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지경 세태> 성관계 전 천태만상

연인도 부부도 뒷일 대비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미투운동’ 이후 남성들의 ‘보험’들기가 유행이다. 합의된 성관계였음에도 성폭행 주장을 하는 일부 여성들의 주장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서다. 실제로 이 때문에 신세 망친 남성들의 사연이 커뮤니티에 등장하기도 했다. 이에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동영상 촬영’ ‘계약서 작성’ 등 자신들만의 노하우를 공유하고 있다. 
 

성폭력 피해 사실에 대해 고발하는 여성들의 ‘미투 운동’ 이후 성관계 전 상대방 여성에게 ‘구두 합의’ 동영상 촬영을 요구하는 남성이 늘고 있다. 성폭행 주장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증거를 남기는 신풍속도다.

동영상에 계약서

실제로 한 여성은 남자친구가 자기와 동침하기 전 불쑥 스마트폰을 꺼내더니 “상호 합의 아래 나와 성관계를 갖는 것이라고 말해줄 수 있겠어?”라고 부탁해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그는 자기 친구 역시 똑같은 경험을 한 바 있다고 했다. 

서로 합의된 성관계가 혹시나 성폭행으로 주장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이들이 일종의 ‘보험’으로 구두 합의 동영상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성관계 표준 계약서’가 등장했다. 이 계약서 견본은 미투 폭로가 이어지면서 합의하에 성관계 한 후에도 성폭행 가해자로 지목되는 것을 미리 차단하기 위한 안전장치라고 알려지면서 많은 네티즌들의 관심을 받았다. 


커뮤니티에 올라온 성관계 표준 계약서를 보면 통상적인 합의서 형식을 제대로 갖추고 있다. 특히 합의사항을 어겼을 경우 1억을 배상한다는 조항까지 있는 등 관련 사항이 꼼꼼하게 적시돼있다.  

성관계 표준 계약서에는 ‘상호 합의하에 성관계를 가짐을 확인합니다’라는 내용과 함께 ▲성관계에 강요, 협박, 매매춘 등의 사실이 없음 ▲상호 민·형사상 성인임을 상대에게 고지했음 ▲피임은 두 사람이 공동으로 노력하며, 만일 임신이 되었을 경우에도 남자 측에게 책임을 묻지 않음 ▲사진촬영, 녹음, 동영상 촬영들의 행위를 일체 하지 않음 ▲성관계는 일회성 만남을 원칙으로 하며 성관계와 관련해 결혼, 약혼 등을 약속한 사실이 없음 등의 내용들이 적혀있다.

이 외에도 ▲성관계에 대한 증거자료를 수집해 서신, 인터넷 게시, 스마트폰 어플 게시, SNS 유포 등의 방법을 통해 상대방의 가족, 배우자, 지인 등에게 성관계 사실 혹은 암시하는 어떤 행위도 하지 않음 ▲성관계를 빌미로 상대방에게 계속 만나줄 것, 혹은 애인관계로 발전을 요구하거나 상대방에게 성관계 사실을 유포하겠다고 협박, 강요하지 않음 ▲만일 위 사항을 어겼을 시에는 상대방은 모든 민·형사상 소송으로부터 면책권을 가지며, 어긴 당사자는 1억원을 배상할 책임이 있음 ▲이 표준 계약서는 2통을 작성해 각 1통씩 보관하며 유효기간은 영구함이라고 적시됐다. 

실제로 개그맨 김모씨는 2011년 강간혐의로 피소됐다가 하루 만에 고소가 취하됐다. 결정적 취하 이유는 김씨가 ‘합의하에 성관계를 가졌으며 향후 문제 삼지 않는다는 당사자 간 각서’를 갖고 있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5월에는 남성과 여성이 성관계를 맺기 전 ‘상호 동의서’ 역할을 한다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이 등장하기도 했다. 성인 남녀가 잠자리를 갖기 전에 미리 계약서를 쓴다는 것인데 사용자 사이에선 ‘신선하다’ ‘여성을 잠재적 꽃뱀으로 취급하고 있다’ 등의 다양한 반응이 나왔다. 

