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너 몰린’ 문 지지율 반등책 관전포인트

거품 빼면 30%…이마저도 무너질라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은 집권 초기와 다른 모양새다. 취임 초기 80%를 웃돌던 지지율은 50%선에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대통령의 지지율은 곧 국정 동력과 맞닿아 있다. 문 대통령은 새해를 목전에 두고 대책 마련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다시 반등할 수 있을까.
 

▲ 문재인 대통령 <사진=청와대>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은 하락세를 걷고 있다. 지지율이 소폭 반등하기도 했지만 가시적이지 않다. 지지율은 50%선 아래로 추락하면서 이목을 끌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지지율 역시 함께 하락했다. 정부와 여당을 둘러싼 악재는 결정적이었다.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김무성 의원은 지난 5일 국회 의원회관서 열린 토론회서 “문 대통령의 레임덕이 시작됐다고 생각한다”며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40%대로 내려갔다. 거품 지지율을 빼면 사실상 30%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시작은 창대
돌파구 어디?

문 대통령은 집권 3년차를 앞두고 있다. 5년 단임제서 임기 반환점을 도는 시기로 역대 모든 정부가 이 시기에 흔들리면서 정국 주도권을 지키지 못했다.

문 대통령은 국정동력 상실 가능성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지지율 반등에 더욱 집중할 가능성이 높다.

문 대통령의 지지율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요인 중 하나는 외교로 특히 남북관계 진전에 따른 이벤트는 지지율에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

남북은 지난 4·27판문점회담를 시작으로 세 차례에 걸쳐 정상회담을 개최했다. 중간에 1차 북미정상회담이 열리기도 했다. 당시 진행된 여론조사를 살펴보면 남북관계 개선은 문 대통령의 지지율에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했다.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이틀 간(4월30일, 5월2일) 조사를 진행하고 지난 5월3일 발표한 주중집계에 따르면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78.3%를 기록했다. 전주 대비 8.3%p 상승한 수치다.

지난 5월26일 열린 2차 남북정상회담 이후 지지율은 소폭 하락했다.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조사(5월28∼30일)를 실시해 지난 5월31일 발표한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71.8%였다. 전주 대비 0.7%p 하락했다. 당시 2차 남북정상회담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북미정상회담 취소 선언 이후 비밀리에 진행, 깜짝 발표됐다. 또한 경제지표 악화 등으로 지지율이 하락세를 보이던 때였다.

취임 초 압도적 지지율 갈수록 휘청
남북 관계 회복민심 소방수 역할

이후 6·12북미정상회담이 재개 됐고,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다시 상승했다. 동일한 기관이 tbs 의뢰로 이틀 간(6월11∼12일) 조사해 지난 6월14일 발표한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75.1%를 기록했다. 전주 대비 2.8%p 상승한 수치다. 1차 북미정상회담의 기대와 성사 결과가 빚은 결과였다.

평양정상회담(9월18∼20일) 역시 지지율에 기여했다. 같은 기관이 tbs 의뢰로 조사(9월17∼19일)를 실시해 지난 9월20일 발표한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59.4%를 기록했다. 전주 대비 6.3%p 상승했다. 8월 1주차부터 9월 2주차까지 내리 하향세를 그리다 급반등한 것이다(그 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비밀리에 진행된 2차 남북정상회담을 제외하고, 남북관계의 진전과 이벤트는 문 대통령의 지지율에 호재로 작용했다. 문 대통령은 ‘정상회담 효과’를 톡톡히 봤다. 
 

▲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

앞으로도 문 대통령의 지지율에 영향을 미칠만한 이벤트가 예정돼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연내 서울 답방과 내년 1∼2월로 예상되는 2차 북미정상회담이 대표적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 평양정상회담서 연내 서울 답방을 공식화했다. 북한 최고지도자가 남한 땅을 밟은 건 전무하다.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을 두고 시기와 장소 등이 여러 곳에서 점쳐졌다.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답방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문 대통령은 지난 4일 뉴질랜드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진 직후 공동기자회견서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연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민주당 홍익표 의원은 지난 6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김 위원장의 방남을 내다봤다. 홍 의원은 이날 “김 위원장의 연내 답방이 8부 능선을 넘었다”고 판단했다.

