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삼국비사 (113)승리

벼랑 끝의 당군

소설가 황천우는 우리의 현실이 삼국시대 당시와 조금도 다르지 않음을 간파하고 북한과 중국에 의해 우리 영토가 이전 상태로 돌아갈 수 있음을 경계했다. 이런 차원에서 역사소설 <삼국비사>를 집필했다. <삼국비사>를 통해 고구려의 기개, 백제의 흥기와 타락, 신라의 비정상적인 행태를 파헤치며 진정 우리 민족이 나아갈 바, 즉 통합의 본질을 찾고자 시도했다. <삼국비사> 속 인물의 담대함과 잔인함, 기교는 중국의 <삼국지>를 능가할 정도다. 필자는 이 글이 우리 뿌리에 대해 심도 있는 성찰과 아울러 진실을 추구하는 계기가 될 것임을 강조했다. 
 

 

앞만 주시하던 당나라 군사들은 마치 토끼몰이 하듯 고구려 군사들이 후방에서 공격해오자 일시적으로 반격태세를 취했다.

그러나 이내 밀려드는 고구려 군사들의 기세에 밀려 강 건너를 주시했다.

매복해 있는 고구려 군사들은 생각하지 못하고 그저 평양성 가까이 있는 소정방의 부대를 생각했는지 방효태가 급히 얼어붙은 강으로 건너라는 명을 내렸다. 

얼어붙은 강으로

명령에 따라 당나라 군사들이 거세게 달려드는 고구려군에 밀려 전후좌우 가리지 않고 급히 강으로 올라서서는 남으로 방향을 잡고 달리기 시작했다.


연개소문이 강 건너에서 찬찬히 살펴보고는 활을 들고 삼족오기를 든 수하 병사와 함께 천천히 앞으로 나섰다.

당의 선두에 섰던 방효태가 멈추어 잠시 그 의미를 헤아리는 듯하다가 뒤를 돌아보다 칼을 뽑아 들고 연개소문을 향해 곧바로 내달렸다.

그의 주위를 살펴보았다.

젊은 장수들이 마치 호위하듯 이 에워싸고 달려오고 있었다.

연개소문이 가만히 활에 화살을 얹어 시위를 당겼다.

한순간 연개소문의 활에서 빠져나간 화살이 방효태와 가장 먼 거리에서 달려오던 장수의 얼굴에 정통으로 박히며 그대로 고꾸라졌다. 

방효태와 다른 장수들이 일시에 진군을 멈추고는 쓰러진 장수에게 다가섰다.


이어 쓰러진 장수의 이름을 부르며 처절하게 울부짖는 모습이 시선에 들어왔다.

그러기를 잠시 후 다시 앞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그를 살피며 다시 화살을 활에 놓고 시위를 당겼다.

이번에는 방효태와 가장 가까운 거리를 유지하고 있는 젊은 장수가 맥없이 쓰러졌고, 방금 전과 같은 상황이 연출되었다.

잠시 그를 주시하던 일행이 흡사 정신을 잃은 듯 앞으로 달려오기 시작했다.

연개소문이 계속해서 화살을 날리자 방효태를 제외한 젊은 장수들이 모두 쓰러졌다.

미친 듯이 달려 나오던 방효태는 드디어 강을 건너 연개소문과 맞닥뜨렸다.

“네가 방효태란 놈이냐.”

연개소문이 활을 내팽개치고 칼을 뽑아들었다.

“네, 이놈. 연개소문아. 네 놈이 내 아들들 모두 죽이고 살 줄 아느냐!”

방효태가 미친 듯이 달려드는 그 순간 연개소문과 멀지 않은 곳에 매복해 있던 남건이 급하게 달려나갔다.

“무엄하게 나의 아버지께 칼을 겨누다니, 네 이놈. 내가 상대해주마!”


남건의 외침에 방효태가 순간 방향을 틀었다. 

“내 먼저 네 놈의 아들을 죽이고 너를 죽여주마.”

고함을 지른 방효태가 남건에게 달려들고 칼과 칼이 마주치기를 십여 합에 이르자 연개소문이 곁에 선 병사에게 눈짓을 주었다.

