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대담] ‘대만 민주화의 대모’ 뤼슈렌 전 부총통

“리설주·김여정·현송월 초대합시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대만 독립과 민주화에 앞장선 뤼슈렌 전 대만 부총통이 한국을 찾았다. 그는 지난 5일, 서울 프레스센터서 열린 ‘미국과 중국, 동아시아 평화와 미래’ 국제 콘퍼런스에 참석해 동아시아 평화를 위한 아시아 중립국 그룹을 제안했다.

▲ 뤼슈렌 전 대만 부총통(사진 가운데)이 지난 5일, 서울 프레스센터서 <일요시사>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왼쪽은 국제 콘퍼런스를 주최한 유준상 21세기경제사회연구원 이사장.

“앞으로 중소국들은 자국의 발전을 추구하고, 평화와 중립 입장을 발전시켜야 합니다. 한반도를 넘어 동아시아의 평화를 위해 중립적 국가 그룹을 만들어야 합니다.” 

국제 콘퍼런스 축사를 맡은 뤼슈렌 전 부총통이 제안한 내용이다.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서도 그는 북한 비핵화를 위해 현송월·김여정·이설주 등 북한을 대표하는 여성 3인방을 남한에 초청하는 안을 고려해볼 만하다고 파격 제안했다.

다음은 뤼슈렌 전 부총통과의 일문일답.

- 대만 민주진보당(이하 민진당)은 중국에 대한 독립을 추진하고 있고, 미국도 이에 호응하는 입장입니다. 반면 중국은 ‘하나의 중국(One China)’을 고수합니다. 향후 양안정책에 대한 생각은?
▲하나의 중국은 논리적 모순을 가졌습니다. 하나의 중국이라 하면 대만은 중국의 것이라는 말이 됩니다. 이는 모순입니다. 미국은 중국이 대만의 주권을 갖는다고 인정한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또 대만이 독립된 주권국가라고 인정하지도 않았습니다. 이는 창조적 모호의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을 활용해 대만의 평화와 중립을 추구해야 합니다.

- 대만이 미중 간 가교 역할을 함으로써 태평양 안보를 제공할 수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어떤 식의 가교인지?
▲대만은 태평양의 제1도련(중국이 작전계획을 위해 나눈 지역, 오키나와-대만-남중국해)에 위치해 있습니다. 대만은 지정학적으로 전략적 가치가 매우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대만은 자체적으로 민주화와 평화를 추진해야 합니다. 중립화한다면 미국과 중국은 대만을 차지하기 위해 불필요한 소모전을 할 필요가 없어집니다. 
 

▲ ▲▲ ‘미국과 중국, 동아시아 평화와 미래’ 국제 콘퍼런스

- 한반도와 대만이 당면한 문제는 미국과 중국의 패권전쟁에 기인합니다. 두 국가 중 한쪽이 무너지면 다른 한쪽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두 국가 중 어느 쪽을 선택하느냐의 문제로 귀결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동아시아에는 다섯 개의 바다가 있습니다. 한반도의 동해와 서해, 대만의 동해와 양안 사이에 있는 해협, 그리고 남중국해가 그것입니다. 한반도는 두 개의 바다, 대만은 세 개의 바다에 에워싸여져 있습니다. 한국과 대만은 전략적 위치에 있습니다. 바다는 어떤 한 나라가 좌지우지해서는 안 됩니다. 바다에서는 어떤 분쟁도, 핵실험도 있어서는 안 됩니다.

실례가 남극입니다. 이를 바다로까지 확대해나가야 합니다. 2000년부터 2008년까지 민진당이 집권할 당시 대만은 아시아태평양해협서 평화와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첫 번째는 대만해협과 남중국해의 공해를 해소하고 항해의 자유가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었습니다. 두 번째는 대만해협과 남중국해서 분쟁이 있으면 평화적인 방식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습니다. 어느 한쪽을 선택하기보다 바다를 보존하며 중립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동아시아 평화와 미래’ 축사 차 방한
고래싸움에 새우등? 중립국 그룹 제안

- 현재 한반도를 비롯한 동북아 평화의 핵심은 북핵문제 해결입니다.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조언을 해주신다면.
▲북핵문제는 전 세계적인 관심사입니다. 만약 핵전쟁이 일어나면 전 인류가 멸망하기 때문입니다. 올해는 남북정상회담과 미북정상회담이 있었습니다. 저는 조금 더 인내심을 갖고 비핵화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내년 봄에는 조금 더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핵전쟁을 저지하는 방식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습니다. 유화책도 핵전쟁을 저지하는 하나의 방식입니다.

