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대 생활적폐’ 핵심은 사학비리다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8.11.20 08:33:22
  • 호수 119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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썩을 대로 썩은 족벌사학 도려내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청와대가 8대 생활적폐 청산 과제를 선정했다. 사정기관과 정치권에선 생활적폐의 핵심은 ‘사학비리’라고 입을 모았다. 8대 생활적폐의 모든 문제점은 결국 사학비리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사학비리 척결’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에 근무하며, 족벌사학의 뿌리를 그 누구보다 잘 안다. 최근 불거진 사립유치원과 숙명여고 시험문제 유출 사건은 시작일 뿐이다.
 

▲ 사학비리 해체 집회 갖는 시민단체 회원들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를 부른 권력형 적폐를 청산하는 작업이 마무리 단계다. 문재인정부는 지난해 5월 출범 이후 1년 동안 권력형 적폐 청산에 집중했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국정 교과서 정책 폐지, 군 사이버사령부 댓글사건 조사 등이 이어졌다. 이 과정서 전직 대통령 두 명이 구속됐다.

민정실 주도
8개 항목 추려

청와대가 적폐 청산 2기에 본격 돌입했다.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민생분야 적폐 근절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일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국회 시정연설서 “정부는 국민 요구에 응답해 권력적폐를 넘어 생활적폐를 청산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민권익위원회를 비롯한 반부패정책협의회 참여 기관들은 그동안 청와대 민정수석실과 논의를 거쳐 8개 생활적폐를 추렸다. ▲채용비리 ▲학사비리 ▲공적자금 부정수급 ▲재개발·재건축 비리▲불공정·갑질행위▲요양병원 보험금 수급비리 ▲안전사고를 유발하는 부패행위 ▲탈세 등을 8대 생활적폐 근절 과제를 확정했다.

채용·학사 비리는 출발선의 불평등을 바로잡는 차원서 선정됐다. 서울교통공사의 고용 세습 의혹이 가장 최근 부각된 사례다. 경제적 약자에 대한 불공정 갑질도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의 직원 폭행과 엽기 행각을 비롯해 그 사례가 넘쳐난다. 기득권 세력의 부정한 사익 편취에는 지역 토착 비리와 보조금 횡령 등이 포함된다.

최근까지 부동산 시장이 과열로 이어지면서 재개발·재건축 비리도 8대 청산 과제에 포함됐다.

안전에 쓰여야 할 돈이 제대로 사용되지 않는 관행도 청산 대상으로 꼽혔다. 지난 9일, 7명의 목숨을 앗아간 서울 종로 국일고시원 화재나 지난 1월 6명이 숨진 종로 서울장여관 방화사건 등은 모두 안전시설 미비로 인명 피해가 컸다.

선정한 청산 과제 목록 보니…
문제점 결국 사학비리로 귀결

사정기관과 정치권에선 8대 생활적폐의 핵심은 사학비리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 사정기관 관계자는 “학사비리가 가장 많이 일어나는 곳이 사립학교다. 더불어 8대 생활적폐를 자세히 보면 그동안 사학재단서 자행한 비리들”이라며 “사립학교만 제대로 수사해도 8대 생활적폐의 모든 문제가 쏟아질 것”이라고 귀띔했다. 

실제로 8대 생활적폐들은 ▲채용비리 ▲학사비리 ▲공적자금 부정수급 ▲재개발·재건축 비리 ▲불공정·갑질행위 ▲탈세 등 대부분 사학재단서 일상처럼 일어나는 비리들이다. 

사립학교의 채용비리는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이사장 친인척 낙하산은 기본이며, 점수 조작과 뒷돈이 일상처럼 여겨진다. 사립학교의 채용 비리 적발 건수는 3년 새 20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 문재인 대통령

지난달 9일 더불어민주당 박경미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2014∼2017년 시도별 사립학교 교원 채용 비리 적발 현황’에 따르면 최근 4년간 교원 채용 비리로 적발된 건수는 93건에 달했다. 박 의원은 “2014년 3건에 불과하던 사립학교 교원 채용 비리는 2015년 10건, 2016년 17건, 2017년 63건으로 20배 이상 급증했다”고 설명했다. 

