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성윤모 산자부 장관 장인의 비밀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8.11.19 10:27:52
  • 호수 119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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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은 박희도 사위를 왜?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자부) 장관의 장인이 박희도 전 육군참모총장임을 <일요시사>가 단독 확인했다. 박 전 총장은 12·12쿠데타 때 병력을 이끌고 서울을 점령하는 등 전두환씨(전 대통령)의 오른팔 역할을 했다. 또 6월 민주항쟁 때 계엄령을 선포하려 한 의혹이 최근 불거져 내란예비음모 혐의로 검찰에 고발됐다. 호남의 전폭적 지지로 당선된 문재인 대통령이 신군부 핵심 인사의 친·인척을 산자부장관에 임명한 것이다. 청와대 인사검증 시스템에 구멍이 뚫린 것일까, 아니면 호남의 반발을 예상하고도 이 사실을 숨겼던 것일까.
 

▲ &lt;사진=청와대&gt;

성윤모 산자부장관과 부인 박씨는 지난 1993년 결혼했다(당시 성 장관의 나이 31세, 박씨의 나이 28세). 박씨의 아버지는 박희도 전 육군참모총장. 박 전 총장은 성 장관의 장인으로 서로 친·인척 관계다. 산자부 관계자는 “성 장관이 군대를 제대하고 공무원이 되고 난 후 지인 소개로 박씨를 만났다”며 “장인이 그분(박 전 총장)이라는 건 다 알려진 사실”이라고 밝혔다.

전두환 정권
최고의 실세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8월 말, 성윤모 당시 특허청장을 신임 산자부장관으로 지명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성 장관 후보자에 대해 “국무조정실, 중소기업청, 특허청 등에서도 정책 총괄업무를 맡아 경제 전반의 다양한 현안을 경험하면서 탁월한 문제해결 능력과 조정능력을 갖췄다는 평을 받고 있다”며 “우리 경제의 혁신성장과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라는 막중한 임무를 수행하는 산자부장관의 적임자로 판단된다”고 지명 이유를 설명했다.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한 성 장관은 문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은 지난 9월21일부터 장관직을 수행하고 있다.

자녀의 이중국적 의혹이 불거졌지만, 성 장관은 큰 지적사항 없이 청문회를 통과했다. 문제는 장인의 과거 행적이다. 박 전 총장은 전두환씨의 비호를 받고 성장했다. 육군사관학교(이하 육사) 12기 졸업생인 박 전 총장은 생도 시절부터 박준병, 박세직과 함께 일명 ‘쓰리박’으로 불리며 주목받았다. 1960년대 중반에는 하나회에 가입했다. 하나회는 1963년 전두환, 노태우, 정호용, 김복동 등 육사 11기생들의 주도로 결성된 군 사조직이다.


전씨는 박 전 총장을 장군으로 진급시켰다. 1976년 제1공수특전여단장이던 전씨가 대통령경호실 작전차장보로 발령을 받게 되자 당시 특전사령관이던 정병주 소장(육사 9기)에게 찾아가 하나회 후배인 박 전 총장을 자신의 후임 지휘관으로 앉혀달라고 요청했다.

박 전 총장에 대한 전씨의 두터운 신임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60년대 중반 하나회 가입 ‘전두환 오른팔’
12·12쿠데타 당시 병력 이끌고 서울 점령

박 전 총장은 12·12쿠데타의 중추적 역할을 수행했다. 제1공수특전여단장직을 물려받은 그는 전두환 당시 보안사령관의 인솔 하에 유학성 중장(국방부 군수차관보, 육사 8기), 차규헌 중장(육군 수도군단장, 육사8기), 황영시 중장(육군 제1군단장, 육사 10기), 백운택 준장(육군 제71방위사단장, 육사 11기) 등과 함께 무장을 하고 청와대를 찾아가 당시 최규하 대통령에게 정승화 육군참모총장을 연행·조사하는 재가를 요구했다.
 

▲ 전두환씨 &lt;사진=사진공동취재단&gt;

최규하 대통령이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자 박 전 총장은 자신이 이끌던 제1공수특전여단으로 돌아가 병력을 이끌고 서울로 진입, 국방부와 육군본부 등을 장악했다. 반란군의 무력시위를 버티지 못한 최규하 대통령이 재가를 하게 되면서 12·12쿠데타는 반란군의 승리로 막을 내린다.