한국인은 자유와 민주, 그리고 부유함을 누리고 있습니다. 민간 차원서 북한과 교류를 이어간다면 좋은 성과를 낼 것이라 기대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에 평창동계올림픽 참가를 요청하자, 북한에서 3명의 고위급 여성이 한국을 찾아 남북한의 냉랭한 기운을 누그러뜨렸습니다. 남북한의 우수한 여성인력들이 여성 특유의 소프트함으로 남북문제에 접근한다면 좀 더 창조적인 해결방법을 도출해낼 수 있다고 기대합니다.

- 오히려 북한을 더욱 압박해 비핵화를 이뤄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북미정상회담 이후 한 달이 지난 시점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자신의 부인과 함께 북한 내 화장품 공장을 참관한 일이 있었습니다. 당시 김 위원장은 화장품 산업을 발전시키면 외화를 더욱 많이 벌어들일 수 있지 않을까 라고 얘기했습니다. 지난해 김 위원장의 관심사는 핵이었습니다. 올해는 화장품으로 관심을 돌렸습니다.
 

▲ 뤼슈렌 전 대만 부총통

제가 하고 싶은 말은 북한을 대표하는 3명의 여성인 현송월·김여정·이설주가 북한의 지도자에게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겁니다. 한국은 이 3명의 여성을 한국에 초청하는 일을 고려해볼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에도 훌륭한 여성 지도자가 많습니다. 남북 여성 지도자의 교류를 통해 강함을 추구하는 남성적인 부분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 미국과 중국의 패권경쟁이 북한의 비핵화를 더욱 어렵게 한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저는 ‘체크앤밸런스’라는 이론을 말하고 싶습니다. 그동안 강대국 간 경쟁으로 주위의 중소국가들이 영향을 받았습니다. 중소국가들은 자기발전을 계속하며 평화와 중립이라는 입장을 강화해야 합니다. 저는 2020년 국민투표를 통해 대만의 중립국 선언을 추진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한국, 일본, 필리핀도 이 부분을 생각해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중립국을 표방하는 아시아 국가들이 그룹을 만든다면 강대국도 중립국을 존중할 수밖에 없는 미래가 올 것입니다.

- 대만은 핵무기를 개발할 능력이 있지만 개발하지 않고 있으며 개발할 의도도 없다고 이전에 말씀하셨습니다. 반면 북한은 미국의 적대적 행위에 대한 자위적 조치라며 핵개발을 정당화해왔습니다.
▲대만과 북한은 두 개의 좋은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북한은 가지고 있는 모든 자원을 동원해 핵개발을 함으로써 주민들의 생활을 어렵게 만들었습니다. 반면 대만은 핵을 개발할 능력과 과학적 기술이 있음에도 국민들의 평화와 자유를 위해 그렇게 하지 않고 있습니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북한에 가서 이러한 생각을 전파하고 싶습니다. 국민들을 보호하고 사랑하는 게 우선돼야 합니다.

- 한국의 지도자들이 바뀔 때마다 대북기조도 널뛰기하듯이 바뀝니다. 대만도 어떤 지도자가 대만을 통치하느냐에 따라 중국에 대한 입장이 바뀝니다. 결국 추진력이나 응집력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국가 번영의 측면서 점진적으로 사회적 합의를 맞춰가는 게 맞다고 생각하시는지, 하나의 기조로 통일해 국가가 문제를 해결하는 게 맞다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완벽한 제도는 없습니다. 지도자가 바뀌면 정책도 바뀝니다. 하지만 국가 통합과 주권문제에 있어서는 여야 합의가 중요합니다. 대만은 선거 때마다 모든 정책을 꺼내서 토론합니다. 앞으로 대만이 어떻게 나아갈지에 대한 합의가 되고 있지 않아 우려스럽습니다. 대만의 중립을 추진하려는 이유도 중국과의 통합과 독립의 중간노선이라고 보면 됩니다.
 

