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표적’ 법관 6인 대해부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8.11.26 11:03:27
  • 호수 119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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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로 법복 벗겨지나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현직 판사를 입법부가 탄핵하는 헌정 사상 초유의 일이 일어날 것인가. 국회는 사법 농단 연루 법관 탄핵에 대한 갑론을박으로 시끄럽다. 2017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이 2018년 사법 농단 연루 법관 탄핵으로 이어진 셈이다. <일요시사>는 탄핵안 발의 및 국회 본회의 통과 가능성과 탄핵안 포함이 확실시되는 법관 6인에 대해 심층 취재했다.
 

“우리는 법원행정처 관계자가 특정 재판에 관해 정부 관계자와 재판 진행방향을 논의하고 의견서 작성 등 자문을 해준 행위나 일선 재판부에 연락해 특정한 내용과 방향의 판결을 요구하고 재판절차 진행에 관해 의견을 제시한 행위가 징계절차 외에 탄핵소추절차까지 함께 검토돼야 할 중대한 헌법위반행위라는 데 대해 인식을 같이 한다.”

법관 대표들
공감 분위기

지난 19일 열린 전국법관대표회의(의장 최기상) 결의안 중 ‘재판독립침해 등 행위에 대한 우리의 의견’ 부분이다. 현직 법관들도 사법 농단 사건을 심각한 헌법위반행위로 본다는 게 요지다. 법관 대표들은 “징계절차 외에 탄핵소추절차까지 검토돼야 한다”고 입장을 공식 표명하며 탄핵소추를 촉구했다.

이날 모인 법관 대표들은 총 114명, 그 중 105명의 법관 대표가 투표에 참여했다. 투표 결과는 찬성 53명, 반대 43명, 기권 9명이었다. 반대와 기권표를 합치면 찬성과 불과 1표 차이밖에 나지 않았을 정도로 결과를 예측할 수 없었다. 

법관대표회의 공보간사인 송승용(44·사법연수원 29기) 수원지법 부장판사는 “(민감한 사안이라)오래 논의를 했고 어느 한 의견이 압도적인 방향으로 의결되지는 않았다”며 “반대하는 대표 판사들의 주장과 근거도 설득력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반대 입장을 낸 법관 대표들은 동료 법관에 대한 탄핵소추는 고도의 정치적 행위이므로 법원이 정치 소용돌이에 휘말릴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법관대표회의는 논의된 내용을 정리해 지난 20일 김명수 대법원장에게 전자문서 형태로 전달했는데 이에 대해 김 대법원장은 말을 아꼈다. 오전 9시8분께 출근길에서도 ‘사상 처음으로 법관 탄핵소추 검토로 의견이 모였는데 어떻게 생각하는지’ ‘국회에 의견 전달은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 침묵을 지켰다. 사법부의 근간을 흔들 수 있을 만큼 사안이 엄중했다. 

탄핵소추에 대한 대표 판사들의 의견을 국회에 전달하거나 촉구하는 방안은 권력분립 원칙에 반할 수 있다는 의견이 다수인 만큼 채택되지는 않았다. 송 부장판사는 “자문기구 성격의 대표회의가 제3의 국가기관인 국회에 탄핵소추를 촉구할 수 있냐는 부분에 대해 여러 논의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 이민걸 서울고법 부장판사

논의돼야 할 사안이 즐비하다. 먼저 법관대표회의가 법관들을 대표할 수 있냐는 부분이다. 법관대표회의의 현재 총원은 119명인데, 그 중 서울중앙지법 소속이 9명으로 가장 많다. 지난 9월 말 기준으로 대법원장·대법관을 포함한 전체 법관은 2933명, 4.1%인 119명이 나머지 법관을 대표할 수 있냐는 문제제기가 가능하다.

법관회의 사법 농단 탄핵 검토 의결
정치권은 공 넘겨받고 저울질 중

절차적 하자 논란도 제기된다. 법관대표회의 규칙상 출석한 구성원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해야 한다. 지난 19일, 의결정족수는 출석자(114명) 기준으로 볼 때 58명이었으나 표결 참여자(105명)의 과반인 53명이 찬성했다는 이유로 안건을 통과시켰다.