앱 사용 방법은 간단하다. 앱을 열면 ‘나는 이 사람과 사랑하기 때문에 육체적 관계를 맺는 것에 동의하며 강제적이지 않음을 인지하고 있다’는 문구가 뜬다. 남자와 여자가 각각 사인을 한 뒤 카카오톡으로 공유하면 된다. 

성폭행 고소 대비 일종의 ‘보험’
‘어길 시 1억 배상’ 조항도 적시


성관계를 하기 전에 서로 계약서를 써 공유한다는 이 어플을 만든 제작자는 “성인 남녀 사이에 하룻밤을 같이 보내는 게 불법이나 불건전한 게 아닌데, 요즘 들어 원나잇을 할 때 마음에 들고 좋아하는 이성인데도 미투로 고발될까봐 불안해하는 게 안타까웠다”고 밝혔다.  

앱 소개에는 ‘요즘 핫한 미투 운동, 당신도 표적이 될 수 있다’는 문구가 등장한다.

앱 개발자는 “지위나 권력을 무기로 인권유린을 자행하는 잘못된 행위는 근절돼야 한다. 미투를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밤길 다니기 무섭고 데이트 폭력이 두려운 여성들처럼 평범한 남자들도 똑같이 두렵고 불안함을 느낀다”며 “앱을 통해 남녀 모두 이해와 관심 쪽으로 노력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 성관계 동의서 어플리케이션

사용자들 사이에서는 반응이 엇갈렸다. 한 사용자는 앱 리뷰를 통해 ‘너무 참신하고 편하고 쓰기 좋다’고 평가했다. ‘요즘 시대에 필요한 앱이다, 연인 간의 믿음에도 좋은 것 같고 혹시나 하는 법적 문제 처리에도 좋을 것 같다’ 등 호평이 이어졌다.

실제 사용자 A씨는 “분명 로맨틱하진 않지만 불안감을 갖고 여성을 만나는 것보다는 낫다”고 말했다.  

부정적인 반응도 나온다.

한 여성 사용자는 “(남성들이) 언제 고발당할지 몰라 불안하다는 마음은 이해하나 결국 여성을 잠재적인 꽃뱀 취급하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고 밝혔다. 성관계를 노골적으로 증명하는 게 불쾌하다는 반응도 나왔다. 남성 직장인 B씨는 “성관계에 있어서 동의를 구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다른 방식으로도 가능하다. 굳이 기계적으로 앱을 통해 기록을 남길 필요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네티즌들은 “나이트가서 원나잇 하실 분은 필히 지참” “이제 계약서는 필수인 건가?” “모텔비를 여자가 계산하는 것도 좋은 방법” 등 다양한 의견을 보였다. 

동의서 자체의 법적 효력에 관해 전문가들은 “없지는 않다”고 입을 모았다. 한 변호사는 “동의서 내용을 충분히 숙지하고 동의했다면 효력이 없다고는 볼 수 없지만, 동의서를 작성할 때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 또 개별 항목서 법적 문제가 있는 부분은 무효가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법적 효력은?

