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희 칼럼> 음주문화 개선을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해야
<박재희 칼럼> 음주문화 개선을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해야
  • 박창민 기자
  • 승인 2018.12.24 09:38
  • 호수 1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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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가 저물어 가는 이맘때가 되면 회사동료나 친구들끼리 삼삼오오 모여 송년회를 한다. 기업서 공식적으로 행사를 마련하는 경우도 있다. 

이색적인 연말 행사가 유행이라는 소식을 언론기사 등을 통해 접할 수 있지만 회식문화의 변화를 체감할 정도에 이르지는 못한 것 같다. 여전히 술자리를 마련해 음주를 하는 방식의 송년회가 대세다. 

굳이 연말연시가 아니더라도 술은 이런저런 회식자리에 빠지지 않는다. 반대로 음주를 하지 않고 사람을 만날 수 있는 자리는 많지 않다. ‘술 한 잔 하자’가 친근감의 표시로 통하는 사회다. 

사회 전반에 술을 권하는 문화가 만연하다 보니 음주량도 많고 그 폐해도 크다. 국세청에 따르면 국민 1인당 연간 알코올 소비량은 8.7리터로 소주 기준으로 115병 정도 된다. 음주를 전혀 하지 않는 사람까지를 포함한 것이므로 음주를 하는 사람을 기준으로 하면 3일에 한 병 꼴로 소주를 먹는 셈이다. 1회 음주량이 7잔을 넘고 주 2회 이상 음주를 하는 고위험 음주자가 전체 성인의 15%가량이다. 

2015년 건겅보험정책연구원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음주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은 10조원에 육박하고 있으며 매년 증가하고 있다. 음주가 여러 질병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다는 점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음주로 인한 개인적·사회적 손실을 줄이기 위한 노력은 부족하다. 주류 광고시간과 내용, 전달매체를 규제하는 정도다. 흡연이나 사행행위 규제와 비교해보면 음주에 상대적으로 관대하다는 것이 명확히 드러난다. 흡연구역은 제한적이지만 술을 마실 수 있는 곳은 사실상 제한이 없다. 대부분의 요식업소에서 술을 판다.

분식을 파는 곳에서도 소주와 맥주를 주문할 수 있다. 편의점 앞 간이 테이블서 마시는 것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심지어 길거리나 공원서 마시는 것도 허용된다. 교육기관인 대학서도 술을 마실 수 있다. 대학서 축제를 하면 온 캠퍼스에 간이 천막이 설치되고 거기서 술을 판다. 

정부에선 흡연인구를 줄이기 위해 담뱃값을 2배 가까이 인상했지만 소주와 맥주의 가격은 매우 저렴하다. ‘서민의 술’이라는 논리가 힘을 얻는다. 음주 장소의 제한이 없고 주류 가격이 저렴하다 보니 적은 돈을 가지고도 많은 양의 알코올을 섭취할 수 있게 된다. 

정부는 로또와 같은 사행성 복권의 구매한도를 1인당 10만원으로 제한하고 있는 반면, 주류 구입에는 제한이 없다. 마트에선 물론이고 주류를 파는 요식업소서도 마찬가지다. 손님이 만취한 상태로 몸을 가누지 못해도 술을 주문하면 술을 내어준다. 

최근 정부와 사회단체에선 음주문화를 개선하기 위한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근로시간 단축에 따라 회식이 줄어들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이와 더불어 음주를 흡연과 사행 행위에 준해 관리하는 정책이 시행된다면 우리 사회는 더욱 건강해질 수 있을 것이다. 소주는 당장은 서민의 시름을 달래줄지 모르지만 훗날 더 큰 어려움을 불러올 수 있다.

과음에 익숙해진 사람은 술의 폐해를 좀처럼 인지하지 못하지만 음주를 자제하는 사람의 눈으로 보면 걱정스러울 때가 많다. 

개인의 의지에 맡겨 두거나 자연스러운 사회변화를 기대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 정부와 사회단체 등이 나서 음주량을 줄이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이해관계가 걸린 일각의 반발이나 세수 감소로 인한 어려움이 있겠지만 국민의 건강과 사회의 발전을 위해 넘어야 할 난관으로 여기고 전폭적인 제도 마련을 위해 다 같이 노력해야 할 것이다.


※본 칼럼은 <일요시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