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베트남 영웅’ 박항서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8.12.21 17:41:44
  • 호수 119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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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항세오 신드롬에 두 나라 ‘들썩’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경질 위기부터 스즈키컵 우승까지. 베트남의 영웅으로 등극한 ‘바캉서’ 박항서 감독. 그의 여정이 베트남 현지서 주목받고 있다. 베트남 언론은 박 감독을 올해 ‘최고의 인물’로 선정했다. 그야말로 박항서 신드롬이다.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축구대표팀은 지난 15일 밤 9시30분(한국시각) 베트남 하노이에 위치한 미딘 국립경기장서 열린 말레이시아와의 2018 아세안축구연맹(AFF) 스즈키컵(동남아시아 국가 대항전) 결승 2차전 경기서 1-0으로 승리했다.

A매치 무패행진
가장 긴 기록

이로써 베트남은 1, 2차전 합계서 3-2로 앞서며 2008년 이후 10년 만에 스즈키컵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베트남은 결승 2차전 승리로 A매치 무패행진을 16경기(9승7무)로 늘렸다. 이는 현재 A매치 무패행진을 이어가는 국가 가운데 가장 긴 기록이다.

베트남의 우승이 확정되자 홈 관중 4만여명의 함성으로 경기장은 열광에 빠졌다. 현장서 경기를 관람하던 베트남 권력서열 2위 응우옌 쑤언 푹 총리와 서열 3위인 응우옌 티 낌 응언 국회의장도 자리서 벌떡 일어나 주변에 있던 사람들과 악수하며 기뻐했다. 이어진 시상식서 푹 총리는 박 감독을 한참이나 안은 뒤 양쪽 엄지손가락을 번쩍 치켜세웠다. 

베트남 주요 도심에는 수많은 시민들이 몰려 금성홍기(베트남 국기)를 흔들거나 부부젤라를 불며 축제를 즐겼고, 곳곳서 ‘박항세오(박항서의 베트남식 발음)’를 외쳤다.


박 감독은 지난 15일 베트남 ‘탄니엔’을 통해 “굉장히 기쁘다. 선수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며 “베트남 국민들도 엄청난 응원을 보내주셨다. 베트남 팬들의 사랑을 느낄 수 있어 영광스럽다. 이 우승컵을 베트남 국민 모두에게 바치고 싶다”며 우승의 기쁨을 만끽했다.

이어 그는 “팀으로 이뤄낸 성과다. 내가 감독으로서 하는 역할은 많지 않다. 23명의 선수 모두가 노력한 덕분에 가능한 일이었다”며 “베트남 대표팀을 맡아 아주 행복하다. 베트남과 한국의 연결고리가 된 것도 영광스러운 일”이라고 흡족해했다.

베트남은 ‘박항서 매직’에 흠뻑 취했다. 베트남 국영방송 VTV1은 축구대표팀을 동남아시아 최정상에 올려놓은 박항서 감독을 올해 최고의 인물로 선정했다고 지난 18일 밝혔다.

VTV1은 해마다 그해 가장 위대한 업적을 달성한 인물을 뽑는데, 이번에는 극히 이례적으로 외국인인 박 감독이 선정됐다. VTV1은 조만간 박 감독을 초청해 내년 1월1일 방영할 신년 기획 프로그램을 제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스즈키컵 10년 만에 우승 ‘승승장구’
현지 언론들 2018 최고의 인물로 선정

국내서도 박항서 신드롬이 불었다. 토요일 밤 아세안축구연맹 스즈키컵 2018 결승 2차전 베트남-말레이시아 시청률이 18%를 넘은 것으로 나왔다. 지난 16일 시청률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전날 오후 9시8분부터 11시21분까지 SBS가 생중계한 베트남-말레이시아전 시청률은 전국 18.1%, 수도권 19.0%로 집계됐다. 