박 전 총장은 공을 인정받아 승진가도를 달린다. 제1공수특전여단장, 육군 제26보병사단장, 특전사령관, 육군 제3야전군사령관 등을 거쳐 육군 대장으로 진급한다. 1985년 12월에는 육군 최고의 자리인 육군참모총장으로 임명된다.

12·12 지휘
중추적 역할


최근 박 전 총장이 6월 민주항쟁 때 민주화를 요구하는 학생들과 시민들을 대상으로 계엄령을 선포하려한 사실이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MBC <PD수첩>은 지난 8월14일자 방송을 통해 ‘작전명령 제87-4호’라는 문건을 공개했다. 문건에는 당시 군이 시민들을 진압하려 했던 내용이 담겼다. 

민주화를 요구하던 학생과 시민을 폭도로 규정하고 발포 명령 계획까지 세웠다. ‘가스탄 발사 등 폭도의 전투 의지를 약화시킨 후 진압봉 사용’ ‘발포 명령은 선 육본 건의 후, 승인 하 조치’ ‘초기에 강력하고 완벽한 작전 실시’ 등 살벌한 표현이 문건에 적시돼있다.

문건은 전두환씨의 지시로 1987년 6월 서울 용산 육군본부서 작성됐으며, 박 전 총장은 계엄군으로 편성되는 부대지휘관들을 불러 이를 직접 하달했다. 민병돈 전 특전사령관은 “육군참모총장이 이 명령서를 나한테 직접 줬다”고 <PD수첩>과 인터뷰서 밝혔다. 당시 육군참모총장은 박희도였다.

지난 8월 시민단체들과 육해공군 출신 예비역들은 전두환씨와 박 전 총장을 내란예비음모로 고발했다. 고발장을 접수한 열린군대를위한시민연대 등은 “작전명령 행위 자체만으로도 명백한 불법행위고, 이 작전명령이 실행됐다면 수많은 국민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친위 쿠데타(내란행위)라고 밖에 볼 수 없다”며 “일부 정치군인들을 더 이상 용서할 수 없다는 예비역들과 시민단체들이 책임자들을 고발하고자 한다”고 고발 사유를 설명했다.

박 전 총장에 대한 과거사 청산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1995년 11월 김영삼정부가 12·12쿠데타 관련자들에 대한 사법처리를 진행하자 박 전 총장은 돌연 “LA에 있는 아들을 보러 간다”며 미국으로 도피했다. 박 전 총장은 1998년이 돼서야 귀국해 자수했다.
 

▲ 성윤모 산업자원통상부장관

1999년 7월 재판부는 그에게 반란지휘죄를 적용해 징역 5년을 선고하면서도 법정구속은 하지 않았다. 12·12쿠데타 가담자들이 모두 사면·복권된 후였기 때문이다.

대불총 결성
박근혜 변호

2006년 10월 박 전 총장은 ‘대한민국지키기불교도총연합(이하 대불총)’을 결성했다. 반미·친북세력과 북한의 핵으로부터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을 수호하겠다는 게 대불총을 결성한 이유다. 문제는 대불총이 제주4·3사건과 12·12쿠데타, 5·18광주민주화운동 등 대한민국 현대사의 주요 사건을 왜곡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는 점이다.

대불총은 2010년 6월 자유북한군인연합과 함께 <화려한 사기극의 실체 5·18>이라는 출판기념회를 열어 물의를 빚었다. 2016년 행정자치부 국정감사 때에는 이명박·박근혜정권이 2009년부터 2015년까지 총 2억3200만원의 예산을 대불총에 지원했던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되기도 했다.

박 전 총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부정하는 집회에 참석해 연설을 한 적도 있다. 지난해 1월 열린 태극기집회서 연단에 오른 박 전 총장은 “죄도 없는 대통령을 무너트리고 촛불 세력이 연합해서 나라를 팔아먹으려고 한다”며 “빨갱이들에게 넘어가서야 되겠는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후에도 박 전 총장과 대불총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무죄 석방을 요구하는 집회에 참가하고 있다. 박 전 총장은 지난 9월13일자 <조선일보>에 ‘변희재 석방하고, 즉각 태블릿PC 정밀 감정하라!’는 광고를 ‘전 육군참모총장’ 명의로 게재했다.

