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연말인데…’ 마음 급한 야3당 속사정

'손에 든 패' 모두가 알고 있는데…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야3당의 마음이 급하다. 선거제 개혁을 밀어붙이고 있지만 거대 양당은 소극적이다. 공식 논의기구인 정개특위 활동기한은 이번 달 종료된다. 야3당이 현행 선거제로 총선을 치른다면 타격이 클 것으로 보인다. 선거제 개편 여부에 따라 정계개편이 시작될 공산이 크다. 때맞춰 정계개편 시나리오가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다. 일각에선 당의 존폐를 언급하기도 한다.
 

▲ 연동형비례대표제 도입 촉구 집회 갖는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의원들

바른미래당(이하 바미당)과 민주평화당(이하 평화당), 정의당은 선거제 개혁에 가장 적극적이다. 각 당의 수장들이 전면에 나섰다. 바미당 손학규 대표와 평화당 정동영 대표는 취임과 동시에 선거제 개혁 카드를 꺼내들었다. 정의당 역시 일관된 주장을 펼쳤다. 야3당은 지난 10월부터 공조 체제를 본격적으로 구성했다. 이들은 선거제 개혁을 위한 공동기자회견과 행사에 참여, 군불을 지폈다. 최근 야3당은 거대 양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을 거세게 압박하며 선거제 이슈를 중앙에 안착시켰다.

선거 개혁
중앙 이슈

야3당이 선거제 개혁에 적극적인 까닭은 다가오는 2020년 총선과 맞닿아 있다. 현행 선거제로 총선을 치르는 건 야3당 모두에게 부담이다. 최근까지의 정당 지지율은 차기 총선 이후 바미당과 평화당의 존립 가능성에 물음표를 찍게 한다. 정의당은 한때 한국당을 제치고 창당 이래 지지율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교섭단체 형성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CBS 의뢰로 지난달 19∼23일 진행하고 23일 발표한 주간통계표에 따르면 바미당의 지지율은 6.0%, 평화당은 2.2%를 기록했다. 정의당은 8.8%였다. 바미당은 전 주 대비 0.2%p 소폭 상승했고, 평화당과 정의당은 각각 0.2%p, 0.6%p씩 소폭 하락했다. 민주당이 39.2%, 한국당이 22.9%를 기록한 데 비해 상당히 낮은 수치다. 현행 소선거구제로 21대 총선이 실시된다면 양당 체제가 고착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번 여론조사는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2505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응답률은 7.9%다. 이번 조사는 무선 전화면접(10%), 무선(70%)·유선(20%) 자동응답 혼용 방법과 무선(80%)·유선(20%) 병행 무작위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됐다. 통계보정은 2018년 7월 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기준으로 성, 연령, 권역별 가중치 부여 방식으로 이뤄졌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 ±2.0%p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

야3당은 지난달 25일 국회 정론관서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촉구했다. 이날 바미당에선 손 대표와 김관영 원내대표, 평화당에선 정 대표와 장병완 원내대표, 정의당에선 이 대표와 추혜선 원내수석부대표 등이 참석했다. 사실상 각 당 투톱이 모두 전면에 나선 셈이다.

야3당 투톱들은 “정기국회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완수할 것”이라며 “민주당과 한국당의 결단을 촉구한다”고 공표했다. 이어 “민주당과 한국당의 결단만 있다면 내일이라도 정치개혁특별위원회(이하 정개특위)가 선거제도 합의안을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선거제 타령…정개특위 종료 임박
권역별-연동형 여야 치열한 기싸움

이들이 주장하는 선거제 개혁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한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란 정당 득표율대로 의석 수를 배분하는 제도다. 득표율에 비해 지역구 의석이 적다면 비례대표로 나머지 의석을 채우게 된다.

예를 들어 한 정당이 정당득표율 10%를 기록했다면 총 10석의 의석을 가져간다. 해당 정당이 지역구서 1석을 가져갔다면 나머지 9석은 비례대표로 채워야 한다. 야3당은 이를 ‘민심 그대로의 선거’라고 주장한다. 사표를 방지하는 데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현행 선거제도와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대목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된다면 소수정당의 의석 수는 가시적으로 증가한다. 반면 거대정당의 의석 수는 상대적으로 줄어든다. 민주당과 한국당이 소극적인 까닭이다.

민주당의 경우 현행 소선거구제가 유리하다. 민주당의 정당 지지율은 여타 정당에 비해 압도적이다. 민주당이 현행 선거제로 총선을 치른다면 과반의석 확보가 가능하다. 반면 야3당이 주장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차기 총선서 실시될 경우 과반의석 확보는 어려워진다.
 

