 2015년 설립된 이스라엘 스타트업 ‘오디오버스트’와 차세대 첨단 차량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구축을 위해 협력키로 했다. 그룹사에서 전장사업에 갖는 관심을 반영하는 대목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선 구 회장과 구 부회장 간 의견 조율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계열사 간 연관성이 높은 LG그룹의 특성상 예전과 같이 어떤 한 계열사를 독립시키는 것은 어렵다는 분석이다. 계열분리가 연쇄적으로 그룹에게 타격을 입힐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LG그룹은 일감 몰아주기 규모가 주요 그룹 가운데서 높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언론사의 보도에 따르면 일감 몰아주기 비중은 주요 10대 그룹 가운데 가장 높다. 지난 8월 기준 LG그룹의 내부거래 비율은 68.15%로 조사 대상 그룹 중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폭풍전야
고요한 긴장감

재계의 한 관계자는 “구광모 회장 입장에선 그룹사에 무리가 가지 않는 선에서 구본준 회장의 계열분리를 진행하고 싶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현재 나오고 있는 시나리오는 (구 회장에게) 껄끄러운 내용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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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생기업 잡은’ 신정훈 의원실 수상한 보도자료

[단독] ‘생기업 잡은’ 신정훈 의원실 수상한 보도자료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 업체가 국회의원실발 보도자료에 직격탄을 맞았다. 해당 업체는 보도자료의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보도자료를 쓴 의원실 보좌관은 “잘못된 부분이 없다”고 반박했다.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상황에서 <일요시사>가 사건의 전말을 파헤쳐 봤다. 국회의원은 최고 헌법기관인 국회의 구성원인 동시에 개개인이 헌법기관이라는 이중적 지위를 갖는다. 법률을 만들고 개정하는 입법 기능 외에도 인사청문회, 국정감사 등을 통해 행정부를 견제하고 감시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투표로 선출된 ‘국민의 종’으로서 국회의원은 기자회견, 보도자료 등을 통해 국민에게 활동 상황을 보고한다. 국회의원 민원 창구? 국회의원 이름으로 하루에도 수건씩 보도자료가 쏟아진다. 법안을 발의하거나 지역구 예산을 수주했다는 내용, 자료와 데이터를 바탕으로 정부 기관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내용 등이다. 언론은 국회의원실발 보도자료를 받아 기사로 작성한다. 언론 보도는 사정기관의 감사나 수사 등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최근 한 국회의원실에서 나온 보도자료가 논란이 되고 있다. 보도자료에 언급된 정부 기관, 그 기관과 일하는 업체 등이 후폭풍에 휘말렸다. 보도자료를 받아 쓴 일부 매체는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됐다. 언론사 기자들의 이메일로 배포된 보도자료는 국회의원실 보좌관이 직접 작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5월14일 더불어민주당 신정훈 의원실 오모 보좌관은 ‘경찰청, 순찰차 납품 지연 및 특정 업체 유착 의혹에도 자료 제출 거부!’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작성해 언론사 기자들에게 보냈다. 신정훈 의원은 전남 나주·화순을 지역구로 하는 3선 의원으로, 현재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경찰청은 행정안전위원회의 피감기관이다. 순찰차는 일반 차량에 특장 작업을 거쳐 경찰청에 납품된다. 멀리서도 순찰차임을 확인할 수 있는 리프트 경광등을 달고 겉면에 스티커를 부착하는 ‘데칼’ 작업을 거쳐 수배·체납·도난 차량을 확인할 수 있는 멀티캠을 내부에 다는 등의 작업을 거친다. 