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연말인데…’ 마음 급한 야3당 속사정

'손에 든 패' 모두가 알고 있는데…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야3당의 마음이 급하다. 선거제 개혁을 밀어붙이고 있지만 거대 양당은 소극적이다. 공식 논의기구인 정개특위 활동기한은 이번 달 종료된다. 야3당이 현행 선거제로 총선을 치른다면 타격이 클 것으로 보인다. 선거제 개편 여부에 따라 정계개편이 시작될 공산이 크다. 때맞춰 정계개편 시나리오가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다. 일각에선 당의 존폐를 언급하기도 한다.
 

▲ 연동형비례대표제 도입 촉구 집회 갖는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의원들

바른미래당(이하 바미당)과 민주평화당(이하 평화당), 정의당은 선거제 개혁에 가장 적극적이다. 각 당의 수장들이 전면에 나섰다. 바미당 손학규 대표와 평화당 정동영 대표는 취임과 동시에 선거제 개혁 카드를 꺼내들었다. 정의당 역시 일관된 주장을 펼쳤다. 야3당은 지난 10월부터 공조 체제를 본격적으로 구성했다. 이들은 선거제 개혁을 위한 공동기자회견과 행사에 참여, 군불을 지폈다. 최근 야3당은 거대 양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을 거세게 압박하며 선거제 이슈를 중앙에 안착시켰다.

선거 개혁
중앙 이슈

야3당이 선거제 개혁에 적극적인 까닭은 다가오는 2020년 총선과 맞닿아 있다. 현행 선거제로 총선을 치르는 건 야3당 모두에게 부담이다. 최근까지의 정당 지지율은 차기 총선 이후 바미당과 평화당의 존립 가능성에 물음표를 찍게 한다. 정의당은 한때 한국당을 제치고 창당 이래 지지율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교섭단체 형성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CBS 의뢰로 지난달 19∼23일 진행하고 23일 발표한 주간통계표에 따르면 바미당의 지지율은 6.0%, 평화당은 2.2%를 기록했다. 정의당은 8.8%였다. 바미당은 전 주 대비 0.2%p 소폭 상승했고, 평화당과 정의당은 각각 0.2%p, 0.6%p씩 소폭 하락했다. 민주당이 39.2%, 한국당이 22.9%를 기록한 데 비해 상당히 낮은 수치다. 현행 소선거구제로 21대 총선이 실시된다면 양당 체제가 고착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번 여론조사는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2505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응답률은 7.9%다. 이번 조사는 무선 전화면접(10%), 무선(70%)·유선(20%) 자동응답 혼용 방법과 무선(80%)·유선(20%) 병행 무작위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됐다. 통계보정은 2018년 7월 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기준으로 성, 연령, 권역별 가중치 부여 방식으로 이뤄졌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 ±2.0%p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


야3당은 지난달 25일 국회 정론관서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촉구했다. 이날 바미당에선 손 대표와 김관영 원내대표, 평화당에선 정 대표와 장병완 원내대표, 정의당에선 이 대표와 추혜선 원내수석부대표 등이 참석했다. 사실상 각 당 투톱이 모두 전면에 나선 셈이다.

야3당 투톱들은 “정기국회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완수할 것”이라며 “민주당과 한국당의 결단을 촉구한다”고 공표했다. 이어 “민주당과 한국당의 결단만 있다면 내일이라도 정치개혁특별위원회(이하 정개특위)가 선거제도 합의안을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선거제 타령…정개특위 종료 임박
권역별-연동형 여야 치열한 기싸움

이들이 주장하는 선거제 개혁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한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란 정당 득표율대로 의석 수를 배분하는 제도다. 득표율에 비해 지역구 의석이 적다면 비례대표로 나머지 의석을 채우게 된다.

예를 들어 한 정당이 정당득표율 10%를 기록했다면 총 10석의 의석을 가져간다. 해당 정당이 지역구서 1석을 가져갔다면 나머지 9석은 비례대표로 채워야 한다. 야3당은 이를 ‘민심 그대로의 선거’라고 주장한다. 사표를 방지하는 데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현행 선거제도와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대목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된다면 소수정당의 의석 수는 가시적으로 증가한다. 반면 거대정당의 의석 수는 상대적으로 줄어든다. 민주당과 한국당이 소극적인 까닭이다.

민주당의 경우 현행 소선거구제가 유리하다. 민주당의 정당 지지율은 여타 정당에 비해 압도적이다. 민주당이 현행 선거제로 총선을 치른다면 과반의석 확보가 가능하다. 반면 야3당이 주장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차기 총선서 실시될 경우 과반의석 확보는 어려워진다.
 

