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날림’ 황당 예산 대해부

없던 돈도 뚝딱 의원님의 세금 나르기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2019년도 예산안이 우여곡절 끝에 국회를 통과했다. 469조의 나라 살림은 법적 권한이 없는 소소위를 거치며 얼룩졌다. 이 과정서 여야 실세들의 지역구 예산이 배정됐다. 민생과 경제를 외치던 이들의 목소리가 공허하게 들리는 까닭이다. 시민사회 일각에선 시간이 지나도 올해 예산안 처리 과정을 잊어선 안 된다고 지적한다.
 

“2019년도 예산안이 가결되었음을 선포합니다.”

지난 8일 새벽 4시30분. 국회서 2019년도 예산안이 통과됐다. 법정처리 시한을 6일이나 넘긴 늑장 처리였다. 국회는 지난 2014년 국회 선진화법 도입 이후 가장 늦게 예산안을 처리했다. 예산안은 극심한 여야 갈등의 산물이지만 ‘늦어도 너무 늦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었다. 국회 관계자는 “국회의원 스스로 법정 시한을 지키지 못한 것도 모자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것이 더 문제”라고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이럴 거면 법을 왜 만들었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최장 늑장
허점 가득

법정 시한 초과 외에도 2019년도 예산안은 허점으로 가득했다. 특히 예산안 처리 과정은 석연찮은 대목으로 가득하다. 

정부가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한 건 지난 9월3일이다. 그러나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이하 예결위)는 허송세월을 보냈다. 지난 9월13일 예결위 1차 전체회의가 있었지만 당시 회의는 여야 간사 선임을 위해서였다. 2차 전체회의는 문 대통령의 시정연설이 있던 지난달 1일 개최됐다. 국회는 정부 예산안이 제출된 때부터 2차 회의까지 60일을 날린 셈이다.


헌법 제54조 제2항에 따르면 국회는 회계연도 개시(내년 1월1일) 30일 전(지난 2일)까지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을 의결해야 한다. 결국 국회는 남은 한 달 동안 470조(정부안)의 예산안을 심사할 수밖에 없었다.  

예결위 전체회의는 총 11차례 열렸다. 그러나 1차 회의는 여야 간사 선임, 10차 회의는 예결위 산하 예산안조정소위원회(이하 예산안조정소위) 구성을 위해서였다. 나머지 회의에선 여야 신경전이 극심해 진행이 원활하지 않았다. 

지난달 21일 예결위 산하 예산안조정소위가 출범했지만 여야의 간극을 좁히기 어려웠다. ‘세수 4조원 파행’이 발생한 것도 이때다. 지난 1일 예결위 권한이 정지되면서 예산소위 산하 소소위원회(이하 소소위)가 열렸다. 결국 2019년도 예산안은 밀실심사의 대명사로 불리는 소소위를 거쳐 지난 8일 새벽 4시30분 의결됐다.

법정 시한 초과 부지기수, 실속도 없어
법적 근거 없는 소소위…때만 되면 활개

이번 예산안 논란의 결정적 단초를 제공한 건 소소위 이후 수정된 예산이다. 국회 심의 과정서 가장 큰 변화를 보인 대목은 보건·복지·고용 예산과 SOC 예산이다.

보건·복지·고용 예산은 1조2000억원 삭감됐고 SOC 예산은 1조2000억원 증액됐다. 문제는 통상 지역구 예산으로 불리는 SOC 사업 예산이 여야 실세들의 지역구로 흘러들어간 정황이 포착된 것이다. 

눈길이 가는 점은 정부안에 없던 예산들이 대거 책정됐다는 것이다. 우선 예결위 간사들의 지역구에 예산이 편성됐다.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간사인 장제원 의원(부산 사상구)은 부산 사상구 분뇨처리시설 사업비 17억원을 챙겼다.
 

▲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간사인 조정식 의원(경기 시흥을)은 죽율푸르지오6차 앞 선형불량도로 개선비 10억원을 확보했다. 여기에 시흥 공동형장사시설 건립비 4억9200만원을 챙겼고, 시흥 복합체육센터 건립비에도 10억원을 책정했다. 

