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타이어 노동자 사망사건 풀스토리

인부들의 무덤 “100명이나 죽었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호민 기자= 한국타이어의 대법원 상고 포기로 노동자 사망사건이 일단락됐다. 원흉으로 지목된 공장의 열악한 환경이 인정된 것. 열악한 근로 환경 탓에 질병에 시달렸다고 주장해온 노동자들의 집단소송이 제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논란의 한국타이어 노동자 사망사건을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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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타이어 노동자의 사망 원인이 열악한 노동환경 때문인 것으로 결론났다. 서울고법 민사7부(부장판사 이원범)는 지난달 11일 한국타이어 전 노동자 안모씨의 부인 오모씨, 자녀들 등 4명이 한국타이어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서 피항소인 안씨 가족의 손을 들어줬다.

열악한 환경
잇따른 죽음

법원이 한국타이어의 항소를 기각하면서 한국타이어는 유가족 측이 제기한 손해배상액 2억8400여만원을 배상해야 한다. 앞서 1심 재판부는 “한국타이어는 오씨 등에게 1억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판결을 내린 바 있다.

1심 판결서 유가족 측은 항소하지 않았지만 한국타이어 측에서 부대항소하면서 2심으로 넘어갔다. 2심에서는 1심 판결서 제외됐던 오씨의 자녀들까지 손해배상을 대상으로 범위가 넓어지면서 자녀 1인당 246만원을 더 지급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2심 판단이 나오자 다시 한국타이어에 눈길이 쏠렸다. 관심은 대법원에 상고할지 여부였는데 결국 한국타이어는 포기를 택했다. 한국타이어가 상고기간인 지난 6일 상고장을 제출하지 않으면서 안씨 관련 소송이 마무리됐다. 


1심 재판부는 지난해 8월 “한국타이어가 직원들에게 마스크를 지급하고 배기·냉각장치를 설치한 점이 인정된다”면서도 “하지만 안전장치들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고, 단순히 마스크 착용을 권유하는 행위로는 안전의무를 다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안씨는 15년 넘게 근무하면서 지속해서 공해물질에 노출됐다”며 “폐암이 발병하게 된 다른 의학적 조건도 밝혀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다만 “폐암으로 사망한 다른 직원의 수가 적고, 오로지 근무로 인해 폐암이 발병했다고 보긴 어렵다. 안씨가 작업 중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 등 스스로 자신의 안전을 지켜야 할 주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며 안씨 책임도 있다고 보고 손해배상금을 1억여원으로 한정했다. 

안씨는 15여년 동안 한국타이어 생산관리팀 등에서 근무하던 중 2009년 9월 폐암 판정을 받고 사망했다. 근로복지공단은 안씨가 근무 중 유해물질에 중독돼 폐암에 걸렸다며 업무상 재해를 인정했다. 

유족들은 “한국타이어가 산업안정보건법상 안전보호 의무를 위반해 직원들의 생명이나 건강을 해치지 않도록 환경을 정비하지 않았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한국타이어의 패소로 소송이 끝나자 집단소송의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그동안 한국타이어의 노동근로 여건을 두고 논란이 계속돼왔다. 한국타이어는 매해 국정감사의 단골 손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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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부터 정치권을 중심으로 문제제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한국타이어 노동자 집단 사망사건과 관련해 노동부와 사 측이 사망 원인과 사망자 명단을 알고도 이를 은폐한 채 전혀 개선 조치를 취하지 않아 사태를 키웠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당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박지원·우윤근·박영선·이춘석 의원(민주당)들은 국정감사에 앞서 배포한 질의자료를 통해 이 같은 의혹을 제기하고 한국타이어 책임자와 노동부 관계자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구속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 한국타이어 금산공장 <사진=JTBC>

이 의원들에 따르면,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이 총 100명의 사망자 중 한국타이어에 대한 역학조사를 통해 확보한 1996∼2007년 93명의 사망자 명단과 사망 원인을 이미 조사했으며, 노동부는 이 같은 사실을 이미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사망자를 유형별로 살펴보면, 심장질환이 17명, 기계 압사자가 15명, 뇌암(뇌출혈, 뇌질환) 14명, 간장질환 12명, 폐암 6명, 위암 6명, 백혈병 1명, 신장질환 2명, 정신질환 2명, 자살(질식) 5명, 부인암 2명 식도암 1명, 기타 3명, 상세불명 4명 등이다.