▲ ▲&nbsp;‘미국과 중국, 동아시아 평화와 미래’ 국제 콘퍼런스에 앞서 인사말하는 유준상 21세기경제사회연구원 이사장

- 문재인정부가 화해치유재단의 해산을 결정했습니다. 대만도 위안부 문제가 큰 사안이라고 알고 있는데.
▲제가 국회의원이던 시절 대만 위안부 할머니들과 일본 국회로 가서 공청회를 연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위안부 문제에 대해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대만과 일본은 정식 국교가 없어 교섭하는 데 한국만큼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어가지 못합니다. 대만에 있는 위안부 할머니들이 많이 돌아가셨고, 일본으로부터 제대로 된 대우를 받지 못해 유감입니다.

한국에만 위안부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피해자가 많이 있습니다. 위안부 문제는 일본이 피해 국가들에게 사과를 하고 미래지향적으로 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미국과 중국이 패권전쟁을 벌이는 와중에 아시아 국가들이 서로 다툰다면 평화를 만들어갈 수 없습니다. 아시아 국가들이 하루빨리 단결해 평화적으로 나아가길 바랍니다.

북한 비핵화? 여성의 유연함이 해법
여성운동가 출신 “무분별한 미투 NO”

- 한국사회서 미투운동과 페미니즘, 직장 내 성차별 이슈가 끊이지 않습니다. 극단적인 젠더 대결 양상을 띠고 있는데요. 여성 지도자로서 어떻게 보시는지.
▲역사를 보면 압박을 가하는 자와 압박을 받는 자의 투쟁입니다. 빈부, 계급이 대표적입니다. 최근에는 성별로 옮겨갔습니다. 역사적으로 남성이 여성의 육체를 지배해왔기 때문에 성폭력이 발생해왔습니다. 최근 할리우드의 유명한 여배우가 감독에게 성폭력을 당했다고 고백해 미투운동이 시작됐습니다. 미투운동의 긍정적인 의미는 어떤 누구도 불공정한 대우를 받았을 때 노(NO)라고 말할 수 있다는 겁니다.

단 우려스러운 점은 미투가 무분별하게 남용돼 누군가 피해를 입게 되는 일입니다. 이로 인해 남녀 사이에 긴장감마저 돕니다. 자제할 필요가 있습니다. 일본 친구에게 들은 농담인데 많은 여성들은 미투(Me Too)라고 외치고, 남성들은 낫 미(Not Me)라고 외친다고 합니다. 성별이 불필요하게 충돌하는 일은 없었으면 합니다.
 

- 대만의 인권신장을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북한의 인권문제는 많은 개선이 필요합니다. 국제사회가 어떻게 접근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한 가지 소식을 전하겠습니다. 지난해 미국과 북한의 관계가 좋지 않았을 때 북한으로부터 초청을 받았습니다. 그때 생각한 건 ‘지금 이 시점에 북한을 방문하면 내가 할 수 있는 게 무엇일까’였습니다. 내가 무언가를 바꿀 능력은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나의 민감한 관찰력과 소프트함을 통해 북한 사람들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만약 북한이 외부 세계와의 관계를 개선하고 싶다면 북한에 구금된 외국인을 하루빨리 석방해야 한다고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메시지를 보내고 한두 달이 흐른 뒤 북한이 한 미국인을 풀어줬습니다.

물론 이 석방이 저의 메시지 덕분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인권문제를 다루는 게 정치적으로 민감하다면 인도적인 차원으로 접근해도 된다는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대만의 많은 종교단체들이 만약 부총통과 함께 북한에 간다면 겨울이고 하니 북한 주민들에게 따뜻함을 나눠줄 수 있을 것이라고 합니다. 한국이 북한에 인도적 지원을 해준다면 북한 주민들을 더욱 감동시킬 수 있을 겁니다. 지도자의 실수로 국민들이 벌을 받아서는 안 됩니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뤼슈렌은 누구? 


뤼슈렌 대만 전 부총통은 대만을 대표하는 여성 정치가다. 뤼슈렌은 대만의 첫 여성 부총통으로 천수이볜 총통 시절 10대·11대 부총통을 지냈다. 뤼슈렌은 민주진보당(이하 민진당) 창당 멤버로 '민진당 출신 첫 부총통'이란 타이틀도 갖고 있다. 민진당 대표 등을 역임한 그는 민진당을 대표하는 원로 중 한 사람이다.

뤼슈렌은 대만 민주화 운동으로 설명된다. 그는 대만의 민주화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인물로 평가받는다.

