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승리 클럽 버닝썬’ 성추행 막다 수갑 찬 사연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8.12.21 17:15:09
  • 호수 119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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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CCTV 공개 거부하고 되레 영업방해죄로 입건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승리 클럽으로 알려진 버닝썬 이사가 성추행하는 걸 목격했다. 이걸 막았다가 버닝썬의 보디가드들에게 집단폭행을 당했다. 현장서 즉각 경찰에 신고했지만, 수갑을 찬 건 나였다. 경찰 조사 과정서 경찰로부터 3차례 폭행과 온갖 조롱을 당했다. 당시 현장에 있던 CCTV 공개를 요구했지만, 경찰 측에서 거부했다. 경찰이 ‘버닝썬을 비호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 ▲지난 12월18일 버닝썬 폭행 피해자 김상교씨는 <일요시사>와 인터뷰서 “경찰에게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김상교(28)씨는 지난 18일 <일요시사>와 만나 “경찰이 클럽 버닝썬을 비호하는 과정서 자신에게 부당한 공권력을 행사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유망한 영상 감독이자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은 페미니스트다. 올해 제17회 미쟝션 단편영화제의 공식 트레일러 영상을 제작했다. 정준영, 나인뮤지스, 서사무엘, 킬라그램, 나다 등 가수들의 뮤직비디오 미술감독을 맡았다.

김씨는 올바른 페미니즘을 알리기 위해 지난해 가수 디아가 발표한 타이틀곡 ‘비행소녀’의 미술감독으로 재능기부를 했다. 또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죽어가는 홍대 골목 상권을 살리는 페스티벌에도 무료 봉사한 이력도 있다.

이랬던 김씨가 지난달 24일 영업방해 및 공무집행방해로 강남경찰서에 입건됐다. 무슨 일이 있던 걸까. 김씨의 주장을 토대로 이날 있었던 일을 재구성했다. 

지난달 24일 토요일 새벽 2시. 김씨는 지인 생일을 축하해주기 위해 빅뱅 승리가 운영 중인 클럽으로 알려진 강남 버닝썬을 갔고 거기서 보드카 한 잔과 샴페인 세 잔을 마셨다. 과음하는 스타일은 아니었기에 정신은 맑았다. 

오전 6시50분경 버닝썬서 나오는 길에 한 여성이 급하게 다가와 김씨의 왼쪽 어깨 뒤로 숨었다. 그러자 술에 취한 한 남성이 여성의 겨드랑이와 가슴 사이를 움켜쥐며 끌어당겼다. 이 남성은 버닝썬 이사였다. 여성은 김씨를 붙잡고 버텼는데 김씨는 버닝썬 이사가 반강제적으로 여성을 대하는 것 같아 그를 막아섰다. 그러자 버닝썬 이사가 김씨를 향해 주먹을 날렸다. 김씨는 보디가드에게 도움을 청했다. 

그런데 보디가드들은 도움을 청한 김씨를 갑자기 집단구타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김씨를 VIP 출구로 끌고 가 내던지는 등 구타를 멈추지 않았다. 겨우 뒷걸음질로 도망치던 김씨는 자신의 핸드폰으로 7시2분에 112에 ‘집단폭행을 당했다’고 신고했다. 김씨는 보디가드들을 붙잡기 위해 “도망가지 말라”고 소리쳤다. 그러자 이들은 또다시 김씨를 구타했다. 

그로부터 8분 뒤인 7시10분경 역삼지구대 경찰들이 현장에 도착했다. 당시 경찰은 김씨가 바닥서 맞는 장면을 목격한 것으로 전해진다.

김씨는 “그런데 경찰은 집단폭행한 보디가드들을 다급하게 클럽 출구 안으로 밀어넣었다”고 주장했다. 다른 경찰은 갑자기 김씨를 제압한 후 뒷쪽으로 수갑을 채웠다. 

상식적으로 이해가지 않은 상황이었다. 경찰이 신고자이자 집단폭행당한 김씨를 체포한 것이다. 보수적으로 쌍방폭행으로 보였다면, 김씨를 폭행한 보디가드들도 함께 연행해야 하는 게 타당했는데도 경찰은 김씨만 경찰차에 태웠다. 심지어 미란다 원칙도 고지하지 않았다. 
 