과연 청와대는 성 장관의 장인이 누구인지 몰랐던 것일까, 아니면 인사검증에 있어 고려대상이 아니었던 것일까.


야당 측은 해당 사실을 청와대가 몰랐을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고 진단한다. 자유한국당 관계자는 “청와대서 가장 먼저하는 게 후보자와 그 후보자의 친·인척에 대한 서류를 떼보는 것”이라며 “청와대서 몰랐다면 인사검증 시스템에 구멍이 뚫린 것이고, 알았다면 호남을 기만한 일이다. 호남의 지지로 정권을 잡은 사람들이 호남을 탄압했던 사람의 친·인척을 데려와 중용하는 모습은 자가당착”이라고 평가했다.

6월 항쟁 계엄 만지작
5·18 사기극 주장도

문 대통령은 지난 19대 대선 때 호남으로부터 압도적 지지를 받고 당선됐다. 대선이 있기 전 호남을 기반으로 창당한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가 더 많은 호남표를 받을 것이라 예상됐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본 결과 호남은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에게 60% 이상(광주 61.14%, 전북 64.84%, 전남 59.87%)의 압도적 지지를 보냈다.

호남서 두 번째로 많은 득표를 한 안 후보가 20% 중반대였다는 점만 봐도 문 대통령이 호남서 얼마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는지 확인 가능하다.

호남의 지지에 화답하듯 문 대통령은 여러 민주화운동을 헌법 전문에 넣는 헌법 개정안을 지난 3월 공개한 바 있다.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혁명, 부마민주항쟁과 5·18민주화운동, 6월 민주항쟁의 민주이념을 계승한다’는 내용을 전문에 삽입했다. 그러나 12·12쿠데타를 일으키고 6월 민주항쟁 때 계엄령을 선포하려 했으며, 5·18민주화운동을 사기극이라고 주장하는 박 전 총장의 친·인척을 산자부장관으로 임명함으로써 문 대통령의 진정성이 의심받게 됐다.
 

▲ 악수 나누는 문재인 대통령과 성운모 산자부장관 &lt;사진=청와대&gt;

자가당착은 이뿐만이 아니다.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과 겨뤘던 18대 대선 당시 문재인캠프는 박 전 총장을 영입한 박근혜 당시 대선 후보를 비판하는 논평을 낸 바 있다.


2012년 12월7일 김현 문재인캠프 대변인은 현안 관련 서면브리핑을 통해 “박근혜 후보는 12·12쿠테타 주역으로 <화려한 사기극의 실체 5·18>이라는 책을 출판해 5·18민주화운동을 매도한 박희도 전 육군참모총장을 영입했다”며 “지금 호남에 필요한 것은 ‘선거용 찬가’가 아니다. 박근혜 후보와 새누리당은 ‘선거용 호남찬가’에 앞서 호남 홀대정책에 대해 반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호남 민심
등 돌리나 

대통령이 가지는 막강한 권한 중 하나가 장관에 대한 임명권이다. 대통령은 자신의 비전에 합당한 사람이라면 누구든 장관으로 임명할 수 있다. 성 장관도 마찬가지다. 장인이 12·12쿠데타를 지휘한 정치군인이라는 부분과 장관으로서 산자부를 잘 이끌어가는 부분은 별개다. 성 장관을 지명하지 않았다면, 오히려 그것이 연좌제(범죄인과 특정한 관계에 있는 사람에게 연대책임을 지게하고 처벌하는 제도)라는 반론도 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와대가 논란을 자초하는 인선을 했다는 점에서 적잖은 아쉬움을 남긴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박희도 사는 집은?

박희도 전 육군참모총장이 사는 집은 서울 서초동에 위치한 현대슈퍼빌이다. 공급면적은 90평, 전용면적은 65평 규모다.

박 전 총장은 2003년 12월에 이 집을 매입했다. 시세는 약 21억원으로 추정되는 고급 주상복합 아파트다. 해당 건물은 군인공제회의 자금력으로 지어졌으며 박 전 총장을 비롯해 퇴역 장성들이 많이 살고 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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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