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추적> 강남클럽 아레나-스쿨푸드 수상한 동업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8.12.17 09:44:00
  • 호수 119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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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문 닫은 ‘맛집’의 비밀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스쿨푸드(SF이노베이션) 회장과 클럽 아레나 실소유주의 수상한 동업이 포착됐다. 이들은 지난해 신사역 인근서 대형 베트남 음식점을 개업한 것으로 확인된다. 그런데 1년 만에 폐업했다. 아레나의 탈세 수사가 확대됐던 시점이다. 스쿨푸드 회장은 아레나에 배당금을 받는 주요주주였던 것으로 파악된다. 

▲ 클럽 아레나

2017년 9월22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18-4(운산빌딩) 1층. 베트남 음식점 ‘하노이플레이트’가 개업했다. 하노이플레이트는 단기간에 ‘맛집’으로 자리 잡았다. 지난 10월9일까지 하노이플레이트 관련 후기는 호평 일색으로 그 수가 180여개(네이버 블로그 기준)에 달했다. 그런데 하노이플레이트는 지난 10월19일 문을 닫았다. 개업한 지 이제 막 1년을 넘긴 시점이었다. 

신사역 인근
베트남 음식점

비슷한 시기 강남구 논현동 18-2(렉스관광호텔)에 사건이 터졌다. 하노이플레이트와 50m도 안 되는 거리. 최근 수백억원을 탈세한 강남의 유명 클럽 아레나의 주소다. 올해 초 서울국세청 조사2국은 아레나를 상대로 강도 높은 세무조사를 진행했다. 국세청은 약 260억원에 달하는 세금 추징과 더불어 아레나의 실소유주로 알려진 강모 회장 등 바지사장 6명을 조세포탈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현재 전·현직 공무원들 간의 유착 의혹으로 수사가 확대되고 있는 양상이다. 

하노이플레이트가 갑작스럽게 폐업한 이유와 클럽 아레나의 세무조사는 어떤 상관관계가 있을까. <일요시사> 취재 결과 이상현 스쿨푸드 회장과 클럽 아레나 실소유주로 지목되고 있는 강 회장이 하노이플레이트를 공동 개업한 것으로 확인된다. 스쿨푸드 측도 이 같은 사실을 인정했다. 더불어 이 회장이 클럽 아레나의 주요주주였던 것으로 파악된다.

하노이플레이트의 기업신용정보 보고서에 따르면 강 회장과 김모씨가 공동대표로 나와 있다. 김씨는 이 회장의 아내며 가정주부인 것으로 알려졌다. 


강 회장과 이 회장은 50대 50으로 총 18억원을 들여 하노이플레이트를 개업한 것으로 파악된다. 매장 평수는 170평으로 5년 계약에 보증금 10억원, 월세 3000만원, 관리비 600만원으로 매장을 임차했다. 인테리어 비용으로 8억원이 들어간 것으로 전해진다. 

임차 4년이나 남았는데 급하게 정리
세무조사·수사 때문? 의심의 눈초리

<일요시사>는 지난 17일, 논현동에 위치한 하노이플레이트를 찾았다. 매장은 폐업이 아닌 휴업상태로 보였다. 폐업한 지 두 달이 돼 가지만, 철거한 흔적은 전혀 없었다. 매장 안은 테이블과 의자, 식기 등이 그대로 있었다. 

하노이플레이트 문 앞에 ‘매장 이전해요. 하노이플레이트가 10월19일(금)까지 영업하고 종료합니다. 그동안 성원해주셔서 깊이 감사드립니다’라는 팻말이 서 있다. 계산대 위에는 각종 서류가 있었으며, 포스기계도 그대로다. 계산대 책꽂이에는 ‘성명 : 김OO’(이 회장 아내)라고 적힌 사업등록증이 있었다. 그 옆에는 ‘강OO 귀하’(강 회장) 이름이 적힌 국민건강보험공단 고지서도 있다. 
 

강 회장은 하노이플레이트를 급하게 정리했던 것으로 보인다. 강남 일대 부동산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임차 기간이 아직 4년이나 남았다. 강남 모 부동산 업체 관계자는 “자리랑 무관하고, 임차자(강 회장)의 개인적인 사정 때문에 문을 닫았다”며 “계약기간은 아직 남은 상태”라고 말했다.

