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여자컬링 파문 팀킴의 피눈물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8.11.20 09:02:41
  • 호수 119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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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신화 알고 보니 잔혹동화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2018 평창동계올림픽대회 때 ‘컬링 신드롬’을 일으킨 팀킴. 컬링 최초로 은메달을 따내면서 국민 영웅으로 떠올랐다. 그런데 팀킴이 공개적으로 컬링팀 지도자들을 비판하고 나섰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 기자회견 갖는 여자컬링 선수들

팀킴은 김은정, 김영미, 김경애, 김선영, 김초희 선수로 이루어졌다. 대부분 자매·친구 사이로, 경북 의성서 방과 후 활동으로 컬링을 시작해 올림픽 무대까지 올랐다는 동화 같은 이야기로 주목을 받았다. 올림픽 직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우리 고장에 컬링장을 지어달라’는 요청이 빗발치기도 했다. 여자컬링 은메달을 계기로 컬링이 본격 활성화될 것이라는 기대가 커졌다. 그러나 컬링은 제대로 꽃을 피우지 못하고 진흙탕 싸움에 빠져들었다.

‘영미’ 신드롬
 그리고 불화

팀킴은 지난 6일 대한체육회에 호소문을 보내 지도자로부터 폭언과 함께 부당한 처우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김경두 전 대한컬링경기연맹 부회장과 그의 딸인 김민정 감독, 사위인 장반석 감독에게 부당한 처우를 받았다며 최근 대한체육회에 A4용지 13장 분량의 호소문을 보냈다.

팀킴은 호소문을 통해 “평창올림픽 이후 훈련과 대회에 출전하고 싶었지만 알 수 없는 이유로 이를 저지당하고 있다. 컬링팀 발전과는 상관없이, 대한컬링연맹과 사적인 불화 속에서 우리를 이용하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경북체육회 여자 컬링팀과 컬링훈련장은 한 사람과 그 일가의 소유물이 아니다”고 밝혔다. 

이들은 김 전 부회장이 사적인 이익을 위해 선수들을 이용하고 폭언을 하는가 하면 2015년부터는 국제대회서 받은 상금조차 제대로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호소문에 따르면 김 전 부회장은 지난해 국가대표 1차 선발전 당시 김초희 선수가 부상을 당하자 팀에서 제외시키고, 대신 김 감독(김 부회장의 딸)을 선수로 넣으려고 하는 등 팀 사유화를 시도했다.


또 올림픽서 은메달을 딴 후 언론사들과 가진 인터뷰에선 김 전 부회장 및 김 감독의 공적에 대해서만 언급할 것을 지시했다. 선수들은 “올림픽 이후 김 전 부회장과 감독단이 성과로 이뤄냈다는 발언만을 할 것을 강요받았다”며 “선수 개인들의 이야기나 의성군에 이득이 되는 인터뷰는 언급을 막았다”고 주장했다.

선수들은 호소문서 김 감독의 자질 및 불투명한 회계 문제도 지적했다. 김 감독은 2016년 팀이 여자국가대표팀이 된 후 대한체육회로부터 근무태도 관련돼 경고를 받았다. 이들은 대표팀 훈련 일정에 맞춰 출근하는 모습은 보였지만 훈련에는 참여하지 않았다고 입을 모았다.

지도자 가족 갑질 호소문
폭언에 부당한 처우 주장

지난 10월 김초희 선수가 김 감독의 훈련 불참을 문제로 지적하자, 김 전 부회장은 “X발, 지가 뭔데, X 뭐 같은X”이라는 욕설을 퍼붓는 등 그동안 선수들의 인격을 모독하는 폭언과 욕설이 빈번했다고 했다. 

이 밖에도 2015년부터 여러 국제대회에 출전하고 평창올림픽 이후 각종 행사에 참석해 받은 상금도 지금껏 선수들에게 단 한 번도 배분된 적이 없다고 했다.