예결위원장인 한국당 안상수 의원(인천 중구동구강화군옹진군)은 강화 황청리 추모공원 예산 8억4000만원을 챙겼고, 강화 청련사 개보수비에는 9600만원을 확보했다. 또 계양-강화 고속도로 조사 설계비 10억원, 인천 수산기술지원센터 청사 신축 예산 10억원, 강화 옥림·용정 지역 하수로 정비 예산 3억원이 책정됐다. 어유정항 접안시설 정비 예산에는 23억1000만원이 신설됐다.

한국당 함진규 정책위원회 의장(경기 시흥갑)은 시흥시 매화지구 개발 제한구역 주민지원사업 5억원을 증액했다. 

여야 지도부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세종시)는 국회세종의사당건립과 세종 산업기술단지(테크노파크) 조성 사업에 각각 10억원과 5억원을 확보했다.

지역구 예산
재미 쏠쏠∼

한국당 김성태 전 원내대표(서울 강서을)는 ‘해외 건설인의 날’에 대한 예산을 3억원 챙겼다. 건설노동자 출신인 김 전 원내대표는 해외 건설인의 날 제정 촉구 결의안을 낸 바 있다. 김 전 원내대표는 서울지하철 9호선 증차 예산 500억원가량을 서울시 예산에 넣는 식으로 우회 반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바른미래당(이하 바미당) 김관영 원내대표는 군산 해양관광복합지구 조성에 10억원을 마련했다. 무소속인 문희상 국회의장(의정부 갑)은 망월사역 시설개선 15억원을 챙겼다.

정부안서 책정된 예산보다 증액된 경우도 있었다. 이 역시 여야 실세들의 지역구로 돌아갔다. 장제원 의원은 부산 사상공단 재생사업 시설비와 부산 사상-하단 도시 철도 건설비를 각각 10억원과 20억원을 증액했다.

안상수 의원은 강화 한겨레 얼 체험공원과 무의도 휴양림 조성에 각각 7억8700만원과 10억원을 증액했으며 국립인천해양박물관 건립비 16억7700만원을 책정했다.

민주당 윤호중 사무총장(경기 구리시)은 구리 동구릉 역사경관 복원정비와 안성-구리 고속도로 건설비에 각각 5억원과 600억원, 구리시 사노동 도시계획도로 개설사업비와 구리시 인창동 새마을 도시계획도로 개설비에 각각 10억원과 4억원을 추가로 얻어냈다.

 

▲ 김성태 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이해찬 대표는 국립세종수목원 조성 자금에 253억원을 따냈으며 세종 지역의 위험 도로 구조 개선비 3억1300만원을 얻어냈다.

김성태 전 원내대표는 김포공항 부지 내 국립항공박물관 건립·운영과 공항개발조사(고도제한 국제기준의 김포공항 주변 적용방안연구)에 각각 48억4000만원과 5억원을 추가로 확보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1일, 정부 예산안 국회 시정연설 당시 “사회안전망과 복지 안에서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나라가 되어야 한다. 우리는 함께 잘살아야 한다”며 ‘포용국가’를 강조했다.

집권 여당의 수장인 이 대표는 지난 전당대회서 승리할 당시 “대통령을 도와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 공정경제가 조화를 이루는 포용적 복지국가를 만들어 가겠다”며 포부를 밝힌 바 있다. 당시 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과 투톱을 형성했던 김 전 원내대표도 민생경제를 끊임없이 강조했다.

여야 모두 민생경제에 크게 공감한 셈이다. 여야는 지난달 열린 여야정 상설협의체서도 경제와 민생 상황이 시급하다는 것에 공감대를 표한 바 있다. 

그러나 지역구 사업으로 대표되는 SOC 사업 예산이 늘어났고, 보건·복지·고용 예산은 깎였다. 여야는 지역구 예산안 확보에 있어서만큼 한마음 한뜻이었다. 예산안 처리 과정서 보여준 치열한 대립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그간 여야 모두 한 목소리로 민생과 경제를 외쳤지만 결과는 달랐다. 

