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승리 클럽 버닝썬’ 성추행 막다 수갑 찬 사연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8.12.21 17:15:09
  • 호수 119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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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CCTV 공개 거부하고 되레 영업방해죄로 입건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승리 클럽으로 알려진 버닝썬 이사가 성추행하는 걸 목격했다. 이걸 막았다가 버닝썬의 보디가드들에게 집단폭행을 당했다. 현장서 즉각 경찰에 신고했지만, 수갑을 찬 건 나였다. 경찰 조사 과정서 경찰로부터 3차례 폭행과 온갖 조롱을 당했다. 당시 현장에 있던 CCTV 공개를 요구했지만, 경찰 측에서 거부했다. 경찰이 ‘버닝썬을 비호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 ▲지난 12월18일 버닝썬 폭행 피해자 김상교씨는 <일요시사>와 인터뷰서 “경찰에게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김상교(28)씨는 지난 18일 <일요시사>와 만나 “경찰이 클럽 버닝썬을 비호하는 과정서 자신에게 부당한 공권력을 행사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유망한 영상 감독이자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은 페미니스트다. 올해 제17회 미쟝션 단편영화제의 공식 트레일러 영상을 제작했다. 정준영, 나인뮤지스, 서사무엘, 킬라그램, 나다 등 가수들의 뮤직비디오 미술감독을 맡았다.

김씨는 올바른 페미니즘을 알리기 위해 지난해 가수 디아가 발표한 타이틀곡 ‘비행소녀’의 미술감독으로 재능기부를 했다. 또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죽어가는 홍대 골목 상권을 살리는 페스티벌에도 무료 봉사한 이력도 있다.

이랬던 김씨가 지난달 24일 영업방해 및 공무집행방해로 강남경찰서에 입건됐다. 무슨 일이 있던 걸까. 김씨의 주장을 토대로 이날 있었던 일을 재구성했다. 

지난달 24일 토요일 새벽 2시. 김씨는 지인 생일을 축하해주기 위해 빅뱅 승리가 운영 중인 클럽으로 알려진 강남 버닝썬을 갔고 거기서 보드카 한 잔과 샴페인 세 잔을 마셨다. 과음하는 스타일은 아니었기에 정신은 맑았다. 

오전 6시50분경 버닝썬서 나오는 길에 한 여성이 급하게 다가와 김씨의 왼쪽 어깨 뒤로 숨었다. 그러자 술에 취한 한 남성이 여성의 겨드랑이와 가슴 사이를 움켜쥐며 끌어당겼다. 이 남성은 버닝썬 이사였다. 여성은 김씨를 붙잡고 버텼는데 김씨는 버닝썬 이사가 반강제적으로 여성을 대하는 것 같아 그를 막아섰다. 그러자 버닝썬 이사가 김씨를 향해 주먹을 날렸다. 김씨는 보디가드에게 도움을 청했다. 

그런데 보디가드들은 도움을 청한 김씨를 갑자기 집단구타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김씨를 VIP 출구로 끌고 가 내던지는 등 구타를 멈추지 않았다. 겨우 뒷걸음질로 도망치던 김씨는 자신의 핸드폰으로 7시2분에 112에 ‘집단폭행을 당했다’고 신고했다. 김씨는 보디가드들을 붙잡기 위해 “도망가지 말라”고 소리쳤다. 그러자 이들은 또다시 김씨를 구타했다. 

그로부터 8분 뒤인 7시10분경 역삼지구대 경찰들이 현장에 도착했다. 당시 경찰은 김씨가 바닥서 맞는 장면을 목격한 것으로 전해진다.

김씨는 “그런데 경찰은 집단폭행한 보디가드들을 다급하게 클럽 출구 안으로 밀어넣었다”고 주장했다. 다른 경찰은 갑자기 김씨를 제압한 후 뒷쪽으로 수갑을 채웠다. 

상식적으로 이해가지 않은 상황이었다. 경찰이 신고자이자 집단폭행당한 김씨를 체포한 것이다. 보수적으로 쌍방폭행으로 보였다면, 김씨를 폭행한 보디가드들도 함께 연행해야 하는 게 타당했는데도 경찰은 김씨만 경찰차에 태웠다. 심지어 미란다 원칙도 고지하지 않았다. 
 

▲ ▲상교씨는 역삼지구대서 경찰관들에게 폭행당한 후 본인의 모습을 직접 촬영했다.

김씨 입장에선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경찰차 안에서 김씨는 경찰들에게 “이게 무슨 일이냐? 내가 신고자고 (경찰도)폭행을 목격하지 않았느냐?”고 재차 물었다. 그러자 경찰은 “OO 좀 조용히 하고 가자”며 욕설을 했다고 김씨는 설명했다. 경찰차 안에서 폭행까지 당했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집단폭행을 당해 갈비뼈가 아팠다. 뒷쪽으로 수갑을 채워 숨쉬기도 힘들었다. 경찰관에게 ‘수갑을 좀 풀어달라’고 하니 계속 조용하라고 욕만 했다”며 “재차 ‘아파 죽겠으니깐 좀 풀어달라’고 하니 한 경찰관이 아프다는 갈비뼈를 주먹으로 움켜쥐었다. 아파서 몸부림치자 어깨를 강하게 3대나 때렸다”고 말했다. 