SBS는 그동안 SBS스포츠를 통해 베트남의 스즈키컵 경기를 중계했다. SBS는 베트남-말레이시아 결승 1차전 경기를 SBS스포츠로 중계한 뒤 2차전 생중계를 결정했다. SBS에 따르면 1차전 시청률은 4.7%를 기록했고, 경기 후반에는 무려 7%를 돌파하기도 했다. 이 같은 시청률은 한국프로야구 중계(KBO)를 포함한 2018년 한 해 케이블 채널서 방송된 스포츠 프로그램 중 가장 높은 시청률을 차지한 것이다.  


1차전 시청률은 2010년 이후 케이블 채널서 방송된 모든 스포츠 콘텐츠 중에서도 최고를 기록한 수치다. 심지어 결승 1차전 경기는 당일 동 시간대 방송된 일부 지상파 드라마까지 제치는 기염을 토했다. 2차전을 지상파로 중계한 SBS는 우승 세리머니까지 중계했다.
 

박항서 신드롬의 요체는 ‘탈권위’에 있다. 박 감독은 천진난만하게 선수들과 베트남 국민에게 다가섰다. 이 때문에 현지 언론은 박 감독을 '파파 리더십'이라고 부르며 마음을 훔치는 영적 지도라라고 호평했다.

축구 전술을 넘어 선수와 인간적인 관계를 맺음으로써 전력 이상의 성과를 얻는 데 특화된 지도자라는 평이다. 축구뿐 아니라 베트남 사회 고유의 결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칭찬했다. 말이 안 통해 스킨십으로 선수들에게 다가간 박 감독의 능력은 빼어난 실적에 힘입어 더욱 높이 평가받고 있다. 

탈권위 행보
특화된 지도자

선수들은 박 감독을 ‘짜’라는 애칭으로 부른다. 베트남서 짜는 아버지를 의미한다. 인간적인 면이 부각된 덕분이다. 부상 선수가 편하게 쉴 수 있도록 비즈니스석을 양보하고, 쌓인 피로를 풀어주기 위해 발을 마사지해줬다. 선수들이 먼저 입국 절차를 마칠 수 있도록 입국심사 대기줄의 맨 끝에 선 모습 등은 베트남 언론서 스포트라이트와 찬사를 동시에 받았다. 

박 감독은 또 실수하더라도 꾸짖기보다 “다음엔 잘할 수 있다”고 격려하고 용기를 불어넣는다. 그의 ‘수평적 리더십’에 베트남은 열광하고 있다. 이런 리더십에 기반한 탁월한 지도력은 축구변방으로 분류됐던 베트남을 단기간에 동남아 최강, 아시아의 다크호스로 조련했다. 

박 감독은 우승 축하금 10만달러(약 1억1000만원)와 메달도 기부했다. 지난 16일, 응웬 쑤언 푹 베트남 총리의 초청으로 꽝남 경제특구 15주년 기념행사장을 방문했을 때 받은 것이다. 이 자리서 베트남 자동차 업체 타코 그룹은 우승 축하금으로 베트남 대표팀에 20억동(약 9700만원), 박 감독에게 10만달러를 쾌척했다.

박 감독은 이 축하금을 받자마자 “베트남 축구 발전과 빈곤층을 위해 써달라”며 기부 의사를 밝혔다. 또 기념촬영 중 푹 베트남 총리로부터 받은 우승 메달을 쩐 꾸옥 투안 베트남축구협회(VFF) 부회장의 목에 걸어줬다. 우승 축하금에 이어 우승 메달까지 양보한 것이다. 푹 총리는 이 자리서 박 감독과 베트남 대표팀에 대해 “그들의 영웅 정신, 용기, 의지 덕분에 스즈키컵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다”고 극찬했다.

베트남에 부는 박항서 신드롬 덕분에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도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박 감독의 선전이 한국 기업들에도 후광효과를 낳은 것이다.

