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추적> 강남클럽 아레나-스쿨푸드 수상한 동업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8.12.17 09:44:00
  • 호수 119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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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문 닫은 ‘맛집’의 비밀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스쿨푸드(SF이노베이션) 회장과 클럽 아레나 실소유주의 수상한 동업이 포착됐다. 이들은 지난해 신사역 인근서 대형 베트남 음식점을 개업한 것으로 확인된다. 그런데 1년 만에 폐업했다. 아레나의 탈세 수사가 확대됐던 시점이다. 스쿨푸드 회장은 아레나에 배당금을 받는 주요주주였던 것으로 파악된다. 

▲ 클럽 아레나

2017년 9월22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18-4(운산빌딩) 1층. 베트남 음식점 ‘하노이플레이트’가 개업했다. 하노이플레이트는 단기간에 ‘맛집’으로 자리 잡았다. 지난 10월9일까지 하노이플레이트 관련 후기는 호평 일색으로 그 수가 180여개(네이버 블로그 기준)에 달했다. 그런데 하노이플레이트는 지난 10월19일 문을 닫았다. 개업한 지 이제 막 1년을 넘긴 시점이었다. 

신사역 인근
베트남 음식점

비슷한 시기 강남구 논현동 18-2(렉스관광호텔)에 사건이 터졌다. 하노이플레이트와 50m도 안 되는 거리. 최근 수백억원을 탈세한 강남의 유명 클럽 아레나의 주소다. 올해 초 서울국세청 조사2국은 아레나를 상대로 강도 높은 세무조사를 진행했다. 국세청은 약 260억원에 달하는 세금 추징과 더불어 아레나의 실소유주로 알려진 강모 회장 등 바지사장 6명을 조세포탈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현재 전·현직 공무원들 간의 유착 의혹으로 수사가 확대되고 있는 양상이다. 

하노이플레이트가 갑작스럽게 폐업한 이유와 클럽 아레나의 세무조사는 어떤 상관관계가 있을까. <일요시사> 취재 결과 이상현 스쿨푸드 회장과 클럽 아레나 실소유주로 지목되고 있는 강 회장이 하노이플레이트를 공동 개업한 것으로 확인된다. 스쿨푸드 측도 이 같은 사실을 인정했다. 더불어 이 회장이 클럽 아레나의 주요주주였던 것으로 파악된다.

하노이플레이트의 기업신용정보 보고서에 따르면 강 회장과 김모씨가 공동대표로 나와 있다. 김씨는 이 회장의 아내며 가정주부인 것으로 알려졌다. 


강 회장과 이 회장은 50대 50으로 총 18억원을 들여 하노이플레이트를 개업한 것으로 파악된다. 매장 평수는 170평으로 5년 계약에 보증금 10억원, 월세 3000만원, 관리비 600만원으로 매장을 임차했다. 인테리어 비용으로 8억원이 들어간 것으로 전해진다. 

임차 4년이나 남았는데 급하게 정리
세무조사·수사 때문? 의심의 눈초리

<일요시사>는 지난 17일, 논현동에 위치한 하노이플레이트를 찾았다. 매장은 폐업이 아닌 휴업상태로 보였다. 폐업한 지 두 달이 돼 가지만, 철거한 흔적은 전혀 없었다. 매장 안은 테이블과 의자, 식기 등이 그대로 있었다. 

하노이플레이트 문 앞에 ‘매장 이전해요. 하노이플레이트가 10월19일(금)까지 영업하고 종료합니다. 그동안 성원해주셔서 깊이 감사드립니다’라는 팻말이 서 있다. 계산대 위에는 각종 서류가 있었으며, 포스기계도 그대로다. 계산대 책꽂이에는 ‘성명 : 김OO’(이 회장 아내)라고 적힌 사업등록증이 있었다. 그 옆에는 ‘강OO 귀하’(강 회장) 이름이 적힌 국민건강보험공단 고지서도 있다. 
 

강 회장은 하노이플레이트를 급하게 정리했던 것으로 보인다. 강남 일대 부동산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임차 기간이 아직 4년이나 남았다. 강남 모 부동산 업체 관계자는 “자리랑 무관하고, 임차자(강 회장)의 개인적인 사정 때문에 문을 닫았다”며 “계약기간은 아직 남은 상태”라고 말했다.

