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돈 뜯기고 수사 받는’ 윤장현 전 광주시장 미스터리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8.12.19 09:20:42
  • 호수 119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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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은 돈을 그냥 줬겠어?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전·현직 대통령 영부인을 사칭해 거액을 뜯어내는 사기 사건이 벌어졌다. 이른바  ‘권양숙 여사 사칭 사건’이다. 윤장현 전 광주시장도 당했다. 그런데 피해자였던 윤 전 시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됐다. 
 

▲ 영부인 사칭 사기 사건에 휘말린 윤장현 전 광주시장

지난해 12월 윤장현 당시 광주시장은 한 통의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자신을 ‘권양숙 여사’라고 소개하며 “딸 사업 문제로 5억원이 급하게 필요하게 됐다” “빌려주시면 곧 갚겠다”는 내용이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친분이 있던 윤 전 시장은 4차례에 걸쳐 모두 4억5000만원을 보냈다.

의사 출신 
시민운동가

하지만 돈을 받은 사람은 권 여사를 사칭한 A(49)씨였다. A씨는 광주·전남지역 자치단체장 등 유력 인사 10여명에게도 전·현직 영부인을 사칭한 문자를 보냈다. 이를 의심한 한 인사가 경찰에 신고하면서 덜미가 잡혔다. A씨는 민주당 선거운동원으로 활동하면서 휴대전화 번호를 알아낸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청와대는 청와대 인사들과의 친분을 미끼로 한 사기가 잇따르자 직접 대응에 나서기도 했다. 

지난 10월22일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대통령과 친인척, 청와대 인사의 이름을 대고 돈을 요구하는 사람이 있으면 무조건 사기로 생각하고 신고해 달라”고 말했다. 경찰은 윤 전 시장이 직접 통화도 했지만 경상도 사투리를 구사하는 A씨를 권 여사로 착각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A씨를 사기 혐의로 구속해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 


이 사건이 알려지자 윤 전 시장이 4억5000만원이라는 적지 않은 돈을 어떻게 마련했는지에 대한 의문이 증폭됐다. 경찰 조사에서 윤 전 시장은 은행 2곳서 3억5000만원을 대출받았고, 나머지 1억원은 지인에게 빌렸다고 했다. 이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윤 전 시장이 은행 대출을 받은 것은 확인했지만, 대출금이 사기 피해액과 관련이 있는지는 수사가 더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여기까지만 보면 윤 전 시장은 사기 피해자로 보인다.

단순 사기인 줄 알았던 이 사건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윤 전 시장이 사기 피의자 자녀들의 취업까지 도와준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경찰은 A씨를 수사하는 과정서 두 사람이 주고받은 문자메시지서 취업청탁의 정황을 포착했다. 실제로 A씨의 아들 조모씨가 광주광역시 산하 김대중컨벤션센터에 7개월 동안 임시직으로 채용됐고, 딸도 광주의 한 사립중학교에 기간제 교사로 채용됐다. 아들은 전시회를 준비하는 조직서 3월부터 아르바이트 형식으로 일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권양숙 여사 사칭…4억5000만원 뜯겨
또 취업 부탁에 영향력 행사해 채용

경찰은 윤 전 시장이 이 과정서 산하기관 등에 전화로 채용을 부탁하는 등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다고 보고 있다. 

윤 전 시장은 권양숙 여사를 사칭하는 A씨로부터 "A씨를 보낼 테니 만나서 부탁을 들어달라”는 내용의 전화를 받았다. 윤 전 시장은 전화를 받고 며칠 뒤 시장실서 A씨를 직접 만났다. A씨는 윤 전 시장을 만나 황당한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자신을 노 전 대통령의 혼외자 2명을 키우고 있는 위탁모라고 소개하면서 남매가 혼외 자식이라 대학 졸업 이후 특별한 경제적 지원 없이 어렵게 살고 있다고 취업을 부탁한 것이다. 


이를 믿은 윤 전 시장이 A씨 자녀들의 채용에 관여했다는 게 현재까지의 경찰 수사 결과다. 윤 전 시장은 8월까지도 A씨를 권양숙 여사라 믿고 문자메시지 등을 주고받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사기 사건 피해자 신분이었던 윤 전 시장은 직권남용 혐의로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됐으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돈을 보낸 시점에 주목했다. 사건이 발생한 지난해 12월은 윤 전 시장이 재선을 위해 올해 지방선거에 출마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돌던 때였기 때문이다. 

