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대 생활적폐’ 핵심은 사학비리다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8.11.20 08:33:22
  • 호수 119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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썩을 대로 썩은 족벌사학 도려내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청와대가 8대 생활적폐 청산 과제를 선정했다. 사정기관과 정치권에선 생활적폐의 핵심은 ‘사학비리’라고 입을 모았다. 8대 생활적폐의 모든 문제점은 결국 사학비리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사학비리 척결’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에 근무하며, 족벌사학의 뿌리를 그 누구보다 잘 안다. 최근 불거진 사립유치원과 숙명여고 시험문제 유출 사건은 시작일 뿐이다.
 

▲ 사학비리 해체 집회 갖는 시민단체 회원들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를 부른 권력형 적폐를 청산하는 작업이 마무리 단계다. 문재인정부는 지난해 5월 출범 이후 1년 동안 권력형 적폐 청산에 집중했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국정 교과서 정책 폐지, 군 사이버사령부 댓글사건 조사 등이 이어졌다. 이 과정서 전직 대통령 두 명이 구속됐다.

민정실 주도
8개 항목 추려

청와대가 적폐 청산 2기에 본격 돌입했다.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민생분야 적폐 근절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일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국회 시정연설서 “정부는 국민 요구에 응답해 권력적폐를 넘어 생활적폐를 청산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민권익위원회를 비롯한 반부패정책협의회 참여 기관들은 그동안 청와대 민정수석실과 논의를 거쳐 8개 생활적폐를 추렸다. ▲채용비리 ▲학사비리 ▲공적자금 부정수급 ▲재개발·재건축 비리▲불공정·갑질행위▲요양병원 보험금 수급비리 ▲안전사고를 유발하는 부패행위 ▲탈세 등을 8대 생활적폐 근절 과제를 확정했다.

채용·학사 비리는 출발선의 불평등을 바로잡는 차원서 선정됐다. 서울교통공사의 고용 세습 의혹이 가장 최근 부각된 사례다. 경제적 약자에 대한 불공정 갑질도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의 직원 폭행과 엽기 행각을 비롯해 그 사례가 넘쳐난다. 기득권 세력의 부정한 사익 편취에는 지역 토착 비리와 보조금 횡령 등이 포함된다.


최근까지 부동산 시장이 과열로 이어지면서 재개발·재건축 비리도 8대 청산 과제에 포함됐다.

안전에 쓰여야 할 돈이 제대로 사용되지 않는 관행도 청산 대상으로 꼽혔다. 지난 9일, 7명의 목숨을 앗아간 서울 종로 국일고시원 화재나 지난 1월 6명이 숨진 종로 서울장여관 방화사건 등은 모두 안전시설 미비로 인명 피해가 컸다.

선정한 청산 과제 목록 보니…
문제점 결국 사학비리로 귀결

사정기관과 정치권에선 8대 생활적폐의 핵심은 사학비리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 사정기관 관계자는 “학사비리가 가장 많이 일어나는 곳이 사립학교다. 더불어 8대 생활적폐를 자세히 보면 그동안 사학재단서 자행한 비리들”이라며 “사립학교만 제대로 수사해도 8대 생활적폐의 모든 문제가 쏟아질 것”이라고 귀띔했다. 

실제로 8대 생활적폐들은 ▲채용비리 ▲학사비리 ▲공적자금 부정수급 ▲재개발·재건축 비리 ▲불공정·갑질행위 ▲탈세 등 대부분 사학재단서 일상처럼 일어나는 비리들이다. 

사립학교의 채용비리는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이사장 친인척 낙하산은 기본이며, 점수 조작과 뒷돈이 일상처럼 여겨진다. 사립학교의 채용 비리 적발 건수는 3년 새 20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 문재인 대통령

지난달 9일 더불어민주당 박경미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2014∼2017년 시도별 사립학교 교원 채용 비리 적발 현황’에 따르면 최근 4년간 교원 채용 비리로 적발된 건수는 93건에 달했다. 박 의원은 “2014년 3건에 불과하던 사립학교 교원 채용 비리는 2015년 10건, 2016년 17건, 2017년 63건으로 20배 이상 급증했다”고 설명했다. 

소문만 무성했던 학사비리도 사립학교서 터졌다. 서울 숙명여고 전 교무부장이 쌍둥이 자녀에게 시험 문제와 정답을 유출한 정황이 드러났다. 전 교무부장은 구속됐으며, 쌍둥이 자녀는 퇴학 절차에 들어갔다. 이 사건은 학교 내신성적 관리에 경종을 울렸으며, 공교육 불신을 더욱 깊게 만들었다.