일자리 예산 삭감 중 주목을 받은 건 청년일자리 정책이다. 여야 모두 이구동성으로 청년일자리난 해소를 주장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야 실세들의 늘어난 SOC 예산과 달리 청년일자리 예산은 감소했다.

청년일자리 정책을 대표하는 정책은 청년내일채움공제와 청년재직자채움공제 그리고 청년구직활동지원금 등 크게 3가지다. 청년내일채움공제는 중소·중견기업에 취업한 청년을 대상으로 자산형성을 지원, 장기근속을 유도하는 정책이다. 구체적으로 중소·중견기업에 취업한 청년이 3년간 600만원을 저축할 시 정부서 매년 800만원을 지원해 3000만원의 목돈을 마련해주는 사업이다.


그러나 청년내일채움공제 예산은 403억원이 줄었다. 이로 인해 신규 가입대상자는 2만명 줄어들게 됐다.

SOC↑
복지↓

청년재직자 내일채움공제 예산 역시 감액됐다. 청년재직자 내일채움공제는 청년내일채움공제와 비슷한 사업으로 중소·중견기업에 재직 중인 청년들이 매달 12만원을 납부하면 5년 후 3000만원을 수령하게 된다. 국회는 이 사업의 예산을 180억원 줄였다.

청년구직활동지원금은 대학 졸업 2년 이내의 구직청년들을 대상으로 6개월간 매달 50만원의 현금을 지원해주는 사업이다. 이 예산 역시 437억원이 감소했고, 대상자도 2만명이나 축소됐다.

복지예산 감소와 SOC 예산 증가는 비단 어제 오늘의 문제만은 아니다. 지난해 국회 예산안 통과 때도 대동소이했다. 작년 예산안 처리과정에선 최대 수혜자가 ‘여야 3당 예결위 간사’라는 말이 나왔다. 또한 당시 여야 실세들 역시 지역구 예산을 실속있게 챙겼다는 지적이 있었다. 작년 예산안도 국회 소소위를 거치면서 복지예산이 1조5000억원 줄어든 반면 SOC 예산은 1조3000억원 늘었다. 
 

▲ ▲▲ 안상수 예결특위위원장(사진 가운데)과 조정식(더불어민주당, 오른쪽)·장제원(자유한국당) 간사

물론 SOC 예산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마중물로 평가받는다. 안 위원장은 지난 11일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서 이를 강조했다.

안 위원장은 증액된 예산의 상당 부분이 지역 SOC 사업에 투입돼 ‘지역구 예산 늘리기가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우리나라 국정운영서 중요한 것이 지역의 균형발전”이라며 “시장, 군수, 혹은 시도지사들과 협의해 나온 예산이 지역으로 내려간다. 그분들의 요구를 들어주며 정부서 짠 예산과 접점을 찾는 것은 상당히 합리적인 의사결정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민생 시급 이구동성…속내는 다르다?
거대양당 VS 야3당, 대결 구도 치열

이어 “중앙정부서도 예산안을 만들 때 (지역 예산을) 어느 정도 감안해 예산안을 짜는 게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예산안이 통과된 이후 각 당의 반응은 가지각색이었다.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는 지난 8일 국회 본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예산안을 정기국회 내에 마무리 짓게 돼 다행”이라며 “문재인정부가 일하고자 하는 예산을 지키는 데 최선을 다했다”고 밝혔다. 한국당 김 전 원내대표는 “역대 가장 어려운 예산처리였다”며 “무분별한 예산을 삭감해서 경제활성화 분야, 지역경쟁력 강화서 예산 증액이 이뤄졌다”고 소회를 밝혔다.

반면 예산안과 선거제 개혁의 동시 처리를 주장하던 야3당은 크게 반발했다. 바미당 손학규 대표와 정의당 이정미 대표는 예산안 처리 강행을 비판하고, 선거제 개혁을 촉구하면서 단식에 돌입했다. 

