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여자컬링 파문 팀킴의 피눈물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8.11.20 09:02:41
  • 호수 119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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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신화 알고 보니 잔혹동화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2018 평창동계올림픽대회 때 ‘컬링 신드롬’을 일으킨 팀킴. 컬링 최초로 은메달을 따내면서 국민 영웅으로 떠올랐다. 그런데 팀킴이 공개적으로 컬링팀 지도자들을 비판하고 나섰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 기자회견 갖는 여자컬링 선수들

팀킴은 김은정, 김영미, 김경애, 김선영, 김초희 선수로 이루어졌다. 대부분 자매·친구 사이로, 경북 의성서 방과 후 활동으로 컬링을 시작해 올림픽 무대까지 올랐다는 동화 같은 이야기로 주목을 받았다. 올림픽 직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우리 고장에 컬링장을 지어달라’는 요청이 빗발치기도 했다. 여자컬링 은메달을 계기로 컬링이 본격 활성화될 것이라는 기대가 커졌다. 그러나 컬링은 제대로 꽃을 피우지 못하고 진흙탕 싸움에 빠져들었다.

‘영미’ 신드롬
 그리고 불화

팀킴은 지난 6일 대한체육회에 호소문을 보내 지도자로부터 폭언과 함께 부당한 처우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김경두 전 대한컬링경기연맹 부회장과 그의 딸인 김민정 감독, 사위인 장반석 감독에게 부당한 처우를 받았다며 최근 대한체육회에 A4용지 13장 분량의 호소문을 보냈다.

팀킴은 호소문을 통해 “평창올림픽 이후 훈련과 대회에 출전하고 싶었지만 알 수 없는 이유로 이를 저지당하고 있다. 컬링팀 발전과는 상관없이, 대한컬링연맹과 사적인 불화 속에서 우리를 이용하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경북체육회 여자 컬링팀과 컬링훈련장은 한 사람과 그 일가의 소유물이 아니다”고 밝혔다. 

이들은 김 전 부회장이 사적인 이익을 위해 선수들을 이용하고 폭언을 하는가 하면 2015년부터는 국제대회서 받은 상금조차 제대로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호소문에 따르면 김 전 부회장은 지난해 국가대표 1차 선발전 당시 김초희 선수가 부상을 당하자 팀에서 제외시키고, 대신 김 감독(김 부회장의 딸)을 선수로 넣으려고 하는 등 팀 사유화를 시도했다.


또 올림픽서 은메달을 딴 후 언론사들과 가진 인터뷰에선 김 전 부회장 및 김 감독의 공적에 대해서만 언급할 것을 지시했다. 선수들은 “올림픽 이후 김 전 부회장과 감독단이 성과로 이뤄냈다는 발언만을 할 것을 강요받았다”며 “선수 개인들의 이야기나 의성군에 이득이 되는 인터뷰는 언급을 막았다”고 주장했다.

선수들은 호소문서 김 감독의 자질 및 불투명한 회계 문제도 지적했다. 김 감독은 2016년 팀이 여자국가대표팀이 된 후 대한체육회로부터 근무태도 관련돼 경고를 받았다. 이들은 대표팀 훈련 일정에 맞춰 출근하는 모습은 보였지만 훈련에는 참여하지 않았다고 입을 모았다.

지도자 가족 갑질 호소문
폭언에 부당한 처우 주장

지난 10월 김초희 선수가 김 감독의 훈련 불참을 문제로 지적하자, 김 전 부회장은 “X발, 지가 뭔데, X 뭐 같은X”이라는 욕설을 퍼붓는 등 그동안 선수들의 인격을 모독하는 폭언과 욕설이 빈번했다고 했다. 

이 밖에도 2015년부터 여러 국제대회에 출전하고 평창올림픽 이후 각종 행사에 참석해 받은 상금도 지금껏 선수들에게 단 한 번도 배분된 적이 없다고 했다.

팀킴은 “2015년 6000만원 이상의 상금을 획득했고, 그 이후로도 여러 차례 상금을 획득했으나, 제대로 상금을 배분한 적이 없다”며 금전 부문서도 문제가 있었음을 제기했다. 그러나 김 전 부회장 측이 선수들의 사인이 들어간 공동명의의 통장 등을 공개하며 내부 갈등은 진실공방으로 번졌다.   

