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삼국비사 (112)서약 의식

시간을 지체하다

소설가 황천우는 우리의 현실이 삼국시대 당시와 조금도 다르지 않음을 간파하고 북한과 중국에 의해 우리 영토가 이전 상태로 돌아갈 수 있음을 경계했다. 이런 차원에서 역사소설 <삼국비사>를 집필했다. <삼국비사>를 통해 고구려의 기개, 백제의 흥기와 타락, 신라의 비정상적인 행태를 파헤치며 진정 우리 민족이 나아갈 바, 즉 통합의 본질을 찾고자 시도했다. <삼국비사> 속 인물의 담대함과 잔인함, 기교는 중국의 <삼국지>를 능가할 정도다. 필자는 이 글이 우리 뿌리에 대한 심도 있는 성찰과 아울러 진실을 추구하는 계기가 될 것임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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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에 앞서 병사들의 서약을 받는 의식입니다.”

인문이 몰라서 묻는 말이 아니었다. 자꾸 유신이 공격을 자제하는 그 모습이 탐탁하지 않았던 터였다.

“옹산성을 공격하고 그들을 제물로 출정식을 감행하면 되지 않겠습니까?”

“그럴 수는 없소. 출정식은 전투 전에 해야 하오.”

출정식 빌미로…


문무왕이 결국 유신의 의견에 따라 출정식을 거행하도록 지시 내렸다.

출정식을 빌미로 시간을 지체한 유신이 전군에게 옹산성을 포위하도록 했다.

“소장이 선두에서 진격하겠습니다.”

옹산성을 바라보는 유신 곁으로 흠돌이 다가섰다.

“어떻게 섬멸하려오?”

유신이 흠돌의 얼굴을 살피며 성에 세워둔 깃발로 고개를 돌렸다. 깃발이 바람에 거세게 흔들리고 있었다.  

“흠돌 장군, 적진을 자세히 살펴보시게.”


흠돌이 깃발을 바라보다 고개를 돌려 목책으로 만들어놓은 옹산성을 세세하게 살펴보았다.

“대장군, 그러면 불로?”

유신이 답하지 않고 미소만 보냈다.

그를 살피던 흠돌이 급히 화공을 준비시키고 얼추 준비가 끝나자 옹산성을 향해 불화살을 쏘도록 했다.

불화살이 목재에 꽂히자 불길이 솟기 시작했고 옹산성은 이내 화염에 휩싸였다. 

상황이 그에 직면하자 조복과 파가는 무리를 이끌고 급히 성을 빠져나가 우술성(雨述城, 대덕구 읍내동)으로 후퇴했다.

그곳에서 무리를 정비한 조복은 다시금 전열을 가다듬고 신라군을 맞이했다.

“이번에는 소장이 나서겠사옵니다.”

신라군이 우술성 가까이 이르자 품일이 나섰다. 유신이 그를 살피며 문무왕을 주시했다.

“전하, 다시 한 번 저들에게 사람을 보내어 회유하심이 옳을 듯하옵니다.”

“무슨 회유입니까, 바로 들이치지요.”

인문이 나서 유신의 말에 반기를 들었다.


“전쟁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 무엇인지 아시오?”

“무엇입니까?”

“당연히 전투하지 않고 승리하는 것이지요.”

“하면 대장군께서는 전투하지 않고 저들을 굴복시킬 수 있다는 말씀이십니까?”

“그를 떠나서, 비록 전쟁이란 게 어쩔 수 없이 생명을 취하지만 가급적이면 피를 보지 않았으면 하오.”

유신과 인문의 대화를 가만히 지켜보던 문무왕은 품일에게 우술성에 사자로 다녀올 것을 직접 지시했다.


문무왕의 지시에 따라 품일이 우술성에 가서 조복을 만나 문무왕의 뜻을 전하자 조복과 파가는 힘의 열세를 인정하고 항복했다.

문무왕은 항복한 조복에게 급찬의 관등을 주고 고타야군(경북 안동) 태수로 삼았으며, 파가에게는 급찬의 관등과 아울러 토지와 집, 옷 등을 내려주었다. 

일을 마무리하고 다시 진군하려는 중에 당나라 사신이 경주에 도착하였다는 전갈이 왔다.