남북 개선
효과 톡톡

그러나 김 위원장의 답방 가능성은 현재 힘을 잃고 있다. 지난 12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올 연말에 서울을 방문하는 것은 이제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청와대 내부서도 연내 답방은 불가하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 여부가 줄타기를 하고 있는 가운데 2차 북미정상회담 일정 역시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지난 1일 한미정상회담 이후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김 위원장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받았고, 김 위원장의 연내 답방을 요청했다.

김 위원장의 방남이 결정된다면 향후 2차 북미정상회담의 일정 역시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동시에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어떤 영향을 받게 될지 주목된다. 그간 대북 이벤트는 문 대통령의 지지율 상승에 기여했다. 따라서 문 대통령은 이를 놓치려 하지 않을 공산이 크다. 

반대로 문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에 영향을 끼친 요인도 있다. 문 대통령은 최근 인사 논란과 맞닥뜨리고 있다. 결정적 계기가 된 것은 코레일 오영식 전 사장이다. 

오 전 사장은 강릉선 KTX 탈선 사고와 관련해 사퇴 의사를 밝혔다. 오 전 사장은 지난 2월 취임 초기부터 낙하산 인사라는 비판을 받았다. 오 전 시장은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2기 의장을 지낸 운동권 출신으로 3선 국회의원을 지냈다. 지난 대선 당시 문 대통령 캠프서 활동하기도 했다.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lt;사진=한국사진공동취재단&gt;

주목되는 점은 오 전 시장의 철도 분야 경력이다. 오 전 시장은 관련 경험이 없는 정치인 출신이다. 당시 야당은 오 전 시장의 전문성 결여를 지적했다.

논란의 결정타를 날린 건 오 전 사장의 사고 이후 첫 브리핑이었다. 오 전 사장은 사고 직후인 지난 8일 탈선 원인을 ‘기온 급강하에 따른 선로 상 문제’로 추정했다. 그러나 당시 기온은 선로 이상을 야기할 만큼 낮지 않았다. 또 KTX 선로는 영하 20도를 견딜 수 있는 소재로 시공된다.

탈선 사고를 비롯해 오 전 사장 취임 이후 크고 작은 철도 사고와 운행 장애가 발생했다. 오 전 사장에 대한 비판과 공분이 거세진 까닭이다.

이번 사고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가 소집됐다. 오 전 시장을 상대로 현안질의를 실시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오 전 시장은 회의 직전 사퇴 의사를 밝혔다. 책임회피라는 지적과 비판이 이어졌다.

오 전 사장을 시작으로 ‘캠코더(캠프, 코드, 더불어민주당)’ 인사 논란에 불이 붙었다. 캠코더란 문 대통령과 가까운 정치권, 운동권 인사들이 정부부처와 공공기관 요직을 차지하는 것을 두고 만들어진 신조어다. 

한국당 김성태 전 원내대표는 지난 11일 국회서 기자들과 만나 “문 대통령은 내각 전반에 제대로 된 사람을 앉혔는지 점검해야 한다”며 “연말 청와대·각료 인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캠코더 인사와 낙하산 인사에 대한 비판은 공공기관으로 뻗쳐 나갔다. 문재인정부는 지난 정권과 마찬가지로 공공기관장을 ‘보은 인사’로 임명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공익성과 공공성이 강조되는 공공기관에 전문성이 결여된 인사들이 자리를 꿰찼다는 것이다. 실제로 해당 공공기관에선 크고 작은 사고와 잡음 등이 발생했다.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에게 돌아간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오 전 사장을 비롯해 황창화 한국지역난방공사 사장, 김형근 한국가스안전공사 사장, 안영배 한국관광공사 사장 등이 낙하산 인사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모두 문 대통령과의 인연서 자유로울 수 없는 정치권 출신이다.

캠코더 논란
낙하산 참사

바른미래당 김정화 대변인은 지난 11일 논평을 통해 오 전 사장의 사퇴와 관련한 입장을 밝혔다. 김 대변인은 “능력도 부재, 양심도 불량인 낙하산 인사의 최후”라며 날을 세웠다. 이어 “문 대통령께 요구한다. 국가 곳곳에 산재한 낙하산 인사에 대해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여당 내에서도 낙하산 논란을 매듭지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민주당 표창원 의원은 지난 12일 KBS 시사프로그램 <사사건건>에 출연, 낙하산 인사 지적에 대해 “정말 잘못된 낙하산이라면 현 정부라도 빨리 바로잡고, 사퇴하고, 문제를 삼아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대북정책의 지속성과 인사 문제 수습은 문 대통령의 지지율 반등 요인으로 꼽힌다. 다만 문 대통령의 지지율 상승은 경제성과를 빼놓고는 말하기 어렵다. 