강 회장은 새로운 임대인을 급하게 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하노이플레이트 매장은 보증금 6억원, 월세 3000만원(관리비 포함)에 권리금도 없이 매물로 나왔다. 강 회장이 임차했던 조건보다 대폭 축소된 금액이다. 

화류계에서는 하노이플레이트의 급작스러운 폐업이 아레나의 세무조사와 관련된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강 회장은 아레나의 실소유주로 지목되고 있다. 더불어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이 회장은 아레나의 주요주주인 것으로 파악된다. 이 회장은 2015년 초에 아레나에 지분을 넣은 것으로 전해진다.


1년 만에 폐업
화류계 소문은?

아레나에 이 회장 지분이 얼마나 있는지는 (아레나가)개인사업자인 관계로 지분 현황은 나타나지 않는다. 다만 이 회장의 한 지인은 “아레나의 공동사업자로 지분 10%가량 가지고 있다고 당사자한테 들었다”고 말했다. 강 회장이 2014년 아레나를 인수할 당시 30억원을 지급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를 역산하면 이 회장은 아레나에 약 3∼5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추정된다. 

아레나는 주주들에게 매달 현금으로 배당금(이익금)을 지급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회장도 매달 수천만원의 배당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회장이 아레나 세무조사가 시작된 지난 5∼6월 사이 모든 지분을 처분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이 회장은 아레나 외에도 강 회장 계열의 유흥주점에 지분이 있던 것으로 파악된다. 

자연스럽게 이 회장의 투자금 출처와 배당금에 대한 세금 문제에 관심이 쏠린다.

한 세무전문가는 “개인사업자는 말 그대로 개인이기 때문에 주주는 없다. 다만 공동사업자일 경우 이익금을 나누게 돼있다. 이걸 신고·납부하지 않으면 탈세다”고 말했다. 이어 “법인자금으로 투자했을 경우 회사의 영업외수입으로 잡아야 하는 게 맞다. 그러지 않았다면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의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회장과 강 회장은 사실상 스왑거래(두 당사자가 각기 지니고 있는 자금흐름을 일정기간 동안 서로 교환하기로 계약하는 거래)를 한 동업자나 마찬가지다. 기업인과 유흥업자의 조합은 어떻게 이루어진 걸까. 이 둘을 연결해준 인사는 이모 고문(본지 1195호 ‘아레나’ 유흥대부와 공무원들 ‘검은 커넥션’ 의혹 참조)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 회장 아레나 지분 소유?
배당 챙긴 것으로 알려져

이 회장과 이 고문은 동갑내기로 젊은 시절 함께 화류계에 몸담으며, 친분을 쌓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 회장도 과거 나이트클럽 웨이터 출신으로 영업사장까지 한 경력이 있다. 더불어 이 회장은 한때 주류 및 화류계 관계자들로 구성된 골프모임에도 나갔다.
 

당시 이 고문이 이 회장을 골프모임에 초대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인연으로 이 고문이 이 회장을 강 회장에게 연결해준 것으로 파악된다. 

스쿨푸드의 모회사인 SF이노베이션은 ‘이 회장이 하노이플레이트를 운영했다는 사실은 인정하지만 회사랑은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SF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이 회장은 대표이사의 형이기 때문에 회장 직함을 가진 것뿐이다. 임원에 등재돼있지 않으며, 경영과 관련해 의사 결정권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SF이노베이션의 계열인 베트남음식점 분짜라붐이 잘 돼서, 이 회장이 유사한 브랜드를 차린 것이다. 장사가 잘 안 돼서 문을 닫은 걸로 알고 있다. 동업자인 강 회장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다”고 말했다. 

스쿨푸드 측의 해명에는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 지난해 하노이플레이트가 주최하는 행사에 SF이노베이션 계열의 프렌차이즈와 강 회장 계열의 클럽이 공동협찬한 것으로 확인되기 때문이다. 하노이플레이트는 지난해 10월27∼29일까지 할로윈 파티로 ‘반맥(반미+맥주) 시대’를 주최했다. 반미는 베트남식 수제 샌드위치다. 