탄핵 대상과 범위에 대한 논란도 예상된다. 법관대표회의는 ‘사법 농단과 관련된’이라고 말했을 뿐 대상을 따로 지정하지 않았다. 검찰이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공소장에 적시한 관련자만 현직 법관이 70명이 넘는다. 핵심 피의자인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 전 대법관, 임 전 차장 등은 현직이 아니라 탄핵 대상이 될 수 없다.

탄핵 대상·범위에 대한 논란이 있는 가운데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이하 민변)’이 법관 6인을 탄핵소추 대상자로 꼽아 주목된다. 권순일 대법관, 이민걸 서울고법 부장판사, 이규진 서울고법 부장판사, 정다주 울산지법 부장판사, 박상언 창원지법 부장판사, 김민수 창원지법 마산지원 부장판사가 그들이다. 


권 대법관은 양 전 대법원장 시절인 지난 2012년 8월부터 2년 동안 법원행정처 차장으로 일하면서 일제 강제노역 사건과 통상임금 사건 등에 관해 청와대 인사와 접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 이규진 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

이민걸 부장판사는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으로 일하면서 국제인권법연구회 축소를 위한 연구회 중복가입 금지조치를 시행하고 일제 강제징용 사건, 비자금 조성 등에 관여한 의혹을 받는다. 

침묵하는
김명수

이규진 부장판사는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으로 재직하면서 통합진보당 지방의원 지위확인 소송을 담당하는 재판부에 선고기일 연기 등을 지시한 의혹, 판사 뒷조사 의혹, 헌법재판소 파견 판사로부터 헌재 재판관 평의 내용을 넘겨받은 의혹 등에 연루됐다.

그 외 정다주·박상언·김민수 부장판사는 법원행정처 심의관으로 일하면서 법관 탄압이나 청와대와의 재판 거래로 의심되는 문건을 작성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민변은 “법원서 자체 조사한 3차 조사 보고서와 지금까지 나온 검찰의 수사 결과만으로도 6명에 대한 탄핵소추 요건을 갖춘 상태”라고 주장한다.

비단 민변만 이들 6인을 지목한 게 아니다. 지난 10월30일 ‘양승태 사법 농단 대응을 위한 시국회의’는 국회 정론관서 이들 6인에 대한 탄핵소추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김 대법원장이 지난 6월 징계를 청구한 현직 판사 13명에도 이들 6인이 포함됐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소속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지난 20일 원내대책회의서 ‘탄핵 대상이 6명 정도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그 정도에 사실은 임 전 차장의 공소장을 분석하면 더 언급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권 대법관을 제외하고 나머지 5인은 대법원 자체 조사에서 간여 혐의가 드러나 현재 재판 업무서 배제된 상태다.

이미 탄핵소추 요건을 갖췄다는 법관대표회의와 민변, 시국회의 주장의 근거는 무엇일까. 탄핵과 관련된 사항은 헌법 65조 ‘직무집행에 있어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 탄핵이 가능하다고 적시돼있다. 

더 있을 수도…
국회 선택은? 

또 ‘공무원은 국민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해 책임을 진다’(7조),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해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해 심판한다’(103조) 등 주요한 헌법 조항을 위반해 탄핵 사유에 해당한다는 주장이다. 이들의 혐의는 향후 검찰의 기소와 재판 과정서 더욱 구체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민변은 향후 검찰 조사에 따라 탄핵 대상을 추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검찰 조사를 본 국민들의 여론이 실제 탄핵안 발의의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탄핵과 관련한 논의가 국회서 착수됐다는 점만 봐도 정치권이 여론의 추이를 궁금해한다는 증거다.
 

여당인 민주당은 법관대표회의의 탄핵소추 의견에 즉각 답했다. 홍영표 원내대표는 지난 20일 원내대책회서 “이제는 국회가 답할 차례”라며 “탄핵소추 논의를 즉각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법사위 소속 의원들은 회의를 열어 실무 검토를 시작했다.