팀킴은 “2015년 6000만원 이상의 상금을 획득했고, 그 이후로도 여러 차례 상금을 획득했으나, 제대로 상금을 배분한 적이 없다”며 금전 부문서도 문제가 있었음을 제기했다. 그러나 김 전 부회장 측이 선수들의 사인이 들어간 공동명의의 통장 등을 공개하며 내부 갈등은 진실공방으로 번졌다.   

반면 컬링 행정을 총괄하는 대한컬링경기연맹은 팀킴 사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지난해 회장 부정선거가 드러난 영향으로 대한체육회 관리단체로 지정, 자체 행정 능력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연맹은 경북체육회와 갈등 관계에 있기도 하다. 
 

▲ ▲김경두 전 대한컬링경기연맹 부회장과 그의 딸인 김민정 감독

김 전 부회장과 김 감독 등은 국가대표 지도자 시절 연맹이 제대로 훈련 지원을 못 해주고 있다며 공개적으로 날선 비판을 해왔다. 연맹과 김 전 부회장은 소송까지 벌이고 있다. 김 전 부회장은 연맹 회장 직무대행을 맡았을 때, 2개월 안에 회장 선거를 시행하지 않아 1년6개월 자격 정지 징계를 받았다. 김 전 부회장은 이 징계가 부당하다고 연맹과 법적 싸움을 진행 중이다. 

팀킴 선수들은 연맹과 경북체육회 지도자들의 갈등 관계가 자신들에게도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 있다. 이들은 호소문서 “컬링팀 발전과는 상관없이, 대한컬링연맹과 사적인 불화 속에서 우리를 이용하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고 밝혔다. 

반면 지도자들은 팀킴의 주장을 반박했다. 장 감독은 지난 9일, 통장을 투명하게 관리했다고 해명했다. 2015년 선수들 동의 하에 ‘김경두(경북체육회)' 명의로 통장을 개설했으며, 상금은 대회 참가비·팀 장비 구입비·외국인 코치 코치비· 항공비 등으로만 사용했다고 반박했다. 

“공적 띄워라”
인터뷰 지시?

어린이집 행사 강제 동원은 개인적인 부탁을 한 것이며, 평창동계패럴림픽 개막식 최종 성화봉송 주자 제안을 거절한 것은 일정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장 감독은 김 전 부회장과 대한컬링경기연맹과의 사적인 불화 때문에 선수들이 이용당했다는 주장에 대해 “더 나은 환경을 만들기 위한 것이었다”며 등 팀킴의 주장을 전면 반박했다.

결국 팀킴이 입을 열었다. 지난 15일 올림픽파크텔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 전 부회장 가족의 부당한 대우에 대해 다시 한 번 설명했다. 김은정은 “참아온 부분이 많다. 올림픽 이후에도 우리를 힘들게 한 부분을 참아왔다. 기다리면 변하지 않을까 생각했고, 다시 우리를 이해해주지 않을까 고민도 하면서 시간이 늦어졌다”며 “올림픽 후에도 전혀 바뀌지 않았다. 운동하기에 힘들어서 호소문을 냈다”고 말했다.

팀킴은 호소문을 통해 장 감독의 반박을 다시 반박했다. 김 전 부회장 가족들을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김영미는 “이런 사태가 계속 반복되는 이유는 아무래도 한 명, 한 가족이 독식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김은정도 “올림픽이 지나면서 가족끼리 한다는 답을 찾았다”며 “확실해진 것은 선수들이 성장하고, 커 가는 것을 바라지 않는 다는 것이다. 원하는 만큼 성장하면 그 이후 성장은 방해한다. 조직보다 선수들이 더 커지는 것을 원하지 않아 그런 행동을 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국 컬링의 발전이 아닌 김 전 부회장 가족의 권력이 우선이었다는 주장이다.