당시 노동부는 한국타이어가 집단사망 발생 시점인 2005∼2006년보다 5년 앞서 유기용제와 유해화합물에 의한 노동자 질환과 사망자를 확인했음을 공식 인정했다.

또 한국타이어 특별근로감독 결과 무려 1394건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과 183건의 산업재해 은폐, 100명의 집단 사망과 1800여명의 질환자 속출 등을 확인했다는 민주당 의원들의 주장으로 논란이 고조됐다.

이에 대해 민주당 의원들은 “산업안전보건법 제23, 24, 33, 37, 48조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66조 2항에 의하면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게 돼있다”며 “집단사망 사건을 일으켜 사회적 물의를 빚은 조현범 부사장(당시)을 비롯한 조씨 일가와 노동부 관계자들에게 산업안전보건법 혐의를 적용해 즉각 구속 수라하라”고 요구했다.

산업안전보건법 제23조 1항은 사업주는 사업을 행함에 있어 발생하는 기계·기구 기타 설비에 의한 위험 등의 위험을 예방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24조 1항은 사업주는 사업을 행함에 있어 발생하는 원재료·가스·증기·분진·흄(fume)·미스트(mist)·산소 결핍 공기·병원체 등에 의한 건강장해 등을 예방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정신질환 
유발도 의심”

민주당 의원들은 “한국타이어에선 일하다 갑자기 소리를 지르고 뛰어다니다가 어느 날 없어진 직업훈련원생들이 있었고 그 비참함은 이루 말로 다 할 수 없다”며 “유기용제와 유해화합물이 뇌심혈관계를 치명적으로 공격해 정신질환이 발생한 사례였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저런 경로를 통해 설사 산재 사실을 알았다 하더라도 그 다음은 회사 측의 회유와 협박이었다”며 “유모씨의 경우도 2000만원을 주면서 산재 사실을 외부에 말하면 안 되고 만약 외부에 이 사실을 이야기하면 2000만원을 물어줘야 한다는 각서를 쓰고 공증까지 했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노동조합 활동에는 산업안전보건 활동도 포함돼있지만 노조의 실질적 활동 및 산업안전보건 활동마저 봉쇄돼있어 더 많은 희생자를 냈고 전쟁 중에도 드문 100여명의 사망자와 1800여명의 질환자를 발생시켰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99년 유종원등의 유기용제 중독 산재 처리 등을 시작으로 이미 여러 건의 유기용제 중독 질환자 및 사망자가 발생해 회사는 유기용제의 유해성과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질환자에 대한 치료를 방기하고 은폐해 사망에 이르게 했다”며 “죽음 직전의 중증환자를 개인질환으로 내쫒아 자연사로 최종 은폐한 데 대해서는 고의적인 살인죄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한국타이어 사옥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2008년부터 지난해 1월까지 한국타이어 공장을 비롯해 협력업체서 근무하다 암, 순환기질환 등으로 사망한 근로자는 모두 46명에 달한다. 

2008년에는 폐섬유증, 폐암, 비인두암 등의 이유로 4명의 근로자가 사망했고 2009년에는 뇌종양, 폐렴, 신경섬유종 등의 원인으로 6명, 2010년에는 급성심근경색, 폐암, 뇌경색 등으로 6명이 사망했다. 

또 2011년 8명, 2012년 6명, 2013년 7명, 2014년 2명, 2015년 6명, 2016년 1명의 근로자가 각각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공식적으로 집계되지 않았지만 한국타이어 산재협의회 측은 1996년부터 2007년까지 한국타이어 공장서 근무하다 숨진 근로자가 108명에 달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근 20년동안 150여명이 넘는 근로자들이 근로를 하다 숨졌지만 이들은 산재로 인한 사망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한국타이어 산재협의회 측 주장이다. 


사망사고부터 
은폐 의혹까지

산재협의회는 그간 발생한 노동자들의 사망은 생산 현장서 사용하는 유기용제와 1급 발암물질로 분류된 벤젠, 톨루엔, 자이렌 등의 사용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올해 국감서도 한국타이어의 근로환경에 대한 관심이 이어졌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한국타이어 산업재해와 관련, 김서룡 한국타이어 생산성본부 팀장과 손종효 한국타이어 산재협의회 간사를 증인으로 채택했다.

