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간석식구파 광주 습격사건 전말

“감히 우리 식구를 건드려?”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광주의 조직폭력배에게 조직원이 폭행당하자 이를 보복하기 위해 광주에 집결한 수도권 조폭들이 무더기로 경찰에 붙잡혔다. 광주 조직원을 볼모로 잡고 세력을 과시하던 이들의 복수는 첩보를 입수한 경찰의 급습으로 좌절됐다. 이 복수극을 주도한 조직은 인천 최대 조직인 ‘간석식구파’로 밝혀졌다. 
 

▲ 본 사진은 특정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동료가 광주 폭력조직원에게 폭행을 당했다는 이유로 보복한 인천 폭력조직원 12명 중 11명이 구속됐다. 수도권 조직원들은 술자리서 광주 조직원들과 서로 주먹질을 한 뒤 앙갚음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광주서 뺨맞고
선후배 뭉쳤다

지난달 24일 낮 12시40분쯤 광주북부경찰서 강력반 등 형사과 소속 12개팀과 형사기동대, 광주경찰청 광역수사대와 특공대 등 경찰관 100여명에게 비상소집 명령이 떨어졌다. 수도권 조폭들이 광주 폭력조직 S파와 한판 겨루기 위해 세력을 규합하고 있다는 첩보가 접수됐기 때문이다. 

인천 조폭들은 전날 밤 광주 상무지구의 한 포장마차서 전국의 조폭 조직원들과 어울려 술자리를 가졌다. 비슷한 또래로 친목모임을 하던 광주의 한 조폭 가족이 결혼식을 앞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날 술자리에는 전국의 20대 조폭 30여명이 참석했다.

술잔이 연거푸 돌아가자 불쾌해진 인천 조폭 노모(26)씨가 종업원에게 “불친절하다”며 행패를 부렸다. 동석한 광주 S파 1년 후배 김모(25)씨가 말리자 노씨는 언성을 더 높였다. 그는 “후배가 건방지다”며 김씨의 뺨을 때렸고 순식간에 술자리는 험악한 분위기로 돌변했다. 김씨와 S파 조직원들은 노씨를 데리고 나가 “남의 잔치에 와서 재 뿌리지 말라”고 했지만 노씨는 수그러들지 않았고, 결국 S파 조직원들은 완력으로 노씨를 제압했다. 

노씨는 “광주 애들에게 된통 당했다. 복수해야 한다”고 인천 K파와 B파 조직원들에게 SOS를 쳤고 30여명이 집결했다. 결혼식장 인근인 광주 북구 각화동 한 모텔을 통째로 빌린 노씨 일행은 증거를 없애기 위해 모텔 건물 내외부의 CCTV 카메라를 모두 떼어내기도 했다. 

날이 샌 후 노씨 등은 중재에 나선 광주 S파 조직원 1명을 볼모로 잡고 2시간 동안 무릎을 꿇린 채 “김씨를 데려오지 않으면 땅에 묻어 죽여버리겠다”고 세력을 과시했지만 노씨가 꿈꾸던 복수는 좌절됐다. 첩보를 입수한 경찰이 결혼식 1시간 전 모텔을 급습해 조직원 12명을 검거한 것이다. 

경찰은 일부 조직원들이 급습 전 모텔을 빠져나갔고 모텔에 있던 일부 조폭들이 반항했지만 큰 물리적 충돌은 없었다고 밝혔다. 경찰은 노씨 등의 숙소서 야구방망이 등 다수의 폭력도구를 증거물로 압수했다.

2개 파 30명 집결… 상대 조직원 린치 
첩보 입수한 경찰 100명 중무장 출동

광주 북부경찰서는 같은 달 25일, 다른 조폭 조직원을 붙잡아 감금·폭행한 혐의(범죄 단체 조직·활동죄 등)로 노씨와 이모(23)씨 등 12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김규현 광주경찰청장은 “조직폭력배 간 도심활극을 막기 위해 선제 검거작전을 펼쳤다”며 “조폭들이 발붙이지 못하도록 발본색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복을 위해 수도권 일대 폭력조직원들을 집결시킨 인천 폭력조직원은 ‘간석식구파’ 소속으로 확인됐다. 2011년 인천 길병원 장례식장 앞 집단 난투극으로 유명세를 탄 인천의 폭력조직 ‘간석식구파’는 지난 1989년 결성됐다.

