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서 빠진 복지 사각지대

‘대충 국회’ 외면받은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여느 때와 다름없이 꼬였다. 예산정국을 관통하고 있는 국회는 파행을 맞았다. 여야는 대치 국면서 쉽사리 빠져나오지 못했다. 예산이 적재적소에 편성될 수 있을지 우려가 제기됐다. 주목받는 영역은 복지 분야. 정부 예산안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만큼 국회 안팎에선 다양한 파열음이 발생했다. 연이은 파행으로 협의 시간이 줄어든 만큼 국회는 이를 온전히 소화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제대로 된 심사 역시 있다고 보기 어렵다.
 

▲ 논의 중인 예산결산특위 소소위 위원들

정부 예산안을 두고 여야 갈등은 극에 달했다. 예산정국은 일찍부터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점쳐졌다. 470조원 ‘슈퍼예산’이 발표된 지난 8월부터 여야의 대립이 예고됐다. 지난달 문재인 대통령의 ‘2019 예산안 시정연설’은 결정적이었다. 여당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담은 예산”이라고 호평한 반면 야당은 “경제 현실과 민심서 동떨어진 시정연설” “자화자찬과 변명”이라며 혹평했다. 본격적인 예산 갈등의 서막을 예고한 셈이다.

갈등만

여야 갈등의 절정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이하 예결위) 예산안조정소위원회(이하 예산안조정소위)의 파행이었다. 파행은 사흘간 이어졌다. 정부 예산 가운데 4조원의 세수결손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하 바미당)은 예산심사 자체를 거부했다.

한국당 소속 예결위 의원들은 지난달 26일 “유류세 인하 등으로 인한 세수결손 4조원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국민들께 밝혀주시길 바란다”며 정부의 대책 보고가 없을 시 예산심사를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예결위 한국당 장제원 간사는 “한국당이 아무리 논리적인 문제점을 지적해도 모르쇠로 일관한다”며 “합리적인 조정방안을 제시해도 한 푼도 삭감할 수 없다며 앵무새처럼 보류만을 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바미당도 동일한 맥락을 유지했다. 예결위 바미당 이혜훈 간사도 같은 날 “알파부터 오메가까지 모든 책임은 정부에게 있다”며 “정부가 4조원에 달하는 예산을 어떻게 메꿀 것인지 안을 만들어서 가져와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야당의 이 같은 반응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유감을 나타냈다. 예결위 민주당 조정식 간사는 같은 날 “한국당은 기획재정부가 세입변동에 대한 정부 입장을 내놓지 않는다는 것을 핑계로 소위심사를 거부했다”며 “도저히 이해하지 못할 상황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예산 법정시한이 얼마 남지 않은 때 발생한 파행이었다. 예산안에 대한 ‘졸속심사’ 우려가 제기됐다. 예결특위 예산안조정소위에서 합의하지 못한 예산안은 국회 예산안등조정소위원회 보류안건심사 소위원회(이하 소소위)로 넘어간다.

소소위에선 속기록도 없고 언론 취재도 허용되지 않는다. 예산안 처리에 속도를 낼 수 있지만 ‘깜깜이 심사’ ‘밀실 심사’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는 지난달 29일 “12월2일은 헌법에 규정된 예산 통과 법정기일”이라며 “깜깜이 밀실 심사로 졸속·부실·나눠먹기 비판을 얼마나 많이 받았나. 반복돼선 안 된다”고 밝혔다.

거듭된 파행… 졸속 심사 불가피
적재적소 예산 편성? 기대 어려워

예산안조정소위는 지난달 28일 속개됐다. 다만 예산안이 처리돼도 신뢰가 따르기 어렵다. 예산 파행이 반복되면서 제대로 된 심사를 기대하기 어려워서다. 법정 시한에 가까워지면서 시간에 쫓겨 예산안을 처리할 가능성이 높아졌고, 국회는 또 다시 예산 시한을 넘겼다. 결국 예산이 적재적소에 자리 잡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이러한 연유로 국회 밖에선 예산안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그 중 복지 분야와 관련된 목소리가 이목을 끌었다. 470조 정부 예산안 중 보건·복지 분야가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지난달 27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애등급제 폐지를 앞두고 장애인 예산을 확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애인단체들은 예산이 충분하지 않다며 지난 10월26일부터 무기한 농성에 들어간 바 있다. 이들은 “이번 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예결위서 장애인 예산을 적극적으로 반영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장애등급제의 ‘진짜’ 폐지를 주장하면서 몸에 사다리와 쇠사슬을 걸기도 했다.   

장애인 부모 단체는 같은 날 발달장애인 관련 예산 증액을 촉구하면서 국회로 기습 진입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는 이날 국회의사당 본청 앞에서 ‘발달장애인 생애주기별 종합대책’ 예산 증액을 주장했다. 이들 중 몇몇은 국회 로텐더홀 진입을 시도하면서 국회 경비대 등과 충돌하기도 했다. 일부는 로텐더홀에 진입해 농성을 벌이다 끌려나왔다.

윤종술 장애인부모연대 회장은 이날 “발달장애인 가족의 양육 부담을 해소하기 위해 주간활동서비스 도입을 골자로 한 발달장애인 생애주기별 종합대책이 발표됐지만 실효성을 확보하려면 충분한 예산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정부 예산으로 전체 발달장애 성인의 1%만 낮 시간 돌봄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장애인 단체들의 시위는 여야 갈등으로 국회 예산심사가 이틀째 멈춰있던 때 발생했다. 시위가 있던 날 한국당 장제원 의원은 정부의 4조원 세수결손 문제를 언급하며 협의 도중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적절한 예산안 심사가 이뤄지지 못하면서 피해는 복지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취약계층에게 돌아가는 형국이다. 

한국당 송언석 의원의 발언은 복지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이들을 더욱 참담하게 했다. 송 의원은 한 부모가정에 지원될 돌봄서비스 예산의 전액 삭감을 주장했다. 김용진 기재부 제2차관은 “저희 직원들이 시설을 방문해 보면 공통적인 현상이 있다. 한 부모 시설에 있던 아이가 나중에 고아원으로 가게 되는 것”이라며 울먹이기까지 했다. 그러나 송 의원은 “감성적인 부분으로 들어가는 것은 차후에 영향을 미친다”며 동요하지 않았다.

이 가운데 송 의원의 돌봄서비스 예산 삭감을 비판하는 글이 인터넷에 게재돼 화제가 됐다. 이어 송 의원이 지난 8월 자신의 지역구 주요 사업 추진을 위한 국비 827억원을 확보했다며 홍보한 사실이 밝혀졌다. 송 의원은 여론의 거센 비판을 받았다. 송 의원은 “한 부모가족 복지시설 지원 사업 예산 삭감과 관련해 상처받은 분들에게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한국당은 관련 예산 전액삭감 주장을 철회할 것으로 전해졌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는 송 의원이 예산을 삭감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8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한국당이 정부 정책의 발목을 잡아야 되는데, 그중에서도 일자리 예산을 깎아서 고용문제를 악화시키는 방향으로 가야 된다는 작전이 있다”고 말했다.

고개 숙여

이 대표는 “일자리 예산의 일환으로 한 부모가족의 돌보미 예산도 하나의 일자리로 보는 것”이라며 “저간의 사정을 알지도 못하고 ‘일단 일자리니까 잘라’라고 접근했다는 이야기가 있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한 부모가족 돌보미는 안 보고 일자리만 본 것”이라며 “도대체 일을 어떻게 하는지 모를 일”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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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