▲ ▲상교씨는 역삼지구대서 경찰관들에게 폭행당한 후 본인의 모습을 직접 촬영했다.

김씨 입장에선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경찰차 안에서 김씨는 경찰들에게 “이게 무슨 일이냐? 내가 신고자고 (경찰도)폭행을 목격하지 않았느냐?”고 재차 물었다. 그러자 경찰은 “OO 좀 조용히 하고 가자”며 욕설을 했다고 김씨는 설명했다. 경찰차 안에서 폭행까지 당했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집단폭행을 당해 갈비뼈가 아팠다. 뒷쪽으로 수갑을 채워 숨쉬기도 힘들었다. 경찰관에게 ‘수갑을 좀 풀어달라’고 하니 계속 조용하라고 욕만 했다”며 “재차 ‘아파 죽겠으니깐 좀 풀어달라’고 하니 한 경찰관이 아프다는 갈비뼈를 주먹으로 움켜쥐었다. 아파서 몸부림치자 어깨를 강하게 3대나 때렸다”고 말했다. 

7시15분경 김씨는 역삼지구대로 연행됐다. 김씨가 경찰관을 향해 “어떻게 경찰이 신고한 사람을 때리냐. 내가 신고한 사람”이라고 외치자 한 경찰이 “이 OO가 조용히 하라니깐. 아직도 떠드네”라며 김씨의 다리를 걸어 넘어뜨린 후 구둣발로 얼굴을 3차례 찼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서 김씨는 유리문에 얼굴을 부딪혀 입 안과 코에 출혈이 발생했다. 그는 한 시간가량 역삼지구대서 수갑이 채여진 채 입과 코에 출혈이 나고 있는 상태로 방치됐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경찰이 버닝썬 관계자들을 숨겨주고 있다는 심증과 수갑을 채운 채 폭행할 수도 있다는 위협을 느꼈다. 어렵게 수갑을 찬 채로 모친에게 연락해 당시의 상황을 알렸다. 

약 한 시간 뒤인 8시20분경 김씨 모친이 역삼지구대에 도착했다. 당시 피를 흘리고 있는 김씨를 목격한 모친은 “여기서 조사를 받으면 안 될 것 같다”며 119와 112에 다시 신고했다. 15분 뒤에 도착한 119 구급대원들은 김씨의 상태를 보고 “응급환자다. 급히 검사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경찰 측은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병원에)보내줄 수 없다고 막았다. 

김씨는 앞서 역삼지구대에 들어오는 과정서 입 안과 코에 출혈이 발생했는데 멈추기를 기다렸다. 그런데 당시 상황을 지켜본 경찰관들은 “저 OO 가래침 뱉는 거 동영상 찍어라. 공무집행 방해로 넣게”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때 경찰관 4명이 자신의 동영상을 찍었다는 게 김씨의 주장이다. 김씨는 “경찰들은 동영상을 찍으며 나를 조롱했다. 찍지 말라고 소리쳤지만, 멈추지 않았다. 난생 처음 모욕감과 모멸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8시45분경. 김씨는 강남경찰서에서 조사 받기 위해 수갑을 풀었다. 김씨는 동영상 촬영을 주도한 경찰에게 “이건 침이 아니고 당신들이 폭행해서 나는 피”라며 진술서에 피를 뱉고 경찰을 향해 던졌다. 당시 해당 경찰은 “저 OO, 다시 잡아”라고 했으며, 10여명의 경찰이 김씨를 다시 제압했다. 이 과정서 김씨에겐 2차 출혈이 발생했고 다시 수갑이 채워졌다. 역삼지구대는 김씨에 대해 공무집행방해죄로 이날 오전 10시까지 추가 조서를 꾸몄다. 

그 후 김씨 모친이 직접 경찰에 다시 신고해 역삼지구대서 강남경찰서로 사건을 이관해 다시 조사가 시작됐다. 수사관들은 김씨가 술을 많이 마셔 취했던 게 아니냐고 추궁했다. 수사관은 “거짓말 하면 너 고소할 거야”라고 압박했다. 김씨는 “네, 제가 거짓말을 했으면 고소하시고요. CCTV만 확인하면 될 일이잖아요, 제발 좀 확인해주세요”라고 사정했다.
 

