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서 빠진 복지 사각지대
예산서 빠진 복지 사각지대
  • 김정수 기자
  • 승인 2018.12.04 09:17
  • 호수 11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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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국회’ 외면받은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여느 때와 다름없이 꼬였다. 예산정국을 관통하고 있는 국회는 파행을 맞았다. 여야는 대치 국면서 쉽사리 빠져나오지 못했다. 예산이 적재적소에 편성될 수 있을지 우려가 제기됐다. 주목받는 영역은 복지 분야. 정부 예산안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만큼 국회 안팎에선 다양한 파열음이 발생했다. 연이은 파행으로 협의 시간이 줄어든 만큼 국회는 이를 온전히 소화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제대로 된 심사 역시 있다고 보기 어렵다.
 

▲ 논의 중인 예산결산특위 소소위 위원들
▲ 논의 중인 예산결산특위 소소위 위원들

정부 예산안을 두고 여야 갈등은 극에 달했다. 예산정국은 일찍부터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점쳐졌다. 470조원 ‘슈퍼예산’이 발표된 지난 8월부터 여야의 대립이 예고됐다. 지난달 문재인 대통령의 ‘2019 예산안 시정연설’은 결정적이었다. 여당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담은 예산”이라고 호평한 반면 야당은 “경제 현실과 민심서 동떨어진 시정연설” “자화자찬과 변명”이라며 혹평했다. 본격적인 예산 갈등의 서막을 예고한 셈이다.

갈등만

여야 갈등의 절정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이하 예결위) 예산안조정소위원회(이하 예산안조정소위)의 파행이었다. 파행은 사흘간 이어졌다. 정부 예산 가운데 4조원의 세수결손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하 바미당)은 예산심사 자체를 거부했다.

한국당 소속 예결위 의원들은 지난달 26일 “유류세 인하 등으로 인한 세수결손 4조원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국민들께 밝혀주시길 바란다”며 정부의 대책 보고가 없을 시 예산심사를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예결위 한국당 장제원 간사는 “한국당이 아무리 논리적인 문제점을 지적해도 모르쇠로 일관한다”며 “합리적인 조정방안을 제시해도 한 푼도 삭감할 수 없다며 앵무새처럼 보류만을 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바미당도 동일한 맥락을 유지했다. 예결위 바미당 이혜훈 간사도 같은 날 “알파부터 오메가까지 모든 책임은 정부에게 있다”며 “정부가 4조원에 달하는 예산을 어떻게 메꿀 것인지 안을 만들어서 가져와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야당의 이 같은 반응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유감을 나타냈다. 예결위 민주당 조정식 간사는 같은 날 “한국당은 기획재정부가 세입변동에 대한 정부 입장을 내놓지 않는다는 것을 핑계로 소위심사를 거부했다”며 “도저히 이해하지 못할 상황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예산 법정시한이 얼마 남지 않은 때 발생한 파행이었다. 예산안에 대한 ‘졸속심사’ 우려가 제기됐다. 예결특위 예산안조정소위에서 합의하지 못한 예산안은 국회 예산안등조정소위원회 보류안건심사 소위원회(이하 소소위)로 넘어간다.

소소위에선 속기록도 없고 언론 취재도 허용되지 않는다. 예산안 처리에 속도를 낼 수 있지만 ‘깜깜이 심사’ ‘밀실 심사’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는 지난달 29일 “12월2일은 헌법에 규정된 예산 통과 법정기일”이라며 “깜깜이 밀실 심사로 졸속·부실·나눠먹기 비판을 얼마나 많이 받았나. 반복돼선 안 된다”고 밝혔다.