소문만 무성했던 학사비리도 사립학교서 터졌다. 서울 숙명여고 전 교무부장이 쌍둥이 자녀에게 시험 문제와 정답을 유출한 정황이 드러났다. 전 교무부장은 구속됐으며, 쌍둥이 자녀는 퇴학 절차에 들어갔다. 이 사건은 학교 내신성적 관리에 경종을 울렸으며, 공교육 불신을 더욱 깊게 만들었다.

‘비선 실세’ 최순실의 딸 정유라의 이화여대 부정입학과 학점 특혜도 대표적인 사례다. 정유라는 입학 취소가 됐으며, 정유라의 부정입학과 학점 특혜에 관여했던 교수들은 모두 실형이 선고 됐다. 

돈 제대로
쓰이고 있나

사립학교 공적자금 부정수급 논란도 현재 진행형이다. 2013년부터 올해 7월말까지 ‘사학연금 부정수급' 규모가 19억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재직 중 형벌이 확정됐지만 사실을 숨기고 부정수급한 사례 39건, 총 12억3600만원, 사망 등 수급권상실 사실을 신고하지 않아 부정수급한 사례 129건, 총 7억700만원을 잘못 지급했다.

사립 유치원들의 정부 지원금 횡령도 대표적 사례다. 정부 지원금으로 유흥업소 출입은 물론, 성인용품까지 구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더불어민주당은 사립유치원 비밀 근정 방안을 담은 ‘유치원 3법’(유아교육법·사립학교법·학교급식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수 십 만평의 부동산을 소유한 사학재단과 재개발·재건축 비리는 뗄래야 땔 수 없다. 2016년 동의대학교 내 건물 신축공사를 수주하려는 건설업자에게 2억원의 뒷돈을 받은 혐의로 법원은 김인도 동의학원 이사장에게 징역 2년에 추징금 2억원을 선고했다. 제주 사립학교 남녕고 부지를 수십업원의 뒷돈을 받고 아파트 건설 등 개발사업을 하는 건설사에 매각한 백모 남녕학원 이사장은 징역 4년에 추징금 6억8000만원을 선고받았다. 
 

사립학교의 불공정·갑질행위도 매번 도마에 올랐다.

최근 경북 구미의 한 사립 중·고교가 체육교사들에게 매년 하프마라톤을 뛰도록 강요해 교권침해 논란을 빚었다. 또 남교사들에게 교대로 기숙사 사감을 맡기고 밤샘근무 이후 다음날에도 휴식을 보장하지 않아 교사들의 반발을 샀다. 중앙대학교 이사장은 2015년 학내서 정당한 문제 제기를 했던 교수들에게 “가장 고통스러운 방법으로 목을 쳐주겠다”는 폭언으로 충격과 사회적 공분을 샀다. 

교육부장관은
사실상 꼭두각시?

사립학교 탈세는 기업비리 못지 않은데 기숙사 불법 운영, 차명계좌 사용, 공금 횡령, 학교 회계 부당 집행 등 다양하게 나타났다.

2016년 부산시교육청이 사립학교 B고에 대해 특별감사를 벌였는데 해당고교는 2008년 3월부터 올 6월까지 재단 이사 S씨와 부인 K교장이 소유한 건물 2동을 무단으로 용도 변경해 학생 기숙사로 불법 운영했다. 기숙사비 총 11억여원을 행정실 직원과 친척 명의의 차명계좌로 받아 관리해온 것으로 조사됐다.

사학비리 척결은 문정부 국정과제 중 하나다. 문 대통령은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비서실장과 민정수석으로 근무하며 족벌 사학들의 뿌리 깊은 문제들을 직접 목격했다.

2005년 12월9일 국회서 한나라당(현 자유한국당)의 반대를 무릎 쓰고 사립학교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열린우리당(현 더불어민주당)과 교육계는 환호했다. 하지만 박근혜 당시 대표를 선두로 한나라당이 국회를 전면 보이콧하고 거리로 나갔다.

