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위 로펌’ 김앤장의 위험한 거래 막전막후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8.12.10 09:48:58
  • 호수 119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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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범기업 도우려…잘못된 만남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국내 최고의 로펌으로 꼽히는 김앤장. 삼성 다음 가는 성역으로 불린다. 그런데 김앤장이 설립 이례 최초로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았다. 무슨 일이 있던 걸까. 
 

▲ 김앤장 법률사무소

일제 강제징용 재판거래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김앤장을 지난달 12일, 압수수색했다. 압수수색 대상은 한모 변호사와 곽병훈 전 청와대 법무비서관 사무실이다. 청와대와 법원행정처, 외교부의 가교 역할을 했던 곽 전 비서관 혐의는 지난 9월 소환 당시부터 드러났지만 한 변호사가 수사 대상이란 점은 이번에 처음 공개됐다. 

청와대와
가교 역할

양 전 대법원장과 한 변호사는 두 살 터울로 서울대 법대 동문에 1994년 법원행정처서 같이 근무한 경력이 있다. 한 변호사는 2008년 이명박정부 시절 대법관 후보로 자주 물망에 오르던 인물이다. 양 전 대법원장은 현직 시절인 2012년 한 변호사 아들 결혼식에도 참석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과 한 변호사가 2015년 5월∼2016년 10월 최소 세 차례 대법원장 집무실과 음식점 등에서 만난 정황을 포착했다. 검찰은 두 사람의 만남을 ‘비밀 접촉’이라고 표현했다. 이 만남서 강제징용 소송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 전 대법원장은 한 변호사에게 ‘청와대·외교부와 김앤장의 의중대로 소송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해 신중하게 판단할 것’이라는 취지로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정부와 일제 전범기업에 유리한 쪽으로 소송을 진행하겠다는 얘기나 다름없다. 


한 변호사는 당시 수임계를 내지 않은 상태였지만, 김앤장 내 송무 파트를 이끌며 소송 논의 과정서 핵심 역할을 했다. 그는 판사 출신으로 양 전 대법원장이 주도적으로 활동했던 법조계 연구 모임 ‘민사판례연구회(민판연)’ 소속이다. 김앤장은 징용 소송서 미쓰비시와 신일철주금 등 전범기업 측 변호를 맡았다.

한 변호사가 양 전 대법원장을 직접 만난 것은 강제 징용 소송 처리에 대한 사법부 수뇌부의 의중을 최종 확인하기 위해서였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양 전 대법원장은 이 자리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처장(당시 행정처 차장)이 한 변호사에게 사전에 언급한 대로 재판이 진행될 것이라고 확인해줬다.

양승태, 재판 상황 알려줬나
변호사 독대 등 부적절 만남

나아가 한 변호사와 접촉한 임 전 차장은 ‘외교부 의견서 제출 요청서’라는 김앤장 측 문서에 개정된 대법원 민사소송지침을 언급하라고 첨삭해주고, ‘요청서’를 ‘촉구서’로 바꾸도록 감수를 해줬다고 한다. 이렇게 작성된 ‘외교부 의견서 제출 촉구서’는 2016년 10월6일 대법원에 제출됐다.

지난달 공개된 임 전 처장의 공소장에 따르면 대법원은 유명환 전 외교통상부장관도 소속된 김앤장을 통해 정부에 유리한 강제징용 판결에 관한 의견서를 외교부가 빨리 제출하도록 요구했다. 
 