현대자동차는 베트남 시장서 지난달까지 2017년(2만6881대)보다 2배가량 증가한 5만548대의 차를 팔았다. 현대차는 베트남 기업인 탄콩과 세운 합작법인 HTMV를 통해 차를 생산 및 판매한다. 기아자동차도 지난 10월 지난해 전체 판매량인 2만2136대를 넘어섰다. 자동차 업계는 현대차의 품질 및 판매 증대 노력과 함께 박항서 매직이 판매량 신장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삼성그룹의 경우 삼성전자 베트남 법인 브랜드 광고모델로 활동 중인 박 감독의 선전을 누구보다도 반기고 있다. 삼성전자, 삼성전기, 삼성SDI 등 주력 계열사를 통해 현지인 13만여명을 고용 중인 삼성그룹은 베트남서 상상을 초월하는 인기를 끌고 있는 박 감독이 회사와 제품 이미지를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삼성그룹은 현지서 베트남 수출의 20∼30%를 담당하고 있다. 그런 만큼 삼성그룹의 움직임 하나하나가 관심의 대상이다. 지난 9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문재인 대통령 특별수행단으로 북한을 방문했을 때 베트남은 발칵 뒤집혔다. 삼성이 베트남에 있는 생산기지를 북한으로 옮길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이었다. 이 부회장이 지난 10월 베트남을 방문한 데는 베트남의 불안감을 가라앉히는 데도 목적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들 기업 외에도 LG, SK, 포스코, 효성도 후광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SK의 경우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달 응웬 쑤언 푹 총리와 만나 베트남 국영기업 민영화 참여, 환경문제 해결 방안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눠 주목을 모았다. 이 자리서 응웬 총리는 “이렇게 매년 만나는 해외기업의 총수는 최태원 회장뿐일 정도로 SK에 대한 관심이 남다르다”며 SK에 대한 친밀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진출 기업들
박 특수 만끽

박 감독을 모델로 기용한 국내 기업들이 크게 선전하고 있다. 동아ST서 생산하고 있는 자양강장제인 박카스가 베트남서 대박을 쳤다. 박항서가 박카스와 발음이 비슷하다는 이유다. 박카스는 지난 5월 박 감독을 모델로 내세워 베트남시장에 진출한지 4개월 만에 280만개 판매량을 돌파했다.

지난 18일 GS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GS25에 따르면 스즈키컵 준결승전 직후인 지난 3일부터 17일까지 현지 GS25 점포 24곳의 점당 평균 매출이 전월 대비 12.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베트남에 진출한 은행도 박항서 특수를 만끽하고 있다. 신한베트남은행은 박 감독과 베트남 축구선수 쯔엉을 홍보모델로 기용하면서 고객수가 10% 이상 늘었다. 
 

더불어 박 감독의 브랜드가 갖는 가치는 상상 이상이다. 한국과 베트남의 외교관계서 그 어떤 정치인이나 외교관도 이루지 못한 성과를 박 감독이 이룬 것이다. 박 감독은 우승 인터뷰서 “베트남 국민들이 나를 사랑해주는 것처럼 한국도 사랑해줬으면 좋겠다”며 “조국 대한민국서 23세 이하(U-23) 아시아 챔피언십, 아시안게임, 스즈키컵까지 많은 관심과 격려를 보내준 데 대해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스즈키컵 우승 이후 청와대 홈페이지에는 ‘박항서에게 훈장을 지급하라’거나 ‘베트남 명예대사로 임명하라’는 국민청원이 올라왔다. 한 청원인은 “누구도 하기 힘든 일을 해내고 한국을 빛내주셨다. 살면서 한국이 이렇게 자랑스러운 적은 처음”이라고 적었다.


전문가들은 박 감독에게 열광하는 분위기가 얼어붙은 경제상황과 맞물려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박 감독이 한국인이라는 점에서 ‘우리가 해냈다’는 동질감을 강하게 느끼고 있다”며 “경제가 어렵고 개개인의 현실이 불안정하다 보니 특정 인물의 성공신화에 더 열광한다”고 말했다.