노동환경과 관련된 지적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한국타이어는 산업재해 은폐 의혹까지 일었다. 한국타이어가 생산현장서 다수의 산재사고가 발생했음에도 관계당국에 제대로 보고하지 않다 적발된 사례가 상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를 두고 사측이 산재발생 사실을 은폐하려고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각서 제기되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한국타이어 대전공장과 금산공장은 지난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산재발생 보고 의무를 각각 11회, 7회 위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이 기간 고용부에 적발된 전국의 사업장 가운데 두 번째로 많은 건수에 해당한다. 

지난 2007년부터 2016년까지 61명의 근로자들이 사망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산재 회피 논란이 확산되고 있는 한국타이어가 적법한 조치도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사실이 확인된 바 있어 논란이 재차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
 

산재발생 보고 의무는 사업주 등이 산재 은폐를 막기 위한 제도로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경우 1개월 이내에 고용부장관에게 발생 사실을 보고해야 한다. 중대재해는 1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한 경우, 3개월 이상의 요상이 필요한 부상자가 동시에 2명 이상 발생한 재해, 부상자 또는 직업성질병자가 동시에 10명 이상 발생한 재해 등이 속한다.

이를 위반할 경우 고용노동부는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1건당 300만원부터 최대 3000만원까지로 과태료를 해당 사업장에 부과할 수 있다. 

한국타이어 공장 두 곳에서 총 18회 산재발생 보고 의무를 위반한 셈인데, 이는 다른 사업장에 비해 산재발생 빈도가 높다는 근거로도 볼 수 있다. 특히 한국타이어 측에서 보고하지 않아 과태료를 물게 된 것이 18회로 집계됐을 뿐 고용부에 보고되지 않은 산재발생 건수는 더 많을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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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2015년에는 한국타이어가 산재발생을 보고하지 않고 있었지만 노동청 조사로 인해 적발된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고용노동부 산하 대전지방고용노동청은 지난 2015년 전국금속노조 한국타이어지회로부터 회사의 산업재해 은폐 의혹에 대한 진정서를 접수, 조사를 벌인 결과 산재발생 보고 의무 위반사항을 적발하기도 했다.  

만약 진정이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한국타이어는 그대로 산재발생을 은폐할 가능성이 컸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타이어 측은 산재가 발생한 사실을 인지한 뒤 고용노동부에 보고를 하려고 했으나 보고 기간이 지나 산재발생 보고 의무 위반을 하게 됐을 뿐 은폐를 하려고 한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산재발생 보고를 기간 안에 하지 않았을 뿐 사업장서 발생한 산재에 대해 고용노동부에 모두 보고했다”며 “산재발생을 은폐하려고 한 사실은 없다”고 답변했다.
 

한국타이어는 이번 소송의 패소로 집단소송으로 이어질지 이목이 집중된다. 정부 차원의 조사가 이뤄질지 여부도 관심이다. 

지난 2월 청와대는 ‘한국타이어 집단 사망 사건’에 대해 실태 파악에 나선 바 있다.

당시 박응용 한국타이어산재협의회 위원장은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서 “1월31일 청와대 행정관이 전화해 ‘시민사회비서관이 박 위원장의 얘기를 들어보라고 지시했다’고 했다. 서로 소통할 통로를 만들어달라고 했더니 이 행정관이 이메일 주소와 연락처를 알려줬다”고 말했다. 이후 박 위원장은 청와대 시민사회수석들에게 한국타이어 노동자 사망사건 관련 정보를 전달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정부 조사 
그 결과는?