▲ 심상정 정치개혁특별위원장

야3당은 문재인 대통령을 상대로 ‘담판’을 요구했다. 이들은 이날 공동기자회견서 “문 대통령에게 선거제도 개혁을 위한 ‘대통령과 5당 대표의 담판회동’을 긴급 요청한다”며 압박했다. 야3당이 대통령을 지목한 것은 문 대통령의 대선공약에 기인한다. 문 대통령은 지난 대선 당시 ‘권역별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를 약속했다.

민·한 소극적
“대통령 나와라”

권역별 비례대표제란 비례대표 후보를 권역별로 배정해 정당 득표율에 따라 의석을 배분하는 것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지난 2015년 2월 국회에 제출한 정치관계법 개정의견 중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에 따르면 ▲서울 ▲인천·경기·강원 ▲부산·울산·경남 ▲대구·경북 ▲광주·전북·전남·제주 ▲대전·세종·충북·충남 등 전국을 6개 권역으로 인구 비례에 따라 나눈다. 이후 각 권역별 정당 득표율에 따라 의석을 나누는 것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권역을 나누지 않고 순수한 정당 지지율에 따라 의석 수를 배분하는 것이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지난달 23일 국회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서 “그동안 민주당 공약은 권역별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라고 밝혔다. 이 대표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라는 것은 연계시킨다는 뜻이지 독자적인 하나의 법칙을 갖는 것은 아니다”라며 “우리가 대통령 국정과제서도 권역별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를 도입한다고 했고, 20대 총선서도 권역별 정당명부 비례대표제와 석패율제를 도입한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정의당은 즉각 반발했다. 정의당 정호진 대변인은 지난달 26일 “야당들의 주장은 다른 것이 아니다”라며 “득표율과 의석 수가 일치하는 선거제도 도입을 통해 민의를 정확히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변인은 “가장 합당한 선거제도가 독일식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를 기초로 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라고 덧붙였다. 

당 대표 취임 이후 연일 선거제 개혁을 내걸고 있는 정 대표 역시 날을 세웠다. 정 대표는 지난달 28일 국회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서 “중앙선관위가 독일식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국회에 제안했을 때 환호했던 정당이 바로 민주당”이라며 “이를 말을 바꿔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아니라 권역별 비례대표제라고 하면서 중앙선관위 제출안과 민주당 입장이 다르다는 것은 국민 기만”이라고 쏘아붙였다.   

정 대표는 지난달 27일 YTN라디오 <김호성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여당을 강하게 압박했다.

정 대표는 “지난 9월19일 문 대통령의 능라도 연설 이후 호텔로 돌아와 (민주당)이 대표와 (정의당)이 대표와 함께 셋이 평양소주를 한잔했다”며 “그때 (민주당) 이 대표가 ‘선거제도를 바꾸면 우리가 의석을 많이 손해 본다. 하지만 한국사회 개혁을 위해서 하자’고 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는 “이제 와서 당내서 반발이 있고 계산해보니 좀 손해 본다고 말을 바꾸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야권이 여당을 압박하면서 사실상 문 대통령에게 직접적인 언급을 요구한 셈이다. 여야 간 선거제 공방이 치열하던 당시 문 대통령은 G20 정상회의 참석 차 출국한 상태였다. 문 대통령이 귀국 이후 따로 입장을 발표할지 주목되는 대목이다. 

한국당 역시 민주당과 입장이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달 26일 기자들과 만나 ‘선거제 개편에 소극적’이라는 지적에 “우리는 우리대로 안을 내겠지만 여당도 확고한 안을 내줘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김 비대위원장은 “여당도 분명한 얘기를 하지 않는다”며 한 발 물러섰다.


한국당 일각에선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아닌 중대선거구제를 주목한다. 중대선거구제란 한 선거구에 2∼4인의 대표를 뽑는 것을 뜻한다. 정치권 관계자는 “선거서 1위를 확신하기 어렵지만 2위는 확신할 수 있다는 속내”라며 “어떻게든 국회의원 자리를 지켜내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실행에 따른 의원정수 확대 문제도 복병이다. 여론은 비례성을 확대하는 선거제 개편에는 찬성하지만 국회의원 정수 증원에는 반대 입장이 분명하다.

비례성 확대에 따라 국회의원 정수를 늘리는 것은 불가피하다. 득표율만큼 의석 수를 가져가기 때문에 현행 300석을 넘게 된다. 문제는 여론이다. 여당은 선거제 개혁에 따른 국회의원 증원으로 여론의 역풍서 자유로울 수 없다. 야당은 여론이 원하고 있는 선거제 개혁에 동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여야가 선거제 개혁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다.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지난달 7일 진행해 같은 날 발표한 ‘국회의원 선거제도 개혁에 대한 국민여론’에 따르면 ‘비례성 확대’ 국회의원 선거제도 개혁에 대한 찬성이 58.2%로 가장 높았다. 반대는 21.8%, 모름·무응답은 20.0%를 기록했다. 지역별로 진행된 조사에 따르면 전 지역서 찬성이 반대보다 높았다. 모든 연령대서도 마찬가지였다.