문무왕이 급히 경주로 돌아가자 유신은 그를 빌미로 군사들에게 휴식의 명을 내렸다.

압록수에서 당군을 대파한 연개소문이 급히 평양성으로 이동했다.

사수(蛇水, 청천강의 지류로 추정) 근처에 이르자 강가에 진을 치고 있는 당나라 군사들의 모습이 보였다. 순간 멈추어서 자세하게 그곳을 주시했다.  

‘沃沮道總管 龐孝泰(옥저도총관 방효태)’란 깃발이 바람에 흔들렸다.

그를 살피던 연개소문이 급히 장수들을 소집했다.

“대감, 날씨도 차가운데 이곳은 소장들에게 맡기시고 곧바로 평양성으로 드시는 게 이롭지 않겠습니까?”

고문이 상기된 표정으로 말문을 열었다.

“그럴 수 없소. 내가 선봉에 서서 한 놈도 남기지 않고 사수에 처박아 버리겠소.”

“대감, 이번에는 소장에게도 기회를 주십시오.”

연개소문이 나서자 검모잠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순간 모든 장수들이 서로에게 선봉을 맡겨달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모습에 연개소문이 빙그레 미소 지었다.

“이번 전투는 모두가 선봉장이 되는 수밖에 없구려.”

연개소문이 익살스런 표정을 짓자 모두 파안대소했다. 

“그러면 이곳은 장군들에게 맡기고 나는 평양성으로 들어가야겠소.”

막 웃음기가 사라질 무렵 연개소문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렇게 하십시오, 대감.”

‘화공’으로 옹산성 불바다…항복 권유
연개소문 평양성으로 진격 ‘속전속결’

고문이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입을 열었다.

그러자 연개소문은 칼을 뽑아 땅바닥에 앞에 전개되어 있는 지형을 그리며 장군들에게 일일이 지시하고는 검모잠을 대동하고 얼어붙은 강을 건너 평양성으로 이동했다.

평양성에 들자 보장왕과 연정토, 아들 남건이 맞이했다.

“다른 당나라 부대는 어디에 있는가?”

만나자마자 다짜고짜 연정토를 향해 말문을 열었다.

“소정방의 부대는 지금 패수(대동강) 남쪽에서 그리고 임아상의 부대는 서쪽에서 압박하고 있습니다만.”

“남쪽과 서쪽에서라. 여하튼 침공한 지 오래되니 슬슬 군량이 떨어질 때가 되었다는 말이네.”

“그래서 수성에 전념하는 중입니다.”

“그리는 안 되지!”

“무슨 계책이라도 있소, 대감.”

“비록 신의 불찰이 있어 일이 이리 되었지만.”

말을 하다 말고 연개소문이 한숨을 내쉬었다.

“왜 그러십니까, 형님.”

“갑자기 선도해 그 사람이 생각나서.”

“하기야, 그 사람이 살아 있다면 당나라 놈들이 감히 이곳까지 들어오지 못했을 겁니다.”

“어찌되었던 이번에 내 실책을 반드시 만회할 일이야.”

“어찌하시게요?”

“오다가 방효태가 이끄는 당나라 군사들이 사수가에 진을 치고 있는 모습을 보았네.”

“그런데요?”

“지금 고문 장군을 위시해서 주력군이 그들의 배후에서 준비하고 있네. 그러니 사수 가까이에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기다리고 있다 저들을 몰살시켜야겠네.”

“그런 경우 당의 다른 부대가 가만히 있을까요?”

“기습공격을 감행하여 속전속결로 끝내려 합니다.”

보장왕이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평양성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연개소문이 검모잠과 남건을 대동하고 중앙군 일부와 함께 사수로 이동했다.

강가에 이르자 주변을 살펴보았다. 

강이 너무나 단단하게 얼어 포차는 물론 여하한 경우라도 얼음을 깨기는 쉽지 않을 듯했다.

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연개소문이 사수 기슭에 매복하라 지시했다. 

얼어붙은 강으로…

매복을 마치자 연개소문이 강가에서 연을 띄워 올렸다.

차가운 겨울바람에 연이 하늘 높이 날아오르자 당나라 진영에서는 물론 고문 장군의 진영에서도 한눈에 연의 모습이 들어왔다.

