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날 위’ 김홍국 하림 회장의 세 가지 의혹

흔들리는 닭고기 신화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닭고기 업계 1위 하림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하림은 최근 닭 사육농가를 상대로 한 ‘갑질 꼼수’로 과징금을 물었고 ‘일감 몰아주기’ 논란에도 휩싸였다. 하림은 이 같은 논란에 대해 ‘결백’을 주장해왔다. 하지만 공정위는 제재 수위 가운데 최고 단계인 검찰 고발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홍국 하림 회장의 ‘닭고기 성공신화’가 흔들리고 있다.  
 

▲ 김홍국 하림 회장

1년6개월 넘게 이어져온 하림의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조사가 마무리 단계로 들어섰다. 지난 10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공정위는 검찰의 공소장에 해당하는 심사보고서를 하림에 발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심사보고서에는 김홍국 회장을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부당지원?

공정위는 김 회장이 6년 전 아들 김준영씨에게 비상장 계열사 ‘올품’ 지분을 물려주는 과정서 부당지원 행위가 있었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회장은 김씨에게 2012년 하림그룹의 지배 구조 최상단에 있는 비상장 계열사 올품 지분을 100% 물려줬다. 이후 준영씨는 올품→한국썸벧→제일홀딩스→하림그룹으로 이어지는 지분을 통해 아버지를 뛰어넘는 그룹 지배력을 확보했다. 

공교롭게 올품과 한국썸벧의 매출은 연 700∼800억원대서 3000∼4000억원대로 급격하게 불어났다. 공정위는 이 과정서 일감 몰아주기 등 김 회장의 사익편취 행위가 있었던 것으로 판단했다. 

이 같은 올품의 내부거래는 공정거래법상 규제를 받는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인 회사의 경우 총수 일가 지분이 일정비율(상장사 30%·비상장사 20%)을 넘는 계열사와 거래하면 이를 일감 몰아주기로 규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림그룹의 자산총액은 10조5000억원 규모다.


특히 내부거래 총액이 200억원 이상을 기록하거나 내부거래 비중이 전체 매출액의 12% 이상일 때 규제 대상이 된다. 그동안 올품의 내부거래 총액은 700∼800억원을 기록해왔다. 이에 공정위가 하림그룹의 일감 몰아주기와 관련해 직권조사에 착수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하림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취임 후 공정위가 조사에 착수한 첫 대기업집단으로 지난해 7월 현장조사를 받기도 했다. 

김 회장에 대한 내부 일감 몰아주기 혐의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진행되면 그의 명성에 적지 않게 금이 갈 것으로 보이는데 ‘닭고기 성공신화’도 빛을 바라게 된다. 

자녀에 편법승계…공정위 고발 검토
닭값 꼼수로 농가 ‘뒤통수’ 의심도 

김 회장의 ‘닭고기 성공신화’는 유명하다. 김 회장은 열한 살 때 외할머니가 사준 병아리 10마리를 되파는 방식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김 회장은 당시 병아리를 키워 닭 10마리를 판 돈으로 병아리 100마리를 샀고, 그 병아리를 또 키워 파는 방식으로 돈을 벌었다.

그는 이 방식으로 초등학교 6학년 때 돼지 18마리를 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후 1978년 전북 익산시 황등면의 육계공장을 설립했고 1986년에는 하림식품을 세워 사육·사료·가공·유통으로 사업 영역을 넓혔다.

축산 분야에 계열화 시스템을 도입하고 투기성 사업이었던 양계업을 고소득 유망사업으로 탈바꿈시켰다는 평을 받고 있다. 현재 하림은 닭고기 분야는 물론 곡물·사료·축산·가공·유통·해운 등 분야에 국내외 90여개 법인을 거느리고 있다.


김 회장의 성공신화는 이미 무너질 징조를 보이고 있었다. 하림이 닭 사육농가를 상대로 꼼수를 부려 농가에 불이익을 주고 자신들은 부당이익을 챙겼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부터다. 