검찰 관계자는 광주광역시장 당내 경선과 관련성이 있는지 등 돈의 출처와 관련해 조사할 대목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윤 전 시장이 지난 4월 지방선거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A씨에게 보낸 돈을 돌려달라는 취지의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보고 있어 혐의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30일 사기 사건 피해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을 요구받았던 윤 전 시장은 지금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을 요구받고 있다.

“노 혼외자”
왜 속았나?

이들은 지난해 12월부터 10월까지 무려 268차례의 문자메시지를 나누고 12차례 전화통화를 주고받았다. 검찰이 밝힌 내용에 따르면 A씨는 윤 전 시장에게 “이제 곧 경선이 다가온다. 당 대표에게 신경 쓰라고 당부했다”는 취지의 문자를 보냈다. 이어 지방선거 당시 윤 전 시장의 경선 경쟁 후보였던 이용섭 현 광주시장을 두고 “통화로 시장 출마를 만류했다. 알아들은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당시 윤 전 시장은 민주당 광역자치단체장 평가서 하위 20%에 속했다. 친인척 비리도 있어 경선서 상대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놓여 있었다. 검찰은 이런 와중에 A씨의 능숙한 언변에 속아 지난해 12월26일부터 올해 1월31일까지 네 차례에 걸쳐 돈을 보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윤 전 시장은 지난 5일, 일부 언론과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처음 입장을 밝혔다. 윤 전 시장은 우선 공인으로서 ‘언론플레이’를 한다는 인상을 줄 수 있어 그동안 연락을 받지 않았다고 했다. A씨에게 사기를 당하고 채용 부탁을 들어준 이유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보도에 따르면 윤 전 시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의 혼외자라는 말을 듣자 온몸이 얼어붙었고 나라가 뒤집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면 안 되고, 인간 노무현을 지켜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공천과는 아무 연관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바보처럼 사기를 당했는데 수사 당국서 공천으로 연결지어 참담하다”며 “말 못 할 상황이라고 몇 개월만 융통해달라고 해서 돈을 보내준 것”이라고 밝혔다. 공천을 염두에 두고 돈을 빌려줬다면 흔적이 남는 은행서 융자를 받지 않았을 거라는 게 윤 전 시장의 주장이다.

윤 전 시장은 채용 청탁에 대한 혐의인 직권남용, 업무 방해는 상당 부분 인정했지만, 공천을 염두에 두고 돈을 건넨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는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1일 2차 조사에 앞서 윤 전 시장은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니다. 못다한 이야기가 있다. (검찰 조사에서)사실대로 이야기하겠다”고 밝혔다. 또 A씨에게 보낸 4억5000만원 중 지인에게 빌렸다고 말한 1억원을 다른 사람 이름으로 입금한 이유를 묻자 “(비서에게)심부름을 시켰을 뿐”이라고 말했다. 나머지 금액은 윤 전 시장 본인 이름으로 입금했다.

불출마를 선언한 뒤 A씨에게 돈을 돌려달라고 요구한 것에 대해 윤 전 시장은 “임기가 끝나는 상황서 경제적인 상황이 어려워졌다. 제가 다른 소득 없이 연금 82만원을 받아 살아야 하는 형편을 이야기했던 것"이라며 돈을 돌려달라는 뜻으로 메시지를 보낸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윤 전 시장은 지난 12일 새벽에서야 광주지검을 나섰다. 이틀간 27시간이 넘는 마라톤 조사에서 그는 권양숙 여사를 사칭한 A씨에게 거액을 송금하고 그의 자녀를 위해 취업을 알선해준 배경을 해명하는 데 힘을 쏟았다. 검찰도 조사 과정서 윤 전 시장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했다. 하지만 윤 전 시장은 피의자 신문조서를 열람한 뒤 지문 날인을 거부했다.