반면 컬링 행정을 총괄하는 대한컬링경기연맹은 팀킴 사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지난해 회장 부정선거가 드러난 영향으로 대한체육회 관리단체로 지정, 자체 행정 능력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연맹은 경북체육회와 갈등 관계에 있기도 하다. 
 

▲ ▲김경두 전 대한컬링경기연맹 부회장과 그의 딸인 김민정 감독

김 전 부회장과 김 감독 등은 국가대표 지도자 시절 연맹이 제대로 훈련 지원을 못 해주고 있다며 공개적으로 날선 비판을 해왔다. 연맹과 김 전 부회장은 소송까지 벌이고 있다. 김 전 부회장은 연맹 회장 직무대행을 맡았을 때, 2개월 안에 회장 선거를 시행하지 않아 1년6개월 자격 정지 징계를 받았다. 김 전 부회장은 이 징계가 부당하다고 연맹과 법적 싸움을 진행 중이다. 

팀킴 선수들은 연맹과 경북체육회 지도자들의 갈등 관계가 자신들에게도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 있다. 이들은 호소문서 “컬링팀 발전과는 상관없이, 대한컬링연맹과 사적인 불화 속에서 우리를 이용하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고 밝혔다. 

반면 지도자들은 팀킴의 주장을 반박했다. 장 감독은 지난 9일, 통장을 투명하게 관리했다고 해명했다. 2015년 선수들 동의 하에 ‘김경두(경북체육회)' 명의로 통장을 개설했으며, 상금은 대회 참가비·팀 장비 구입비·외국인 코치 코치비· 항공비 등으로만 사용했다고 반박했다. 

“공적 띄워라”
인터뷰 지시?

어린이집 행사 강제 동원은 개인적인 부탁을 한 것이며, 평창동계패럴림픽 개막식 최종 성화봉송 주자 제안을 거절한 것은 일정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장 감독은 김 전 부회장과 대한컬링경기연맹과의 사적인 불화 때문에 선수들이 이용당했다는 주장에 대해 “더 나은 환경을 만들기 위한 것이었다”며 등 팀킴의 주장을 전면 반박했다.

결국 팀킴이 입을 열었다. 지난 15일 올림픽파크텔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 전 부회장 가족의 부당한 대우에 대해 다시 한 번 설명했다. 김은정은 “참아온 부분이 많다. 올림픽 이후에도 우리를 힘들게 한 부분을 참아왔다. 기다리면 변하지 않을까 생각했고, 다시 우리를 이해해주지 않을까 고민도 하면서 시간이 늦어졌다”며 “올림픽 후에도 전혀 바뀌지 않았다. 운동하기에 힘들어서 호소문을 냈다”고 말했다.

팀킴은 호소문을 통해 장 감독의 반박을 다시 반박했다. 김 전 부회장 가족들을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김영미는 “이런 사태가 계속 반복되는 이유는 아무래도 한 명, 한 가족이 독식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김은정도 “올림픽이 지나면서 가족끼리 한다는 답을 찾았다”며 “확실해진 것은 선수들이 성장하고, 커 가는 것을 바라지 않는 다는 것이다. 원하는 만큼 성장하면 그 이후 성장은 방해한다. 조직보다 선수들이 더 커지는 것을 원하지 않아 그런 행동을 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국 컬링의 발전이 아닌 김 전 부회장 가족의 권력이 우선이었다는 주장이다.

김은정은 “교수님 가족들은 우리나라 컬링에 큰 역할을 하고 싶어했다. 자신들 뜻대로 컬링이 돌아가게 하고 싶어했다”며 “선수들을 이용했다. 선수들의 정상을 막는 이유는 그 한 가지다. 모든 것이 욕심 때문이다. 컬링 인기가 올라갔으면 좋겠다고 하더니 막상 인기가 올라가니 ‘결국 컬링을 이끌 사람은 나밖에 없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것 같다”고 말했다.

