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서 빠진 복지 사각지대

‘대충 국회’ 외면받은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여느 때와 다름없이 꼬였다. 예산정국을 관통하고 있는 국회는 파행을 맞았다. 여야는 대치 국면서 쉽사리 빠져나오지 못했다. 예산이 적재적소에 편성될 수 있을지 우려가 제기됐다. 주목받는 영역은 복지 분야. 정부 예산안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만큼 국회 안팎에선 다양한 파열음이 발생했다. 연이은 파행으로 협의 시간이 줄어든 만큼 국회는 이를 온전히 소화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제대로 된 심사 역시 있다고 보기 어렵다.
 

▲ 논의 중인 예산결산특위 소소위 위원들

정부 예산안을 두고 여야 갈등은 극에 달했다. 예산정국은 일찍부터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점쳐졌다. 470조원 ‘슈퍼예산’이 발표된 지난 8월부터 여야의 대립이 예고됐다. 지난달 문재인 대통령의 ‘2019 예산안 시정연설’은 결정적이었다. 여당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담은 예산”이라고 호평한 반면 야당은 “경제 현실과 민심서 동떨어진 시정연설” “자화자찬과 변명”이라며 혹평했다. 본격적인 예산 갈등의 서막을 예고한 셈이다.

갈등만

여야 갈등의 절정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이하 예결위) 예산안조정소위원회(이하 예산안조정소위)의 파행이었다. 파행은 사흘간 이어졌다. 정부 예산 가운데 4조원의 세수결손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하 바미당)은 예산심사 자체를 거부했다.

한국당 소속 예결위 의원들은 지난달 26일 “유류세 인하 등으로 인한 세수결손 4조원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국민들께 밝혀주시길 바란다”며 정부의 대책 보고가 없을 시 예산심사를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예결위 한국당 장제원 간사는 “한국당이 아무리 논리적인 문제점을 지적해도 모르쇠로 일관한다”며 “합리적인 조정방안을 제시해도 한 푼도 삭감할 수 없다며 앵무새처럼 보류만을 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바미당도 동일한 맥락을 유지했다. 예결위 바미당 이혜훈 간사도 같은 날 “알파부터 오메가까지 모든 책임은 정부에게 있다”며 “정부가 4조원에 달하는 예산을 어떻게 메꿀 것인지 안을 만들어서 가져와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야당의 이 같은 반응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유감을 나타냈다. 예결위 민주당 조정식 간사는 같은 날 “한국당은 기획재정부가 세입변동에 대한 정부 입장을 내놓지 않는다는 것을 핑계로 소위심사를 거부했다”며 “도저히 이해하지 못할 상황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예산 법정시한이 얼마 남지 않은 때 발생한 파행이었다. 예산안에 대한 ‘졸속심사’ 우려가 제기됐다. 예결특위 예산안조정소위에서 합의하지 못한 예산안은 국회 예산안등조정소위원회 보류안건심사 소위원회(이하 소소위)로 넘어간다.

소소위에선 속기록도 없고 언론 취재도 허용되지 않는다. 예산안 처리에 속도를 낼 수 있지만 ‘깜깜이 심사’ ‘밀실 심사’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는 지난달 29일 “12월2일은 헌법에 규정된 예산 통과 법정기일”이라며 “깜깜이 밀실 심사로 졸속·부실·나눠먹기 비판을 얼마나 많이 받았나. 반복돼선 안 된다”고 밝혔다.

거듭된 파행… 졸속 심사 불가피
적재적소 예산 편성? 기대 어려워

예산안조정소위는 지난달 28일 속개됐다. 다만 예산안이 처리돼도 신뢰가 따르기 어렵다. 예산 파행이 반복되면서 제대로 된 심사를 기대하기 어려워서다. 법정 시한에 가까워지면서 시간에 쫓겨 예산안을 처리할 가능성이 높아졌고, 국회는 또 다시 예산 시한을 넘겼다. 결국 예산이 적재적소에 자리 잡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이러한 연유로 국회 밖에선 예산안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그 중 복지 분야와 관련된 목소리가 이목을 끌었다. 470조 정부 예산안 중 보건·복지 분야가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지난달 27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애등급제 폐지를 앞두고 장애인 예산을 확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애인단체들은 예산이 충분하지 않다며 지난 10월26일부터 무기한 농성에 들어간 바 있다. 이들은 “이번 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예결위서 장애인 예산을 적극적으로 반영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장애등급제의 ‘진짜’ 폐지를 주장하면서 몸에 사다리와 쇠사슬을 걸기도 했다.   

장애인 부모 단체는 같은 날 발달장애인 관련 예산 증액을 촉구하면서 국회로 기습 진입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는 이날 국회의사당 본청 앞에서 ‘발달장애인 생애주기별 종합대책’ 예산 증액을 주장했다. 이들 중 몇몇은 국회 로텐더홀 진입을 시도하면서 국회 경비대 등과 충돌하기도 했다. 일부는 로텐더홀에 진입해 농성을 벌이다 끌려나왔다.

윤종술 장애인부모연대 회장은 이날 “발달장애인 가족의 양육 부담을 해소하기 위해 주간활동서비스 도입을 골자로 한 발달장애인 생애주기별 종합대책이 발표됐지만 실효성을 확보하려면 충분한 예산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정부 예산으로 전체 발달장애 성인의 1%만 낮 시간 돌봄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장애인 단체들의 시위는 여야 갈등으로 국회 예산심사가 이틀째 멈춰있던 때 발생했다. 시위가 있던 날 한국당 장제원 의원은 정부의 4조원 세수결손 문제를 언급하며 협의 도중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적절한 예산안 심사가 이뤄지지 못하면서 피해는 복지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취약계층에게 돌아가는 형국이다. 

한국당 송언석 의원의 발언은 복지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이들을 더욱 참담하게 했다. 송 의원은 한 부모가정에 지원될 돌봄서비스 예산의 전액 삭감을 주장했다. 김용진 기재부 제2차관은 “저희 직원들이 시설을 방문해 보면 공통적인 현상이 있다. 한 부모 시설에 있던 아이가 나중에 고아원으로 가게 되는 것”이라며 울먹이기까지 했다. 그러나 송 의원은 “감성적인 부분으로 들어가는 것은 차후에 영향을 미친다”며 동요하지 않았다.

이 가운데 송 의원의 돌봄서비스 예산 삭감을 비판하는 글이 인터넷에 게재돼 화제가 됐다. 이어 송 의원이 지난 8월 자신의 지역구 주요 사업 추진을 위한 국비 827억원을 확보했다며 홍보한 사실이 밝혀졌다. 송 의원은 여론의 거센 비판을 받았다. 송 의원은 “한 부모가족 복지시설 지원 사업 예산 삭감과 관련해 상처받은 분들에게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한국당은 관련 예산 전액삭감 주장을 철회할 것으로 전해졌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는 송 의원이 예산을 삭감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8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한국당이 정부 정책의 발목을 잡아야 되는데, 그중에서도 일자리 예산을 깎아서 고용문제를 악화시키는 방향으로 가야 된다는 작전이 있다”고 말했다.

고개 숙여

이 대표는 “일자리 예산의 일환으로 한 부모가족의 돌보미 예산도 하나의 일자리로 보는 것”이라며 “저간의 사정을 알지도 못하고 ‘일단 일자리니까 잘라’라고 접근했다는 이야기가 있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한 부모가족 돌보미는 안 보고 일자리만 본 것”이라며 “도대체 일을 어떻게 하는지 모를 일”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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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