▲ ▲▲ 경찰과 버닝썬 관계자에게 폭행을 당한 뒤 모친의 신고로 구급대원들이 역삼지구대로 출동해 상교씨를 검진하고 있다.

수사관들은 김씨를 폭행한 버닝썬 보디가드와 대질 심문에 들어갔는데 그는 어느 순간 주폭이 돼있었다. 버닝썬 보디가드들은 “김씨가 반강제적으로 여자에게 스킨십을 했다. 만취해 술병을 깨고 쓰레기를 던지며 행패를 부렸다”고 진술했다. 경찰이 버닝썬 보디가드의 진술에만 의존해 편파수사를 했다는 게 김씨의 주장이다. 경찰은 김씨에게 수차례 사건 경위서를 다시 쓰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조사는 이날 오후 2시30분까지 이어졌다. 김씨는 몸이 아파 경찰 측에 병원에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경찰 측은 “당신은 가해자라서 48시간 동안 못 나간다”며 김씨에게 ‘공무집행방해’라고 적힌 종이를 내보였다. 

모친이 경찰 측에 사정한 끝에 3시경, 겨우 경찰서 밖으로 나올 수 있었던 김씨는 병원서 갈비뼈 골절 전치 4주, 횡문근융해증(근육이 녹아 혈액에 스며드는 증상) 진단을 받았다. 

이후 김씨는 경찰 측에 당시의 상황이 담긴 CCTV 공개를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아 당시의 상황을 확인하지 못했다.

김씨는 변호인을 통해 법원에 증거보존을 신청했고 지난 18일, 서울중앙지법은 경찰에 버닝썬, 역삼지구대, 경찰차의 블랙박스를 제출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김씨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경찰과 유흥업소서 일어난 사건·사고가 흐지부지 덮어지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들었다. 실제로 그들이 용의주도하다고 느꼈다. 잘못된 공권력 행사로 억울한 피해자가 나오는 걸 막고 싶다”고 말했다.

강남경찰서 관계자는 “사건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자세한 내용은 말할 수 없다”면서도 “당사자의 일방적인 주장”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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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생기업 잡은’ 신정훈 의원실 수상한 보도자료