▲ 심상정 정치개혁특별위원장

야3당은 문재인 대통령을 상대로 ‘담판’을 요구했다. 이들은 이날 공동기자회견서 “문 대통령에게 선거제도 개혁을 위한 ‘대통령과 5당 대표의 담판회동’을 긴급 요청한다”며 압박했다. 야3당이 대통령을 지목한 것은 문 대통령의 대선공약에 기인한다. 문 대통령은 지난 대선 당시 ‘권역별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를 약속했다.

민·한 소극적
“대통령 나와라”

권역별 비례대표제란 비례대표 후보를 권역별로 배정해 정당 득표율에 따라 의석을 배분하는 것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지난 2015년 2월 국회에 제출한 정치관계법 개정의견 중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에 따르면 ▲서울 ▲인천·경기·강원 ▲부산·울산·경남 ▲대구·경북 ▲광주·전북·전남·제주 ▲대전·세종·충북·충남 등 전국을 6개 권역으로 인구 비례에 따라 나눈다. 이후 각 권역별 정당 득표율에 따라 의석을 나누는 것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권역을 나누지 않고 순수한 정당 지지율에 따라 의석 수를 배분하는 것이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지난달 23일 국회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서 “그동안 민주당 공약은 권역별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라고 밝혔다. 이 대표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라는 것은 연계시킨다는 뜻이지 독자적인 하나의 법칙을 갖는 것은 아니다”라며 “우리가 대통령 국정과제서도 권역별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를 도입한다고 했고, 20대 총선서도 권역별 정당명부 비례대표제와 석패율제를 도입한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정의당은 즉각 반발했다. 정의당 정호진 대변인은 지난달 26일 “야당들의 주장은 다른 것이 아니다”라며 “득표율과 의석 수가 일치하는 선거제도 도입을 통해 민의를 정확히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변인은 “가장 합당한 선거제도가 독일식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를 기초로 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라고 덧붙였다. 

당 대표 취임 이후 연일 선거제 개혁을 내걸고 있는 정 대표 역시 날을 세웠다. 정 대표는 지난달 28일 국회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서 “중앙선관위가 독일식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국회에 제안했을 때 환호했던 정당이 바로 민주당”이라며 “이를 말을 바꿔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아니라 권역별 비례대표제라고 하면서 중앙선관위 제출안과 민주당 입장이 다르다는 것은 국민 기만”이라고 쏘아붙였다.   

정 대표는 지난달 27일 YTN라디오 <김호성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여당을 강하게 압박했다.

정 대표는 “지난 9월19일 문 대통령의 능라도 연설 이후 호텔로 돌아와 (민주당)이 대표와 (정의당)이 대표와 함께 셋이 평양소주를 한잔했다”며 “그때 (민주당) 이 대표가 ‘선거제도를 바꾸면 우리가 의석을 많이 손해 본다. 하지만 한국사회 개혁을 위해서 하자’고 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는 “이제 와서 당내서 반발이 있고 계산해보니 좀 손해 본다고 말을 바꾸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야권이 여당을 압박하면서 사실상 문 대통령에게 직접적인 언급을 요구한 셈이다. 여야 간 선거제 공방이 치열하던 당시 문 대통령은 G20 정상회의 참석 차 출국한 상태였다. 문 대통령이 귀국 이후 따로 입장을 발표할지 주목되는 대목이다. 

한국당 역시 민주당과 입장이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달 26일 기자들과 만나 ‘선거제 개편에 소극적’이라는 지적에 “우리는 우리대로 안을 내겠지만 여당도 확고한 안을 내줘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김 비대위원장은 “여당도 분명한 얘기를 하지 않는다”며 한 발 물러섰다.

한국당 일각에선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아닌 중대선거구제를 주목한다. 중대선거구제란 한 선거구에 2∼4인의 대표를 뽑는 것을 뜻한다. 정치권 관계자는 “선거서 1위를 확신하기 어렵지만 2위는 확신할 수 있다는 속내”라며 “어떻게든 국회의원 자리를 지켜내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실행에 따른 의원정수 확대 문제도 복병이다. 여론은 비례성을 확대하는 선거제 개편에는 찬성하지만 국회의원 정수 증원에는 반대 입장이 분명하다.

비례성 확대에 따라 국회의원 정수를 늘리는 것은 불가피하다. 득표율만큼 의석 수를 가져가기 때문에 현행 300석을 넘게 된다. 문제는 여론이다. 여당은 선거제 개혁에 따른 국회의원 증원으로 여론의 역풍서 자유로울 수 없다. 야당은 여론이 원하고 있는 선거제 개혁에 동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여야가 선거제 개혁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다.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지난달 7일 진행해 같은 날 발표한 ‘국회의원 선거제도 개혁에 대한 국민여론’에 따르면 ‘비례성 확대’ 국회의원 선거제도 개혁에 대한 찬성이 58.2%로 가장 높았다. 반대는 21.8%, 모름·무응답은 20.0%를 기록했다. 지역별로 진행된 조사에 따르면 전 지역서 찬성이 반대보다 높았다. 모든 연령대서도 마찬가지였다.