삼족오의 모습이 그려진 방패연이 하늘 높이 떠오르자 연개소문은 잡고 있던 방패의 실을 끊어버렸고, 연은 급격하게 바람에 날기 시작했다. 그 순간 고문 장군이 이끄는 고구려 군사들이 앞으로 내달렸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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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일각에서 “장동혁 체제를 무너트린 후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장동혁 대표는 ‘중도 확장’을 언급하면서도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몰아낼 준비를 하고 있다. 친한계는 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도 친윤계와 일시적 휴전을 하고 있다. 장동혁·친윤·친한·개혁신당은 얽히고설킨 합종연횡을 시작했다.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각각 지난 5일과 9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비판했다. 이후 국민의힘에선 장 대표가 물러난 후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출범할 가능성도 언급된다. 장 다음은 신 비대위?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지난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언더 찐윤 그룹 내 대구·경북에 지역구를 둔 몇몇 의원이 장 대표에 대해 ‘이 사람으로 되겠느냐’는 얘기를 하는 것 같다”면서 “장 대표가 물러나면 누구에게 비대위원장을 시키면 좋겠느냐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주장했다. 장 소장은 “그들이 국민의힘 신동욱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을 맡기려 한다”고도 했다. 그에 따르면,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신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직을 맡기려는 이유로 경북 상주·언론사 앵커 출신이란 점이 거론된다. 장 소장은 “급소에 침을 넣을 수 있는 핵심은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이 핵심인 이유는 “언더 찐윤의 구심점이자, 장동혁 체제를 만든 5인방 중 1명”이란 것이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 일원으로 알려진 국민의힘 김대식 의원은 지난 12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에게 제시할 노선 변경 시한은 연말”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지 않은 장 대표가 판단을 잘했다고 보긴 힘들다”며 “국민이 원하면 국민의 뜻을 따라야지, 국민을 이기려고 정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도부가 연말까지 노선 변경에 대한 전향적 의견을 밝히지 않으면, 상당한 혼선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기서 ‘상당한 혼선’은 장 대표 체제 붕괴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과 함께 흔들림 없이 강경 보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을 당 국민소통위원장에 임명했다. 국민의힘 장예찬 전 청년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의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에 임명됐다. 김 최고위원은 그로부터 4일 전인 지난 11일 TV조선 유튜브 채널 ‘엄튜브’에 출연해 “지난해 12월3일 계엄군의 총구를 잡은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의 행동은 사실상 즉각 사살해도 되는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시 같은 방송에 출연해 국민의힘 지지율이 낮게 집계되는 여론조사에 대한 강한 불만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장 대표를 엄호했다. 김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지지율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단 결과가 나온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 등이 발표한 여론조사를 제시했다. 이어 “한국갤럽 여론조사 외엔 국민의힘 지지율이 오른단 여론조사 결과가 대부분”이라며 “장 대표의 투쟁에 모두 단결했으면 더 올라갔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개 제시된 장동혁의 시간은 ‘연말’ ‘통일교 특검’ 매개로 손잡은 장·이 장 부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청년 참모 1호로 알려졌던 친윤계 일원으로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가족이 연루됐다”는 논란이 발생한 당원 게시판 의혹에 강하게 대응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총선에서 부산 수영구 공천을 받았다가 “과거에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은 장 부원장 공천을 취소했고, 이후 장 부원장은 친한(친 한동훈)계와 대립하고 있다. 