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겸직 위반 구의원의 ‘수상한 버티기’ 추적

민주당은 결격자 왜 그냥 놔두나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현직 구의원의 겸직 위반 사실이 포착됐다. 주인공은 서기팔 노원구의원. 서 의원은 현재 노원재활용협동조합 이사장으로 재직 중이다. 협동조합 기본법에 따르면 협동조합 임직원은 지방의회 의원을 겸직할 수 없다. 눈길을 끄는 건 그의 경선 이력. 서 의원은 애초에 경선서 탈락했지만 공천을 받아 경선 없이 다른 선거구서 ‘1-가’번으로 출마해 당선됐다. 그의 협동조합 임직원 재직은 당선 결과에 따라 현행법 위반에 해당된다. 그러나 민주당은 서 의원에게 공천을 줬다. 
 

▲ 서기팔 구의원 &lt;사진 서기팔 구의원 홈페이지&gt;

서기팔 서울 노원구의회 의원은 지난 6·13지방선거에 출마해 노원구 마선거구 구의원에 당선됐다. 서 의원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소속 초선 의원이다. 서 의원은 현재 ‘노원재활용협동조합’ 이사장을 겸직하고 있다. 협동조합 기본법 제44조(임직원의 겸직금지) 5항에 따르면 협동조합의 임직원은 국회의원 또는 지방의회 의원을 겸직할 수 없다.

협동조합
겸직 위반

서 의원이 이사장으로 있는 노원재활용협동조합은 일반협동조합이다. 노원재활용협동조합은 ‘노원사회적경제지원센터’서 소개하는 ‘노원사회적경제기업 조직도’에 포함돼있으며 노원사회적경제지원센터는 구립시설이다. ‘2018년 노원사회적경제기업 현황’에 따르면 노원재활용협동조합은 협동조합으로 분류돼있다.

노원 사회적경제지원센터 관계자는 “노원재활용협동조합은 일반협동조합”이라고 밝혔다.

일반 협동조합은 협동조합 기본법을 근간으로 한다. 협동조합 기본법 제44조(임직원의 겸직금지)는 지난 2014년 1월21일 신설됐다. 신설 법안의 부칙 제10조(임직원의 겸직금지에 관한 경과조치)에 따르면 ‘이 법 시행 당시 종전의 규정에 따라 선출된 임원 또는 채용된 직원으로서 지방의회 의원을 겸직하고 있는 사람은 제44조 5항의 개정규정에도 불구하고 이 법 시행 후 6개월 이내에 임직원의 직을 사직하거나 지방의회 의원직을 사직해야 한다’고 적시돼있다.


즉, 해당 법이 신설되기 전 협동조합 임직원을 겸직하고 있던 지방의회 의원에게 6개월의 사임 기간을 준 것이다.

노원재활용협동조합의 법인등기등본부에 따르면 설립인허가연월일은 지난 2015년 12월16일, 법인성립연월일은 지난 2016년 1월8일이다. 또 기획재정부서 운영하는 협동조합 홈페이지의 ‘협동조합 설립현황’에 따르면 노원재활용협동조합의 수리(인가)일은 지난 2015년 12월31일이다. 해당 법의 부칙은 2014년 당시 6개월의 기간을 뒀다.

서 의원은 해당 기한을 훨씬 넘어선 시점서 지방의회 의원과 협동조합 이사장을 겸직한 것으로 겸직 위반 사실이 성립된다.

서 의원은 지방의회 의원이므로 지방자치법의 적용을 받는다. 서 의원은 지방자치법 제35조 역시 위반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지방자치법 제35조(겸직 등 금지) 1항(지방의회 의원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직을 겸할 수 없다) 9호에 따르면 ‘그 밖에 다른 법률서 겸임할 수 없도록 정하는 직’이라고 명시돼있다.

‘그 밖에 다른 법률’은 협동조합 기본법 제44조(임직원의 겸직금지) 5항에 해당될 수 있다. 다만 그 밖에 다른 법률이 구체적으로 명시돼있지 않고, 이미 협동조합 기본법 제44조(임직원의 겸직금지) 5항서 지방의원의 겸직금지 내용을 담고 있다.