강 회장은 새로운 임대인을 급하게 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하노이플레이트 매장은 보증금 6억원, 월세 3000만원(관리비 포함)에 권리금도 없이 매물로 나왔다. 강 회장이 임차했던 조건보다 대폭 축소된 금액이다. 

화류계에서는 하노이플레이트의 급작스러운 폐업이 아레나의 세무조사와 관련된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강 회장은 아레나의 실소유주로 지목되고 있다. 더불어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이 회장은 아레나의 주요주주인 것으로 파악된다. 이 회장은 2015년 초에 아레나에 지분을 넣은 것으로 전해진다.


1년 만에 폐업
화류계 소문은?

아레나에 이 회장 지분이 얼마나 있는지는 (아레나가)개인사업자인 관계로 지분 현황은 나타나지 않는다. 다만 이 회장의 한 지인은 “아레나의 공동사업자로 지분 10%가량 가지고 있다고 당사자한테 들었다”고 말했다. 강 회장이 2014년 아레나를 인수할 당시 30억원을 지급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를 역산하면 이 회장은 아레나에 약 3∼5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추정된다. 

아레나는 주주들에게 매달 현금으로 배당금(이익금)을 지급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회장도 매달 수천만원의 배당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회장이 아레나 세무조사가 시작된 지난 5∼6월 사이 모든 지분을 처분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이 회장은 아레나 외에도 강 회장 계열의 유흥주점에 지분이 있던 것으로 파악된다. 

자연스럽게 이 회장의 투자금 출처와 배당금에 대한 세금 문제에 관심이 쏠린다.

한 세무전문가는 “개인사업자는 말 그대로 개인이기 때문에 주주는 없다. 다만 공동사업자일 경우 이익금을 나누게 돼있다. 이걸 신고·납부하지 않으면 탈세다”고 말했다. 이어 “법인자금으로 투자했을 경우 회사의 영업외수입으로 잡아야 하는 게 맞다. 그러지 않았다면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의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회장과 강 회장은 사실상 스왑거래(두 당사자가 각기 지니고 있는 자금흐름을 일정기간 동안 서로 교환하기로 계약하는 거래)를 한 동업자나 마찬가지다. 기업인과 유흥업자의 조합은 어떻게 이루어진 걸까. 이 둘을 연결해준 인사는 이모 고문(본지 1195호 ‘아레나’ 유흥대부와 공무원들 ‘검은 커넥션’ 의혹 참조)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 회장 아레나 지분 소유?
배당 챙긴 것으로 알려져

이 회장과 이 고문은 동갑내기로 젊은 시절 함께 화류계에 몸담으며, 친분을 쌓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 회장도 과거 나이트클럽 웨이터 출신으로 영업사장까지 한 경력이 있다. 더불어 이 회장은 한때 주류 및 화류계 관계자들로 구성된 골프모임에도 나갔다.
 

당시 이 고문이 이 회장을 골프모임에 초대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인연으로 이 고문이 이 회장을 강 회장에게 연결해준 것으로 파악된다. 

스쿨푸드의 모회사인 SF이노베이션은 ‘이 회장이 하노이플레이트를 운영했다는 사실은 인정하지만 회사랑은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SF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이 회장은 대표이사의 형이기 때문에 회장 직함을 가진 것뿐이다. 임원에 등재돼있지 않으며, 경영과 관련해 의사 결정권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SF이노베이션의 계열인 베트남음식점 분짜라붐이 잘 돼서, 이 회장이 유사한 브랜드를 차린 것이다. 장사가 잘 안 돼서 문을 닫은 걸로 알고 있다. 동업자인 강 회장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다”고 말했다. 

스쿨푸드 측의 해명에는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 지난해 하노이플레이트가 주최하는 행사에 SF이노베이션 계열의 프렌차이즈와 강 회장 계열의 클럽이 공동협찬한 것으로 확인되기 때문이다. 하노이플레이트는 지난해 10월27∼29일까지 할로윈 파티로 ‘반맥(반미+맥주) 시대’를 주최했다. 반미는 베트남식 수제 샌드위치다. 


당시 행사에는 SF이노베이션 계열의 프렌차이즈인 감성주점 ‘김작가의 이중생활’과 스쿨푸드가 협찬했다. 강 회장 계열의 클럽으로 알려진 아레나와 바운드도 협찬 명단에 올랐던 것으로 확인된다. 동업 중인 두 회장이 자신들의 계열사를 행사에 참여시킨 셈이다. 