피의자 소환
속사정 보니…

이유는 하나다. 사건의 진실을 밝히려는 것보다 이미 짜놓은 틀에 본인(검찰)들의 의사를 관철하는 모습만이 보였기 때문이다. 윤 전 시장의 변호인은 이날 광주지검 청사 앞에서 취재진과 만나 “(문자메시지는)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하나의 틀로만 봤다”며 “실체적 진실 관계를 위한 조서보다 목적을 정해놓은 조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윤 전 시장 측은 피의자 신문조서가 아닌 의견서를 통해 소명할 방침이다. “증거에 대한 판단은 제3자에게 맡기는 게 낫다”고 결론을 내린 셈이다. 앞서 그는 경찰에 제출한 진술서 내용의 일부를 공개했다.


이는 지난 11월3일 권양숙 여사를 사칭한 A씨와의 전화통화 녹취록이다. 녹취록에는 윤 전 시장이 “내가 선거를 앞두고 도움을 청한 적이 있었느냐”고 묻자 A씨가 “아니다. 죄송하다. 죽을 죄를 지었다”고 답한 내용이 담겼다. 즉 A씨에게 속아 돈을 빌려줬을 뿐 공천과는 관련이 없다는 것.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만약 윤 전 시장의 혐의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공직 선거법 47조 2에 적시된 ‘정당의 후보자 추천과 관련한 금품 수수 금지’ 조항에 따라 위반 시 선거법 230조 6항에 의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게 된다.

윤 전 시장은 의사, 시민운동가 출신으로 2014년 안철수 전 대표의 전략공천으로 새정치민주연합에 입당했다. 1949년 전라남도 광주시 서석동(현 광주광역시 동구 서석동)서 태어났다. 살레시오고등학교, 조선대학교 의과대학, 동 대학원 석사 및 박사 과정을 졸업했다.

피해자서 피의자로
공천 대가로 생각?

1970년대 중후반 국군광주병원(현 국군함평병원) 군의관으로 병역 의무를 이수했는데 이때 이리역 폭발사고가 일어나기도 했다. 상관의 지시를 기다릴 여유가 없자 근무지를 이탈해 이리시로 가서 부상당한 시민들을 구조했다. 이 일로 2017년 11월11일 ‘이리역 폭발사고 40주년 추모행사’서 익산 명예시민증을 받았다. 

1983년부터 시장 당선 전까지 중앙안과(현 아이안과) 원장을 역임했다.

그는 의사로서의 활동 외에도 다양한 분야의 시민운동에 참여했다. 한국YMCA전국연맹 이사장, 5·18 기념재단 창립이사, 아름다운가게 전국대표, 아시아인권위원회 이사, 광주전남 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 등을 지냈다. 1987년부터 2000년까지 천주교 광주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았다. 이런 활동 때문에 지역 시민사회운동의 대표적 인물로 꼽히며 ‘시민운동 대부’로 불려왔다. 

광주·전남 남북교류협력협의회 상임대표, 광주·전남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상임대표, 광주·전남 6·15 공동준비위원회 상임대표 등 남북교류에도 남다른 공을 쏟았다. 인권운동에도 참여해 5·18 광주정신의 세계화에 힘을 쏟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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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에 대한 사랑도 남달랐다. 기아자동차의 전신인 아시아자동차가 부도 났을 때는 회생을 위해 갖은 노력을 다했고, 기아차 광주공장서 생산된 ‘쏘울 1호차’를 구입하기도 했다. 올해 4월 작고한 95세의 아버지와 98세의 장모를 한집에 모시고 봉양할 정도로 효심이 깊고,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만나는 사람마다 겸손한 자세로 대하는 태도가 지역서 회자되기도 했다.

시민운동에 투신하던 윤 전 시장은 2014년 3월 새정치민주연합에 입당하면서 정계에 입문했다. 그해 6월 열린 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서 광주시장직에 도전해 강운태 당시 광주시장을 꺾고 당선되면서 ‘광주의 박원순’으로 기대를 모으기도 했다.

검찰 조사 후 
서명 날인 거부

하지만 시장 임기 동안 인사를 둘러싸고 각종 잡음이 흘러나왔고 도시철도 2호선 건설을 추진하는 과정에선 시민단체들과 각을 세웠다. 윤 전 시장은 올해 6월에 열린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서 시장 재선에 도전했지만 당의 컷오프 발표를 하루 앞두고 사퇴했고, 지난 6월30일 퇴임 이후에는 의료봉사를 하며 지내온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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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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