당시 인천 남동구 간석동 일대 유흥가를 활동 무대로 삼은 간석동파와 남구 주안동 일대를 주무른 금강산파가 통합해 만들어졌다. 

두목, 부두목을 두고 아래 조직원들은 나이 순대로 서열을 정했다. 서로를 ‘형님·동생’으로 부르며 ‘식구’처럼 대했다. 간석동 일대 유흥업소부터 장악했고 당시 이 지역에 들어선 호텔 2곳의 영업권도 이들이 관리했다. 2007년에는 서구 석남동 일대 유흥가서 활동하던 ‘석남파’ 조직원을 영입하며 세를 불렸다. 

타 조직과의 마찰이 있으면 비상연락망에 따라 위에서 밑으로 지시를 내리는 체계를 갖췄다. ‘또래 리더’가 또래 조직원들과 바로 아래 ‘또래 리더’에게 연락해 상황을 전파하는 식이었다. 

간석식구파 조직원들은 ‘선배를 보면 90도로 인사하고 지시에 복종한다’ ‘선배나 후배가 다른 조직원에게 무시당하면 반드시 복수한다’ ‘인천 외 지역으로 갈 때는 1년 위 선배들에게 보고한다’ ‘선배들의 전화는 무조건 받는다’ 등 자체 행동강령에 따라 죽고 살았다. 

금강산파 전신
행동강령 준수

2011년 10월21일. 간석식구파는 인천시 남동구 길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라이벌 조직인 ‘크라운파’와 크게 붙었다. 속칭 ‘전쟁’이었다. 간석식구파 조직원이 크라운파로 자리를 옮긴 조직원을 흉기로 찔러 중상을 입힌 것이다.

부인상을 당한 조직원을 문상 왔던 크라운파 조직원 100여명은 ‘전쟁’이 시작됐다는 소식에 속속 장례식장 앞으로 집결했고 신간석파 조직원 30여명도 긴급 호출을 받고 현장으로 몰려들었다. 

‘경찰의 날’에 벌어졌던 이 난투극으로 간석식구파 조직원 11명이 징역 1∼13년을 선고받았고 조직은 와해되는 듯했다. 그러나 3년 뒤 행동대장 등 핵심 조직원들이 잇따라 석방되면서 다시 조직을 재건하려는 움직임이 일었다. 

2014년 8월에는 크라운파에서 활동하다가 조직 내부 문제로 이탈한 조직원 21명과 신포동식구파(일명 ‘꼴망파’) 소속 3명을 잇달아 영입했다. 신규 조직원이 늘자 일명 ‘줄빠따(기수별 폭행)’로 기강을 다잡았다.
 

기존 조직원과 크라운파에서 이적한 조직원 간에 갈등이 생겼고 A씨 등은 한 살 위인 선배의 지시에 따라 바로 아래 29∼30세 조직원들을 불러 야구방망이로 10차례씩 폭행했다. 

A씨는 2015년 후배 조직원이 서울의 한 폭력조직원과 통화하다가 말다툼 벌인 사실을 알고, 비상연락망을 취해 후배 10여명을 집합시킨 후 서울로 가 서울 폭력조직원들과 대치했다. 

2014년 9월에도 흉기를 들고 인천의 다른 폭력조직과 ‘전쟁’을 치르기 위해 ‘비상대기’를 했다. 

허물어진 기반
SNS로 교류 중

경찰이 올해 3∼6월 100일 작전을 펼쳐 전국서 잡아들인 조폭만 1385명이었고 이 중 232명이 구속됐다.

행태만 바뀌었을 뿐 각종 이권에 개입하고 불법행위를 일삼는 조폭은 여전히 존재한다. 흔히 조폭이라고 하면 지역을 기반으로 조직 간 영역 다툼하고 자신을 깡패가 아닌 건달이라 칭하며 화려하지만 위험한 삶을 사는 영화 속 모습을 떠올리지만 요즘 조폭들은 먹고살기 바쁘다.

