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천우의 시사펀치> 혜경궁과 지록위마
<황천우의 시사펀치> 혜경궁과 지록위마
  • 황천우 소설가
  • 승인 2018.11.26 11:18
  • 호수 11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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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경찰 조사 결과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부인 김혜경씨가 지난 대선과 올해 실시된 지방선거 과정서 허위사실을 지속적으로 유포해 논란을 불러왔던 ‘혜경궁 김씨’의 트위터 계정 주인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김씨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이에 대해 이 지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불행한 예측이 현실이 됐다. 기소의견 송치는 이미 정해진 것이었다”며 강하게 반발하면서 “지록위마, 사슴을 말이라고 잠시 속일 수 있어도 사슴은 그저 사슴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한 본격적 이야기는 잠시 접어두고 먼저 혜경궁에 대해 살펴보자. 혜경궁은 이른바 혜경궁 홍씨(惠慶宮 洪氏)를 지칭하는 바, 왜 그녀에게 그런 칭호가 주어졌는지에 대해서다.

혜경궁 홍씨(이하 홍씨)는 영조시절 영의정을 역임했던 홍봉한의 딸로 열 살에 영조의 아들인 세자(장헌세자, 일명 사도세자)의 빈(嬪)으로 책봉된다. 빈은 왕의 후궁이나 세자의 부인에게 내리던 첩지로 정1품의 품계에 해당된다.

그녀는 자신의 남편인 세자가 당파 싸움의 소용돌이서 친아버지인 영조의 미움을 받아 뒤주에 갇혀 굶어 죽는 장면을 가슴 졸이며 목격한다. 그 과정에 홍씨의 작은 아버지인 홍인한이 영조의 총애를 받던 화완옹주의 양자인 정후겸과 결탁하여 세자를 죽음에 이르게 하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운다.

그 뿐만 아니다. 노쇠한 영조가 세손인 정조에게 대리청정을 시키려 하자 홍인한이 “동궁(東宮, 정조)께서는 노론과 소론을 알 필요가 없고, 이조판서와 병조판서에 누가 합당한지 알 필요가 없으며, 더욱이 조정의 일에 대해 알 필요가 없습니다”라며 극력 반대할 정도였다.

후일 홍인한은 정조가 보위에 오르자 사사되는데 그 과정을 지켜보던 홍씨의 마음은 어땠을까. 여하튼 홍씨는 사도세자가 죽임을 당한 그 해에 영조로부터 혜빈(惠嬪)으로, 이어 친아들인 정조가 즉위하자 혜경궁(惠慶宮)으로 칭해진다.

이에 앞서 신하들은 홍씨에 대해 혜빈궁(惠嬪宮)의 칭호를 제안했으나 정조는 일언자하에 거절한다. 자신의 어머니에게 정1품의 빈(嬪)은 가당치않은 일이었다.

그래서 빈을 경(慶)으로 더해 왕인 자신의 어머니에게 당연히 줘야할 대비(大妃) 칭호를 주지 못하자 우회적으로 임금의 아내를 의미하는 궁(宮)이라 칭한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야기해서 혜경궁이란 칭호는 왕비가 되지 못한 비운의 여인에게 주어졌던 칭호라는 이야기다.

다음은 지록위마(指鹿爲馬)에 대해 살펴보자. 지록위마는 이 지사의 말대로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 지칭한다는 의미다. 이는 진(秦)나라의 환관 출신 승상 조고가 신하들의 마음을 떠보기 위해 2세 황제 호해(胡亥)에게 사슴을 바치면서 말이라고 한데서 유래된 고사성어로 윗사람을 농락, 권세를 휘두르는 경우를 이른다.

이제 시선을 현실로 돌려보자. 필자가 살필 때 경찰 수사 결과는 쉽사리 납득되지 않는다. 혜경궁이란 계정에 대해서다. 결국 혜경궁은 뒤주에 갇혀 비참하게 굶어죽은 자신의 남편 사도세자로 인해 얻은 칭호인데 자신의 남편이 대통령이 되기 원하는 그녀가 그를 사용했을 리 없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더 흥미로운 일은 이 지사가 지록위마를 거론한 점이다. 아내의 결백을 확신한다면 가만히 지켜보면 될 터인데 굳이 그를 거론한 이유는 무엇일까. 혹시 문재인 대통령을 겨냥한 건 아닐까? 이 부분은 독자들의 판단에 맡기겠다.


※ 본 칼럼은 <일요시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