김은정은 “교수님 가족들은 우리나라 컬링에 큰 역할을 하고 싶어했다. 자신들 뜻대로 컬링이 돌아가게 하고 싶어했다”며 “선수들을 이용했다. 선수들의 정상을 막는 이유는 그 한 가지다. 모든 것이 욕심 때문이다. 컬링 인기가 올라갔으면 좋겠다고 하더니 막상 인기가 올라가니 ‘결국 컬링을 이끌 사람은 나밖에 없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것 같다”고 말했다.

선수들 이용
사유화 의혹도


이어 “많은 고민 끝에 선수 생활을 걸고 용기를 냈다. 부조리가 밝혀져서 컬링이 바뀌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컬링계 관계자들도 팀킴의 폭로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날 선수들은 올림픽서 자신들을 도와준 피터 코치가 전한 입장문도 공개했다.

선수들에 따르면, 피터 코치는 평창올림픽 은메달 획득의 공신이었다. 선수들은 “훈련은 대부분 피터 코치와 함께했다. 김 감독은 언론 통제 등 경기 외적인 일들만 했다”며 “오히려 피터 코치와 교류가 많았다”고 고백했다. 
 

▲ ▲김경두 전 한국컬링경기연맹 부회장

피터 갤런트 코치는 우선 “지난 2016년 팀킴의 코치로 합류했다. 팀킴과 함께 일한 것은 좋은 경험이었다”며 “팀킴은 매우 헌신적인 선수들이었다. 그들이 팀으로서 올림픽 메달을 따낸 것이 매우 뿌듯하다”고 인연을 소개했다. 이어 감독진과 선수들 사이 불화를 지켜본 견해를 밝혔다. 

피터 코치는 “하지만 메달을 따기까지 많은 고난이 있었는데, 이는 지도부로부터 야기된 불필요한 난관이었다. 나는 팀킴과 지도부(김 전 부회장과 그의 딸 김 감독, 김 전 부회장의 사위 장 감독)가 악화됐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자신이 부당하다고 느낀 여러 가지 예시들을 소개했다. 

그는 ▲지도부와 소통이 되지 않았다. 난 이메일을 보내면 아주 가끔만 답장을 받았다 ▲급여수령에 항상 문제가 있었다. 2017년 4월 급여는 아홉 달이 지나서야 받을 수 있었다 ▲훈련이나 투어 등에 참가하는 스케줄은 늘 막판에만 공유했다. 이 때문에 종종 형편없는 숙소에 묵어야 했다 ▲김민정 감독은 헤드코치로 대우 받기 원했으나 선수들보다도 컬링에 대한 전문성이 떨어졌다 ▲개인적인 미디어 인터뷰 요청이 있을 시 김 감독 별도로 어떤 말을 했으면 좋겠다고 먼저 이야기했고 그것은 김경두 회장에 대한 내용이었다고 주장했다. 


이동건 강원도청 컬링팀 선수 겸 코치(전 컬링 남자 국가대표)도 지난 12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팀킴이 주장한 내용이 모두 사실”이라면서 “경북체육회서 선수생활을 할 당시 나 역시 겪은 일”이라고 전했다. 그는 “김 전 부회장은 컬링을 가족사업체처럼 인식한다”고 꼬집기도 했다.

새로운 폭로도 이어졌다. 이 코치는 “김 전 부회장의 아들 김민찬 선수의 국가대표 선발 과정에 사실관계 확인이 필요하다”고 의문을 제기하면서 “사위 장 감독 또한 컬링 선수로서 이력이 거의 없다. 결혼 전 영어학원 원장이었다. 김 감독보다 컬링 지식이 없다”고 주장했다. 

“욕 듣고 상금도 못 받아”
부회장 측 반박 진실공방

팀킴의 폭로가 사실이라는 주장에 힘이 실리면서 경북체육회도 따가운 시선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이 코치는 “김 전 부회장이 딸, 사위, 조카 등 친인척만 합해도 10명, 가까운 지인까지하면 최소 20∼30명을 경북체육회에 배치했다”고 언급했다.