경찰의 전언에 따르면 과거의 모습과 달리 요즘은 돈을 좇아 이합집산하거나 철새처럼 여러 지역을 오가며 돈벌이를 찾는 것이 조폭의 특징이라고 한다. 이번 인천-광주 간 조폭 보복전 사건서도 이 같은 경향이 드러났다.

요즘 조폭들은 SNS를 통해 인맥을 넓히는가 하면 필요에 따라 지역 조직을 뛰어넘는 이합집산을 한다. 광주 조폭 한 명은 이번 사건 과정서 페이스북에 글을 게시해 가족의 결혼 사실을 널리 알렸다. 이 내용을 접한 인천 등 수도권 지역 조폭들은 광주로 직접 찾아와 광주 조폭과 얼굴을 텄다.

SNS를 통해 서로 경조사를 알리고 이것을 계기로 서로 만나며 조폭 간 인맥을 늘리는 것이다. 경조사에 조직원이 많이 모일수록 자신의 세를 과시하는 덤도 얻는다.

이 과정서 조폭들 간의 서열은 나이로 정해진다. 이번 사건서도 나이가 한 살 어린 광주 조폭이 술 취한 인천 조폭을 말렸다는 이유로 시비가 시작돼 폭행 사건으로까지 번졌다.

89년 결성… 장례식장 난투극으로 유명세
타 조직과 마찰 시 체계적 비상연락 가동

시대는 바뀌었지만 조직원이 당한 피해는 반드시 보복한다는 조폭의 행태는 여전했다. 인천 조폭은 자신이 폭행당하자 평소 친분이 있던 서울, 경기 등 수도권 조폭들을 모조리 불러 모았다.

이들은 소속은 각자 달랐지만 평소 필요에 따라 함께 행동하기도 했기에 전화 한 통화에 상대 조직을 응징하기 위해 수도권서 광주까지 새벽같이 달려왔던 것이다.

다만 조폭들은 자신들의 신원이 겉으로 드러나는 것에 대해 극도로 조심했다. 수도권 조폭들은 광주의 한 모텔에 집결하면서 신원이 드러날까 봐 모텔을 통째로 빌려 손님을 못 받게 했고 모텔 CCTV를 뜯어가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조폭들의 지역 기반이 허물어지면서 타 조직 간 교류로 세를 불리려는 경우가 많다”며 “이번 사건도 경조사를 통해 교류하려던 조폭들 사이의 다툼이 보복전으로 번진 것 같다”고 말했다.

잇따라 적발
소탕해도 재건

인천경찰청은 2012년부터 최근까지 크라운파·간석식구파·부평식구파·꼴망파·주안식구파를 잇따라 적발했다. 올해 현재 인천경찰청의 관리 대상 폭력조직은 13개 파로 해당 조직원 수는 320여명이다. 인천경찰청 관계자는 “폭력조직을 소탕해도 구속한 핵심 조직원 외 불구속된 하부 조직원들은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며 “지역 폭력조직원들을 지속해서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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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BBQ 정보 유출 사건’ 위증 재판으로 확대⋯박현종 목줄 잡혔다