[단독] ‘생기업 잡은’ 신정훈 의원실 수상한 보도자료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 업체가 국회의원실발 보도자료에 직격탄을 맞았다. 해당 업체는 보도자료의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보도자료를 쓴 의원실 보좌관은 “잘못된 부분이 없다”고 반박했다.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상황에서 <일요시사>가 사건의 전말을 파헤쳐 봤다. 국회의원은 최고 헌법기관인 국회의 구성원인 동시에 개개인이 헌법기관이라는 이중적 지위를 갖는다. 법률을 만들고 개정하는 입법 기능 외에도 인사청문회, 국정감사 등을 통해 행정부를 견제하고 감시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투표로 선출된 ‘국민의 종’으로서 국회의원은 기자회견, 보도자료 등을 통해 국민에게 활동 상황을 보고한다. 국회의원 민원 창구? 국회의원 이름으로 하루에도 수건씩 보도자료가 쏟아진다. 법안을 발의하거나 지역구 예산을 수주했다는 내용, 자료와 데이터를 바탕으로 정부 기관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내용 등이다. 언론은 국회의원실발 보도자료를 받아 기사로 작성한다. 언론 보도는 사정기관의 감사나 수사 등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최근 한 국회의원실에서 나온 보도자료가 논란이 되고 있다. 보도자료에 언급된 정부 기관, 그 기관과 일하는 업체 등이 후폭풍에 휘말렸다. 보도자료를 받아 쓴 일부 매체는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됐다. 언론사 기자들의 이메일로 배포된 보도자료는 국회의원실 보좌관이 직접 작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5월14일 더불어민주당 신정훈 의원실 오모 보좌관은 ‘경찰청, 순찰차 납품 지연 및 특정 업체 유착 의혹에도 자료 제출 거부!’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작성해 언론사 기자들에게 보냈다. 신정훈 의원은 전남 나주·화순을 지역구로 하는 3선 의원으로, 현재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경찰청은 행정안전위원회의 피감기관이다. 순찰차는 일반 차량에 특장 작업을 거쳐 경찰청에 납품된다. 멀리서도 순찰차임을 확인할 수 있는 리프트 경광등을 달고 겉면에 스티커를 부착하는 ‘데칼’ 작업을 거쳐 수배·체납·도난 차량을 확인할 수 있는 멀티캠을 내부에 다는 등의 작업을 거친다. 순찰차 한 대를 특장하는 데 약 1700만원의 비용이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년 1000여대의 노후 순찰차가 교체된다. 신정훈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노후 순찰차 959대를 교체하기 위해 총 491억원의 예산이 집행됐다. 하지만 이 중 약 225억원 상당인 343대가 납기를 맞추지 못했고 완성 검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또 납품업체의 문제로 순찰차 납품이 늦어졌는데도 불구하고 발주 기관인 경찰청은 지체상금 부과, 계약 해지 등의 조치를 하지 않는 등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정훈 의원실의 자료 요구에 경찰청이 제출을 거부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신정훈 의원실은 ‘공공계약에 정통한 한 법조계 관계자’의 “경찰청이 계약성 권리조차 행사하지 않고 이를 묵인한 데다 국회의 자료 제출 요구도 거부한 것은 행정 편의주의를 넘어 법적 의무의 명백한 방기”라며 “이 정도 사안이면 감사원 감사는 물론 직권남용과 배임 혐의까지 적용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는 코멘트를 인용했다. 순찰차 납품 과정 지적 해당업체 “사실과 달라” 납품업체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신정훈 의원실은 “동일한 지배 구조를 가진 Y사(보도자료에는 A사)와 N사(B사)가 10여년간 경찰청의 대형 계약을 반복적으로 수주해 왔다”며 “수의계약이나 경쟁입찰의 형식을 빌린 사실상의 내정 또는 담합 행위로 해석될 수 있다. 공정거래법상 ‘부당 공동행위’ 및 ‘입찰 방해’에 해당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N사는 Y사의 임직원이 만든 회사로 두 업체는 모회사-자회사 관계다. 신 의원은 “국민의 세금으로 집행되는 치안 장비 도입 사업이 법적 절차와 원칙을 무시한 채 일부 업체에 특혜로 왜곡되고 있다”며 “기존 계약분에 대한 의혹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신규 발주가 진행돼서는 안 된다. 철저한 진상 조사와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 대책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보도자료를 바탕으로 몇몇 언론이 기사를 냈다. 