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여자컬링 파문 팀킴의 피눈물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8.11.20 09:02:41
  • 호수 119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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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신화 알고 보니 잔혹동화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2018 평창동계올림픽대회 때 ‘컬링 신드롬’을 일으킨 팀킴. 컬링 최초로 은메달을 따내면서 국민 영웅으로 떠올랐다. 그런데 팀킴이 공개적으로 컬링팀 지도자들을 비판하고 나섰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 기자회견 갖는 여자컬링 선수들

팀킴은 김은정, 김영미, 김경애, 김선영, 김초희 선수로 이루어졌다. 대부분 자매·친구 사이로, 경북 의성서 방과 후 활동으로 컬링을 시작해 올림픽 무대까지 올랐다는 동화 같은 이야기로 주목을 받았다. 올림픽 직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우리 고장에 컬링장을 지어달라’는 요청이 빗발치기도 했다. 여자컬링 은메달을 계기로 컬링이 본격 활성화될 것이라는 기대가 커졌다. 그러나 컬링은 제대로 꽃을 피우지 못하고 진흙탕 싸움에 빠져들었다.

‘영미’ 신드롬
 그리고 불화

팀킴은 지난 6일 대한체육회에 호소문을 보내 지도자로부터 폭언과 함께 부당한 처우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김경두 전 대한컬링경기연맹 부회장과 그의 딸인 김민정 감독, 사위인 장반석 감독에게 부당한 처우를 받았다며 최근 대한체육회에 A4용지 13장 분량의 호소문을 보냈다.

팀킴은 호소문을 통해 “평창올림픽 이후 훈련과 대회에 출전하고 싶었지만 알 수 없는 이유로 이를 저지당하고 있다. 컬링팀 발전과는 상관없이, 대한컬링연맹과 사적인 불화 속에서 우리를 이용하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경북체육회 여자 컬링팀과 컬링훈련장은 한 사람과 그 일가의 소유물이 아니다”고 밝혔다. 

이들은 김 전 부회장이 사적인 이익을 위해 선수들을 이용하고 폭언을 하는가 하면 2015년부터는 국제대회서 받은 상금조차 제대로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호소문에 따르면 김 전 부회장은 지난해 국가대표 1차 선발전 당시 김초희 선수가 부상을 당하자 팀에서 제외시키고, 대신 김 감독(김 부회장의 딸)을 선수로 넣으려고 하는 등 팀 사유화를 시도했다.


또 올림픽서 은메달을 딴 후 언론사들과 가진 인터뷰에선 김 전 부회장 및 김 감독의 공적에 대해서만 언급할 것을 지시했다. 선수들은 “올림픽 이후 김 전 부회장과 감독단이 성과로 이뤄냈다는 발언만을 할 것을 강요받았다”며 “선수 개인들의 이야기나 의성군에 이득이 되는 인터뷰는 언급을 막았다”고 주장했다.

선수들은 호소문서 김 감독의 자질 및 불투명한 회계 문제도 지적했다. 김 감독은 2016년 팀이 여자국가대표팀이 된 후 대한체육회로부터 근무태도 관련돼 경고를 받았다. 이들은 대표팀 훈련 일정에 맞춰 출근하는 모습은 보였지만 훈련에는 참여하지 않았다고 입을 모았다.

지도자 가족 갑질 호소문
폭언에 부당한 처우 주장

지난 10월 김초희 선수가 김 감독의 훈련 불참을 문제로 지적하자, 김 전 부회장은 “X발, 지가 뭔데, X 뭐 같은X”이라는 욕설을 퍼붓는 등 그동안 선수들의 인격을 모독하는 폭언과 욕설이 빈번했다고 했다. 

이 밖에도 2015년부터 여러 국제대회에 출전하고 평창올림픽 이후 각종 행사에 참석해 받은 상금도 지금껏 선수들에게 단 한 번도 배분된 적이 없다고 했다.

팀킴은 “2015년 6000만원 이상의 상금을 획득했고, 그 이후로도 여러 차례 상금을 획득했으나, 제대로 상금을 배분한 적이 없다”며 금전 부문서도 문제가 있었음을 제기했다. 그러나 김 전 부회장 측이 선수들의 사인이 들어간 공동명의의 통장 등을 공개하며 내부 갈등은 진실공방으로 번졌다.   

반면 컬링 행정을 총괄하는 대한컬링경기연맹은 팀킴 사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지난해 회장 부정선거가 드러난 영향으로 대한체육회 관리단체로 지정, 자체 행정 능력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연맹은 경북체육회와 갈등 관계에 있기도 하다. 
 