‘비선 실세’ 최순실의 딸 정유라의 이화여대 부정입학과 학점 특혜도 대표적인 사례다. 정유라는 입학 취소가 됐으며, 정유라의 부정입학과 학점 특혜에 관여했던 교수들은 모두 실형이 선고 됐다. 

돈 제대로
쓰이고 있나

사립학교 공적자금 부정수급 논란도 현재 진행형이다. 2013년부터 올해 7월말까지 ‘사학연금 부정수급' 규모가 19억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재직 중 형벌이 확정됐지만 사실을 숨기고 부정수급한 사례 39건, 총 12억3600만원, 사망 등 수급권상실 사실을 신고하지 않아 부정수급한 사례 129건, 총 7억700만원을 잘못 지급했다.

사립 유치원들의 정부 지원금 횡령도 대표적 사례다. 정부 지원금으로 유흥업소 출입은 물론, 성인용품까지 구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더불어민주당은 사립유치원 비밀 근정 방안을 담은 ‘유치원 3법’(유아교육법·사립학교법·학교급식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수 십 만평의 부동산을 소유한 사학재단과 재개발·재건축 비리는 뗄래야 땔 수 없다. 2016년 동의대학교 내 건물 신축공사를 수주하려는 건설업자에게 2억원의 뒷돈을 받은 혐의로 법원은 김인도 동의학원 이사장에게 징역 2년에 추징금 2억원을 선고했다. 제주 사립학교 남녕고 부지를 수십업원의 뒷돈을 받고 아파트 건설 등 개발사업을 하는 건설사에 매각한 백모 남녕학원 이사장은 징역 4년에 추징금 6억8000만원을 선고받았다. 
 

사립학교의 불공정·갑질행위도 매번 도마에 올랐다.

최근 경북 구미의 한 사립 중·고교가 체육교사들에게 매년 하프마라톤을 뛰도록 강요해 교권침해 논란을 빚었다. 또 남교사들에게 교대로 기숙사 사감을 맡기고 밤샘근무 이후 다음날에도 휴식을 보장하지 않아 교사들의 반발을 샀다. 중앙대학교 이사장은 2015년 학내서 정당한 문제 제기를 했던 교수들에게 “가장 고통스러운 방법으로 목을 쳐주겠다”는 폭언으로 충격과 사회적 공분을 샀다. 

교육부장관은
사실상 꼭두각시?

사립학교 탈세는 기업비리 못지 않은데 기숙사 불법 운영, 차명계좌 사용, 공금 횡령, 학교 회계 부당 집행 등 다양하게 나타났다.

2016년 부산시교육청이 사립학교 B고에 대해 특별감사를 벌였는데 해당고교는 2008년 3월부터 올 6월까지 재단 이사 S씨와 부인 K교장이 소유한 건물 2동을 무단으로 용도 변경해 학생 기숙사로 불법 운영했다. 기숙사비 총 11억여원을 행정실 직원과 친척 명의의 차명계좌로 받아 관리해온 것으로 조사됐다.


사학비리 척결은 문정부 국정과제 중 하나다. 문 대통령은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비서실장과 민정수석으로 근무하며 족벌 사학들의 뿌리 깊은 문제들을 직접 목격했다.

2005년 12월9일 국회서 한나라당(현 자유한국당)의 반대를 무릎 쓰고 사립학교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열린우리당(현 더불어민주당)과 교육계는 환호했다. 하지만 박근혜 당시 대표를 선두로 한나라당이 국회를 전면 보이콧하고 거리로 나갔다.

영남대의 박근혜, 홍신학원의 나경원, 현대학원의 정몽준 등 한나라당의 여러 의원들이 사학의 직간접 당사자였다는 점에서 예견된 일이었다. 한나라당과 뜻을 같이 하는 사학재단들은 신입생 모집 거부와 학교 폐쇄를 언급하고 나섰는데 특히, 보수적인 개신교 사학들이 앞장섰다.

이들은 사립학교법 개정은 위헌이고 전교조가 학교를 장악하려는 음모라며 학생들을 사회주의 전사로 만드는 법안이라며 색깔론을 꺼내들었다. 

권력형 이어 민생으로 ‘2라운드’ 
정부 차원서 강도 높은 드라이브

국회 올스톱이 장기화되자 예산안 처리에 비상이 걸린 열린우리당과 노무현정권은 예상보다 훨씬 거센 반발에 당황하기 시작했다. 결국 한나라당에 손을 내밀었다. 해를 넘긴 2006년 1월30일, 당시 열린우리당 원내대표였던 김한길 의원과 한나라당 원내대표였던 이재오 의원이 북한산서 만나 ‘사립학교법 재개정 합의’에 이른다.