선수들 이용
사유화 의혹도


이어 “많은 고민 끝에 선수 생활을 걸고 용기를 냈다. 부조리가 밝혀져서 컬링이 바뀌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컬링계 관계자들도 팀킴의 폭로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날 선수들은 올림픽서 자신들을 도와준 피터 코치가 전한 입장문도 공개했다.

선수들에 따르면, 피터 코치는 평창올림픽 은메달 획득의 공신이었다. 선수들은 “훈련은 대부분 피터 코치와 함께했다. 김 감독은 언론 통제 등 경기 외적인 일들만 했다”며 “오히려 피터 코치와 교류가 많았다”고 고백했다. 
 

▲ ▲김경두 전 한국컬링경기연맹 부회장

피터 갤런트 코치는 우선 “지난 2016년 팀킴의 코치로 합류했다. 팀킴과 함께 일한 것은 좋은 경험이었다”며 “팀킴은 매우 헌신적인 선수들이었다. 그들이 팀으로서 올림픽 메달을 따낸 것이 매우 뿌듯하다”고 인연을 소개했다. 이어 감독진과 선수들 사이 불화를 지켜본 견해를 밝혔다. 

피터 코치는 “하지만 메달을 따기까지 많은 고난이 있었는데, 이는 지도부로부터 야기된 불필요한 난관이었다. 나는 팀킴과 지도부(김 전 부회장과 그의 딸 김 감독, 김 전 부회장의 사위 장 감독)가 악화됐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자신이 부당하다고 느낀 여러 가지 예시들을 소개했다. 

그는 ▲지도부와 소통이 되지 않았다. 난 이메일을 보내면 아주 가끔만 답장을 받았다 ▲급여수령에 항상 문제가 있었다. 2017년 4월 급여는 아홉 달이 지나서야 받을 수 있었다 ▲훈련이나 투어 등에 참가하는 스케줄은 늘 막판에만 공유했다. 이 때문에 종종 형편없는 숙소에 묵어야 했다 ▲김민정 감독은 헤드코치로 대우 받기 원했으나 선수들보다도 컬링에 대한 전문성이 떨어졌다 ▲개인적인 미디어 인터뷰 요청이 있을 시 김 감독 별도로 어떤 말을 했으면 좋겠다고 먼저 이야기했고 그것은 김경두 회장에 대한 내용이었다고 주장했다. 


이동건 강원도청 컬링팀 선수 겸 코치(전 컬링 남자 국가대표)도 지난 12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팀킴이 주장한 내용이 모두 사실”이라면서 “경북체육회서 선수생활을 할 당시 나 역시 겪은 일”이라고 전했다. 그는 “김 전 부회장은 컬링을 가족사업체처럼 인식한다”고 꼬집기도 했다.

새로운 폭로도 이어졌다. 이 코치는 “김 전 부회장의 아들 김민찬 선수의 국가대표 선발 과정에 사실관계 확인이 필요하다”고 의문을 제기하면서 “사위 장 감독 또한 컬링 선수로서 이력이 거의 없다. 결혼 전 영어학원 원장이었다. 김 감독보다 컬링 지식이 없다”고 주장했다. 

“욕 듣고 상금도 못 받아”
부회장 측 반박 진실공방

팀킴의 폭로가 사실이라는 주장에 힘이 실리면서 경북체육회도 따가운 시선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이 코치는 “김 전 부회장이 딸, 사위, 조카 등 친인척만 합해도 10명, 가까운 지인까지하면 최소 20∼30명을 경북체육회에 배치했다”고 언급했다.

경북체육회가 김 전 부회장의 손아귀서 자유롭지 못했다는 주장인 셈이다. 

경북체육회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가 커지면서 경북도의 안일한 태도 역시 도마에 올랐다. 경북도는 감사관실을 통해 팀킴의 폭로가 있기 불과 2주 전인 지난달 22일부터 26일까지 경북체육회에 대한 특별감사를 벌였지만 팀킴 사태에 대해서는 전혀 눈치채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북도 감사관실은 ‘내부 직원 갈등과 잇달은 감사요구’에 따라 감사를 벌였지만 별다른 소득도 없이 ‘표적감사’ ‘전임 도지사 흔적 지우기’라는 뒷말만 남긴 채 감사를 마쳐 감사능력의 한계는 물론 실효성 논란까지 일으켰다. 

