헛물켜는 한국당, 어디로?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8.11.26 10:57:25
  • 호수 119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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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은 들어오는데…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이재명 ‘혜경궁 김씨’ 사태가 터졌다. 박원순 ‘자기정치’ 사태가 터졌다. 여당은 곳곳서 터지는 사건들로 정신이 없다. 설상가상 문재인 대통령 핵심 지지층인 ‘이영자’가 흔들리고 있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입장에서는 절호의 기회. 그러나 헛물만 켜며 귀중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 전국 법관회의

‘혜경궁 김씨’의 트위터 계정에 등록된 G메일 아이디(khk631000)가 포털사이트 ‘다음’서도 사용됐고, 이 아이디의 마지막 접속지가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자택이라는 증거를 경찰이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혜경궁 김씨가 이 지사의 아내인 김혜경씨라는 점을 증명할 만한 다수의 증거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영자 효과

박원순 서울시장은 한국노총 집회에 참석했다. ‘소통령’이라 불리는 서울시장이 탄력근로제를 도입하려는 정부와 갈등을 벌이는 노동단체의 집회에 참석한 일은 정치적으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곧바로 박 시장이 ‘자기정치’를 한다는 비판이 여당서 나왔다. 일단 서울시 측은 “한 달 전에 정해진 일정”이라며 정치적 해석에 선을 그은 상태다.

경중은 있지만, 두 사람에게 정치적 타격이 불가피하다. 이 지사는 탈당은 물론 경기도지사직을 사퇴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다. 박 시장은 정부여당 측 정책과 반대되는 집회에 참석함으로써 당내 주류와 엇박자를 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내 가장 유력한 대선주자로 꼽히는 두 사람이 당과 반목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는 부침을 겪고 있다. 특히 핵심 지지층인 ‘이영자’ 측에서의 하락이 심상치 않다. 이영자는 20대·영남·자영업자를 의미한다. 민주당서도 이영자 이탈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여론조사기관인 ‘리얼미터’에 따르면, 민주당의 20대 지지율은 올해 1월 1주차 주간동향에서는 53.7%를 기록했지만, 지난 19일 발표된 11월 2주차 주간동향에선 42.0%로 근 1년새 10%포인트 이상 이탈했다.

같은 기간 영남권의 지지율도 부산·울산·경남(PK)에서는 43.9%서 39.0%로, 대구·경북(TK)은 39.1%서 29.0%로 하락했다. 자영업자 지지율 역시 51.1%서 33.8%로 20%포인트 가까이 떨어졌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민주당 입장에서는 악재지만, 한국당 입장에서는 호재다. 지난 20대 총선 때부터 민주당에 밀려왔던 상황을 역전시킬 절호의 기회가 찾아온 셈이다. 그러나 한국당은 대중의 공감을 얻지 못하는 논평으로 국민들에게 실망감을 주고 있다.

대표적인 게 화해치유재단 해산에 대한 논평이다.

“화해재단 해산 우려” 국민정서와 괴리
기회 왔지만…리더는 없고 갈등만 있다

한국당은 재단 해산에 대해 “정부는 한일 양국 간의 합의로 설립된 재단의 해산이 지난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이어 한일관계를 더욱 냉각시킬 수 있는 사안이라고 인식해야 한다”며 “일본 정부는 (위안부) 문제를 국제적으로 확대하면서까지 한일 관계를 최악의 상황으로 몰아가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반면 민주당과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여야 4당은 재단 해산을 환영했다.


민주당은 “화해와 치유 대신 불화와 상처만 안긴 재단의 해산은 당연한 일”이라고 했으며, 바른미래당은 “‘갈등상처재단’이 된 재단의 공식 해산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민주평화당 역시 “재단 해산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로, 당초에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재단이었다”며 “출연금 10억엔도 즉각 반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의당도 “국민 편에서 국익을 위한다는 외교원칙의 기본을 재확인했다는 점에서 열렬히 환영한다”고 전했다.