영남대의 박근혜, 홍신학원의 나경원, 현대학원의 정몽준 등 한나라당의 여러 의원들이 사학의 직간접 당사자였다는 점에서 예견된 일이었다. 한나라당과 뜻을 같이 하는 사학재단들은 신입생 모집 거부와 학교 폐쇄를 언급하고 나섰는데 특히, 보수적인 개신교 사학들이 앞장섰다.

이들은 사립학교법 개정은 위헌이고 전교조가 학교를 장악하려는 음모라며 학생들을 사회주의 전사로 만드는 법안이라며 색깔론을 꺼내들었다. 

권력형 이어 민생으로 ‘2라운드’ 
정부 차원서 강도 높은 드라이브

국회 올스톱이 장기화되자 예산안 처리에 비상이 걸린 열린우리당과 노무현정권은 예상보다 훨씬 거센 반발에 당황하기 시작했다. 결국 한나라당에 손을 내밀었다. 해를 넘긴 2006년 1월30일, 당시 열린우리당 원내대표였던 김한길 의원과 한나라당 원내대표였던 이재오 의원이 북한산서 만나 ‘사립학교법 재개정 합의’에 이른다.

이른바 ‘산상합의’는 이렇게 만들어졌다. 전략적 후퇴(?)를 택했다고 변명했지만 사실상 항복 선언이었다. 이렇게 해서 어렵게 개정된 사립학교법은 제대로 시행도 해보지 못하고 그해 7월 재개정됐다. 
 

▲ 사학법 개정 반대 집회 갖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여권도 8대 생활적폐가 사학비리와 연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더불어민주당의 한 당직자는 “사립학교법 문제로 시끄러울 때 문 대통령은 당시 민정수석이었다. 사립학교법이 누더기 되는 과정을 직접 본 사람이다. 그 학습효과가 있기 때문에 참여정부 때처럼 쉽게 물러서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청와대가 교육 비전문가인 유은혜 교육부장관을 임명한 것도 이런 정부 기조에 이견 없이 따라올 인사이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참여정부 당시 당·정·청회의서 교육부장관이 ‘직’을 걸면서까지 사립학교법 개정을 반대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민정수석으로 회의에 참석한 문 대통령은 “그럼 관두시죠”라고 말했다는 일화도 있다. 

참여정부 실패
이번엔 잡는다

사실 전임이었던 김상곤 전 교육부장관은 사학비리 척결에 실패했다. 김 전 장관은 사학비리 척결을 기치로 내걸며 사학혁신추진단 등을 설치했으나 성과가 미미했다는 게 중론이다. 익명을 요구하는 사립학교 한 관계자는 “진보 교육인으로 꼽힌 김상곤 전 장관조차도 사학비리를 척결하지 못했다”며 “교육부 공무원들이 사학과 결탁돼있기 때문이다. 정부 차원서 강도 높은 드라이브를 걸지 않은 이상 사학비리는 청산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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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BBQ 정보 유출 사건’ 위증 재판으로 확대⋯박현종 목줄 잡혔다