그 눈짓에 따라 병사가 삼족오기를 흔들자 매복해 있던 고구려 군사들이 검모잠을 필두로 앞으로 나섰다.

이어 당나라 군사와 고구려 군사들의 피가 얼음 위로 뿌려지기 시작했다. 

연개소문은 접전을 시작한 고구려 군사들의 모습을 살피며 시선을 두 사람에게 주었다.


흥분을 감추지 못한 방효태의 칼이 서서히 방향을 잃고 있었다.

그러던 한순간 남건의 칼이 방효태의 옆구리를 스치고 지나가자 피가 흘렀다.

방효태가 칼이 스치고 지난 자리를 바라보는 순간 남건의 칼이 보기 좋게 방효태의 가슴을 파고들었다.

이어 쓰러지는 방효태의 목에 남건의 칼이 번쩍였고 빨간 피와 함께 머리가 땅으로 굴러 떨어졌다.

남건이 급히 말에서 내려 방효태의 머리를 치켜들었다. 

“당나라 오랑캐놈 장수의 수급이 이 손에 있다!”

남건의 우렁찬 외침에 당나라 군사들은 그나마 남아 있던 전의를 상실하고 갈팡질팡 흩어져 달아나기에 급급했다.

그러나 이미 고구려 군사에 의해 완전히 포위된 상태에서 그저 속수무책으로 목이 떨어졌다. 

연개소문은 고문 장군이 이끄는 고구려 군사가 강을 건너는 모습을 보며 발걸음을 돌렸다.

비록 연정토에게는 소정방과 임아상의 부대가 침공하지 않을 것이라 이야기했지만 혹여 모를 일이었다. 

아무리 기습적으로 공격했더라도 그 시간이 되면 소정방과 임아상의 귀에도 그러한 사실이 들어갔을 터고 그새 무슨 일을 도모할지 예측 불가능했다. 

연개소문이 서둘러 평양성에 들자 소식을 접한 보장왕이 신하들을 거느리고 궁을 나와 맞이했다.

계략에 걸린 방효태, 남건에게 목숨을 잃다
고삐 늦추는 연개소문 “제풀에 지칠 것…”

“수고하셨습니다, 대감.”

“송구하옵니다, 전하. 예까지 나오시고.”

말을 하다 말고 연개소문이 연정토를 주시했다.

“임아상과 소정방의 부대는 아무런 움직임이 없는가?”

“그놈들 아직도 전황을 모르는 듯합니다.”

“그렇다면 다음은 임아상이란 놈일세.”

잠시 휴식을 취하는 사이 방효태 당군을 몰살시킨 고구려 군이 진용을 갖추고 돌아왔다.

연개소문이 모든 병사들을 배불리 먹이고 휴식을 취하도록 지시하고 남건과 임아상이 둔치고 있는 패수 지역으로 이동했다.

패수 건너 강에 연한 지점에 제법 기세 좋게 진을 치고 있는 당나라 군사들의 형세를 살피고는 곧바로 평양성으로 들어 다시 장군들을 소집했다.    

“지금쯤 임아상도 방효태 부대의 몰살 소식을 들어서 알고 있을 터이네. 아울러 경계를 한층 강화할 걸세.”

모든 장수들이 자리를 정돈하자 연개소문이 그간의 노고를 치하하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오늘 밤 날씨를 살피니 바람이 강하게 불 모양인데.”

말을 하다 말고 연개소문이 두방루, 검모잠, 뇌음신, 남건의 얼굴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하문 있으십니까, 대감.”

“장군들이 고생 좀 해주어야겠네.”

“고생이라니요, 당치 않습니다.”

“분부만 주십시오. 바로 실행하겠습니다.”

젊은 장수들이 얼굴에 잔뜩 힘을 주고 말을 받았다.

“오늘 밤 바람을 이용해서 임아상이란 놈의 부대를 박살내도록 하세.”

“전면전으로 갑니까?”

“아닐세. 방효태 부대를 섬멸했던 그대로 움직이세.”

“하면 저희들이…”

“그러이. 힘이 들더라도 밤이 되면 화공을 준비하여 군사들을 거느리고 저들의 뒤에서 공격하게.”

