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일 PGA투어 'THE CJ CUP' 뒷 이야기

‘구름 관중’ 열광의 도가니

미PGA 올해의 선수상을 수상한 브룩스 켑카가 지난 10월21일 제주도 서귀포시 나인브릿지(파72·7184야드)에서 열린 PGA투어 ‘THE CJ CUP’(총상금 950만달러) 최종 라운드에서 보기 2개, 이글 1개, 버디 8개를 묶어 8타를 줄여 64타를 쳐 최종합계 21언더파 267타로 게리 우드랜드(미국)를 4타 차로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올해로 2회째를 맞는 국내에서 열리는 유일한 PGA투어 대회인 ‘THE CJ CUP @ NINE BRIDGES’(이하 더 CJ컵)에 우승 공식이 생겼다. 지난해 우승자 저스틴 토마스가 ‘올해의 선수상’을 받고 더 CJ컵 초대 챔피언이 되었던 것처럼 올해 우승자 브룩스 켑카 역시 올해의 선수상을 수상한 후 더 CJ컵 우승자가 됐다. 이런 공식이 내년 대회에서도 계속될지 주목된다.

화려한 시즌
우승자는?

켑카는 2017~2018시즌 US오픈과 PGA 챔피언십 등 메이저대회에서만 2승을 올리며 화려한 시즌을 보냈다. US오픈에서는 타이틀 방어에 성공, 대회 2연패를 만들었는데, 이는 29년 만의 기록이다. 또한 시즌 마지막 메이저 대회 PGA챔피언십에서도 우승하며 2000년 타이거 우즈(미국) 이후 18년 만에 한 해에 US오픈과 PGA챔피언십을 석권한 선수가 됐고 ‘올해의 선수상’까지 수상했다.

이번 대회 개막을 앞두고 “최대한 멀리 보낸 뒤 많은 버디를 잡겠다”고 선언한 켑카는 첫날부터 공격적인 플레이를 펼쳤다. 대회 첫날에는 제주도의 강한 바람에 고전하며 1타밖에 줄이지 못했다.
 

그러나 둘째 날부터 제주도 바람이 잦아들자 켑카는 치고 올라가기 시작했다. 켑카는 자신의 전략대로 300야드가 넘는 상상을 초월하는 장타를 앞세워 둘째 날(7언더파 65타)과 셋째 날(5언더파 67타) 12언더파를 몰아쳤고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단독 선두로 최종 4라운드를 시작한 켑카는 이날도 전략을 바꾸지 않았다. 하지만 켑카는 경기 초반 고전했다. 5번 홀까지 버디 2개와 보기 2개를 주고받으며 타수를 유지하는 데 만족해야 했다.

주춤하던 켑카는 6번 홀부터 살아났다. 6번 홀 버디를 시작으로 10번 홀과 12번 홀, 13번 홀에서 1타씩 줄이며 우승을 향한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 그러나 게리 우드랜드의 추격도 만만치 않았다. 우드랜드는 16번 홀까지 9타를 줄이며 켑카를 강하게 압박했고 1타 차까지 격차가 줄어들었다.

우승을 차지하기 위해서는 1타가 중요한 상황. 16번 홀(파4 )에서 켑카에게 위기가 찾아왔다. 켑카는 티샷을 벙커에 빠트린 데 이어 두 번째 샷마저 그린에 올리지 못하며 1타를 잃을 수 있는 상황에 부닥쳤다. 하지만 켑카는 침착했다. 25m 거리에서 친 어프로치 샷은 그린에 떨어진 뒤 홀컵으로 사라졌고 켑카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켑카 우승…올해의 선수 이어 겹경사
제주도 강한 바람에 공격적인 플레이

2타 차 리드를 잡은 켑카는 마지막 18번 홀에서도 다시 한 번 드라이버를 꺼내 들었다. 켑카의 손을 떠난 공은 428야드를 날아간 뒤 왼쪽 페어웨이 한중간에 멈췄고 두 번째 샷 역시 핀을 바로 보고 공략했다. 켑카의 마무리도 완벽했다. 그는 4m 이글 퍼트를 그대로 집어넣었고 우승을 확정지었다. 지난해 우승자인 저스틴 토마스는 이번 대회 5언더파 283타로 공동 36위에 머물렀다.

