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너 몰린’ 문 지지율 반등책 관전포인트

거품 빼면 30%…이마저도 무너질라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은 집권 초기와 다른 모양새다. 취임 초기 80%를 웃돌던 지지율은 50%선에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대통령의 지지율은 곧 국정 동력과 맞닿아 있다. 문 대통령은 새해를 목전에 두고 대책 마련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다시 반등할 수 있을까.
 

▲ 문재인 대통령 <사진=청와대>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은 하락세를 걷고 있다. 지지율이 소폭 반등하기도 했지만 가시적이지 않다. 지지율은 50%선 아래로 추락하면서 이목을 끌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지지율 역시 함께 하락했다. 정부와 여당을 둘러싼 악재는 결정적이었다.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김무성 의원은 지난 5일 국회 의원회관서 열린 토론회서 “문 대통령의 레임덕이 시작됐다고 생각한다”며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40%대로 내려갔다. 거품 지지율을 빼면 사실상 30%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시작은 창대
돌파구 어디?

문 대통령은 집권 3년차를 앞두고 있다. 5년 단임제서 임기 반환점을 도는 시기로 역대 모든 정부가 이 시기에 흔들리면서 정국 주도권을 지키지 못했다.

문 대통령은 국정동력 상실 가능성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지지율 반등에 더욱 집중할 가능성이 높다.

문 대통령의 지지율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요인 중 하나는 외교로 특히 남북관계 진전에 따른 이벤트는 지지율에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


남북은 지난 4·27판문점회담를 시작으로 세 차례에 걸쳐 정상회담을 개최했다. 중간에 1차 북미정상회담이 열리기도 했다. 당시 진행된 여론조사를 살펴보면 남북관계 개선은 문 대통령의 지지율에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했다.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이틀 간(4월30일, 5월2일) 조사를 진행하고 지난 5월3일 발표한 주중집계에 따르면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78.3%를 기록했다. 전주 대비 8.3%p 상승한 수치다.

지난 5월26일 열린 2차 남북정상회담 이후 지지율은 소폭 하락했다.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조사(5월28∼30일)를 실시해 지난 5월31일 발표한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71.8%였다. 전주 대비 0.7%p 하락했다. 당시 2차 남북정상회담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북미정상회담 취소 선언 이후 비밀리에 진행, 깜짝 발표됐다. 또한 경제지표 악화 등으로 지지율이 하락세를 보이던 때였다.

취임 초 압도적 지지율 갈수록 휘청
남북 관계 회복민심 소방수 역할

이후 6·12북미정상회담이 재개 됐고,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다시 상승했다. 동일한 기관이 tbs 의뢰로 이틀 간(6월11∼12일) 조사해 지난 6월14일 발표한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75.1%를 기록했다. 전주 대비 2.8%p 상승한 수치다. 1차 북미정상회담의 기대와 성사 결과가 빚은 결과였다.

평양정상회담(9월18∼20일) 역시 지지율에 기여했다. 같은 기관이 tbs 의뢰로 조사(9월17∼19일)를 실시해 지난 9월20일 발표한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59.4%를 기록했다. 전주 대비 6.3%p 상승했다. 8월 1주차부터 9월 2주차까지 내리 하향세를 그리다 급반등한 것이다(그 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비밀리에 진행된 2차 남북정상회담을 제외하고, 남북관계의 진전과 이벤트는 문 대통령의 지지율에 호재로 작용했다. 문 대통령은 ‘정상회담 효과’를 톡톡히 봤다. 
 

▲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

앞으로도 문 대통령의 지지율에 영향을 미칠만한 이벤트가 예정돼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연내 서울 답방과 내년 1∼2월로 예상되는 2차 북미정상회담이 대표적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 평양정상회담서 연내 서울 답방을 공식화했다. 북한 최고지도자가 남한 땅을 밟은 건 전무하다.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을 두고 시기와 장소 등이 여러 곳에서 점쳐졌다.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답방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문 대통령은 지난 4일 뉴질랜드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진 직후 공동기자회견서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연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민주당 홍익표 의원은 지난 6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김 위원장의 방남을 내다봤다. 홍 의원은 이날 “김 위원장의 연내 답방이 8부 능선을 넘었다”고 판단했다.

