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엇박’ 서울시장의 자기정치 속사정

“그래도 간다” 원순씨의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박원순 서울시장의 행보에 정치권이 주목하고 있다. 박 시장은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반기를 들고, 한국노총의 ‘문재인정부 규탄’ 집회에 참석했다. 야권은 박 시장의 행보를 ‘자기정치’라며 비판했다. 여권 내부서도 비슷한 목소리가 새어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박 시장에 대한 저마다의 해석이 붙는 이유를 서울시장 3선의 정치적 중량감으로 본다.
 

▲ 박원순 서울시장이 최근 자기정치 논란에 휩싸였다.

최근 박원순 서울시장을 두고 ‘자기정치’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박 시장의 자기정치 논란은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이하 한국노총)의 ‘문재인정부 규탄 집회’ 이후 정점을 찍었다. 정부와 여당이 노동계와 거리를 두는 상황이었지만 박 시장은 집회에 참여했다. 야권은 박 시장을 비판했다. 여당 내부서도 “지나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지나치다”

한국노총은 지난 17일 여의도 국회 앞에서 ‘2018 전국 노동자 대회’를 열었다. 정부의 탄력근로제 확대 추진에 강력 반발한 것이다. 이날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은 “문재인정부와 국회의 거꾸로 가는 노동정책을 보고 노동자들의 분노를 보여주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다”며 포문을 열었다.

탄력근로제 확대는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대표가 합의한 사안이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과 참여연대에 이어 한국노총도 탄력근로제 확대에 반발한 것이다.

최근 정부와 여당이 노동계와 선을 그을 때 발생한 시위였다. 여당의 전통적 지지층인 노동계가 정부 정책에 반발한 것으로 정부와 여당 모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긴장된 상황 속에서 박 시장은 이날 집회에 참여했다. 박 시장은 “오늘 정치인이 아무도 안 보인다, 제가 잘못 나왔나?”라며 “노동 관련해선 서울시가 사실 자랑할 게 많다. 편하게 노조활동을 하는 좋은 서울시를 만들겠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야권은 즉각 반발했다.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는 지난 19일 “정치인은 갈 데와 가지 말아야 할 데를 가려야 한다”고 비판했다.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투톱 역시 박 시장을 겨냥했다. 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박 시장은 ‘노조 하기 편한 서울시를 만들겠다’고 했다”며 “서울시는 노조에 한없이 편할지 몰라도 서울시민과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청년에겐 고통스럽기 그지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노동 조직을 서울시의 하수인으로 만들지 말아야 한다”며 “자기정치를 하다가 낭패를 보고 있는 경기지사를 잘 돌아보기 바란다”고 말했다. 박 시장을 ‘제2의 이재명’으로 몰아세운 것이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는 같은 날 박 시장의 집회 참석에 대해 “참석할 수 있다고 본다”며 “정부를 비판하는 집회에도 가서 들을 것은 듣고 필요하다면 이해를 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여권 내부에선 “부적절한 행보”라며 박 시장의 집회 참석을 지적하기도 했다.

박 시장은 다음날 자신의 SNS 페이스북을 통해 “정치의 역할을 포기하자는 것이냐”며 자기정치 논란을 일축했다. 박 시장은 “정부 여당과 다른 정책적 노선을 걷는 행보가 아니냐고 호도하는데, 만나서 대화하고 토론하고 함께 해야 새로운 길이 열린다”며 “그러라고 국회와 정치가 존재하는 것 아니냐”며 반문했다. 

박 시장의 자기정치 논란은 비단 집회 참석에 국한하지 않는다. 박 시장은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도 반기를 든 바 있다. 


튀는 행보에 여권 내부서도 ‘불편’
3선 서울시장 PK 방문도대체 왜?

정부는 지난 9월 그린벨트 해체를 통해 주택공급 확충 방안을 내세웠다. 치솟는 서울 집값을 잡기 위해서였다. 국토부는 ‘그린벨트 해체’를 주장했지만 서울시는 “신중해야 한다”며 평행선을 달렸다. 

박 시장은 지난 9월30일(현지시각) 스페인 방문 중 기자간담회서 “그린벨트를 풀지 않는 범위서 서울시가 주택을 공급해야 한다”며 “도심 빌딩 일부를 공공임대나 분양주택으로 만드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사실상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어깃장을 놓은 셈이다.

김현미 국토교통부장관은 지난달 2일 “지자체가 수용을 안 하면 국토부가 가진 그린벨트 해제 물량을 독자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활용할 것”이라며 물러서지 않았다. 박 시장과 정부가 힘겨루기를 한 것이다.
 