정의당 김용신 정책위의장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민주당과 한국당 실세의 SOC 예산을 ‘나쁜 증액’으로, 무분별하게 줄인 복지·청년 예산을 ‘나쁜 감액’으로 선정했다. 바미당 김수민 원내대변인도 “취약계층, 청년 등 약자들을 위한 새 정치의 새싹까지 먹어치워 버린 ‘더불어한국당’의 만행”이라고 쏘아붙였다.

더불어한국당?
야3당의 비판

김 대변인은 “돼지우리만도 못한 국회를 만든 그들에게 국민의 심판이 있기를 바란다”며 수위를 높였다. 민주평화당(이하 평화당) 박주현 수석대변인도 “이번 예산 파동서 ‘적폐 본진’ 한국당만 신이 났다”며 “더불어한국당은 민생을 위한 고용보험과 쌀 직불금을 줄여 더불어한국당 의원들의 지역사업에 퍼부었다”고 날을 세웠다.


<kjs0814@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예산안 통과, 문의 평가는?

문 대통령은 지난 10일 오후 청와대서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했다. 문 대통령은 6주 만에 열린 수보회의서 “법정 시한을 넘겼지만 늦게라도 통과돼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며 “국회 심사 과정서 청년 구직활동 지원금, 청년 내일채움공제 등 청년 일자리 예산 6000억원이 감액된 부분은 아쉽지만 대체로 정부안이 유지됐다”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2019년도 예산에는 함께 잘사는 포용국가라는 정부의 국정 철학이 담겨있다”며 “사회안전망 확충과 함께 경제 활력과 역동성 제고에 중점을 뒀다”고 밝혔다. 이어 “가계소득을 올리고 삶의 질을 높이는 노력에 큰 비중을 둬 민생 개선과 복지 사각지대 해소 등 포용국가를 향한 비전을 담은 예산들이 시행되면 국민들의 어깨가 가벼워질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문 대통령은 “일자리 창출, 하위 소득 계층 지원 사업과 같이 시급을 요하는 사업들은 조기 집행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갖춰 달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정부와 여야 간 소통과 협력으로 협치의 좋은 성과를 보여준 국회에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예산안과 선거제 개편의 연동을 주장하는 바미당과 평화당 그리고 정의당은 본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사실상 민주당과 한국당의 협치를 언급하며 고마움을 드러낸 것이다. 야3당이 주장하는 ‘야합’ ‘날치기’와 상반된 반응이다. 

평화당 정동영 대표는 지난 12일 “문 대통령이 양당 날치기를 협치의 좋은 성과물이라고 했다. 아연실색했다”고 비판했다. 한편 문 대통령이 예산안 처리를 평가한 지난 10일은 손 대표와 이 대표의 단식이 5일째 되던 때다. <수>

<기사 속 기사> 예산전 치른 여야 다음 전장은?

예산안 처리 과정서 발생한 극심한 갈등은 선거제 정국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민주당과 한국당은 야3당이 본회의 참석을 거부한 상태서 예산안 처리를 강행했다. 예산안과 선거구제 개편을 연동했던 야3당에겐 선거구제 개편이란 카드 한 장만이 남아있다. 여야는 선거제 개편을 두고 외나무다리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한편 여야의 선거제 합의가 극적으로 이뤄진다 하더라도 향후 정국은 여러 차례 삐걱거릴 공산이 크다. 여야의 갈등은 정치적 갈등을 넘어 서로의 감정싸움으로까지 비화됐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출구 전략 없이 단행된 바미당 손 대표와 정의당 이 대표의 단식이 이를 대변한다.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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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정보사, ‘북한 무인기’ 30대 남 수차례 접촉 확인