▲ ▲양승태 전 대법원장

검찰은 한 변호사가 강제징용 재판 계획을 김앤장이 공유하는 데 연결고리 역할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 변호사는 당시 임 처장에게서 ‘청와대·외교부·대법원’ 3자간의 소송 관련 진행 계획을 수시로 전달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외교부는 소송 관련 의견서를 대법원에 제출하고 대법원은 의견서 내용을 참작해 소송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하기로 3자 간 합의돼있었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이 한 변호사에게 강제징용 소송을 전합에 넘기기를 바라는 청와대 측 입장을 전달하고, 기존 판결을 뒤집기 위해 전합 회부와 그 방식, 외교부 의견서 제출 절차 등을 논의했다는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압수수색을 받은 곽 전 비서관도 2015년 법원행정처가 일제 강제징용 소송의 판결을 고의로 늦추는 데 관여한 혐의를 받는다. 판사 출신인 곽 전 비서관은 2015년 2월부터 2016년 5월까지 청와대 법무비서관으로 근무했다.

3차례 이상
비밀 회동

검찰은 앞서 곽 전 비서관의 김앤장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으나 기각되자 그를 수차례 소환 조사했다. 곽 전 비서관은 일제 강제징용 소송 지연과 관련해 실무회의 등에 관여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더불어 검찰은 법원행정처가 한일청구권 협정 관련 사건에 대한 헌법재판소 내부 기밀을 빼내 김앤장에 건넨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임 전 차장이 헌재 파견 법관으로부터 헌법소원 관련 기밀을 넘겨 받아 김앤장에 건넸다는 복수의 진술과 관련 문건을 확보했다. 

당시 법원행정처는 일본 전범기업에 배상책임이 없다는 쪽으로 기존 대법원 판결을 뒤집을 계획을 세우고 김앤장과 사건 처리 방향을 논의하고 있었다. 이런 가운데 한일청구권 협정의 위헌 여부에 대한 헌재의 판단이 대법원에 계류 중이던 민사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이 같은 무리수를 둔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 ▲고영한·박병대 전 대법관

일본에 대한 청구권이 완전하고 최종적으로 해결됐다고 선언한 한일청구권 협정이 헌법에 어긋난다는 판단이 나온다면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 전범기업으로부터 배상 판결을 받을 수 있는 여지가 그만큼 커지게 되는 상황이었다.

김용헌 당시 헌재 사무처장은 2015년 9월 헌재 국정감사에 출석해 한일청구권 협정 헌법소원 결정이 늦어지는 이유에 대해 질의를 받고 “금년 말까지 마칠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이후 임 전 차장은 헌재에 파견 나가있던 최모 부장판사에게 “헌법소원 사건을 자세히 파악해 보고하라”고 지시한 뒤 헌재 연구관 보고서 등을 10여차례에 걸쳐 이메일 등으로 건네받고 김앤장에 전한 것으로 조사됐다.

법원행정처는 한일청구권 협정 헌법소원 이외에도 과거사 소멸시효 사건, 평택·당진항 일대 공유수면 매립지 관할을 둘러싼 권한쟁의심판 사건 등 법원과 밀접하게 연관된 헌재 사건의 내부기밀을 지속적으로 빼돌린 것으로 조사됐다.

일본 편든 양 
서류 감수도

한 변호사는 그해 5월부터 이듬해 10월까지 양승태 당시 대법원장과 만나 징용소송 처리 방향을 논의했다. 검찰은 옛 사법부가 소송의 일방 당사자인 김앤장에 재판 방향을 알려주는 수준을 넘어 불법 수집한 다른 기관들의 기밀까지 넘겨줄 만큼 심각하게 유착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검찰은 헌재 기밀유출이 법원행정처장을 연달아 지낸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의 지시에 따라 이뤄졌다고 보고 두 전직 대법관의 구속영장에 직권남용 혐의 범죄사실로 적시했다. 6개월간 이어진 검찰 수사는 이제 사실상 양 전 대법원장만 남겨두고 있다.
 

▲ ▲대법원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지난 3일 오전 이들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서를 서울중앙지법에 접수했다고 밝혔다. 박 전 대법관의 구속영장은 158쪽, 고 전 대법관의 경우 108쪽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직 대법관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는 헌정사상 처음이다. 

검찰은 지난달 19일과 23일 각각 박·고 전 대법관을 피의자 신분으로 공개소환한 이후 수차례 추가로 불러 조사했다. 