보도 이후 납품업체인 Y사가 보도자료 내용에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고 주장했다. Y사는 경찰, 법무부 등에 차량을 개조해 납품하는 특장업체다. Y사 관계자는 “보도자료가 배포되기 전, 기사가 나가기 전에 신정훈 의원실이나 언론으로부터 단 한 차례의 연락도 받지 못했다. 보도가 나간 이후 오 보좌관을 만나 사실과 다른 부분을 상세히 설명했지만 아무것도 반영되지 않았다. 오히려 지난달에 관련 보도가 한 차례 더 나갔다”고 주장했다. Y사는 경찰청과 직접 계약을 맺거나 현대자동차로부터 하도급을 받는 형태로 이번 납품에 참여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은 현대자동차로부터 616대(소나타), Y사로부터 73대(스타리아 37대, 넥쏘 36대), N사로부터 270대(아이오닉 181대, 그랜저 89대) 등 총 959대를 납품받았다. Y사 관계자는 신정훈 의원실에서 지적한 납품 지연과 검사 불합격에 대해 “제작은 이미 완료됐고 출고를 기다리던 중에 검사 하나가 마무리되면 또 다른 검사를 요청하는 식으로 5개월 동안 시간을 끌었다”며 “2015년부터 경찰청에 순찰차를 납품해 왔지만 이번을 제외하고 단 한 번도 납기에 늦은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와 N사의 계약 차량은 납품까지 5개월 넘게 걸렸고 H사의 계약 차량은 검사 하루 만에 출고 처리됐다”며 “그동안 경찰청 검사가 미진했다고 주장하려면 우리든 H사든 같은 잣대로 진행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사실 확인 안 했다? H사는 순찰차에 설치하는 리프트 경광등을 제작하는 업체로 현대자동차와 하도급 계약을 맺고 납품한 것으로 알려졌다. Y사와 N사가 담합해 경찰청 계약을 10년 동안 수주해 왔다는 내용에 대해서는 “경찰청은 조달사업법에 따른 나라장터 종합쇼핑몰 우선 구매 제도를 통해 (업체들과) 계약했다. 나라장터에 물건을 올리면 경찰청에서 선택하는 방식”이라면서 “우리와 N사는 같은 차종으로 경쟁한 적이 단 한 차례도 없다”고 반박했다. 반면 오 보좌관은 순찰차 사업과 관련해 드러난 문제를 고치라고 여러 차례 얘기했는데 시정되지 않자 보도자료를 통해 지적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1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비서실에서 <일요시사>와 만나 “공무원이 어떤 업무를 하다가 다소간 실수가 발생할 수 있고 관행적으로 잘못된 부분이 있을 수 있다. 그걸 인정하고 시정하면 끝까지는 안 간다”고 말했다. 이어 “순찰차 관련 문제를 (경찰청에) 수도 없이 얘기했는데 고쳐지지 않았다. 1차 차량 검사에서 불합격이 나왔는데 2차 검사를 할 때 보니 1차에서 나온 문제가 하나도 시정되지 않았다. 3차 검사는 나도 모르게 진행됐다. 시험성적서를 달라는 말에도 개인 정보를 이유로 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번에 납품한 순찰차에 설치된 경광등이 사양서에 맞지 않는다고도 지적했다. 오 보좌관은 “리프트 경광등의 핵심 기능은 주야간 150m 구간에서 잘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납품된 것은 그게 안 된다. 30m만 떨어져도 잘 보이지 않는다. 순찰차에 치명적인 장애”라고 비판했다. Y사 관계자는 “사양서가 존재하는데 30m 밖에서 안 보인다는 건 말이 안 된다. 경찰청에서 3회가량 시연회를 진행했고 현장에서도 더 밝다는 의견이 있었다. 경광등이 사양서와 일부 맞지 않는 건 애초에 사양서 자체가 H사의 제품에 맞춰진 것이기 때문”이라면서 “오히려 H사의 경광등이 경찰청 순찰차 사양서에 적용돼 2015년부터 2024년, 우리와 문제가 생기기 전까지 10여년간 독점적으로 사용됐다”고 반박했다. “현장 직원들 사이에서 고장이 잦아 수리 비용이 많이 나온다는 말을 들은 적 있다”는 이 관계자는 “이번 일이 일어난 것도 H사가 자사의 경광등을 납품하기 위해 오 보좌관에게 문제 제기를 한 게 시발점이 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정 안 해” “문제 없다” 순찰차를 납품하는 업체들이 자사의 경광등이 아닌 다른 업체의 것을 사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H사가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이번 일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Y사 관계자는 “2022~2023년 H사 경광등에 문제가 발생해 현대자동차가 납기를 놓치는 일이 일어났다. 이 일을 계기로 지난해 5~6월 경광등 납품업체를 바꾸려는 시도가 있었던 걸로 안다”고 주장했다. Y사 역시 H사와 경광등 발주 문제로 갈등을 겪었다. Y사 관계자는 “지난해 6월부터 11월까지 H사에 경광등 발주 견적서를 달라고 요청했지만 답을 받지 못했다. 납기가 (지난해) 12월12일까지라 우리한테도 시간이 많지 않았다. 그래서 (지난해) 11월15일 경찰청과 경광등 업체를 바꾸는 문제로 협의를 진행했고, 11월26일에 바뀐 업체의 경광등으로 우리 공장에서 시연회를 열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H사는 순찰차 납품업체들과의 갈등을 ‘민원’을 통해 해결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H사 대표가 신정훈 의원실 오 보좌관을 만나 억울함을 토로했고 그 내용이 지난 5월 나온 보도자료의 배경이 됐다는 의혹이다. 