이번에도 더 CJ컵은 한국 선수들에게 높은 벽이었다. 한국 선수 중에선 PGA투어에서 뛰고 있는 김시우(23·CJ)가 7언더파 281타 공동 23위를 기록한 것이 가장 좋은 성적이었다. 역시 PGA투어의 강성훈(31·CJ)이 6언더파 282타 공동 29위, ‘슈퍼루키’ 임성재(20·CJ)가 4언더파 284타 공동 41위를 기록했다.

또한 이 대회에 출전한 코리안 투어 선수는 제네시스 챔피언십 우승자 이태희(34), KLPGA선수권대회 챔피언 문도엽(27), 제네시스 포인트 1, 2위 박상현(35)과 이형준(26), 그리고 한국오픈 우승자 최민철(31)과 류현우(37), 그리고 맹동섭으로 7명이었다.


이 가운데 맹동섭만이 공동 41위를 기록했고 나머지 6명은 출전 선수 78명 가운데 50위 밖으로 밀려나 PGA투어의 높은 벽을 실감해야 했다.

한국 선수에
높은 벽인가

더 CJ컵은 전 세계 226개국, 23개 언어로 10억 이상의 가구에 생중계됐다. 총 4만여명(주최 측 집계)이 대회장을 찾았다. 이 덕분에 클럽 나인브릿지와 제주의 경관, 관련 산업과 문화 등도 전 세계에 홍보되는 효과를 누렸다. PGA 사무국은 대회의 미디어 노출·광고 효과를 포함한 경제적 파급 효과가 약 2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이 대회를 마치고 CJ그룹은 AC 닐스 컴퍼니를 통해 미디어 노출 효과가 1668억원에 달할 것으로 측정했다. 더 CJ컵은 전 세계에 총 1964시간 노출됐고 온라인 기사는 총 3만4099건이 유포됐다. 갤러리들의 소비를 비롯해 제주도를 찾은 관광객들의 숙박, 쇼핑, 렌터카 등 간접 소비까지 더하면 제주 지역 경제에 미치는 파급 효과는 상상을 초월한다.

더 CJ컵의 1년 운영비는 200~ 300억원 정도로 추정된다. 141억원의 한국남자프로골프(KPGA) 코리안 투어와 190억원의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운영비를 더한 것과 맞먹는다. 올해 우승 상금은 171만달러(약 19억원)로 PGA투어에서 메이저대회와 월드골프챔피언십(WGC) 시리즈를 제외하고는 최대 상금 규모를 자랑한다. KPGA·KLPGA투어 우승 상금과 비교하면 약 10배 많은 규모다.

다양한 행사
즐길거리 풍성

CJ그룹이 대회 개최를 위해 매년 200억원이 넘는 돈을 사용하는 데는 확실한 이유가 있다. CJ그룹은 이번 대회가 전 세계에 CJ 브랜드를 알리고 K-라이프스타일을 확산시키는 ‘스포츠 ·문화플랫폼’역할을 했다고 자평했다. 대회장을 찾은 갤러리들은 세계적인 선수들의 경기를 관전하고 다양한 한식 메뉴와 엑스포에 마련된 이벤트와 후원 브랜드들을 체험하며 세계적 스포츠 축제를 즐겼다. CJ그룹은 더 CJ컵을 통해 그룹의 인지도 상승과 ‘K-푸드’를 대표하는 자사 제품의 브랜드 ‘비비고’를 전 세계에 알리는 데 초점을 맞췄다. 대회장 주요 코스 4곳과 갤러리플라자, 엑스포존 등에서 핑거푸드 형태로 준비한 비비고 대표 메뉴들을 맛볼 수 있는 ‘비비고 테이스티 로드’를 운영해 갤러리들의 입을 즐겁게 했다. ‘비비콘’은 매일 준비한 수량이 오전에 완판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비비고는 국내 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대표 제품들을 집중 육성해 한국의 음식문화를 해외 시장에 전파시키기 위해 탄생했다. CJ그룹의 전략 브랜드인 비비고는 현재 만두, 김치 등 6개 카테고리 100여개 제품들이 세계 시장에서 소비자들을 만나고 있다. 비비고의 최근 행보는 괄목할 만하다. 

