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삼국비사 (110)후사

죽음 앞둔 무열왕

소설가 황천우는 우리의 현실이 삼국시대 당시와 조금도 다르지 않음을 간파하고 북한과 중국에 의해 우리 영토가 이전 상태로 돌아갈 수 있음을 경계했다. 이런 차원에서 역사소설 <삼국비사>를 집필했다. <삼국비사>를 통해 고구려의 기개, 백제의 흥기와 타락, 신라의 비정상적인 행태를 파헤치며 진정 우리 민족이 나아갈 바, 즉 통합의 본질을 찾고자 시도했다. <삼국비사> 속 인물의 담대함과 잔인함, 기교는 중국의 <삼국지>를 능가할 정도다. 필자는 이 글을 통해 우리 뿌리에 대해 심도 있는 성찰과 아울러 진실을 추구하는 계기가 될 것임을 강조했다. 
 

신라군이 당의 지시에 의해 고구려 남쪽을 치려는 즈음에 고구려 장수 뇌음신에 의해 북한산성에 주둔하고 있던 신라군이 고전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그 소식을 접한 김유신이 급히 지원군을 편성하여 북한산성으로 급파하려는 중에 무열왕이 김유신을 찾았다. 

유신이 걸음을 급히 하여 대전에 이르자 한 스님이 함께 자리하고 있었다. 

원효와의 만남

“상대등 대감, 소승 원효라 하옵니다.”


의아한 시선으로 스님을 바라보자 스님이 가볍게 합장하고 자신의 이름을 밝혔다.

유신이 뚫어져라 원효를 주시했다.

원효는 육두품 출신으로 내마(奈麻, 17관등 중 13번째 작위)인 담날의 아들이다.

일찌감치 승려가 되어 수도에 전진하였던 인물로 진덕여왕 시절 의상과 함께 당나라로 유학길을 떠나 요동까지 갔다가 도중에 고구려 순찰대에 잡혀 돌아와 황룡사에서 불도에 정진하고 있었다.

“그러면 스님이!”

말을 하다 말고 유신이 미소를 보였다.

“송구하옵니다, 상대등 대감.”


유신이 가만히 저잣거리에 회자되던 노래를 떠올렸다.

‘누가 내게 자루 없는 도끼를 빌려 주려는가. 나는 하늘을 떠받칠 기둥을 찍으리라.’

“그런데, 어인 일로.”

“짐이 불렀소.”

유신이 무열왕과 원효를 번갈아 주시했다.

“짐이 스님에게 자루 없는 도끼를 빌려 주려하오.”

“자루 없는 도끼라면 무엇을 의미하는지요?”

무열왕이 답에 앞서 원효를 주시하자 가만히 합장했다.

“그 다음이 중요하지요.”

그 다음 절을, 하늘을 떠받칠 기둥을 찍으리라, 생각하며 원효를 유심히 주시했다.

“그런 연유로 짐이 원효 스님에게 부탁하려 하오.”

“무엇을?”


“바로 이야기하겠소. 스님을 짐의 사위로 삼고자 하오.”

“요석공주와!” 

요석공주, 춘추의 셋째 딸로 백제와의 전투에서 사망한 김흠운의 부인으로 홀로 지내고 있었다.

“그래요. 공주도 적적하게 혼자 지내고 있으니. 그런데 스님이 간절히 공주를 흠모하고 있어 짐이 공주와 스님의 혼례를 이루어 주려 하오.”

“그게 가능합니까?”

유신이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원효를 주시했다.


“뭐든 마음먹기 나름 아니겠습니까?”

“그도 일리 있지만. 그런 경우라면 파계 아닙니까?”

“파계란 중생들이 만들어 놓은 제약에 불과하지요. 부처님의 교리는 어느 곳에도 치우치지 않는 깨달음 즉 중도가 핵심입니다.”

유신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그런데 소신은 무슨 일로 찾으셨습니까?”

“이미 짐의 마음이 정리되었고, 그래서 짐의 사위인 두 사람과 긴히 상의할 일이 있어 불렀소.”