정의당 역시 법관회의 결정에 환영의 뜻을 밝혔다. 탄핵소추안 발의를 위한 각 정당 간 논의 테이블 구성도 제안하기도 했다. 민주평화당 역시 논평을 통해 “옳은 결정”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반면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의 경우 반대 입장이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판사가 정치 행위를 하려면 정치계로 진출해야 한다”며 “인민재판식 마녀사냥으로 이렇게 사법부를 무력화시키는 일은 대단히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바른미래당 내에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하태경 최고위원은 “특별재판부보다 위헌 소지가 없다”며 찬성 입장을 밝힌 반면, 김관영 원내대표는 “법관 탄핵 논의는 시기상조”라고 못 박았다.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만큼 탄핵 대상을 국회가 특정할 수 없다는 취지다. 

탄핵소추안이 국회서 발의되는 일은 시간 문제로 보인다. 국회 재적의원(현 299명) 3분의 1 이상의 동의로 발의가 가능하다. 여당인 민주당만 해도 129석으로 탄핵소추안 발의 요건인 100석을 웃돈다. 발의 자체는 문제가 없다.

소추안 발의 무난, 통과는 미지수
문제의 법관들 어떤 불이익 받나?

탄핵소추안이 발의되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다. 이때부터 난항이 예상된다. 72시간 이내에 표결에 부쳐져 재적 의원 과반수의 찬성이 필요하다. 찬성 입장을 분명히 한 민주당과 민주평화당, 정의당 의석수의 합은 148석이다.


본회의 통과를 위해 필요한 의석 150석에 2석 모자라는데 바른미래당이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법사위원인 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법관 탄핵은 요건 자체가 어렵지 않다”며 “얘기만 잘 된다면 이번 정기국회 내에서도 (처리가)가능하다”고 내다봤다. 그는 “민주당과 민주평화당, 정의당, 그 다음 개혁적 무소속 의원까지 합치면 과반이 된다”며 “물론 다른 야당들을 설득하는 작업이 필요하지만, 의결 조건은 갖출 수 있다”고 자신했다.

법사위원장이자 소추위원인 한국당 소속 여상규 의원은 지난 22일 “탄핵소추 논의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밝혔다. 단 “기소가 완료되면 탄핵 여부를 논의할 순 있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본회의를 통과하면 헌법재판소는 곧바로 탄핵심판 절차에 돌입한다. 대통령 탄핵과 마찬가지로 헌법재판관 9명 중 6명이 찬성하면 파면이 최종 결정된다. 현직 법관 탄핵이라는 헌정 사상 최초의 사건이 발생하는 것이다.
 

▲ 권순일 대법관

탄핵소추안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은 6인 중 이규진 부장판사는 내년 2월로 지난 10년의 법관 임기를 만료한다. 본인이 재임용 신청을 하면, 심사를 거쳐 연임 여부가 결정된다. 재임용 신청을 하지 않으면, 그대로 퇴직 처리된다. 탄핵 대상서 제외되는 것이다. 임종헌 전 차장도 의혹이 불거지자 재임용 신청을 철회하는 방식으로 지난해 3월 임기만료 퇴직해 논란이 된 바 있다.

탄핵과 임기만료는 천지차이다. 임기만료로 퇴직할 경우 정상적으로 변호사 개업이 가능하고 퇴직연금도 모두 수령 가능하다. 반면 탄핵을 당할 경우 변호사법에 따라 5년 이내 변호사 등록이 제한되며 퇴직연금도 줄어든다.

대한민국 헌법은 모든 공무원 중 법관의 신분을 가장 엄격히 보장한다. 헌법에 위배되지 않으면 법관을 파면할 수 없게 해 ‘법관의 독립성’을 보장했다. 법관 징계처분도 ‘정직’ ‘감봉’ ‘견책’ 등 3종류에 그친다. 일반 공무원과 달리 판사에게 ‘해임’이나 ‘파면’ 등의 징계는 없다.