남북 개선
효과 톡톡

그러나 김 위원장의 답방 가능성은 현재 힘을 잃고 있다. 지난 12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올 연말에 서울을 방문하는 것은 이제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청와대 내부서도 연내 답방은 불가하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 여부가 줄타기를 하고 있는 가운데 2차 북미정상회담 일정 역시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지난 1일 한미정상회담 이후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김 위원장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받았고, 김 위원장의 연내 답방을 요청했다.

김 위원장의 방남이 결정된다면 향후 2차 북미정상회담의 일정 역시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동시에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어떤 영향을 받게 될지 주목된다. 그간 대북 이벤트는 문 대통령의 지지율 상승에 기여했다. 따라서 문 대통령은 이를 놓치려 하지 않을 공산이 크다. 

반대로 문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에 영향을 끼친 요인도 있다. 문 대통령은 최근 인사 논란과 맞닥뜨리고 있다. 결정적 계기가 된 것은 코레일 오영식 전 사장이다. 

오 전 사장은 강릉선 KTX 탈선 사고와 관련해 사퇴 의사를 밝혔다. 오 전 사장은 지난 2월 취임 초기부터 낙하산 인사라는 비판을 받았다. 오 전 시장은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2기 의장을 지낸 운동권 출신으로 3선 국회의원을 지냈다. 지난 대선 당시 문 대통령 캠프서 활동하기도 했다.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lt;사진=한국사진공동취재단&gt;

주목되는 점은 오 전 시장의 철도 분야 경력이다. 오 전 시장은 관련 경험이 없는 정치인 출신이다. 당시 야당은 오 전 시장의 전문성 결여를 지적했다.

논란의 결정타를 날린 건 오 전 사장의 사고 이후 첫 브리핑이었다. 오 전 사장은 사고 직후인 지난 8일 탈선 원인을 ‘기온 급강하에 따른 선로 상 문제’로 추정했다. 그러나 당시 기온은 선로 이상을 야기할 만큼 낮지 않았다. 또 KTX 선로는 영하 20도를 견딜 수 있는 소재로 시공된다.

탈선 사고를 비롯해 오 전 사장 취임 이후 크고 작은 철도 사고와 운행 장애가 발생했다. 오 전 사장에 대한 비판과 공분이 거세진 까닭이다.


이번 사고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가 소집됐다. 오 전 시장을 상대로 현안질의를 실시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오 전 시장은 회의 직전 사퇴 의사를 밝혔다. 책임회피라는 지적과 비판이 이어졌다.

오 전 사장을 시작으로 ‘캠코더(캠프, 코드, 더불어민주당)’ 인사 논란에 불이 붙었다. 캠코더란 문 대통령과 가까운 정치권, 운동권 인사들이 정부부처와 공공기관 요직을 차지하는 것을 두고 만들어진 신조어다. 

한국당 김성태 전 원내대표는 지난 11일 국회서 기자들과 만나 “문 대통령은 내각 전반에 제대로 된 사람을 앉혔는지 점검해야 한다”며 “연말 청와대·각료 인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캠코더 인사와 낙하산 인사에 대한 비판은 공공기관으로 뻗쳐 나갔다. 문재인정부는 지난 정권과 마찬가지로 공공기관장을 ‘보은 인사’로 임명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공익성과 공공성이 강조되는 공공기관에 전문성이 결여된 인사들이 자리를 꿰찼다는 것이다. 실제로 해당 공공기관에선 크고 작은 사고와 잡음 등이 발생했다.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에게 돌아간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오 전 사장을 비롯해 황창화 한국지역난방공사 사장, 김형근 한국가스안전공사 사장, 안영배 한국관광공사 사장 등이 낙하산 인사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모두 문 대통령과의 인연서 자유로울 수 없는 정치권 출신이다.

캠코더 논란
낙하산 참사


바른미래당 김정화 대변인은 지난 11일 논평을 통해 오 전 사장의 사퇴와 관련한 입장을 밝혔다. 김 대변인은 “능력도 부재, 양심도 불량인 낙하산 인사의 최후”라며 날을 세웠다. 이어 “문 대통령께 요구한다. 국가 곳곳에 산재한 낙하산 인사에 대해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여당 내에서도 낙하산 논란을 매듭지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민주당 표창원 의원은 지난 12일 KBS 시사프로그램 <사사건건>에 출연, 낙하산 인사 지적에 대해 “정말 잘못된 낙하산이라면 현 정부라도 빨리 바로잡고, 사퇴하고, 문제를 삼아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대북정책의 지속성과 인사 문제 수습은 문 대통령의 지지율 반등 요인으로 꼽힌다. 다만 문 대통령의 지지율 상승은 경제성과를 빼놓고는 말하기 어렵다. 