법적 효력에 관해서는 개발자도 확신하지 못했다. 이 개발자는 애플리케이션 상세정보서 “이게 법적으로 효력이 있다고는 생각하진 않지만 최소 근거로 남길 수 있게 카카오톡으로 인증한 이메일로 관계 동의서를 발송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앱 등장 자체가 현재 한국사회의 그릇된 성 의식을 반영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한 변호사는 “과거 결혼을 하고 가족을 형성하는 과정 중 하나였던 성관계가 최근 쾌락만을 위한 행위가 되면서 면죄부를 찾는 세태가 반영된 현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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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스스로 리더십 도마 위에 올라섰다. 1인1표제 재추진과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이라는 두 개의 승부수를 동시에 던지면서다. 양쪽에서 후폭풍이 몰아치는 형국이다. ‘자기 정치’ VS ‘당원의 뜻’이라는 명분과 명분이 거칠게 붙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의 합당 논의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지난달 22일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혁신당을 향해 “지방선거를 따로 치를 이유가 없다”며 손을 내밀었지만, 민주당의 반발과 ‘흡수 합당은 싫다’는 혁신당의 주장이 부딪히면서 합당 테이블조차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중구난방 가쁜 숨만 합당 논의 초반부터 혁신당 측의 반발이 이어졌다. 혁신당 서왕진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서 “본격적인 통합 논의가 시작되기 전에 오해가 형성되는 것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 통합은 뻔한 몸집 불리기가 아니라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는 가치 연합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앞서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이 합당과 관련해 “민주당이라는 큰 생명체 내에서 혁신당의 DNA도 잘 섞이게 될 것”이라고 밝히자 이를 ‘흡수 합당’이라고 받아들인 것에 대한 유감 표명으로 풀이된다. 혁신당이 합당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전했다. 서 원내대표는 MBC 라디오를 통해 “이미 민주당은 162명 거대 정당이고 (여기에) 혁신당 12명이 합쳐지는 것은 단순한 몸집 불리기”라며 “그 이상 의미는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합당 논의 자체를 본격적으로 할 필요가 없다. 제안 방식이나 준비된 내용 자체가 없고, 오히려 지금 준비하고 있는 지방선거에 상당히 악영향이 있으니 당장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합당 논의라는 것 자체가 불가피한데 우리 원칙과 기준에 맞게, 질서 있게 논의는 진행할 필요는 있다는 긍정적 입장도 상당히 있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에서도 합당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지도부에서 친명(친 이재명)계로 불리는 이언주·황명선·강득구 최고위원은 합당 발표 다음 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대로 된 통합을 위해서라도 정청래식 독단은 이제 끝나야 한다”며 정 대표를 겨냥하고 나섰다. 이들은 “이번 합당 제안에 앞서 정 대표와 이재명 대통령 간 교감이 있었던 것처럼 언론 보도가 됐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어 “당무는 당의 책임이고, 당이 결정해야 한다. 마치 대통령이 관여하는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방식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합당 논의에 이 대통령을 끌어들인 것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말미에 ▲정 대표의 공식 사과 ▲독선적 당 운영에 대한 재발 방지 대책 마련 ▲합당 제안을 언제, 누구와, 어디까지, 어떻게 논의하였는지 등을 밝힐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합당·1인1표제, 쏟아지는 안건 “뭐부터 해결해야…” 여당도 혼란 이런 상황서 정 대표의 대표 공약인 ‘1인1표제’가 최종 관문인 당 중앙위원회(이하 중앙위) 표결에 다시 부쳐지면서 논란이 재점화할 전망이다.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행사 가치 비율을 현행 20대 1 이하에서 1대 1로 변경하는 것을 골자로 지난해 중앙위원회에서 재적위원 과반수를 채우지 못해 부결됐다. 정 대표가 압도적 당심으로 당선된 만큼 정치권 일각에서는 1인1표제 통과로 인한 권력 재편을 견제해왔으나 두 달 만에 또다시 날 선 공방이 예고된 것이다. 지난달 19일 당무위원회는 해당 안건 상정을 중앙위서 결정한 뒤 같은 달 22~24일 권리당원 투표 절차를 마무리했다. 1인1표제 안건에 대한 투표 결과 ▲찬성 85.3%(31만5827명) ▲반대 14.7%(5만4295명)로 집계됐다. 당은 이달 2일 중앙위원회를 개최해 당헌·당규 개정에 대한 안건을 투표로 부칠 예정이며 중앙위원 온라인 투표는 3일까지 진행된다. 권리당원 투표 결과가 발표되자 정 대표는 “당원들의 압도적 다수의 뜻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1인1표제 굳히기에 나섰다. 