문 대통령은 지난 1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서 “거시적 측면서 지표들이 견고할 수 있다”면서도 “양극화와 소상공인, 자영업의 어려움은 해결되지 않았다. 조선·자동차·철강 등 전통적인 산업이 위기를 맞은 지역은 더더욱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고 밝혔다.
 

▲ 황창화 지역난방공사 사장

문 대통령 스스로 최근 민생 경제 악화에 대해 진단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고용노동부를 직접 방문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최저임금 상승에 따른 부작용을 묻기도 했다. 그간 문 대통령은 최저임금 상승에 강한 의지를 밝혔다. 부작용이 곳곳서 제기됐지만 문 대통령은 최저임금을 두 차례 인상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최저임금 정책을 담당하는 직원에게 “현장서 체감해 보니 어떤가. 최저임금 인상 속도가 너무 빠른가”라고 물었다. 사실상 최저임금 속도조절론에 힘이 실리게 되면서 최저임금 결정이 이전과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 전망이다. 이날 문 대통령은 고용노동부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서 “고용문제에 대해서 국민들의 평가는 아주 엄중하다”며 “정부는 빠르게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의 행보는 내년부터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경제적 성과를 이뤄내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기존 정책에 대한 수정 가능성도 과감하게 내비쳤다. 

캠코더·낙하산 인사쇄신 여론 높아
‘문제는 경제’ 회복에 사활 걸까

김수현 정책실장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으로 구성된 문재인정부 2기 경제팀의 움직임도 예사롭지 않다. 홍 부총리는 지난 11일 정부 세종청사에서 취임식을 마친 뒤 열린 출입 기자 간담회서 “임명장을 받을 때 대통령 말씀 중 하나는 경제팀이 ‘원팀’이 되도록 리더십을 발휘해달라는 당부였다”고 밝혔다.

이어 홍 부총리는 비공식 협의체를 적극 활용, 소통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비공식 협의체는 청와대와 정부 내각 경제 참모들이 모여 경제 현안을 논의하는 기구다. 주요 장소로 청와대 집현실이 거론됐다. ‘집현실 회의’라는 이름이 붙여진 까닭이다. 다만 장소는 집현실에 국한되지 않고 청와대 인근 식당 등 상황에 맞게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 강릉선 KTX 탈선 사고 현장

문 대통령에게 경제는 아킬레스건으로 통한다. 문 대통령은 취임 초부터 경제구조 개혁을 외치며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문 대통령은 3대 경제정책(소득주도성장·혁신성장·공정경제)을 바탕으로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최저임금 상승을 비롯해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 등 굵직굵직한 사안들을 추진했다.

그러나 성과는 미미했다. 문재인정부는 취업자 수 증가폭 급감에 따른 고용참사와 소득분배 악화 등으로 거센 비판을 받았다. 

한국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은 지난 6∼7일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 2024명을 대상으로 ‘한국 경제 국민 인식 진단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문재인정부서 살림살이 형편이 나빠졌다’는 응답이 46.9%를 기록했다. 반면 ‘좋아졌다’는 19.3%를 기록해 두 배 이상 차이가 났다.

연구원은 4개월 전 1차 조사(좋아졌다 20.8%, 나빠졌다 43.7%)에 비해 간격이 더욱 벌어졌다고 해석했다. 향후 경제 전망에 대해선 ‘나빠질 것’이란 응답은 42.8%로 ‘좋아질 것’이란 응답 27.4%보다 높았다. 

응답자들은 가장 큰 고민거리로 생계비 부담(24.6%)을 꼽았다. 이어 일자리 불안이 21.9%, 건강 16.0%, 주택·주거불안정 15.1%, 교육·육아 11.1% 순이었다.  

문 대통령과 청와대 경제팀의 최근 행보를 통해 문재인정부의 내년도 최우선 과제는 경제일 것으로 보인다. 경제적 성과가 가시적일 경우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급반등할 수 있다는 게 중론이다. 대북정책, 인적쇄신의 결과보다 효과적인 반등 요인으로 꼽힌다.