장 부원장은 같은 날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김 의원은 지도부를 흔들기 위한 게 아니라 건설적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취지로 말씀하신 것”이라며 “연말까지 고름 같은 당내 문제를 해결하면, 새해부터는 대여 투쟁·민생에 집중해서 중도·외연 확장을 할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언급한 ‘고름 같은 당내 문제’는 당원 게시판 의혹을 말한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은 지난 9일 당원 게시판 의혹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위원장은 “한 전 대표와 가족 명의로 게시된 글들의 실제 작성자를 확인하고 있다”며 “한 전 대표 가족과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3명은 서울 강남병 소속이고, 휴대전화 끝자리가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중 1명은 재외국민 당원으로 확인됐고, 거의 같은 시기에 탈당했다”면서 한 전 대표 가족 실명도 공개했다. 지난 16일엔 친한계 일원으로서 활발한 방송 활동을 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당원권 정지 2년 중징계를 내려달라”고 윤리위원회에 요청했다. 당무감사위는 지난달 26일부터 김 전 최고위원을 조사했다. 윤리위가 당무감사위의 의견대로 징계를 확정하면, 김 전 최고위원은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정당 활동이 멈춰 총선 공천에서도 큰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김 전 최고위원은 같은 날 “터무니없는 결정”이라며 “윤리위가 당원권 정지를 결정하면 가처분을 신청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위원장이 밝힌 김 전 최고위원 징계 사유는 “우리 당 운영을 파시스트적이라고 표현하면서, 북한 노동당에 비유했다”는 것이었다. 이어 “당원을 망상에 빠진 정신질환자에 비유하는 등 모욕적 표현을 했고, 사이비 교주의 영향을 받아 입당했다는 특정 종교 비난·종교 차별 발언을 했다”는 점도 덧붙였다. “영혼을 팔았다”는 등 장 대표를 비판한 것도 징계 사유로 제시됐다. 고름 같은 당내 문제 한편 장 대표는 통일교 특검법을 매개로 개혁신당에 연대를 제안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중 “통일교 특검법 통과를 위해 개혁신당과 뜻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는 “지금껏 찾아볼 수 없었던 무자비·포악한 이재명 정권을 막기 위해선 모두 함께 힘을 모아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을 제시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곧바로 “16일부터 특검법 논의에 착수하겠다”고 화답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와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만나 큰 틀에서 ‘통일교 특검 추진’에 합의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YTN 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 출연해 “장 대표는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와 다르지 않은 선택을 하는 것 같다”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를 바라는 것은 멍청한 행동”이라는 등 장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가 용꿈을 꾼다”는 평소 지론을 다시 강조하면서 “국민의힘 대표를 하면, 대권주자로서 약 20% 정도의 지지를 얻으니, 다른 주자가 사라지면 내가 유일한 대권후보란 착각에 빠진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유착 의혹이 제기된 후 두 사람은 제한적으로라도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관계자들은 민주당 일부 정치인들에게도 후원금을 제공했다. 하지만 김건희 특검은 “교단의 지시를 어긴 관계자 개인의 일탈이었다”면서 기소하지 않았다. 보수 야권으로선 특검의 공정성 문제를 대대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 소재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의원 상당수가 특검의 수사 대상이었던 국민의힘으로선 “되돌려줄 기회가 온 것 아니냐”고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 2018년부터 3년 동안 현금·명품 시계 등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져 수사 대상이 된 후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아울러 장 대표가 친한계 정리 작업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친한계와 개혁신당도 사이가 매우 좋지 않단 사실도 주목받고 있다. 친한계와 개혁신당은 쿠팡 새벽 배송 논란 관련 토론회 개최를 놓고 크게 갈등했다. 국민의힘 김은혜·우재준 의원은 지난 15일 ‘새벽 배송 금지, 누구의 새벽을 위한 선택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개혁신당은 사흘 뒤인 지난 18일, 김성열 수석 최고위원이 주관하는 ‘새벽 배송 금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친윤·친한 여전한 갈등 김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김·우 의원이 토론회 개최를 예고했다가 취소해서, 개혁신당이 마음 다친 관계자들을 모시고 토론회를 기획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혁신당 주최 토론회가 개최될 것이란 사실을 뻔히 알면서 다시 토론회를 개최하는데, 눈치 보다가 남의 것을 빼앗아서 하는 토론회에 무슨 진정성이 있겠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토론회에도 ‘원조’ 표기를 하고, 상표권도 등록해야겠다”고 덧붙였다. 우 의원은 곧바로 반박했다. 