[단독] ‘BBQ 정보 유출 사건’ 위증 재판으로 확대⋯박현종 목줄 잡혔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대법원에서 집행유예로 확정된 사건이 다시 법정으로 끌려 나왔다. ‘BBQ 내부망 불법 접속’ 사건의 핵심 증거였던 ‘ID·비밀번호 메모장’을 둘러싼 위증 여부를 다투는 후속 재판이다. 박현종 전 bhc 회장의 집행유예가 확정된 사건임에도 검찰은 관련 증인들을 위증 혐의로 직접 고발했다. 핵심은 과연 BBQ 직원의 ID와 비밀번호가 적힌 그 메모장은 어떻게 만들어졌고, 유창성 전 bhc 정보전략팀장의 손을 어떻게 거쳐 전달됐는가다. 그리고 그 과정을 둘러싼 법정 진술의 신빙성이다. 검찰은 최근 공판에서 “피고인(박현종 등)에게 유리한 허위 증언이 반복됐다”는 판단 아래 유 전 팀장 등 관련자 3명을 위증 혐의로 고발했다. 메모장 전달자 통상 위증 여부는 재판부 판단 이후 별도 절차로 넘겨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번처럼 검찰이 직접 칼을 빼든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단순한 진술 번복이나 기억 착오 수준이 아닌 사건의 본질을 뒤흔들 수 있는 중대한 허위 진술이 있었다고 본 셈이다. 이번 공판의 중심에는 ‘메모장 전달자’로 지목된 유 전 bhc 정보전략팀장이 있다. 그는 과거 재판에서 결정적 증거로 채택된 BBQ 직원들의 아이디와 비밀번호가 적힌 메모를 박현종 전 bhc 회장에게 전달한 인물이다. 이 메모장은 박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입증하는 핵심축이었다. 이 메모장의 출처와 작성 경위가 흔들리면, 사건 전체의 구조도 다시 흔들릴 수밖에 없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이 박 전 회장에게 건넨 메모장의 내용 자체를 문제 삼았다. 메모장에 기재된 임직원 계정 정보 뒤에는 ‘퇴사자 임시’라는 내용이 덧붙어 있었다. 이는 BBQ 내부망에서만 확인 가능한 정보라는 점을 강조했다. 외부에서 추정이나 기억만으로 재구성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더 나아가 성명불상자가 BBQ 내부망에 관리자 권한으로 접속해 계정을 취득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를 유 정보팀장을 거쳐 박 전 회장에게 전달했다는 구체적 시나리오까지 제시했다. 재판부 역시 “기억과 추리로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떠올렸다는 설명은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며 검찰 주장에 일정 부분 무게를 싣는 듯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재판부는 “특정한 심증을 가진 것은 아니”라며 추가 심리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피고인 측은 거칠게 반격했다. 변호인은 검찰 주장을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bhc와 BBQ가 극도로 적대적인 관계였던 상황에서, bhc 소속 직원이 BBQ 내부 직원과 접촉해 계정 정보를 빼냈다는 가정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는 논리다. 나아가 검찰이 실제 내부망 침입을 입증하지 못한 채 추측만을 쌓고 있다고 공격했다. 6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에 리스크 추가 ‘BBQ 직원 ID·비밀번호 유출’ 둘러싼 공방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피고인 측은 기존 재판에서 채택된 증거와 증인 진술 전반에 대해 신빙성을 문제 삼으며, 데이터베이스(DB) 조작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사실상 1·2심은 물론 대법원 판단의 기초 자체를 뒤흔드는 주장이다. 확정 판결 이후 재판에서 “증거 자체가 위조됐다”는 취지의 주장을 반복하는 것은 법조계에서도 보기 드문 강수로 평가된다. 유 전 팀장은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근무하다가 bhc 매각과 함께 bhc 정보전략팀장으로 이직한 인물이다. 이후 그는 박 전 회장에게 BBQ 직원의 개인정보를 적은 쪽지를 전달했다. 개인정보가 유출된 인물은 BBQ 재무임원과 재무 실무진이다. 2021년 11월3일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열린 박 전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 관련 7차 공판에 유 전 팀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유 전 팀장은 박 회장에게 BBQ 직원의 개인정보를 건넨 이유에 대해 “박현종 회장이 국제상공회의소(ICC) 중재 소송 때문에 BBQ 직원들의 아이디만 필요하다고 했다”며 “해당 직원들의 개인정보가 업무 수첩에 적혀있어 이를 그대로 전달했다. 