유흥업서 친분
석연찮은 해명

또 SF이노베이션서 이 회장의 역할론을 축소했다는 점도 석연치 않다. 복수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이 회장은 스쿨푸드 창업주로 동생 이상윤 대표에게 경영을 맡긴 것으로 소개되고 있다. 지난 10월25일 SF이노베이션 경기도 남양주시 팔야리 산업단지 제조·물류센터 준공 기념식에도 이 회장은 회장 자격으로 참석했다. 


<cmp@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스쿨푸드는?

스쿨푸드는 2002년 서울 논현동에 문을 연 야식 배달점이었다. 이상현 SF이노베이션 회장이 동생 이상윤 SF이노베이션 대표과 함께 운영했다. ‘분식 배달’이라는 콘셉트가 성공을 거두며 2005년 신사동 가로수길에 첫 번째 매장을 오픈하면서 사업을 확장해왔다.


현재 스쿨푸드는 전국에 44곳의 매장과 33곳의 딜리버리 매장을 합해 모두 77곳의 매장을 운영하는 프랜차이즈 거물로 성장했다. 2009년부터 진출하기 시작한 미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홍콩 등 해외 매장 12곳을 포함하면 전체 매장 수는 89곳으로 늘어난다.

SF이노베이션은 스쿨푸드 외에 카페리맨즈(CAFE LEEMAN'S), 플랫바이에이프릴마켓(FLAT BY APRIL MARKET), 김작가의 이중생활, 판다익스프레스, 분짜라붐 등의 프랜차이즈도 운영하고 있다. 김작가의 이중생활(28곳)과 분짜라붐(21곳)을 제외한 다른 신규 브랜드들은 전국에 매장이 10곳 미만인 초기 단계에 있다.