[단독] 정보사, ‘북한 무인기’ 30대 남 수차례 접촉 확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북한에 무인기를 보낸 당사자’라고 주장한 30대 오모씨의 행위와 이력을 두고 파장이 일고 있다. 그는 윤석열정부 대통령실 출신이자 ‘평양 무인기 작전’을 목적으로 설립된 무인기 설계·제작 업체 이사였다. 2년 전부터의 행적도 수상하다. 정보사령부 휴민트 요원들과 수차례 접촉해 사실상 대북 공작을 준비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지난 17일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오씨와 정보사의 직접적 연결고리가 형성된 건 2024년 5월 이후다. 정보사와 오씨와의 접촉은 A 대령의 승인하에 이뤄졌다. 그는 정보사 블랙요원 명단 유출 사건 이후 속초 HID 부대장을 마치고 돌아온 인물로 조직개편 TF(태스크포스) 팀장 및 기반조성단장을 맡았다. 수상한 접촉 앞서 윤석열정부 대통령실 출신인 오씨는 윤정부 시절 ‘북한 무인기 대통령실 상공 침투’에 대응할 목적에서 설립된 무인기 설계·제작 업체의 이사로 근무했다. 그는 지난 16일 채널A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공개한 무인기 외관과 위장 무늬, 색 등이 자신이 북한으로 보낸 무인기와 일치한다”며 북한에 무인기를 보낸 목적에 대해 “북한 우라늄 공장의 방사선과 중금속 오염도 측정”이라고 했다. 단순한 호기심으로 무인기를 북한으로 보냈다는 취지로 읽힌다. A 대령은 ‘정보사 기능·역량 강화’를 위해 추가적인 수도권 안가 설립을 기획했다. A 대령의 계획대로 B 소령은 오씨와 C 상사는 김모씨를 접촉했다. B 소령은 휴민트(HUMINT·820·인간정보) 요원이다. 이들은 오씨와 김모씨를 통해 북한으로 무인기를 날려 확보한 영상 증거를 확인했다. 이 시기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선원 의원이 언급했던 정보사의 국방과학연구소(ADD) 접촉 및 무인기 개발 의혹이 시작되던 때와 겹친다. 당시 정보사는 ADD에 “드론에 전단통을 달 수 있느냐”고 문의한 바 있다. ADD 관계자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했다”고 내란 특별검사팀에 진술했다. 정보사 간부는 “누구의 지시로 국방과학연구소에 드론과 관련해 연락했냐”는 특검팀의 질문에 “문상호의 지시였고 문 전 사령관이 원천희 전 국방정보본부장에게도 관련 내용을 보고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오씨의 영상 증거가 북한의 상황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A 대령은 이후에도 B 소령과 오씨의 접촉을 허가했다. ‘지속적 협력 관계’가 된 것으로 풀이된다. A 대령은 오씨에게 이른바 ‘협조비’를 제공한 의혹을 받는다. 사비가 아닌 ‘정보사 공작금’ 수십만원을 정기적으로 전달했다는 게 골자다. 이 같은 행위는 정보기관과 협조·정보원 간 이뤄지는 정상적 거래로 알려져 있다. 실제 정보기관은 국제범죄 및 마약 관련 첩보를 제공한 ‘야당’에게 많게는 수백만원의 금품을 제공하기도 한다. 정보사가 오씨의 행위를 적극적으로 지원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2024년 여름 ‘대북 공작’ 의심 정보사와 지속적 접촉 정보사·ADD 연락 시기 겹쳐 ‘김태효 안보실’ 연루설도 <일요시사>와 접촉한 복수의 정보기관 관계자들은 A 대령이 오씨가 일반적 협력 관계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한 정보기관 관계자는 “대북 공작이라고 하기도 애매하다. 정보기관이라면 늘 하는 업무다. A 대령이 오씨에게 ‘무인기를 북으로 보내라’는 지시를 한 적이 없고 그저 오씨가 회사를 설립하는 데 지원해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B 소령은 오씨가 북한 전문 매체를 설립하는 데 도움을 줬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 언론사는 오씨가 발행인으로 있는 곳으로 2025년 3월 중순부터 첫 기사가 작성되기 시작했다. 지난 11일을 끝으로 기사가 작성되지 않을 점을 보면 오씨가 언론 인터뷰를 시작하면서 회사 운영에도 차질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 정보사 출신 한 소식통은 “오씨가 채널A 인터뷰에서 무인기를 세 번 날렸다고 하는데 그건 사실이 아닌 걸로 보인다. 