[단독] ‘BBQ 정보 유출 사건’ 위증 재판으로 확대⋯박현종 목줄 잡혔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대법원에서 집행유예로 확정된 사건이 다시 법정으로 끌려 나왔다. ‘BBQ 내부망 불법 접속’ 사건의 핵심 증거였던 ‘ID·비밀번호 메모장’을 둘러싼 위증 여부를 다투는 후속 재판이다. 박현종 전 bhc 회장의 집행유예가 확정된 사건임에도 검찰은 관련 증인들을 위증 혐의로 직접 고발했다. 핵심은 과연 BBQ 직원의 ID와 비밀번호가 적힌 그 메모장은 어떻게 만들어졌고, 유창성 전 bhc 정보전략팀장의 손을 어떻게 거쳐 전달됐는가다. 그리고 그 과정을 둘러싼 법정 진술의 신빙성이다. 검찰은 최근 공판에서 “피고인(박현종 등)에게 유리한 허위 증언이 반복됐다”는 판단 아래 유 전 팀장 등 관련자 3명을 위증 혐의로 고발했다. 메모장 전달자 통상 위증 여부는 재판부 판단 이후 별도 절차로 넘겨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번처럼 검찰이 직접 칼을 빼든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단순한 진술 번복이나 기억 착오 수준이 아닌 사건의 본질을 뒤흔들 수 있는 중대한 허위 진술이 있었다고 본 셈이다. 이번 공판의 중심에는 ‘메모장 전달자’로 지목된 유 전 bhc 정보전략팀장이 있다. 그는 과거 재판에서 결정적 증거로 채택된 BBQ 직원들의 아이디와 비밀번호가 적힌 메모를 박현종 전 bhc 회장에게 전달한 인물이다. 이 메모장은 박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입증하는 핵심축이었다. 이 메모장의 출처와 작성 경위가 흔들리면, 사건 전체의 구조도 다시 흔들릴 수밖에 없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이 박 전 회장에게 건넨 메모장의 내용 자체를 문제 삼았다. 메모장에 기재된 임직원 계정 정보 뒤에는 ‘퇴사자 임시’라는 내용이 덧붙어 있었다. 이는 BBQ 내부망에서만 확인 가능한 정보라는 점을 강조했다. 외부에서 추정이나 기억만으로 재구성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더 나아가 성명불상자가 BBQ 내부망에 관리자 권한으로 접속해 계정을 취득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를 유 정보팀장을 거쳐 박 전 회장에게 전달했다는 구체적 시나리오까지 제시했다. 재판부 역시 “기억과 추리로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떠올렸다는 설명은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며 검찰 주장에 일정 부분 무게를 싣는 듯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재판부는 “특정한 심증을 가진 것은 아니”라며 추가 심리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피고인 측은 거칠게 반격했다. 변호인은 검찰 주장을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bhc와 BBQ가 극도로 적대적인 관계였던 상황에서, bhc 소속 직원이 BBQ 내부 직원과 접촉해 계정 정보를 빼냈다는 가정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는 논리다. 나아가 검찰이 실제 내부망 침입을 입증하지 못한 채 추측만을 쌓고 있다고 공격했다. 6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에 리스크 추가 ‘BBQ 직원 ID·비밀번호 유출’ 둘러싼 공방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피고인 측은 기존 재판에서 채택된 증거와 증인 진술 전반에 대해 신빙성을 문제 삼으며, 데이터베이스(DB) 조작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사실상 1·2심은 물론 대법원 판단의 기초 자체를 뒤흔드는 주장이다. 확정 판결 이후 재판에서 “증거 자체가 위조됐다”는 취지의 주장을 반복하는 것은 법조계에서도 보기 드문 강수로 평가된다. 유 전 팀장은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근무하다가 bhc 매각과 함께 bhc 정보전략팀장으로 이직한 인물이다. 이후 그는 박 전 회장에게 BBQ 직원의 개인정보를 적은 쪽지를 전달했다. 개인정보가 유출된 인물은 BBQ 재무임원과 재무 실무진이다. 2021년 11월3일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열린 박 전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 관련 7차 공판에 유 전 팀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유 전 팀장은 박 회장에게 BBQ 직원의 개인정보를 건넨 이유에 대해 “박현종 회장이 국제상공회의소(ICC) 중재 소송 때문에 BBQ 직원들의 아이디만 필요하다고 했다”며 “해당 직원들의 개인정보가 업무 수첩에 적혀있어 이를 그대로 전달했다. 