서민적인 말·행동 ‘파파 리더십’
실력·리더십으로 자신 가치 입증

국내 축구팬, 스포츠팬들에게도 박 감독은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축구계서 사실상 퇴출당한 뒤 늦은 나이에 베트남으로 건너가 능력으로 인정받았다는 점도 이유로 꼽힌다. 더불어 박 감독은 ‘흙수저’에 비유할 수 있다. 선수와 지도자로 주목받은 적이 없다. 스타덤과는 인연이 없었고 지명도서 밀려 ‘찬밥’ 신세였다. 하지만 베트남대표팀을 맡은 뒤 오직 실력으로 자신의 가치를 입증했다.

경남 산청이 고향인 박 감독은 키(170㎝)는 작았지만 힘과 기동력이 좋은 선수였다. 경신고와 한양대서 미드필더로 뛰었던 그는 신체적인 불리함을 부지런함과 악바리 근성으로 버텨냈다. 

하지만 선수로서 크게 성공하지는 못했다. 대한축구협회 기록에 따르면 국가대표팀에는 총 2번 소집됐고, A매치 출전은 단 한 번이다. 그는 1981년 실업축구 제일은행에 입단해 1988년 럭키 금성 황소서 은퇴했다. 1985년 리그 ‘베스트 11’에 뽑힌 적도 있지만 ‘선수 박항서’는 ‘스타’와 거리가 멀었다. 

1994년 미국월드컵에선 김호 감독의 국가대표팀서 트레이너로 활동했고, 1997년 수원 삼성으로 옮겨 코치생활을 하다가 2000년에 수석코치로 발탁됐다. 이때가 박 감독에게 인생의 전환점. 2002년 한일월드컵을 위해 부임한 거스 히딩크 감독과 함께 일할 기회를 얻게 되면서부터다. 

4강 신화 덕에 박 감독 앞에 탄탄대로가 펼쳐질 법도 했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2002년 8월6일 대한축구협회는 박 감독을 부산아시안게임 대표팀 감독으로 선임했지만, 성적 부진을 이유로 선임 70여일 만에 박 감독을 경질했다. 애초 약속한 임기는 2004년 아테네 올림픽까지였다. 