박 전 대법관은 2014년 2월부터 2년간 법원행정처장을 지내며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소송,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법외노조 통보처분 사건,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댓글사건 재판, 옛 통합진보당 국회의원 지위확인 소송 등에 깊숙이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특히 2014년 10월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공관서 열린 이른바 ‘2차 삼청동 회동’에 법원 측 대표로 참석해 청와대 및 외교부 등과 강제징용 소송 지연과 기존 판결내용 수정 등을 논의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 김앤장 사상 첫 압수수색 
강제징용 등 다수 재판개입 혐의


박 전 대법관은 당시 상고법원 도입 등 양승태 사법부의 정책에 비판적인 판사들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가하고 각급 법원 공보관실의 운영비를 편법 편성해 ‘비자금’을 조성하는 데 관여한 혐의도 있다. 고 전 대법관은 박 전 대법관의 후임으로 2016년 2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법원행정처장을 지냈다. 그는 옛 통진당 재판에 개입하고 양승태 사법부 정책에 비판적인 법관모임인 국제인권법연구회 등을 와해시키려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고 전 대법관은 또 2016년 부산 스폰서 판사 비리 사건 때 윤인태 당시 부산고법원장에게 연락해 법원행정처가 작성한 문건대로 변론 재개를 요청하는 등 재판에 개입한 혐의가 있다. 또 부장판사 출신 최유정 변호사의 전관로비 사건 때 일선 법원서 검찰 수사기록을 빼낸 혐의도 있다.
 

검찰은 임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공소장에 두 전직 대법관을 이미 공범으로 적시했다.

검찰 관계자는 “두 사람은 임 전 차장의 범죄혐의를 나눠서 갖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검찰에 따르면 두 전직 대법관은 검찰 조사에 출석해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거나 ‘실무진이 알아서 했다’ 등 자신에 대한 혐의를 대부분 완강히 부인했다. 

검찰 관계자는 “재판 독립과 사법부의 정치적 독립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치로 이를 훼손한 이번 사건은 중대한 구속사안”이라며 “두 명 모두 혐의 내용을 부인하고 일부 하급자들의 진술과 상당히 다른 진술을 해 구속영장 청구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사건 정보
고스란히 넘겨  