경제 성과
우선 과제

경북대학교 배한동 명예교수는 “문재인정부의 지지율 상승은 경제문제와 민생회복에 달려있다”며 “우선 국민이 공감 할 수 있는 청사진이라도 제시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배 교수는 “남북문제도 너무 서두를 필요가 있을까 싶다”며 “사회기강 문제, 전문성 없는 코드인사, 안일한 청와대의 인사혁신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문정부의 지지층 이탈 방지책도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kjs0814@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대통령 지지율 보니…

최근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48.1%를 기록하며 취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있었다.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tbs의뢰로 지난 10∼12일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508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지난 12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48.1%를 기록했다. 전주 대비 1.4%p 하락한 결과다. 

리얼미터는 지지율 하락세에 대해 “강릉KTX 탈선사고,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 투신사망, 택시기사 분신사망, 이재명 경기지사 검찰기소 등 각종 크고 작은 악재가 집중돼 악화됐다”고 분석했다.
 
한편 민주당도 집권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민주당은 정당지지도서 37.7%를 기록하며 전주 대비 0.5%p 하락했다(그 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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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경찰이 압수한 비트코인 1700여개 중 1400개 이상이 사라졌다. 전체 피해액은 최소 1300억원에서 최대 15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충격적인 것은 탈취 시점과 방식, 그리고 접속 기기까지 모두 경찰 수사 과정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단순 해킹으로 보기 어려운 정황이 잇따라 확인되면서 사건의 성격이 ‘내부 연루 의혹’으로 급격히 기울고 있다. 사건의 출발은 2021년 11월 광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의 불법 도박사이트 수사였다. 광주청 수사과 소속 경사 김모씨 등은 범죄수익은닉 혐의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며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을 받은 비트세븐 거래소 대표 이모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에 접속했다. 6분 간격 연결고리 당시 경찰은 피의자 이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 계정에 접속해 비트코인 1798개를 확인했다. 경찰은 같은 날 오전 11시58분부터 약 40분간 27차례에 걸쳐 135개를 이체하며 1차 압수를 진행했다. 이후 접속이 차단됐다고 주장했지만, 불과 몇 시간 뒤인 11월10일 새벽과 오후, 경찰청 사무실에서 추가로 185개를 더 이체했다. 총 320개가 ‘정식 압수’됐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2021년 11월10일 오후 8시28분. 김 경사는 압수된 계정의 연동 이메일을 자신의 구글 계정으로 변경한다. 그리고 불과 12분 뒤인 8시40분부터, 지갑에 남아 있던 비트코인 1477개가 195차례에 걸쳐 외부 주소로 빠져나갔다. 압수 직후, 그것도 계정 권한이 경찰에게 완전히 넘어간 직후 벌어진 대규모 탈취였다. 블록체인닷컴이 제출한 IP 로그는 더욱 노골적이다. 11월9일부터 10일 오후 8시32분까지 모두 한국 IP를 사용한 수사관 접속 기록이다. 이후 마지막 김 경사의 접속 6분 뒤, 미국·우크라이나·캐나다 IP를 통한 접속이 연속으로 발생한다. VPN을 이용한 김 경사로 의심되는 ‘탈취자’의 접속이다. 수사관 로그인 → 6분 후 탈취 로그인 → 즉시 대량 이체로 이어진 것이다. 외부 해커의 우연한 침입이라 보기에는 타이밍이 지나치게 촘촘하고 정교하다. 결정적인 단서는 디바이스 로그다. 블록체인닷컴 측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해당 계정에는 단 두 종류의 기기만 기록돼있다. 하나는 윈도우 기반 데스크톱, 다른 하나는 안드로이드 모바일이다. 이 중 안드로이드 접속은 단 한 번, 우크라이나 IP를 통해 이뤄졌다. 나머지 탈취 접속은 모두 윈도우 데스크톱이다. 문제는 그 윈도우 기기다. 로그에는 수사관이 사용한 윈도우 기기 외에 다른 데스크톱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다. 즉, 탈취자가 사용한 윈도우 PC가 별도 기기였다면 반드시 추가 로그가 남아야 하지만 그마저도 없다. 탈취 접속에 사용된 윈도우 기기가 수사관이 사용한 기기와 동일하다는 것이다. 수사관 접속 후 VPN 유출 시작 경찰이 사용한 기기가 쓰였다? 탈취 당시 상황도 석연치 않다. 