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너 몰린’ 문 지지율 반등책 관전포인트

거품 빼면 30%…이마저도 무너질라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은 집권 초기와 다른 모양새다. 취임 초기 80%를 웃돌던 지지율은 50%선에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대통령의 지지율은 곧 국정 동력과 맞닿아 있다. 문 대통령은 새해를 목전에 두고 대책 마련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다시 반등할 수 있을까.
 

▲ 문재인 대통령 <사진=청와대>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은 하락세를 걷고 있다. 지지율이 소폭 반등하기도 했지만 가시적이지 않다. 지지율은 50%선 아래로 추락하면서 이목을 끌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지지율 역시 함께 하락했다. 정부와 여당을 둘러싼 악재는 결정적이었다.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김무성 의원은 지난 5일 국회 의원회관서 열린 토론회서 “문 대통령의 레임덕이 시작됐다고 생각한다”며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40%대로 내려갔다. 거품 지지율을 빼면 사실상 30%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시작은 창대
돌파구 어디?

문 대통령은 집권 3년차를 앞두고 있다. 5년 단임제서 임기 반환점을 도는 시기로 역대 모든 정부가 이 시기에 흔들리면서 정국 주도권을 지키지 못했다.

문 대통령은 국정동력 상실 가능성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지지율 반등에 더욱 집중할 가능성이 높다.

문 대통령의 지지율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요인 중 하나는 외교로 특히 남북관계 진전에 따른 이벤트는 지지율에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

남북은 지난 4·27판문점회담를 시작으로 세 차례에 걸쳐 정상회담을 개최했다. 중간에 1차 북미정상회담이 열리기도 했다. 당시 진행된 여론조사를 살펴보면 남북관계 개선은 문 대통령의 지지율에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했다.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이틀 간(4월30일, 5월2일) 조사를 진행하고 지난 5월3일 발표한 주중집계에 따르면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78.3%를 기록했다. 전주 대비 8.3%p 상승한 수치다.

지난 5월26일 열린 2차 남북정상회담 이후 지지율은 소폭 하락했다.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조사(5월28∼30일)를 실시해 지난 5월31일 발표한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71.8%였다. 전주 대비 0.7%p 하락했다. 당시 2차 남북정상회담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북미정상회담 취소 선언 이후 비밀리에 진행, 깜짝 발표됐다. 또한 경제지표 악화 등으로 지지율이 하락세를 보이던 때였다.

취임 초 압도적 지지율 갈수록 휘청
남북 관계 회복민심 소방수 역할

이후 6·12북미정상회담이 재개 됐고,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다시 상승했다. 동일한 기관이 tbs 의뢰로 이틀 간(6월11∼12일) 조사해 지난 6월14일 발표한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75.1%를 기록했다. 전주 대비 2.8%p 상승한 수치다. 1차 북미정상회담의 기대와 성사 결과가 빚은 결과였다.

평양정상회담(9월18∼20일) 역시 지지율에 기여했다. 같은 기관이 tbs 의뢰로 조사(9월17∼19일)를 실시해 지난 9월20일 발표한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59.4%를 기록했다. 전주 대비 6.3%p 상승했다. 8월 1주차부터 9월 2주차까지 내리 하향세를 그리다 급반등한 것이다(그 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비밀리에 진행된 2차 남북정상회담을 제외하고, 남북관계의 진전과 이벤트는 문 대통령의 지지율에 호재로 작용했다. 문 대통령은 ‘정상회담 효과’를 톡톡히 봤다. 
 

▲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

앞으로도 문 대통령의 지지율에 영향을 미칠만한 이벤트가 예정돼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연내 서울 답방과 내년 1∼2월로 예상되는 2차 북미정상회담이 대표적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 평양정상회담서 연내 서울 답방을 공식화했다. 북한 최고지도자가 남한 땅을 밟은 건 전무하다.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을 두고 시기와 장소 등이 여러 곳에서 점쳐졌다.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답방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문 대통령은 지난 4일 뉴질랜드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진 직후 공동기자회견서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연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민주당 홍익표 의원은 지난 6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김 위원장의 방남을 내다봤다. 홍 의원은 이날 “김 위원장의 연내 답방이 8부 능선을 넘었다”고 판단했다.