거듭된 파행… 졸속 심사 불가피
적재적소 예산 편성? 기대 어려워

예산안조정소위는 지난달 28일 속개됐다. 다만 예산안이 처리돼도 신뢰가 따르기 어렵다. 예산 파행이 반복되면서 제대로 된 심사를 기대하기 어려워서다. 법정 시한에 가까워지면서 시간에 쫓겨 예산안을 처리할 가능성이 높아졌고, 국회는 또 다시 예산 시한을 넘겼다. 결국 예산이 적재적소에 자리 잡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이러한 연유로 국회 밖에선 예산안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그 중 복지 분야와 관련된 목소리가 이목을 끌었다. 470조 정부 예산안 중 보건·복지 분야가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지난달 27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애등급제 폐지를 앞두고 장애인 예산을 확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애인단체들은 예산이 충분하지 않다며 지난 10월26일부터 무기한 농성에 들어간 바 있다. 이들은 “이번 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예결위서 장애인 예산을 적극적으로 반영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장애등급제의 ‘진짜’ 폐지를 주장하면서 몸에 사다리와 쇠사슬을 걸기도 했다.   

장애인 부모 단체는 같은 날 발달장애인 관련 예산 증액을 촉구하면서 국회로 기습 진입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는 이날 국회의사당 본청 앞에서 ‘발달장애인 생애주기별 종합대책’ 예산 증액을 주장했다. 이들 중 몇몇은 국회 로텐더홀 진입을 시도하면서 국회 경비대 등과 충돌하기도 했다. 일부는 로텐더홀에 진입해 농성을 벌이다 끌려나왔다.

윤종술 장애인부모연대 회장은 이날 “발달장애인 가족의 양육 부담을 해소하기 위해 주간활동서비스 도입을 골자로 한 발달장애인 생애주기별 종합대책이 발표됐지만 실효성을 확보하려면 충분한 예산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정부 예산으로 전체 발달장애 성인의 1%만 낮 시간 돌봄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장애인 단체들의 시위는 여야 갈등으로 국회 예산심사가 이틀째 멈춰있던 때 발생했다. 시위가 있던 날 한국당 장제원 의원은 정부의 4조원 세수결손 문제를 언급하며 협의 도중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적절한 예산안 심사가 이뤄지지 못하면서 피해는 복지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취약계층에게 돌아가는 형국이다. 

한국당 송언석 의원의 발언은 복지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이들을 더욱 참담하게 했다. 송 의원은 한 부모가정에 지원될 돌봄서비스 예산의 전액 삭감을 주장했다. 김용진 기재부 제2차관은 “저희 직원들이 시설을 방문해 보면 공통적인 현상이 있다. 한 부모 시설에 있던 아이가 나중에 고아원으로 가게 되는 것”이라며 울먹이기까지 했다. 그러나 송 의원은 “감성적인 부분으로 들어가는 것은 차후에 영향을 미친다”며 동요하지 않았다.

이 가운데 송 의원의 돌봄서비스 예산 삭감을 비판하는 글이 인터넷에 게재돼 화제가 됐다. 이어 송 의원이 지난 8월 자신의 지역구 주요 사업 추진을 위한 국비 827억원을 확보했다며 홍보한 사실이 밝혀졌다. 송 의원은 여론의 거센 비판을 받았다. 송 의원은 “한 부모가족 복지시설 지원 사업 예산 삭감과 관련해 상처받은 분들에게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한국당은 관련 예산 전액삭감 주장을 철회할 것으로 전해졌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는 송 의원이 예산을 삭감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8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한국당이 정부 정책의 발목을 잡아야 되는데, 그중에서도 일자리 예산을 깎아서 고용문제를 악화시키는 방향으로 가야 된다는 작전이 있다”고 말했다.

고개 숙여

이 대표는 “일자리 예산의 일환으로 한 부모가족의 돌보미 예산도 하나의 일자리로 보는 것”이라며 “저간의 사정을 알지도 못하고 ‘일단 일자리니까 잘라’라고 접근했다는 이야기가 있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한 부모가족 돌보미는 안 보고 일자리만 본 것”이라며 “도대체 일을 어떻게 하는지 모를 일”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