대법관 탄핵에 대한 논평도 한국당만 엇박자를 냈다. 여야 4당은 사법부의 ‘환골탈태’를 환영한다는 반응을 내놓은 반면, 한국당은 “삼권분립을 훼손하는 행위”라며 반발했다. 법관들이 국회의 권한인 탄핵을 간섭했다는 논리다.
 

▲ 화해치유재단

당내 내홍이 격화되면서 논평은 더욱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 한국당은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와 친박(친 박근혜)계, 비박(비 박근혜)계, 반문(반 문재인)연대가 뒤섞여 혼전을 벌이고 있다.

김병준 비대위는 친박계와 갈등을 벌인다. 친박계는 성과 없는 김병준 비대위가 빠른 시일 내에 조기 전당대회를 연 뒤 자리서 물러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반면 김병준 비대위 조직강화특별위원회(이하 조강특위)는 당협위원장 교체 기준에 ‘진박’ ‘최순실 국정 농단 연루자’ ‘영남 다선’ 등을 넣었다. 친박계와 전면전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친박계는 또 반문연대 세력과 갈등을 벌인다. 김무성 전 대표, 윤상현 의원 등 보수통합파는 반문연대에 적극적이다. 윤 의원은 지난 20일 페이스북을 통해 “오늘은 김영삼 대통령 서거 3주기다. 대도무문, 고인의 좌우명은 지금 울림이 더욱 크다. 우리는 거침없이 단결하고 연대해야 한다. 반문연대를 통해 자유민주주의를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전 대표는 기자들에게 “국민들은 우리 한국당이 분열하지 말고 화해하고 통합하라고 요구한다. 당이 잘못되는 과정서 양보와 희생을 하고 통합하는 길만이 다음 집권 계기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고 나도 적극 동참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친박계는 ‘탄핵 책임론’을 다시금 거론하며 보수통합파와 맞서는 중이다.

이게 정당?

한국당 내 대선주자급 인사들도 부침을 이어가고 있다. 홍준표 전 대표가 정계 복귀를 알렸지만, 진보 진영은 위기감을 나타내기보다 도리어 환영의 메시지를 보냈다. 홍 전 대표의 막말정치가 보수에 반감을 부추긴다는 계산이 환영 메시지 저변에 깔려있다. 이렇다할 당권주자가 보이지 않는 점도 한국당의 현 상태를 노골적으로 보여준다. 한국당 조강특위서 해촉된 전원책 변호사는 지난 19일 오세훈 전 서울시장, 황교안 전 국무총리의 당권 도전 가능성에 대해 “어느 날 갑자기 입당해서 당 대표까지 넘본다면 그게 정당이냐”며 힐난했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영자를 잡아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이영자’ 잡기에 혈안이다. 이영자는 20대·영남·자영업자의 줄임말로 최근 민주당 이탈이 심하다.

이해찬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는 지난 18일 민주당 전국대학생위원회 발대식에 총출동했다. 참석자들은 문 대통령의 20대 지지율이 올 초에 비해 20%포인트 넘게 하락한 부분을 지적하며 “가슴 아프다”는 반응을 보였다. 


민주당 지도부는 김현권 의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대구·경북발전특별위원회를 구성, 본격 가동에 돌입했다. 아울러 자영업자 및 소상공인을 위해 ‘제로페이’를 비롯한 각종 지원 대책 마련에도 나섰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자영업자 지원 관련 법안들도 정기국회 내에 통과시킨다는 방침이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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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머드급 국방정보본부 ‘5공 보안사’ 오버랩, 왜?