검찰은 사법 농단 의혹 사건을 ‘특정인의 개인적 일탈이 아닌 업무상 상하관계상 지시관계에 따른 범죄행위’라고 규정했다. 최종 책임은 조직의 수장인 양 전 대법원장에게 있다는 의미다. 양 전 대법원장은 임 전 차장에 이어 박·고 전 대법관의 구속영장에도 공범으로 적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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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의 100일 결정적 장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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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체감상 1년은 된 것 같다.” 어느 덧 이재명정부가 출범 100일째를 맞았다. 이재명 대통령에겐 숨 가쁜 3개월이었다. 12·3 비상계엄 선포, 탄핵 정국, 조기 대선 등 대형 정치 이슈는 지나갔다. 이제 본격적으로 국정 운영의 청사진을 실현해야 하는 시기다. 지지율은 이미 요동치고 있다. 어떤 이슈가 이정부를 뒤흔들었던 걸까? 지난 6월3일 21대 대통령선거가 열렸다. 지난해 12월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6개월 만에 대선이 치러졌다.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이라는 말이 대선 전부터 파다했고 실제로 이변은 없었다. 재수 끝에 대통령에 당선된 이재명 대통령은 역대 최다 득표수를 기록했다. 다만, 과반 득표율에는 미치지 못했다. 무정부 상태 산적한 이슈 이번 대선은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진 보궐선거여서 인수위원회 기간 없이 바로 임기가 시작됐다. 이 대통령 앞에는 비상계엄 사태 수습, 민생 회복, 국민 통합 등 국내 문제는 물론 미국발 통상 전쟁 등 국외 문제까지 이슈가 산적한 상태였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무정부’나 다름없는 상태로 6개월 동안 이어진 국정 공백을 메워야 했다. 이 대통령은 당선이 확정된 후 소감 연설에서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민주공화정 공동체 안에서 국민이 주권자로 존중받고 협력하면서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만드는 것, 반드시 그 사명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란 극복 ▲민생 회복 ▲국민 안전 ▲한반도 평화 ▲국민 통합 등을 언급했다. 실제 이 대통령은 국회의 과반 의석을 등에 업고 ‘윤석열정부 지우기’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이재명 정부 1호 법안으로 ‘내란 특검법’ ‘김건희 여사 특검법’ ‘채 해병 특검법’ 등을 통과시켰다. 김건희 특검법, 채 해병 특검법 등은 윤정부에서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번번이 폐기됐던 법안이다. 이 대통령은 취임 엿새 만인 6월10일 국무회의에서 3대 특검법을 의결했다. 그는 국무회의 이후 SNS를 통해 “이재명 정부 1호 법안인 3대 특검법은 내란 심판과 헌정 질서 회복을 열망하는 국민의 뜻을 받들기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특검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구속 기소하는 등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침체된 내수를 회복하기 위한 소비쿠폰도 지급했다.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을 거치면서 사회 분위기가 흉흉해졌고 이는 곧 경기 부진으로 이어졌다. 정치 상황이 좋지 않다 보니 사람들이 소비를 줄이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연말 연초 대목 장사를 망친 자영업자는 폐업을 걱정해야 할 지경에 몰렸다. 민생 회복 소비쿠폰 지급은 이 대통령이 대선후보 때부터 내세운 공약이다. 지난 7월21일부터 전 국민을 상대로 1차 소비쿠폰이 지급됐다. 기본 15만원에 인구 감소 지역 등에 일정 금액을 더했다. 2차 소비쿠폰은 상위 10%를 제외한 국민 90%가 오는 22일부터 신청할 수 있다. 13조원의 재정이 투입됐다. 윤정부 때부터 이어진 의료계와 정부의 갈등은 이재명정부 들어서도 쉽게 출구 전략을 찾지 못하는 모양새다. 무엇보다 의대생 수업 복귀에 대한 이정부의 행보에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도 불만이 제기됐다. 의료 정상화를 이유로 조건 없이 의대생 복귀를 추진하는 모습에 공정과 원칙이 깨졌다며 실망감을 표출한 것이다. 두 번의 도전 끝에 당선 내란 종식, 민생 첫 손에 의정 갈등은 윤정부 시기인 지난해 2월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리겠다는 보건복지부의 발표로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전공의는 집단 사직하며 병원을 떠났고 의대생은 집단 휴학을 강행했다. 응급실 뺑뺑이 사건 등 의료 공백이 가시화되고 의료 붕괴까지 우려되다가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핵심 이슈에서 멀어졌다. 새 정부의 현안으로 넘어간 것이다. 이 대통령이 정은경 전 질병관리청장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하면서 의정 갈등 해소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정 장관 지명 이후 의료계에서 일제히 환영 입장을 내놨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대생 복귀와 관련해 특혜 논란이 나왔고 국민 여론은 최악으로 치달았다. 의료계와 국민 여론의 괴리가 큰 상황이라 해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산재와의 전쟁’은 임기 초 이정부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는 모양새다. 