▲ ▲김경두 전 대한컬링경기연맹 부회장과 그의 딸인 김민정 감독

김 전 부회장과 김 감독 등은 국가대표 지도자 시절 연맹이 제대로 훈련 지원을 못 해주고 있다며 공개적으로 날선 비판을 해왔다. 연맹과 김 전 부회장은 소송까지 벌이고 있다. 김 전 부회장은 연맹 회장 직무대행을 맡았을 때, 2개월 안에 회장 선거를 시행하지 않아 1년6개월 자격 정지 징계를 받았다. 김 전 부회장은 이 징계가 부당하다고 연맹과 법적 싸움을 진행 중이다. 

팀킴 선수들은 연맹과 경북체육회 지도자들의 갈등 관계가 자신들에게도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 있다. 이들은 호소문서 “컬링팀 발전과는 상관없이, 대한컬링연맹과 사적인 불화 속에서 우리를 이용하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고 밝혔다. 

반면 지도자들은 팀킴의 주장을 반박했다. 장 감독은 지난 9일, 통장을 투명하게 관리했다고 해명했다. 2015년 선수들 동의 하에 ‘김경두(경북체육회)' 명의로 통장을 개설했으며, 상금은 대회 참가비·팀 장비 구입비·외국인 코치 코치비· 항공비 등으로만 사용했다고 반박했다. 

“공적 띄워라”
인터뷰 지시?

어린이집 행사 강제 동원은 개인적인 부탁을 한 것이며, 평창동계패럴림픽 개막식 최종 성화봉송 주자 제안을 거절한 것은 일정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장 감독은 김 전 부회장과 대한컬링경기연맹과의 사적인 불화 때문에 선수들이 이용당했다는 주장에 대해 “더 나은 환경을 만들기 위한 것이었다”며 등 팀킴의 주장을 전면 반박했다.

결국 팀킴이 입을 열었다. 지난 15일 올림픽파크텔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 전 부회장 가족의 부당한 대우에 대해 다시 한 번 설명했다. 김은정은 “참아온 부분이 많다. 올림픽 이후에도 우리를 힘들게 한 부분을 참아왔다. 기다리면 변하지 않을까 생각했고, 다시 우리를 이해해주지 않을까 고민도 하면서 시간이 늦어졌다”며 “올림픽 후에도 전혀 바뀌지 않았다. 운동하기에 힘들어서 호소문을 냈다”고 말했다.

팀킴은 호소문을 통해 장 감독의 반박을 다시 반박했다. 김 전 부회장 가족들을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김영미는 “이런 사태가 계속 반복되는 이유는 아무래도 한 명, 한 가족이 독식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김은정도 “올림픽이 지나면서 가족끼리 한다는 답을 찾았다”며 “확실해진 것은 선수들이 성장하고, 커 가는 것을 바라지 않는 다는 것이다. 원하는 만큼 성장하면 그 이후 성장은 방해한다. 조직보다 선수들이 더 커지는 것을 원하지 않아 그런 행동을 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국 컬링의 발전이 아닌 김 전 부회장 가족의 권력이 우선이었다는 주장이다.

김은정은 “교수님 가족들은 우리나라 컬링에 큰 역할을 하고 싶어했다. 자신들 뜻대로 컬링이 돌아가게 하고 싶어했다”며 “선수들을 이용했다. 선수들의 정상을 막는 이유는 그 한 가지다. 모든 것이 욕심 때문이다. 컬링 인기가 올라갔으면 좋겠다고 하더니 막상 인기가 올라가니 ‘결국 컬링을 이끌 사람은 나밖에 없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것 같다”고 말했다.

선수들 이용
사유화 의혹도


이어 “많은 고민 끝에 선수 생활을 걸고 용기를 냈다. 부조리가 밝혀져서 컬링이 바뀌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컬링계 관계자들도 팀킴의 폭로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날 선수들은 올림픽서 자신들을 도와준 피터 코치가 전한 입장문도 공개했다.

선수들에 따르면, 피터 코치는 평창올림픽 은메달 획득의 공신이었다. 선수들은 “훈련은 대부분 피터 코치와 함께했다. 김 감독은 언론 통제 등 경기 외적인 일들만 했다”며 “오히려 피터 코치와 교류가 많았다”고 고백했다. 
 

▲ ▲김경두 전 한국컬링경기연맹 부회장

피터 갤런트 코치는 우선 “지난 2016년 팀킴의 코치로 합류했다. 팀킴과 함께 일한 것은 좋은 경험이었다”며 “팀킴은 매우 헌신적인 선수들이었다. 그들이 팀으로서 올림픽 메달을 따낸 것이 매우 뿌듯하다”고 인연을 소개했다. 이어 감독진과 선수들 사이 불화를 지켜본 견해를 밝혔다. 