뤼슈렌은 지난 1970~1980년대 대만의 민주화를 위해 거리와 감옥서 투쟁했다. 뤼슈렌은 1979년 대만의 대표적인 민주화 운동 중 하나인 '메이리다오 사건'의 1급 주동자로 체포됐다. 

메이리다오 사건은 1979년 12월10일 발생했다. 뤼슈렌 등 민주화 인사들은 대만 가오슝서 잡지 <메이리다오>를 창간하는데 잡지의 이름은 노래 제목서 따왔다. 당시 국민당 정부는 집회를 불허했지만 이날 뤼슈렌 등은 잡지 창간 기념집회를 열었다.

뤼슈렌 등은 이날 대만의 민주화를 요구하다 경찰과 충돌했고, 당시 국민당 정부는 집회 주동자들을 강경 탄압했다. 당시 사건의 변호를 맡은 인물이 뤼슈렌과 함께 대만 총통을 지냈던 천수이볜이다. 

뤼슈렌은 이 사건으로 1980년 1월 징역 12년을 선고받았으나 대만의 민주화와 함께 1985년 특별사면됐다.


뤼슈렌은 석방 이후 민진당을 창당했다. 한편 '메이리다오'는 현재 대만의 독립과 민주화를 상징하는 노래가 됐다.

뤼슈렌은 여성운동에도 앞장섰다. 뤼 전 부총통은 페미니즘 문학 전문출판사를 이끌어 여성들에게 폭넓은 인기를 얻었다. 

뤼슈렌은 지난 2000년과 2004년 총통 선거서 민진당 소속으로 천 총통과 함께 승리했다. 8년간 부총통을 역임한 그는 대만의 독립과 반중국을 지향한다. 뤼슈렌은 취임 이후 대중정책과 여러 차례 부딪쳤다. 

뤼슈렌은 첫 취임해인 2000년 ‘하나의 중국’ 정책에 대해 “하나의 중국을 받아들이는 것은 항복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며 “논의할 수 있을지언정 결코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하나의 중국’은 중국 대륙과 대만, 홍콩, 마카오는 절대 나뉠 수 없고 합법적인 정부는 오직 중국 정부 하나라는 중국의 주장이다.  

2004년 중국이 ‘반분열국가법’을 추진하던 때에도 뤼슈렌은 강경하게 대응했다. 뤼슈렌은 “중국은 대만을 합병하려는 의도를 전 세계에 드러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뤼슈렌은 “대만은 중국의 일부가 아니다. 앞으로도 그럴 일은 없을 것이므로 ‘분열’이라는 표현은 적절치 않다”고 덧붙였다.

한편 뤼슈렌과 함께 대만을 이끌었던 천수이볜 총통은 재임기간 중의 뇌물수수, 총통 기밀비 횡령 등의 혐의로 19년형을 선고받았다. 천수이볜은 5년 복역 후 2015년 치료를 위해 가석방됐다. 뤼슈렌은 천수이볜의 가석방을 위해 2014년 단식투쟁을 벌인 바 있다.