▲ 잠시 고민에 빠진 박원순 서울시장

박 시장은 연일 정부·여당과 엇박자를 내고 있는 가운데 지난 6월 지방선거 이후 처음으로 PK(부산·경남)를 방문했다. 

박 시장은 지난 23일 부산시를 방문해 오거돈 부산시장과 ‘서울시-부산시 공동협력 협약’을 맺었다. 이후 박 시장은 중구 부평동 깡통시장을 찾아 지역 주민들과 인사를 나눴다.

부산지역 정치인들과의 교류도 이어갔다. 박 시장은 부산진구청서 ‘서울시 혁신 정책과 지역 상생’을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서은숙 부산진구청장은 박 시장의 정책자문특보를 지낸 바 있다.

박 시장은 부산시의원과의 오찬과 함께 해운대구청을 방문했다. 홍순헌 해운대구청장은 박 시장과 평소 가까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 시장은 이튿날에도 광폭행보를 보였다. 박 시장은 부산 종교계 인사와 민주당 최택용 기장군 지역위원장의 초청으로 기장군을 방문했다. 최 원장은 박 시장이 서울시장 후보였던 시절 선거대책위원회 공동본부장을 지냈다. 박 시장은 경남도청을 방문해 김경수 경남도지사와 만나기도 했다.

박 시장의 PK 방문은 한국노총 집회 참석 이후 공식일정이라 관심이 쏠렸으며 그의 행보에 정치적 해석이 가중됐다. 정치권에선 “차기 대선을 위한 대권 다지기”라는 말이 심심치 않게 나왔다. 박 시장을 향한 ‘차기 대권’ 해석은 서울시장 3선의 정치적 중량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대권 다지기?

민주당 차기 대권주자로 꼽혔던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와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정치적 상황 역시 간과하기 어렵다. 지난 대선 문 대통령과 함께 당내 경선을 치렀던 안 전 지사와 이 지사는 유력한 차기 대권후보였다. 그러나 안 전 지사는 ‘미투’ 파문으로 정치적 사망 선고를 받았다. 이 지사 역시 최근 불거진 ‘혜경궁 김씨’ 사건으로 정치적 위기를 맞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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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치고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꽂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생각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 수사 기록에 따르면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 목사와 개인적으로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당시 분위기와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텔레그램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1년간 ‘극우 집회’를 분석한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 등과 만날 때 주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선관위를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이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여러 번 선관위의 부정선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네이버로 찾아도 봤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는 “관련 집회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들었고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명하긴 그렇다. 나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선거 부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전 주도 윤 지지자 극우 집회 직접 참석 김과 텔레그램으로 부정선거 자료 공유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의 근거로 “선관위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갑이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위원장 이대영 사무총장과 강성봉 등이고 그 밑에 쭉 있는데 7명이 진보 계열 인물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편향되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임시선거사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때 동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데 옆을 임대해서 임시선거사무소를 만들었었다. 언론에 나오니까 발뺌했었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자료를 보내 줬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며 “결국에는 다 까질 것이다. 전산은 한 번 까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폭파하거나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는다면 전산은 결국 까진다. 북한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서울 상공에 포를 쏜 것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고 정국이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게 행동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짜리 호소였다. 만약 국회 결정을 윤 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났을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초,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했다가 교체하려 했던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께서 어디에선가 확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들으셨을 것 같다. 서버 조작이 있었기에 그 서버를 우리가 확보하려 할 때 선관위 측이 폭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해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조치’ ‘2시간짜리 계엄’ 겹치는 윤·노 발언 "서버 확보하려 했다면 선관위가 폭파했을 것” 주장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사용한 조치”를 언급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자신의 의견을 거스르는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김용군(대령)과 구삼회 등에게 ‘이재명은 죄가 7개인데 봐주고 지연시키고 구속도 안 되고 당 대표까지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판사 등을 모두 탄핵하려고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세상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말이 일치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선관위가 헌법기관인데 스스로 깨끗해야 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황제·세자 채용 등 문제가 나왔다. 각종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다 저질렀다. 그리고 전산 해킹이 언급될 때 서버 본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부 샘플만 살짝 보여줬는데 얼마든지 전산 조작이 가능하고 해킹에 얼마나 취약하면 비밀번호가 ‘1234’냐. 이미 그런 게 다 나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본체를 못 열어주나”고 말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같은 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2일 자신의 지인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나 같은 경우는 브이(V, 윤 전 대통령 지칭)하고 이렇게 좀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 한 4~5년, 3~4년 전에 알았다뿐이고 그래서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좀 도와드리고 있다. 비선으로”라고 했다. 친분 과시 노 전 사령관은 안산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도 “며칠 전에는 김용현과 함께 대통령도 만났다. 갈 때마다 대통령이 나한테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대통령과 장관 같이 만난다. 나는 벌써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