7시15분경 김씨는 역삼지구대로 연행됐다. 김씨가 경찰관을 향해 “어떻게 경찰이 신고한 사람을 때리냐. 내가 신고한 사람”이라고 외치자 한 경찰이 “이 OO가 조용히 하라니깐. 아직도 떠드네”라며 김씨의 다리를 걸어 넘어뜨린 후 구둣발로 얼굴을 3차례 찼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서 김씨는 유리문에 얼굴을 부딪혀 입 안과 코에 출혈이 발생했다. 그는 한 시간가량 역삼지구대서 수갑이 채여진 채 입과 코에 출혈이 나고 있는 상태로 방치됐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경찰이 버닝썬 관계자들을 숨겨주고 있다는 심증과 수갑을 채운 채 폭행할 수도 있다는 위협을 느꼈다. 어렵게 수갑을 찬 채로 모친에게 연락해 당시의 상황을 알렸다. 

약 한 시간 뒤인 8시20분경 김씨 모친이 역삼지구대에 도착했다. 당시 피를 흘리고 있는 김씨를 목격한 모친은 “여기서 조사를 받으면 안 될 것 같다”며 119와 112에 다시 신고했다. 15분 뒤에 도착한 119 구급대원들은 김씨의 상태를 보고 “응급환자다. 급히 검사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경찰 측은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병원에)보내줄 수 없다고 막았다. 

김씨는 앞서 역삼지구대에 들어오는 과정서 입 안과 코에 출혈이 발생했는데 멈추기를 기다렸다. 그런데 당시 상황을 지켜본 경찰관들은 “저 OO 가래침 뱉는 거 동영상 찍어라. 공무집행 방해로 넣게”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때 경찰관 4명이 자신의 동영상을 찍었다는 게 김씨의 주장이다. 김씨는 “경찰들은 동영상을 찍으며 나를 조롱했다. 찍지 말라고 소리쳤지만, 멈추지 않았다. 난생 처음 모욕감과 모멸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8시45분경. 김씨는 강남경찰서에서 조사 받기 위해 수갑을 풀었다. 김씨는 동영상 촬영을 주도한 경찰에게 “이건 침이 아니고 당신들이 폭행해서 나는 피”라며 진술서에 피를 뱉고 경찰을 향해 던졌다. 당시 해당 경찰은 “저 OO, 다시 잡아”라고 했으며, 10여명의 경찰이 김씨를 다시 제압했다. 이 과정서 김씨에겐 2차 출혈이 발생했고 다시 수갑이 채워졌다. 역삼지구대는 김씨에 대해 공무집행방해죄로 이날 오전 10시까지 추가 조서를 꾸몄다. 

그 후 김씨 모친이 직접 경찰에 다시 신고해 역삼지구대서 강남경찰서로 사건을 이관해 다시 조사가 시작됐다. 수사관들은 김씨가 술을 많이 마셔 취했던 게 아니냐고 추궁했다. 수사관은 “거짓말 하면 너 고소할 거야”라고 압박했다. 김씨는 “네, 제가 거짓말을 했으면 고소하시고요. CCTV만 확인하면 될 일이잖아요, 제발 좀 확인해주세요”라고 사정했다.
 

▲ ▲▲ 경찰과 버닝썬 관계자에게 폭행을 당한 뒤 모친의 신고로 구급대원들이 역삼지구대로 출동해 상교씨를 검진하고 있다.

수사관들은 김씨를 폭행한 버닝썬 보디가드와 대질 심문에 들어갔는데 그는 어느 순간 주폭이 돼있었다. 버닝썬 보디가드들은 “김씨가 반강제적으로 여자에게 스킨십을 했다. 만취해 술병을 깨고 쓰레기를 던지며 행패를 부렸다”고 진술했다. 경찰이 버닝썬 보디가드의 진술에만 의존해 편파수사를 했다는 게 김씨의 주장이다. 경찰은 김씨에게 수차례 사건 경위서를 다시 쓰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조사는 이날 오후 2시30분까지 이어졌다. 김씨는 몸이 아파 경찰 측에 병원에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경찰 측은 “당신은 가해자라서 48시간 동안 못 나간다”며 김씨에게 ‘공무집행방해’라고 적힌 종이를 내보였다. 

모친이 경찰 측에 사정한 끝에 3시경, 겨우 경찰서 밖으로 나올 수 있었던 김씨는 병원서 갈비뼈 골절 전치 4주, 횡문근융해증(근육이 녹아 혈액에 스며드는 증상) 진단을 받았다. 

이후 김씨는 경찰 측에 당시의 상황이 담긴 CCTV 공개를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아 당시의 상황을 확인하지 못했다.

김씨는 변호인을 통해 법원에 증거보존을 신청했고 지난 18일, 서울중앙지법은 경찰에 버닝썬, 역삼지구대, 경찰차의 블랙박스를 제출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김씨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경찰과 유흥업소서 일어난 사건·사고가 흐지부지 덮어지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들었다. 실제로 그들이 용의주도하다고 느꼈다. 잘못된 공권력 행사로 억울한 피해자가 나오는 걸 막고 싶다”고 말했다.

강남경찰서 관계자는 “사건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자세한 내용은 말할 수 없다”면서도 “당사자의 일방적인 주장”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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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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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