당시 위법성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박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BBQ 직원들의 개인정보와 비밀번호가 있으면 좋겠다’고 진술했다. 박 전 회장과 증인의 진술이 일치하지 않는 데 대해 묻는 검찰 질문에 유 전 팀장은 “박 전 회장의 진술은 모르겠고 아이디만 필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유 전 팀장은 BBQ와 bhc의 ICC 중재 소송에 대해 자세히 알지도 못하고 소송에 관여하지도 않았다고 증언했다. BBQ 직원들의 개인정보 취득 경위와 관련해서는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일할 당시 BBQ 재무임원이 그룹 전산망의 데이터가 다르다고 확인 문의가 왔다”며 “당시 물류 전산망이 바뀐 지 얼마 안 돼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아 문제 해결을 위해 임원에게 개인정보를 요청해 받은 뒤 이를 업무 수첩에 적은 이후 가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 전 팀장이 개인정보를 받았다고 지목한 BBQ 재무임원은 앞서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개인정보를 아무에게도 전달한 적 없다”며 “업무 처리도 유씨가 아닌 다른 직원과 했다”고 증언했다. 또한 검찰은 유 전 팀장이 그룹 전산망에 접근할 모든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내부 정보 취득 시점이… 유 전 팀장은 재무임원의 개인정보를 취득한 시점에 대해서도 그간 검찰 조사에서 했던 진술을 번복했다. 그는 2011년~2012년 즈음에서 2013년 1월로 시점을 바꿨다. 검찰은 증인에게 진술을 번복한 이유가 물류 전산망이 바뀐 시점으로 맞추기 위함이냐고 묻자 유 전 팀장은 “단순 착오”라고 답했다. 유 전 팀장은 bhc 직원으로 일할 당시 BBQ 퇴사자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알 수 있냐는 검찰 질문에 “자신이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일할 당시 퇴사자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다루는지 알고 있어 이를 바탕으로 추측해 박 회장에게 전달했다”고 답했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의 증언에 BBQ가 퇴사자에게 부여하는 임시 비밀번호를 줄 때 증인이 말한 방식을 쓴 것은 증인 퇴사 이후라고 지적했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이 박 전 회장에게 BBQ 전·현직 직원들의 정확한 개인정보를 전달할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 bhc가 BBQ의 데이터베이스(DB)를 모조리 빼내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박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BBQ 허락하에 BBQ DB를 모두 가져왔다”고 진술했다. 박 전 회장 진술 이외에 검찰 판단을 뒷받침하는 정황도 있다. 2013년 6월 말 bhc 매각 이후 bhc는 자체 전산망 구축을 위해 BBQ와 bhc 전산망 분리 작업이 필요했다. 그해 7월2일 외부 업체는 해당 작업이 최소 한달 이상 걸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유 전 팀장과 부하 직원 한 명, 그리고 한달 이상이 걸릴 것으로 판단했던 외부업체는 2013년 7월5일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불과 12시간 만에 BBQ로부터 분리된 bhc 전산망을 구축했다. 이와 관련해 유 전 팀장은 “bhc 직원이 100명 남짓에 불과해 수작업으로 데이터를 옮겨 가능했다”며 “BBQ DB는 가져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BBQ DB 관련 박 회장과 유씨의 진술이 배치되는 데 대해 유 전 팀장에게 묻자 “자신은 박 회장에게 BBQ DB를 가져왔다고 말한 적 없다”며 “박 회장이 검찰에서 왜 그리 말했는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다만 유 전 팀장은 노트북 하드 교체 관련 재판 과정에서도 말이 일치하지 않았다. 뻔히 보이는 해킹의 목적 첫 증언에서는 bhc 매각 시기인 2013년 이후 노트북 감가상각 5년을 계산해 2018년에 바꿨다고 했지만 이후 2017년으로 고쳤다. 기존 사건이 ‘불법 접속이 있었느냐’는 사실관계 다툼이었다면, 이번 후속 재판은 ‘그 사실을 둘러싸고 법정에서 거짓말이 있었느냐’는 문제로 이동했다. 