계정 연동 이메일이 김 경사의 개인 계정으로 바뀐 직후 탈취가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최소 198건의 출금이 발생했다. 정상이라면 동일 수량의 알림 이메일이 수신돼야 한다. 그러나 김 경사의 이메일에는 단 7건만 남아 있다. 나머지 191건은 흔적조차 없다. 더욱이 김 경사는 당시 사무실에 남아 있었고, 탈취 시간 동안 계정 재접속을 시도했다고 진술했다. 그럼에도 본인 이메일로 전송된 출금 알림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단순 실수로 보기엔 삭제 규모가 과도하다. 선택적 삭제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수사 협조 전문가 박모씨의 분석 자료에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정황이 발견됐다. 박씨는 11월11일 저녁, 탈취 자금 흐름을 분석한 노드 자료를 김 경사에게 전달했다. 그런데 해당 자료에는 그 시점 기준 아직 발생하지 않은 미래 트랜잭션이 포함돼있었다. 실제 해당 거래는 다음 날 새벽에야 블록체인에 기록된 것으로 확인된다. 블록체인 구조상 발생하지 않은 거래를 사전에 확인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해당 자료가 사후 수정됐거나, 탈취 경로를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씨는 사건 발생 한 달 뒤 탈취 사실을 인지하고 검찰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후 추가 진정까지 제출했지만, 수사는 2024년까지 사실상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다 뒤늦게 수사가 이뤄졌고, 결과는 반전이었다. 탈취 의혹은 규명되지 않은 채, 오히려 피해자가 허위 고발을 했다며 무고 혐의로 기소된 것이다. 국가 수사기관이 압수한 비트코인이 경찰 손을 거친 직후 대량으로 사라졌으나, 코인의 주인은 구속되고 경찰은 의심에서 벗어났다. 단순 해킹이라 보기에는 시점과 방식, 그리고 이후 수사 흐름까지 모든 것이 비정상적이다. 법원도 이미 “누군가 계정에 접근해 비트코인을 이체했다”고 판단했고, 검찰은 수사 정보 유출 의혹까지 제기하고 경찰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정작 탈취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무고 혐의로 법정에 서 있는 상황이다. ‘누가 훔쳤는가’라는 본질적 질문은 여전히 답을 얻지 못한 채 사건은 미궁으로 빠졌다. 알림 191건 흔적 없이… 경찰은 1일 전송 한도 때문에 압수가 며칠에 걸쳐 이뤄지는 사이, 이씨 측이 이를 빼돌렸다고 판단했다. 반면 이씨 측은 정반대 주장을 펼쳤다. 계정 접근권한을 사실상 장악한 수사기관 내부에서 탈취가 이뤄졌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사건은 단순 범죄수익 환수 문제를 넘어 ‘압수된 국가 관리 자산이 어떻게 사라졌는가’라는 근본적 의문으로 확장됐다. 광주지법 항소심은 도박공간 개설과 범죄수익은닉 혐의 자체는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사라진 1476개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이씨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누군가 이씨의 블록체인 계정에 접근해 당시까지 남아있던 비트코인 대부분을 다른 지갑으로 이체해 갔다”고 판시했다. 이는 곧 해당 비트코인의 이동 주체가 이씨로 특정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 결과 1심에서 600억원대에 달했던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에 대한 추징금은 항소심에서 15억원 수준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이 판결은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법원이 최소한 “외부 혹은 제3자의 개입 가능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다. 즉, 단순히 피고인이 숨기거나 빼돌린 사건이 아니라, 압수된 계정에 대한 추가 접근이 있었고 실제 자산 이동이 발생했다는 사실 자체는 부정되지 않았다. 검찰 역시 이 사건을 단순히 피고인 책임으로만 보지 않았다. 2023년 11월 검찰은 광주경찰청과 서부경찰서를 상대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수사 정보가 외부로 유출됐을 가능성과 압수 과정의 적법성을 확인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 과정에서 사건 브로커와 거액 자금 흐름까지 거론되며 사건은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번졌다. 단순한 도박사이트 수사가 아니라 수사 기밀, 로비, 가상자산 이동이 뒤엉킨 구조적 사건으로 확장된 것이다. 최근 공판에서는 또 다른 쟁점이 드러났다. 증인으로 출석한 전문가 박씨 측 인물은 사라진 비트코인의 이동 경로를 분석한 결과 특정 거래소 계열 지갑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확인된다며, 도박사이트 운영 세력이 직접 자금을 이동시켰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의심받는 수사관 반면 이씨 측은 사건 직후 오히려 검찰에 진정을 제기하며 탈취 의혹을 먼저 제기한 점을 강조하며, 스스로 범행을 저질렀다면 그런 행동을 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또 블록체인닷컴 측 자료에 따르면 ‘탈취자’는 VPN을 이용해 해외 IP로 접속했으며, 일부 접속은 데스크톱 환경에서 이뤄진 것으로 분석됐다. 