남북 개선
효과 톡톡

그러나 김 위원장의 답방 가능성은 현재 힘을 잃고 있다. 지난 12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올 연말에 서울을 방문하는 것은 이제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청와대 내부서도 연내 답방은 불가하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 여부가 줄타기를 하고 있는 가운데 2차 북미정상회담 일정 역시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지난 1일 한미정상회담 이후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김 위원장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받았고, 김 위원장의 연내 답방을 요청했다.

김 위원장의 방남이 결정된다면 향후 2차 북미정상회담의 일정 역시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동시에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어떤 영향을 받게 될지 주목된다. 그간 대북 이벤트는 문 대통령의 지지율 상승에 기여했다. 따라서 문 대통령은 이를 놓치려 하지 않을 공산이 크다. 

반대로 문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에 영향을 끼친 요인도 있다. 문 대통령은 최근 인사 논란과 맞닥뜨리고 있다. 결정적 계기가 된 것은 코레일 오영식 전 사장이다. 

오 전 사장은 강릉선 KTX 탈선 사고와 관련해 사퇴 의사를 밝혔다. 오 전 사장은 지난 2월 취임 초기부터 낙하산 인사라는 비판을 받았다. 오 전 시장은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2기 의장을 지낸 운동권 출신으로 3선 국회의원을 지냈다. 지난 대선 당시 문 대통령 캠프서 활동하기도 했다.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lt;사진=한국사진공동취재단&gt;

주목되는 점은 오 전 시장의 철도 분야 경력이다. 오 전 시장은 관련 경험이 없는 정치인 출신이다. 당시 야당은 오 전 시장의 전문성 결여를 지적했다.

논란의 결정타를 날린 건 오 전 사장의 사고 이후 첫 브리핑이었다. 오 전 사장은 사고 직후인 지난 8일 탈선 원인을 ‘기온 급강하에 따른 선로 상 문제’로 추정했다. 그러나 당시 기온은 선로 이상을 야기할 만큼 낮지 않았다. 또 KTX 선로는 영하 20도를 견딜 수 있는 소재로 시공된다.

탈선 사고를 비롯해 오 전 사장 취임 이후 크고 작은 철도 사고와 운행 장애가 발생했다. 오 전 사장에 대한 비판과 공분이 거세진 까닭이다.

이번 사고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가 소집됐다. 오 전 시장을 상대로 현안질의를 실시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오 전 시장은 회의 직전 사퇴 의사를 밝혔다. 책임회피라는 지적과 비판이 이어졌다.

오 전 사장을 시작으로 ‘캠코더(캠프, 코드, 더불어민주당)’ 인사 논란에 불이 붙었다. 캠코더란 문 대통령과 가까운 정치권, 운동권 인사들이 정부부처와 공공기관 요직을 차지하는 것을 두고 만들어진 신조어다. 

한국당 김성태 전 원내대표는 지난 11일 국회서 기자들과 만나 “문 대통령은 내각 전반에 제대로 된 사람을 앉혔는지 점검해야 한다”며 “연말 청와대·각료 인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캠코더 인사와 낙하산 인사에 대한 비판은 공공기관으로 뻗쳐 나갔다. 문재인정부는 지난 정권과 마찬가지로 공공기관장을 ‘보은 인사’로 임명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공익성과 공공성이 강조되는 공공기관에 전문성이 결여된 인사들이 자리를 꿰찼다는 것이다. 실제로 해당 공공기관에선 크고 작은 사고와 잡음 등이 발생했다.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에게 돌아간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오 전 사장을 비롯해 황창화 한국지역난방공사 사장, 김형근 한국가스안전공사 사장, 안영배 한국관광공사 사장 등이 낙하산 인사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모두 문 대통령과의 인연서 자유로울 수 없는 정치권 출신이다.