실제로 오 보좌관은 처음에는 민원을 받아 보도자료를 작성한 게 아니라고 했다가 나중에는 H사 대표를 만났다고 인정했다. 지난해 8월경 지역의 향우회장과 함께 H사의 대표가 찾아왔다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오 보좌관이 경찰청의 순찰차 사업을 들여다보기 시작한 시기와 일치한다. 오 보좌관은 지난 5월14일에 나온 보도자료에 대해 묻자 “지난해 8월부터 이 문제를 파고 있었다”며 “내부에서 나온 정보도 있고 경찰청에서도 (순찰차 사업에 대해) 문제 의식을 갖고 있었다. 이 문제로 경찰청 관계자를 30~40번 만났다”고 밝혔다. 눈여겨볼 대목은 H사 대표가 같은 시기 신 의원에게 정치후원금을 냈다는 점이다. <일요시사>가 나주시·화순군 선거관리위원회를 통해 입수한 신 의원의 ‘연간 300만원 초과 기부자 명단’을 확인한 결과 H사 대표는 지난해 8월22일 500만원을 기부했다. 신 의원은 2014년 7월30일 보궐선거에서 당선돼 국회의원이 됐고 20대(2020년), 21대(2024년) 총선에서 배지를 달았다. 2014~2016년, 2020~2024년 등 신 의원이 국회의원 활동을 하는 동안 H사 대표가 후원금을 낸 건 지난해 8월이 유일하다. 경광등 업체 변경 문제 때문? “사기업 갈등에 보좌관이 왜?” 오 보좌관은 H사 대표가 신 의원에게 후원금을 낸 사실을 알았냐는 질문에 “몰랐다”면서 “회계를 관리하는 직원은 나주에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H사 대표에 대해 “이전까지 전혀 몰랐던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체 정치후원금 모금 한도) 3억원 중에 500만원을 후원했다고 해서 지난해 8월부터 지금까지 이 문제에 매달리겠느냐”며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한 업체의 문제 제기가 합당하다고 생각했고, 자료를 받아보니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진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좌관은 “경찰차 특장 시장 자체가 그렇게 크지 않아 뛰어드는 업체도 많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맨날 같이 했던 업체를 빼버리면 가만히 있겠나. 나는 Y사가 욕심을 부리면서 이 상황까지 왔다고 생각한다. 기존에 해왔던 곳과 똑같이 하면 되지, 더 이익을 취하려 하느냐”고 되물었다. 업체 간 중재의 의도도 있었다는 것이다. H사 대표는 신 의원에게 후원금을 낸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민원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신 의원을 지지하는 차원에서 후원금을 냈다는 것이다. H사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일을 잘하신다는 말을 들어서 후원금을 냈다. 지금 이 문제와는 무관하다”며 “사업을 접을까 생각할 정도로 머리 아픈 문제”라고 말했다. 지난해 8월 오 보좌관을 만나 민원을 넣었는지는 “오래돼서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했다. Y사는 신정훈 의원실발 보도자료로 큰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Y사 관계자는 “정부 기관에 납품하는 제품을 만드는 건 맞지만, 엄연히 사기업 간 일어난 일에 국회 보좌진이 개입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며 “기사가 나간 이후 우리 회사는 경제, 이미지 부분에서 큰 타격을 받았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경찰청과 지체상금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업체 문제로 인한 지연이 결정되면 지체상금을 물어야 하는 상황이다. 차량 출고가 늦어지면서 보관을 위한 토지 대여료가 1억2000만원 정도 나갔다. 무엇보다 자회사인 N사의 신용등급 하락, 기사로 인한 이미지 훼손 등 무형적인 피해도 만만찮다”고 하소연했다. 받아쓴 언론 “취하해 달라” 한편 Y사는 신정훈 의원실에서 나간 보도자료로 기사를 작성한 매체 3곳을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했다. Y사는 “언론의 잘못된 보도로 인해 명예가 심각하게 훼손됐으며 국민에게 경찰 장비 도입 과정에 대한 불신을 초래했다”며 “신청인(Y사)의 업무 수행 능력과 투명성에 대한 의구심을 야기해 치안 활동에 대한 신뢰도 저하로 이어질 수 있는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입어 정정보도를 구한다”고 조정을 신청했다. Y사 관계자는 “2곳의 매체에서 ‘기사를 내릴 테니 소를 취하해 달라’는 내용의 답변을 언론중재위원회에 보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