제각각 해석
갈등에 기름

다만 비례성 확대에 따른 국회의원 정수 확대엔 반대가 압도적이었다. ‘선거제도 개혁 목적’ ‘세비·특권 대폭 감축’이란 전제가 붙었지만 반감은 가시적이었다. 찬성은 34.1%를 기록한 반면 반대는 59.9%였다. 모름·무응답은 6.0%에 불과했다. 지역별 조사에서도 반대가 찬성보다 많았다. 다만 서울의 경우는 찬성 43.4%에 반대 43.5%로 팽팽했다. 연령대별 조사 역시 반대가 찬성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30대의 경우, 찬성 44.7%에 반대 44.8%였다.

이번 여론조사는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502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응답률은 6.8%다. 이번 조사는 무선(80%)·유선(20%) 자동응답 방식과 무선(80%)·유선(20%) 병행 무작위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됐다. 통계보정은 지난 7월 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기준 성별, 연령, 권역별 사후 가중 방식으로 이뤄졌다. 표본오차는 95%신뢰수준 ±4.4%p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
 

▲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기득권 양당 문제를 제기하며 연동형 비례제 도입을 촉구하고 있는 야3당 대표 및 의원들

선거제 개혁을 논의 중인 정치개혁특별위원회(이하 정개특위)는 감감무소식이다. 정개특위 소속 위원들의 당론이 반영되는 만큼 여야의 입장차는 쉽사리 좁혀지지 않고 있다.

정개특위는 민주당 8명, 한국당 6명, 바른미래당과 비교섭단체가 각각 2명으로 구성됐다. 민주당과 한국당이 반대한다면 합의 자체가 불가능하다. 또 정개특위의 시한이 연장되지 않는다면 활동기한은 이번 달 말까지다. 공식 기구의 활동이 이번 달 종료돼 선거제 개혁의 바퀴 한쪽이 빠지게 되는 셈이다. 

급기야 야3당은 벼랑 끝 전술을 펼치기도 했다. 야3당은 선거제 개혁과 예산안 처리 연계를 시사하며 여당을 강하게 압박했다. 여당이 크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대치 국면이 형성되기도 했다. 

거대 양당 소극적 태도에 예산안 무리수
이대로 총선 치른다면…정계개편 가동? 

야3당의 공동기자회견이 있던 날 장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야3당이 빠지고 151석을 채울 방법을 찾을 수 있겠느냐”며 “예산안이 정부·여당이 원하는 대로 처리될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예산안 합의 불발 시 본회의 직권상정을 위해선 의석 과반수가 필요하다. 장 원내대표는 이 점을 지적한 것이다. 

민주당은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는 다음 날 “예산은 헌법에 정해진 법정 기한이 있는 것이고, 선거법은 각 당의 내부적 논의나 국민적 의견을 수렴하는 여러 가지 절차가 있다”고 반박했다. 오히려 여야 간 감정의 골이 깊어진 것이다. 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야3당 입장서 선거구제 개편은 상당히 절실하고 절박하다. 예산안과 연계한 심의가 무리한 주장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온도차를 보였다.

선거제 개편이 무산된다면 국회 안에선 제각각 ‘정치셈법’을 따질 전망이다. 현행 소선거구제로 2020년 총선을 맞이한다면 정계개편이 불가피하다는 해석이다. 정치권 안팎에선 선거제 개혁 불발 시 바미당과 평화당 소속 의원들의 움직임에 주목하고 있다.

바미당은 당내 노선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일례로 손 대표와 바미당 이언주 의원은 ‘정체성’을 두고 공개적으로 한 차례 설전을 치렀다. 평화당에선 소속 의원들의 탈당설이 불거진 바 있다. 김경진·이용주 의원이 그 중심에 있다. 이 의원은 선거제 개편 여부에 따라 탈당 논의가 가시화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의원에 따르면 김 의원 역시 같은 맥락인 것으로 전해졌다.  

선거제 개편 무산 시 야3당은 저조한 지지율로 총선을 치러야 한다. 바미당과 평화당은 창당 이후 지방선거만 한 차례 치렀고, 그 결과는 참담했다. 본선으로 여겨지는 총선서 바미당과 평화당이 현재의 의석 수를 유지할 가능성은 가시적이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선거제-예산
연동 시사도

바미당은 현재 야3당 중 유일한 원내 교섭단체다. 그러나 21대 총선 이후 바미당의 교섭단체 유지 가능성은 다소 낮을 전망이다. ‘호남 정당’인 평화당도 차기 총선서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6·13지방선거서 호남은 평화당이 아닌 민주당을 택했다. 정의당 역시 현행 선거구제로 교섭단체 지위를 획득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들이 선거제 개혁에 사활을 거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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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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