하림이 최근 거래상 지위를 남용해 사육농가로부터 매입하는 닭 가격(생계대금)을 일부러 낮게 책정한 행위가 적발돼 8억원가량의 과징금 철퇴를 맞았다. 수익 극대화를 위해 닭 매입 가격을 후려친 것인데 이 과정서 매입가격 인상 요인을 누락시키는 꼼수를 부린 것으로 드러났다.
 

▲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공정위는 사육농가에 지급하는 생계대금을 산정하면서 가격이 오르는 요인을 누락시키는 방식으로 매입대금을 낮게 책정한 하림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7억9800만원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닭고기 업계서 사업자가 농가에 대금을 낮게 지급하는 행위가 적발된 것은 처음이었다.

하림의 꼼수가 닭 사육농가에 ‘갑질’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하림의 견고한 시장 지배력 때문이다. 하림의 업계 시장 점유율은 20%다. 닭고기 업계 1위 하림은 사육농가에게 ‘갑'일 수밖에 없다.

25세 아들에? 의심스런 정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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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림은 계약된 사육농가에 병아리와 사료를 외상으로 지급한 뒤 농가가 사육한 생계를 전량 매입하면서 생계대금서 외상대금을 제한 금액을 지급한다. 지급 기준이 되는 생계대금은 일정기간(육계의 경우 7일 동안) 출하한 모든 계약농가의 비용 평균치를 근거로 사후 산정해 농가에 통보하는 상대평가 방식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하림은 2015~2017년 사이 생계대금 평균을 산정하면서 생계대금이 높은 농가 93개를 누락시켰다. 이 기간 하림과 사육계약을 체결한 농가가 연 평균 550여곳인 점을 감안하면 약 17%의 비중이다. 생계대금이 높은 농가를 제외할 경우 농가 전체의 평균이 부쩍 낮아지는 꼼수를 부린 셈이다. 

이런 방식으로 낮은 생계가격을 적용 받은 출하 건수는 총 2914건에 달했다. 같은 기간 총 출하 건수인 9010건의 32.3%에 달했다. 공정위는 이런 꼼수에 대해 거래상 지위를 남용해 거래과정서 불이익을 준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판단해 8억원에 육박하는 과징금을 물렸다.

 

광주지방공정거래사무소 경쟁과 관계자는 “낮은 생계대금 산정으로 농가들이 제값을 받지 못하는 피해를 입은 것”이라며 “반면 이를 통해 올린 하림의 매출은 약 530억원에 달해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설명했다.

공정위의 이 같은 결정에 하림 측은 “변상농가의 사육 성적을 모집단서 제외하는 것으로 관행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특히 “낮은 가격을 지불했다고 해서 회사 측이 따로 이익을 챙긴 것도 아니고 해당 농가에 불이익을 주지도 않았다”며 “이런 내용은 공정위의 조사를 받았던 해당 농가들도 조사 과정에서 충분히 확인해준 사항”이라고 강조했다. 

