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연말인데…’ 마음 급한 야3당 속사정

'손에 든 패' 모두가 알고 있는데…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야3당의 마음이 급하다. 선거제 개혁을 밀어붙이고 있지만 거대 양당은 소극적이다. 공식 논의기구인 정개특위 활동기한은 이번 달 종료된다. 야3당이 현행 선거제로 총선을 치른다면 타격이 클 것으로 보인다. 선거제 개편 여부에 따라 정계개편이 시작될 공산이 크다. 때맞춰 정계개편 시나리오가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다. 일각에선 당의 존폐를 언급하기도 한다.
 

▲ 연동형비례대표제 도입 촉구 집회 갖는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의원들

바른미래당(이하 바미당)과 민주평화당(이하 평화당), 정의당은 선거제 개혁에 가장 적극적이다. 각 당의 수장들이 전면에 나섰다. 바미당 손학규 대표와 평화당 정동영 대표는 취임과 동시에 선거제 개혁 카드를 꺼내들었다. 정의당 역시 일관된 주장을 펼쳤다. 야3당은 지난 10월부터 공조 체제를 본격적으로 구성했다. 이들은 선거제 개혁을 위한 공동기자회견과 행사에 참여, 군불을 지폈다. 최근 야3당은 거대 양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을 거세게 압박하며 선거제 이슈를 중앙에 안착시켰다.

선거 개혁
중앙 이슈

야3당이 선거제 개혁에 적극적인 까닭은 다가오는 2020년 총선과 맞닿아 있다. 현행 선거제로 총선을 치르는 건 야3당 모두에게 부담이다. 최근까지의 정당 지지율은 차기 총선 이후 바미당과 평화당의 존립 가능성에 물음표를 찍게 한다. 정의당은 한때 한국당을 제치고 창당 이래 지지율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교섭단체 형성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CBS 의뢰로 지난달 19∼23일 진행하고 23일 발표한 주간통계표에 따르면 바미당의 지지율은 6.0%, 평화당은 2.2%를 기록했다. 정의당은 8.8%였다. 바미당은 전 주 대비 0.2%p 소폭 상승했고, 평화당과 정의당은 각각 0.2%p, 0.6%p씩 소폭 하락했다. 민주당이 39.2%, 한국당이 22.9%를 기록한 데 비해 상당히 낮은 수치다. 현행 소선거구제로 21대 총선이 실시된다면 양당 체제가 고착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번 여론조사는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2505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응답률은 7.9%다. 이번 조사는 무선 전화면접(10%), 무선(70%)·유선(20%) 자동응답 혼용 방법과 무선(80%)·유선(20%) 병행 무작위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됐다. 통계보정은 2018년 7월 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기준으로 성, 연령, 권역별 가중치 부여 방식으로 이뤄졌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 ±2.0%p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


야3당은 지난달 25일 국회 정론관서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촉구했다. 이날 바미당에선 손 대표와 김관영 원내대표, 평화당에선 정 대표와 장병완 원내대표, 정의당에선 이 대표와 추혜선 원내수석부대표 등이 참석했다. 사실상 각 당 투톱이 모두 전면에 나선 셈이다.

야3당 투톱들은 “정기국회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완수할 것”이라며 “민주당과 한국당의 결단을 촉구한다”고 공표했다. 이어 “민주당과 한국당의 결단만 있다면 내일이라도 정치개혁특별위원회(이하 정개특위)가 선거제도 합의안을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선거제 타령…정개특위 종료 임박
권역별-연동형 여야 치열한 기싸움

이들이 주장하는 선거제 개혁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한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란 정당 득표율대로 의석 수를 배분하는 제도다. 득표율에 비해 지역구 의석이 적다면 비례대표로 나머지 의석을 채우게 된다.

예를 들어 한 정당이 정당득표율 10%를 기록했다면 총 10석의 의석을 가져간다. 해당 정당이 지역구서 1석을 가져갔다면 나머지 9석은 비례대표로 채워야 한다. 야3당은 이를 ‘민심 그대로의 선거’라고 주장한다. 사표를 방지하는 데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현행 선거제도와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대목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된다면 소수정당의 의석 수는 가시적으로 증가한다. 반면 거대정당의 의석 수는 상대적으로 줄어든다. 민주당과 한국당이 소극적인 까닭이다.

민주당의 경우 현행 소선거구제가 유리하다. 민주당의 정당 지지율은 여타 정당에 비해 압도적이다. 민주당이 현행 선거제로 총선을 치른다면 과반의석 확보가 가능하다. 반면 야3당이 주장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차기 총선서 실시될 경우 과반의석 확보는 어려워진다.
 