두방루의 이야기에 보충 설명을 곁들이자 장수들의 얼굴에 결연한 기운이 역력하게 드러났다.

“대감, 소장은 어찌합니까?”

고문이 주위를 둘러보며 입을 열었다.

“어떡하기는. 나와 함께 도망 오는 적을 맞이해야지요.” 

그날 자정 무렵 임아상의 당군에서 불길이 치솟았다.

그러나 연개소문의 의도대로 되지 않았다.

추위와 굶주림, 그리고 방효태 부대의 몰살 소식으로 전의를 상실한 당군이 연개소문이 기다리는 평양성 쪽이 아닌 소정방이 거느리는 부대로 도망쳤던 것이다. 

보고를 받은 연개소문은 허탈한 기분을 달래며 밤을 보냈다.

그리고 이튿날 동이 트자마자 소정방이 주둔하고 있는 지형을 살피기 위해 연정토를 대동하고 움직였다.

패수 건너에 있는 산기슭에 얼기설기 세운 진의 모습이 시선에 들어왔다.

그를 살피던 연개소문이 빙그레 미소 지었다.

“형님, 왜 웃으십니까?”

“저 놈들은 그냥 놔두려 한다.”

“무슨 말씀입니까?”

“저들은 제풀에 죽게 되어 있어.”

연정토가 이해되지 않는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저 놈들 진을 친 모습을 보니 공격하지 않고 그저 수진에 임하겠다는 형세이네. 그러니 저 상태에서 이 추운 날 얼마나 더 버티겠는가.”

제풀에 죽게…

“하면 저들이 고구려 군이 아닌 추위와 굶주림과 싸우다 끝나버린다는 말씀이십니까.”

“당연하지. 그리고 아마도 지금이면 양식도 다 떨어졌을 터인데, 그런 경우라면 신라에서 양식을 공급할 테니 그를 예의주시하라고.”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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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 상병 특검’ 공수처 불편한 속내