팀킴 파문이 갈수록 커지자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까지 나섰다. 문체부가 경북도, 대한체육회와 합동으로 팀킴의 호소문과 관련한 특정감사에 나서기로 했다. 합동 감사반은 19일부터 내달 7일까지 15일간 문체부 2명, 경북도 2명, 대한체육회 3명 등 총 7명으로 감사관을 구성해 실태 파악에 들어간다. 감사 전반은 문체부가 총괄하고, 필요할 경우 감사 기간을 연장할 수도 있다.
 

감사의 중점은 전 여자 컬링 국가대표 선수들이 공개한 호소문 내용의 사실 여부와 경북체육회 컬링팀, 대한컬링경기연맹(경북컬링협회), 의성 컬링훈련원 운영 등이다. 문체부는 감사결과 선수 인권 침해와 조직 사유화, 회계 부정 등 비리가 확인될 경우 엄중하게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합동 감사반
엄중히 처리

한편 대한체육회는 호소문에 제기된 내용을 토대로 선수 인권 보호, 훈련 관리 등에 문제가 없었는지 조사하고 회계 부정, 선수 포상금 착복 등 모든 부분의 진상을 철저히 규명해 무관용 원칙에 따라 검찰 고발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문체부와 대한체육회가 포함된 특별감사의 감사결과에 귀추가 모아지고 있다.