정 대표는 “당원들의 뜻을 받들어 민주당을 더 좋은 민주주의 정당으로 만들겠다”며 “당의 모든 의사와 진로는 당원들이 가라는 대로 가고 당원들이 하라는 대로 하겠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도 페이스북에 “참여율은 지난번 16.81%에 비해 15% 가까이 높아졌고, 찬성률은 비슷하다. 압도적인 찬성 여론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힘을 실었다. 1인1표제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질 때마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을 방패처럼 소환했다. 정 대표는 “1인1표제는 당원이 주인 되는 정당, 당원주권정당, 당원주권시대 등 여러 가지 표현으로 이재명 당 대표 시절부터 3년여간 꾸준히 요구되고 논의했던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리 튀고 저리 튀고 이어 “당원과 대의원 1대 20 미만을 결정할 때도 많은 반대와 저항이 있었다. 그 당시에도 많은 논의가 있었다”며 “1인1표제는 논의할 만큼 논의했고 영남권 등 전략 지역 원외위원장들께서도 그 당시 어느 정도 이해하고 양해했던 사안으로 저는 기억하고 있다”고 밝혔다. 1인1표제는 이 대통령이 추진했던 사안인 만큼 민주당이 이를 반대할 명분이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민주당과 당원들은 정 대표가 충분한 논의 없이 중요한 사안을 본인 페이스대로 밀어붙인다는 것에 불만을 제기했다. 지난해 27표 차이로 1인1표제가 처음 부결됐을 당시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과반에 가까운 상당수 최고위원이 우려를 표하고 숙의를 원했음에도 강행, 졸속 혹은 즉흥적으로 추진된 부분에 대해 유감”이라며 정 대표를 공개 지적하기도 했다. ‘자기 세력 강화’를 위해 합당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의심이 가라앉기도 전 1인1표제로 또다시 당을 흔들면서 반청(반 정청래) 정서가 퍼졌다.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여당이 흔들리자 정 대표의 진퇴를 물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합당 발표 이튿날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 앞에선 당원들이 주도하는 합당 반대 집회가 열렸다. 이들은 ‘정청래 사퇴’ 등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합당 반대”를 외쳤다. 민주당 일각에도 정 대표의 ‘졸속 추진’ 행보가 이어진다면 사퇴 요구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이들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 대표의 모든 행동이 ‘자기 정치’ 프레임으로 귀결되면서 승부수가 자충수가 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정 대표는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라는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며 피는 꽃’ 전문을 자신의 SNS에 공유했다. 자신의 선택을 두고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우회적으로 심경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겨냥한 듯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자신의 SNS에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당원의 뜻은 독단으로 결코 꺾을 수 없나니, 흔들리는 것은 뿌리 없는 꽃뿐”이라며 저격 글을 게시했다. O? X? △도 필요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혁신당과의 합당과 1인1표제 추진에 큰 이견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사전 논의 없이 진행된 점 등 정 대표의 독단적인 행동이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민주당 김지호 대변인 역시 “당내 문제 제기는 합당 자체보다는 의견수렴 절차가 급작스럽게 진행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정 대표가 당권을 쥐었을 당시 잡음은 예상됐으나, 일단 지르고 수습하는 예측 불허한 행동이 반복되면서 신뢰를 잃은 게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정 대표 취임 이후 ‘명청 갈등’ ‘당정 불협화음’ 등으로 민주당은 계속해서 흔들렸다. 최고위원들의 반발 역시 당에서도 정청래 체제에 대한 위험성에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근거로 해석된다. 당 대표 임기 종료까지 반년이 남았지만 정 대표의 연임 의혹은 여전한 만큼 갈등 역시 쉽게 봉합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당원주권시대를 거듭 강조했지만 막상 중요한 사안은 독단으로 결정하면서 당 안팎으로 불만이 제기된 것으로 전해진다. “1인1표제로 당원 중심 원칙을 강화하자”면서 합당 등 중요한 사안을 대표 혼자 결정하는 건 모순이라는 설명이다. 