시민단체 출신의 한 관계자는 “한국타이어의 근로환경을 두고 10년간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며 “이번 한국타이어의 항소 포기는 다른 집단소송으로 이어질 뇌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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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법률수석 부활 속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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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4·10 총선이 범야권의 승리로 끝났다. 집권여당은 참패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집권 3년차인 윤석열정부는 국정운영의 동력을 잃게 생겼다. 레임덕을 넘어 데드덕이라는 표현까지 나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정치 인생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식물 대통령’으로 전락한 윤 대통령의 다음 행보는 엇일까? 속사정이야 어떻든 숫자만 놓고 봤을 때 이견이 없는 결과가 나왔다. 범야권은 192석을 얻어 ‘반윤 거야’ 전선을 형성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161석, 민주당의 위성정당 더불어민주연합 14석, 조국혁신당 12석, 개혁신당 3석, 새로운미래 1석, 진보당 1석 등을 모두 합친 수치다. 국민의힘은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 의석(18석)을 포함해 108석을 얻는 데 그쳤다. 완벽한 참패 식물 대통령 선거를 진두지휘한 각 당 대표의 희비도 엇갈렸다. 사법 리스크를 안고도 선거를 승리로 이끈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정국의 주도권을 잡게 됐고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정치 생명에 큰 타격을 입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은 실제 선거를 뛴 선수보다 더 큰 영향을 받게 됐다. 윤 대통령은 임기 내내 의회 주도권을 야당에 내준 상태로 정국을 운영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한다고 해도 여당의 이탈표를 걱정해야 한다. 총선이 끝나면서 권력의 무게추가 당으로 기울어지는 모양새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이미 거부권을 9차례나 사용한 이력이 민심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각 당은 이번 총선서 ‘정권 심판론’을 정면에 내세웠다. 민주당은 윤석열정부 심판, 국민의힘은 ‘이조(이재명-조국) 심판’ 프레임으로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국민은 범야권에 의석을 몰아주면서 정부 심판의 손을 들어줬다. 윤석열정부에 대한 중간평가에 ‘낙제점’을 준 것이다. 윤석열정부는 당장 밀어붙이고 있던 정책에 차질을 빚게 됐다.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을 골자로 하는 의료개혁이 대표적이다. 윤 대통령은 총선 패배 메시지를 통해 의료개혁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지만 추진력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붙는다. ‘카르텔 타파’라는 국정기조도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윤 대통령은 지난 16일, 총선 결과와 관련해 첫 육성 메시지를 내놨다. 총선 참패 후 엿새 만이다. 민정수석실 폐지 대선공약 민심 청취 명분 부활 예고 윤 대통령은 “총선을 통해 나타난 민심을 우리 모두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올바른 국정의 방향을 잡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음에도 국민들께서 체감하실 만큼의 변화를 만드는 데 모자랐다”며 “큰 틀에서 국민을 위한 정책이라 해도 세심한 영역서 부족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윤석열정부서 추진하고 있던 개혁은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윤 대통령은 “노동, 교육, 연금 등 3대 개혁과 의료개혁을 계속 추진하되, 합리적인 의견을 더 챙기고 귀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국회와의 긴밀한 협력을 말했지만 야당을 명시적으로 언급하진 않았다. 윤 대통령의 메시지에 야권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의 메시지에 대해 “개탄스럽다”며 “오만, 독선, 불통 정치를 계속하겠다는 마이웨이 선언”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이번 총선서 확인한 민심은 국정기조 전면 전환과 민생경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할 방안을 제시해 달라는 주문”이라며 “윤 대통령은 국정 실패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다. 민생경제의 잘못을 인정하고 실질적 대책과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이 총선 패배에 대한 목소리를 내면서 이후 내놓을 쇄신안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미 국무총리와 대통령비서실장 인선과 관련한 하마평이 나오는 중이다. 지난 17일에는 대통령실서 국무총리로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비서실장에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을 고려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일단 대통령실에서는 “검토한 바 없다”고 대응한 상태다. 3대 개혁 밀어붙인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현재 비서실장 아래에 있는 공직기강비서관실과 법률비서관실을 관장할 ‘법률수석비서관실(가칭)’이 신설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민심 청취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민정수석이 존재할 당시 폐해로 여겨졌던 사정 기능은 제한하고 민심을 읽는 방향의 조직을 만들 것이라는 구체적인 언급도 나오고 있다. 