경북체육회가 김 전 부회장의 손아귀서 자유롭지 못했다는 주장인 셈이다. 

경북체육회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가 커지면서 경북도의 안일한 태도 역시 도마에 올랐다. 경북도는 감사관실을 통해 팀킴의 폭로가 있기 불과 2주 전인 지난달 22일부터 26일까지 경북체육회에 대한 특별감사를 벌였지만 팀킴 사태에 대해서는 전혀 눈치채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북도 감사관실은 ‘내부 직원 갈등과 잇달은 감사요구’에 따라 감사를 벌였지만 별다른 소득도 없이 ‘표적감사’ ‘전임 도지사 흔적 지우기’라는 뒷말만 남긴 채 감사를 마쳐 감사능력의 한계는 물론 실효성 논란까지 일으켰다. 

팀킴 파문이 갈수록 커지자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까지 나섰다. 문체부가 경북도, 대한체육회와 합동으로 팀킴의 호소문과 관련한 특정감사에 나서기로 했다. 합동 감사반은 19일부터 내달 7일까지 15일간 문체부 2명, 경북도 2명, 대한체육회 3명 등 총 7명으로 감사관을 구성해 실태 파악에 들어간다. 감사 전반은 문체부가 총괄하고, 필요할 경우 감사 기간을 연장할 수도 있다.
 

감사의 중점은 전 여자 컬링 국가대표 선수들이 공개한 호소문 내용의 사실 여부와 경북체육회 컬링팀, 대한컬링경기연맹(경북컬링협회), 의성 컬링훈련원 운영 등이다. 문체부는 감사결과 선수 인권 침해와 조직 사유화, 회계 부정 등 비리가 확인될 경우 엄중하게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합동 감사반
엄중히 처리

한편 대한체육회는 호소문에 제기된 내용을 토대로 선수 인권 보호, 훈련 관리 등에 문제가 없었는지 조사하고 회계 부정, 선수 포상금 착복 등 모든 부분의 진상을 철저히 규명해 무관용 원칙에 따라 검찰 고발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문체부와 대한체육회가 포함된 특별감사의 감사결과에 귀추가 모아지고 있다.

문체부 측은 “감사 결과에 따라 선수 인권 침해와 조직사유화, 회계 부정 등 비리가 확인 될 경우 엄중하게 처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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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성수3지구 재개발 조합 복마전