<kjs0814@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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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6·3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선거판을 달구고 있다. 여당 강세 지역인 만큼 민심은 물론 당심까지 한번에 훑어볼 절호의 기회다. 1차 예비경선도 ‘기승전 이재명’으로 막을 내렸다. ‘찐명’ 타이틀을 거머쥘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지, 여당의 이목이 경기도에 쏠리는 이유다. 지난 22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경기도지사 예비경선을 실시했다. ▲김동연 현 경기도지사 ▲추미애 의원 ▲한준호 의원 등으로 후보가 압축되면서 3강 체제가 굳어졌다. 권칠승·양기대 후보는 고배를 마셨다. 100% 권리당원 투표로 진행된 만큼 오직 당심으로만 결정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현역인 김동연 후보는 행정력을, 추미애 후보는 검찰개혁 선봉자와 6선의 중량감을, 한준호 후보는 친명(친 이재명)계 조직력을 바탕으로 1차 관문을 통과했다는 평을 받는다. 당심 100% 첫 관문 본경선은 다음 달 5~7일 진행되며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상위 2명이 15~17일 결선투표를 치른다. 본경선 투표는 권리당원 50%와 국민 여론조사 50%가 반영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 검찰개혁에 앞장선 추 후보는 강성 지지층의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다. 추 후보 역시 이를 동력 삼아 사법 3법(법 왜곡죄, 재판소원법, 대법관 증원법)과 중수청·공소청 설치 법안 강행 처리를 주도했다. 추 후보는 출마 선언을 통해 선명한 개혁과 강인한 리더십을 강조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이 재난지원금과 청년기본소득을 적극 추진하며 사회적 기본권을 보장하고, 수십 년간 지지부진했던 불법 계곡을 정비해 경기도가 새로운 기준을 만들었던 것처럼 경기도에도 도민을 행정 중심에 놓는 사고의 전환과 강한 결단력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 추미애는 개혁이 필요하면 정면으로 돌파했다. 원칙 앞에서 물러선 적이 없었고 어려운 이웃을 외면한 적이 없었다”며 “책임지는 행정, 실천하는 행정으로 경기도정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한 후보는 “경기도가 성공해야 이재명정부가 성공한다”며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을 전면에 내세웠다. 한 후보는 “이정부의 실용주의를 경기도에서 가장 먼저, 가장 분명하게 성과로 완성하겠다. 지금 경기도에 필요한 것은 망설임이 아니라 실행, 말이 아니라 결단, 계획이 아니라 책임지는 도정”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당시 한 정치권 관계자는 “추 후보는 정부를 이끌 리더십을 강조했다면 한 후보는 보조하는 조력자 역할에 방점을 찍었다. 두 사람은 공통적으로 명심을 내세웠지만 이를 활용하는 방법은 다른 셈”이라며 “민주 당원도 어떤 역할이 이정부 성공에 도움이 될지 저울질하면서 선거 과정을 지켜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역인 김 후보는 “일잘러(일을 잘하는 사람) 대통령에게는 일잘러 도지사가 필요하다”며 행정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김 후보는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를 지내던 당시 추진하던 기본소득과 지역화폐 등의 정책을 이어받아 발전시킨 사례를 성과로 제시했다. 김 후보는 “지금 이 대통령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속도와 체감’이다. 좌충우돌, 시행착오로 낭비할 시간이 우리에겐 없다”며 자신이 이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국정 제1동반자’임을 거듭 강조했다. ‘강경’ 추 ‘친명’ 한 ‘비명’ 김 앞다퉈 “내가 국정 파트너 적임자” 정치권은 세 사람의 성향이 모두 다른 점에 주목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강성 추미애’ ‘친명 한준호’ ‘비명(비 이재명)이었던 김동연’이 한자리에 모였다. 경기도지사 선거를 빙자한 ‘친명 선발 토너먼트’인 격”이라며 “최종 후보가 선정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민주당 권력이 어디를 향하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끼어들 틈이 없다 보니 민주당만의 리그가 됐다. 민주당 최종 후보는 경기도지사직뿐만이 아니라 ‘이재명의 복심’이라는 타이틀까지 얻는 효과를 본다. 민심과 당심의 향배를 모두 주목해야 한다”고 봤다. 세 사람 모두 네거티브 경쟁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예비경선 득표율을 놓고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후보 측이 “(예비경선) 2위를 확신한다”고 주장하며 불을 지핀 것. 