이른바 ‘산상합의’는 이렇게 만들어졌다. 전략적 후퇴(?)를 택했다고 변명했지만 사실상 항복 선언이었다. 이렇게 해서 어렵게 개정된 사립학교법은 제대로 시행도 해보지 못하고 그해 7월 재개정됐다. 
 

▲ 사학법 개정 반대 집회 갖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여권도 8대 생활적폐가 사학비리와 연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더불어민주당의 한 당직자는 “사립학교법 문제로 시끄러울 때 문 대통령은 당시 민정수석이었다. 사립학교법이 누더기 되는 과정을 직접 본 사람이다. 그 학습효과가 있기 때문에 참여정부 때처럼 쉽게 물러서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청와대가 교육 비전문가인 유은혜 교육부장관을 임명한 것도 이런 정부 기조에 이견 없이 따라올 인사이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참여정부 당시 당·정·청회의서 교육부장관이 ‘직’을 걸면서까지 사립학교법 개정을 반대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민정수석으로 회의에 참석한 문 대통령은 “그럼 관두시죠”라고 말했다는 일화도 있다. 

참여정부 실패
이번엔 잡는다

사실 전임이었던 김상곤 전 교육부장관은 사학비리 척결에 실패했다. 김 전 장관은 사학비리 척결을 기치로 내걸며 사학혁신추진단 등을 설치했으나 성과가 미미했다는 게 중론이다. 익명을 요구하는 사립학교 한 관계자는 “진보 교육인으로 꼽힌 김상곤 전 장관조차도 사학비리를 척결하지 못했다”며 “교육부 공무원들이 사학과 결탁돼있기 때문이다. 정부 차원서 강도 높은 드라이브를 걸지 않은 이상 사학비리는 청산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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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에너지 정책은 범국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근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으로 이재명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이 윤곽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어른거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3일 대통령실은 “국회 기후위기특위에서 활동하는 등 미래 환경문제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3선 국회의원”이라고 소개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성환 의원을 환경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22대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위원장 한정애, 민주당) 위원으로 활동하며 탈원전·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노력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대선공약 대통령실은 그가 “‘기후 위기는 모두의 생존 위기’라는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잘 이해하고 그동안의 입법 경험을 바탕으로 환경문제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 김 후보자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등을 발의한 바 있다. 이번 김 후보자의 지명으로 이재명정부의 환경 정책이 구체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4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모든 에너지 체계를 바꾸고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체계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뜻도 비쳤다. 그는 ‘재생에너지를 늘리면 전기료가 오른다’는 우려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균등화발전비용(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가장 싼 전원은 이미 풍력과 태양광”이라며 “다만 아직 한국에선 여러 기회 비용, 시간 비용, 금융 비용이 쌓여 상대적으로 비쌀 뿐이다. 실제 요금이 오를 일은 없다. 오히려 그런 식의 접근이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탈원전에 대해서는 “각 나라 특성에 따라 원전을 쓰는 나라가 있는데 한국도 탈원전을 바로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주 에너지원으로 재생에너지를 쓰고 원전을 보조 에너지원으로 쓰는 것이 (이재명정부의) 탈탄소 정책 기조”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으로 신설 예정인 기후에너지부 장관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기후에너지부는 분리돼있는 기후와 에너지 관련 부처 업무를 통합한 조직이다. 그는 “기후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지 빠른 시일 내로 큰 방향을 잡겠다”며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조직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로 전환 필요”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에너지 ‘전환’을 예고하면서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떠오른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내세운 바 있다. 이를 세부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태양광 사업이 크게 대두돼 국가 예산이 투입됐다. 문정부는 출범하면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기 위해 설비를 확충하기로 했다. 태양광, 풍력발전소 등이다. 당시 내용대로면 총 110조원에 이르는 돈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정부는 국가 예산과 공기업, 민간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정부 임기 내내 전국 단위로 태양광 사업을 위한 지원금이 뿌려졌다. 당시 문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탈원전 로드맵을 동시에 진행했다. 일부 원전이 영구적으로 정지됐고 짓고 있던 원전 공사가 중단됐다. 단계적 원전 감축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나온 잡음이다. 특히 태양광 사업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은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도 문정부를 오랫동안 괴롭혔다. 국가 주력 사업이었던 만큼 정권이 바뀐 이후 새 정부의 표적이 된 상황에서 실제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천문학적 예산 투입 윤석열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을 진행했다. 