SF이노베이션의 매출액은 2014년 218억원, 2015년 282억원, 2016년 410억원, 지난해 468억원으로 매년 꾸준히 늘었다. 영업이익은 2014년 16억원, 2015년 5413만원, 2016년 5억원, 지난해 5억원 수준이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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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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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는 단연 서울시다. 서울시에 깃발을 꽂는 쪽이 전체 선거의 승리라 봐도 무관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진보 진영에서는 당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오세훈 대항마’를 자처하는 후보군이 속속 등장했지만, 서울 시민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전국 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제9회 지방선거(이하 지선) 승리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달 중으로 지선 공천 룰을 확정해 빠르게 선거에 임하겠다는 방침이다. 큰 틀로는 ▲당원 민주주의 실현 ▲완전한 민주적 경선 ▲깨끗하고 유능한 후보 선출 ▲여성·청년·장애인 기회 확대 등 4대 방향이 제시됐다. 출사표 만지작 민주당은 이번 지선의 성격을 ‘완전한 내란 종식’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전국 지역위원장은 워크숍에서 ‘이재명정부 성공과 지선 승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전국지역위원장 결의문’을 통해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어 민생회복·내란청산·개혁완수라는 역사적 사명을 반드시 이루어 낼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내년 지선서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냄으로서 ‘무능 부패한 국민의힘 지방권력’을 심판하고 ‘진짜 자치분권 균형성장’의 시대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또한 “이정부 성공을 위해 당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다가오는 지선은 민주당의 책임과 기회의 시험대다. 당의 힘을 모아 이정부의 성공과 지선 승리라는 두 목표를 함께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도가 높은 서울시장 선거 최종 후보가 되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차기 서울시장 임기는 2030년으로 21대 대통령선거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그동안 서울시장은 대선주자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졌던 만큼 정치인으로서 큰 꿈을 꾸는 이들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 본선행 티켓을 놓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원내 의원들의 공식 출마 선언 이후에도 자칭타칭 물망에 오른 진보 인사들이 시기를 재고 있어 다양한 경선 구도가 그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박주민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가장 먼저 공식 출마 의사를 밝힌 인물이다. 그는 “서울이 ‘맏이’ 역할을 하며 지방 도시들과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일찌감치 선거판을 예열했다. 뒤이어 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조희대 대법원장 저격수를 자처하며 존재감을 키운 그가 이번에는 “서민을 위해 일 잘하는 시장이 필요하다”며 오세운 서울시장 대항마로 나섰다. 서 최고위원은 “(오 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무리하게 해제하면서 부동산 폭등을 자초했다”며 “이태원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서 큰 책임이 있는 용산구청장에게 서울시 주최 지역축제 안전관리 대상을 주는 등 시민의 요구, 시대의 요구를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정감사 이후 결단을 내리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지난달 오마이TV ‘박정호의 핫스팟’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중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할 후보가 서울시를 탈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자리에 과연 제가 적합한 후보인지 고민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큰 판 향하는 의원들 오세훈만 꺾으면 끝? 지난 조기 대선 당시 ‘민주당 골목골목선대위 서울위원장’을 맡아 서울시 정책 로드맵을 짜는 데 참여한 만큼 출마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원내 인사인 박홍근 의원과 김영배 의원도 몸풀기에 나섰다. 특히 박 의원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선 지난해 8월 당시 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사전 논의가 있었던 점을 강조만 만큼 오랜 고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익표 전 의원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생각하고 준비 중”이라며 도전을 시사했다. 홍 전 의원은 가장 민감한 서울 부동산 문제를 겨냥하는 등 오 시장의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으며 저격에 나섰다. 박용진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전 의원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연일 오 시장을 때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의 정치가 ‘영포티(젊어 보이려 애쓰는 40대)’ 정치로 전락하지 않도록 몸부림쳐야 한다”며 청년세대와의 통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원외에서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이름이 눈에 띈다. ‘K-브랜드지수’에서 서울시 지자체장 부문 1위 타이틀을 따낸 그는 활발한 SNS 활동으로 두터운 지지층을 보유한 인물이다. “나 서울 시민인데, 구청장님 좀 같이 씁시다” 등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팬덤을 등에 업고 민주당 원내 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지 이목이 쏠린다. 민주당 후보군은 일동 ‘오세훈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오 시장의 야심작인 한강버스가 연일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최근 서울시가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묘 맞은편에 높이 145m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한 것을 두고 맹공에 나선 것이다. 지난 11일 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종묘 재개발 논의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당내 서울시장 후보군인 박주민 의원과 서영교 최고위원을 비롯한 전현희·김영배·박홍근 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박홍근 의원은 “차기 시장, 그리고 대권 놀음을 위해 종묘를 제물로 바치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서울 종묘가 서울시장 선거의 새로운 전장이 된 셈이다. 이리저리 혼돈의 표심 민주당에서는 윤석열정부 조기 퇴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 승리의 후광효과가 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지선 기조를 내란 청산으로 내세운 것 역시 ‘내란 VS 헌법 수호’ 프레임이 유효하다고 본 것이다. 다시 꺼내든 내란 종식 키워드가 내년 지선에서도 먹힐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지선 압승이라는 낙관론에 젖어 서울시 민심을 제대로 훑지 못한다면 ‘이정부 심판론’으로 되치기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민주당 출신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시 선거는 ‘오세훈만 꺾으면 당선’ 같은 일차 방정식이 아니다. 오 시장이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등 각종 리스크에 발목 잡혀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울시민이 내란 종식을 외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냐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다시 출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 특성만큼 변수도 많은 서울시 자체가 첫 번째 허들이다. 