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 빠진 홍남기 인사청문회, 왜?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8.12.03 10:58:24
  • 호수 119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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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과의례? 송곳 검증은 없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국회는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를 앞두고 있다. 그런데 국회가 잠잠해도 너무 잠잠하다. 흠잡을 데 없는 후보자이기 때문일까.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걸까.
 

▲ 홍남기 경제부총리겸 기획재정부장관 후보자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이하 기재위)는 지난달 27일 전체회의를 열고 홍남기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실시계획서를 채택했다. 홍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오는 4일 열린다. 문재인 대통령이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의 후임으로 홍 후보자를 지명(지난달 9일)한 지 한 달여 만에 열리는 청문회다.

4일 열려

여야는 문재인정부의 소득주도성장·혁신성장·공정경제 등 3대 경제정책 기조에 대한 홍 후보자의 입장 등을 집중적으로 따질 것으로 보인다. 홍 후보자에 대한 검증이라기보다 문정부 정책에 대한 검증에 가깝다.

이번 인사청문회는 결격사유로 볼 만한 의혹이 없는 게 가장 큰 이유다. 홍 후보자에 대한 검증에 나서야 하지만 강한 한방의 의혹이 없다. ‘병역 면제’에 대한 의혹이 가장 큰 사안이다. 그는 행정고시에 합격해 공무원이 된 후 만성간염으로 현역 입영대상서 제외됐다.

검증이 꼭 필요한 부분이지만 홍 후보자를 낙마시키기에는 화력이 부족하다. 홍 후보자 역시 청문회 때 병역 면제 문제를 적극 설명하겠다고 나서 야당 입장에서는 맥이 빠지게 됐다.


야당 입장서 정책 검증은 차선책이다. 야당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힘들다. 정답이 없는 정책 분야서 송곳 검증은 힘들 수밖에 없다. 

그래서 야당은 정체성 검증을 예고했다. 이명박·박근혜정부서도 요직을 거친 홍 후보자가 어떤 정체성을 가졌는지 따져 묻겠다는 전략이다. ‘영혼 없는 공무원’이라는 프레임을 씌울 수 있다.

그러나 벌써부터 정체성 검증에 회의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 한 여당 관계자는 “홍 후보자는 ‘어공(어쩌다 공무원)’이 아니고 ‘늘공(늘 공무원)’”이라며 “정치적 중립 의무가 있는 공무원에게 정치적 정체성을 따져 묻는다는 것 자체가 어폐가 있는 말”이라고 전했다.

야당 내에서조차 정체성 검증은 무리한 전략이라는 말이 나온다.

한 야당 관계자는 “이명박·박근혜정부 인사가 문재인정부서도 중용되는 것을 두고 ‘너는 어느 쪽이냐’고 따져 묻겠다는 것인데, 잘못하면 자가당착에 빠질 수 있다”며 "공무원들의 반감을 살 수도 있는 부분”이라고 조심스러워 했다.

의혹 없는 ‘늘공’ 병역만 주목
“예산한다고…” 시간·인력 부족

홍 후보자에 대한 대외평가는 나쁘지 않다. 비교적 청렴하게 살아왔으며 자신이 맡은 일은 끝까지 묵묵하게 하는 ‘성실 그 자체’라는 평가다. 늘공으로서 본분에 충실한 삶을 살아왔다는 의미다.


홍 후보자를 검증하는 인력과 시간이 부족하다는 점도 야당 입장에서는 청문회 준비를 힘들게 하는 요소다. 한 야당 관계자는 “의원실 인력이 대부분 예산에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홍 후보자 청문회는 기재위서 열린다. 기재위는 지난달 14일 전체회의를 열어 통계청 예산을 제외한 기재위 소관 예산안서 기존 대비 1조원 이상 감액한 내용의 수정안을 의결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로 넘겼다. 통계청 예산에 대한 논의는 여야 간사들이 참여하는 협의체인 ‘소소위‘로 넘겨져 이어오고 있다. 

홍 후보자 지명부터 청문회까지의 기간(지난달 9일부터 오는 5일까지)과 예산안 제출 및 법정시한까지의 기간(8월부터 지난 2일까지)이 상당 부분 겹친다. 홍 후보자를 제대로 검증할 만한 시간과 인력이 부족한 셈이다. 청와대가 지난달 16일, 인사청문요청안을 국회에 제출했음에도 일정이 뒤늦게 확정된 이유도 국회가 예산 정국에 막혀 있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야당보다 오히려 시민단체서 홍 후보자를 벼르는 현상이 나타났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입장문을 통해 “전형적 관리형 관료 출신인 홍 후보자로부터 경제구조를 바꾸기 위한 개혁적인 정책이 나올 리가 없다”고 주장했다. 

참여연대는 지난달 27일 홍 후보자에게 정책질의서를 발송했다. 질의서에는 ▲규제완화 ▲재정확대 ▲종합부동산세, 주택임대소득과세, 금융소득종합과세 등 과세 강화에 대한 내용이 담겼다.

정치권은 무난한 통과가 예상된다는 게 중론이다. 위장전입, 병역기피, 세금 탈루, 부동산 투기, 논문 표절 등 그동안 청문회 인사들을 괴롭혔던 신상 문제가 거론조차 되지 않는 상황이다.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입장만이 유일한 암초다.

이슈 없어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홍 후보자의 답변은 전임자인 김동연 경제부총리의 답변과 비교될 전망이다. 앞서 김 부총리는 지난해 6월7일 청문회서 소득주도성장에 대해 질문을 받자 혁신성장을 함께 강조하고 나섰다. 당시 기재부 출신인 김광림·이종구·추경호 의원 등 자유한국당 측은 ‘소신 부총리‘라며 그를 치켜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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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