이 대통령은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SPC 공장을 현장 방문하는가 하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반복 공시로 주가 폭락’ 등 수위 높은 발언으로 건설업계를 겨냥했다. 이 대통령이 산업재해 근절을 외치자 건설업계가 납작 엎드렸다. 산재 사고가 발생하면 사용주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내용의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고도 일터에서 근로자가 죽는 사례가 거듭 일어나자 대통령이 직접 칼을 빼든 것이다. 연이어 산재 사고가 발생한 포스코이앤씨는 대표이사가 바뀌었고 DL건설은 임직원 전원이 사의를 표명했다. 일각에서는 이정부가 지나치게 기업을 ‘잡도리’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코스피 5000’을 외치며 주가 부양을 공언한 것과 실제 행보는 정반대라는 의견이다. 지금까지의 주가 상승은 이정부에 대한 기대감에서 비롯됐다면 앞으로의 상승분은 실물 경제에서 끌어 올려야 하는데 이를 이끌 기업을 너무 옥죄는 게 아니냐는 주장이 나온다. 경제 정책의 방향도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된다. 지난달 1일 코스피 지수가 126.03포인트(3.88%)나 하락했다. 주가 3200선이 깨졌고 하락률은 미국발 상호 관세 부과로 충격을 받았던 지난 4월7일(-5.57%) 이후 4개월 만에 가장 컸다. 이른바 ‘검은 금요일’의 배경은 전날 이재명 정부가 발표한 세제 개편안이라는 게 중론이었다. 침체된 경기 소비쿠폰으로 이정부는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 기준을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낮추고 최고 35% 배당소득 분리과세 도입 등을 담은 세제 개편안을 공개했다. 금융투자소득세 도입 조건부로 인하된 증권거래세율도 현재의 0.15%에서 2023년 수준인 0.2%로 환원됐다. 또 법인세 세율을 모든 과세표준 구간에 걸쳐 1%포인트씩 일괄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검은 금요일’의 후폭풍은 상당했다. 무엇보다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투자 심리가 위축됐다는 게 문제였다. 주가가 폭락한 지난달 1일 이후 열흘 사이에 거래 대금이 20%가량 줄었다. 이른바 ‘국장’에서 빠져나간 개인 투자자들이 ‘미장(미국 주식시장)’으로 몰려가면서 나스닥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가뜩이나 관세 협상으로 전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증시 부양책에 대한 의구심이 커졌다는 방증이었다. 일명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제2·3조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점도 우려를 더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노란봉투법은 하청 노동자에게 원청과의 교섭권을 부여하고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이 골자다.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 활동이 위축될 것이라는 예상이 끊이지 않았다. 법안이 통과되기 전부터 한국경영자총연합회 등 경영계를 대표하는 경제단체는 물론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등이 노란봉투법에 반대 의사를 드러냈다.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이 규제가 덜한 외국으로 나갈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경제단체 등은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시행을 유예해 달라고까지 했지만 그대로 진행됐다. 대통령실은 법안 통과 이후 상황을 주시하는 모습이다. 이 대통령은 노란봉투법 통과 이후 “노란봉투법의 진정한 목적은 노사의 상호 존중과 협력 촉진”이라며 “노동계도 상생의 정신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책임 있는 경제 주체로서 국민 경제 발전에 힘을 모아주시기를 노동계에 각별히 당부드린다”고 강조했다. 광복절을 앞두고는 사면 문제가 불거졌다. 취임한 지 2개월 밖에 되지 않았고 전임 정부에서 임기 초 정치인 사면을 한 적이 없던 터라 이정부 역시 같은 길을 갈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했다. 사면 대상으로 거론되던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가 자녀 입시 비리 혐의 등으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수감된 지 8개월 밖에 안된 점도 ‘사면 불가론’에 힘을 더했다. 주가 부양 공약 반대되는 정책 지난해 12월12일 대법원은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의 혐의로 기소된 조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에 추징금 600만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조 전 대표는 나흘 뒤인 12월16일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만기 출소일은 내년 12월15일이었다. 조 전 대표가 이끌던 조국혁신당은 당시 대선에서 후보를 내지 않고 이 대통령을 지지했다. 조 전 대표의 사면 관련 언급이 나올 때마다 ‘대선 청구서’라는 말이 따라붙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후 종교계, 시민단체, 정치권 일부에서 조 전 대표를 사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조 전 대표가 검찰의 횡포에 억울한 옥살이를 하고 있다는 주장도 일부 진영에서 제기됐다. 특히 문재인 전 대통령이 대통령실 등이 조 전 대표의 사면을 직접 요구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정국의 핵으로 떠올랐다. 