이 과정서 사실상 민정수석실이 부활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 나왔다. 민정수석실 폐지는 윤 대통령의 대선공약 중 하나였다. 윤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앞으로 대통령실 업무서 사정, 정보 조사 기능을 철저히 배제하고 민정수석실을 폐지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과거 사정기관을 장악한 민정수석실은 합법을 가장해 정적, 정치적 반대 세력을 통제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고 세평 검증을 위장해 국민 신상 털기와 뒷조사를 벌여왔는데 이런 잔재를 청산하겠다”고 말했다. 실제 윤석열정부 출범 직전 대통령실은 2실(비서실·국가안보실) 5수석(경제·사회·정무·홍보·시민사회) 체제로 개편됐다. 당시 당선인 신분이었던 윤 대통령이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청산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윤석열정부 출범 3개월 만에 정책기획수석이 신설되면서 2실6수석 체제가 됐다. 민정수석실서 맡고 있던 공직기강 업무와 인사검증 업무는 법률비서관, 법무부 등으로 이관됐다. 특히 법무부에 공직자 검증 업무를 전담하는 인사정보관리단이 신설되면서 당시 법무부 장관이었던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에 권력이 지나치게 집중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사정 기능 제한한다? 지난해 11월 윤 대통령은 정책실장을 신설하는 등 대통령실 직제를 3실6수석 체제로 개편했다. 개편 과정서 기존 수석들을 물갈이하면서 대통령실 2기 체제의 출범을 알렸다. 이때도 민정수석실 관련 언급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총선 패배 이후 대통령실 쇄신안에 법률수석이 거론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야당은 즉각 반발했다. 민심 청취는 표면용일 뿐 결국 윤 대통령이 사정정국을 조성하려는 의도를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민정수석실 폐지’라는 대선공약을 파기하고 여소야대 정국을 돌파하기 위한 자구책이라는 설명이다. 여기에 야당서 예고한 특검을 방어하려는 선제적 조치가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당초 민정수석실은 민심 청취 기능과 무관하게 운영됐다. 오히려 폐지 가능성이 나오고 있는 시민사회수석실이 민심을 듣는 역할을 해왔다. 민정수석은 고위공직자 인사 검증, 국정 관련 여론 수렴, 고위공직자 복무 동향 점검, 대통령 친인척 관리, 사정기관과 소통 등의 업무를 주로 했다. 하지만 역대 정부서 가장 부각됐던 기능은 국가정보원, 검찰, 경찰, 국세청, 감사원 등 5대 사정기관을 관리하는 것이었다. 실제 2000년 김대중정부서 폐지되기 전까지 이른바 ‘사직동팀’이 청와대 하명수사를 전담했다. 사직동팀은 경찰청 형사국 조사과를 일컫는 말이다. 윤 대통령 역시 당선인 시절 대통령 인수위원회 첫 과제로 민정수석실 폐지를 밀어붙이며 “사직동팀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대통령실은 법률수석을 신설하더라도 사정 기능은 제한하겠다는 뜻을 비쳤지만 의심의 눈초리는 여전하다. 김건희·채 상병 특검법 대기 신임 수석 검찰 출신 될 듯 민주당 고민정 최고위원은 지난 16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법률수석 신설은 앞으로 들이닥칠 영부인에 대한 특검 등을 방어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며 “이제 와서 법률수석비서관실을 신설한다는 것은 사법 리스크 방어 차원”이라고 주장했다. 21대 국회에 이어 22대 국회서도 여소야대 정국이 유지되면서 민주당 등 범야권은 ‘해병대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 특별검사법(채 상병 특검법)’과 ‘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특별검사법(김건희 여사 특검법)’ 등을 예고했다. 국민의힘서도 채 상병 특검법 수용과 관련해 의견이 갈리는 만큼 국회 통과 가능성이 제기된다. 윤 대통령은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한 차례 거부권을 행사한 상태다. 192석을 확보한 범야권은 21대 국회서 채 상병 특검법이 좌절된다고 해도 22대 국회서 재추진한다는 뜻을 보이고 있다. 고민정 최고위원도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채 상병의 죽음 앞에 정치권이 더는 부끄럽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민주당서도 의지가 충분히 있고 국회서 당장 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있기에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김건희 여사 특검법도 22대 국회 개원 전후로 다시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12석을 확보한 조국혁신당은 아예 22대 국회 1호 법안으로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공언했다. 민주당과 개혁신당 등이 조국혁신당에 동의한다는 뜻을 보인 만큼 추진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높다. 국민의힘 내부서도 수용 여부에 대한 의견이 갈리고 있어 향후 상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정기관 잡고 흔드나 범야권이 다수 의석을 무기로 특검 정국을 예고하면서 윤 대통령과 여당에 대한 압박 수위가 높아지는 모양새다. 법률수석을 새로 만들려는 의도가 ‘방어’로 읽히는 분위기도 윤 대통령이 처한 상황이 녹록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심지어 총선이 마무리되면서 국민의힘에 대한 윤 대통령의 지배력 역시 작아진 상태라는 점도 법률수석 신설의 배경으로 꼽히고 있다. 이미 시작된 것으로 보이는 레임덕을 최대한 늦추기 위한 궁여지책이라는 말도 나온다. 신임 법률수석을 누가 맡게 될지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하마평이 돌고 있다. 검찰 출신들로 채워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