갑질도

김 회장은 공식 석상을 통해 “위법한 부분은 전혀 없다”며 관련 의혹을 부인해왔다. 하림 관계자는 “회사의 입장은 이전과 같다”며 “보도 내용이 사실이라면 끝까지 소명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림으로부터 소명이 담긴 의견서를 받은 공정위는 이르면 내년 초 전원회의를 열고 고발 여부와 과징금 규모 등 제재안을 최종 결정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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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회 문턱을 넘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이 사법부를 강타했다. 검찰은 1999년 특별검사제 도입 이후 권한을 조금씩 잃다가 올해 해체가 결정됐다. 검찰이 26년 전 느끼다가 현실이 된 불안을 이젠 사법부가 느낄 차례일지도 모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범여권이 지난 24일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내란 사건만 맡는 전담재판부를 만들어 운영한다”는 취지의 예규 제정 방침을 밝혔다. 특별재판부 영장전담 법관 하지만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같은 날 논평을 통해 ‘24일 처리 방침’을 밝혔다. 이날 법안 처리는 이미 예고된 결과였다. 박 대변인은 지난 21일 오전 기자 간담회에서도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예정대로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이 원래 처리하려던 법안은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법’이었다. 이 법안이 통과됐다면, 12·3 비상계엄 관련 재판을 맡을 특별재판부가 설치되고, 영장 심사를 맡을 특별영장 전담 법관이 따로 배정됐을 것이다. 이들은 국회·판사회의·대한변호사협회가 3명씩 추천한 위원으로 구성되는 9인 규모의 추천위원회의 2배수 추천과 대법원장의 임명을 거칠 예정이었다. 아울러 상고심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했던 대법관은 모두 제척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해선 각계에서 위헌 논란을 제기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지난 16일 내용을 대폭 수정했다. 명칭도 특별재판부에서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 전담재판부 후보추천위원회는 법무부 장관·헌법재판소 사무처장 등 외부 인사를 제외한 후 법관으로만 구성될 예정이다. 추천위원회에 들어갈 법관 중엔 각급 판사회의·전국법관대표자회의가 포함된다. 전담재판부에 소속될 법관은 추천위원회·대법관회의를 거쳐 대법원장이 임명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등 12·3 비상계엄 주요 연루자들은 이미 형사재판 제1심을 받고 있다. 전담재판부는 항소심부터 맡을 예정이다. 대법원은 민주당의 공세에 맞서 반격에 나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대법관 행정회의를 열어 ‘국가적 중요 사건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심리 절차에 관한 예규’를 제정하기로 했다. 여기엔 “형법상 내란·외환죄와 군형법상 반란죄 사건을 전담해 집중 심리하는 전담재판부를 설치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다. 대법원이 규정하는 전담재판부는 무작위 배당을 거쳐 사건을 배당받을 재판부가 지정되는 방식이다. 전담재판부로 지정된 재판부가 원래 맡던 재판은 다른 재판부로 재배당된다. 예규엔 “해당 재판부는 이후 내란·외환과 관련 없는 새로운 사건은 맡지 않는다”는 규정이 포함됐다. 하지만 민주당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박 대변인은 “사법부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을 왜 이렇게 늦게 했느냐”며 “왜 그동안 국민을 불안과 혼란에 빠뜨렸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국회의 입법권을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맞춰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내란 전담재판부 신설이 갖는 ‘진짜 함의’ 대법원 예규 제정…반격 혹은 타협안 제시 민주당 정청래 대표도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 중 “대법원이 헐레벌떡 자체 안이라고 내놨다”며 “더 일찍 해야 하지 않았느냐. ‘조희대 사법부’답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국내 헌정사에서 특별재판부는 단 2회만 설치됐다. 제헌헌법 부칙엔 “이 헌법을 제정한 국회는 단기 4278년 8월15일 이전의 악질적인 반민족 행위를 처벌하는 특별법을 제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국회는 반민족행위처벌법 등을 제정하고,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이하 반민특위)를 설치했다. 반민특위엔 특별검찰부와 특별재판부가 설치됐다. 특별검찰부는 검찰총장 등 9명으로 구성됐고, 특별재판부는 ▲국회의원 5명 ▲법조인 6명 ▲사회 저명 인사 5명 등 총 16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국회가 선출했다. 두 번째 특별재판부는 1960년 4·19 혁명 이후 개정된 제4차 개정 헌법을 근거로 설치됐다. 