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수사관 게이트 막전막후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8.12.21 17:55:24
  • 호수 119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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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가는 진흙탕 폭로전 ‘BH 패닉’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최근 불거진 청와대 특별감찰반 골프접대 사건은 수사관들의 개인적 일탈로 끝날 일이었다. 그런데 전직 특감반원 김태우 수사관의 ‘폭로전’이 이어지면서 청와대가 휘청거리고 있다. 시간이 갈수록 사건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또 다른 사건으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청와대는 특별감찰반 재직 중 자신이 작성한 첩보내용을 폭로한 김태우 수사관을 지난 19일 검찰에 고발했다. 청와대 김의겸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청와대는 오늘 오전 11시14분 김태우 전 특별감찰반 파견 직원에 대해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장을 제출했다”며 “고발장은 임종석 비서실장 명의로 제출됐다”고 말했다. 

특감반 멤버
김태우 누구?

고발장에 따르면 ‘김 수사관은 비위 혐의로 원 소속기관으로 복귀해 피의자 신분으로 수사 중인 상황서도 허위 사실을 언론에 유포하고, 공무상 취득한 자료를 배포하는 등 위법한 행위를 지속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청와대는 지난 18일 법무부에 김 수사관에 대한 추가 징계를 요청한 바 있다. 

김 대변인은 “법무부에 징계를 요청한 것은 국가공무원법에 따른 것이고, 이날 검찰에 고발장을 제출한 것은 공무상 비밀누설에 대한 형법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변인은 김 수사관이 언론보도와 보도자료를 베껴 쓴 첩보를 제출하고, 일부 언론은 이를 토대로 기사를 쓰는 등 김 수사관에게 “휘둘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자유한국당이 청와대 특별감찰반의 무차별 사찰을 주장하면서 김 수사관이 작성했다는 첩보보고문서 목록을 공개한 것과 관련, 청와대는 특감반 직무와 무관한 보고 목록에 대해 보고 과정에서 폐기되거나 아예 보고되지 않았다고 조목조목 반박했다. 


단순 해프닝서 비리 복마전으로?
첩보 폭로에 검찰 수사로 맞불

박형철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은 이날 오후 7시, 브리핑을 통해 공개된 목록에 문제가 있다는 의미로 빨간 표시가 돼있는 문건 10건 중 4건은 특감반장에게 보고됐으나 직무를 넘어선 것으로 판단해 폐기했다고 밝혔다.

4건의 문건은 ▲코리아나호텔 사장 배우자 이미란 자살 관련 동향 ▲한국자산관리공사 비상임이사 송창달, 홍준표 대선자금 모금 시도 ▲<조선일보>, BH 홍석현 회장의 외환관리법 위반 혐의 검토 여부 취재 중 ▲<조선일보>, 민주당 유동수 의원 재판거래 혐의 취재 중이다. 

또 ▲진보교수 전성인, 사감으로 VIP 비난 문서 ▲MB정부 방통위, 황금주파수 경매 관련 SK 측에 8000억원 특혜 제공 문서는 보고된 바 없다고 했다.

이와 함께 나머지 4건의 문서 ▲방통위 고삼석 상임위원, 김현미 국토부장관과 갈등 ▲주러시아 대사 내정자 우윤근 금품수수 관련 동향 ▲고건 전 총리 장남 고진, 비트코인 관련 사업 활동 중 ▲박근혜 친분 사업자, 부정청탁으로 공공기관 예산 수령은 박 비서관에게 보고됐다. 이 중 비트코인 건을 제외한 3건은 조국 민정수석에게도 보고됐다고 언급했다. 이 모두가 적법한 감찰 활동의 일환이라는 주장이다. 

청와대 특감반의 첩보 보고는 ‘특감반원→특감반 데스크→특감반장→반부패비서관→민정수석’의 절차를 거친다. 각 단계를 통해 특감반 직무를 넘어서는 사안은 즉각 폐기 조치된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6급 공무원에
휘둘리는 BH


김 수사관이 보고했으나 특감반장에 의해 폐기된 문건과 관련, 박 반부패비서관은 “김 수사관은 지난해 7월14일 정식 임명돼 일해왔다. 특감반 초기에 이전 정부서 민간영역까지 다양한 첩보를 수집하던 관행을 버리지 못하고 민간영역 첩보를 보고했다”며 “특감반장이 ‘우리 정부는 이전 정부와 다르니 앞으로 이런 첩보를 수집하지 말라’고 제지했고 이후 김 수사관은 1년간 문제되는 문건 작성을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사건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김 수사관과 건설업자 최모씨의 유착 의혹이 짙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김 수사관이 이달 초 경찰청 특수수사과를 방문했을 당시, 스폰서로 알려진 건설업자 최씨가 경찰의 소환 조사를 받고 있던 것으로 전해진다. 
 

