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위 로펌’ 김앤장의 위험한 거래 막전막후
‘국내 1위 로펌’ 김앤장의 위험한 거래 막전막후
  • 박창민 기자
  • 승인 2018.12.10 15:06
  • 호수 119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범기업 도우려…잘못된 만남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국내 최고의 로펌으로 꼽히는 김앤장. 삼성 다음 가는 성역으로 불린다. 그런데 김앤장이 설립 이례 최초로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았다. 무슨 일이 있던 걸까. 
 

▲ 김앤장 법률사무소
▲ 김앤장 법률사무소

일제 강제징용 재판거래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김앤장을 지난달 12일, 압수수색했다. 압수수색 대상은 한모 변호사와 곽병훈 전 청와대 법무비서관 사무실이다. 청와대와 법원행정처, 외교부의 가교 역할을 했던 곽 전 비서관 혐의는 지난 9월 소환 당시부터 드러났지만 한 변호사가 수사 대상이란 점은 이번에 처음 공개됐다. 

청와대와
가교 역할

양 전 대법원장과 한 변호사는 두 살 터울로 서울대 법대 동문에 1994년 법원행정처서 같이 근무한 경력이 있다. 한 변호사는 2008년 이명박정부 시절 대법관 후보로 자주 물망에 오르던 인물이다. 양 전 대법원장은 현직 시절인 2012년 한 변호사 아들 결혼식에도 참석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과 한 변호사가 2015년 5월∼2016년 10월 최소 세 차례 대법원장 집무실과 음식점 등에서 만난 정황을 포착했다. 검찰은 두 사람의 만남을 ‘비밀 접촉’이라고 표현했다. 이 만남서 강제징용 소송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 전 대법원장은 한 변호사에게 ‘청와대·외교부와 김앤장의 의중대로 소송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해 신중하게 판단할 것’이라는 취지로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정부와 일제 전범기업에 유리한 쪽으로 소송을 진행하겠다는 얘기나 다름없다. 

한 변호사는 당시 수임계를 내지 않은 상태였지만, 김앤장 내 송무 파트를 이끌며 소송 논의 과정서 핵심 역할을 했다. 그는 판사 출신으로 양 전 대법원장이 주도적으로 활동했던 법조계 연구 모임 ‘민사판례연구회(민판연)’ 소속이다. 김앤장은 징용 소송서 미쓰비시와 신일철주금 등 전범기업 측 변호를 맡았다.

한 변호사가 양 전 대법원장을 직접 만난 것은 강제 징용 소송 처리에 대한 사법부 수뇌부의 의중을 최종 확인하기 위해서였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양 전 대법원장은 이 자리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처장(당시 행정처 차장)이 한 변호사에게 사전에 언급한 대로 재판이 진행될 것이라고 확인해줬다.

양승태, 재판 상황 알려줬나
변호사 독대 등 부적절 만남

나아가 한 변호사와 접촉한 임 전 차장은 ‘외교부 의견서 제출 요청서’라는 김앤장 측 문서에 개정된 대법원 민사소송지침을 언급하라고 첨삭해주고, ‘요청서’를 ‘촉구서’로 바꾸도록 감수를 해줬다고 한다. 이렇게 작성된 ‘외교부 의견서 제출 촉구서’는 2016년 10월6일 대법원에 제출됐다.

지난달 공개된 임 전 처장의 공소장에 따르면 대법원은 유명환 전 외교통상부장관도 소속된 김앤장을 통해 정부에 유리한 강제징용 판결에 관한 의견서를 외교부가 빨리 제출하도록 요구했다. 
 

▲ ▲양승태 전 대법원장
▲양승태 전 대법원장

검찰은 한 변호사가 강제징용 재판 계획을 김앤장이 공유하는 데 연결고리 역할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 변호사는 당시 임 처장에게서 ‘청와대·외교부·대법원’ 3자간의 소송 관련 진행 계획을 수시로 전달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외교부는 소송 관련 의견서를 대법원에 제출하고 대법원은 의견서 내용을 참작해 소송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하기로 3자 간 합의돼있었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이 한 변호사에게 강제징용 소송을 전합에 넘기기를 바라는 청와대 측 입장을 전달하고, 기존 판결을 뒤집기 위해 전합 회부와 그 방식, 외교부 의견서 제출 절차 등을 논의했다는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압수수색을 받은 곽 전 비서관도 2015년 법원행정처가 일제 강제징용 소송의 판결을 고의로 늦추는 데 관여한 혐의를 받는다. 판사 출신인 곽 전 비서관은 2015년 2월부터 2016년 5월까지 청와대 법무비서관으로 근무했다.

3차례 이상
비밀 회동

검찰은 앞서 곽 전 비서관의 김앤장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으나 기각되자 그를 수차례 소환 조사했다. 곽 전 비서관은 일제 강제징용 소송 지연과 관련해 실무회의 등에 관여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더불어 검찰은 법원행정처가 한일청구권 협정 관련 사건에 대한 헌법재판소 내부 기밀을 빼내 김앤장에 건넨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임 전 차장이 헌재 파견 법관으로부터 헌법소원 관련 기밀을 넘겨 받아 김앤장에 건넸다는 복수의 진술과 관련 문건을 확보했다. 