서울은 마포·용산·영등포·광진·동작·성동·강동·중구 등 13개 선거구를 일컫는 한강벨트를 따라 보수층이 포진해 있어 보수 텃밭으로 여겨지지만, 지난해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서울 48석 중 37석을 얻어 과반이 넘는 지역에 파란 깃발을 수놓았다. 그럼에도 조기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서울시에서 각각 47.1%, 41.6%를 얻어 두 후보 간의 격차는 5.5%p에 불과했다. 여기에 범보수로 여겨지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얻은 9.9%를 더하면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을 앞서게 된다. 비상계엄이라는 특수 상황을 경험했지만 40%에 달하는 서울 시민이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두 번째는 한강벨트를 따라 빼곡히 자리 잡은 부동산이다. 정부의 10·15 부동산 정책을 통해 서울시 민심을 움직이는 건 진영 간의 논리 싸움이 아닌 정책, 그중에서도 집값이라는 게 명확해졌다.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 이재명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약 보름 뒤 민주당 지지율이 1주일 새 10%포인트 하락하며 국민의힘에 오차범위 내에서 역전됐다. 지지층에 휩쓸릴라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의 서울 지지율은 31%로 전주 대비 10%p 떨어졌다. 반면 국민의힘은 12%p 오른 32%로 집계됐다. 서울을 대상으로 고강도 대책이 발표되자 서울 민심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전체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포인트 상승해 57%를 기록했지만,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서울 지역에서는 8%p 하락한 47%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2.6%다.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와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결국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진영 간의 대립구도가 아닌 인물과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진보 진영 후보들은 본선 진출을 위해 당원의 표심을 얻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도부가 권리당원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민의힘과 잘 싸우는 ‘전투적인 후보’가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차기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진보·여권 후보 가운데 정 구청장이 1위를 차지했다. 만일 정 구청장이 출마 의지를 굳히더라도 박주민·서영교 의원 등 쟁쟁한 원내 인사를 제치고 당원의 선택을 받을지 확신할 수 없다. 인지도면은 물론 민주당 지선 기조가 내란 청산으로 자리 잡은 한 12·3 비상계엄을 해제한 인물에게 더 많은 정치적 유산과 서사가 쥐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 전 의원은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동시에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 집중적으로 질타 받았다. 2023년 8월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체포동의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던 중 불체포특권 포기 성명에 이름을 올린 31명의 의원 중 한 명인 만큼 경선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꾸준히 이름을 알려온 경우 경선 통과가 수월하지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개딸(개혁의 딸들)이 밀어준 강경파 후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면 정책이나 행정가로서의 자질은 묻히고 이에 거부감을 느낀 중도층의 표가 분산될 것이란 점에서다. 당원 마음 잡으랴, 중도층 안으랴 김민석·강훈식 ‘투톱’ 차출설도 경선과 본선을 놓고 민주당의 딜레마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김민석·강훈식 차출설’이 돌면서 서울시장 선거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인지도가 높고 행정가 면모가 돋보이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강훈식 대통령실비서실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정 투톱이 또다시 정치의 한가운데에 들어섰다. 앞서 김 총리는 여러 차례에 걸쳐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지만 종묘 재개발 논쟁에 뛰어들면서 다시 불을 댕겼다. 지난 10일 김 총리가 서울 종묘 일대를 찾아 “무리하게 한강버스를 밀어붙이다 시민의 부담을 초래한 서울시로서는 더욱 신중하게 국민적 우려를 경청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는데, 이를 두고 오 시장이 “국민 감정을 자극하려 하는데 이는 선동”이라며 지선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의심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 차례 서울시장에 도전했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이름도 다시 거론된다. 김 총리가 서울시장 대신 당 대표로 나서고, 직을 내려놓은 정 대표가 서울시장 도전 후 대권 코스를 밟는 시나리오다. 3대 개혁을 두고 당정 불협화음이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따라붙는 만큼 교통정리를 통해 당정 서로에게 윈윈(win-win)하는 방법으로 꼽힌다. 우선 민주당 관계자들은 앞선 두 사람의 출마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총리나 대통령비서실장 자리에 생긴 공백은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을뿐더러 정부 출범 1년도 되지 않은 시기에 지선 후보로 차출할 시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게 공통된 설명이다. 정 대표의 서울시장 도전 여부 역시 “이제 겨우 (취임) 100일이 지났다”며 일축했다. 이처럼 ‘스타 정치인’ 후보군이 물망에 오르자 당 일각에서도 지역 일꾼을 뽑는 지선의 의미가 퇴색될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경선 당락을 결정할 당원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지나친 선명성 경쟁이 이어질 경우 중도층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많은 변수들 여권 관계자는 “지선 결과를 미리 예단하기엔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차분하게 기다리면서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종묘 재개발 같은 이슈가 전방으로 나올 텐데 그때마다 (민주당도) 네거티브로 맞받아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우리 당원도 내란 종식과 민생회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을 최종 후보로 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터줏대감 눈치 보는 국힘? 더불어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역시 서울시장을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보고 있다. 서울시 사수를 위해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지만, 오세훈 시장의 임기가 남은 만큼 누구 하나 선뜻 도전장을 내밀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에 오 시장의 재도전이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지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시민들이 어떤 평가를 해줄지 지켜보며 거취를 분명히 하겠다”며 3선 도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종묘 재개발 등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현역 프리미엄에 기댄다면 시도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 셈이다. 한때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됐던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이번에는 서울시장 물망에 올랐다.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오 시장이 아닌 나 의원을 상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이목이 쏠렸지만 정작 나 의원은 서울시장 도전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