▲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경찰청과 여권에 따르면 김 수사관은 지난 11월2일 오후 2시50분 경찰청 특수수사과를 방문했다. 공교롭게도 이날 오전 9시30분부터 오후 4시까지 김씨의 스폰서로 알려진 건설업자 최씨가 경찰청 특수수사과 수사 2팀에서 공무원 비리에 연루된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던 중이었다.

경찰청에 따르면 김씨는 이날 특수수사과를 방문해 자신이 첩보를 제공한 사건의 진행 상황을 알려달라고 요청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상식적으로 볼 때 김씨가 최씨의 수사 상황 분위기를 보러왔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김 수사관이 최씨를 직접 언급하거나 최씨 관련 사건을 캐묻지는 않았다고 한다. 경찰청은 청와대 직원이 직접 수사 상황을 알아보는 경우가 이례적이었던 만큼 곧바로 청와대에 보고했다. 

청와대는 즉각 감찰에 착수했다.

김 수사관은 언론 인터뷰서 “내가 생산한 생생한 첩보 실적을 확인하기 위해 경찰청을 방문했다”고 밝혔다. 승진을 위한 실적 확인 차원일 뿐 지인 최씨의 수사에 영향을 미치려던 것은 아니었다는 취지다. 

국회 행정안전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의원은 “김 수사관은 방문 당시 지인이 경찰청 내에서 조사를 받고 있었다는 사실은 밝히지 않았다”는 점을 근거로 내세우며 “경찰청 방문이 단순 방문이 아니라 해당 건설업자 수사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방문이었다는 합리적 의혹이 짙어지고 있다”고 반박했다.

앞서 청와대 관계자는 “김 수사관이 경찰청에 가기 전에도 최씨와 수차례 통화를 했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김 수사관이 지난 추석과 설 명절에 최씨에게 대통령 명의의 선물을 보낸 것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파만파…
사건 확대 양상

수사도 더욱 확대되고 있는 양상이다. 대검찰청 감찰본부는 지난 18일 김 수사관의 골프접대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 함께 골프를 친 KT 상무와 골프장에 대해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김 수사관이 여러 차례 사업가들과 골프를 치고 비용을 지불하지 않았다는 의혹과 관련해 골프장 7~8곳가량에 대해 이날 압수수색을 벌인 것. 동시에 함께 골프를 친 의혹을 받는 KT 상무의 휴대전화를 압수수색했다. 
 

▲ 서울중앙지검

지난 14일 김 수사관의 휴대전화를 압수한 데 이어 두 번째 압수수색을 집행한 셈이다. 골프접대 의혹과 관련된 장소와 인물에 대해 법원이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해준 만큼 범죄 혐의가 일정 부분 소명됐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검찰은 김 수사관이 골프를 치게 된 경위, 청탁성 접대 여부 등을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현재 김 수사관이 감찰반 근무 당시 경찰청 특수수사과서 진행 중인 지인의 뇌물혐의 수사 진행 상황을 파악하려 했다는 의혹, 지난 8월 감찰을 담당했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감사담당관으로 승진·전보하려 했다는 의혹, 골프 향응 의혹 등에 대해 고강도로 조사 중이다.

골프장 압수수색·KT 상무 휴대전화 압수 
김태우 수사관 스폰서도 경찰조사 받아

세 가지 의혹 중 과기부 감사담당관으로 승진·전보하려 한 의혹에 대해서는 특별감찰단을 투입했고, 나머지는 감찰1과서 맡고 있다.

검찰은 청와대가 고발한 김 수사관의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 사건을 수원지검에 배당했다.

문무일 총장은 지난 20일 김태우 전 특별감찰반 파견 직원에 대한 청와대의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 고발사건을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서 수원지검으로 이송하라고 지시했다. 현재 서울중앙지검 소속인 김 수사관을 서울중앙지검서 수사하는 것은 수사 공정성 차원서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해 김 수사관의 주소지 관할 검찰청인 수원지검에 사건을 배당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대검찰청 감찰본부의 조사도 마무리되는 대로 수원지검에 배당될 것으로 전망된다. 내달 김 수사관에 대한 감찰조사를 종료한 뒤 조사결과를 문 총장에게 보고할 예정이다. 감찰결과 추가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공식수사로 전환될 것으로 보인다. 