혁신당과의 합당 제안에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당원들이 이 문제를 최종 결정할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박 수석대변인은 “(합당이라는) 당 대표의 제안은 정무적 판단과 그에 따른 정치적 결단의 영역”이라며 “그렇기에 앞으로 이런 문제에 대해 전 당원 토론, 투표 등 정해진 절차를 거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활발하게 당원의 의견을 묻는 그런 토론의 장을 마련하겠다”며 “당원주권시대에 걸맞게 당원의 뜻을 최종적으로 묻고,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당원이 합당하라면 하는 것이고 하지 말라고 하면 못 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나 정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당원에게 ‘예’ ‘아니오’로만 의견을 묻는 행위가 당원주권정당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말로만 당원 주권 시대? “이제는 숙의 민주주의로” 이에 한 정치권 관계자는 “1인1표제의 경우 정 대표는 당원들의 찬성률이 압도적이었다고 말하지만 투표율은 저조했다. 이것이 무엇을 시사하는지 들여다 보지 못하고 숫자에만 매몰됐다”며 “이것을 당원주권정당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현재 소수의 당원이 당의 여론을 이끌고 있다. 일반 국민의 시선에서 ‘나머지 당원들은 무책임하게 방관하느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과정을 보면 당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자, 여기에 O, X로만 투표해!’ 하는 식이니 당과 당원 간의 간극이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인1표제와 혁신당과의 합당 모두 찬성 여론이 높다. 그럼에도 정 대표를 향한 반발은 거칠다. 결국 민주당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아니라 배의 키를 쥔 선장을 향한 불만이 표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합당 방식에 반발한 민주당 최고위원들 역시 “정 대표의 선택적 당원주권”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대통합을 가로막는 정 대표의 독선과 비민주성을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한다”며 “선출된 최고위원들이 의견조차 낼 수 없는 구조, 대표 결정에 동의만 강요하는 구조는 민주적 당 운영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가고자 하는 방향은 같지만 목적지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서 파열음이 나는 만큼 결국 정 대표의 리더십이 관건이다. 3대 개혁의 빠른 추진, 혁신당과의 합당을 통한 지방선거 승리, 이정부의 성공 등 각종 요구가 쏟아지면서 이를 한데 어우르는 ‘통합형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 대표의 자기 정치 프레임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그동안 자기 정치 의혹이 숱하게 제기된 만큼 조 사무총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당내 가장 큰 경쟁자인 한동훈 전 대표를 내치려고 하는 것은 당권을 계속 강화하거나 유지하기 위한 그야말로 자기 정치 아닌가”라며 “반면 정 대표는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조국 대표와 함께하자고 하는 것인데 이걸 자기 정치라고 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엄호에 나섰다. 민주당의 민주주의 체제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모자이크 민주주의 평화 그룹 백왕순 대표는 <일요시사>를 통해 “숙의 민주주의의 부재”를 꼬집었다. 민주주의 제자리걸음 백 대표는 “1인 1표제가 맞냐 틀리냐 갑론을박이 이어지는데 당원주권시대에는 이 방법이 옳다. 다만 이득을 놓고 계파 간의 힘겨루기만 이어지니 문제가 풀리지 않는 것”이라며 “혁신당과의 합당도 마찬가지다. 통합하면 이기고 분열하면 진다. 그런데 이를 차기 당권 문제와 연결해 해석하니 복잡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대한민국은 숙의 민주주의가 아닌 절차 민주주의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찬반이 극명한 사안에 대해 쉽게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당원이 직접 토론하고 의견을 내는 오프라인 공간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불안한 민주당 혁신당도 ‘흔들’ 합당이라는 중대한 사안을 놓고 조국혁신당이 자당 의원들 입단속에 나섰다. 혁신당 황운하 의원이 “민주당과 합당할 경우 혁신당 조국 대표가 통합한 당의 공동대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경고한 것과 더불어 입조심을 당부한 것이다. 혁신당은 조국 대표가 즉각 황 의원의 이날 발언에 경고했다고 밝혔다. 혁신당 대변인실은 입장문을 통해 “혁신당 최고위는 이 문제(황 의원 발언)에 대해 논의하고, 이 같은 논의를 전혀 한 바가 없으며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며 “조 대표 역시 강한 경고를 했음을 알린다”고 밝혔다. 이어 “혁신당은 공식적 기구를 통해 합당과 관련된 논의를 해왔으며 위와 같은 논의는 전혀 언급된 바가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 조 대표를 비롯한 혁신당 구성원 누구도, 민주당과 합당과 관련된 실무 논의를 진행한 바가 없다”고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