▲ 심상정 정치개혁특별위원장

야3당은 문재인 대통령을 상대로 ‘담판’을 요구했다. 이들은 이날 공동기자회견서 “문 대통령에게 선거제도 개혁을 위한 ‘대통령과 5당 대표의 담판회동’을 긴급 요청한다”며 압박했다. 야3당이 대통령을 지목한 것은 문 대통령의 대선공약에 기인한다. 문 대통령은 지난 대선 당시 ‘권역별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를 약속했다.

민·한 소극적
“대통령 나와라”

권역별 비례대표제란 비례대표 후보를 권역별로 배정해 정당 득표율에 따라 의석을 배분하는 것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지난 2015년 2월 국회에 제출한 정치관계법 개정의견 중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에 따르면 ▲서울 ▲인천·경기·강원 ▲부산·울산·경남 ▲대구·경북 ▲광주·전북·전남·제주 ▲대전·세종·충북·충남 등 전국을 6개 권역으로 인구 비례에 따라 나눈다. 이후 각 권역별 정당 득표율에 따라 의석을 나누는 것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권역을 나누지 않고 순수한 정당 지지율에 따라 의석 수를 배분하는 것이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지난달 23일 국회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서 “그동안 민주당 공약은 권역별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라고 밝혔다. 이 대표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라는 것은 연계시킨다는 뜻이지 독자적인 하나의 법칙을 갖는 것은 아니다”라며 “우리가 대통령 국정과제서도 권역별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를 도입한다고 했고, 20대 총선서도 권역별 정당명부 비례대표제와 석패율제를 도입한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정의당은 즉각 반발했다. 정의당 정호진 대변인은 지난달 26일 “야당들의 주장은 다른 것이 아니다”라며 “득표율과 의석 수가 일치하는 선거제도 도입을 통해 민의를 정확히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변인은 “가장 합당한 선거제도가 독일식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를 기초로 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라고 덧붙였다. 

당 대표 취임 이후 연일 선거제 개혁을 내걸고 있는 정 대표 역시 날을 세웠다. 정 대표는 지난달 28일 국회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서 “중앙선관위가 독일식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국회에 제안했을 때 환호했던 정당이 바로 민주당”이라며 “이를 말을 바꿔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아니라 권역별 비례대표제라고 하면서 중앙선관위 제출안과 민주당 입장이 다르다는 것은 국민 기만”이라고 쏘아붙였다.   

정 대표는 지난달 27일 YTN라디오 <김호성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여당을 강하게 압박했다.

정 대표는 “지난 9월19일 문 대통령의 능라도 연설 이후 호텔로 돌아와 (민주당)이 대표와 (정의당)이 대표와 함께 셋이 평양소주를 한잔했다”며 “그때 (민주당) 이 대표가 ‘선거제도를 바꾸면 우리가 의석을 많이 손해 본다. 하지만 한국사회 개혁을 위해서 하자’고 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는 “이제 와서 당내서 반발이 있고 계산해보니 좀 손해 본다고 말을 바꾸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야권이 여당을 압박하면서 사실상 문 대통령에게 직접적인 언급을 요구한 셈이다. 여야 간 선거제 공방이 치열하던 당시 문 대통령은 G20 정상회의 참석 차 출국한 상태였다. 문 대통령이 귀국 이후 따로 입장을 발표할지 주목되는 대목이다. 

한국당 역시 민주당과 입장이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달 26일 기자들과 만나 ‘선거제 개편에 소극적’이라는 지적에 “우리는 우리대로 안을 내겠지만 여당도 확고한 안을 내줘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김 비대위원장은 “여당도 분명한 얘기를 하지 않는다”며 한 발 물러섰다.


한국당 일각에선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아닌 중대선거구제를 주목한다. 중대선거구제란 한 선거구에 2∼4인의 대표를 뽑는 것을 뜻한다. 정치권 관계자는 “선거서 1위를 확신하기 어렵지만 2위는 확신할 수 있다는 속내”라며 “어떻게든 국회의원 자리를 지켜내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실행에 따른 의원정수 확대 문제도 복병이다. 여론은 비례성을 확대하는 선거제 개편에는 찬성하지만 국회의원 정수 증원에는 반대 입장이 분명하다.