[단독] 성수3지구 재개발 조합 복마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재개발·재건축 현장은 ‘내 집 마련’이라는 욕망의 집합체다. 사려는 사람, 팔려는 사람, 그리고 짓는 사람까지 집을 둘러싼 이해관계가 촘촘하게 얽혀 있다. 조합은 사방팔방 뻗어있는 이권을 조율하고 사업을 끝까지 이끌어야 하는 책무를 지닌다. 문제는 이 과정서 발생하는 유착과 비리 의혹이다. 주택 재개발사업은 권력의 이동에 영향을 받는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은 2007년 오세훈 서울시장 시절 성수전략정비구역으로 지정됐다. 53만㎡ 면적의 땅을 4개 지구로 나눠 재개발을 진행하다가 박원순 서울시장이 당선되면서 사업이 지체됐다. 그러다 오 시장의 취임으로 다시 궤도에 오르는 모양새다. 3조 사업 14년째 성수전략정비구역은 압구정 아파트 지구 특별계획구역을 마주 보면서 한강 조망이 가능해 재개발 수혜 단지로 주목받고 있다. 그중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는 성동구 성수동2가 572-7번지 일대로 기존 계획안에 따르면, 부지 11만4193㎡에 1852가구 규모 단지가 들어설 예정이다. 전체 사업비는 3조원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하 제3지구 조합)이 내홍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해 11월 조합장이 지위를 상실한 데 이어 각종 의혹이 불거져 복마전이 따로 없는 상황이다. 특히 조합장과 정비사업관리전문업자(이하 정비업체) 간의 유착 의혹이 화두로 떠올랐다. 정비업체는 정비사업 과정서 조합의 비전문성을 보완하기 위한 전문지식을 갖춘 사업자를 말한다. 대통령령이 정한 자본‧기술인력 등의 기준을 갖춰 시·도지사에게 등록한다.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은 제정 당시부터 ‘정비사업전문관리업 제도’를 도입했다. 조합원의 권익을 보호하고 사업추진의 효율성을 도모한다는 취지다. 정비업체는 ▲조합 설립 및 정비사업의 동의 ▲조합 설립 인가 신청 ▲사업성 검토 및 정비사업 시행계획서 작성 ▲설계자 및 시공자 선정 ▲사업 시행 인가 신청 ▲관리처분계획 수립 등의 업무를 지원하고 대행한다. 정비사업의 A부터 Z까지 모든 업무에 관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3지구 조합은 2009년 10월 추진위원회의 승인, 2010년 5월 주민총회를 거쳐 N사를 정비업체로 선정했다. 이후 2018년 2월 조합 설립 인가를 받아 현재에 이르고 있다. 제3지구 조합 내부서 문제가 제기된 부분은 14년에 걸쳐 조합 업무를 대행해 온 N사와 역시 10년 넘게 조합서 일한 전 조합장 김모씨의 유착 의혹이다. 뉴타운 후보지 정비구역으로 오세훈 시장 취임에 재시동 김 전 조합장은 2010년 추진위 총무로 선출된 후 2016년 주민총회를 통해 추진위원장으로 뽑혔다. 2018년 창립총회서 조합장으로 선출됐지만 지난해 11월 도정법 위반 혐의로 벌금 100만원이 확정돼 자격을 상실했다. 그사이 재신임 투표, 주민총회 등의 과정이 있었고 수차례에 걸쳐 법정 공방에도 휘말렸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김 전 조합장은 2016년 추진위원장으로 선출된 이후부터 지난해 말까지 ‘불사조’에 가까운 면모를 보이며 자리를 지켰다. 김 전 조합장은 창립총회(2018년)와 동시에 진행된 조합장 선거서 학력을 허위로 기재한 혐의가 인정돼 2021년 조합장 지위를 상실했다. 제3지구 조합 선거관리 규정은 ‘후보자 등록 시 제출 서류의 허위·변조·위조 등이 발견된 경우 당선을 무효로 한다’고 명시했다. 김 전 조합장은 후보자 등록 신청서에 지방 소재 ‘Y대학 졸업’이라고 기재해 제출했다. 또 Y대학 총장 명의로 된 졸업증명서를 3부 만들어 추진위원장과 조합장 후보 등록 등에 사용했다. 앞서 서울동부지검은 업무방해죄와 사문서위조죄·위조사문서행사죄 등으로 김 전 조합장에 각각 벌금 100만원과 700만원의 약식명령을 내렸다. 이후 2021년 1심 법원은 해당 약식명령 등을 근거로 ‘조합장 지위 부존재 확인’ 소송서 김 전 조합장이 조합장의 지위에 있지 않다고 판시했다. 서울시가 진행한 조합 실태점검 결과도 조합장 지위에 영향을 미쳤다. 성동구서 2022년 2월28일부터 3월11일까지 열흘간 진행한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 운영실태 시·구 합동 기동점검’서 총 22건의 지적사항이 나왔다. 자금 차입 결국 사임 특히 성동구는 김 전 조합장이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차입한 부분에 대해서는 수사를 의뢰하겠다고 밝혔다. 도정법 제45조(총회의 의결) 2항에 따르면 자금의 차입과 그 방법, 이자율과 상환방법은 총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 성동구의 실태점검 결과에도 김 전 조합장은 2022년 10월 주민총회서 또다시 조합장으로 선출됐다. 