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성윤모 산자부 장관 장인의 비밀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8.11.19 10:27:52
  • 호수 119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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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은 박희도 사위를 왜?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자부) 장관의 장인이 박희도 전 육군참모총장임을 <일요시사>가 단독 확인했다. 박 전 총장은 12·12쿠데타 때 병력을 이끌고 서울을 점령하는 등 전두환씨(전 대통령)의 오른팔 역할을 했다. 또 6월 민주항쟁 때 계엄령을 선포하려 한 의혹이 최근 불거져 내란예비음모 혐의로 검찰에 고발됐다. 호남의 전폭적 지지로 당선된 문재인 대통령이 신군부 핵심 인사의 친·인척을 산자부장관에 임명한 것이다. 청와대 인사검증 시스템에 구멍이 뚫린 것일까, 아니면 호남의 반발을 예상하고도 이 사실을 숨겼던 것일까.
 

▲ &lt;사진=청와대&gt;

성윤모 산자부장관과 부인 박씨는 지난 1993년 결혼했다(당시 성 장관의 나이 31세, 박씨의 나이 28세). 박씨의 아버지는 박희도 전 육군참모총장. 박 전 총장은 성 장관의 장인으로 서로 친·인척 관계다. 산자부 관계자는 “성 장관이 군대를 제대하고 공무원이 되고 난 후 지인 소개로 박씨를 만났다”며 “장인이 그분(박 전 총장)이라는 건 다 알려진 사실”이라고 밝혔다.

전두환 정권
최고의 실세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8월 말, 성윤모 당시 특허청장을 신임 산자부장관으로 지명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성 장관 후보자에 대해 “국무조정실, 중소기업청, 특허청 등에서도 정책 총괄업무를 맡아 경제 전반의 다양한 현안을 경험하면서 탁월한 문제해결 능력과 조정능력을 갖췄다는 평을 받고 있다”며 “우리 경제의 혁신성장과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라는 막중한 임무를 수행하는 산자부장관의 적임자로 판단된다”고 지명 이유를 설명했다.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한 성 장관은 문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은 지난 9월21일부터 장관직을 수행하고 있다.

자녀의 이중국적 의혹이 불거졌지만, 성 장관은 큰 지적사항 없이 청문회를 통과했다. 문제는 장인의 과거 행적이다. 박 전 총장은 전두환씨의 비호를 받고 성장했다. 육군사관학교(이하 육사) 12기 졸업생인 박 전 총장은 생도 시절부터 박준병, 박세직과 함께 일명 ‘쓰리박’으로 불리며 주목받았다. 1960년대 중반에는 하나회에 가입했다. 하나회는 1963년 전두환, 노태우, 정호용, 김복동 등 육사 11기생들의 주도로 결성된 군 사조직이다.


전씨는 박 전 총장을 장군으로 진급시켰다. 1976년 제1공수특전여단장이던 전씨가 대통령경호실 작전차장보로 발령을 받게 되자 당시 특전사령관이던 정병주 소장(육사 9기)에게 찾아가 하나회 후배인 박 전 총장을 자신의 후임 지휘관으로 앉혀달라고 요청했다.

박 전 총장에 대한 전씨의 두터운 신임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60년대 중반 하나회 가입 ‘전두환 오른팔’
12·12쿠데타 당시 병력 이끌고 서울 점령

박 전 총장은 12·12쿠데타의 중추적 역할을 수행했다. 제1공수특전여단장직을 물려받은 그는 전두환 당시 보안사령관의 인솔 하에 유학성 중장(국방부 군수차관보, 육사 8기), 차규헌 중장(육군 수도군단장, 육사8기), 황영시 중장(육군 제1군단장, 육사 10기), 백운택 준장(육군 제71방위사단장, 육사 11기) 등과 함께 무장을 하고 청와대를 찾아가 당시 최규하 대통령에게 정승화 육군참모총장을 연행·조사하는 재가를 요구했다.
 

▲ 전두환씨 &lt;사진=사진공동취재단&gt;

최규하 대통령이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자 박 전 총장은 자신이 이끌던 제1공수특전여단으로 돌아가 병력을 이끌고 서울로 진입, 국방부와 육군본부 등을 장악했다. 반란군의 무력시위를 버티지 못한 최규하 대통령이 재가를 하게 되면서 12·12쿠데타는 반란군의 승리로 막을 내린다.

박 전 총장은 공을 인정받아 승진가도를 달린다. 제1공수특전여단장, 육군 제26보병사단장, 특전사령관, 육군 제3야전군사령관 등을 거쳐 육군 대장으로 진급한다. 1985년 12월에는 육군 최고의 자리인 육군참모총장으로 임명된다.