조 전 대표는 문재인정부 시절 민정수석, 법무부 장관 등 요직을 맡은 바 있다. 문 전 대통령은 조 전 대표에게 ‘마음의 빚이 있다’고 언급하는 등 각별히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빗발치는 사면 요구에 고심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정치권 등에서 조 전 대표를 사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과 달리 여론이 좋지 않았기 때문. 특히 민주당 지지층 내에서도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달갑지 않게 여기는 목소리가 나왔다.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입시 비리 혐의 등이 민주당 지지층이 중요하게 여기는 공정과 상식의 가치에 반한다는 것이다. 지지율이 떨어지는 등 민심 이반이 예상된다는 주장이 나왔지만 이 대통령은 장고 끝에 조 전 대표의 사면을 결정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11일 조 전 대표를 비롯해 윤미향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은수미 전 성남시장,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 등 정치인과 고위공직자 27명을 포함해 총 83만6678명에 대한 대규모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분열과 반목의 정치를 끝내고 국민 대화합 차원에서 이뤄지는 광복절 특사’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광복절 사면은 이 대통령의 지지율을 뒤흔들었다. 사면 논의가 시작됐을 때부터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한 지지율은 발표 이후 눈에 띄게 꺾였다. 조 전 대표가 사면 이후 ‘광폭 행보’를 보이며 노출도가 높아진 것도 한몫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세제 개편안·사면으로 지지율 흔들 한일·한미 정상회담은 긍정적 평가 조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에 대해 ‘(사면이 끼친 영향은) N분의 1 정도’라고 발언한 부분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조 전 대표는 수감 한 달여 만에 정국의 핵으로 떠올랐다. 여권 내에서도 조 전 대표의 행보를 불편해하는 기류가 감지되며 야권에서는 이정부를 공격하는 소재가 된 모양새다. 특히 조 전 대표를 비롯한 조국혁신당에서 우리의 길을 가겠다는 ‘마이웨이’ 행보를 공언하면서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계 개편이 일어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 대통령의 임기 5년간 외교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정상회담도 잇따라 열렸다. 이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부터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던 ‘트럼프발 통상 전쟁’의 대응 방향이 윤곽을 드러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당선 직후부터 ‘관세’를 무기로 전 세계에 싸움을 걸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미 FTA’로 쌀 등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관세가 ‘0’이었기에 타격이 불가피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국방비 증액 등을 언급했다. 시장을 개방하고 미국에 이른바 ‘동맹 비용’을 내라는 요구였다. 실무진이 진행한 관세 협상은 그 시발점이었고 정상회담은 미국발 청구서의 윤곽이 드러난 자리였다.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표면상으로는 성공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각국 정상을 불러놓고 면전에서 망신주기 하는 등 어디로 튈지 모르는 방식의 트럼프 대통령과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한 점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일각에서는 정작 중요한 사안은 하나도 논의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앞서 조선업 협력, 원전 문제를 비롯해 자동차 등 주력 산업에 붙는 관세까지 불확실성을 해소하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일반적으로 실무진이 틀을 만들고 정상회담에서 결정되는 방식의 외교 관행이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먹히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공동성명이나 합의문 등은 나오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앞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도 만났다. 이 대통령은 일본 방문 전 과거 한일 간 위안부 합의와 징용 배상 문제와 관련해 “국가 간 약속은 존중돼야 한다”며 기존 합의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당시 한일 정상회담에서는 미국발 관세 관련 논의도 이뤄졌다. 당분간 민생 집중 취임 후 첫 외교 시험대를 넘은 이 대통령은 당분간 민생을 살피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당분간 국민의 어려움을 살피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민생과 경제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규연 대통령실 홍보소통수석은 “몇 주간 정상회담에 몰두했기 때문에 국내, 특히 민생·경제성장과 관련된 부분을 앞으로 주력해서 챙기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