비례성 확대에 따라 국회의원 정수를 늘리는 것은 불가피하다. 득표율만큼 의석 수를 가져가기 때문에 현행 300석을 넘게 된다. 문제는 여론이다. 여당은 선거제 개혁에 따른 국회의원 증원으로 여론의 역풍서 자유로울 수 없다. 야당은 여론이 원하고 있는 선거제 개혁에 동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여야가 선거제 개혁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다.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지난달 7일 진행해 같은 날 발표한 ‘국회의원 선거제도 개혁에 대한 국민여론’에 따르면 ‘비례성 확대’ 국회의원 선거제도 개혁에 대한 찬성이 58.2%로 가장 높았다. 반대는 21.8%, 모름·무응답은 20.0%를 기록했다. 지역별로 진행된 조사에 따르면 전 지역서 찬성이 반대보다 높았다. 모든 연령대서도 마찬가지였다.

제각각 해석
갈등에 기름

다만 비례성 확대에 따른 국회의원 정수 확대엔 반대가 압도적이었다. ‘선거제도 개혁 목적’ ‘세비·특권 대폭 감축’이란 전제가 붙었지만 반감은 가시적이었다. 찬성은 34.1%를 기록한 반면 반대는 59.9%였다. 모름·무응답은 6.0%에 불과했다. 지역별 조사에서도 반대가 찬성보다 많았다. 다만 서울의 경우는 찬성 43.4%에 반대 43.5%로 팽팽했다. 연령대별 조사 역시 반대가 찬성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30대의 경우, 찬성 44.7%에 반대 44.8%였다.


이번 여론조사는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502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응답률은 6.8%다. 이번 조사는 무선(80%)·유선(20%) 자동응답 방식과 무선(80%)·유선(20%) 병행 무작위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됐다. 통계보정은 지난 7월 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기준 성별, 연령, 권역별 사후 가중 방식으로 이뤄졌다. 표본오차는 95%신뢰수준 ±4.4%p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
 

▲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기득권 양당 문제를 제기하며 연동형 비례제 도입을 촉구하고 있는 야3당 대표 및 의원들

선거제 개혁을 논의 중인 정치개혁특별위원회(이하 정개특위)는 감감무소식이다. 정개특위 소속 위원들의 당론이 반영되는 만큼 여야의 입장차는 쉽사리 좁혀지지 않고 있다.

정개특위는 민주당 8명, 한국당 6명, 바른미래당과 비교섭단체가 각각 2명으로 구성됐다. 민주당과 한국당이 반대한다면 합의 자체가 불가능하다. 또 정개특위의 시한이 연장되지 않는다면 활동기한은 이번 달 말까지다. 공식 기구의 활동이 이번 달 종료돼 선거제 개혁의 바퀴 한쪽이 빠지게 되는 셈이다. 

급기야 야3당은 벼랑 끝 전술을 펼치기도 했다. 야3당은 선거제 개혁과 예산안 처리 연계를 시사하며 여당을 강하게 압박했다. 여당이 크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대치 국면이 형성되기도 했다. 

거대 양당 소극적 태도에 예산안 무리수
이대로 총선 치른다면…정계개편 가동? 

야3당의 공동기자회견이 있던 날 장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야3당이 빠지고 151석을 채울 방법을 찾을 수 있겠느냐”며 “예산안이 정부·여당이 원하는 대로 처리될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예산안 합의 불발 시 본회의 직권상정을 위해선 의석 과반수가 필요하다. 장 원내대표는 이 점을 지적한 것이다. 

민주당은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는 다음 날 “예산은 헌법에 정해진 법정 기한이 있는 것이고, 선거법은 각 당의 내부적 논의나 국민적 의견을 수렴하는 여러 가지 절차가 있다”고 반박했다. 오히려 여야 간 감정의 골이 깊어진 것이다. 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야3당 입장서 선거구제 개편은 상당히 절실하고 절박하다. 예산안과 연계한 심의가 무리한 주장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온도차를 보였다.

선거제 개편이 무산된다면 국회 안에선 제각각 ‘정치셈법’을 따질 전망이다. 현행 소선거구제로 2020년 총선을 맞이한다면 정계개편이 불가피하다는 해석이다. 정치권 안팎에선 선거제 개혁 불발 시 바미당과 평화당 소속 의원들의 움직임에 주목하고 있다.

바미당은 당내 노선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일례로 손 대표와 바미당 이언주 의원은 ‘정체성’을 두고 공개적으로 한 차례 설전을 치렀다. 평화당에선 소속 의원들의 탈당설이 불거진 바 있다. 김경진·이용주 의원이 그 중심에 있다. 이 의원은 선거제 개편 여부에 따라 탈당 논의가 가시화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의원에 따르면 김 의원 역시 같은 맥락인 것으로 전해졌다.  