탄탄대로?
비주류의 성공

당시 박 감독과 협회 간 빚어진 갈등을 두고 뒷말이 무성했다. 이후 그는 K리그 여러 구단을 전전했지만 2002년의 영광을 재현하지는 못했다. 운도 환경도 따르지 않았을 터. 그러다 한국 지도자들에게 불모지나 다름없는 베트남에 정착해 비로소 다시 꽃을 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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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돌아왔다. 3년의 옥살이 끝에 무죄를 선고받은 만큼 명분과 서사를 모두 거머쥐었다. 두 팔 벌려 환영했지만 송 전 대표를 바라보는 정청래 지도부의 고심이 깊은 모양새다. 앞으로 치러질 각종 선거의 변수가 된 송 전 대표의 쓰임새는 무엇일까? 지난달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의 무죄가 확정됐다. ‘돈봉투 사건’을 주도하고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검찰이 상고를 포기하면서다. 송 전 대표는 “돈봉투 의혹 사건, 2심 무죄에 이어 최종 무죄가 확정됐다”며 “긴 시간 함께 걱정해 주시고, 흔들림 없이 믿어주시며 끝까지 곁을 지켜주신 많은 분의 성원에 다시 한번 깊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진실은 결국 가려지지 않았다. 이제 더 단단해진 마음으로, 책임 있게 앞으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돌아온 큰형님 송 전 대표는 지난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경선을 앞두고 6000만원의 상당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역 본부장에게 현금이 든 돈봉투를 건네고, 민주당 윤관석 의원을 통해 국회의원에게 나눠줄 돈봉투 6000만원을 제공하는 데 개입한 혐의 등을 받았다. 아울러 그의 외곽 후원 조직인 ‘사단법인 먹고사는문제 연구소(이하 먹사연)’를 통해 기업인 7명으로부터 후원금 명목의 불법 정치자금 총 7억6300만원을 챙긴 혐의 등도 있다. 당초 1심 재판부는 송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으나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윤성식)는 이를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원심 판단이 돈봉투 사건과 먹사연 사건 범죄 사실의 관련성을 인정한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먹사연 사건 관련 공소 사실의 경우 압수물이 영장 없이 증거로 사용됐다”고 판단했다. 송 전 원내대표의 복귀는 화려했다. 무죄가 선고된 날 서울고등법원 현장에는 민주당 강득구·김교흥·김상욱·박선원·부승찬·전현희 의원 등 10여명이 모였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역시 자신의 SNS에 “송 대표의 무죄 판결을 축하한다. 그동안 고생 많으셨다”며 “검찰 전횡을 바로잡는 검찰개혁에 더 매진하겠다”고 작성했다. 이 판결로 송 전 대표는 ‘정치 검찰의 희생양’이라는 강력한 명분을 얻었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정치 검찰의 서슬 퍼런 칼날을 이겨내고 돌아오신 송 전 대표를 환영한다”며 “이재명정부 성공을 향해 연대와 통합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송 전 대표는 이날 민주당 인천시당을 찾아 복당 신청서를 제출했고, 그달 27일 최종 의결됐다. 정 대표는 “송 전 대표의 복당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앞으로 민주당 발전과 이정부의 성공을 위해 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또한 정 대표는 “탈당 후 당의 요청이 아니면 다른 경선에서 20% 감산되는 불이익을 받는데, 당 대표인 제가 요청해 (감산이 없도록) 처리하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인천시당에 복당을 신청한 것이 서울시당으로 이첩됐던 것을 중앙당 당원자격심사위원회로 보내라고 지시해 복당했다”고 말했다. “정치 검찰 피해자” “이재명의 은인” 정점 찍은 서사…‘송 사용법’ 고심 송 전 대표는 2021년 전당대회서 당의 주류였던 친문(친 문재인)계를 꺾으며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났다. 그런 그에게는 이재명 대통령과 끈끈한 연결고리가 있다. 같은 해 치러진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서 두 사람의 관계가 본격화됐고, 송 전 대표가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밀어줬다는 이른바 ‘이심송심’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대선에서 패배한 이재명 후보를 국회로 이끈 인물 역시 송 전 대표다. 그는 2022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인천 계양을 지역구에서 사퇴했고, 그때 이 후보가 보궐선거를 통해 당내에 입성했다. 당시 그는 이 후보의 전략공천을 환영하는 입장을 밝히며 “당의 단단한 결정과 이재명 (당시) 상임고문의 결단이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됐다. 