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희 칼럼> ‘주 52시간’ 안착 위한 기업의 대응
<박재희 칼럼> ‘주 52시간’ 안착 위한 기업의 대응
  • 박창민 기자
  • 승인 2018.12.17 10:30
  • 호수 11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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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7월1일부터 이른바 ‘주 52시간제’가 시행됐다. 과거 주 40시간의 기준 근로시간 외에 연장근로시간 12시간과 휴일근로시간 16시간을 허용했던 것에서 휴일근로시간을 제외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주당 최대 근로시간은 16시간이 단축됐다. 

근로자들의 휴식권 보장이라는 측면에선 바람직한 것이지만 그 간의 고용관행을 변경해야 하는 기업들은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실제 근로시간이 단축된 만큼 직원을 채용하면 해결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기업의 인력수요가 일정하지 않은 것이 문제가 된다.  

제품 생산이나 고객서비스 업무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의 인력수요에는 대응하기가 쉬운 편이다. 성수기가 정해져 있거나 미리 업무량을 예측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 해당 업무에 필요한 자격과 경력이 표준화돼있고 인력파견이 활성화돼있어 갑자기 인력수요에 변동이 생겨도 신속히 대응할 수 있다. 탄력적·선택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하기도 수월하다.

반면 사무직 근로자는 ‘주 52시간제’ 시행에 따른 대응이 쉽지 않다. 관리·감독업무를 하거나 숙련도가 높은 사무직 근로자를 대신할 수 있는 근로자를 적시에 찾아내기 어렵다. 사무직 업무는 소요시간을 예측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 어떻게 하면 변경된 제도를 준수하면서도 기업의 부담을 덜 수 있을까?

기업의 핵심 업무를 간소화할 수는 없다. 예를 들어 내년도 사업계획서를 간소하게 작성하라고 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핵심적이지 않은 업무의 처리방법, 업무처리 절차, 비효율적인 조직문화를 손봐야 한다.

가장 먼저 제시하고 싶은 것은 불필요한 업무 없애기다. 문서의 외형이나 분량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조직이라면 담당 직원은 핵심적인 내용 외에도 많은 내용을 집어넣어 보고서를 작성하려고 한다. 표를 만들고 선 굵기를 다양하게 한 다음 음영을 넣는다.

이런 작업들이 쌓여 야근을 하게 된다. 중간관리자들도 불필요하게 분량이 늘어난 보고서를 검토하느라 시간을 허비한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간소화된 보고서 양식을 마련해 활용하도록 하고 보고서의 분량을 제한하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보고 방식 변화도 필요하다. 보고서는 간소하게 만들되 세부 내용에 대한 상사의 질의가 있을 때는 전화, 이메일, 메신저 등으로 응답하도록 해야 한다. 상급자에게 대면보고를 하는 것이 예의라는 문화가 있다면 바뀌어야 한다.  

상급자의 의중을 예상해 보고서에 반영하려는 태도는 지양해야 한다. 어떤 문제를 보는 사람의 관점은 각자 차이가 있으므로 타인의 생각을 예상해 노력하는 것은 시간 낭비가 될 공산이 크다. 상사의 지시가 불명확하다면 예측하지 말고 물어봐야 한다. 상급자도 사전에 반영해야 할 내용이 있다면 가급적 구체적으로 제시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서는 위임하지만 꼭 반영해야 할 것이 있는 경우도 명확하게 알려줘야 한다. 

세부 내용에 대한 고민 없이 제목만 알려주는 방식의 업무지시는 반복적인 수정·보완 작업을 불러와 근로시간을 소모시킨다. 임원이나 중간관리자가 큰 틀의 방향성만 알려주었다면 제시된 방안에 대해서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폭 수용해야 한다. 이 외에도 명확한 기한 제시, 결재단계 간소화, 효율적인 장비 도입 등도 좋은 방안이 될 수 있다. 

장시간 근무 관행이 있었던 우리 사회서 주 52시간제 안착은 쉽지 않을 수 있다.  적극적인 개선 노력 없이는 제도와 현실의 괴리만 커질 수도 있다. 노사가 머리를 맞대고 ‘주 52시간제’ 도입의 취지를 실현하면서도 기업의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도출해야 할 것이다.


※본 칼럼은 <일요시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