선거제 개편 무산 시 야3당은 저조한 지지율로 총선을 치러야 한다. 바미당과 평화당은 창당 이후 지방선거만 한 차례 치렀고, 그 결과는 참담했다. 본선으로 여겨지는 총선서 바미당과 평화당이 현재의 의석 수를 유지할 가능성은 가시적이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선거제-예산
연동 시사도

바미당은 현재 야3당 중 유일한 원내 교섭단체다. 그러나 21대 총선 이후 바미당의 교섭단체 유지 가능성은 다소 낮을 전망이다. ‘호남 정당’인 평화당도 차기 총선서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6·13지방선거서 호남은 평화당이 아닌 민주당을 택했다. 정의당 역시 현행 선거구제로 교섭단체 지위를 획득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들이 선거제 개혁에 사활을 거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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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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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처음에는 ‘설마, 그렇게까지?’라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불과 1년여 만에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모두가 ‘미친 짓’이라고 말하지만 당사자는 거칠 게 없다는 태도다. 문제는 그 여파가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구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천조국’ 미국을 어디로 끌고 가는 걸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보가 충격과 경악으로 물들고 있다. ‘이보다 더 놀랄 일이 있을까?’라는 반응이 거듭되는 모양새다. 되짚어 보면 이제 와 말이 안 된다고 하기엔 등장부터 파격적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 대선 출마를 선언할 당시에는 조롱과 웃음이 난무했다. 하지만 미국은 그를 선택했다. 그것도 두 번이나. 예상보다 더 파격 사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때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선거 기간 동안 공약으로 내세운 내용은 임기 중에 어떤 식으로든 진행했다. 그 공약이 ‘미치광이’ ‘사이코’ 등의 원색적인 비난으로 이어져도 요지부동이었다. 되레 외부 자극이 커질수록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는 더욱 거칠어졌다. 문제는 그 행보에 전 세계가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다. 과거 미국이 ‘유일한’ 패권국으로 군림하던 시기와 비견될 정도라는 말이 나온다. ‘세계의 경찰’로 각국 상황에 관여했던 때보다도 영향력이 크다는 분석도 있다. 그 배경으로 지목되는 게 바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세계 질서를 유지했던 틀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대표적인 게 관세 부과에서 비롯된 통상 전쟁과 국제 질서 유지를 내세운 타국에 대한 물리적 개입이다. 두 사안 모두 ‘평범한’ 미국 대통령이라면 생각은 해도 실제로 행하기는 어려운 내용이다. 당장 전 세계의 지도자가 반발할 테고 각국의 이해관계도 복잡하게 얽혀있다. 무엇보다 대통령 자신이 겪어야 할 정치적 리스크가 매우 크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했고 또 하려 하고 있다. 모두가 ‘설마’라고 손사래 치던 일이 실제로 벌어지는 데 걸린 시간은 1년 남짓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에 도전하면서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우며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캐나다, 그린란드, 파나마 운하 등을 미국 소유로 하겠다는 야욕을 드러냈다. 영토 확장이라는 제국주의 시기에나 빈번하게 일어났던 일을 공언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관세는 ‘무기’나 다름없다.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 위해 상대국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법으로 압박을 가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전 세계와 통상 전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특히 미국의 자리를 노리는 중국과는 서로 수천%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세계 경제를 흔들었다. 관세 부과로 흔들더니 그린란드로 공포 조장 과거 FTA 체결로 미국과의 무역에서 관세 0%를 유지했던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우리나라보다 앞서 협상한 일본의 관세 부과율을 기본으로 깔고 조율이 이뤄졌다. 줄다리기 끝에 협상이 타결됐지만 관세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국가 간 외교에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인 셈이다. 전 세계가 통상 전쟁의 여파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에는 영토 확장 문제가 불거졌다. 최근 미국은 베네수엘라에서 군사 작전을 진행해 전 세계를 경악에 빠뜨렸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데려와 법정에 세운 것이다. 표면상으로는 베네수엘라 내부 상황을 언급했지만 속내는 석유라는 말이 나왔다. 베네수엘라는 제1의 석유 매장국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석유 사업을 지배하겠다는 의지를 실행으로 옮겼다는 것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 석유를 차지하게 되면 세계시장이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 베네수엘라 석유를 등에 업은 미국이 세계 석유시장 개편에 나설 길이 생긴다. 이렇게 되면 주변국은 물론 산유국은 크든 작든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 미국은 베네수엘라 자체를 통치하려는 모습도 보인다. 미국에 적대적인 정권을 몰아내고 권력 지형을 ‘친미’ 또는 친미 우호 세력으로 개편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는 미국의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을 시작으로 보는 시각이 존재한다. 정가에서는 공산 정권을 유지 중인 쿠바가 다음 표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비판에도 마이웨이 베네수엘라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그린란드’가 화두로 떠올랐다. 그린란드는 덴마크 자치령의 섬으로 한반도보다 9배나 큰 섬이다. 