당시 위법성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박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BBQ 직원들의 개인정보와 비밀번호가 있으면 좋겠다’고 진술했다. 박 전 회장과 증인의 진술이 일치하지 않는 데 대해 묻는 검찰 질문에 유 전 팀장은 “박 전 회장의 진술은 모르겠고 아이디만 필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유 전 팀장은 BBQ와 bhc의 ICC 중재 소송에 대해 자세히 알지도 못하고 소송에 관여하지도 않았다고 증언했다. BBQ 직원들의 개인정보 취득 경위와 관련해서는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일할 당시 BBQ 재무임원이 그룹 전산망의 데이터가 다르다고 확인 문의가 왔다”며 “당시 물류 전산망이 바뀐 지 얼마 안 돼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아 문제 해결을 위해 임원에게 개인정보를 요청해 받은 뒤 이를 업무 수첩에 적은 이후 가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 전 팀장이 개인정보를 받았다고 지목한 BBQ 재무임원은 앞서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개인정보를 아무에게도 전달한 적 없다”며 “업무 처리도 유씨가 아닌 다른 직원과 했다”고 증언했다. 또한 검찰은 유 전 팀장이 그룹 전산망에 접근할 모든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내부 정보 취득 시점이… 유 전 팀장은 재무임원의 개인정보를 취득한 시점에 대해서도 그간 검찰 조사에서 했던 진술을 번복했다. 그는 2011년~2012년 즈음에서 2013년 1월로 시점을 바꿨다. 검찰은 증인에게 진술을 번복한 이유가 물류 전산망이 바뀐 시점으로 맞추기 위함이냐고 묻자 유 전 팀장은 “단순 착오”라고 답했다. 유 전 팀장은 bhc 직원으로 일할 당시 BBQ 퇴사자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알 수 있냐는 검찰 질문에 “자신이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일할 당시 퇴사자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다루는지 알고 있어 이를 바탕으로 추측해 박 회장에게 전달했다”고 답했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의 증언에 BBQ가 퇴사자에게 부여하는 임시 비밀번호를 줄 때 증인이 말한 방식을 쓴 것은 증인 퇴사 이후라고 지적했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이 박 전 회장에게 BBQ 전·현직 직원들의 정확한 개인정보를 전달할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 bhc가 BBQ의 데이터베이스(DB)를 모조리 빼내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박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BBQ 허락하에 BBQ DB를 모두 가져왔다”고 진술했다. 박 전 회장 진술 이외에 검찰 판단을 뒷받침하는 정황도 있다. 2013년 6월 말 bhc 매각 이후 bhc는 자체 전산망 구축을 위해 BBQ와 bhc 전산망 분리 작업이 필요했다. 그해 7월2일 외부 업체는 해당 작업이 최소 한달 이상 걸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유 전 팀장과 부하 직원 한 명, 그리고 한달 이상이 걸릴 것으로 판단했던 외부업체는 2013년 7월5일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불과 12시간 만에 BBQ로부터 분리된 bhc 전산망을 구축했다. 이와 관련해 유 전 팀장은 “bhc 직원이 100명 남짓에 불과해 수작업으로 데이터를 옮겨 가능했다”며 “BBQ DB는 가져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BBQ DB 관련 박 회장과 유씨의 진술이 배치되는 데 대해 유 전 팀장에게 묻자 “자신은 박 회장에게 BBQ DB를 가져왔다고 말한 적 없다”며 “박 회장이 검찰에서 왜 그리 말했는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다만 유 전 팀장은 노트북 하드 교체 관련 재판 과정에서도 말이 일치하지 않았다. 뻔히 보이는 해킹의 목적 첫 증언에서는 bhc 매각 시기인 2013년 이후 노트북 감가상각 5년을 계산해 2018년에 바꿨다고 했지만 이후 2017년으로 고쳤다. 기존 사건이 ‘불법 접속이 있었느냐’는 사실관계 다툼이었다면, 이번 후속 재판은 ‘그 사실을 둘러싸고 법정에서 거짓말이 있었느냐’는 문제로 이동했다. 