제각각 해석
갈등에 기름

다만 비례성 확대에 따른 국회의원 정수 확대엔 반대가 압도적이었다. ‘선거제도 개혁 목적’ ‘세비·특권 대폭 감축’이란 전제가 붙었지만 반감은 가시적이었다. 찬성은 34.1%를 기록한 반면 반대는 59.9%였다. 모름·무응답은 6.0%에 불과했다. 지역별 조사에서도 반대가 찬성보다 많았다. 다만 서울의 경우는 찬성 43.4%에 반대 43.5%로 팽팽했다. 연령대별 조사 역시 반대가 찬성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30대의 경우, 찬성 44.7%에 반대 44.8%였다.


이번 여론조사는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502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응답률은 6.8%다. 이번 조사는 무선(80%)·유선(20%) 자동응답 방식과 무선(80%)·유선(20%) 병행 무작위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됐다. 통계보정은 지난 7월 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기준 성별, 연령, 권역별 사후 가중 방식으로 이뤄졌다. 표본오차는 95%신뢰수준 ±4.4%p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
 

▲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기득권 양당 문제를 제기하며 연동형 비례제 도입을 촉구하고 있는 야3당 대표 및 의원들

선거제 개혁을 논의 중인 정치개혁특별위원회(이하 정개특위)는 감감무소식이다. 정개특위 소속 위원들의 당론이 반영되는 만큼 여야의 입장차는 쉽사리 좁혀지지 않고 있다.

정개특위는 민주당 8명, 한국당 6명, 바른미래당과 비교섭단체가 각각 2명으로 구성됐다. 민주당과 한국당이 반대한다면 합의 자체가 불가능하다. 또 정개특위의 시한이 연장되지 않는다면 활동기한은 이번 달 말까지다. 공식 기구의 활동이 이번 달 종료돼 선거제 개혁의 바퀴 한쪽이 빠지게 되는 셈이다. 

급기야 야3당은 벼랑 끝 전술을 펼치기도 했다. 야3당은 선거제 개혁과 예산안 처리 연계를 시사하며 여당을 강하게 압박했다. 여당이 크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대치 국면이 형성되기도 했다. 

거대 양당 소극적 태도에 예산안 무리수
이대로 총선 치른다면…정계개편 가동? 

야3당의 공동기자회견이 있던 날 장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야3당이 빠지고 151석을 채울 방법을 찾을 수 있겠느냐”며 “예산안이 정부·여당이 원하는 대로 처리될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예산안 합의 불발 시 본회의 직권상정을 위해선 의석 과반수가 필요하다. 장 원내대표는 이 점을 지적한 것이다. 

민주당은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는 다음 날 “예산은 헌법에 정해진 법정 기한이 있는 것이고, 선거법은 각 당의 내부적 논의나 국민적 의견을 수렴하는 여러 가지 절차가 있다”고 반박했다. 오히려 여야 간 감정의 골이 깊어진 것이다. 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야3당 입장서 선거구제 개편은 상당히 절실하고 절박하다. 예산안과 연계한 심의가 무리한 주장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온도차를 보였다.

선거제 개편이 무산된다면 국회 안에선 제각각 ‘정치셈법’을 따질 전망이다. 현행 소선거구제로 2020년 총선을 맞이한다면 정계개편이 불가피하다는 해석이다. 정치권 안팎에선 선거제 개혁 불발 시 바미당과 평화당 소속 의원들의 움직임에 주목하고 있다.

바미당은 당내 노선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일례로 손 대표와 바미당 이언주 의원은 ‘정체성’을 두고 공개적으로 한 차례 설전을 치렀다. 평화당에선 소속 의원들의 탈당설이 불거진 바 있다. 김경진·이용주 의원이 그 중심에 있다. 이 의원은 선거제 개편 여부에 따라 탈당 논의가 가시화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의원에 따르면 김 의원 역시 같은 맥락인 것으로 전해졌다.  

선거제 개편 무산 시 야3당은 저조한 지지율로 총선을 치러야 한다. 바미당과 평화당은 창당 이후 지방선거만 한 차례 치렀고, 그 결과는 참담했다. 본선으로 여겨지는 총선서 바미당과 평화당이 현재의 의석 수를 유지할 가능성은 가시적이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선거제-예산
연동 시사도

바미당은 현재 야3당 중 유일한 원내 교섭단체다. 그러나 21대 총선 이후 바미당의 교섭단체 유지 가능성은 다소 낮을 전망이다. ‘호남 정당’인 평화당도 차기 총선서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6·13지방선거서 호남은 평화당이 아닌 민주당을 택했다. 정의당 역시 현행 선거구제로 교섭단체 지위를 획득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들이 선거제 개혁에 사활을 거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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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