되면?
안 되면?

사실상 판사에 대한 가장 강한 징계는 ‘정직 1년’이다. 징계를 받아도 변호사 개업에 제한이 없으며 퇴직금에 불이익도 없다. 이 때문에 탄핵이 필요하다고 보는 쪽에서는 비리 법관에 대한 엄중한 심판이 탄핵에 의해서만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탄핵에 따르는 불이익을 판사들에게 보여줘서 일선 판사들에게도 국민의 신뢰를 무너뜨리면 생존할 수 없다는 경종을 울리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법관회의 진정성 논란

현직 탄핵소추를 두고 사법부 내 감정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전체 판사를 대표할 수 있는지, 아니면 특정 집단만을 대표하는지를 두고 내부 구성원 간 충돌이 벌어졌다.

청주지법 법관 대표는 지난 19일 회의서 “소속 법원 판사들의 의견을 반드시 따를 필요는 없다. 대표 본인의 의사로 자유롭게 결정이 가능하다”며 ‘법관 탄핵소추’ 결의문에 대한 찬성 주장을 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대표성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표결이 단 한 표 차로 갈려 논란은 더욱 크게 일었다. 법관대표회의서 내놓은 법관 탄핵소추 검토 결의안은 찬성 53표, 반대 43표, 기권 9표로 통과됐다. 한 표만 부족해도 과반(53표)에 미달돼 부결될 뻔했다.

법관대표회의가 김명수 대법원장을 중심으로 뭉친 진보적 인사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는 주장을 하며 표결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목소리도 있다. 법관대표회의에는 김 대법원장이 회장을 지낸 국제인권법연구회 소속 판사들이 다수 있다.

법관대표회의 부의장으로 탄핵 안건을 대표 발의한 최한돈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를 비롯, 류영재 춘천지법 판사 등이 대표적인 인권법연구회 소속이다. 인권법연구회는 2015년 7월 연구회 내부에 ‘인권보장을위한사법제도소모임(이하 인사모)’이라는 모임이 만들어지며 진보적 성격이 짙어졌다고 한다.

이 때문에 표결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쪽은 박근혜정권과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억압받던 진보 판사들의 반격으로 해석한다. 

이번 사태 역시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 판사들과 인사모, 그리고 인사모를 뒷받침했던 김 대법원장 간의 구원서 비롯됐다는 시각도 있다.

일례로 김 대법원장은 춘천지법원장으로 근무했던 지난해 3월 인사모 소속 판사들을 대상으로 한 ‘블랙리스트(배제 명단)’가 논란이 되자 ‘전국 법원장 간담회’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직무배제를 가장 먼저 요구한 바 있다.

김태규 울산지법 부장판사는 “지난 세월 주류 세력에게서 박해받았다고 생각하는 판사들이 이제 와서 일종의 정치 보복을 하는 것”이라며 “이런 식의 앙갚음은 국민에게 ‘정치 판사’라는 인식만 키울 뿐”이라고 비판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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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도이치 브로커’ ‘청담동 사기꾼’ 연결고리 추적