문 대통령은 지난 1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서 “거시적 측면서 지표들이 견고할 수 있다”면서도 “양극화와 소상공인, 자영업의 어려움은 해결되지 않았다. 조선·자동차·철강 등 전통적인 산업이 위기를 맞은 지역은 더더욱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고 밝혔다.
 

▲ 황창화 지역난방공사 사장

문 대통령 스스로 최근 민생 경제 악화에 대해 진단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고용노동부를 직접 방문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최저임금 상승에 따른 부작용을 묻기도 했다. 그간 문 대통령은 최저임금 상승에 강한 의지를 밝혔다. 부작용이 곳곳서 제기됐지만 문 대통령은 최저임금을 두 차례 인상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최저임금 정책을 담당하는 직원에게 “현장서 체감해 보니 어떤가. 최저임금 인상 속도가 너무 빠른가”라고 물었다. 사실상 최저임금 속도조절론에 힘이 실리게 되면서 최저임금 결정이 이전과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 전망이다. 이날 문 대통령은 고용노동부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서 “고용문제에 대해서 국민들의 평가는 아주 엄중하다”며 “정부는 빠르게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의 행보는 내년부터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경제적 성과를 이뤄내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기존 정책에 대한 수정 가능성도 과감하게 내비쳤다. 

캠코더·낙하산 인사쇄신 여론 높아
‘문제는 경제’ 회복에 사활 걸까

김수현 정책실장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으로 구성된 문재인정부 2기 경제팀의 움직임도 예사롭지 않다. 홍 부총리는 지난 11일 정부 세종청사에서 취임식을 마친 뒤 열린 출입 기자 간담회서 “임명장을 받을 때 대통령 말씀 중 하나는 경제팀이 ‘원팀’이 되도록 리더십을 발휘해달라는 당부였다”고 밝혔다.

이어 홍 부총리는 비공식 협의체를 적극 활용, 소통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비공식 협의체는 청와대와 정부 내각 경제 참모들이 모여 경제 현안을 논의하는 기구다. 주요 장소로 청와대 집현실이 거론됐다. ‘집현실 회의’라는 이름이 붙여진 까닭이다. 다만 장소는 집현실에 국한되지 않고 청와대 인근 식당 등 상황에 맞게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 강릉선 KTX 탈선 사고 현장

문 대통령에게 경제는 아킬레스건으로 통한다. 문 대통령은 취임 초부터 경제구조 개혁을 외치며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문 대통령은 3대 경제정책(소득주도성장·혁신성장·공정경제)을 바탕으로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최저임금 상승을 비롯해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 등 굵직굵직한 사안들을 추진했다.

그러나 성과는 미미했다. 문재인정부는 취업자 수 증가폭 급감에 따른 고용참사와 소득분배 악화 등으로 거센 비판을 받았다. 

한국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은 지난 6∼7일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 2024명을 대상으로 ‘한국 경제 국민 인식 진단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문재인정부서 살림살이 형편이 나빠졌다’는 응답이 46.9%를 기록했다. 반면 ‘좋아졌다’는 19.3%를 기록해 두 배 이상 차이가 났다.

연구원은 4개월 전 1차 조사(좋아졌다 20.8%, 나빠졌다 43.7%)에 비해 간격이 더욱 벌어졌다고 해석했다. 향후 경제 전망에 대해선 ‘나빠질 것’이란 응답은 42.8%로 ‘좋아질 것’이란 응답 27.4%보다 높았다. 

응답자들은 가장 큰 고민거리로 생계비 부담(24.6%)을 꼽았다. 이어 일자리 불안이 21.9%, 건강 16.0%, 주택·주거불안정 15.1%, 교육·육아 11.1% 순이었다.  

문 대통령과 청와대 경제팀의 최근 행보를 통해 문재인정부의 내년도 최우선 과제는 경제일 것으로 보인다. 경제적 성과가 가시적일 경우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급반등할 수 있다는 게 중론이다. 대북정책, 인적쇄신의 결과보다 효과적인 반등 요인으로 꼽힌다.