피터 코치는 “하지만 메달을 따기까지 많은 고난이 있었는데, 이는 지도부로부터 야기된 불필요한 난관이었다. 나는 팀킴과 지도부(김 전 부회장과 그의 딸 김 감독, 김 전 부회장의 사위 장 감독)가 악화됐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자신이 부당하다고 느낀 여러 가지 예시들을 소개했다. 

그는 ▲지도부와 소통이 되지 않았다. 난 이메일을 보내면 아주 가끔만 답장을 받았다 ▲급여수령에 항상 문제가 있었다. 2017년 4월 급여는 아홉 달이 지나서야 받을 수 있었다 ▲훈련이나 투어 등에 참가하는 스케줄은 늘 막판에만 공유했다. 이 때문에 종종 형편없는 숙소에 묵어야 했다 ▲김민정 감독은 헤드코치로 대우 받기 원했으나 선수들보다도 컬링에 대한 전문성이 떨어졌다 ▲개인적인 미디어 인터뷰 요청이 있을 시 김 감독 별도로 어떤 말을 했으면 좋겠다고 먼저 이야기했고 그것은 김경두 회장에 대한 내용이었다고 주장했다. 


이동건 강원도청 컬링팀 선수 겸 코치(전 컬링 남자 국가대표)도 지난 12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팀킴이 주장한 내용이 모두 사실”이라면서 “경북체육회서 선수생활을 할 당시 나 역시 겪은 일”이라고 전했다. 그는 “김 전 부회장은 컬링을 가족사업체처럼 인식한다”고 꼬집기도 했다.

새로운 폭로도 이어졌다. 이 코치는 “김 전 부회장의 아들 김민찬 선수의 국가대표 선발 과정에 사실관계 확인이 필요하다”고 의문을 제기하면서 “사위 장 감독 또한 컬링 선수로서 이력이 거의 없다. 결혼 전 영어학원 원장이었다. 김 감독보다 컬링 지식이 없다”고 주장했다. 

“욕 듣고 상금도 못 받아”
부회장 측 반박 진실공방

팀킴의 폭로가 사실이라는 주장에 힘이 실리면서 경북체육회도 따가운 시선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이 코치는 “김 전 부회장이 딸, 사위, 조카 등 친인척만 합해도 10명, 가까운 지인까지하면 최소 20∼30명을 경북체육회에 배치했다”고 언급했다.

경북체육회가 김 전 부회장의 손아귀서 자유롭지 못했다는 주장인 셈이다. 

경북체육회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가 커지면서 경북도의 안일한 태도 역시 도마에 올랐다. 경북도는 감사관실을 통해 팀킴의 폭로가 있기 불과 2주 전인 지난달 22일부터 26일까지 경북체육회에 대한 특별감사를 벌였지만 팀킴 사태에 대해서는 전혀 눈치채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북도 감사관실은 ‘내부 직원 갈등과 잇달은 감사요구’에 따라 감사를 벌였지만 별다른 소득도 없이 ‘표적감사’ ‘전임 도지사 흔적 지우기’라는 뒷말만 남긴 채 감사를 마쳐 감사능력의 한계는 물론 실효성 논란까지 일으켰다. 

팀킴 파문이 갈수록 커지자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까지 나섰다. 문체부가 경북도, 대한체육회와 합동으로 팀킴의 호소문과 관련한 특정감사에 나서기로 했다. 합동 감사반은 19일부터 내달 7일까지 15일간 문체부 2명, 경북도 2명, 대한체육회 3명 등 총 7명으로 감사관을 구성해 실태 파악에 들어간다. 감사 전반은 문체부가 총괄하고, 필요할 경우 감사 기간을 연장할 수도 있다.
 

감사의 중점은 전 여자 컬링 국가대표 선수들이 공개한 호소문 내용의 사실 여부와 경북체육회 컬링팀, 대한컬링경기연맹(경북컬링협회), 의성 컬링훈련원 운영 등이다. 문체부는 감사결과 선수 인권 침해와 조직 사유화, 회계 부정 등 비리가 확인될 경우 엄중하게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합동 감사반
엄중히 처리

한편 대한체육회는 호소문에 제기된 내용을 토대로 선수 인권 보호, 훈련 관리 등에 문제가 없었는지 조사하고 회계 부정, 선수 포상금 착복 등 모든 부분의 진상을 철저히 규명해 무관용 원칙에 따라 검찰 고발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문체부와 대한체육회가 포함된 특별감사의 감사결과에 귀추가 모아지고 있다.

문체부 측은 “감사 결과에 따라 선수 인권 침해와 조직사유화, 회계 부정 등 비리가 확인 될 경우 엄중하게 처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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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