적어도 수십번은 날렸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북한으로 무인기를 날린 건 정보사 조직 차원의 지시가 아니라 오씨의 독단적 행동이다. 오씨와 접촉했던 담당자들도 그의 무리수 때문에 거리를 둬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군 안팎에서는 단순히 넘길 일이 아니라는 목소리가 거세다. 오씨가 대통령실 출신임과 동시에 정보사와 접촉한 배경을 명확하게 규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윤정부 안보실 2차장 산하 정보 현안 대응팀에 파견됐던 HID 출신 오모 중령과 관련이 있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오 중령은 2022년 8월 국정원장 비서실에 근무하다가 다음 해 3월 대통령실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자신이 확보한 첩보를 인성한 전 2차장이 아닌 ‘안보실 실세’ 김태효 전 1차장에게 수차례 보고했다. 오 중령의 행위를 두고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비정상적 보고”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김 전 1차장은 국방이 아닌 외교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대북 문제에 어떤 군사적 방법으로 접근해야 하는지 전략을 세우는 데는 신원식 전 안보실장보다 한 수 아래였다는 평가다. 사실상 ‘국방 문외한’인 김 전 1차장은 2023년 강원도 속초에 위치한 HID 부대를 방문했다. 그는 “2023년 6월 초 정보 당국 관계자들과 HID 부대를 격려 방문한 바 있지만 1년7개월 전에 있었던 군 부대 격려 방문을 이번 계엄 선포와 연결 짓는 것은 터무니없는 비약”이라고 반박한 바 있다. "'평양 작전' 준비하려 일종의 테스트 아니었나 의심” "오씨 독단적 행동 무인기 날리라 지시한 적 없어” 정보사 고위 관계자는 <일요시사>에 “윤석열 전 대통령도 오려고 했다는 건 사실이다. 김태효가 그때 왜 왔는지 모르겠다. 와선 안 되는 건 아닌데 올 일이 없다. 우리 입장에서는 이해 가지 않는 해명”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정보사 관계자도 “윤 전 대통령이 오고 싶어 했고 안보실이 그의 HID 방문이 검토된 바 없다고 하는데 (이건) 말도 안 된다. 당시에 대통령 방문 가능성 때문에 대비 회의까지 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오 중령이 2023년 12월 안보실 2차장 산하 국가위기관리센터 안보현안대응팀에 들어가게 된 건 김 전 1차장이 HID를 방문한 직후다. 오 중령은 인 전 2차장의 통제를 받지 않았다. 인 전 2차장도 “공개된 자리서 말하기 어렵지만 제가 통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오 중령을 포함한 팀원들의 보고서는 인 전 2차장이 아닌 김 전 1차장이 검토했다. 안보실은 이 비밀 TF가 “규정화된 테두리 밖에서 대북 특수정보를 분석하는 팀”이라며 계엄과 관련해 정보사와 소통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또 “비밀 조직이 아니라 위기관리센터에 배치된 ‘정보융합팀’이다. 정보융합팀은 문재인정부의 정보융합비서관실을 대북 정보 분석에 특화시켜 슬림화한 조직으로, 2022년 5월1일 대통령직 인수위 브리핑서도 해당 조직의 신설 취지와 배경을 밝힌 바 있다”고 설명했다. 한 정보기관 관계자는 “정보사 차원에서 북한으로 무인기를 보내는 건 부담이 크다. 그래서 민간과 협업해 일종의 테스트를 진행한 후 ‘나쁘지 않다’고 판단한 안보실이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을 적극적으로 기획 및 실행한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고 했다. 대북 공작 준비? 그러나 이는 아직 사실로 확인되지 않았다. 오 중령의 경우 내란 특별검사팀 소환 조사에서 김 전 1차장에게 정보 보고를 했던 사실은 인정했으나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을 기획하지는 않았다고 진술했다. 정부는 현재 군·경합동조사TF를 꾸려 무인기를 북한에 보낸 정확한 목적이 무엇이었는지 등을 수사 중이다. 무인기를 보냈다고 주장한 사람의 과거 이력과 정보사와의 접촉이 확인된 만큼 숨겨진 목적에 대해 수사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