김유신과 원효를 불러들이다
“권력은 김유신 불교는 원효”

무열왕이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두 사람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유신 역시 자신을 바라보는 무열왕의 얼굴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비록 미소를 짓고 있지만 표정에서 공허한 빛이 감지되었다.

“말씀 주시지요.”

마치 무열왕이 유신의 시선을 피하듯이 천장으로 고개를 돌렸다.

순간 원효가 가볍게 합장했다.

“곧바로 이야기하겠소. 그동안 백제와 전쟁 때문에 쉬쉬했는데 짐의 생명이 그다지 오래 남지 않은 듯하오.”

유신이 믿기지 않는지 멍한 표정으로 무열왕을 주시했다.

“전하!”

잠시 후 무열왕을 부르는 유신의 목소리에 가래가 함께 묻어나왔다.

“여하튼 그를 떠나서라도.”

무열왕이 잠시 말을 멈추었다. 

“새로이 사위도 맞으며 신라의 내일을 그려보고자 하오.”

유신이 차마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짐이 왜 원효 스님을 사위로 삼고자 하는지 아시오?”

“말씀해 주시지요.”

“한 국가가 제대로 운영되기 위해 필요한 부분이 무엇이라 보시오?”

“당연히 권력과...”

말을 하다 말고 유신이 원효를 주시했다. 

“권력 못지않게 중요한 부분이 바로 불교요. 그런 연유로 짐은 두 사람에게 어려운 부탁하려 하오.”

“부탁이라니요, 그저 하라 하십시요.”

“그래서 짐은 결정 내렸소. 권력은 상대등 대감에게 불교는 새로 사위가 될 원효스님에게 맡기기로.”

“전하, 바로 말씀 주십시오.”

무열왕이 답에 앞서 가벼이 한숨을 내쉬었다.

“짐의 생명이 그리 오래 이어지지 못할 듯합니다. 그래서 짐의 사후를 논하고자 이리 급하게 불렀소.”

유신이 찬찬히 무열왕의 얼굴을 주시했다.

그 말이 있어서 그런지 생명의 기운이 서서히 엷어지는 듯했다.

“전하, 불충한 소신을 용서하여 주소서.”

임금으로서 그리고 백제와의 전쟁을 치르면서 그야말로 정신적 육체적으로 혹사에 이를 정도로 동분서주했던 일을 떠올렸다.

“아니오, 대감. 짐의 덕이 아니 짐이 강건치 못하여 이리되었는데 그를 두고 남을 탓할 수는 없소. 특히 처남에게는. 여하튼 후사에 대해서 두 분과 논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유사시에 당연히 태자 저하께서 있지 않습니까?”

“물론 태자가 있지요. 그런데.”

“무슨 문제 있습니까?”

“당나라의 입장을 살피지 않을 수 없소.”

무열왕이 다시 천장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당나라 입장이 어떠하기에 그러십니까?”

후사도 문제

“당나라에서는 내심 태자가 아닌 인문을 생각하고 있는 듯합니다.”

“정식으로 입장 표명이 있었습니까?”

“그런 일이 정식으로 제기되지는 않지요, 특히 신라의 상국이라 생각한다면.”

이른바 알아서 기는 문제였다.

유신이 그를 생각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상대등 대감도 이제는 기가 많이 꺾인 듯하오.”

무열왕의 얼굴로 쓸쓸한 미소가 흘렀다.

“전하, 대감께서는 아직도 혈기왕성하십니다.”

원효가 은근한 목소리로 껴들었다.

무열왕이 서둘러 마무리했다.

“전하, 비록 신라가 당나라의 눈치를 살피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지만 이는 신라 내부의 문제입니다. 전하께서 여하한 결정을 내리신다 해도 당나라에서 내색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니 너무 심려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상대등 대감 의견을 살펴 주시오소서.”

“스님의 생각도 그러하오?”

“그러합니다. 아무리 상국이라 하여도 개입하지 말아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무열왕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말인데.”

“말씀하십시오, 전하.”

“만약에 보위 문제로 불상사가 발생하면 상대등 대감과 스님은 당의 황후에게 의탁하십시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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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