득표율은 후보 본인에게만 공개되지만 본선 진출을 위해 각자 유리한 여론 조성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예비경선이 치러진 다음 날인 23일, 민주당 염태영 의원은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한준호 후보 본경선 전략 브리핑’을 갖고 “당이 후보별 전체 순위와 득표율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추정치라는 점을 전제로 한다”면서도 “한 후보가 상당히 약진했고, 권리당원 투표에서는 2위를 했다는 것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 중요한 것은 현재 수치보다 추세와 흐름”이라며 “경기도민과 권리당원들이 경기도의 미래를 이끌 새로운 지도자의 기준을 바꾸기 시작한 결과가 이번 예비경선에 반영됐다”고 해석했다. 이에 김 후보는 “순위 발표도 안 됐는데 각자 자기주장 하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는 권리당원의 당심과 경기도민의 민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의 승리다. 김 후보는 당심이, 나머지 두 후보는 민심에 취약한 만큼 각각 절반이 부족하다는 평이다. 민심과 당심이 언제나 같은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 만큼 후보들은 전략 수정에 나섰다. 그동안 추 후보는 각종 개혁에 앞장서는 등 강성 이미지를 굳혀왔다. 하지만 강성 이미지는 양날의 검이 돼 2024년 하반기 국회의장 선거 당시 낙선 원인이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강성 당심은 추 후보를 밀었지만, 의원 투표 결과 온건파인 우원식 후보가 당선되면서 급제동이 걸린 것. 추 후보는 6선의 중진이지만 이번 경기도지사까지 패배하게 되면 정치적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역풍 불라” 완급 조절 이를 의식한 듯 최근 추 후보는 ‘추다르크’라는 별명을 내려놓고 행정가로서의 면모와 실용성을 강조하고 있다. 추 후보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입법·사법·행정을 골고루 경험한 유일 후보”라며 “입법을 통해 큰 틀 아이디어를 냈다면 이제는 현장에 뛰어들어 성과를 내보고 싶다”고 말했다. 검찰개혁 완수를 본인의 최대 성과로 내세운 추 후보가 법사위원장을 내려놓고 선거에 뛰어든 것 역시 중도를 설득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권리당원 100%로 치러진 예비경선과 달리 본경선은 일반 여론조사와 당원 조사가 각각 50%씩 반영된다. 결국 줄어든 강성 당원의 영향력 만큼 중도층을 최대한 끌어오는 것이 관건이다. 추 후보는 사퇴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7개월간 법사위원장으로서 총 682건의 개혁법안과 민생법안을 처리했다”며 “법 왜곡죄를 도입하는 ‘형법’, 재판소원을 허용하는 ‘헌법재판소법’, 대법관 증원안이 담긴 ‘법원조직법’ 개정안 등 사법개혁 3법과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법안까지 검찰개혁 과제를 완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언제나 제 중심에는 국민이 있었고, 어떠한 가시밭길도 외면하지 않았다”며 “2021년 검찰개혁을 완수하지 못한 채 법무부 장관 자리를 떠나야 했던 무거운 발걸음이 아니라 이처럼 뜻깊은 결과를 여러분께 보고드릴 수 있게 되어 영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힘이 되어주신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대한민국의 중심 경기도를 승리로 이끌고 이정부와 함께 국민주권시대를 만들어 내겠다”고 덧붙였다. 한 후보는 오히려 ‘이재명 픽’을 앞세웠다. 이정부를 흔드는 세력을 향해 각을 세우면서 전투력을 강조하는 등 기존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최근 한 후보는 ‘이재명 공소 취소설’의 근원지인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대통령의 생각을 자꾸 언급하는 것 자체가 당을 지휘하고 있는 당 대표로서 맞냐는 생각이 있다”며 김어준씨와 정청래 대표 등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했다. 여권 갈등의 뇌관이 된 유시민 작가의 ‘ABC론’을 놓고 설전이 이어지기도 했다. 유 작가는 민주당 지지층을 A(가치 중시), B(본인 이익 추구), C(A, B의 교집합) 등 세가지 그룹으로 분류했으며 특히 B그룹은 “이익과 생존을 위해 친명을 자처하는 이들”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한 후보는 “갈라쳐서 얻는 게 뭔지 모르겠다”고 반응했고 유 작가가 재반박에 나섰다. 이후 한 후보는 자신의 SNS를 통해 “작가님의 말씀, 무겁게 듣고 있다. 그래서 더 안타깝다”며 “저를 향한 비판과 비난은 기꺼이 감당하겠다. 하지만 이 대통령님과 정부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지금의 모습은 불안한 외줄타기 같다”며 “선은 분명하다. 그 선은 지켜달라”고 요구했다. 끊지 못한 명 꼬리표 한 후보는 “53% 싸움”을 내세우며 본경선 승리를 위한 지지층 결집을 호소했다. 오는 6월 선출되는 경기도지사의 임기는 4년으로 이 대통령의 남은 임기와 맞물린다. 따라서 이정부와 합을 잘 맞추는, 명심을 잘 꿰뚫는 후보가 경기도지사에 당선되어야 한다는 게 한 후보 측 지지층의 핵심 메시지다. 한 후보 역시 “‘이재명 지사였다면 벌써 해결했을 일들’을 한준호가 가장 스마트하고 빠르게 해결하겠다”며 “딱 세 표가 부족하다. 나의 한 표에 더해, 가장 가까운 두 분만 더 설득해 달라”고 밝혔다. 