문체부 측은 “감사 결과에 따라 선수 인권 침해와 조직사유화, 회계 부정 등 비리가 확인 될 경우 엄중하게 처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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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의 100일 결정적 장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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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체감상 1년은 된 것 같다.” 어느 덧 이재명정부가 출범 100일째를 맞았다. 이재명 대통령에겐 숨 가쁜 3개월이었다. 12·3 비상계엄 선포, 탄핵 정국, 조기 대선 등 대형 정치 이슈는 지나갔다. 이제 본격적으로 국정 운영의 청사진을 실현해야 하는 시기다. 지지율은 이미 요동치고 있다. 어떤 이슈가 이정부를 뒤흔들었던 걸까? 지난 6월3일 21대 대통령선거가 열렸다. 지난해 12월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6개월 만에 대선이 치러졌다.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이라는 말이 대선 전부터 파다했고 실제로 이변은 없었다. 재수 끝에 대통령에 당선된 이재명 대통령은 역대 최다 득표수를 기록했다. 다만, 과반 득표율에는 미치지 못했다. 무정부 상태 산적한 이슈 이번 대선은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진 보궐선거여서 인수위원회 기간 없이 바로 임기가 시작됐다. 이 대통령 앞에는 비상계엄 사태 수습, 민생 회복, 국민 통합 등 국내 문제는 물론 미국발 통상 전쟁 등 국외 문제까지 이슈가 산적한 상태였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무정부’나 다름없는 상태로 6개월 동안 이어진 국정 공백을 메워야 했다. 이 대통령은 당선이 확정된 후 소감 연설에서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민주공화정 공동체 안에서 국민이 주권자로 존중받고 협력하면서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만드는 것, 반드시 그 사명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란 극복 ▲민생 회복 ▲국민 안전 ▲한반도 평화 ▲국민 통합 등을 언급했다. 실제 이 대통령은 국회의 과반 의석을 등에 업고 ‘윤석열정부 지우기’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이재명 정부 1호 법안으로 ‘내란 특검법’ ‘김건희 여사 특검법’ ‘채 해병 특검법’ 등을 통과시켰다. 김건희 특검법, 채 해병 특검법 등은 윤정부에서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번번이 폐기됐던 법안이다. 이 대통령은 취임 엿새 만인 6월10일 국무회의에서 3대 특검법을 의결했다. 그는 국무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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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은 최악으로 치달았다. 의료계와 국민 여론의 괴리가 큰 상황이라 해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산재와의 전쟁’은 임기 초 이정부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는 모양새다. 이 대통령은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SPC 공장을 현장 방문하는가 하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반복 공시로 주가 폭락’ 등 수위 높은 발언으로 건설업계를 겨냥했다. 이 대통령이 산업재해 근절을 외치자 건설업계가 납작 엎드렸다. 산재 사고가 발생하면 사용주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내용의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고도 일터에서 근로자가 죽는 사례가 거듭 일어나자 대통령이 직접 칼을 빼든 것이다. 연이어 산재 사고가 발생한 포스코이앤씨는 대표이사가 바뀌었고 DL건설은 임직원 전원이 사의를 표명했다. 일각에서는 이정부가 지나치게 기업을 ‘잡도리’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코스피 5000’을 외치며 주가 부양을 공언한 것과 실제 행보는 정반대라는 의견이다. 지금까지의 주가 상승은 이정부에 대한 기대감에서 비롯됐다면 앞으로의 상승분은 실물 경제에서 끌어 올려야 하는데 이를 이끌 기업을 너무 옥죄는 게 아니냐는 주장이 나온다. 경제 정책의 방향도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된다. 지난달 1일 코스피 지수가 126.03포인트(3.88%)나 하락했다. 주가 3200선이 깨졌고 하락률은 미국발 상호 관세 부과로 충격을 받았던 지난 4월7일(-5.57%) 이후 4개월 만에 가장 컸다. 이른바 ‘검은 금요일’의 배경은 전날 이재명 정부가 발표한 세제 개편안이라는 게 중론이었다. 침체된 경기 소비쿠폰으로 이정부는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 기준을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낮추고 최고 35% 배당소득 분리과세 도입 등을 담은 세제 개편안을 공개했다. 금융투자소득세 도입 조건부로 인하된 증권거래세율도 현재의 0.15%에서 2023년 수준인 0.2%로 환원됐다. 또 법인세 세율을 모든 과세표준 구간에 걸쳐 1%포인트씩 일괄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검은 금요일’의 후폭풍은 상당했다. 무엇보다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투자 심리가 위축됐다는 게 문제였다. 주가가 폭락한 지난달 1일 이후 열흘 사이에 거래 대금이 20%가량 줄었다. 이른바 ‘국장’에서 빠져나간 개인 투자자들이 ‘미장(미국 주식시장)’으로 몰려가면서 나스닥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가뜩이나 관세 협상으로 전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증시 부양책에 대한 의구심이 커졌다는 방증이었다. 일명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제2·3조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점도 우려를 더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노란봉투법은 하청 노동자에게 원청과의 교섭권을 부여하고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이 골자다.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 활동이 위축될 것이라는 예상이 끊이지 않았다. 법안이 통과되기 전부터 한국경영자총연합회 등 경영계를 대표하는 경제단체는 물론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등이 노란봉투법에 반대 의사를 드러냈다.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이 규제가 덜한 외국으로 나갈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경제단체 등은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시행을 유예해 달라고까지 했지만 그대로 진행됐다. 대통령실은 법안 통과 이후 상황을 주시하는 모습이다. 이 대통령은 노란봉투법 통과 이후 “노란봉투법의 진정한 목적은 노사의 상호 존중과 협력 촉진”이라며 “노동계도 상생의 정신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책임 있는 경제 주체로서 국민 경제 발전에 힘을 모아주시기를 노동계에 각별히 당부드린다”고 강조했다. 