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박물관 여행 ①서울 뮤지엄김치간

김치의 사연과 체험이 한자리에에

▲ 인사동에 자리한 국내 첫 김치 박물관, 뮤지엄김치간(間)의 외관

밥상 위 김치를 박물관에서 만나는 것은 흥미로운 경험이다. 서울 인사동의 뮤지엄김치간(間)은 국내 첫 김치박물관이다. 1986년 김치박물관이란 이름으로 문을 열었으며, 2015년 삼성동에서 인사동으로 자리를 옮겨 뮤지엄김치간으로 재개관했다. 박물관 관람은 김치의 발효처럼 ‘조금 느린’ 템포가 어울린다. 비록 소규모 시설이지만 김치의 유래와 종류, 담그는 도구, 보관 공간 등 관련 유물과 디지털 콘텐츠를 결합해 알차게 꾸몄다. 박물관은 2015년 미국 CNN이 선정한 ‘세계 11대 음식 박물관’에 국내에서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다.
 

▲ 뮤지엄김치간 내부 전경

뮤지엄김치간은 김치와 김장 문화라는 한국 고유의 식문화를 이야기하는 공간이다. 실제로 박물관에는 두런두런 옛이야기를 들려주는 어른들의 담소가 낮게 깔린다. 김치 담그는 영상을 보며 추억에 잠기는 사람도 있고, 배추가 빨갛게 버무려지는 가상현실에 신난 꼬마도 있다. 뮤지엄김치간에서는 김치의 역사를 만나고, 냄새를 맡고 맛보며 직접 만드는 체험이 가능하다.
 

▲ ‘김치마당’ 중앙에 마련된 사이버 김치 테이블

직접 체험

박물관은 4~6층을 각각 테마 공간으로 꾸몄다. 4층 ‘김치마당’은 박물관 투어가 시작되는 공간이다. 전면은 하늘에서 본 장독대를 형상화한 커다란 항아리가 벽을 채운다. 예전에 김치의 맛을 좌우한 지역별 옹기에 대한 설명이 있으며, 강원도에서 김치를 보관할 때 사용하던 나무 항아리도 전시한다. 김치마당에 들어서면 일단 벽에 있는 도표를 따라 김치의 역사를 살펴본다. 인류가 채소를 저장해 절임 채소를 만들어 먹은 것은 4세기경이고, 배춧잎 사이에 소를 넣은 통배추김치와 보쌈김치가 만들어진 것은 조선 말기라고 한다. 김치마당 중앙에는 사이버 김치 테이블이 마련되어, 배추와 양념에 손을 대고 버무리면 김치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영상으로 체험할 수 있다.
 

▲ ‘김치사랑방’ 부뚜막에 아궁이와 가마솥이 있다.

본격적인 한국의 김치 문화는 ‘김치사랑방’에서 엿볼 수 있다. 올해 새롭게 단장한 전시 공간에서는 어머니의 손길이 담긴 옛 부엌을 빌려 김치의 스토리를 설명한다. 아궁이와 가마솥이 있는 부뚜막에서는 발효의 가치를 알려주고, 찬마루에서는 마늘과 생강 등을 갈아 김칫소를 만들 때 사용하던 확독을 만져볼 수 있다. 옛 여성의 살림 내공이 엿보이는 찬장에는 각종 그릇과 김치 모형이 들었다. 이어지는 ‘과학자의 방’은 김치 발효의 신비를 과학적으로 설명한 곳이다. 김치 과학자의 비밀스런 실험실 풍경이 펼쳐지며, 현미경으로 유산균의 움직임을 관찰할 수 있다.
 

▲ 귤김치와 가지김치 등 계절별․지역별 실물 김치 수십 종이 보관된 ‘김치움’

5층으로 올라가면 박물관의 자랑거리 ‘김치움’이 비밀의 빗장을 푼다. 김치움을 비롯한 특별 공간은 입장권 바코드를 찍고 들어간다. 김치움은 실물 김치를 보관하는 곳으로, 귤김치와 가지김치 등 계절별·지역별 김치 수십 종이 전시돼 있다. 세계 각국의 실물 절임 채소도 전시 중이며, 유산균이 발효되는 장면을 소리와 함께 모니터로 볼 수 있다.
‘김치영상실’에서는 전라도 고들빼기김치, 강원도 북어김치 등 지역별 김치 담그는 과정을 다큐멘터리로 감상할 수 있다. 김장하는 과정을 닥종이로 재현한 전시 공간을 지나면 세계 속의 김치를 만나는 시간이다. 김치 요리를 파는 해외 식당, 선인장으로 김치를 담근 쿠바 교포를 비롯한 세계의 김치 관련 사진, 나물로 김치를 담그는 북한의 사연도 전시된다.
 

▲ 5층에 전시된 세계의 김치 관련 사진

김치 관련 유물·디지털 콘텐츠 결합
CNN 선정 ‘세계 11대 음식 박물관’

6층은 체험 공간이다. ‘김장마루’에서는 김치 담그는 실습을 한다. 각종 양념으로 버무린 소로 전통 김치를 담그는 김치 수업이 진행된다. 백김치와 통배추김치 담그기, 강사 없이 김치를 담그는 셀프 김치 체험 등이 주중과 주말 오후에 진행된다. 어린이김치학교와 외국인 대상 김치 수업도 곁들여진다.
김치 담그기 체험이 아니라도 ‘김치맛보는 방’에서 세 가지 김치를 시식하고, 다양한 김치 레시피를 챙길 수 있다. 김장마루 외부 벽면에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헌정방이 마련되어 김장 문화와 어깨를 나란히 한 세계의 음식 문화유산을 스크린으로 만난다.
 