김 후보는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1위의 김 후보를 추 후보가 뒤쫓고, 한 후보가 마지막 뒤집기 기회를 엿보는 구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4일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이 <중부일보> 의뢰로 경기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지난 2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오는 6월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은 결과 김 후보는 25%, 추 후보는 22%, 한 후보는 11%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전화면접조사 방식(CATI)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p, 응답률은 12.7%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김 후보는 당심 100%라는 가장 어려운 관문을 뚫었지만 질긴 비명 꼬리표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그의 최대 약점은 경기도지사 선거 당시 본인에게 도움을 줬던 민주당 핵심 지지층과의 관계를 소홀히 했다는 국민 인식이다. 유 작가는 한 유튜브 방송을 통해 “(당시 이재명) 대표한테 붙어 지사가 된 사람이지 않나. 배은망덕”이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2024년 임기 후반기 접어들자 본격적으로 비명 프레임이 굳어졌다. 당시 김 후보는 민주당 전해철 전 의원 등 대표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영입했고, 친명계에서는 “유력 대권후보 주자인 이재명 당 대표에 맞서기 위한 결집 시도” 등 견제가 이어졌다. 김 후보는 표를 분산시키는 친비명 프레임을 깨고 인물론에 승부를 걸었지만 민주당 여론이 심상치 않다. 일부 친민주당 성향 커뮤니티에서 “친명계와 개딸(개혁의 딸)이 벼르고 있다”는 여론이 형성되자 김 후보는 자세를 낮추고 당원에게 호소하는 메시지를 냈다. 2% 부족한 후보들…해법은? 이제 와서 고개 숙인 김동연 김 후보는 예비경선이 시작된 지난 21일 자신의 SNS에 “‘나는 동지들의 헌신에 보답했는가’ 되묻는다. 많이 부족했다”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김 후보는 “경기도의 저력도, 제가 여기에 서 있는 것 자체도, 당원 동지들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며 “갚을 길은 하나라고 믿는다. 이재명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붓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저는 선택의 시간 앞에, 당원동지들 앞에 서 있다. 감히 청한다.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죽을 힘을 다해 뛰어라, 당원의 마음을 명심하고 다시 한번 일하라.’ 저 김동연에게 그 기회를 주십시오. 당원 동지들의 뜻을 간절히 기다린다”고 호소했다. 김 후보는 친비명 논란에 거듭 선을 그었다. 그는 “이 대통령 중심으로 성공한 나라를 만드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당의 친명(친 이재명)·비명은 의미가 없다”며 “경기도는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국정 제1파트너로서 충분히 뒷받침하면서, 필요하다면 앞에서 끌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한 후보와 마찬가지로 유 작가의 ABC론을 꼬집었다. 김 후보는 JTBC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가나다’론을 제시하며 “ABC 때문에 논쟁이 벌어진 거 같은데 저는 ‘가나다’로 얘기하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가’는 김대중 대통령을 좋아하는 민주당의 토대다. ‘나’는 그 뒤를 이은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하고 지지했던 분들, ‘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과 성과로 보여주는 리더십을 좋아하는 분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ABC론이 조선시대 노론이나 소론도 아니고 가나다로 한데 뭉치고 더하는 민주당이 됐으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민주당은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가 계파 분열의 초입이 될까 노심초사하는 모양새다. 이에 민주당 원조 친명 핵심으로 꼽히는 김영진 의원은 김 후보를 향한 ‘반명 공세’에 “이 대통령과 어려움을 함께했던 소중한 민주당의 멤버”라며 직접 엄호에 나섰다. 또 김 의원은 2022년 대선 당시 김동연 대선후보(새로운 물결)와의 단일화 과정을 회상하며 “안철수 후보는 윤석열 후보에게 갔지만 김 후보는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어려운 선거를 함께 뛰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분열은 ‘독’ 친명 지원전 한 민주당 관계자는 김 지사의 화합 메시지와 호소력에 주목했다. 이 관계자는 “골수 친명은 김 후보에 대한 반감이 크다. 김 후보에게 친문 표가 약 30% 정도 있다고 본다”며 “김 지사가 막판에 승리하려면 이 30%를 유지하면서 당원에게 호소하는 전략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친명을 적으로 돌리면 답이 없다. 등 돌린 사람이 있는 곳에 가서 그 사람이 원하는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