당시 법원행정처는 일본 전범기업에 배상책임이 없다는 쪽으로 기존 대법원 판결을 뒤집을 계획을 세우고 김앤장과 사건 처리 방향을 논의하고 있었다. 이런 가운데 한일청구권 협정의 위헌 여부에 대한 헌재의 판단이 대법원에 계류 중이던 민사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이 같은 무리수를 둔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 ▲고영한·박병대 전 대법관
▲고영한·박병대 전 대법관

일본에 대한 청구권이 완전하고 최종적으로 해결됐다고 선언한 한일청구권 협정이 헌법에 어긋난다는 판단이 나온다면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 전범기업으로부터 배상 판결을 받을 수 있는 여지가 그만큼 커지게 되는 상황이었다.

김용헌 당시 헌재 사무처장은 2015년 9월 헌재 국정감사에 출석해 한일청구권 협정 헌법소원 결정이 늦어지는 이유에 대해 질의를 받고 “금년 말까지 마칠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이후 임 전 차장은 헌재에 파견 나가있던 최모 부장판사에게 “헌법소원 사건을 자세히 파악해 보고하라”고 지시한 뒤 헌재 연구관 보고서 등을 10여차례에 걸쳐 이메일 등으로 건네받고 김앤장에 전한 것으로 조사됐다.

법원행정처는 한일청구권 협정 헌법소원 이외에도 과거사 소멸시효 사건, 평택·당진항 일대 공유수면 매립지 관할을 둘러싼 권한쟁의심판 사건 등 법원과 밀접하게 연관된 헌재 사건의 내부기밀을 지속적으로 빼돌린 것으로 조사됐다.

일본 편든 양 
서류 감수도

한 변호사는 그해 5월부터 이듬해 10월까지 양승태 당시 대법원장과 만나 징용소송 처리 방향을 논의했다. 검찰은 옛 사법부가 소송의 일방 당사자인 김앤장에 재판 방향을 알려주는 수준을 넘어 불법 수집한 다른 기관들의 기밀까지 넘겨줄 만큼 심각하게 유착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검찰은 헌재 기밀유출이 법원행정처장을 연달아 지낸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의 지시에 따라 이뤄졌다고 보고 두 전직 대법관의 구속영장에 직권남용 혐의 범죄사실로 적시했다. 6개월간 이어진 검찰 수사는 이제 사실상 양 전 대법원장만 남겨두고 있다.
 

▲ ▲대법원
▲대법원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지난 3일 오전 이들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서를 서울중앙지법에 접수했다고 밝혔다. 박 전 대법관의 구속영장은 158쪽, 고 전 대법관의 경우 108쪽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직 대법관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는 헌정사상 처음이다. 

검찰은 지난달 19일과 23일 각각 박·고 전 대법관을 피의자 신분으로 공개소환한 이후 수차례 추가로 불러 조사했다. 

박 전 대법관은 2014년 2월부터 2년간 법원행정처장을 지내며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소송,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법외노조 통보처분 사건,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댓글사건 재판, 옛 통합진보당 국회의원 지위확인 소송 등에 깊숙이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특히 2014년 10월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공관서 열린 이른바 ‘2차 삼청동 회동’에 법원 측 대표로 참석해 청와대 및 외교부 등과 강제징용 소송 지연과 기존 판결내용 수정 등을 논의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 김앤장 사상 첫 압수수색 
강제징용 등 다수 재판개입 혐의

박 전 대법관은 당시 상고법원 도입 등 양승태 사법부의 정책에 비판적인 판사들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가하고 각급 법원 공보관실의 운영비를 편법 편성해 ‘비자금’을 조성하는 데 관여한 혐의도 있다. 고 전 대법관은 박 전 대법관의 후임으로 2016년 2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법원행정처장을 지냈다. 그는 옛 통진당 재판에 개입하고 양승태 사법부 정책에 비판적인 법관모임인 국제인권법연구회 등을 와해시키려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고 전 대법관은 또 2016년 부산 스폰서 판사 비리 사건 때 윤인태 당시 부산고법원장에게 연락해 법원행정처가 작성한 문건대로 변론 재개를 요청하는 등 재판에 개입한 혐의가 있다. 또 부장판사 출신 최유정 변호사의 전관로비 사건 때 일선 법원서 검찰 수사기록을 빼낸 혐의도 있다.
 

검찰은 임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공소장에 두 전직 대법관을 이미 공범으로 적시했다.

검찰 관계자는 “두 사람은 임 전 차장의 범죄혐의를 나눠서 갖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검찰에 따르면 두 전직 대법관은 검찰 조사에 출석해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거나 ‘실무진이 알아서 했다’ 등 자신에 대한 혐의를 대부분 완강히 부인했다. 

검찰 관계자는 “재판 독립과 사법부의 정치적 독립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치로 이를 훼손한 이번 사건은 중대한 구속사안”이라며 “두 명 모두 혐의 내용을 부인하고 일부 하급자들의 진술과 상당히 다른 진술을 해 구속영장 청구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사건 정보
고스란히 넘겨  

검찰은 사법 농단 의혹 사건을 ‘특정인의 개인적 일탈이 아닌 업무상 상하관계상 지시관계에 따른 범죄행위’라고 규정했다. 최종 책임은 조직의 수장인 양 전 대법원장에게 있다는 의미다. 양 전 대법원장은 임 전 차장에 이어 박·고 전 대법관의 구속영장에도 공범으로 적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