이 상임고문은 우리 민주당과 현재 한국 정치에 큰 자산”이라고 치켜세우며 “이번 지방선거 승리의 큰 구심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후보가 국회 입성에 성공하고 당 대표직을 따내는 등 정치인으로서 성공가도를 걸었던 반면, 송 전 대표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하며 정치적 치명상을 입게 됐다. 이때부터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는 송 전 대표가 ‘자신을 희생하고 후배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정치인’이라는 인식으로 남았다. 2023년 두 사람에게 본격적인 위기가 찾아왔다. 돈봉투 의혹 수사가 송 전 대표를 덮쳤고, 이재명 대표는 거리를 두는 전략을 택했다. 민주당은 당 전체의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송 전 대표의 자진 탈당을 압박했고, 송 전 대표 역시 당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며 당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3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은 송 전 대표가 자신의 서사를 어떻게 활용할지 이목이 쏠린다. 과거의 영광을 누렸던 그가 복귀하자 현 수장인 정 대표의 셈법만 복잡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방선거, 전당대회, 나아가 다음 대선까지 송 전 대표가 차후 진행될 모든 선거의 변수가 됐다. 6월 치러지는 지방선거 및 재보궐선거가 첫 번째 관문이다. 복당 이후 송 전 대표는 자신의 지역구였던 계양을로 이사오면서 이곳에서 치러질 보선에 출사표를 던질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계양구는 송 대표의 정치적 고향으로, 지난 2000년 해당 지역에서 당선돼 16대 국회에 입성한 뒤 17·18·20·21대 총선까지 내리 승리했다. 이때 쌓은 조직력을 기반으로 2010 민선 5기 인천시장에도 당선됐다. 굴리는 주판알 인천 계양에 출마가 유력한 김남준 청와대 대변인과의 교통정리 여부가 변수다. 송 전 대표는 YTN과의 인터뷰서 김 전 대변인도 계양을 출마 의사를 밝힌 것에 대해 “당 지도부가 잘 판단하고 결정할 것”이라며 “지역구라는 게 정치인들이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고, 국민과 당원의 뜻이 중요하다. 당 지도부가 여러 가지를 검토해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중진과 대통령의 최측근인 신인 정치인의 대결구도가 예상되는 만큼 시선은 지도부의 교통정리에 쏠렸다. 정 대표와의 신경전도 예상된다. 정 대표가 당 대표 연임에 도전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송 전 대표가 국회에 입성하면 차기 당권을 노릴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다. 송 전 대표가 실제 당권에 도전할 경우 정 대표를 비롯해 ‘차출설’이 제기되는 김민석 총리와 함께 3파전 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론조사에서는 벌써 송 전 대표의 이름이 거론된다. 지난달 26일 <뉴스토마토>가 23일부터 24일까지 이틀간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34명을 대상으로 ‘민주당 8월 전당대회에서 다음 세 사람이 맞붙는다면, 누가 민주당을 이끌 차기 당대표로 적합하다고 보는지’를 묻는 말에 답변은 ▲정청래 대표 21.6% ▲송영길 전 대표 19.4% ▲김민석 국무총리 18.8%로 집계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이며 ARS(RDD) 무선전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1.8%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강경 개혁파로서 외연 확장성이 부족하다는 게 단점으로 지적돼 왔다. 정 대표의 강경 노선이 지지층 결집에는 효과적이지만, 중도층과 무당층을 포섭해야 하는 전국 단위 선거에서는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 대통령과 비슷한 중도·실용주의적 성향인 송 전 대표는 민주 당원의 또다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이미 온라인 공간에서는 ‘뉴이재명’ 그룹이 송영길 역할론에 불을 지피면서 그의 존재감을 키워주는 상황이다. 거침없는 저격수 따라서 송 전 대표 본인이 나서지 않더라도 정 대표의 리더십에 불만을 가진 세력이 정청래 VS 송영길 구도를 만드는 등 당내 경선을 앞두고 판이 깔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결국 모든 권력투쟁의 종착지가 그렇듯 그가 2027년 치러질 대통령 선거에까지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송 전 대표는 복귀와 동시에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다. 최근 친청(친 정청래)·친문으로 분류되는 김어준씨의 유튜브 채널 ‘뉴스공장’을 정면으로 비판하는가 하면,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을 두고 ‘대국민 사기’라며 문재인 전 대통령의 책임을 거론하기도 했다. 