하지만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빌린 부분이 문제가 되면서 결국 조합장 자격을 잃었다. 김 전 조합장은 2022년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차입한 점 ▲자료 공개 거부 등 도정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았다. 1심 재판부는 두 혐의 모두를 인정해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지만 항소심서 자료 공개 거부 혐의가 무죄로 바뀌면서 벌금 100만원으로 줄었다. 대법원은 지난해 11월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눈여겨볼만한 부분은 돈을 빌려준 주체가 정비업체인 N사였다는 사실이다. N사는 2019년 6월과 8월, 그리고 10월 각각 2000만원, 2000만원, 1000만원 등 총 5000만원을 제3지구 조합에 무이자로 빌려 줬다. 앞서 김 전 조합장은 2019년 2월에 5000만원, 4월에 3000만원 등 8000만원을 총회 의결 없이 N사로부터 차입한 사실이 확인돼 벌금 7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제3지구 조합이 총회 의결 없이 N사로부터 빌린 돈의 액수는 총 1억3000만원에 이른다. 김 전 조합장의 가족 일가가 제3지구 재개발 지역의 아파트 등을 구입하는 과정서도 N사의 흔적이 등장한다. 재산 증식 내부 정보? 문제를 제기한 제3지구 조합원은 “김 전 조합장이 추진위원장, 조합장을 하던 시기에 아들과 딸, 사위 등이 재개발 지역의 아파트를 사거나 도로를 증여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김 전 조합장의 재산이 늘어나는 과정에 조합의 내부 정보가 사용된 게 아닌가 의심스럽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2016년 전후로 김 전 조합장을 비롯한 가족 일가의 부동산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덧붙였다. 김 전 조합장이 추진위원장으로 선출된 시기와 맞물린다. 김 전 조합장의 남편으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8년 7월 성수동의 빌라 한 채를 1억9500만원에 매입했다. 등기부등본상 이씨의 주소는 김 전 조합장의 주소와 같았다. 흥미로운 대목은 2019년 1월 이 빌라가 송모씨에게 2억원에 팔렸는데 해당 인물이 정비업체 N사의 관계자라는 의혹이 제기된 점이다. 송씨는 한 달 뒤 해당 빌라를 2억1000만원에 팔았다. 김 전 조합장의 아들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5년 1월 제3지구 재개발 지역에 위치한 아파트 한 채를 4억5750만원에 매입했다. 김 전 조합장의 아들은 현재 제3지구 조합의 대의원으로 이름이 올라있다. 김 전 조합장의 딸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8년 11월 특정 인물로부터 성수동2가의 도로 일부를 증여받았다. 딸 이씨의 남편이자 김 전 조합장의 사위로 추정되는 김모씨는 2017년 1월 성수동2가의 한 상가 1층을 매입했다. 김씨도 제3지구 조합의 대의원 명단에 존재한다. 2018년 해당 건물에 근저당을 설정한 업체는 세입자 조사업 등을 하는 W사였다. W사의 과거 등기부등본상 주소는 제3지구 조합서 업무를 하는 법무사 사무소의 주소와 일치했다. 송사 휘말려도 계속 부활해 가족 일가 부동산 구입 의혹 제3지구 조합의 한 조합원은 “지금 드러난 것은 등기부등본을 뒤져 찾아낸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총회의 결의 없이 정비업체로부터 금전을 차입해 자신의 급여를 챙기고 가족 일가의 부동산 축재에 사용했다는 의심을 거둘 수가 없다”며 “김 전 조합장은 대법원 확정 판결로 사임하면서도 조합원에게 단 한 마디의 사과도 없이 뻔뻔함의 극치를 보였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1월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온 직후 김 전 조합장은 “2009년부터 지금까지 14년간 성수3지구를 위해 노력해 왔고 14년간 조합 운영을 투명하고 절약하였기에 조합장 자리서 내려오며 부끄럽지 않다”는 내용의 문자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에는 사무실을 얻어 ‘김○○ 사랑방’이라고 이름을 붙이고 주민과 부동산 관련 정보를 주고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3지구 조합의 또 다른 조합원은 “김 전 조합장의 나이가 70대다. 