경제 성과
우선 과제

경북대학교 배한동 명예교수는 “문재인정부의 지지율 상승은 경제문제와 민생회복에 달려있다”며 “우선 국민이 공감 할 수 있는 청사진이라도 제시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배 교수는 “남북문제도 너무 서두를 필요가 있을까 싶다”며 “사회기강 문제, 전문성 없는 코드인사, 안일한 청와대의 인사혁신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문정부의 지지층 이탈 방지책도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kjs0814@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대통령 지지율 보니…

최근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48.1%를 기록하며 취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있었다.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tbs의뢰로 지난 10∼12일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508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지난 12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48.1%를 기록했다. 전주 대비 1.4%p 하락한 결과다. 

리얼미터는 지지율 하락세에 대해 “강릉KTX 탈선사고,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 투신사망, 택시기사 분신사망, 이재명 경기지사 검찰기소 등 각종 크고 작은 악재가 집중돼 악화됐다”고 분석했다.
 
한편 민주당도 집권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민주당은 정당지지도서 37.7%를 기록하며 전주 대비 0.5%p 하락했다(그 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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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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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에너지 정책은 범국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근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으로 이재명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이 윤곽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어른거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3일 대통령실은 “국회 기후위기특위에서 활동하는 등 미래 환경문제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3선 국회의원”이라고 소개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성환 의원을 환경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22대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위원장 한정애, 민주당) 위원으로 활동하며 탈원전·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노력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대선공약 대통령실은 그가 “‘기후 위기는 모두의 생존 위기’라는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잘 이해하고 그동안의 입법 경험을 바탕으로 환경문제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 김 후보자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등을 발의한 바 있다. 이번 김 후보자의 지명으로 이재명정부의 환경 정책이 구체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4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모든 에너지 체계를 바꾸고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체계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뜻도 비쳤다. 그는 ‘재생에너지를 늘리면 전기료가 오른다’는 우려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균등화발전비용(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가장 싼 전원은 이미 풍력과 태양광”이라며 “다만 아직 한국에선 여러 기회 비용, 시간 비용, 금융 비용이 쌓여 상대적으로 비쌀 뿐이다. 실제 요금이 오를 일은 없다. 오히려 그런 식의 접근이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탈원전에 대해서는 “각 나라 특성에 따라 원전을 쓰는 나라가 있는데 한국도 탈원전을 바로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주 에너지원으로 재생에너지를 쓰고 원전을 보조 에너지원으로 쓰는 것이 (이재명정부의) 탈탄소 정책 기조”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으로 신설 예정인 기후에너지부 장관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기후에너지부는 분리돼있는 기후와 에너지 관련 부처 업무를 통합한 조직이다. 그는 “기후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지 빠른 시일 내로 큰 방향을 잡겠다”며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조직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로 전환 필요”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에너지 ‘전환’을 예고하면서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떠오른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내세운 바 있다. 이를 세부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태양광 사업이 크게 대두돼 국가 예산이 투입됐다. 문정부는 출범하면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기 위해 설비를 확충하기로 했다. 태양광, 풍력발전소 등이다. 당시 내용대로면 총 110조원에 이르는 돈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정부는 국가 예산과 공기업, 민간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정부 임기 내내 전국 단위로 태양광 사업을 위한 지원금이 뿌려졌다. 당시 문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탈원전 로드맵을 동시에 진행했다. 일부 원전이 영구적으로 정지됐고 짓고 있던 원전 공사가 중단됐다. 단계적 원전 감축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나온 잡음이다. 특히 태양광 사업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은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도 문정부를 오랫동안 괴롭혔다. 