▲ ‘김장마루’에서 열리는 어린이김치학교 수업 장면 <사진제공:뮤지엄김치간>

뮤지엄김치간은 (주)풀무원이 사회 공헌 사업으로 운영 중이며, 관람객의 이해를 돕기 위해 도슨트 투어를 실시한다. 김치 모양 열쇠고리 같은 기념품을 파는 코너가 있으며, 전통 한복 체험도 가능하다. 박물관 운영 시간은 오전 10시~오후 6시다(월요일·1월1일·12월25일·명절 연휴 휴관). 입장료는 어른 5000원, 청소년 3000원, 유아 2000원이다(체험료 별도).
 

▲ 김장마루 외부 벽면에 마련된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헌정방

인사동길로 나서면 또 다른 ‘맛’있는 박물관이 눈에 띈다. 아름다운차박물관은 한옥을 개조한 건물에 국내외 차 60여종과 다기를 전시한 공간이다. 입구와 벽면에는 차의 원재료가 진열된다. 매화와 복숭아꽃, 무궁화 등으로 만든 각종 꽃차의 유래를 살펴보고, 한옥 카페에서 차도 맛본다. 유물과 도자 작품이 전시돼 차향과 더불어 오붓한 시간을 보내기 좋다. 박물관 입장은 무료.
 

▲ 뮤지엄김치간에서 판매하는 김치 모양 열쇠고리

전통 음식과의 조우는 자연스럽게 한옥 공간 나들이로 이어진다. 낙원상가 인근의 익선동 한옥거리는 북촌, 서촌에 이어 최근 새롭게 조명을 받고 있다. 좁은 골목에 빼곡히 맞닿은 한옥을 개조해 레스토랑, 옷 가게, 수제 맥줏집, 만화방 등이 들어섰다. 붐비는 주말 오후를 피하면 한적하게 1920 년대 한옥 골목 나들이를 즐길 수 있다.
 

▲ 국내외 차 60여 종과 다기를 전시한 아름다운차박물관

동화 속 장면 같은 도서관은 삼청공원에서 만날 수 있다. 북촌 너머 삼청공원은 국내 1호 공원으로, 오래된 매점을 리모델링한 숲속도서관이 공원 숲 가운데 있다. 도서관은 ‘종로구의 아름다운 건물’로 선정됐으며 북카페 서가나 지하1층 열람실에 앉으면 통유리 너머로 숲이 다가선다. 이곳 북카페는 커피 맛이 좋기로 소문났다.
 

▲ 레스토랑, 옷 가게, 수제 맥줏집, 만화방 등이 들어선 익선동한옥거리
▲ 오래된 매점을 리모델링한 삼청공원 숲속도서관

서울 둘레 산책 ‘안산자락길’


서울 산자락 둘레를 여유롭게 산책하고 싶다면 안산자락길로 향한다. 서대문구 안산자락길은 건너편 한양도성 인왕산구간과 달리 평이한 숲길 산책 코스가 7km가량 이어진다. 무악으로도 불린 안산에는 잣나무와 가문비나무, 자작나무 등이 서식하며, 무장애 코스가 마련돼 있다. 산책길에 서대문형무소역사관, 영천시장 등을 함께 둘러보면 좋다.
 

▲ 평이한 숲길 산책 코스가 7km 정도 이어지는 안산자락길

<여행 정보>

당일 코스 뮤지엄김치간→아름다운차박물관→익선동한옥거리→삼청공원 숲속도서관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뮤지엄김치간→아름다운차박물관→익선동한옥거리→운현궁 
둘째 날: 창덕궁 후원→고종의길→삼청공원 숲속도서관→안산자락길→영천시장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종로엔다있다(종로구청 역사문화관광 홈페이지) http://tour.jongno.go.kr
- 뮤지엄김치간 www.kimchikan.com
- 아름다운차박물관 www.tmuseum.co.kr  

문의 전화
- 인사동관광안내소 02)734-0222
- 뮤지엄김치간 02)6002-6456
- 아름다운차박물관 02)735-6678
- 삼청공원 숲속도서관 02)734-3900

대중교통 정보
지하철: 3호선 안국역 6번 출구, 인사동길 300m 직진, 오른쪽. 1호선 종각역 3번 출구, 인사동길 200m 직진, 왼쪽. 
*문의: 서울교통공사 1577-1234, www.seoulmetro.co.kr

자가 운전
경부고속도로 한남 IC→한남대교→남산1호터널→삼일대로→안국역 방향   

숙박 정보
- 토요코인호텔 서울동대문점: 중구 퇴계로, 02)2267-1045, www.toyoko-inn. kr
- 이비스앰배서더 인사동: 종로구 삼일대로30길, 02)6730-1101, https://ibis.ambatel.com/insadong
- 호텔더디자이너스 종로: 종로구 수표로, 02)2267-7474, www.hotelthedesigners.com/jongno
- 센터마크호텔: 종로구 인사동5길, 02)731-1000, www.centermarkhotel.com

식당 정보
- 메밀꽃필무렵(메밀칼국수): 종로구 효자로, 02)734-0367
- 삼삼뚝배기(김치찌개): 종로구 동숭길, 02)765-4683
- 한옥집 서대문본점(김치찜): 서대문구 통일로9안길, 02)362-8653
- 낙산냉면(냉면): 종로구 지봉로5길, 02)743-7285

주변 볼거리
수옥폭포, 조령산자연휴양림, 발효아카데미괴산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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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