[단독] ‘도이치 브로커’ ‘청담동 사기꾼’ 연결고리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김건희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 인물인 이준수가 3년간 수백 차례 연락에 사용한 휴대전화를 특검팀이 확보했다. 이준수는 주식·코인 주가조작으로 수백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기다 구속된 이희진에게 오광수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소개한 인물이다. 앞서 이희진이 구속된 2016년에도 그를 옹호하는 영상을 웹사이트에 올려 친분을 과시했다. 이준수는 과거 무자본 인수합병(M&A) 혐의 등으로 여러 차례 형사처벌을 받았던 인물이다. 그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당시에도 김건희 계좌와 연관된 거래를 한 정황이 드러나 검찰 수사를 받았지만, 불기소 처분된 바 있다. 같은 부류 서로 옹호 지난 7월15일 김건희 특검은 김건희와 이준수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 내용에서 단순한 투자 조언을 넘어선 사적 관계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2013년부터 2016년까지의 메시지에는 주식 매매 관련 대화뿐 아니라, 사적인 감정 표현과 비공식적 만남 정황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포렌식 결과 이준수는 김건희에게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처음 소개한 인물로 드러났다. 2013년 이준수는 김건희에게 보낸 문자에서 “무당이라기보다는 거의 로비스트에 가깝다. 정치권 네트워크가 막강하다”고 표현하며 전씨를 추천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은 이 관계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이준수→건진법사→김건희’로 이어지는 핵심 연결고리로 보고 있다. 특히 건진법사가 윤석열 전 대통령 당선 후에도 대통령실 인사들과 접촉하고 영향력을 행사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만큼, 특검은 이 라인과 김건희의 대선 이후 행보와의 연속성을 주시하고 있다. 이후 특검은 이준수의 최근 행적 단서를 발견했다. 지난해 10월, 이준수가 음주 운전 혐의로 적발됐는데, 경찰 조사에서 “가까운 지인이 검찰 수사에서 무혐의를 받아 술을 마셨다”고 진술했다는 것이다. 당시 ‘무혐의’를 받은 인물은 도이치모터스 사건에서 불기소 처분을 받은 김건희를 의미한다. 경찰 조사 조서에는 ‘지인’이라고만 기록됐지만, 특검은 실제 진술 내용과 시점을 대조해 그 ‘지인’이 김건희임을 확인했다. 이는 2023년 말까지도 김건희와 이준수 간에 연락이 이어졌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특검은 수사 과정에서 이준수가 차명계좌 등을 통해 거래에 참여한 정황을 새롭게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는 음주 운전 혐의로 경찰에 수배된 상태였으며, 특검팀은 지난달 압수수색 현장에서 그를 발견하고 체포를 요청했으나, 경찰이 도착하기 직전 건물 2층에서 뛰어내려 달아난 것으로 전해졌다. 이준수는 김건희의 금융 거래와 밀접한 인물로 여러 차례 거론됐다. 특히 2022년 대선 당시 김의겸 의원은 김건희가 2010년 4월 주가가 급등락하던 태광이엔씨 주식을 대량 매수한 뒤 하루 만에 1000만원이 넘는 이익을 보고 매도했다며,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투자 의혹을 제기했다. 이준수, 김건희-건진법사-도이치모터스 핵심 코인판으로 진화한 주가조작 조직 ‘VIP’까지 당시 태광이엔씨를 실질적으로 인수해 주가를 띄우고 회사 자금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형을 확정받은 인물이 바로 이준수였다. 김건희가 이준수로부터 미공개 정보를 받아 주식을 사고 팔았던 것 아니냐는 과거 의혹이 재조명되고 있다. 김건희 측은 이에 대해 “이준수가 일방적으로 투자와 관련해 연락을 취한 적은 있으나, 김건희는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적이 없으며 이준수와 밀접한 관계도 아니”라고 반박했다. 또 “이준수와 지난해까지 연락을 주고받았다는 주장도 사실이 아니”라며 선을 그었다. 