또 우윤근 주러시아대사 금품수수 의혹 등 김 수사관이 폭로한 사건들도 우 대사 측의 명예훼손 고발 등이 이뤄질 경우 수사 효율성 차원서 수원지검서 수사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정치권 불똥 
여야 극한대립

사정기관에선 사건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내다봤다. 한 사정기관 관계자는 “단순히 해프닝으로 끝날 사건이 엄청 커지고 있다. 골프장을 압수수색해 나온 리스트와 KT 상무의 휴대전화서 어떤 게 튀어나올지 모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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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당내 강경파의 반발로 인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동병상련을 느낄 법한 두 사람은 여야 지도부 회동이라는 전략적 제휴에 가까운 선택으로 각자의 어려움을 풀고 정국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용산 대통령실로 초청했다. 오찬은 약 1시간 동안 진행됐고,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30분 동안 비공개 영수회담을 진행했다. 유튜브 권력자?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여야의 수장이지만, 각자의 이유로 자신의 진영에선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두 사람의 회담은 이 때문에 더욱 주목받았다. 정 대표는 지난달 26일 장 대표가 선출된 이후 줄곧 ‘무시’ 전술로 대응했다. 정 대표는 장 대표 선출 여부와 관계없이 국민의힘에 대해 정당해산심판 청구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강공 기조를 잇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런 상황에서 여야 지도부 회동과 영수 회담을 진행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이 대통령이 장 대표와 만난 것 자체가 고립무원에 처한 이 대통령의 상황을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겪는 어려움은 여당인 민주당과의 관계로부터 시작된다. 이 대통령과 민주당의 관계에 대해선 “대통령 위에 방송인 김어준씨가 상왕으로 군림한다”는 설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이 대통령은 문재인 전 대통령 등 친문(친 문재인) 진영과 오랜 갈등 관계에 있었고 “민주당에서 세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김어준 상왕설’은 이젠 진보 성향 언론에서도 공공연하게 거론한다. <주간경향>은 지난 8일 ‘김어준 상왕설’을 다루면서 “김씨가 비판·견제가 어려운 신성불가침 영역이 됐다”는 민주당 내부 반응과 “김씨는 민주당의 고정 상수고, 당의 일부 기능이 김씨의 유튜브 채널로 이관됐다”는 일부 정치평론가 반응도 소개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로 알려진 민주당 곽상언 의원은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유튜브 권력이 정치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면서 김씨를 강하게 비판했다. 다음 날엔 “저는 ‘유튜브 권력자’에게 머리를 조아리면서 정치할 생각은 없다”며 “이 방송에 출연하면 공천받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얘기를 들은 기억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노 전 대통령은 지난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조선일보>는 민주당 경선에서 손을 떼라’는 의견을 밝히셨다”고 강조했다. 곽 의원은 곧바로 반격을 받았다. 같은 당 최민희 의원은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곽 의원을 일컬어 ‘부화뇌동 국회의원님’이라고 지칭하면서 “자존감을 좀 가지시라. 부끄럽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최 의원이 곧바로 반격한 것은 역설적으로 김씨와 이 대통령의 위상을 확인시켜 줬다. 이 대통령은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50%가 넘는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 해체 ▲각종 외교 현안 ▲조국혁신당 성범죄 의혹 등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위에서 누르고 옆에서 치받고 이 대통령 앞에 수북한 난제 민주당에선 정 대표가 검찰개혁 관련 공세를 주도한다. 현재 진행 중인 3개의 특검(내란·김건희·채 상병)과 관련해 수사 기간·범위·인력 대폭 확대와 관련 재판 녹화 중계를 추진하는 특검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개정안은 이미 국회 법사위를 통과했고, 국민의힘은 헌법재판소에 효력정치 가처분을 신청했다. 검찰을 겨냥해선 “추석 전 검찰을 해체하고,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과 공소청을 설치하겠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사법부를 겨냥해선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과 이재명정부 내부에선 중수청의 소속 부처를 놓고 이미 갈등이 있었다.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으로 알려진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에 설치하면 민주적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면서 사실상 ‘법무부 설치’를 주장했다. 그러자 친민주당 진영은 정 장관에게 강하게 반발했다. 그동안 친민주당 성향을 강하게 드러냈던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지난달 29일 검찰개혁 공청회에서 “정 장관도 검찰에 장악돼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검찰개혁 후속 법안을 마련하는 정부 기구 구성과 관련해 정 대표와 대통령실 우상호 정무수석이 크게 언쟁을 했다”는 설까지 불거졌다. 