‘채 상병 특검’ 공수처 불편한 속내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채 상병 특검’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야권의 4·10 총선 압승으로 더불어민주당의 움직임에도 속도가 붙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난감하기만 하다. 부족한 인력으로 인해 수사의 첫 단추도 끼우지 못하는 실정이다. 발 빠른 수사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공수처 안팎에서는 정치권의 책임 떠넘기기에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조직이 와해되기 직전인데 수사에 속도가 어떻게 나겠느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의 말이다. 요즘 공수처의 분위기는 참혹하다. 해병대 ‘채 상병 사건’으로 반전을 꾀하고 싶어도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특별검사(이하 특검) 목소리가 거세지면서 ‘비교 대상’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대통령실 압수수색? 채 상병 사건 특검법 추진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공수처의 분위기는 암흑 상태다. 검찰 제도를 보완해 ‘상설특검’ 명목으로 출범했음에도 ‘늑장·부실’ 수사 논란 속에 결국 사건 기록을 특검에 넘겨줘야 하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오는 5월2일, 임시국회를 열어 법안을 표결하자는 분위기다. 법안 통과를 위해서는 국회의장과 여당의 협조가 필요한데, 총선 이후 여당 일각서도 채 상병 특검에 동의하는 분위기가 표출되고 있다. 채 상병 특검 법안은 지난해 10월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뒤 180일의 숙려 기간을 거쳐 본회의 표결만 하면 언제든 통과할 수 있는 상황이다. 채 상병 사건 수사 갈래는 크게 두 가지다. 무리한 수색 지시 등 책임자를 가리는 본안 수사가 경북지방경찰청서 진행 중이고, 해병대 수사단의 초동 조사에 국방부와 대통령실 관계자가 개입했다는 외압 의혹은 공수처가 맡고 있다. 외압 핵심 피의자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주호주대사로 임명돼 부임 후 사퇴하는 과정서 대통령과 법무·외교부 장관의 직권남용 의혹도 공수처에 추가로 고발됐다. 야권이 특검을 통해 밝히려는 사안의 실체는 수사 외압에 집중돼있다. 특검이 통과되면 공수처가 내려던 실적이 특검으로 넘어가는 건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민주당은 이 대사 임명 과정서의 추가 의혹도 특검법안을 수정 발의해 포함할 계획이다. 공수처는 수사의 무게를 일부 덜겠지만, 6개월 넘게 진행해온 사건 기록을 외부에 넘긴다는 건 또 다른 비판의 빌미를 제공하는 셈이다. 특검 추진 본격화…수사팀 의욕 잃어 “이럴 거면 왜 강조하나” 불만 증폭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는 “인력난 때문에 고전하는 상황이다. 내부 얘기를 들어보면 ‘죽을 맛’이란다. 채 상병 사건 수사는 최선을 다하려 했는데 특검이 언급되면서 수사팀의 의욕이 상실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수처법상 수사 범위와 인원 범위가 지나치게 제한돼있어 실질적인 수사 기능을 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설명이다. 공수처법은 공수처의 수사 범위를 현직 공직자와 그 가족, 퇴임 3년 이내 전직 고위공직자로 한정하고 있다. 공수처 검사와 수사관의 인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현재 공수처법이 규정하고 있는 검사와 수사관의 규모는 처·차장 포함 검사 25명, 수사관 40명이다. 공수처법을 추진할 당시 규모는 검사 30~50인, 수사관 50~70인이 제안됐지만 법무부와 국회의 논의를 거치면서 현재 정원으로 대폭 감소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총선과 무관하게 지속적으로 인원 확대와 관련해 국회와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며 “검사의 신분보장을 위한 임기에 대해서도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앞서 공수처는 최소한의 행정인력이라도 확보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 달라고 호소한 바 있다. 현행법상 행정인원 정원은 20명인데 지난 2022년 공수처는 행정직원 중 국·과장과 직제 파견자 등 7명을 제외하면 실제 가용인원이 13명에 불과해 수사관을 행정인력에 투입해야 할 상황에 놓인 바 있다. 공수처가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법 개정이 필수적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특히 공수처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일치시켜 수사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수처는 ‘공수처법상 기소권 없는 사건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연구용역’을 발주하는 등 수사 대상과 기소 대상의 불일치로 발생하는 구속영장 논란을 정리하기 위한 연구에 착수하기도 했다. 인력난 가중화 지금까지 공수처가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한 상황을 보면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 지난해 12월 이 전 장관 등을 출국금지했고, 한 달 후인 지난 1월 압수수색에 착수했다. 이후 포렌식과 참고인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전 장관을 비롯한 국방부 지휘부와 해병대 수뇌부 등에 대한 조사는 특검의 몫이 될 가능성도 있다. 경우에 따라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등으로 특검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공수처와 경찰은 특검법 처리 여부를 주시하며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총선 국면서 논란의 중심에 선 공수처는 수사를 신속하게 진행해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겠다는 입장이다. 