이준수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으로 불린다. 과거 증권사 애널리스트 출신으로 유명한 그는 여러 투자자 명의 계좌를 동시에 관리하며 시세조종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김건희의 계좌 출고 명령을 직접 수행했다는 내부 증언도 있었다. 그러나 당시 검찰은 그를 기소하지 않아 ‘봐주기 수사’ 논란이 불거졌다. 이준수는 “주가조작 전과 4범, 닉네임 ‘새강자’”로 유명했다. 이희진 주가조작 사건 당시 검찰 전관 변호사 오광수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중개했다. 해당 사실은 이준수가 이희진에게 변호사를 알선하고 대가를 받아 챙긴 혐의를 받으면서 드러났다. 이희진은 지난 2016년 9월 무인가 투자매매사를 설립했고, 2014년 7월부터 2016년 8월까지 1600억원대의 주식을 판매해 자본시장법·유사수신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 이희진과 조기축구 모임에서 친해진 이준수는 2016년 8월 이희진에게 오광수 등 변호사를 알선하고 그 대가를 받거나 약속받은 혐의를 받았다. 당시 이희진은 증권방송 회원들에게 비상장 주식을 매도한 의혹 등으로 수사를 받고 있었다. 끼리끼리 축구 모임 이희진은 수사기관에서 이준수가 검사·수사관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변호사들을 소개하고, ‘착수금’ 2000만원과 불구속 수사를 받을 경우 성공 보수 5000만원을 달라는 요구를 했다고 진술했다. 이준수의 혐의에 관한 증거는 대부분 이희진의 진술에서 비롯됐다. 이희진에 따르면 이준수는 “변호사들에게 적지 않은 선임료를 주는데 나도 그동안 너를 위해 열심히 노력했으니 돈을 달라. 변호사들은 앞선에서 일하고 나는 뒷선에서 일을 볼 것”이라고 했다고 한다. 이를 승낙한 이희진은 자신의 주거지에서 이준수에게 현금 1000만원을 줬다. 또 며칠 뒤 이준수는 이희진에게 “검찰 수사관에게 알아보니 너 골인(구속)될 것 같다. 약속한 1000만원을 달라”고 해 나머지 1000만원을 더 지급했다고 한다. 이에 관해 이준수는 “1000만원은 비상장 주식을 담보로 한 담보대출을 추진하기 위해 수고비 명목으로 받았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희진의 공소 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진술을 그대로 믿을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재판부는 이희진과 다른 증인의 진술이 상반된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재판부는 “이희진은 변호사를 선임하고 이준수와 돌아오는 차 안에서 착수금·성공 보수를 요구받았다고 했지만, 해당 차량 운전사는 이 같은 말을 들은 사실이 없다고 진술했다”고 짚었다. 이희진의 진술은 동생 이희문의 말과도 일치하지 않았다. 이희진은 동생과 이준수에게 돈을 지급할지, 깎을지 상의했다고 했지만, 동생은 “당시 변호사 소개비 등 명목으로 2000만원을 줬다는 것은 전혀 알지 못했고 나중에 들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2017년 2월14일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은 이희진과 그의 동생을 사기 혐의 등으로 추가 기소했다. 검찰은 이들이 2015년 4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피해자 28인에게 허위, 과장된 내용을 말하며 대략 41억원 상당의 비상장 주식을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전하며 추가 조사를 이어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미인가 금융투자업을 영위하며 비상장주식 종목을 추천한 뒤 선행 매매한 주식을 판매해 122억6000만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2020년 2월 징역 3년6개월, 추징금 122억6000만원이 확정됐다. 최근 이씨 형제는 현재 가상화폐(피카코인) 시세조종 사건에 연루돼 구속 상태로 재판받고 있다. 국가권력으로 범죄 네트워크 이희진의 절친이자 김건희와 주가조작 사건의 공범으로 지목된 이준수는 주가조작 전담 브로커로서 “증권사 내부망 접근, 차명계좌 운용, 대포폰 관리” 등을 통해 시세조작을 총괄했다고 알려져 있다. 이는 이희진 코인 사건의 자전거래 구조 및 주식시장 조작 방식과 유사하다. 