캠코더 논란
낙하산 참사

바른미래당 김정화 대변인은 지난 11일 논평을 통해 오 전 사장의 사퇴와 관련한 입장을 밝혔다. 김 대변인은 “능력도 부재, 양심도 불량인 낙하산 인사의 최후”라며 날을 세웠다. 이어 “문 대통령께 요구한다. 국가 곳곳에 산재한 낙하산 인사에 대해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여당 내에서도 낙하산 논란을 매듭지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민주당 표창원 의원은 지난 12일 KBS 시사프로그램 <사사건건>에 출연, 낙하산 인사 지적에 대해 “정말 잘못된 낙하산이라면 현 정부라도 빨리 바로잡고, 사퇴하고, 문제를 삼아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대북정책의 지속성과 인사 문제 수습은 문 대통령의 지지율 반등 요인으로 꼽힌다. 다만 문 대통령의 지지율 상승은 경제성과를 빼놓고는 말하기 어렵다. 

문 대통령은 지난 1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서 “거시적 측면서 지표들이 견고할 수 있다”면서도 “양극화와 소상공인, 자영업의 어려움은 해결되지 않았다. 조선·자동차·철강 등 전통적인 산업이 위기를 맞은 지역은 더더욱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고 밝혔다.
 

▲ 황창화 지역난방공사 사장

문 대통령 스스로 최근 민생 경제 악화에 대해 진단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고용노동부를 직접 방문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최저임금 상승에 따른 부작용을 묻기도 했다. 그간 문 대통령은 최저임금 상승에 강한 의지를 밝혔다. 부작용이 곳곳서 제기됐지만 문 대통령은 최저임금을 두 차례 인상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최저임금 정책을 담당하는 직원에게 “현장서 체감해 보니 어떤가. 최저임금 인상 속도가 너무 빠른가”라고 물었다. 사실상 최저임금 속도조절론에 힘이 실리게 되면서 최저임금 결정이 이전과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 전망이다. 이날 문 대통령은 고용노동부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서 “고용문제에 대해서 국민들의 평가는 아주 엄중하다”며 “정부는 빠르게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의 행보는 내년부터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경제적 성과를 이뤄내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기존 정책에 대한 수정 가능성도 과감하게 내비쳤다. 

캠코더·낙하산 인사쇄신 여론 높아
‘문제는 경제’ 회복에 사활 걸까

김수현 정책실장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으로 구성된 문재인정부 2기 경제팀의 움직임도 예사롭지 않다. 홍 부총리는 지난 11일 정부 세종청사에서 취임식을 마친 뒤 열린 출입 기자 간담회서 “임명장을 받을 때 대통령 말씀 중 하나는 경제팀이 ‘원팀’이 되도록 리더십을 발휘해달라는 당부였다”고 밝혔다.

이어 홍 부총리는 비공식 협의체를 적극 활용, 소통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비공식 협의체는 청와대와 정부 내각 경제 참모들이 모여 경제 현안을 논의하는 기구다. 주요 장소로 청와대 집현실이 거론됐다. ‘집현실 회의’라는 이름이 붙여진 까닭이다. 다만 장소는 집현실에 국한되지 않고 청와대 인근 식당 등 상황에 맞게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 강릉선 KTX 탈선 사고 현장

문 대통령에게 경제는 아킬레스건으로 통한다. 문 대통령은 취임 초부터 경제구조 개혁을 외치며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문 대통령은 3대 경제정책(소득주도성장·혁신성장·공정경제)을 바탕으로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최저임금 상승을 비롯해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 등 굵직굵직한 사안들을 추진했다.

그러나 성과는 미미했다. 문재인정부는 취업자 수 증가폭 급감에 따른 고용참사와 소득분배 악화 등으로 거센 비판을 받았다. 