당시 행사에는 SF이노베이션 계열의 프렌차이즈인 감성주점 ‘김작가의 이중생활’과 스쿨푸드가 협찬했다. 강 회장 계열의 클럽으로 알려진 아레나와 바운드도 협찬 명단에 올랐던 것으로 확인된다. 동업 중인 두 회장이 자신들의 계열사를 행사에 참여시킨 셈이다. 

유흥업서 친분
석연찮은 해명

또 SF이노베이션서 이 회장의 역할론을 축소했다는 점도 석연치 않다. 복수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이 회장은 스쿨푸드 창업주로 동생 이상윤 대표에게 경영을 맡긴 것으로 소개되고 있다. 지난 10월25일 SF이노베이션 경기도 남양주시 팔야리 산업단지 제조·물류센터 준공 기념식에도 이 회장은 회장 자격으로 참석했다. 


<cmp@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스쿨푸드는?

스쿨푸드는 2002년 서울 논현동에 문을 연 야식 배달점이었다. 이상현 SF이노베이션 회장이 동생 이상윤 SF이노베이션 대표과 함께 운영했다. ‘분식 배달’이라는 콘셉트가 성공을 거두며 2005년 신사동 가로수길에 첫 번째 매장을 오픈하면서 사업을 확장해왔다.


현재 스쿨푸드는 전국에 44곳의 매장과 33곳의 딜리버리 매장을 합해 모두 77곳의 매장을 운영하는 프랜차이즈 거물로 성장했다. 2009년부터 진출하기 시작한 미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홍콩 등 해외 매장 12곳을 포함하면 전체 매장 수는 89곳으로 늘어난다.

SF이노베이션은 스쿨푸드 외에 카페리맨즈(CAFE LEEMAN'S), 플랫바이에이프릴마켓(FLAT BY APRIL MARKET), 김작가의 이중생활, 판다익스프레스, 분짜라붐 등의 프랜차이즈도 운영하고 있다. 김작가의 이중생활(28곳)과 분짜라붐(21곳)을 제외한 다른 신규 브랜드들은 전국에 매장이 10곳 미만인 초기 단계에 있다.

SF이노베이션의 매출액은 2014년 218억원, 2015년 282억원, 2016년 410억원, 지난해 468억원으로 매년 꾸준히 늘었다. 영업이익은 2014년 16억원, 2015년 5413만원, 2016년 5억원, 지난해 5억원 수준이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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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뒤통수로 다시 꼬인 한·미·일