통정·자전 거래 구조가 동일하다. 차명계좌·직원을 동원해 리딩방을 운영하고, 허위 보도자료·루머형 호재를 유포하는 패턴도 동일하다. 지난 2016년 이준수는 웹사이트를 통해 이희진을 두둔하는 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그는 해당 방송에서 “언론이 사건을 과장했다”며 혐의 전반을 축소하고, “1600억 허가 안 받은 것뿐이지 큰 죄는 아니”라고 말했다. 이어 “유사수신죄는 원금 보장 약속이 있어야 성립한다. 계약서엔 그런 말이 없다”며 기소 자체의 정당성을 부정했다. 또 이준수는 “주가가 4배, 5배 간다고 했다가 떨어졌다고 죄는 아니”라며, 주가조작을 단순한 ‘예측 실패’로 치부했다. 또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목표가를 제시하는 것도 죄냐”고 반문하며, 이희진이 진행했던 거래를 “시장 참여자의 일반적 행위”로 표현했다. 영상에서 이준수는 전환사채 거래와 내부자 정보 이용 혐의를 언급하며 “브로커들이 조작했고, 희진이는 오히려 그 사실을 검찰에 말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IS동서 전환사채권은 큰 잘못이지만 희진이는 계약 불이행 피해자”라며 범죄의 고의성을 부정했다. 이는 공소장과 재판기록상 사실과는 상충되는 주장이다. 수백억 먹은 이희진 절친 전 청와대 민정수석 소개 또 다른 발언에서 그는 “사기적 부정거래는 회사가 거짓말로 주식을 파는 행위”라며 “이희진은 단지 회사 공시를 믿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올리패스 등 현재 상장폐지된 기업을 언급하며 “공시가 취소됐다고 사기라 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는 금융감독 규정상 ‘허위 공시 정보 활용’과 ‘공모 행위’의 구분을 의도적으로 축소한 해석이다. 영상 말미에서 이준수는 피해자들의 법적 구제 가능성마저 부정했다. “이희진한테 피해 입었다고 나라가 받아주지 않는다. 민사·형사도 성립 안 된다”며 “다 변호사들이 사기 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법조계를 “돈에 눈먼 집단”이라 비난하며, 피해자들의 소송을 “쓸데없는 짓”이라 재차 강조했다. 한편, 이준수가 옹호한 주가조작범 이희진은 코인 시세조종 혐의로 기소된 상태다. 서울남부지방검찰청이 2023년 10월4일자로 제출한 공소장에 따르면, 피고인 이희진과 이희문은 A, B, C 토큰을 이용한 대규모 가상자산 시세조종·사기 조직을 운영한 혐의로 기소됐다. 공소장에 따르면, 두 형제는 실체가 불분명한 ‘스캠(Scam) 코인’을 발행해 거래소 상장을 추진하고, 허위 공시와 자전거래(봇 프로그램 활용)를 통해 시세를 인위적으로 부풀린 뒤 투자자들에게 고점 매도를 유도하는 ‘물량 털기(Pump & Dump)’ 방식으로 약 700억원대의 피해를 입혔다. A 토큰 피해자는 1만564명으로 피해액은 약 217억원, B 토큰 피해자는 4342명, 피해액은 약 341억원, C 토큰 피해자는 1만5641명, 피해액은 약 339억원이다. 김건희 특검의 휴대전화 포렌식 결과는 그의 단순한 과거 인연을 넘어, 사적 네트워크가 실제 정치권력의 형성 과정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특검은 현재 ‘김건희·이준수·건진법사’로 이어지는 삼각관계의 실체를 밝히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을 종합하면 이희진과 이준수는 변호사·브로커 인맥을 공유하고, 자전거래 기술을 활용해 주식과 코인 양쪽의 시장 조작 기술도 공유했다. 이희진과 김건희의 접점은 없으나 이준수를 경유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는 상황이다. 현재까지 이희진 형제는 ‘코인판 사기’ 혐의로 기소됐지만, 이준수에 대한 직접 수사는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나 공소장과 언론 보도를 교차 검증할 때 자전거래 시스템, 차명계좌 운용, 허위 호재 유포 패턴 등이 모두 이준수의 과거 주가 조작 수법과 유사하다는 점에서, 검찰의 보강 수사 필요성이 높다. 국정으로 연결 범죄 네트워크 이씨 형제의 범행은 과거 주가조작 사건의 복제판이며, 그 배후에는 이준수 같은 ‘조작 기술자’가 존재한다는 정황이 공소장 등에서 확인된다. 김건희 계좌가 활용된 도이치모터스 사건과의 연계가 입증될 경우, 이 사건은 단순한 금융 사기가 아닌 ‘국가권력과 민간 조작 네트워크의 교차 지점’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