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삼국비사 (109)맞대응

당군에 맞서다

소설가 황천우는 우리의 현실이 삼국시대 당시와 조금도 다르지 않음을 간파하고 북한과 중국에 의해 우리 영토가 이전 상태로 돌아갈 수 있음을 경계했다. 이런 차원에서 역사소설 <삼국비사>를 집필했다. <삼국비사>를 통해 고구려의 기개, 백제의 흥기와 타락, 신라의 비정상적인 행태를 파헤치며 진정 우리 민족이 나아갈 바, 즉 통합의 본질을 찾고자 시도했다. <삼국비사> 속 인물의 담대함과 잔인함, 기교는 중국의 <삼국지>를 능가할 정도다. 필자는 이 글을 통해 우리 뿌리에 대해 심도 있는 성찰과 아울러 진실을 추구하는 계기가 될 것임을 강조했다. 
 

“임아상의 군대와 소정방의 군대는 바다를 건너 곧바로 평양성으로 이동할 모양이오. 그러니 평양성을 향해 진군하는 당군은 연정토 장군에게 맡기고 고문 장군과 남생은 압록수로 가서 방효태의 부대를 방어하도록 하시오.”

“요동도로 들어오는 적들은 대감께서 막는다 하고 그러면 루방도와 부여도로 들어오는 적들은 어찌 처리하실 생각이십니까?”

“그는 걱정하지 않아도 되오.”

“묘안이 있습니까?”

일사분란 지시

“그 일은 고연무 장군에게 맡기겠소.”

“소장이 말입니까?”

“당연하오. 지금 즉시 장군은 남건과 함께 회흘부 추장 비속독을 만나시오.”

고연무가 이해되지 않는다는 듯 남건을 주시했다.

“장군, 회흘의 시조가 누구요?” 

“회흘의 시조라! 그야 고거.”

고연무가 말을 하다 말고 슬그머니 미소 지었다.

“회흘이 당의 압력으로 어쩔 수 없이 진군하였지만 장군께서 가서 설득한다면 반드시 우리 편으로 돌아설 게요.”

“그들이 쉽사리 동조할까요?”

“들리는 바에 의하면 그들도 겉으로는 내색 못하고 있지만 속으로 당나라에 대해 분개하고 있다 하더이다.”

“하기야 그 오랜 세월 당나라의 속국으로 치욕을 당했으니 이참에 저들도 기회를 포착했다 싶겠네요.”

“그러니 장군이 반드시 저들을 설득하여 당의 후방을 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하온데, 대감.”

“말해보오, 고문 장군.”

“혹여 당나라에서 대감이 이곳을 지키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 이리로 침공을 시도할까 하는 생각이 일어나서 그러합니다.”

“지나친 과찬이오.”

고문이 슬그머니 고개를 돌렸다.

“대감, 신라는 가만있을까요?”

침묵을 지키고 있던 뇌음신이 나섰다.

“신라군이라.”

“당나라가 사생결단하려는데 신라군을 동원하지 않을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고연무가 거들고 나서자 연개소문이 미간을 찡그렸다.

“생각해보니 뇌음신 장군의 말이 일리 있소. 아무러면 당나라가 신라에 지원을 요구하지 않았겠소.”

“참으로 한심한 나라로고.”

고문의 말에 가볍게 한탄의 소리를 내지른 연개소문이 뇌음신을 주시했다.

“일전에 칠중성을 친 적도 있고 하니 뇌음신 장군이 신라의 침입에 대비하도록 하오.”

“이 놈들 이번에는 더 아래쪽으로 치고 들어가서 혼쭐 내겠습니다.”

“그런데 군사를 많이 내어 줄 수는 없소.”“그 점은 염려 마십시오.”

“어떻게 처리하려오.”

“가는 길에 말갈족들을 징발해서 가겠습니다.” 

말을 마친 뇌음신이 곧바로 칼을 들고 일어섰다.

연개소문이 고연무와 남건으로 하여금 풍부한 물자와 함께 회흘부로 보내고 나자 연개소문의 말마따나 회흘이 당나라와의 연합군에서 빠지면서 독립이란 기치를 내걸고 반란을 일으켰다. 

당나라의 전군이 고구려로 출정한 사실을 간파한 그들로서는 연개소문의 설득을 떠나서 오랜 기간 당나라의 지배하에 있던 자신들의 위상을 정립하기 위해 절호의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회흘의 반란으로 당고종은 즉각 전령을 보내 루방도와 부여도로 진군하던 당나라 군사들로 하여금 회흘의 반란군을 진압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그에 따라 두 갈래로 진군하던 당나라 군사들은 진군을 멈추었다.

한편 연개소문의 명을 받은 뇌음신은 급하게 이동하여 말갈 장군 생해와 군사를 합하여 술천성(述川城, 여주)을 공격했다.