순찰차 한 대를 특장하는 데 약 1700만원의 비용이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년 1000여대의 노후 순찰차가 교체된다. 신정훈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노후 순찰차 959대를 교체하기 위해 총 491억원의 예산이 집행됐다. 하지만 이 중 약 225억원 상당인 343대가 납기를 맞추지 못했고 완성 검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또 납품업체의 문제로 순찰차 납품이 늦어졌는데도 불구하고 발주 기관인 경찰청은 지체상금 부과, 계약 해지 등의 조치를 하지 않는 등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정훈 의원실의 자료 요구에 경찰청이 제출을 거부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신정훈 의원실은 ‘공공계약에 정통한 한 법조계 관계자’의 “경찰청이 계약성 권리조차 행사하지 않고 이를 묵인한 데다 국회의 자료 제출 요구도 거부한 것은 행정 편의주의를 넘어 법적 의무의 명백한 방기”라며 “이 정도 사안이면 감사원 감사는 물론 직권남용과 배임 혐의까지 적용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는 코멘트를 인용했다. 순찰차 납품 과정 지적 해당업체 “사실과 달라” 납품업체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신정훈 의원실은 “동일한 지배 구조를 가진 Y사(보도자료에는 A사)와 N사(B사)가 10여년간 경찰청의 대형 계약을 반복적으로 수주해 왔다”며 “수의계약이나 경쟁입찰의 형식을 빌린 사실상의 내정 또는 담합 행위로 해석될 수 있다. 공정거래법상 ‘부당 공동행위’ 및 ‘입찰 방해’에 해당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N사는 Y사의 임직원이 만든 회사로 두 업체는 모회사-자회사 관계다. 신 의원은 “국민의 세금으로 집행되는 치안 장비 도입 사업이 법적 절차와 원칙을 무시한 채 일부 업체에 특혜로 왜곡되고 있다”며 “기존 계약분에 대한 의혹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신규 발주가 진행돼서는 안 된다. 철저한 진상 조사와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 대책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보도자료를 바탕으로 몇몇 언론이 기사를 냈다. 보도 이후 납품업체인 Y사가 보도자료 내용에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고 주장했다. Y사는 경찰, 법무부 등에 차량을 개조해 납품하는 특장업체다. Y사 관계자는 “보도자료가 배포되기 전, 기사가 나가기 전에 신정훈 의원실이나 언론으로부터 단 한 차례의 연락도 받지 못했다. 보도가 나간 이후 오 보좌관을 만나 사실과 다른 부분을 상세히 설명했지만 아무것도 반영되지 않았다. 오히려 지난달에 관련 보도가 한 차례 더 나갔다”고 주장했다. Y사는 경찰청과 직접 계약을 맺거나 현대자동차로부터 하도급을 받는 형태로 이번 납품에 참여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은 현대자동차로부터 616대(소나타), Y사로부터 73대(스타리아 37대, 넥쏘 36대), N사로부터 270대(아이오닉 181대, 그랜저 89대) 등 총 959대를 납품받았다. Y사 관계자는 신정훈 의원실에서 지적한 납품 지연과 검사 불합격에 대해 “제작은 이미 완료됐고 출고를 기다리던 중에 검사 하나가 마무리되면 또 다른 검사를 요청하는 식으로 5개월 동안 시간을 끌었다”며 “2015년부터 경찰청에 순찰차를 납품해 왔지만 이번을 제외하고 단 한 번도 납기에 늦은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와 N사의 계약 차량은 납품까지 5개월 넘게 걸렸고 H사의 계약 차량은 검사 하루 만에 출고 처리됐다”며 “그동안 경찰청 검사가 미진했다고 주장하려면 우리든 H사든 같은 잣대로 진행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사실 확인 안 했다? H사는 순찰차에 설치하는 리프트 경광등을 제작하는 업체로 현대자동차와 하도급 계약을 맺고 납품한 것으로 알려졌다. Y사와 N사가 담합해 경찰청 계약을 10년 동안 수주해 왔다는 내용에 대해서는 “경찰청은 조달사업법에 따른 나라장터 종합쇼핑몰 우선 구매 제도를 통해 (업체들과) 계약했다. 