당시 개정 헌법엔 “3·15 부정선거 및 4·19 혁명 관련자들과 관련된 형사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특별재판소와 특별검찰부를 둘 수 있다”는 취지의 부칙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설치된 특별재판부는 부정선거관련자처벌법 제정을 거쳐 설치됐다. 민주당조차 ‘특별재판부’를 ‘전담재판부’로 수위를 낮춰 처리했다는 이유로 내란 특별재판부에 대해 불거진 위헌 시비를 거론한다. 법원은 ‘무작위 전산 재판 배당’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특정 재판부에 특정 재판을 배당한다”는 취지의 특별재판부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위헌 시비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아직 헌법재판소가 관련 합헌·위헌 여부를 가린 적도 없다. 하지만 헌법 제27조는 “모든 국민은 헌법·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법률에 의해 양심에 따라 독립해 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 배당의 무작위성은 재판에 대한 외부의 부당한 압력·영향력으로부터 법관을 보호해 재판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세운 원칙이다. 이는 위헌 시비가 불거진 핵심 이유였다. 그래서 과거엔 특별재판부를 설치하기 전에 개헌 과정 중 헌법 부칙에 그 근거를 규정했다. 헌법 부칙은 헌법 본문과 똑같은 효력을 가진다. 그래서 위헌 시비가 불거질 일은 없었다. 피해 가는 위헌 시비 하지만 위헌 시비를 피하려고 제시한 ‘내란 전담재판부’에 대해서도 논란이 이어졌다. 역설적으로 “기존 재판부 배당과 큰 차이가 없다”는 취지의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사법부는 이미 무작위 배당의 예외를 운용하고 있다. ▲특허법원 ▲서울행정법원 ▲지역별 가정법원 등 특정 분야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법원이 따로 설치돼있는 것도 무작위 배당의 예외다. 또 각급 법원은 이미 지식 재산·환경·의료 등 특정 전문 분야를 전담할 재판부를 분류한다. 법원장 재량에 따라, 재판장들과의 협의를 거쳐 특정 사건은 ‘적시 처리 필요 중요 사건’으로 분류해 특정 재판부에 배당해서 신속한 재판 진행을 추진한다. 기소된 사건이 이미 진행 중인 재판과 사실 관계·쟁점·피고인이 같으면, 이미 진행 중인 재판을 담당하는 재판에 배당한다. 물론 민주당이 거둘 수 있는 실익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정 대표는 민주당이 ‘특별’을 ‘전담’으로 바꿔가면서도 서둘러 개정안을 추진하는 이유를 분명히 짚었다. 그는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법부와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의 재판부는 내란·외환 사건의 심리를 의도적으로 침대 축구하듯 질질 끌었다”며 “조 대법원장은 경고·조치를 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보다 못한 입법부가 나서기 전에 사법부가 진작 내란 전담재판부를 설치했다면, 지난 1년 동안 허송세월하는 것을 보면서 국민이 분통 터지는 상황은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의 주장 중 핵심 단어는 ‘조희대’와 ‘지귀연’이다. 민주당이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할 당시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지난 9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 부장판사를 지칭해 “재판의 공정성에 의구심을 갖도록 하는 인사들을 전보·징계한다면, 굳이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들기 위한 입법 조치를 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도중 “조희대 사법부는 특검 수사 훼방꾼이 됐다”며 “조 대법원장이 지휘하는 대법원이 지난해 12월3일 내란에 동조한 건 아닌지 강한 의구심을 갖는다”고 지적했다. 사법행정사무를 총괄하는 조 대법원장의 권한 일부를 사실상 박탈하고, 지 부장판사를 내란 관련 재판에서 손 떼게 할 수 있다면, 민주당은 상당한 실익을 거둘 수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재판부 배당에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개입시키는 것이다. 힘 실어준 진짜 이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이후인 지난 2018년 4월 “권한이 집중된 제왕적 대법원장을 견제하고, 법관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를 갖고 설치됐다. 보수 진영 일각에선 이를 일컬어 “지나치게 민주당에 친화적”이라고 비판한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 설치 직후 첫 의장으로 선출됐던 최기상 당시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는 현재 민주당 의원이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지난 9월 민주당이 주장한 의제 ‘대법관 증원론’을 포함한 상고심 제도 개선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어 “사법부는 대법관 증원안을 경청하고 자성해야 한다”는 취지로 보고서를 작성·공개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일컬어 “민주당에 힘을 설어주기 위해 토론회를 개최한 게 아니냐”는 비판 목소리도 제기됐다. 