트럼프 뒤통수로 다시 꼬인 한·미·일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불확실성의 시대에 가장 확실하다고 굳게 믿었던 관계에서 파열음이 나오고 있다. 새 정부 초기부터 보이기 시작한 적신호가 이제 눈 돌릴 수 없을 정도로 커진 모습이다. 어디서부터 균열이 시작된 걸까? 우리나라 외교는 한미동맹을 배경으로 진행됐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중립 외교를 꾀한 때도 있지만 대체로 한·미 혹은 한·미·일 관계가 우선시됐다. 하지만 최근 들어 우리나라와 미국이 삐걱거리는 모습이 자주 포착되고 있다. 상수였는데 변수됐나 지난 12일 미국 이민 당국에 체포·구금됐던 한국인 근로자 316명이 귀국했다. 이번에 구금된 한국인은 총 317명으로 남성 307명, 여성 10명이다. 이 가운데 1명은 잔류를 택했다. 지난 4일, 미국 이민 당국의 불법체류 및 고용 전격 단속에서 체포돼 포크스턴 구금시설 등에 억류된 지 8일 만이다. 이들은 미국 조지아주 엘러벨의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일하던 중에 체포·구금됐다. 문제 해결을 위해 조현 외교부 장관이 미국을 급히 방문했다. 당초 이들은 지난 10일(현지시각)에 전세기를 타고 출국할 예정이었지만 ‘미국 측 사정’으로 지연됐다. 외교부는 이번에 체포·구금된 한국인이 향후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미국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조현 외교부 장관은 마코 루비오 미 국무부 장관에게 이들이 신체적 속박 없이 신속히 귀국하고 향후 미국에 재입국하는 데 불이익이 없게 해달라고 요청했고 미국 측으로부터 긍정적인 답을 받았다고 한다. 체포·구금된 한국인이 미국을 떠나는 방식을 두고 우리나라와 미국 간의 이견이 있었다. 우리나라는 ‘자진 출국’을, 미국은 ‘추방’을 언급한 것이다. 자진 출국 방식으로 귀국하면 향후 ‘5년 입국 제한’ 등의 불이익이 없다. 반면 추방 명령으로 미국을 떠나면 영구적으로 기록이 남아 최대 10년간 미국에 들어갈 수 없다. 지난 8일 크리스티 놈 미국 국토안보부 장관이 이번 사안과 관련해 “법대로 하고 있다. 그들은 추방될 것”이라고 말하면서 출국 형태에 대한 논란이 불거졌다. 다행히 미국 측과 조율이 이뤄지면서 자진 출국 형태로 귀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루비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도 이재명 대통령과 도출한 한미 정상회담의 성과를 높이 평가하고 있고, 이 사안에 대한 한국인의 민감성을 이해하고 있다. 특히 미국 경제·제조업 부흥을 위한 한국의 투자와 역할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 야 “700조원 줬는데도?”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측이 원하는 바대로 가능한 한 이뤄질 수 있도록 신속히 협의하고 조치할 것을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우리 정부의 노력으로 상황이 봉합되는 모양새지만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의 후폭풍이 상당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한국인 체포·구금 과정에서 드러난 미국 이민 당국의 모습을 두고 동맹을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는 말이 나왔다. 실제로 미국 측은 한국인 체포 과정에서 수갑을 채웠고, 이들을 환경이 열악한 수용소에 구금했다. 야권에서 ‘외교 참사’가 일어났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지난 6일,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 이후 내놓은 논평에서 “이재명정부는 700조원 선물 보따리를 미국에 안겼지만 회담은 공동성명조차 발표하지 못한 채 끝났다”며 “그 결과가 고스란히 현대차-LG 합작 공장 단속 사태로 돌아왔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그러면서 “국민 사이에서는 실컷 투자해 주고 뒤통수 맞은 것 아니냐는 분노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며 “700조원에 달하는 투자를 약속해 놓고도 국민의 안전도, 기업 경쟁력 확보도 실패한 것이 이재명정부의 실용 외교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우리나라는 관세 협상, 한미 정상회담 등을 통해 미국에 5000억달러(약 700조원)를 투자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도 지난 6일 페이스북에 글을 썼다. 수갑 채우고 수용소 넣고 장 대표는 “이번 사태는 단순한 불법체류자 단속을 넘어 앞으로 미국 내 한국 기업 현장과 교민 사회 전반으로 피해가 확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한 사안”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수많은 한국 기업이 미국 전역에서 공장을 건설하고 투자를 확대하는 상황에서 근로자들이 무더기로 체포되는 일이 되풀이된다면 국가적 차원의 리스크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우리 정부는 이 같은 사태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미국 측과 방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조 장관은 루비오 장관 등과 만난 자리에서 이번 사태의 재발 방지책과 대미 투자 한국 기업 관계자들의 비자 문제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조 장관은 유사 사례 재발 방지를 위해 새로운 비자 카테고리를 만드는 등 다양한 방안 논의를 위한 ‘한미 외교부-국무부 워킹그룹’ 신설을 제의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를 한미 관계 차원에서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미 관계가 순탄하게 흘러가고 있지 않다는 신호로 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당선 직후부터 관세 등을 무기로 전 세계를 흔들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과정에서 우리나라가 동맹 취급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은 끊임없이 제기된 바 있다. ‘삐걱거림’은 이정부 출범 초기부터 감지됐다. 