공수처 지휘부 공백 상태가 영향을 줄 여지도 있다. 주요 피의자 소환 및 신병처리 등 주요 의사결정을 처장 대행인 부장검사가 결정하기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다. 만약 국회서 여야가 특검법 처리에 합의하는 수순을 밟으면 공수처도 새로 출범할 특검에 기록을 인계하기 위한 작업에 중점을 둘 가능성이 크다. 현재 본회의에 회부된 안은 민주당이 지난해 9월 발의한 법안이다. 민주당이 지난 3월, 이 전 장관이 주호주대사로 임명된 경위를 수사해야 한다는 별도의 특검안도 국회에 제출했기 때문에 이 두 법안이 병합되는 안도 거론된다. 본회의 회부 안건은 수사기간을 최장 100일로 정하고 있는데, 잔여 수사를 검찰에 이첩하도록 명시됐다. 경찰과 공수처가 시작한 수사가 특검을 거쳐 검찰 손에 넘어가는 것은 부자연스럽다는 말도 나온다. 민주당이 3월 발의한 안은 잔여수사 이첩 대상을 검찰과 공수처로 정했다. 단추도 못 끼워 민주당이 특검법 조항 일부를 양보하고 국민의힘이 수사 대상 확대에 동의하는 시나리오도 정치권을 중심으로 나온다. 이런 과정서 본회의 회부 안이 조정될 수도 있다. 이 가운데 이 전 장관은 최근 변호인을 통해 공수처에 “소환조사를 진행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전 장관 측이 공수처에 소환조사를 요청한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이 전 장관 측 김재훈 변호사는 최근 공수처에 소환 촉구 의견서를 내고 “이 전 장관은 호주 대사직서도 물러났으나 공수처는 지금까지도 아무런 연락이 없다”며 “공수처의 이런 수사 방기 탓인지 정치권에서는 특검 필요성까지 제기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공수처에 보낸 의견서에서 “이첩 보류 지시는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국방부 장관은 민간 수사기관으로의 사건 이첩에 대한 최종 승인권자이므로 인사권자가 인사안 결재 후 이를 취소·변경할 수 있듯이 그 승인을 변경할 수 있다”며 “해병대 수사단장에게 수사 권한이 있다느니, 수사단장에게 민간 수사기관으로의 이첩 권한이 있다느니 하는 것은 법 규정의 몰이해로부터 비롯된 억지”라고 주장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이 장관이 보고서를 회수하라고 지시하기 전에 대통령실 내선번호로 전화를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이 전 장관은 대통령으로부터 (사단장을 빼라는)지시를 받은 사실이 없다”며 “당시 장관이 군사보좌관과 논의하는 과정서 ‘(초급 간부들까지 처벌 대상에 포함한다면)초급 간부들이 힘들어할 것 같다’는 의견을 나눴고 법무관리관실의 법리 검토를 거쳐야 한다고 판단해 이첩 보류를 지시했다”고 강조했다. 수사 인원 범위 제한적 법 개정 안되면 도루묵 이어 “재검토한 결과 8월24일 직접적인 혐의가 있는 2명을 경찰에 이첩했고, 해병대수사단 조사기록 원안도 그대로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 전 장관 측은 민주당이 추진하는 ‘채 상병 특검’도 비판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공수처의 1차 수사 결과도 나오지 않은 상황인데 무엇이 미흡하고 국민적 의혹이 남아 해소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냐”며 “특검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은 공수처의 신속한 수사와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공수처 수장이 석 달째 공석인 점은 제도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더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종 후보자 지명을 두 달 가까이 미루고 있다. 앞서 국회 공수처장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2월29일 판사 출신 오동운(사법연수원 27기) 변호사와 검사 출신 이명순(연수원 22기) 변호사를 후보로 추천했다. 김진욱 전 처장과 여운국 전 차장이 임기 만료로 퇴임해 공수처가 ‘대행 체제’에 들어간 건 지난 1월 말부터다. 김선규 수사1부장이 처장 대행을 맡고 있지만, 지난달 제출한 사직서가 수리되지 않아 임시로 대행직을 수행 중이다. 최근 인사위원회서 연임이 불발된 수사1부 소속 김송경 검사(사법연수원 40기) 임기도 만료됐다. 김 대행이 이끄는 수사1부는 공기광 검사만 남게 된다. 별도 조직개편 계획도 없어 수사 부서 1개가 사실상 사라질 위기다. 윤 대통령이 공수처장 후보자를 지명해도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해야 임명이 가능하다. 21대 국회 임기는 내달 29일까지다. 22대 국회가 개원해도 원구성에 시일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신속한 공수처장 공백 해소를 위해선 이달 안으로 후보 지명을 마쳐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수장 공백 장기화 우려 법조계에서는 특검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공수처법에 따르면, 공수처는 이 전 장관에 대한 수사권은 있지만 기소 권한이 없다. 수사를 마친 뒤 검찰에 사건을 넘기고 검찰이 기소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구조다. 공수처 출범 당시 수사·기소권을 모두 줄 경우 일각에선 ‘무소불위 공수처’가 될 거란 우려가 제기되면서 공수처는 법관, 검사, 고위 경찰공무원에 대해서만 제한적 기소권을 갖게 됐다. 문제는 검찰이 채 상병 사건 기소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검찰을 관할하는 법무부는 지난달 8일, 공수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 전 장관의 출국금지를 해제했다. 사건 처리의 중립성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특검을 통해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