한국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은 지난 6∼7일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 2024명을 대상으로 ‘한국 경제 국민 인식 진단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문재인정부서 살림살이 형편이 나빠졌다’는 응답이 46.9%를 기록했다. 반면 ‘좋아졌다’는 19.3%를 기록해 두 배 이상 차이가 났다.

연구원은 4개월 전 1차 조사(좋아졌다 20.8%, 나빠졌다 43.7%)에 비해 간격이 더욱 벌어졌다고 해석했다. 향후 경제 전망에 대해선 ‘나빠질 것’이란 응답은 42.8%로 ‘좋아질 것’이란 응답 27.4%보다 높았다. 

응답자들은 가장 큰 고민거리로 생계비 부담(24.6%)을 꼽았다. 이어 일자리 불안이 21.9%, 건강 16.0%, 주택·주거불안정 15.1%, 교육·육아 11.1% 순이었다.  

문 대통령과 청와대 경제팀의 최근 행보를 통해 문재인정부의 내년도 최우선 과제는 경제일 것으로 보인다. 경제적 성과가 가시적일 경우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급반등할 수 있다는 게 중론이다. 대북정책, 인적쇄신의 결과보다 효과적인 반등 요인으로 꼽힌다.

경제 성과
우선 과제

경북대학교 배한동 명예교수는 “문재인정부의 지지율 상승은 경제문제와 민생회복에 달려있다”며 “우선 국민이 공감 할 수 있는 청사진이라도 제시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배 교수는 “남북문제도 너무 서두를 필요가 있을까 싶다”며 “사회기강 문제, 전문성 없는 코드인사, 안일한 청와대의 인사혁신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문정부의 지지층 이탈 방지책도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kjs0814@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대통령 지지율 보니…

최근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48.1%를 기록하며 취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있었다.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tbs의뢰로 지난 10∼12일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508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지난 12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48.1%를 기록했다. 전주 대비 1.4%p 하락한 결과다. 

리얼미터는 지지율 하락세에 대해 “강릉KTX 탈선사고,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 투신사망, 택시기사 분신사망, 이재명 경기지사 검찰기소 등 각종 크고 작은 악재가 집중돼 악화됐다”고 분석했다.
 
한편 민주당도 집권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민주당은 정당지지도서 37.7%를 기록하며 전주 대비 0.5%p 하락했다(그 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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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BBQ 정보 유출 사건’ 위증 재판으로 확대⋯박현종 목줄 잡혔다