나라장터에 물건을 올리면 경찰청에서 선택하는 방식”이라면서 “우리와 N사는 같은 차종으로 경쟁한 적이 단 한 차례도 없다”고 반박했다. 반면 오 보좌관은 순찰차 사업과 관련해 드러난 문제를 고치라고 여러 차례 얘기했는데 시정되지 않자 보도자료를 통해 지적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1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비서실에서 <일요시사>와 만나 “공무원이 어떤 업무를 하다가 다소간 실수가 발생할 수 있고 관행적으로 잘못된 부분이 있을 수 있다. 그걸 인정하고 시정하면 끝까지는 안 간다”고 말했다. 이어 “순찰차 관련 문제를 (경찰청에) 수도 없이 얘기했는데 고쳐지지 않았다. 1차 차량 검사에서 불합격이 나왔는데 2차 검사를 할 때 보니 1차에서 나온 문제가 하나도 시정되지 않았다. 3차 검사는 나도 모르게 진행됐다. 시험성적서를 달라는 말에도 개인 정보를 이유로 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번에 납품한 순찰차에 설치된 경광등이 사양서에 맞지 않는다고도 지적했다. 오 보좌관은 “리프트 경광등의 핵심 기능은 주야간 150m 구간에서 잘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납품된 것은 그게 안 된다. 30m만 떨어져도 잘 보이지 않는다. 순찰차에 치명적인 장애”라고 비판했다. Y사 관계자는 “사양서가 존재하는데 30m 밖에서 안 보인다는 건 말이 안 된다. 경찰청에서 3회가량 시연회를 진행했고 현장에서도 더 밝다는 의견이 있었다. 경광등이 사양서와 일부 맞지 않는 건 애초에 사양서 자체가 H사의 제품에 맞춰진 것이기 때문”이라면서 “오히려 H사의 경광등이 경찰청 순찰차 사양서에 적용돼 2015년부터 2024년, 우리와 문제가 생기기 전까지 10여년간 독점적으로 사용됐다”고 반박했다. “현장 직원들 사이에서 고장이 잦아 수리 비용이 많이 나온다는 말을 들은 적 있다”는 이 관계자는 “이번 일이 일어난 것도 H사가 자사의 경광등을 납품하기 위해 오 보좌관에게 문제 제기를 한 게 시발점이 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정 안 해” “문제 없다” 순찰차를 납품하는 업체들이 자사의 경광등이 아닌 다른 업체의 것을 사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H사가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이번 일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Y사 관계자는 “2022~2023년 H사 경광등에 문제가 발생해 현대자동차가 납기를 놓치는 일이 일어났다. 이 일을 계기로 지난해 5~6월 경광등 납품업체를 바꾸려는 시도가 있었던 걸로 안다”고 주장했다. Y사 역시 H사와 경광등 발주 문제로 갈등을 겪었다. Y사 관계자는 “지난해 6월부터 11월까지 H사에 경광등 발주 견적서를 달라고 요청했지만 답을 받지 못했다. 납기가 (지난해) 12월12일까지라 우리한테도 시간이 많지 않았다. 그래서 (지난해) 11월15일 경찰청과 경광등 업체를 바꾸는 문제로 협의를 진행했고, 11월26일에 바뀐 업체의 경광등으로 우리 공장에서 시연회를 열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H사는 순찰차 납품업체들과의 갈등을 ‘민원’을 통해 해결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H사 대표가 신정훈 의원실 오 보좌관을 만나 억울함을 토로했고 그 내용이 지난 5월 나온 보도자료의 배경이 됐다는 의혹이다. 실제로 오 보좌관은 처음에는 민원을 받아 보도자료를 작성한 게 아니라고 했다가 나중에는 H사 대표를 만났다고 인정했다. 지난해 8월경 지역의 향우회장과 함께 H사의 대표가 찾아왔다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오 보좌관이 경찰청의 순찰차 사업을 들여다보기 시작한 시기와 일치한다. 오 보좌관은 지난 5월14일에 나온 보도자료에 대해 묻자 “지난해 8월부터 이 문제를 파고 있었다”며 “내부에서 나온 정보도 있고 경찰청에서도 (순찰차 사업에 대해) 문제 의식을 갖고 있었다. 