12·12 지휘
중추적 역할


최근 박 전 총장이 6월 민주항쟁 때 민주화를 요구하는 학생들과 시민들을 대상으로 계엄령을 선포하려한 사실이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MBC <PD수첩>은 지난 8월14일자 방송을 통해 ‘작전명령 제87-4호’라는 문건을 공개했다. 문건에는 당시 군이 시민들을 진압하려 했던 내용이 담겼다. 

민주화를 요구하던 학생과 시민을 폭도로 규정하고 발포 명령 계획까지 세웠다. ‘가스탄 발사 등 폭도의 전투 의지를 약화시킨 후 진압봉 사용’ ‘발포 명령은 선 육본 건의 후, 승인 하 조치’ ‘초기에 강력하고 완벽한 작전 실시’ 등 살벌한 표현이 문건에 적시돼있다.

문건은 전두환씨의 지시로 1987년 6월 서울 용산 육군본부서 작성됐으며, 박 전 총장은 계엄군으로 편성되는 부대지휘관들을 불러 이를 직접 하달했다. 민병돈 전 특전사령관은 “육군참모총장이 이 명령서를 나한테 직접 줬다”고 <PD수첩>과 인터뷰서 밝혔다. 당시 육군참모총장은 박희도였다.

지난 8월 시민단체들과 육해공군 출신 예비역들은 전두환씨와 박 전 총장을 내란예비음모로 고발했다. 고발장을 접수한 열린군대를위한시민연대 등은 “작전명령 행위 자체만으로도 명백한 불법행위고, 이 작전명령이 실행됐다면 수많은 국민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친위 쿠데타(내란행위)라고 밖에 볼 수 없다”며 “일부 정치군인들을 더 이상 용서할 수 없다는 예비역들과 시민단체들이 책임자들을 고발하고자 한다”고 고발 사유를 설명했다.

박 전 총장에 대한 과거사 청산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1995년 11월 김영삼정부가 12·12쿠데타 관련자들에 대한 사법처리를 진행하자 박 전 총장은 돌연 “LA에 있는 아들을 보러 간다”며 미국으로 도피했다. 박 전 총장은 1998년이 돼서야 귀국해 자수했다.
 

▲ 성윤모 산업자원통상부장관

1999년 7월 재판부는 그에게 반란지휘죄를 적용해 징역 5년을 선고하면서도 법정구속은 하지 않았다. 12·12쿠데타 가담자들이 모두 사면·복권된 후였기 때문이다.

대불총 결성
박근혜 변호

2006년 10월 박 전 총장은 ‘대한민국지키기불교도총연합(이하 대불총)’을 결성했다. 반미·친북세력과 북한의 핵으로부터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을 수호하겠다는 게 대불총을 결성한 이유다. 문제는 대불총이 제주4·3사건과 12·12쿠데타, 5·18광주민주화운동 등 대한민국 현대사의 주요 사건을 왜곡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는 점이다.

대불총은 2010년 6월 자유북한군인연합과 함께 <화려한 사기극의 실체 5·18>이라는 출판기념회를 열어 물의를 빚었다. 2016년 행정자치부 국정감사 때에는 이명박·박근혜정권이 2009년부터 2015년까지 총 2억3200만원의 예산을 대불총에 지원했던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되기도 했다.

박 전 총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부정하는 집회에 참석해 연설을 한 적도 있다. 지난해 1월 열린 태극기집회서 연단에 오른 박 전 총장은 “죄도 없는 대통령을 무너트리고 촛불 세력이 연합해서 나라를 팔아먹으려고 한다”며 “빨갱이들에게 넘어가서야 되겠는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후에도 박 전 총장과 대불총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무죄 석방을 요구하는 집회에 참가하고 있다. 박 전 총장은 지난 9월13일자 <조선일보>에 ‘변희재 석방하고, 즉각 태블릿PC 정밀 감정하라!’는 광고를 ‘전 육군참모총장’ 명의로 게재했다.

과연 청와대는 성 장관의 장인이 누구인지 몰랐던 것일까, 아니면 인사검증에 있어 고려대상이 아니었던 것일까.


야당 측은 해당 사실을 청와대가 몰랐을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고 진단한다. 자유한국당 관계자는 “청와대서 가장 먼저하는 게 후보자와 그 후보자의 친·인척에 대한 서류를 떼보는 것”이라며 “청와대서 몰랐다면 인사검증 시스템에 구멍이 뚫린 것이고, 알았다면 호남을 기만한 일이다. 호남의 지지로 정권을 잡은 사람들이 호남을 탄압했던 사람의 친·인척을 데려와 중용하는 모습은 자가당착”이라고 평가했다.

6월 항쟁 계엄 만지작
5·18 사기극 주장도

문 대통령은 지난 19대 대선 때 호남으로부터 압도적 지지를 받고 당선됐다. 대선이 있기 전 호남을 기반으로 창당한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가 더 많은 호남표를 받을 것이라 예상됐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본 결과 호남은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에게 60% 이상(광주 61.14%, 전북 64.84%, 전남 59.87%)의 압도적 지지를 보냈다.