[단독] ‘BBQ 정보 유출 사건’ 위증 재판으로 확대⋯박현종 목줄 잡혔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대법원에서 집행유예로 확정된 사건이 다시 법정으로 끌려 나왔다. ‘BBQ 내부망 불법 접속’ 사건의 핵심 증거였던 ‘ID·비밀번호 메모장’을 둘러싼 위증 여부를 다투는 후속 재판이다. 박현종 전 bhc 회장의 집행유예가 확정된 사건임에도 검찰은 관련 증인들을 위증 혐의로 직접 고발했다. 핵심은 과연 BBQ 직원의 ID와 비밀번호가 적힌 그 메모장은 어떻게 만들어졌고, 유창성 전 bhc 정보전략팀장의 손을 어떻게 거쳐 전달됐는가다. 그리고 그 과정을 둘러싼 법정 진술의 신빙성이다. 검찰은 최근 공판에서 “피고인(박현종 등)에게 유리한 허위 증언이 반복됐다”는 판단 아래 유 전 팀장 등 관련자 3명을 위증 혐의로 고발했다. 메모장 전달자 통상 위증 여부는 재판부 판단 이후 별도 절차로 넘겨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번처럼 검찰이 직접 칼을 빼든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단순한 진술 번복이나 기억 착오 수준이 아닌 사건의 본질을 뒤흔들 수 있는 중대한 허위 진술이 있었다고 본 셈이다. 이번 공판의 중심에는 ‘메모장 전달자’로 지목된 유 전 bhc 정보전략팀장이 있다. 그는 과거 재판에서 결정적 증거로 채택된 BBQ 직원들의 아이디와 비밀번호가 적힌 메모를 박현종 전 bhc 회장에게 전달한 인물이다. 이 메모장은 박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입증하는 핵심축이었다. 이 메모장의 출처와 작성 경위가 흔들리면, 사건 전체의 구조도 다시 흔들릴 수밖에 없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이 박 전 회장에게 건넨 메모장의 내용 자체를 문제 삼았다. 메모장에 기재된 임직원 계정 정보 뒤에는 ‘퇴사자 임시’라는 내용이 덧붙어 있었다. 이는 BBQ 내부망에서만 확인 가능한 정보라는 점을 강조했다. 외부에서 추정이나 기억만으로 재구성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더 나아가 성명불상자가 BBQ 내부망에 관리자 권한으로 접속해 계정을 취득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를 유 정보팀장을 거쳐 박 전 회장에게 전달했다는 구체적 시나리오까지 제시했다. 재판부 역시 “기억과 추리로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떠올렸다는 설명은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며 검찰 주장에 일정 부분 무게를 싣는 듯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재판부는 “특정한 심증을 가진 것은 아니”라며 추가 심리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피고인 측은 거칠게 반격했다. 변호인은 검찰 주장을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bhc와 BBQ가 극도로 적대적인 관계였던 상황에서, bhc 소속 직원이 BBQ 내부 직원과 접촉해 계정 정보를 빼냈다는 가정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는 논리다. 나아가 검찰이 실제 내부망 침입을 입증하지 못한 채 추측만을 쌓고 있다고 공격했다. 6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에 리스크 추가 ‘BBQ 직원 ID·비밀번호 유출’ 둘러싼 공방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피고인 측은 기존 재판에서 채택된 증거와 증인 진술 전반에 대해 신빙성을 문제 삼으며, 데이터베이스(DB) 조작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사실상 1·2심은 물론 대법원 판단의 기초 자체를 뒤흔드는 주장이다. 확정 판결 이후 재판에서 “증거 자체가 위조됐다”는 취지의 주장을 반복하는 것은 법조계에서도 보기 드문 강수로 평가된다. 유 전 팀장은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근무하다가 bhc 매각과 함께 bhc 정보전략팀장으로 이직한 인물이다. 이후 그는 박 전 회장에게 BBQ 직원의 개인정보를 적은 쪽지를 전달했다. 개인정보가 유출된 인물은 BBQ 재무임원과 재무 실무진이다. 2021년 11월3일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열린 박 전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 관련 7차 공판에 유 전 팀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유 전 팀장은 박 회장에게 BBQ 직원의 개인정보를 건넨 이유에 대해 “박현종 회장이 국제상공회의소(ICC) 중재 소송 때문에 BBQ 직원들의 아이디만 필요하다고 했다”며 “해당 직원들의 개인정보가 업무 수첩에 적혀있어 이를 그대로 전달했다. 