서 의원 노원재활용협동조합 이사장 겸직
현행법 위반…민주당 서울시당 “몰랐다”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 김현수 외래교수는 “‘그 밖에 다른 법률’이 무엇인지 법에 정확하게 적시돼있지 않다. 법의 맹점 중 하나”라며 “그 밖에 다른 법률이 협동조합 기본법 제44조 5항에 해당하는지는 향후 법적 다툼의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이미 협동조합 기본법서 지방의회 의원의 겸직을 금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방자치법 제78조(의원직의 퇴직) 1항(지방의회의 의원이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될 때에는 의원의 직에서 퇴직된다) 1호에는 ‘의원이 겸할 수 없는 직에 취임할 때’라고 적시돼있다. 김 교수는 ‘당선 이후 겸직금지 위반에 해당될 수 있는 직을 공직선거 전에 그만두지 않아 당선 이후 겸직 위반 사실이 성립되는 경우 이 법이 적용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법에 적시된 내용대로 해석하는 게 맞다. 즉, 당선 이후 겸직할 수 없는 직에 취임할 경우로 해석된다”고 답했다.

서 의원은 지난 19일 겸직 위반에 대해 “죄송하다”며 “인지하지 못했다. 간과한 것 같다”고 밝혔다. 서 의원은 “선거운동을 하면서 (노원재활용협동조합을)경력사항에 기재하거나 협동조합 이사장을 하고 있다는 말을 한 적 없다”고 덧붙였다.
 

▲ 서기팔 구의원

서 의원에 따르면 과거 그는 노원구 지역서 고물상을 운영했다. TV, 냉장고, 세탁기 등 중고 가전제품을 사들여 수리하고 재판매하는 일이었다. 서 의원은 “노원재활용협동조합은 그 당시 사업 확장을 위해 설립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 의원은 “당시 고물상 운영을 위해 200평 정도의 충분한 부지가 필요했지만 서울서 부지를 매입하는 게 여의치 않았다”며 “사업 환경이 그리 좋지 않아 사업을 그만뒀다”고 밝혔다.

그는 “그렇다 보니 협동조합에 대해 잊고 있었다”고 해명했다.

“잊고 있었다”
“알 수 없었다”

서 의원은 겸직 위반 사실에 대해 “어찌됐건 제 잘못”이라며 “이사장직 사임과 함께 법인 해산 절차를 빠른 시일 내에 밟을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6월 지방선거서 서 의원을 심사한 곳은 민주당 서울특별시당 공직선거후보자 추천관리위원회다. 민주당 조직국은 “노원병지역 지방의회 의원 후보자 심사를 진행한 곳은 민주당 서울시당”이라고 밝혔다.

민주당 서울시당 공관위가 당선 여부에 따라 겸직금지에 해당되는 서 의원의 협동조합 이사장 재직 사실을 놓친 셈이다. 국회 관계자는 “선거에 출마하는 데 겸직 사실이 위반인 것을 몰랐을 리 없다”며 의아해했다.

민주당 서울시당 관계자는 “심사를 제대로 안 했다는 의미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관계자는 지난 19일 “(서 의원의) 겸직 여부 사실에 대해 알 수 없었다”며 “서 의원의 공천심사등록서류를 모두 살펴봤지만 협동조합 관련 기재 내용을 확인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선거 기간)700~800명 정도 공천서류를 내기 때문에 개개인을 일일이 파악하기가 어렵다”며 “구의원의 경우 면접도 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눈길이 가는 건 서 의원의 구의원 출마 과정이다. 지난 6월 지방선거 당시 서 의원은 민주당 서울시당 공관위 심사 결과, 3인 경선 지역인 노원구 바선거구 후보자로 결정됐다. 바선거구는 상계 1, 8, 9, 10동이다.

주당 서울시당 제5차 경선지역 결과 발표에 따르면 서 의원은 25.42%로 바선거구 경선서 3순위로 탈락했다. 당시 1순위는 46.31%의 김준성 후보자, 2순위는 36.70%의 김운화 후보자였다. 이들은 경선 결과에 따라 바선거구서 각각 ‘1-가’번, ‘1-나’번을 받았다. 지난 6월 지방선거 결과 김준성 후보자는 바선거구 구의원으로 당선됐고, 김운화 후보자는 낙선했다.
 


서 의원은 바선거구 3순위로 경선서 탈락했지만 공천을 받았다. 서 의원은 기존의 바선거구가 아닌 노원구 마선거구서 경선 없이 1-가번을 받았다. 서 의원은 마선거구 1-가번으로 선거에 출마해 마선거구 구의원으로 당선됐다.