이 문제로 경찰청 관계자를 30~40번 만났다”고 밝혔다. 눈여겨볼 대목은 H사 대표가 같은 시기 신 의원에게 정치후원금을 냈다는 점이다. <일요시사>가 나주시·화순군 선거관리위원회를 통해 입수한 신 의원의 ‘연간 300만원 초과 기부자 명단’을 확인한 결과 H사 대표는 지난해 8월22일 500만원을 기부했다. 신 의원은 2014년 7월30일 보궐선거에서 당선돼 국회의원이 됐고 20대(2020년), 21대(2024년) 총선에서 배지를 달았다. 2014~2016년, 2020~2024년 등 신 의원이 국회의원 활동을 하는 동안 H사 대표가 후원금을 낸 건 지난해 8월이 유일하다. 경광등 업체 변경 문제 때문? “사기업 갈등에 보좌관이 왜?” 오 보좌관은 H사 대표가 신 의원에게 후원금을 낸 사실을 알았냐는 질문에 “몰랐다”면서 “회계를 관리하는 직원은 나주에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H사 대표에 대해 “이전까지 전혀 몰랐던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체 정치후원금 모금 한도) 3억원 중에 500만원을 후원했다고 해서 지난해 8월부터 지금까지 이 문제에 매달리겠느냐”며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한 업체의 문제 제기가 합당하다고 생각했고, 자료를 받아보니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진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좌관은 “경찰차 특장 시장 자체가 그렇게 크지 않아 뛰어드는 업체도 많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맨날 같이 했던 업체를 빼버리면 가만히 있겠나. 나는 Y사가 욕심을 부리면서 이 상황까지 왔다고 생각한다. 기존에 해왔던 곳과 똑같이 하면 되지, 더 이익을 취하려 하느냐”고 되물었다. 업체 간 중재의 의도도 있었다는 것이다. H사 대표는 신 의원에게 후원금을 낸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민원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신 의원을 지지하는 차원에서 후원금을 냈다는 것이다. H사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일을 잘하신다는 말을 들어서 후원금을 냈다. 지금 이 문제와는 무관하다”며 “사업을 접을까 생각할 정도로 머리 아픈 문제”라고 말했다. 지난해 8월 오 보좌관을 만나 민원을 넣었는지는 “오래돼서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했다. Y사는 신정훈 의원실발 보도자료로 큰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Y사 관계자는 “정부 기관에 납품하는 제품을 만드는 건 맞지만, 엄연히 사기업 간 일어난 일에 국회 보좌진이 개입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며 “기사가 나간 이후 우리 회사는 경제, 이미지 부분에서 큰 타격을 받았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경찰청과 지체상금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업체 문제로 인한 지연이 결정되면 지체상금을 물어야 하는 상황이다. 차량 출고가 늦어지면서 보관을 위한 토지 대여료가 1억2000만원 정도 나갔다. 무엇보다 자회사인 N사의 신용등급 하락, 기사로 인한 이미지 훼손 등 무형적인 피해도 만만찮다”고 하소연했다. 받아쓴 언론 “취하해 달라” 한편 Y사는 신정훈 의원실에서 나간 보도자료로 기사를 작성한 매체 3곳을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했다. Y사는 “언론의 잘못된 보도로 인해 명예가 심각하게 훼손됐으며 국민에게 경찰 장비 도입 과정에 대한 불신을 초래했다”며 “신청인(Y사)의 업무 수행 능력과 투명성에 대한 의구심을 야기해 치안 활동에 대한 신뢰도 저하로 이어질 수 있는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입어 정정보도를 구한다”고 조정을 신청했다. Y사 관계자는 “2곳의 매체에서 ‘기사를 내릴 테니 소를 취하해 달라’는 내용의 답변을 언론중재위원회에 보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