윤정부 국무조정실은 일부 표본만 조사했는데도 불구하고 2000억원이 넘는 돈이 불법으로 사용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당시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전국 12개 지자체와 한국전력, 한국에너지공단을 대상으로 ‘전력산업 기반기금 사업’ 운영 실태에 대한 합동 점검을 벌인 결과 총 2267건(2616억원)의 위법·부당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금은 산업자원통상부(이하 산업부)가 전기 요금의 3.7%를 징수해 조성한 돈으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지원과 보급에 주로 사용됐다. 5년간 투입된 금액은 12조원에 이른다. 1차 조사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서 부적절한 대출과 보조금 부당 집행, 회계 부실 등이 적발됐다. 태양광 사업의 경우 점검 대상의 17%인 1129건에서 1847억원의 위법 대출 등이 확인됐다. 2차 점검에서는 적발 금액이 2배로 늘었다. 국무조정실은 2019~2021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쓰인 금융지원사업(1조1325억원) 내역과 2017~2021년 보조금 지원 규모가 컸던 25개 지자체의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사업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금융지원 사업에서 4898억원,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 보조금 사업에서 574억원, 전력 분야 연구개발 지원사업에서 266억원, 기타 전력기금 사업에서 86억원의 부정 집행 사례가 나타났다. 당시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지원금 대부분은 태양광 사업에 쓰였다”며 “가장 규모가 컸던 부정 금융지원 사업 사례 중 99%는 태양광 사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태양광 업자들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불법 대출을 받았고 가짜 세금계산서로 공사비를 부풀려 지원금을 타냈다. 감사원 조사로 검찰 수사까지 대출을 받은 뒤 세금계산서를 취소, 축소하는 등 탈루가 의심되는 정황도 드러났다. 가짜로 버섯 재배 시설이나 곤충 사육 시설, 축사 등 농림축산업 시설을 만들어 놓고 신재생 시설을 짓겠다고 대출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농지에 신재생 시설을 지을 때는 용도변경 등 인허가 절차가 필요하지 않고 생산한 전력을 팔 때 받을 수 있는 보조금 한도도 커진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한 마을회는 마을 창고를 짓겠다며 전력기금에서 돈을 받아 부지를 사들였지만 실제 창고는 짓지 않았고 부지는 마을회장이 6촌에게 되팔았다. 지방자치단체의 문제도 드러났다. 한 군은 타낸 보조금을 다 쓰지 못하고 약 24억원이 남자 이를 다른 계좌로 빼돌렸다가 적발됐다. 한 시는 보조금을 빼돌려 관용차를 사기도 했다. 감사원 조사도 이뤄졌다. 감사원은 2023년 11월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목표와 이행, 인프라 구축, 관리 등 3개 분야로 나눠 추진 과정과 집행 전반을 들여다봤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업부는 2017년 신재생 발전 목표를 상향하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검토했지만 막상 후속 조치 이행에는 소홀했다. 감사원은 “톱다운(하향식) 방식으로 내려온 목표에 따라 무리한 계획이라도 수립해야 했다는 이유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데도 면밀한 검토 없이 강행되고 짧은 기간 내 일관성 없이 변경됨으로써 정책 혼선과 신뢰성 저하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정부서 전반적 점검 8000억 넘는 예산 줄줄 샜다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었던 만큼 정부 부처가 이를 맞추기 위해 과도하게 정책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문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야기될 수 있는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감췄다는 지적도 나왔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산업부는 문정부의 국정 과제대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릴 경우 2030년까지 전기요금을 40% 가까이 올려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시 청와대의 압박에 12년 동안 10.9%만 오를 것이라고 국민 부담을 축소했다. 태양광 사업의 여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새만금 태양광 발전사업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1월 군산시청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군산시 태양광 발전사업 수주 과정에서 뒷돈이 오간 정황이 포착됐고 이를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면서 시작된 일이다. 당시 군산시장은 군산시가 1000억원 규모의 태양광 사업을 추진할 때 자신의 고교 동문이 대표로 있는 업체에 특혜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업체가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금융사가 제시한 연대보증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계약 체결을 지시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앞서 검찰은 새만금 태양광 사업을 주도한 회사 대표를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했다. 그는 태양광 발전사업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에게 로비를 해주겠다며 뒷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의 진술로 비리 의혹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핵심 수사 대상에 올랐던 건설사 대표가 실종됐다가 시신으로 발견되는 일도 일어났다. 관련 시장은 반응 오는 중 이 대통령이 기후,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김 후보자가 재생에너지를 언급하면서 관련 시장이 다시 들썩이는 모양새다. 실제 태양광 관련 주가가 오르는 등 주식시장에는 벌써부터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윤정부는 문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통째로 부정하다시피 했다. 반대로 문정부의 정책을 다시 끄집어낸 이정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