장 대표는 이 대통령과 만났을 당시 공개 발언에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와 관련해 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했다. 장 대표가 거부권 행사를 요청한 명분은 ‘견제와 균형 붕괴’였다. 장 대표는 이어진 비공개 회동에서도 “오랫동안 되풀이된 정치 보복 수사를 끊어낼 수 있는 적임자는 이 대통령”이라면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에 강한 우려와 유감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장 대표에게 뚜렷한 답변을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이 대통령의 반응을 놓고 “이 대통령이 제어하지 못하는 상황일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정 장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중수청 소속 부처도 행정안전부로 결정됐다. 이에 대해서도 “이 대통령이 당의 의사를 이겨내지 못한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4일(현지시각) 미국 조지아주에서 발생한 현대차·LG 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의 한국인 노동자 300여명 구금 사태도 이 대통령에게 비판의 화살이 집중되는 계기가 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그로부터 불과 10일 후 발생한 사태였다. 안팎 모두 꼬인 실타래 한미 양국은 정상회담 후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를 조성하기로 합의했고, 미국이 한국에 부과하는 관세율은 15%로 확정했다. 일본은 5500억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기로 한 후 15% 관세율을 받아냈다. 그런데 일본의 관세율 15%가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내려지면서 명문화된 것과 달리, 우리는 아직 문서를 받아내지 못했다. 미국 정부는 “3500억달러 투자처를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노동자 300여명이 구금된 구체적인 이유는 이들이 최대 90일 동안 단기 체류만 할 수 있는 무비자 전자여행허가 제도를 통해 입국해 근무한 것이었다. 단기 체류 비자로 입국해 근무한 이상 불법체류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까지 진행한 이 대통령에겐 “미국을 왕래하는 국민의 비자 문제에조차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이냐”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커진다. 일본과의 외교도 난항에 부딪힐 가능성이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진행한 후 17년 만에 공동언론발표문을 채택했다. 정상회담도 그만큼 훈훈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하지만 낮은 지지율과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의 지난 7월 참의원 선거 패배로 인해 사퇴 압력에 시달리던 이시바 총리는 지난 7일 결국 사퇴를 선언했다. 후임 총리 후보로는 자민당 다카아치 사나에 의원과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시바 총리와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자민당 내에서 파벌 색이 짙지 않아 비교적 온건한 정치 성향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다카이치 의원은 강경한 우익 포퓰리스트였던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알려졌다. 다카이치 의원은 ▲야스쿠니 신사 참배 ▲헌법 개정 ▲재무장 추진 ▲아베노믹스 계승 등 아베 전 총리와 거의 비슷한 정치색을 드러냈다. 지난 1994년엔 <히틀러 선거전략>이란 책의 추천사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책엔 “단기간에 여론을 모아 권력을 빼앗았다”거나 “긴급조치로 적을 섬멸했다”는 등의 독일 나치의 선거전략을 높이 평가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설득할 수 없는 유권자는 말살한다”는 등 작전을 일본 정치인의 선거 승리 전략으로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 전 대통령은 자신에게 호의적인 국내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고의로 신사 참배를 했던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민주당 소속임에도 강경한 우익 성향으로 유명했던 노다 요시히코 전 총리와 갈등하면서 지난 2012년 전격적으로 독도를 방문하는 강수를 뒀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재임 중 아베 전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으면서 대중국 외교에 공들였다. 다카이치 의원이 후임 총리가 되면, 이 대통령도 전임 대통령들처럼 상당한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 나비효과 게다가 우원식 국회의장은 지난 3일 중국 전승절 80주년 경축 행사에 참석한 것으로 보수 성향 유권자들에게 큰 비판을 듣고 있다. 우 의장은 행사에 함께 참석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짧게 인사를 나눴다. 반면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김 위원장을 2번이나 불렀음에도 아무 반응을 얻지 못해, 이 역시 보수 성향 유권자들로부터 큰 비판을 받고 있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이후 친서방 외교에 유화적인 방향으로 선회하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전통적 방향과 충돌하는 상황으로 해석되고 있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내부에서 불거진 성추행·성희롱 사건도 이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은 조국 비상대책위원장 등 친문 핵심 일부가 창당했다. 이 사건은 혁신당 강미정 전 대변인이 탈당하면서 폭로해 외부에 알려졌다. 