당시 위법성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박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BBQ 직원들의 개인정보와 비밀번호가 있으면 좋겠다’고 진술했다. 박 전 회장과 증인의 진술이 일치하지 않는 데 대해 묻는 검찰 질문에 유 전 팀장은 “박 전 회장의 진술은 모르겠고 아이디만 필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유 전 팀장은 BBQ와 bhc의 ICC 중재 소송에 대해 자세히 알지도 못하고 소송에 관여하지도 않았다고 증언했다. BBQ 직원들의 개인정보 취득 경위와 관련해서는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일할 당시 BBQ 재무임원이 그룹 전산망의 데이터가 다르다고 확인 문의가 왔다”며 “당시 물류 전산망이 바뀐 지 얼마 안 돼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아 문제 해결을 위해 임원에게 개인정보를 요청해 받은 뒤 이를 업무 수첩에 적은 이후 가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 전 팀장이 개인정보를 받았다고 지목한 BBQ 재무임원은 앞서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개인정보를 아무에게도 전달한 적 없다”며 “업무 처리도 유씨가 아닌 다른 직원과 했다”고 증언했다. 또한 검찰은 유 전 팀장이 그룹 전산망에 접근할 모든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내부 정보 취득 시점이… 유 전 팀장은 재무임원의 개인정보를 취득한 시점에 대해서도 그간 검찰 조사에서 했던 진술을 번복했다. 그는 2011년~2012년 즈음에서 2013년 1월로 시점을 바꿨다. 검찰은 증인에게 진술을 번복한 이유가 물류 전산망이 바뀐 시점으로 맞추기 위함이냐고 묻자 유 전 팀장은 “단순 착오”라고 답했다. 유 전 팀장은 bhc 직원으로 일할 당시 BBQ 퇴사자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알 수 있냐는 검찰 질문에 “자신이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일할 당시 퇴사자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다루는지 알고 있어 이를 바탕으로 추측해 박 회장에게 전달했다”고 답했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의 증언에 BBQ가 퇴사자에게 부여하는 임시 비밀번호를 줄 때 증인이 말한 방식을 쓴 것은 증인 퇴사 이후라고 지적했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이 박 전 회장에게 BBQ 전·현직 직원들의 정확한 개인정보를 전달할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 bhc가 BBQ의 데이터베이스(DB)를 모조리 빼내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박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BBQ 허락하에 BBQ DB를 모두 가져왔다”고 진술했다. 박 전 회장 진술 이외에 검찰 판단을 뒷받침하는 정황도 있다. 2013년 6월 말 bhc 매각 이후 bhc는 자체 전산망 구축을 위해 BBQ와 bhc 전산망 분리 작업이 필요했다. 그해 7월2일 외부 업체는 해당 작업이 최소 한달 이상 걸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유 전 팀장과 부하 직원 한 명, 그리고 한달 이상이 걸릴 것으로 판단했던 외부업체는 2013년 7월5일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불과 12시간 만에 BBQ로부터 분리된 bhc 전산망을 구축했다. 이와 관련해 유 전 팀장은 “bhc 직원이 100명 남짓에 불과해 수작업으로 데이터를 옮겨 가능했다”며 “BBQ DB는 가져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BBQ DB 관련 박 회장과 유씨의 진술이 배치되는 데 대해 유 전 팀장에게 묻자 “자신은 박 회장에게 BBQ DB를 가져왔다고 말한 적 없다”며 “박 회장이 검찰에서 왜 그리 말했는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다만 유 전 팀장은 노트북 하드 교체 관련 재판 과정에서도 말이 일치하지 않았다. 뻔히 보이는 해킹의 목적 첫 증언에서는 bhc 매각 시기인 2013년 이후 노트북 감가상각 5년을 계산해 2018년에 바꿨다고 했지만 이후 2017년으로 고쳤다. 기존 사건이 ‘불법 접속이 있었느냐’는 사실관계 다툼이었다면, 이번 후속 재판은 ‘그 사실을 둘러싸고 법정에서 거짓말이 있었느냐’는 문제로 이동했다. 