226개국 10억 가구에 ‘CJ’각인
갤러리 4만1000명…경제효과 2000억

지난해 미국에서만 175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지난 25년간 냉동만두 시장 1위를 지켜오던 중국 업체를 추월해 미국 만두 시장점유율 1위로 올라섰다. 비비고는 올해 2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2020년에는 미국 내 시장점유율을 50%까지 높여(현재 30%) 만두 한 품목만으로 해외에서 7000억원을 달성해 글로벌 만두 시장에서 독보적인 1등으로 자리를 잡겠다는 새로운 목표를 설정했다.

CJ제일제당 식품마케팅부 손은경 상무는 “미국 시장에서 얻은 경험과 노하우가 CJ제일제당 해외 진출의 기폭제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세계적인 스포츠 대회 개최를 계기로 비비고가 진정한 글로벌 한식 대표 브랜드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더 CJ컵의 성공적인 개최 뒤에는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노력과 헌신이 있었다. 이재현 회장은 대회 기간 내내 대회 현장을 직접 찾아 눈으로 보고 확인하는 현장 밀착 경영의 리더십을 선보였다.


대회 첫날 경기가 열린 지난 10월18일에는 브룩스 켑카, 저스틴 토마스(이상 미국), 임성재 조와 함께 코스를 돌기도 했다. 최종 4라운드가 열린 21일도 마찬가지였다. 이재현 회장은 선수들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호흡하며 우승자가 탄생하는 것을 지켜봤다. 또 지난해 대회 때는 직접 방송에 출연해 더 CJ컵 개최의 의미와 CJ를 글로벌 브랜드로 육성해 나갈 것이라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이 회장은 “더 CJ컵을 ‘글로벌 CJ’의 위상을 높이는 비즈니스의 장으로 활용하라”고 그룹 및 계열사 경영진에게 주문했다.
 

한편 2회 대회인 만큼 스폰서 기업들의 만족도도 더욱 높아졌다는 평가다. 더 CJ컵의 후원사는 작년 18개에서 23개로 늘었으며 글로벌 브랜드는 홍보의 장으로, 골프업체들은 해외 진출의 발판으로 대회를 적극 활용했다.

올해 처음 더 CJ컵에 참여한 스포츠브랜드 오클리 관계자는 “1회 대회가 흥행에 성공한 데다 국내 유일의 PGA투어 정규대회 참여에 큰 의미가 있다고 판단해 후원하게 됐다”면서 “다양한 온·오프라인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는데 고객 반응이 좋아 브랜드 홍보에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토종 골프 브랜드 JDX는 작년 대회 참여로 올해 10% 이상의 매출 성장을 기록해 올해도 스폰서 기업으로 참여했다. 특히 더 CJ컵을 계기로 PGA 선수인 임성재, 이경훈을 후원하게 됐으며 “내년에는 미국 본토에서 열리는 PGA투어 정규대회 참여도 준비하고 있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국내 유일의 PGA투어 정규대회 제2회 ‘더 CJ컵@나인브릿지’는 구름 관중으로 흥행에서도 성공했다. 지난 10월18일부터 21일까지 대회가 열린 나흘간 클럽 나인브릿지 제주에는 총 4만1000명의 갤러리가 찾아 PGA 선수들의 수준 높은 샷들을 감상했다.

CJ 측은 “지난해 공식 갤러리 수는 3만5000명이었는데 이번에는 이보다 6000명이 늘었다”고 밝혔다.


1라운드에는 6000명, 2라운드 8000명, 3라운드 1만1000명, 최종 라운드엔 1만6000명이 클럽 나인브릿지 제주를 방문한 것으로 집계됐다.

내년에도…
기대감

CJ 측은 “대회가 열리는 장소가 제주도인 점을 감안할 때 4만이 넘는 관중은 수도권 8만 이상의 대박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대회에서 우승한 미국의 브룩스 켑카는 “대회 내내 많은 응원을 보내준 한국 팬들에게 감사드린다. 내년에도 대회 출전을 한층 기대하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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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