매머드급 국방정보본부 ‘5공 보안사’ 오버랩,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군 정보기관 개혁안의 윤곽이 잡히고 있다. 기한은 2027년까지다. 방첩사 해체 및 정보사 인간정보부대를 국방정보본부 직속으로 둔다는 게 골자다. 군 안팎에서는 우려가 쏟아진다. 국방정보본부에 여러 권한이 쏠리면 과거 ‘전두환 보안사’처럼 통제가 힘들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조직에 여러 권한이 집중되면 장단점이 확실하다. 관리하기 쉽지만 수장의 역량이 부족하면 컨트롤하기 어렵다. 군 정보기관은 더욱 그렇다. 인간정보 부대(HUMINT·휴민트)의 경우 전문가가 극소수다. 특히 전문가 대다수가 12·3 내란에 연루돼 개혁에 동참할 수 없는 형국이다. 2027년까지 조직 개편 우리 군에는 각종 정보와 첩보 수집을 담당하는 군 정보기관이 존재한다. 대북 업무만을 담당하는 국군정보사령부, 777사령부와 국내 간첩 및 군사보안에 초점을 둔 국군방첩사령부로 나뉜다. 정보사와 777은 국방정보본부가 총괄 지휘한다. 정보기관 특성상 자세한 조직 현황은 공개되지 않는다. 그간 군 정보기관은 역할을 나눠 견제와 균형을 잡아왔다. 이들 기관은 12·3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다. 정치인 체포조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투입 등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과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은 각각 위험한 일을 계획하고 일부 실행했다. 이재명정부가 들어서면서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군 정보기관에 대한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약속했다. 방첩사 장성 7명은 모두 직무에서 배제됐고, 현재 참모장 대리 겸 사령관 직무대행은 육군사관학교가 아닌 학사장교 출신의 편무삼 육군 준장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지난달 29일에는 직무정지·분리 파견됐던 임삼묵 2처장(공군 준장) 등 장군 4명이 각 군으로 원대 복귀했다. 나머지 3명은 정성우 방첩사 1처장, 국방부 방첩부대장, 육군본부 방첩부대장 등이다. 방첩 업무는 방첩사에 두고 수사 기능은 국방부 조사본부로, 보안 기능은 국방정보본부 및 각 군으로 이관하는 방안 등이 확정됐다. 이는 정치 개입·민간 사찰로 누적된 군에 대한 불신을 불식하고 정보기관을 본연의 임무로 복귀시킨다는 취지지만, 대공·방첩 기능 약화로 안보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거세다. 방첩은 말 그대로 간첩 활동을 막는 걸 일컫는다. 방첩 자체가 정보·보안 수집과 수사를 통해 이뤄진다. 실제로 정보·보안 업무를 이관받는 국방정보본부의 경우 예하 정보사의 블랙 요원 명단 유출 등 기밀 유출 사고를 막지 못했다. 국회는 7년간 외부감사가 없었던 정보사에 대해 올해부터 방첩사가 들여다보도록 했다. 수사권도 문제다. 군사경찰 최상위 조직인 국방부 조사본부도 내란 당시 정치인 체포조 편성·운영 등의 혐의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한 조직에 보안·신원조사·첩보 수집 통째로 해체 수순 방첩사 군 인사 통제는 누가 하나 명확한 규정 없이 광범위한 범죄 정보 수집 활동을 벌여오면서 수사 전문성을 의심받아 온 조사본부에 국가보안법·군사기밀보호법 위반죄, 내란·외환·반란·이적죄 등 10대 안보 관련 수사권을 넘기면 컨트롤하기 어려운 권력기관이 될 수도 있다. 특히 방첩사 기능 폐지로 군에 대한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방첩사는 국방부 장관 직할부대로서 각 부대의 부조리 조사 및 감찰, 지휘관의 특이 동향 점검, 대령급 이상 인사 검증 등을 통해 군을 견제해 왔다. 국방부는 올해 1단계로 내란 극복·미래 국방 설계를 위한 민·관·군 합동특별위원회 내 군 방첩·보안 재설계 분과위원회(분과위원장 홍현익 전 국립외교원장)를 구성해 조직·기능 재설계 등 합리적 개편 방안을 도출할 예정이다. 