미국 백악관은 이재명 대통령 당선과 관련해 처음 내놓은 메시지에서 중국을 언급해 ‘이례적’이라는 말을 들었다. 백악관은 지난 6월3일 한국 대선 결과에 대한 언론의 질문에 “한미동맹은 철통같이 유지된다”면서도 “한국은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진행했지만 미국은 전 세계 민주주의 국가들에 대한 중국의 개입과 영향력 행사에 대해서는 여전히 우려하며 반대한다”고 말했다. 백악관의 메시지를 두고 이정부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행사 견제, 실용 외교를 표방하는 이 대통령이 중국과 거리두기를 해야 한다는 압박 등 다양한 해석이 이어졌다. 당시 미국은 중국과 관세를 두고 이른바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었다. 시간이 가면서 다소 소강상태가 되긴 했지만 갈등의 골은 여전히 남아 있다. 분위기만 화기애애? 관세 협상이나 한미 정상회담을 두고도 여전히 후폭풍이 계속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협상 시한으로 정한 날짜를 하루 앞두고 미국과 타결을 이뤄냈다. 당초 한미FTA로 우리나라와 미국 사이의 관세는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0’이었기에 타격은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서한을 통해 언급한 상호 관세 25%를 15%로 낮추는 데는 합의했지만 과정은 난항을 거듭했다. 루비오 장관의 방한이 취소되는가 하면 ‘한미 2+2 통상 협의’를 앞두고 미국 측의 취소로 구윤철 기획재정부 장관이 발길을 돌리는 일도 벌어졌다. 일본이 먼저 관세 협상을 마무리하면서 기준이 생기고 시간에 쫓기는 등 여의치 않은 상황이 지속됐다. 결국 미국과의 관세 협상은 일본과 비슷한 수준에서 정리됐고 동시에 천문학적인 수준의 대미 투자를 약속했다. 이때도 관세 협상 결과를 두고 이견이 나타났다. 우리 정부 측은 쌀, 소고기 등 농산물 개방은 없다고 주장했던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전면 개방을 말했다. 또 대미 투자의 방식에서도 서로 다른 생각을 보였다. 이견은 한미 정상회담을 거치고도 조율되지 않은 모양새다. 미국 측은 관세 협상 타결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 대통령의 방미를 언급했고 실제 한미 정상회담이 열렸다. 정상회담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치러졌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앞에 두고 면박을 주는 등의 돌발 행동을 보인 바 있어 우려가 제기됐지만 무난하게 마무리됐다는 평을 받았다. 문제는 명문화된 결과가 없다는 점이다. 지난달 25일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진행했지만 공동합의문은 발표하지 않았다. 역대 우리나라 대통령들은 정상회담 이후 공동성명을 통해 동맹의 성과와 협력 의제를 문서화해 왔다. 당선 메시지에 중국 언급 정상회담 합의문도 없어 당시 공동합의문이 나오지 않은 데 대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제기될 정도였다. 정상회담에서 각종 현안을 폭넓게 논의했지만 구체적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결과였다. 특히 자동차 관세가 확정되지 않으면서 업계는 ‘불확실성’을 해소하지 못했다. 관세 협상에서 자동차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내용으로 타결했지만 문서로 명시되지 않은 것이다. 안보 문제 역시 마찬가지였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한미 정상회담 이후인 지난달 28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공동발표문이 항상 있는 것은 아니”라며 “정상 간 논의 내용은 상당 부분 생중계됐고 나머지는 언론 브리핑을 통해 양국 국민에게 효과적으로 설명했다”고 말했다. 위 안보실장은 “문건을 만들어내기까지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많은 공감대가 있었다. 그런 공감대를 바탕으로 추가 협의를 하면 마무리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나온 조 장관의 발언은 조금 더 구체적이었다. 그는 “투자 부문에서 국민에게 큰 부담이 될 수 있어 수용하지 않았다”며 공동합의문이 발표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말했다. 이어 “미일 간 합의문 내용을 보면 왜 우리가 협상을 지연해 가면서까지 안을 만들고 있는지 이해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일본은 관세 협상에서 제조업·항공우주·농업·에너지·자동차 등 분야에서 미국에 시장을 개방하고 5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하는 내용의 합의를 진행했다. 또 합의 불이행 시 미국이 관세를 재조정할 수 있다는 조항이 담긴 것으로 알려지면서 ‘굴욕 협상’이라는 말도 나왔다. 조 장관은 “일본의 타결 협상안을 보면 우리가 비슷한 협상안을 받아들인다고 할 때 여러 문제점이 많다”며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을 분명히 하며 협상을 강하게 하다 보니 합의가 지연되고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품목 관세가 부과될 때 최혜국 대우가 불확실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현재로서는 그렇다”고 인정했다. 불확실성 해소될까? 우리나라와 미국 사이에 자리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타국을 대하는 방식은 이제 변수를 넘어 상수가 되는 모양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가 한미 관계를 더 흔들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