그리고 그 거짓말이 조직적으로 이뤄졌는지 여부가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해 2월, 박 전 회장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박 전 회장이 BBQ 직원 계정을 정상적인 방법으로 취득할 수 없었고, 불법적 경로일 가능성을 인식했을 것으로 판단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는 무죄였지만, 정보통신망법 위반은 명확히 유죄로 못 박았다. 그러나 사건은 집행유예 판결로 끝나지 않았다. 검찰이 위증을 별도의 범죄로 끌어올린 이상, 수사는 ‘위증교사’를 밝히는 단계로 향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만약 법원이 관련자들의 위증을 인정할 경우, 그 진술을 누가, 어떤 방식으로 유도했는지가 핵심 수사 대상이 된다. 화살이 결국 박 전 회장을 향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위증교사는 기존 사건과는 별개의 범죄로, 추가 기소로 이어질 경우, 사법 리스크도 한층 더 커진다. 문제는 입증이다. 위증교사는 단순한 정황만으로는 성립하기 어렵다. 구체적인 지시나 교감, 사전 조율 정황이 확인돼야 한다. 하지만 검찰이 이미 “유리한 허위 증언 반복”이라는 판단을 내리고 고발까지 단행한 점을 감안하면, 단순한 가능성 제기를 넘어선 그림을 그리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BBQ 출신 정보전략팀장 진술 번복 검, 증인들 위증 혐의로 직접 고발 이 사건을 관통하는 또 하나의 축은 bhc와 BBQ 사이의 오랜 분쟁이다. 박 전 회장은 삼성전자와 삼성에버랜드에서 근무하다가 2012년 BBQ 글로벌 대표로 영입됐다. 이어 2013년 BBQ 자회사 bhc가 미국계 사모펀드에 팔린 뒤 bhc 대표로 옮겨가며 양사 갈등의 중심에 섰다. 2018년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 등과 함께 bhc를 사들여 오너 경영자가 된 동시에 각종 소송과 형사적 리스크의 한가운데에 서게 됐다. 이번 사건 역시 단순한 개인 비위가 아니라, 기업 간 치열한 법적 분쟁 속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점에서 무게가 다르다. 검찰에 의하면 박 전 회장은 2015년 7월3일 서울 송파구 신천동 bhc 본사에서 BBQ 직원 2명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무단 도용해 BBQ 전산망에 접속한 뒤 bhc와 BBQ가 연루된 국제 중재 소송 관련 자료들을 살펴봤다. 이로 인해 박 전 회장은 2020년 11월 재판에 넘겨졌다. 아울러 박 전 회장은 유 정보팀장으로부터 BBQ 직원 이메일 아이디, 비밀번호, 전산망 주소가 적힌 메모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 6월 1심 재판부는 박 전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인정해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입증이 부족하다며 무죄 판결을 내렸다. 사건은 항소심으로 넘어갔다. 항소심 3차 공판 때 검찰과 변호인은 파워포인트(PPT)를 통해 2시간 동안 치열한 공방을 펼쳤다. 먼저 의견 개진 기회를 얻은 변호인은 “BBQ가 여러 차례 박현종 회장을 영업비밀 침해 등의 이유로 고소했지만 계속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며 “그런데 검찰이 정보통신망법을 무리하게 적용해 박현종 회장을 기소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변호인은 “검찰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혐의를 입증한 것도 아니”며 “왜곡 가능성이 큰 간접 증거만 제시됐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박현종 회장은 2015년 7월3일 순댓국 프랜차이즈 인수 회의에 참석해 BBQ 전산망에 접속할 상황이 아니었다”고 부연했다. 반면 검찰은 “bhc가 2013년부터 BBQ 전산망에 무단 접속한 횟수가 236회에 달하지만 행위자가 드러나지 않아 기소하지 못했다”며 “박현종 회장은 무단 접속이 명백해 기소했다”고 반박했다. 지시했나 사면초가 검찰은 박 전 회장의 범행 동기에 대해 “2015년 BBQ 직원들이 박현종 회장이 bhc 매각을 총괄했다”는 진술서를 국제 중재 법원에 냈다. 국제 중재 소송에서 질 경우 지위가 불안정해질 수 있었던 박 전 회장은 “해당 진술서를 검토하고 반박해야만 했다”고 했다. 이어 “박현종 회장 휴대전화에서 BBQ 직원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적은 메모 사진이 나왔다. BBQ 전산망 접속 데이터 분석 결과, 박현종 회장이 BBQ 사내 메일을 포워딩(전달)한 개인 메일을 2년 만에 열람한 기록도 있다”며 혐의를 입증할 물적 증거가 많다고 했다. 검찰은 “2015년 7월3일 순댓국 프랜차이즈 인수 회의 참석자 2명은 박현종 회장을 회의에서 보지 못했다고 했다”며 박 전 회장의 알리바이를 부인하기도 했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