가해자로 지목된 김보협 수석대변인은 문 전 대통령과 친분이 돈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우석 전 사무부총장은 조 비대위원장이 민정수석이었을 당시 민정수석실 행정관을 지냈다. 조 비대위원장은 그동안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이 여파는 민주당과 이 대통령에게 번지고 있다. 기성세대 남성의 위선과 운동권 특유의 성 문화 논쟁으로 확대되면서,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범죄 사건까지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으로선 친문계와 빚고 있는 광범위하면서도 조직적인 엇박자가 국정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그 뒷감당까지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장 대표도 이 대통령 못지않은 고립무원 상황에 직면했다. 시작은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로부터도 신임받았던 김도읍 의원을 지난 1일 정책위의장으로 임명한 것이었다. 그러자 “장 대표 당선에 큰 공을 세웠다”고 자부하던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들이 크게 반발했다. 특히 고성국 ‘고성국TV’ 대표는 지난 2일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려면, 국민의힘이 지자체장 30석을 자유통일당 등 자유 우파 정당 4개에 양보하면 된다”고 요구했다. 강경 보수 공세 친한 숙청 시동 민주당의 각종 입법 공세 방어 등 대여 공세 수단도 마땅치 않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노란봉투법 통과를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를 동원했지만, 큰 의미를 두기 어려웠다. 노란봉투법은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 종료 직후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민의힘이 할 수 있는 일은 본회의 불참밖에 없었다. 3개의 특검은 이미 국민의힘을 사정권에 두고 있다. 현실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은 실질적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장외 집회밖에 없다. 장 대표는 강경한 대여 공세를 약속하면서 당 대표에 당선됐지만, 강경한 대여 공세를 할 수 있는 현실적인 수단은 처음부터 없었다. 따라서 여야 지도부 회동은 장 대표에겐 정치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기회였다. 최소한 “이 대통령에게 우리의 요구를 가감 없이 전달했다”고 자부할 만한 명분이 마련된 것이었다. 내부 사정도 녹록하진 않다. 장 대표에겐 지난해 12월 결별한 친한계(친 한동훈)와의 내부 투쟁도 숙제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다만 장 대표가 당선된 것 자체가 이미 친한계엔 큰 타격이었다. 아울러 친한계엔 ▲김종혁 전 최고위원 ▲신지호 전 사무부총장 ▲윤희석 전 대변인 ▲송영훈 전 대변인 등 국민의힘을 대표해 각종 시사프로그램 패널로 출연하는 인사들이 다수 소속돼있었다. 이들은 대체로 친한계의 이해관계를 각종 방송에서 대변했다. 장 대표는 지난 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서 “방송에서 당의 의견을 가장해 당에 해를 끼치는 발언을 하는 것도 해당 행위”라며 “국민의힘을 공식적으로 대변하는 인물임을 알리는 패널 인증제도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장 대표의 방침은 “국민의힘 몫 토론자로 출연해 친한계를 대변하는 인사들을 방송에서 솎아내려는 것”이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처럼 장 대표는 당내에서 양면 전선을 펼쳐놨기 때문에 현재 상황이 녹록지 않다.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하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로선 여야 지도부 회동이 동병상련에 가까운 전략적 제휴였을 가능성이 있다. 장 대표는 비공개 회담에서도 국민의힘의 의견을 모두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도 뚜렷한 확답만 하지 않았을 뿐, 대통령 당선 이전 강성 이미지를 중화하려는 듯 유화적으로 대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불화를 이용하려고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장 대표도 내부 반발이 있고,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해야 해서 제 코가 석 자”라고 보고 있다. 아울러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그동안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나름대로 중도를 지향하고자 강경파와 투쟁해야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당분간 이들이 전략적 제휴를 맺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의 회담 분위기를 무색하게 하듯이 다음 날인 지난 9일 진행된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내란 청산은 정치 보복이 아니”라며 “국민의힘이 내란 세력과 단절하지 못하면, 위헌정당 해산심판 대상이 될지도 모르니 명심하라”고 경고했다. 수북한 현안들 ‘내란’은 민주당이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을 공격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일반 명사가 됐다. 정 대표는 대표적인 당내 강경파로서, 국민의힘에 대한 강경한 태도가 정치적 상징이 된 지 오래다. 이 대통령과 장 대표가 마주 보고 성과를 낼수록 정 대표는 설 자리를 잃는다. 정 대표의 제동은 “고립무원에 처한 여야 수장이 서로에게 동병상련을 느껴도 큰 의미가 없을 것”이란 경고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다. 바퀴들이 삐걱대는 사이 현안은 더욱 수북이 쌓이고 있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