광복절을 앞두고는 사면 문제가 불거졌다. 취임한 지 2개월 밖에 되지 않았고 전임 정부에서 임기 초 정치인 사면을 한 적이 없던 터라 이정부 역시 같은 길을 갈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했다. 사면 대상으로 거론되던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가 자녀 입시 비리 혐의 등으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수감된 지 8개월 밖에 안된 점도 ‘사면 불가론’에 힘을 더했다. 주가 부양 공약 반대되는 정책 지난해 12월12일 대법원은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의 혐의로 기소된 조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에 추징금 600만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조 전 대표는 나흘 뒤인 12월16일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만기 출소일은 내년 12월15일이었다. 조 전 대표가 이끌던 조국혁신당은 당시 대선에서 후보를 내지 않고 이 대통령을 지지했다. 조 전 대표의 사면 관련 언급이 나올 때마다 ‘대선 청구서’라는 말이 따라붙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후 종교계, 시민단체, 정치권 일부에서 조 전 대표를 사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조 전 대표가 검찰의 횡포에 억울한 옥살이를 하고 있다는 주장도 일부 진영에서 제기됐다. 특히 문재인 전 대통령이 대통령실 등이 조 전 대표의 사면을 직접 요구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정국의 핵으로 떠올랐다. 조 전 대표는 문재인정부 시절 민정수석, 법무부 장관 등 요직을 맡은 바 있다. 문 전 대통령은 조 전 대표에게 ‘마음의 빚이 있다’고 언급하는 등 각별히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빗발치는 사면 요구에 고심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정치권 등에서 조 전 대표를 사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과 달리 여론이 좋지 않았기 때문. 특히 민주당 지지층 내에서도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달갑지 않게 여기는 목소리가 나왔다.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입시 비리 혐의 등이 민주당 지지층이 중요하게 여기는 공정과 상식의 가치에 반한다는 것이다. 지지율이 떨어지는 등 민심 이반이 예상된다는 주장이 나왔지만 이 대통령은 장고 끝에 조 전 대표의 사면을 결정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11일 조 전 대표를 비롯해 윤미향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은수미 전 성남시장,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 등 정치인과 고위공직자 27명을 포함해 총 83만6678명에 대한 대규모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분열과 반목의 정치를 끝내고 국민 대화합 차원에서 이뤄지는 광복절 특사’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광복절 사면은 이 대통령의 지지율을 뒤흔들었다. 사면 논의가 시작됐을 때부터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한 지지율은 발표 이후 눈에 띄게 꺾였다. 조 전 대표가 사면 이후 ‘광폭 행보’를 보이며 노출도가 높아진 것도 한몫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세제 개편안·사면으로 지지율 흔들 한일·한미 정상회담은 긍정적 평가 조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에 대해 ‘(사면이 끼친 영향은) N분의 1 정도’라고 발언한 부분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조 전 대표는 수감 한 달여 만에 정국의 핵으로 떠올랐다. 여권 내에서도 조 전 대표의 행보를 불편해하는 기류가 감지되며 야권에서는 이정부를 공격하는 소재가 된 모양새다. 특히 조 전 대표를 비롯한 조국혁신당에서 우리의 길을 가겠다는 ‘마이웨이’ 행보를 공언하면서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계 개편이 일어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 대통령의 임기 5년간 외교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정상회담도 잇따라 열렸다. 이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부터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던 ‘트럼프발 통상 전쟁’의 대응 방향이 윤곽을 드러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당선 직후부터 ‘관세’를 무기로 전 세계에 싸움을 걸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미 FTA’로 쌀 등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관세가 ‘0’이었기에 타격이 불가피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국방비 증액 등을 언급했다. 시장을 개방하고 미국에 이른바 ‘동맹 비용’을 내라는 요구였다. 실무진이 진행한 관세 협상은 그 시발점이었고 정상회담은 미국발 청구서의 윤곽이 드러난 자리였다.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표면상으로는 성공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각국 정상을 불러놓고 면전에서 망신주기 하는 등 어디로 튈지 모르는 방식의 트럼프 대통령과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한 점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일각에서는 정작 중요한 사안은 하나도 논의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앞서 조선업 협력, 원전 문제를 비롯해 자동차 등 주력 산업에 붙는 관세까지 불확실성을 해소하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일반적으로 실무진이 틀을 만들고 정상회담에서 결정되는 방식의 외교 관행이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먹히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공동성명이나 합의문 등은 나오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앞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도 만났다. 이 대통령은 일본 방문 전 과거 한일 간 위안부 합의와 징용 배상 문제와 관련해 “국가 간 약속은 존중돼야 한다”며 기존 합의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당시 한일 정상회담에서는 미국발 관세 관련 논의도 이뤄졌다. 당분간 민생 집중 취임 후 첫 외교 시험대를 넘은 이 대통령은 당분간 민생을 살피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당분간 국민의 어려움을 살피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민생과 경제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규연 대통령실 홍보소통수석은 “몇 주간 정상회담에 몰두했기 때문에 국내, 특히 민생·경제성장과 관련된 부분을 앞으로 주력해서 챙기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