그리고 그 거짓말이 조직적으로 이뤄졌는지 여부가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해 2월, 박 전 회장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박 전 회장이 BBQ 직원 계정을 정상적인 방법으로 취득할 수 없었고, 불법적 경로일 가능성을 인식했을 것으로 판단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는 무죄였지만, 정보통신망법 위반은 명확히 유죄로 못 박았다. 그러나 사건은 집행유예 판결로 끝나지 않았다. 검찰이 위증을 별도의 범죄로 끌어올린 이상, 수사는 ‘위증교사’를 밝히는 단계로 향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만약 법원이 관련자들의 위증을 인정할 경우, 그 진술을 누가, 어떤 방식으로 유도했는지가 핵심 수사 대상이 된다. 화살이 결국 박 전 회장을 향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위증교사는 기존 사건과는 별개의 범죄로, 추가 기소로 이어질 경우, 사법 리스크도 한층 더 커진다. 문제는 입증이다. 위증교사는 단순한 정황만으로는 성립하기 어렵다. 구체적인 지시나 교감, 사전 조율 정황이 확인돼야 한다. 하지만 검찰이 이미 “유리한 허위 증언 반복”이라는 판단을 내리고 고발까지 단행한 점을 감안하면, 단순한 가능성 제기를 넘어선 그림을 그리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BBQ 출신 정보전략팀장 진술 번복 검, 증인들 위증 혐의로 직접 고발 이 사건을 관통하는 또 하나의 축은 bhc와 BBQ 사이의 오랜 분쟁이다. 박 전 회장은 삼성전자와 삼성에버랜드에서 근무하다가 2012년 BBQ 글로벌 대표로 영입됐다. 이어 2013년 BBQ 자회사 bhc가 미국계 사모펀드에 팔린 뒤 bhc 대표로 옮겨가며 양사 갈등의 중심에 섰다. 2018년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 등과 함께 bhc를 사들여 오너 경영자가 된 동시에 각종 소송과 형사적 리스크의 한가운데에 서게 됐다. 이번 사건 역시 단순한 개인 비위가 아니라, 기업 간 치열한 법적 분쟁 속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점에서 무게가 다르다. 검찰에 의하면 박 전 회장은 2015년 7월3일 서울 송파구 신천동 bhc 본사에서 BBQ 직원 2명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무단 도용해 BBQ 전산망에 접속한 뒤 bhc와 BBQ가 연루된 국제 중재 소송 관련 자료들을 살펴봤다. 이로 인해 박 전 회장은 2020년 11월 재판에 넘겨졌다. 아울러 박 전 회장은 유 정보팀장으로부터 BBQ 직원 이메일 아이디, 비밀번호, 전산망 주소가 적힌 메모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 6월 1심 재판부는 박 전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인정해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입증이 부족하다며 무죄 판결을 내렸다. 사건은 항소심으로 넘어갔다. 항소심 3차 공판 때 검찰과 변호인은 파워포인트(PPT)를 통해 2시간 동안 치열한 공방을 펼쳤다. 먼저 의견 개진 기회를 얻은 변호인은 “BBQ가 여러 차례 박현종 회장을 영업비밀 침해 등의 이유로 고소했지만 계속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며 “그런데 검찰이 정보통신망법을 무리하게 적용해 박현종 회장을 기소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변호인은 “검찰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혐의를 입증한 것도 아니”며 “왜곡 가능성이 큰 간접 증거만 제시됐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박현종 회장은 2015년 7월3일 순댓국 프랜차이즈 인수 회의에 참석해 BBQ 전산망에 접속할 상황이 아니었다”고 부연했다. 반면 검찰은 “bhc가 2013년부터 BBQ 전산망에 무단 접속한 횟수가 236회에 달하지만 행위자가 드러나지 않아 기소하지 못했다”며 “박현종 회장은 무단 접속이 명백해 기소했다”고 반박했다. 지시했나 사면초가 검찰은 박 전 회장의 범행 동기에 대해 “2015년 BBQ 직원들이 박현종 회장이 bhc 매각을 총괄했다”는 진술서를 국제 중재 법원에 냈다. 국제 중재 소송에서 질 경우 지위가 불안정해질 수 있었던 박 전 회장은 “해당 진술서를 검토하고 반박해야만 했다”고 했다. 이어 “박현종 회장 휴대전화에서 BBQ 직원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적은 메모 사진이 나왔다. BBQ 전산망 접속 데이터 분석 결과, 박현종 회장이 BBQ 사내 메일을 포워딩(전달)한 개인 메일을 2년 만에 열람한 기록도 있다”며 혐의를 입증할 물적 증거가 많다고 했다. 검찰은 “2015년 7월3일 순댓국 프랜차이즈 인수 회의 참석자 2명은 박현종 회장을 회의에서 보지 못했다고 했다”며 박 전 회장의 알리바이를 부인하기도 했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