그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새벽 배송 논쟁은 국민의힘이 먼저 제기했고, 우리 토론회는 원래부터 15일 개최가 예정돼있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토론회 개최 직전 발생한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사회적 관심이 분산될 가능성을 우려해 일정 연기도 검토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여론 흐름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원래 계획대로 진행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우 의원이 15일 개최를 중요시 여긴 이유 중 하나는 지난 16일 진행된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 회의라고 한다. 구도를 정리하면, 장 대표는 당내 친윤계·친한계와 갈등하면서 개혁신당과 제한적 연대를 추진해 중도 확장·대여 공세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으려고 한다. 개혁신당은 장 대표와의 제한적 연대를 통해 오랜 갈등 관계인 친한계와의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친한계는 장 대표·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 마찬가지로 오랜 갈등 관계인 친윤계와 중도 확장·지방선거 승리라는 대의 앞에서 일시적으로 휴전한 것 같은 구도를 만들었다. 이를 단순하게 볼 수만은 없다. 장 대표는 지난 17일 경기 고양에서 연탄 배달 봉사활동 이후 기자들을 만나 “국민의힘이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선 방향·보수 가치 재정립 과정이 필요하다”며 “그에 수반돼 많은 의원이 말씀하시는 당명 개정도 필요하다면 함께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명 개정’은 당내 다수를 차지하는 친윤계와의 갈등을 진화하기 위한 승부수가 될 수 있다. 다만 선거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쉽게 장담하기 어렵다. 김민수·장예찬 내세워 한동훈 축출 작전? 개혁신당과 쿠팡 갈등…친윤과 일시 휴전? 개혁신당은 국민의힘 내 이준석계와 구 친윤계의 갈등 끝에 이준석계가 국민의힘을 이탈한 후 창당됐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 출마한 후 각계에서 언급했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끝까지 뿌리친 후 완주했다. 이는 구 친윤계와의 화학적 결합은 창당 배경·당 정체성이란 측면에서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에 진행된 흐름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게이트 연루 가능성이 제기되자, 천 원내대표가 특검 추진 합의를 위해 구 친윤계의 일원이었던 송 원내대표와 손을 맞잡는 그림을 연출했다. 제한적 빅텐트가 구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구도가 ‘화학적 결합’으로 해석된다면, 지난해 2월 이낙연 전 총리와 함께 빅텐트를 치려다가 당원의 강한 항의를 들은 후 무산됐던 것과 같은 사태가 재현될 수도 있다. 이 때문인지 이 대표는 지난 1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는 황 전 대표처럼 굉장히 대통령이 되고 싶어하는 것 같다”며 “장 대표가 주장한 ‘우리가 황교안’이란 구호대로라면, 황 전 대표의 좋은 점·나쁜 점·정치적 진로 및 결과까지 다 답습할 것”이라는 등 선을 그었다. 이 전 대표가 지난 2022년 당원권 정지 6개월을 받은 후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하기까지의 과정은 개혁신당 구성원·지지자들에게 분명하게 각인돼있다. 이들은 국민의힘을 틈을 비집고 들어간 후 언젠가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 친한계는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위기에 처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징계가 막힘없이 흐르는 현 상황대로라면,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한 전 대표가 국민의힘 후보로서 선거에 출마하는 방법이 막힐 위험이 있다. 이렇게 되면 친한계는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한다. 개혁신당과의 갈등은 이로부터 비롯된다. 유권자를 상대로 “한 전 대표와 이 전 대표 중 누가 보수의 젊은 적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어야 한다. 이 전 대표를 제치고 ‘보수의 젊은 적자’라는 명분을 얻어야 장 대표·구 친윤계와의 당내 다툼에서 명분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에 비상이 걸릴 수도 있는 여론조사 수치가 발표됐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는 지난 12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서울시장 선거 양자구도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만약 최근 주목받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오세훈 서울시장과 양자구도를 이루면, 45.2%의 지지를 얻어 38.1%의 지지를 얻은 오 시장을 이길 수도 있단 결과가 확인됐다. 비상 걸린 지방선거 이는 민주당이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고 행정 경험이 풍부한 새로운 후보를 내세우면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을 암시한다. 이는 ▲장 대표 ▲구 친윤계 ▲친한계 ▲개혁신당 등 보수 4자 합종연횡 구도가 더욱 복잡하게 얽히고설킬 가능성도 함께 내포한다. 장 대표에게 사실상 주어진 시한은 연말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 제1심 선고가 진행될 예정인 내년 2월까지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는 등 매듭 짓지 않으면, 지도부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2월 위기설’이 현실화될지도 모른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은 과연 어떤 연말·연초를 맞이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