내년엔 2단계로 방첩사 개편을 위한 법령·규칙 개정, 시설 재배치, 예산 조정 등 후속 조치 사항을 이행하고 개편을 완료할 방침이다. 또 국방정보본부장의 합참정보본부장 겸직을 해제하고 정보사령부에서 휴민트 부대를 분리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국방정보본부령 일부 개정안을 지난달 27일 입법 예고했다. 국방부는 “정보사령부를 포함한 국방정보 조직 전반의 지휘·부대 구조를 최적화해 임무·기능 수행에 전문성과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라며 개정 이유를 밝혔다. 개정안은 국방정보본부의 업무와 관련해 ‘합동참모본부 등의 예산 편성 및 조정(1조 2항 7호)’을 삭제함으로써 합참과의 직접적 업무 연결을 차단했다. 반면 군사보안 외에 암호정책(동항 8호)과 군사 관련 지리공간정보 외에 국방기상정보(동항 제11호), 군사정보 외에 군사보안(동항 12호)을 추가했다. 군사보안 업무가 신설된 것은 국군방첩사령부 개편에 대비한 사전 조치로 풀이된다. 어디까지? 초월적 권한 개정안은 국방정보본부장의 직무와 관련해 ‘군사정보·전략정보 업무에 관해 합동참모의장 보좌’(3조 2항)를 삭제해 합참정보본부장 겸직을 해제했다. 개정안은 정보본부 예하부대 중 정보사령부 업무와 관련해 기존의 ‘군사 관련 영상·지리 공간·인간·기술·계측·기호 등의 정보’ 등(4조 2항 1호) 규정 중 ‘영상’과 ‘인간’을 삭제했다. 대신 동항 4호에 ‘군사 관련 인간정보 수집·지원 및 훈련에 관한 사항을 관장하기 위한 인간정보 부대’ 규정을 신설했다. 이른바 블랙 요원이나 특임대(HID) 같은 인간정보 부대를 정보사에서 분리해 정보본부 예하에 재배치했다. 이에 따라 정보본부 예하에는 기존 정보사와 777사령부(신호정보 담당) 외에 인간정보 부대가 추가된다. 방첩사는 지난 8월 조직 와해를 막기 위해 전담팀을 꾸렸다. 정치권에 따르면 방첩사는 같은 달부터 ‘부대개혁 TF’라는 전담팀을 꾸리고 간부들에게 비공개 지침을 하달했다. ‘글로벌 안보 위협’을 이유로 들어 “주변 고위급 지인 등 인맥을 통해 부대 존치 논리나 순기능 역할에 대해 전파해 협조나 지원을 이끌어내라”는 내용이다. 국정기획위원회의 방첩사 폐지 방침을 두고 “국방부·대통령실·국회 측도 방첩 역량 약화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는 주장도 담겼다. 한 군 관계자는 “지금 방첩사가 내부 갈등이 심하다. 개혁해야 하는 것에 동의는 하는데 방첩사 폐지로 방첩 기능이 약화되는 걸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다. 반면 부대가 없어져도 기능 자체가 이관되기에 문제될 게 없다고 지적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대북 정보망 복구가 중요 정보사에서도 최근 개혁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 따르면 경기도 판교에 위치한 정보사 100여단 소속 일부 인원들이 지난달 21일 오전 안양에 위치한 정보사령부 건물로 출동했다. 사령부에서 인간정보 부대 관련 업무를 담당·지원하는 관련 부서들의 사무용품, 책상, 의자, 서류 등을 포장해 100여단으로 가져오기 위해서다. 사무용품 등의 이전은 당일 낮 12시께 중단됐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선원 의원이 문제를 제기하자 이전 중단 지시가 내려간 것이다. 이후 100여단 소속 인원들은 부대로 복귀했다. 다만, 중단 지시 전 옮겨진 인간정보 부대 관련 부서의 서류와 물품들은 100여단에 남아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방부는 군 정보기관 개혁 조치의 일환으로 지난달 1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내년 1월1일부터 인간정보부대를 정보사에서 분리해 국방정보본부 예하 부대로 전속하겠다”고 보고했다. 이 과정에서 정보사가 100여단을 움직여 인간정보 부대가 국방정보본부 소속으로 개편되기 석 달 전, 국방부와 정보사 지휘부에 보고도 없이 사령부 건물을 방문한 것이다. 