컴퓨터도 제대로 다루지 못한다고 들었다. 그러다 보니 정비업체가 조합장을 바지사장으로 세우고 뒤에서 조합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말이 내부에 많다”며 “N사는 한남4구역재개발조합서도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 계약이 해지된 업체”라고 주장했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한남재정비촉진구역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하 한남4구역 조합)은 지난해 정기총회서 N사와의 계약 해지 안건을 통과시켰다. 조합 설립 과정서 발생한 비위, 허위 견적서 제출, 금전 편취 혐의로 사기죄 확정 등이 이유였다. 한남4구역 조합은 2011년 N사와 용역 계약을 맺고 지난해까지 조합 업무를 함께 해 왔던 것으로 파악됐다. 한남4구역 계약 해지 제3지구 조합서 불거진 의혹은 현재 성동세무서, 성동경찰서 등에서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문제를 제기한 조합원은 “전 조합장과 N사는 조합을 장악하고 감시 체계가 허술한 틈을 타 끊임없이 비리를 저지르고 있다”며 “이들의 비리는 민생침해 범죄인만큼 철저한 수사로 조합원의 피해를 막아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전 조합장의 해명 “떳떳하다” 김모 전 조합장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울분을 쏟아냈다. 14년간 조합을 위해 일했는데 근거 없는 모함으로 자신을 괴롭히려 든다는 것이다. 김 전 조합장은 자녀를 비롯해 사위 등 가족 일가가 재개발 지역에 아파트나 건물을 산 것은 인정하면서도 결혼을 할 무렵 본인들이 구입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비업체 N사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정비업체는 재개발 사업서 가장 마지막까지 남아 있는 곳이다. 조합장이 됐지만 업무에 서툰 부분이 있어 정비업체 대표(송모씨)에게 도와 달라고 했다”면서도 “정비업체 직원을 따로 만난 적도 없고 부정적인 일을 한 것도 없다. 나는 떳떳하다. 떳떳하기에 아직 이 동네에 살고 있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젊고 똑똑한 사람이 조합장 선거에 나와야 한다. 그런 분이 있다면 언제든 도울 것”이라며 “2010년 조합 총무로 시작해 14년 동안 조합 일을 보면서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 법원 판결로 사임하게 됐지만 조합이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은 여전하다”고 강조했다. <기사 속 기사> N사 대표의 해명 “우리는 을이다” N사의 송모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정비업체는 조합이 시키는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여러 차례 말했다. 정비업체가 조합장을 내세워 조합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내부의 의견에 강한 불쾌감을 표하면서 한 말이다. 조합이 갑, 정비업체가 을이라고 강조했다. 송 대표는 총회의 의결 없이 제3지구 조합에 돈을 빌려준 이유에 대해 “(김 전 조합장이) 조합 재정 상태가 너무 열악하다고 간곡히 부탁해서 무이자로 빌려준 것인데 그게 문제가 돼서 조합장님이 지위를 잃게 된 점은 지금도 마음이 아프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조합에 차입한 1억3000만원은 한 푼도 돌려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조합장이 사임하는 등 조합 내부가 뒤숭숭한 것 같다는 말에는 “직무대행이 조합 업무를 보고 있고 우리도 정비업체로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사업은 표류하지 않고 계속 진행되는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 업체가 맡고있는 재개발 지역이 20여군데 정도다. 한 군데서 문제가 생기면 다른 지역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불법을 저지를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한남4구역 조합과의 계약 해지에 대해서는 “(한남4구역 조합) 조합장이 내가 불법적인 요구를 했다. 그걸 거절했더니 계약 해지를 한 것”이라며 “현재 민·형사상의 조치를 취한 상태다. 법으로 가려질 일”이라고 주장했다. <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