인구가 6만여명에 불과하고 두꺼운 얼음으로 뒤덮인 땅이라 가치 평가가 낮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온난화로 얼음이 녹으면서 아래에 묻힌 광물을 채취할 수 있는 길이 열렸고 지정학적으로도 좋은 위치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관심이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초부터 그린란드를 미국에 편입시키겠다는 뜻을 감추지 않았다. 사실 트럼프정부 이전에도 그린란드를 미국령으로 하려는 시도는 있었다. 과거 미국정부는 그린란드를 사기 위해 돈을 제시한 적도 있고, 세계 2차대전 기간에는 점거하기도 했다. 하지만 덴마크의 반발, 무엇보다 그린란드 주민의 반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그러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노골적인 요구가 시작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안보상 이유를 들었다. 그린란드를 지킬 수 있는 건 미국뿐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때와 마찬가지로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는 그린란드에 묻혀 있는 자원일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외신들은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으로 마두로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압송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감이 붙은 상태라고 보도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이 국제법 위반이라는 비판이 쏟아졌지만 트럼프 대통령 본인은 ‘승리’라고 평가한다는 것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에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을 비치면서 극대화됐다. 협상의 기술 자유자재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에 북대서양조약기구(이하 나토)에 참여 중인 국가들은 일제히 반기를 들었다. 미국과 유럽 간 오랜 시간 유지돼 온 ‘대서양 질서’가 뿌리째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발 더 나아가 그린란드에 병력을 파견한 덴마크·노르웨이·스웨덴·프랑스·독일·영국·네덜란드·핀란드 등 8개국에 대해 대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관세 부과, 무력 충돌 가능성 등으로 전운이 감돌던 미국과 유럽의 관계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 이른바 다보스 포럼에서 출구를 찾는 듯한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에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과의 매우 생산적인 회담을 바탕으로, 그린란드와 사실상 전체 북극 지역에 관한 미래 합의의 틀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럽 8개국을 상대로 다음 달 1일부터 부과하기로 한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적었다. 미국이 그린란드 병합을 위한 무력 사용 가능성을 철폐하면서 상황 반전의 여지가 생겼다. 실제 그의 발언 이후 미국 증시 등은 오름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유럽의 집단 반발, 금융시장 동요 등이 트럼프 대통령의 한발 후퇴를 이끌었다고 진단했다. 계속 가다간 나토의 내부 분열은 물론 유럽의 실력행사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계산이 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극단적인 방법으로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원하는 것을 취하는 ‘협상의 기술’을 또 사용했다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나라로부터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각종 협상 기술을 사용해 왔다. 과도한 관세 부과, SNS 사용 등이 그 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이어 광물 자원 노리고 장악 시도 그러면서도 전문가들은 아직 갈등의 불씨가 꺼지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무력 사용 가능성을 배제했을 뿐 그린란드에 대한 병합 의지 자체가 꺾인 건 아니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보스 포럼에서 진행한 연설을 통해 그린란드 병합의 당위성을 긴 시간을 할애해 설명했다. 그는 그린란드를 ‘전략 요충지’이며 ‘북미 대륙의 일부, 서반구 최북단에 있는 우리의 영토’라고 주장했다. 우리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만든 ‘불확실성’의 토대 위에서 실리를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좌충우돌’이라는 말로는 부족할 만큼 예측불가의 행보가 계속될 때마다 우리나라 또한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외교에서 가장 중요한 게 미국과의 관계인 만큼 안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전후 관리를 위해 만든 ‘평화위원회’ 가입 초청장을 60여개국에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의 평화지만 속내는 국제연합(UN) 등을 대체할 다자간 기구를 만들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일고 있다. 캐나다, 프랑스, 영국 등 서방 및 친서방 국가와 러시아, 벨라루스 등이 초청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일본,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도 포함됐다. 우리나라 외교부는 지난 20일 “미국 측 초청에 따라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한 언론에서는 우리나라가 평화위원회 가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 평화를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전 세계 분쟁에 개입할 명분을 만들려 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언제나 영향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현지시각) 임기 1주년을 맞았다. 불과 1년 만에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에 일으킨 풍파는 엄청나다. 앞으로 불어닥칠 태풍의 크기도 도무지 가늠할 수 없는 지경이다. 미국 대통령의 임기는 4년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2029년 1월20일 정오까지다. 아직 3년이나 남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