국가 주력 사업이었던 만큼 정권이 바뀐 이후 새 정부의 표적이 된 상황에서 실제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천문학적 예산 투입 윤석열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을 진행했다. 윤정부 국무조정실은 일부 표본만 조사했는데도 불구하고 2000억원이 넘는 돈이 불법으로 사용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당시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전국 12개 지자체와 한국전력, 한국에너지공단을 대상으로 ‘전력산업 기반기금 사업’ 운영 실태에 대한 합동 점검을 벌인 결과 총 2267건(2616억원)의 위법·부당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금은 산업자원통상부(이하 산업부)가 전기 요금의 3.7%를 징수해 조성한 돈으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지원과 보급에 주로 사용됐다. 5년간 투입된 금액은 12조원에 이른다. 1차 조사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서 부적절한 대출과 보조금 부당 집행, 회계 부실 등이 적발됐다. 태양광 사업의 경우 점검 대상의 17%인 1129건에서 1847억원의 위법 대출 등이 확인됐다. 2차 점검에서는 적발 금액이 2배로 늘었다. 국무조정실은 2019~2021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쓰인 금융지원사업(1조1325억원) 내역과 2017~2021년 보조금 지원 규모가 컸던 25개 지자체의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사업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금융지원 사업에서 4898억원,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 보조금 사업에서 574억원, 전력 분야 연구개발 지원사업에서 266억원, 기타 전력기금 사업에서 86억원의 부정 집행 사례가 나타났다. 당시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지원금 대부분은 태양광 사업에 쓰였다”며 “가장 규모가 컸던 부정 금융지원 사업 사례 중 99%는 태양광 사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태양광 업자들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불법 대출을 받았고 가짜 세금계산서로 공사비를 부풀려 지원금을 타냈다. 감사원 조사로 검찰 수사까지 대출을 받은 뒤 세금계산서를 취소, 축소하는 등 탈루가 의심되는 정황도 드러났다. 가짜로 버섯 재배 시설이나 곤충 사육 시설, 축사 등 농림축산업 시설을 만들어 놓고 신재생 시설을 짓겠다고 대출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농지에 신재생 시설을 지을 때는 용도변경 등 인허가 절차가 필요하지 않고 생산한 전력을 팔 때 받을 수 있는 보조금 한도도 커진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한 마을회는 마을 창고를 짓겠다며 전력기금에서 돈을 받아 부지를 사들였지만 실제 창고는 짓지 않았고 부지는 마을회장이 6촌에게 되팔았다. 지방자치단체의 문제도 드러났다. 한 군은 타낸 보조금을 다 쓰지 못하고 약 24억원이 남자 이를 다른 계좌로 빼돌렸다가 적발됐다. 한 시는 보조금을 빼돌려 관용차를 사기도 했다. 감사원 조사도 이뤄졌다. 감사원은 2023년 11월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목표와 이행, 인프라 구축, 관리 등 3개 분야로 나눠 추진 과정과 집행 전반을 들여다봤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업부는 2017년 신재생 발전 목표를 상향하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검토했지만 막상 후속 조치 이행에는 소홀했다. 감사원은 “톱다운(하향식) 방식으로 내려온 목표에 따라 무리한 계획이라도 수립해야 했다는 이유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데도 면밀한 검토 없이 강행되고 짧은 기간 내 일관성 없이 변경됨으로써 정책 혼선과 신뢰성 저하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정부서 전반적 점검 8000억 넘는 예산 줄줄 샜다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었던 만큼 정부 부처가 이를 맞추기 위해 과도하게 정책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문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야기될 수 있는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감췄다는 지적도 나왔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산업부는 문정부의 국정 과제대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릴 경우 2030년까지 전기요금을 40% 가까이 올려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시 청와대의 압박에 12년 동안 10.9%만 오를 것이라고 국민 부담을 축소했다. 태양광 사업의 여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새만금 태양광 발전사업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1월 군산시청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군산시 태양광 발전사업 수주 과정에서 뒷돈이 오간 정황이 포착됐고 이를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면서 시작된 일이다. 당시 군산시장은 군산시가 1000억원 규모의 태양광 사업을 추진할 때 자신의 고교 동문이 대표로 있는 업체에 특혜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업체가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금융사가 제시한 연대보증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계약 체결을 지시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앞서 검찰은 새만금 태양광 사업을 주도한 회사 대표를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했다. 그는 태양광 발전사업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에게 로비를 해주겠다며 뒷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의 진술로 비리 의혹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핵심 수사 대상에 올랐던 건설사 대표가 실종됐다가 시신으로 발견되는 일도 일어났다. 관련 시장은 반응 오는 중 이 대통령이 기후,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김 후보자가 재생에너지를 언급하면서 관련 시장이 다시 들썩이는 모양새다. 실제 태양광 관련 주가가 오르는 등 주식시장에는 벌써부터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윤정부는 문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통째로 부정하다시피 했다. 반대로 문정부의 정책을 다시 끄집어낸 이정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