지역 정가
강한 의혹

서 의원이 마선거구 1-가번 공천을 받게 된 까닭은 서울시의원으로 출마할 예정이었던 김치환 전 노원구의원의 사퇴로 인해서였다. 노원병지역위원회 관계자는 “김 전 의원은 일신상의 이유로 후보자등록 이틀 전쯤 시의원 후보직을 내려놓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김 전 의원의 사퇴로 본래 마선거구 1-가번 채유미 후보자가 서울시의원 후보자로 승격했다. 서 의원은 공석이 된 마선거구 1-가번을 받은 것이다.

전직 노원구의원 A씨는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다”며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A씨는 “지역을 옮겨서 공천을 준다는 것은 일반적이지도 않고, 보통 사안이라고 볼 수도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A씨는 “만약 서 의원의 인지도가 높고, 당에 기여한 정도가 크다면 그럴 수 있다. 그러나 서 의원은 이미 경선서 한 번 탈락한 후보자였고, 당 기여도 역시 크지 않았으며 그 지역(마선거구)에 살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서 의원이 당선된 곳은 마선거구로 상계 2, 3·4, 5동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 당선인 명부에 따르면 서 의원의 거주지 주소는 ‘노원구 동일로 241길’이라고 게재돼있다. 노원구 상계1동 주민센터 관계자는 “노원구 동일로 241길은 상계 1동”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241길 뒤에 구체적인 주소가 적혀있지 않지만 상계 2동과 3·4동 그리고 5동과는 거리가 있다”고 덧붙였다.

즉, 서 의원의 주소지는 마선거구(상계 2, 3·4, 5동) 보다 바선거구(상계 1, 8, 9, 10동)에 가깝다는 것이다.


또 A씨는 “김 전 의원의 사퇴로 마선거구 구의원 1-가 후보였던 채 후보자가 시의원 후보자로 승격됐다. 채 후보의 빈자리(1-가번)는 마선거구 1-나번 후보자가 가는 것이 맞다”며 “이후 (1-가번 후보자로 가게 될)1-나번 후보자의 빈자리를 다시 뽑는 게 상식이다. 그런데 마선거구 1-나번 후보자는 그대로 둔 채 바선거구 경선 탈락자인 서 의원을 마선거구 1-가번으로 옮기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경선 탈락 이후 선거구 옮겨 공천 받고 출마
전 구의원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일”

A씨는 “1-가번은 곧 당선이나 다름없다. 선거 과정서 피치 못할 사연이 있을 것”이라고 강한 의구심을 내비췄다.

다른 전직 노원구의원 B씨 역시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B씨는 “바선거구 경선서 탈락한 구의원 후보자가 경선도 없이 공천을 받아 마선거구서 1-가번을 받은 것은 정당하지도 않고 도덕적이지도 않은 일”이라며 “서 의원은 마선거구에 해당하는 지역서 살고 있지도 않다”고 말했다.
 

B씨는 서 의원이 선거구를 옮겨 1-가번을 받은 것에 대해 “특혜 중에 특혜”라며 “선거 과정서 어떤 내막이 있는 것인지 강한 의혹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은 ‘기회는 균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 경우 기회는 균등하지 않고 과정도 공정하지 않으며 결과 역시 정의롭지 못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원구 모 정치인 C씨는 “공천과정서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며 “일반적인 과정은 아니다”고 말했다. C씨는 “무언가 말 못할 사정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지역 일각서도 관심을 갖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서 의원은 경선서 떨어진 이후 공천을 받은 것에 대해 “당의 결정”이라면서도 “지역서 열심히 일한 것이 당에 어필됐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서 의원은 “당을 위해 열심히 일했다고 자부한다”며 “23차례 열린 촛불집회에 한 번도 빼놓지 않고 참석한 사람은 노원병 지역서 저 혼자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납득 어렵다”
“열심히 일했다”

서 의원은 “지난 대선 기간 내내 홍보 차량을 제공했고 1급 포상도 받았다. 오히려 주변서 구의원 출마를 권유했다”며 “정작 경선(바선거구)서 떨어질 당시 사람들이 ‘왜 떨어졌느냐’고 되물었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서 의원은 당선된 선거구와 거주지에 대해 “구의원은 출마하는 해당 구에 거주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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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