대법원의 이재명 대통령에 대판 파기환송 판결에 대해서도, 정 대표는 지난 9월 전국법관대표자회의에 “조 대법원장 사퇴 권고 등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 회복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일각에선 “대법원의 예규 제정은 반격”이라고 해석한다. 그 근거로는 “내란 전담재판부를 줄곧 반대하다가 갑자기 예규 제정을 밝힌 의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는 점을 들었다. 민주당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 외에도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꿀 만한 사법개혁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대해선 “민주당의 공세를 적절한 선에서 수용해 더 큰 공세에 대비하려는 의도”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특별재판부’가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고 해서 다른 사법개혁안 통과 시도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법원으로선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꾸려는 민주당의 시도를 보면서 검찰이 해체되는 과정을 되새길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이미 민주당이 주도하는 사법개혁안 자체가 사실상 ‘기존 법원 해체’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조금씩 권한 잃다 해체 결정 검 종착역은 헌재 최고법원 등극? 민주당 등 범여권이 검찰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으로 분리해 완수했던 검찰 해체에 대해선 “헌법은 검찰 조직의 존재를 전제로 검찰총장의 존재를 규정했다”면서 위헌 논란을 제기하는 반대 측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범여권은 이를 강행했다. 큰 틀에서 보면, 검찰은 ▲특별검사제도 도입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분리 등 과정을 거쳐 해체됐다. 최초의 특별검사(이하 특검)는 지난 1999년 김태정 전 검찰총장 부인에 대한 옷 로비 의혹과 한국조폐공사 노조 파업 유도 사건에 대해 진행됐던 최병모 특검이었다. 특검이 성립됐던 배경은 “검찰이 검찰총장의 부인이 연루된 사건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선이었다. 아울러 당시 국회 구도는 여소야대였다. 한나라당은 “사건을 축소·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흐름을 타고 강하게 밀어붙여 특검법 제정을 주도했다. 이후 현재까지 개별 특검법은 총 16개가 통과됐고, 상설 특검은 6회 추진됐다. 검찰로서는 1999년 최병모 특검 설치가 수사권·기소권 독점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현재까지 총 22회의 특검이 성립됐다는 것은 검찰에 대한 각계의 불신을 상징하는 중요 사실관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끝은 아니었다. 검찰을 노리는 다음 단계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었다. 최초의 검경 수사권 조정은 지난 2011년 진행됐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사법경찰관이 검사의 수사 지휘에 이의를 제기하는 재지휘 건의 제도 신설 등의 내용이 담긴 안을 대통령령으로 제정해 의결했다. 지난 2016년엔 ▲진경준 게이트 ▲정운호 게이트 ▲김형준 전 부장검사의 스폰서 의혹 ▲최순실 게이트 등이 연이어 발생해 검찰의 신뢰도에 대한 강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이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장기간 논의된 검경 수사권 논의로 연결된다. 공수처도 설치됐다. 민주당 집권 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사건을 강하게 기억하는 지지자들의 비원을 외면하긴 어려웠던 측면도 있었다. 그렇게 검찰은 서서히 권한을 빼앗겼다. 그러다가 지난 9월에 이르러 검찰은 내년부터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으로 갈라질 운명에 처했다. 특히 중대범죄수사청은 행정안전부로 옮겨진다. 서서히 권한을 빼앗기다가 끝내 해체를 앞둔 운명을 맞게 된 것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은 ▲법원행정처 폐지 ▲법 왜곡죄 도입 ▲대법관 증원 ▲재판소원 도입 등 사법개혁안을 시도하고 있다. 범여권이 사법개혁안을 모두 통과시킨다면, 사법부로서는 “검찰에 이어 사법부도 한순간에 와해된다”고 인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순간에 와해된다 법원행정처가 없어지면 대법원장의 권한이 줄어든다. 법 왜곡죄가 도입되면, 판사의 재판도 법적 처벌 범위 안에 포함될 위험에 노출된다. 대법관이 늘어나 대법관의 권위·희소 가치가 줄어든 후 재판은 헌법소원 제기 범위 안에 포함된다. 최종 종착지는 헌법재판소가 대법원을 제친 후 최상위 사법기관으로 규정될 순간임을 배제하기 어렵다. 지난 24일은 사법부가 느낄 법한 공포가 처음 피부에 와닿은 날이었을 수도 있다. 새해엔 민주당과 사법부의 전쟁이 더욱 거칠게 진행될지도 모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