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희 칼럼] 인공지능과 전문자격사의 미래
[박재희 칼럼] 인공지능과 전문자격사의 미래
  • 박창민 기자
  • 승인 2018.12.03 09:52
  • 호수 11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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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10여년 전까지만 해도 인공지능이 인간의 두뇌를 대체한다는 것은 흥밋거리로 받아들여졌다. 인공지능은 인간형 로봇(humanoid)으로 형상화되어 공상과학 소설이나 영화의 소재로 사용됐다. 그러나 최근 들어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머신러닝 인공지능 기술이 출현하면서 인공지능이 인간의 정신활동을 대체하는 것은 상상이 아닌 현실이 됐다. 인간의 고유 영역이라 여겨졌던 전문직 업무까지도 인공지능이 영향을 미치기에 이르렀다.  

전문직의 업무는 일반적으로 고도화된 지식과 경험을 기반으로 한다. 그러나 세세히 살펴보면 정형화돼있거나 반복적인 업무도 많다. 미국의 경우 전자적으로 저장된 정보 중 어떤 것을 재판에 증거로 제시할 것인가를 선택하는 데 인공지능을 활용하고 있다. 이 과정은 과거에는 신입 변호사들이 주로 맡았던 업무다. 

인공지능 변호사 로스(ROSS)가 미국의 대형 로펌에 ‘채용’된 것은 이미 2년 전의 일이다. 국내서도 올해 초 인공지능 변호사가 대형로펌에 채용되며 화재를 불러 일으켰다. 변호사와 법률비서가 장기간에 걸쳐 수행하던 법률 검토와 판례 분석을 수십초 만에 할 수 있다고 한다. 전문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변호사나 법률사무원 등이 설 자리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한편, 일부 세무사들이 인공지능 세무대리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회사의 업무를 중지하라고 요청하는 일도 있었다. 세무사 자격 없이 세무대리를 한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세무대리 업무를 수행한 것은 인공지능이지 사람이 아니라는 점에서 논란이 될 수 있다. 공인노무사가 주로 수행하는 근로계약서 작성, 4대 보험 신고납부나 법무사의 부동산 등기 관련 서류 작성 업무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인공지능이 발전한다고 해도 창의성이나 협상이 필요한 영역서 인간의 역할은 남아 있을 것이다. 전문자격사들도 기술혁신에 발맞춰 인공지능이 대신할 수 있는 업무서 완전히 벗어나 각자의 직무를 고도화 시켜야 한다. 또, 국가에선 입법과 행정을 통해 관련 규정을 마련하되 과거의 기득권을 지나치게 보호하는 규제를 하는 것보다는 시대적 흐름에 맞는 열린 제도를 창설해줘야 한다.

예를 들면, 로스쿨에 1년 가량의 법률 교육과정을 개설해 이를 이수한 경우 관련 자격증이 없더라도 전문자격사 업무 중 일부를 정보기술을 통해 수행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전문자격사는 인공지능 지식이 부족하고, 인공지능 지식이 풍부한 사람은 전문자격사 업무에 대한 지식이 적고 업무를 수행할 권한이 없다. 이 같은 어려움을 완화시키고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는 방안으로 로스쿨 교육과정 이수를 제안하는 것이다. 

또, 전문자격사 간 장벽도 낮춰야 한다. 우리나라의 전문자격사는 다른 나라에 비해 그 종류가 많고 영역이 엄격히 구분돼있다. 전문자격사들이 업무를 다각화하거나 고도화하고자 해도 여의치 않은 실정이다. 각 전문직 법인의 설립 요건 변경, 전문직 간 동업 허용, 일정한 요건 하의 소송대리권 인정이나 전문자격사 통폐합 등이 논의돼야 한다.

지금처럼 각자의 틀을 가지고 있어서는 사회 변화에 맞춘 혁신을 도모하기 어려워 사회적인 비효율이 발생할 것이다.

인공지능을 비롯한 과학기술의 발전은 줄곧 사람의 일자리에 크고 작은 영향을 미쳐왔고 마침내 인간 고유영역이라 믿어왔던 전문직 업무까지도 상당부분 기계가 대신할 수 있게 됐다. 인공지능이 전문자격사에게 미칠 영향은 정확히 예측하기 어렵지만 현재로서는 국회 및 소관부처, 각 전문자격사 단체 및 전문자격사 개인이 뜻을 모아 인공지능과 전문자격사가 협업해 순기능을 발휘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하는 것이 최선이라 하겠다.  


※본 칼럼은 <일요시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