정보사령관 직무대리는 지난달 26일 “상급부대에서 (인간정보부대 개편 내용을 담은) 법적 근거를 마련할 때까지 불필요한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사령부가 추진한 사항을 잠정 중단하라”는 취지의 공문을 하달했다. 지난 9월18일 정보사 100여단 부대 강당에서는 국방정보본부 산하 인간정보 부대 개편을 위한 내부 설명회가 열리기도 했다. 당시 100여단장은 해당 간담회를 주재하며 부대원들에게 “간담회에서 나눈 이야기나 부대의 사정이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하라”며 입단속을 강조했다. 앞으로 국방정보본부가 갖게 되는 권한은 막대하다. 현행 구조에서 국방정보본부장은 정보사·777, 합참 정보부를 총괄한다. 여기에 더해 정보사의 휴민트 기능을 직접 통제하고 보안·신원조사를 추가하면, 누구도 견제하기 힘든 조직이 탄생한다. “대북공작 휴민트가 장관 직속? 전례 없어” “조직 수장 역량에 따라 괴물 집단 될 수도” 민주당 내부에서도 반발이 만만치 않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휴민트 임무 특성상 비밀·독립성이 가장 중요하다. 이걸 국방정보본부장 예하로 두겠다는 건 관리하기 쉽다는 장점도 있지만 윤석열과 같은 인간에게 넘어간다면 굉장히 위험한 조직이 될 수 있다.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기관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른 군 전문가도 “전문성이 없는 민간 부처가 공작 임무를 직접 운영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정보사 휴민트 조직은 국정원과 긴밀한 협력을 통해 공작을 기획한다. 국정원이 예산도 관리해 관리·감독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며 “이번 개혁안이 완전히 확정된 건 아니지만 휴민트를 국방정보본부 예하로 두는 건 도박”이라고 비판했다. 박 의원도 지난달 1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휴민트 부대의 본질은 숨기고 또 숨겨야 하는 특수공작 조직”이라면서 “전 세계 어느 나라도 국방 장관 직속으로 인간정보 공작부대를 두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부승찬 의원 역시 “전시 연합사령관 지시를 받는 부대도 아니고, 평시 합참 지휘체계에도 없는 부대”라면서 “작전 지휘체계나 통제체계에 들어가 있지 않은 부대인데, 이를 국방정보본부에 넣는 건 불가능하다”고 언급했다. 이 같은 지적에도 국방부는 국방정보본부령 일부개정령안을 입법 예고했다. 기존 국정감사 업무보고에선 정보부대 개편을 2026년 내 마무리하겠다고 했었는데, 이번 개정령안은 내년 1월1일 시행으로 못 박았다. 이에 민주당 황명선 의원은 종합감사에서 인간정보부대의 국방정보본부 편입에 우려를 표했다. 황 의원은 “장관도 동의하지 않는 이런 개정안을 누가 냈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안 장관은 “글자 그대로 입법 예고이니 의원들께서 의견을 주시면 최적화하겠다”고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국방정보본부와 국방부 기획조정실(조직관리담당관)은 다른 분위기다. 한 국방부 관계자는 “장관과 국방정보본부 간 소통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 같다. 정보 계통 군인들은 오히려 현 입법안을 두고 안도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개혁 반대 움직임도 황 의원이 민·관·군 합동 특별자문위원회의 ‘방첩·보안 재설계 분과’가 합리적인 안을 만들어낼 때까지 입법 예고를 보류해달라고 하자 안 장관도 “알겠다”고 답했다. 안 장관은 “휴민트 조직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 부대에 대해서는 가급적 말을 절약해주는 것이 휴민트 부대를 살리는 길이고 부대 가치를 존중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