그는 한 라디오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 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인 ‘뉴스공장’을 향해 “괴물과 싸우다가 괴물이 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라”고 충고했다. 송 전 대표는 “(‘뉴스공장’에) 섭외를 받아도 안 나가고 싶다”며 “특정 언론 유튜브에 국회의원들이 줄 서서 알현하듯이 있는 모습이 좋은 건 아니다. 우리가 국민의힘에 대해서 고성국이나 전한길 비판하듯이 우리 스스로도 돌이켜볼 면이 있다”고 꼬집었다. 여기에 친명인 강득구 의원도 김씨의 방송에 출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그에게 힘을 실었다. 강 의원은 “큰 틀에서 송 전 대표의 문제 제기에 뜻을 같이 한다”며 “(최근) 김씨는 김 총리의 미국 출장을 두고 ‘차기 주자 육성 프로그램처럼 보인다’고 해석했다. 해석은 자유이지만 다소 자의적인 판단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8월 전대 ‘정·송·김’ 3파전? 6월 지선·재보선 첫 번째 관문 코로나 백신 논란에 대해서는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대표가 참전하면서 사태를 키웠다. 조 대표는 “송 전 대표는 두 가지 음모론을 여전히 믿고 주장하고 있다. 첫째, 극우 변희재가 주장한 최순실 태블릿 PC 조작론. 둘째, 코로나 백신 국가적 사기론”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송 전 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순실 태블릿PC 조작설’을 주장해 온 변희재씨와 손을 잡은 이유를 묻는 질문에 “(JTBC와 검찰, 특검이 태블릿 PC 조작을 통해 박근혜 탄핵 수사에 활용했다는 의혹이) 법률가인 제가 보기에도 일리 있는 주장이라 공감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조 대표의 부산 출마’ 필요성을 언급한 송 전 대표를 비판했다. 조 대표는 “최근 송 전 대표께서 느닷없이 저와 혁신당을 향해 ‘호남 이삭줍기 말고 영남으로 가라’고 말씀하셨는데, 호남 출마자들이 어떻게 이삭이냐”며 “모욕과 폄훼”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혁신당 후보들은 지난 총선 시기에 송 전 대표가 손을 잡았던 극우 인사 변희재·최대집씨보다 훨씬 훌륭한 사람들”이라며 다시 한번 송 전 대표의 과거 행적을 거론했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송 전 대표는 ‘뉴이재명 바람’에 올라탔다. 지난 15일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이 개최한 ‘뉴이재명 토론회’ 현장에 나타나 지지자와 인사를 나눴다. 송 전 대표의 축사가 끝나자 지지자들은 연신 “송영길”을 외치기도 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송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이 쓸 수 있는 최고의 칼”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송 전 대표와 이 대통령, 두 사람은 혁신과 쇄신을 강조하는 등 성격이 비슷하다”며 “정부·여당에 타격을 입히는 ‘당정 갈등설’을 부인하는 것도, 논란을 만드는 것도 정 대표다. 이정부의 성공을 바라는 지지층이 봤을 때 이 대통령이 어떤 의중을 전달할 때 정 대표가 아닌 송 전 대표의 입을 빌리는 편이 쉬울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쏘리재명’ ‘쏘리영길’ 그러면서 “뉴이재명은 송 전 대표에 대한 부채 의식이 있다. 3년 동안 옥살이를 하게 했다는 미안함과 이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일 등, 송 전 대표의 희생정신을 높게 평가할 것”이라며 “이런 여론이 확산하면 앞으로 치러질 모든 당내 선거에서 송 전 대표가 승산이 있다고 계산해 어떤 방식이든 (출마를) 결심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송영길 소나무당 어디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지난 2024년 옥중 창당했던 소나무당이 해체했다. 송 전 대표는 무죄를 선고받자 “소나무당을 해산하고 더불어민주당으로 복당하겠다”고 말했다. 소나무당 시도당위원장 협의회(이하 협의회)는 입장문을 내고 송 전 대표의 결정을 받아들였다. 협의회는 “송영길 대표의 소나무당 해산 및 더불어민주당 복당 천명은 바로 그 위임에 따른 책임 있는 정치적 결단”이라며 “이는 개인의 정치적 유불리를 위한 선택이 아니라, 소나무당이 존재했던 이유와 역할을 다른 방식으로 완성해 나가겠다는 결정이라 우리는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소나무당은 해산하지만,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정치적 신뢰와 연대의 경험은 각자의 자리에서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송 대표의 정치적 결단을 존중하며 그의 정치적 행보를 함께 지켜보고 응원하는 시민들과 새로운 방식의 역할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