만약 이 분석이 사실이라면, 압수 과정에서 사용된 기기와 탈취에 사용된 기기가 동일하거나 밀접하게 연관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다만 이 같은 기술적 분석은 현재까지 법원에서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는 점에서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메일 기록 역시 의문을 키운다. 탈취 과정에서 수백건에 달하는 출금이 발생했다면 이에 상응하는 알림 메일이 존재해야 정상이다. 그러나 일부 기록만 남아 있고 상당수는 확인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만약 실제로 알림이 발송됐음에도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면, 이는 단순 오류가 아니라 의도적 삭제 가능성까지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이 사건은 세 가지 축으로 압축된다. 첫째, 경찰이 압수한 가상자산이 왜 완전히 확보되지 못했는가. 둘째, 압수 이후 누가 해당 계정에 접근해 자산을 이동시켰는가. 셋째, 그 과정에서 수사기관 내부 혹은 외부 세력의 개입이 있었는가다. 상식적으로 국가가 압수한 자산은 그 어떤 개인소유보다도 안전하게 보호돼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정반대 결과가 나타났다. 압수 직후 대규모 자산이 사라졌고, 책임 소재는 규명되지 않았으며,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오히려 피고인 신분이 됐다. 계정 변경 직후 사라져 이메일 변경 직후 작업 이 사건이 단순한 형사사건을 넘어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만약 압수된 자산조차 안전하게 관리되지 못한다면, 국가 형사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뢰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특히 가상자산과 같이 추적과 관리가 기술적으로 가능한 자산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점은 더욱 심각하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만 놓고 보면, 이 사건은 ‘탈취’가 아니라 ‘내부 유출’ 가능성을 강하게 의심케 한다. 한편, 지난달 15일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인물은 범행 주체가 경찰이 아니라 탈취범으로 지목된 이씨와 그의 아버지일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광주지방법원 형사10단독 유형웅 판사는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이씨 부녀에 대한 속행 공판기일 재판을 열었다. 이씨 부녀는 2021년 11월 경찰 압수수색이 진행되던 중 자신의 블록체인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76개를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검사는 이날 A씨를 증인으로 신청해 신문했다. A씨는 과거 이씨 측 부탁을 받고 비트코인 환전에 도움 준 인물이다. 현재는 코인 관련 별도 사기 혐의로 보석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A씨는 이날 검사의 질문을 받고 “이씨 지갑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00여개의 행방을 쫓기 위해 거래 내역을 분석한 결과, 비트세븐 거래소와 연결된 지갑이 다수 등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경찰은 일일 전송 제한량이 걸려 있어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을 여러 날에 걸쳐 경찰 지갑으로 옮겨 압수했는데, 같은 시기 탈취범은 순식간에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00여개를 빼간 것으로 나타났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달리 이씨 지갑에서 순식간에 다량의 비트코인을 탈취해 간 점, 탈취된 비트코인 이동 경로에 비트세븐 거래소 지갑이 활용된 점을 고려할 때 탈취범은 비트세븐 거래소를 통제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며 사실상 이씨 부녀를 겨냥했다. 구속된 코인 주인 A씨가 언급한 비트세븐 거래소는 정상적인 가상자산 거래소가 아니라, 이씨 부녀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운영했던 도박사이트라는 주장이다. 비트세븐 거래소와 관련해 이씨는 도박공간 개설 혐의 등으로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다만 해당 재판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76개에 관한 추징(현 시세 기준 약 1620억원) 책임은 인정되지 않아, 검찰은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적용해 이씨를 부친과 함께 추가 기소했다. A씨의 증언에 대해 이씨 부녀 측은 즉각 반박하는 대신 별도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