그리고 뒤를 이어 북한산성으로 옮겨가 신라의 성주 동타천이 지휘하는 신라군과 일대 접전을 벌이다 신라군이 군사를 돌리자 다시 평양성으로 향했다.

여러 갈래로 쳐들어오는 적…연개소문 묘안은?
척척 들어맞는 작전…압록수에서 당군을 수장

요동성에서 당군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던 연개소문에게 다급한 소식이 전해졌다.

소정방이 이끄는 군대가 곧바로 수군을 이끌고 대동강으로 진격하여 평양성으로 진군하고 있다는 소식이었다. 

그뿐만 아니었다.

압록수로 들어온다던 방효태가 이끄는 부대도 바다를 건너 평양성 가까이로 접근하고 있다는 전갈 역시 전해졌다.   

또한 요동도로 들어온다던 글필하력이 이끄는 부대가 연개소문이 기다리고 있던 요동성을 우회하여 배로 압록수로 향하고 있다는 정보 역시 들어왔다. 

당나라의 간계에 허탈해하던 연개소문이 회흘에서 돌아온 고연무에게 요동성을 사수하라 지시내리고 급히 압록수로 이동했다. 

“대감, 평양성이 급한지 않겠습니까?”

곁에서 따르던 두방루가 연개소문에게 다가섰다. 

“평양성은 그리 쉽게 함락되지 않을 거요.”

“물론 그런 측면도 있습니다. 또한 연정토 장군이 이끄는 중앙군이 건재하고 있으니 쉽사리 당하지는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말을 잇지 못하는 두방루의 표정이 어둡게 변해갔다.

연개소문이 그를 살피며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두방루 장군은 남건과 함께 곧바로 평양성으로 진군하여 곳에서 연정토 장군과 합류하시오.”

“대감께서는.” 

“압록수로 진군한 글필하력의 부대를 섬멸할 것이오.”

연개소문이 두방루에게 평양성으로 곧바로 진군하라 지시하고 압록수로 달려갔다.

압록수에 도달하자 고문과 큰 아들 남생이 견고하게 진을 치고 당나라 군사들의 침공에 대한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었다.

“요동성은 어찌하시고.”

개소문이 답에 앞서 허탈하다는 듯 혀를 찼다.

“왜 그러십니까?”

“오랑캐 놈들에게 보기 좋게 당했소.”

“당하시다니요?”

“이곳으로 오기로 한 방효태의 부대가 바다를 건너 곧바로 평양성으로 진군하고 있소. 그리고 요동으로 온다던 글필하력의 부대가 이곳으로 오고 있다 하오.”

“그러면 루방도와 부여도로 들어오기로 한 당군은 어찌 되었습니까?”

“그야 우리 계략대로 회흘에 발이 잡혀 회군하였소.”

“그나마 다행입니다만 평양성으로 가시지 않으시고.”

“먼저 이놈들을 격파하고 가려하오. 뒤에 적을 둘 수는 없지 않겠소.”

잠시 고문과 대화를 나누던 연개소문이 고문과 남생을 앞세우고 적들의 동향을 살피기 위해 압록수로 나아갔다.

압록수가 매서운 추위에 단단하게 얼어 있었다.

그를 살피며 남생에게 급하게 포차를 제작하라 지시했다.

“포차는 어디에 쓰시렵니까?”

“당나라 놈들이 강이 얼어 배로 건널 수 없으니 반드시 얼음 위로 건너올 것이오.”

“하면 포차로!”

“그러니 우리는 잠시 휴식을 취하며 저 놈들이 강을 건너기를 기다립시다.”

오래지 않아 당나라 군사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견고하게 얼어붙은 압록수를 따라 진군하자 멀리서 그를 관찰하던 연개소문이 당나라의 후미가 얼음에 발을 들여놓은 시점에 포차를 쏘라 지시했다. 

“수장시켜라”

남생이 연개소문의 명에 따라 병사들과 함께 무거운 돌을 쏘아대기 시작했다.

그를 살피던 글필하력이 일시적으로 진군을 멈추었으나 단단하게 언 어름을 살피며 개의치 않고 서둘렀다.

연개소문이 회심의 미소를 짓고는 직접 병사들을 독려해서 포차를 쏘아대기를 잠시 후 얼음이 갈라지기 시작했다.

돌에 의한 충격과 한꺼번에 몰려든 당나라 군사들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한 얼음이 깨지면서 무너져 내렸다.

“한 놈도 남기지 말고 수장시켜라!”

연개소문의 외침에 무거운 돌은 물론 화살이 압록수로 날아들기 시작했다.

깨지는 얼음 틈바구니에서 발버둥 치던 당나라 군사들이 차가운 물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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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