그리고 그 거짓말이 조직적으로 이뤄졌는지 여부가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해 2월, 박 전 회장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박 전 회장이 BBQ 직원 계정을 정상적인 방법으로 취득할 수 없었고, 불법적 경로일 가능성을 인식했을 것으로 판단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는 무죄였지만, 정보통신망법 위반은 명확히 유죄로 못 박았다. 그러나 사건은 집행유예 판결로 끝나지 않았다. 검찰이 위증을 별도의 범죄로 끌어올린 이상, 수사는 ‘위증교사’를 밝히는 단계로 향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만약 법원이 관련자들의 위증을 인정할 경우, 그 진술을 누가, 어떤 방식으로 유도했는지가 핵심 수사 대상이 된다. 화살이 결국 박 전 회장을 향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위증교사는 기존 사건과는 별개의 범죄로, 추가 기소로 이어질 경우, 사법 리스크도 한층 더 커진다. 문제는 입증이다. 위증교사는 단순한 정황만으로는 성립하기 어렵다. 구체적인 지시나 교감, 사전 조율 정황이 확인돼야 한다. 하지만 검찰이 이미 “유리한 허위 증언 반복”이라는 판단을 내리고 고발까지 단행한 점을 감안하면, 단순한 가능성 제기를 넘어선 그림을 그리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BBQ 출신 정보전략팀장 진술 번복 검, 증인들 위증 혐의로 직접 고발 이 사건을 관통하는 또 하나의 축은 bhc와 BBQ 사이의 오랜 분쟁이다. 박 전 회장은 삼성전자와 삼성에버랜드에서 근무하다가 2012년 BBQ 글로벌 대표로 영입됐다. 이어 2013년 BBQ 자회사 bhc가 미국계 사모펀드에 팔린 뒤 bhc 대표로 옮겨가며 양사 갈등의 중심에 섰다. 2018년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 등과 함께 bhc를 사들여 오너 경영자가 된 동시에 각종 소송과 형사적 리스크의 한가운데에 서게 됐다. 이번 사건 역시 단순한 개인 비위가 아니라, 기업 간 치열한 법적 분쟁 속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점에서 무게가 다르다. 검찰에 의하면 박 전 회장은 2015년 7월3일 서울 송파구 신천동 bhc 본사에서 BBQ 직원 2명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무단 도용해 BBQ 전산망에 접속한 뒤 bhc와 BBQ가 연루된 국제 중재 소송 관련 자료들을 살펴봤다. 이로 인해 박 전 회장은 2020년 11월 재판에 넘겨졌다. 아울러 박 전 회장은 유 정보팀장으로부터 BBQ 직원 이메일 아이디, 비밀번호, 전산망 주소가 적힌 메모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 6월 1심 재판부는 박 전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인정해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입증이 부족하다며 무죄 판결을 내렸다. 사건은 항소심으로 넘어갔다. 항소심 3차 공판 때 검찰과 변호인은 파워포인트(PPT)를 통해 2시간 동안 치열한 공방을 펼쳤다. 먼저 의견 개진 기회를 얻은 변호인은 “BBQ가 여러 차례 박현종 회장을 영업비밀 침해 등의 이유로 고소했지만 계속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며 “그런데 검찰이 정보통신망법을 무리하게 적용해 박현종 회장을 기소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변호인은 “검찰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혐의를 입증한 것도 아니”며 “왜곡 가능성이 큰 간접 증거만 제시됐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박현종 회장은 2015년 7월3일 순댓국 프랜차이즈 인수 회의에 참석해 BBQ 전산망에 접속할 상황이 아니었다”고 부연했다. 반면 검찰은 “bhc가 2013년부터 BBQ 전산망에 무단 접속한 횟수가 236회에 달하지만 행위자가 드러나지 않아 기소하지 못했다”며 “박현종 회장은 무단 접속이 명백해 기소했다”고 반박했다. 지시했나 사면초가 검찰은 박 전 회장의 범행 동기에 대해 “2015년 BBQ 직원들이 박현종 회장이 bhc 매각을 총괄했다”는 진술서를 국제 중재 법원에 냈다. 국제 중재 소송에서 질 경우 지위가 불안정해질 수 있었던 박 전 회장은 “해당 진술서를 검토하고 반박해야만 했다”고 했다. 이어 “박현종 회장 휴대전화에서 BBQ 직원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적은 메모 사진이 나왔다. BBQ 전산망 접속 데이터 분석 결과, 박현종 회장이 BBQ 사내 메일을 포워딩(전달)한 개인 메일을 2년 만에 열람한 기록도 있다”며 혐의를 입증할 물적 증거가 많다고 했다. 검찰은 “2015년 7월3일 순댓국 프랜차이즈 인수 회의 참석자 2명은 박현종 회장을 회의에서 보지 못했다고 했다”며 박 전 회장의 알리바이를 부인하기도 했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