호남서 두 번째로 많은 득표를 한 안 후보가 20% 중반대였다는 점만 봐도 문 대통령이 호남서 얼마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는지 확인 가능하다.

호남의 지지에 화답하듯 문 대통령은 여러 민주화운동을 헌법 전문에 넣는 헌법 개정안을 지난 3월 공개한 바 있다.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혁명, 부마민주항쟁과 5·18민주화운동, 6월 민주항쟁의 민주이념을 계승한다’는 내용을 전문에 삽입했다. 그러나 12·12쿠데타를 일으키고 6월 민주항쟁 때 계엄령을 선포하려 했으며, 5·18민주화운동을 사기극이라고 주장하는 박 전 총장의 친·인척을 산자부장관으로 임명함으로써 문 대통령의 진정성이 의심받게 됐다.
 

▲ 악수 나누는 문재인 대통령과 성운모 산자부장관 &lt;사진=청와대&gt;

자가당착은 이뿐만이 아니다.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과 겨뤘던 18대 대선 당시 문재인캠프는 박 전 총장을 영입한 박근혜 당시 대선 후보를 비판하는 논평을 낸 바 있다.


2012년 12월7일 김현 문재인캠프 대변인은 현안 관련 서면브리핑을 통해 “박근혜 후보는 12·12쿠테타 주역으로 <화려한 사기극의 실체 5·18>이라는 책을 출판해 5·18민주화운동을 매도한 박희도 전 육군참모총장을 영입했다”며 “지금 호남에 필요한 것은 ‘선거용 찬가’가 아니다. 박근혜 후보와 새누리당은 ‘선거용 호남찬가’에 앞서 호남 홀대정책에 대해 반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호남 민심
등 돌리나 

대통령이 가지는 막강한 권한 중 하나가 장관에 대한 임명권이다. 대통령은 자신의 비전에 합당한 사람이라면 누구든 장관으로 임명할 수 있다. 성 장관도 마찬가지다. 장인이 12·12쿠데타를 지휘한 정치군인이라는 부분과 장관으로서 산자부를 잘 이끌어가는 부분은 별개다. 성 장관을 지명하지 않았다면, 오히려 그것이 연좌제(범죄인과 특정한 관계에 있는 사람에게 연대책임을 지게하고 처벌하는 제도)라는 반론도 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와대가 논란을 자초하는 인선을 했다는 점에서 적잖은 아쉬움을 남긴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박희도 사는 집은?

박희도 전 육군참모총장이 사는 집은 서울 서초동에 위치한 현대슈퍼빌이다. 공급면적은 90평, 전용면적은 65평 규모다.

박 전 총장은 2003년 12월에 이 집을 매입했다. 시세는 약 21억원으로 추정되는 고급 주상복합 아파트다. 해당 건물은 군인공제회의 자금력으로 지어졌으며 박 전 총장을 비롯해 퇴역 장성들이 많이 살고 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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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쪼개는 민주당발 음모론

민주당 쪼개는 민주당발 음모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을 둘러싼 ‘공소 취소’ 논란이 뜨겁다. 진위는 사라지고 무수히 많은 뒷말과 갈라치기만 남았다. 단순 해프닝으로 끝내기엔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정청 모두 “황당하다”는 입장이지만 ‘스피커’로 불리는 외부 인사가 계속해서 당을 흔든다면 그 목적을 두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 대형 폭탄이 떨어졌다. 소위 말하는 ‘정부 고위 관계자’가 ‘고위급 검사’ 다수에게 “내 말이 곧 대통령의 뜻이다. 나는 대통령이 시키는 것만 한다. 공소 취소해 줘라”라고 주장했다는 것. 지난 10일 유튜브 채널 ‘저널리스트’를 운영하는 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는 친청(친 정청래)·친문(친 문재인) 성향으로 알려진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단독”이라고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안으로 겨눈 칼날 왜? 장씨는 “검찰은 이 메시지를 ‘아, 이재명정부가 우리랑 거래하고 싶어하는구나’(라고 생각할 것)”이라며 “여기까지는 팩트”라고 부연했다. 검찰과 정부가 보완수사권·검찰개혁 수위 등을 놓고 일종의 ‘거래’를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장동·위례·백현동 개발 및 성남FC 후원금 ▲쌍방울 대북 송금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위증교사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 5개 재판을 받았으나 대통령 당선 뒤 중단됐다. 장씨는 “이미 검찰은 이재명정부 말기 혹은 퇴임 후에 이 대통령을 털 생각을 하고 있다. 직권남용이라는 죄목까지 정해놨다”며 “이 대통령의 업무보고나 국무회의 생중계에서 지시하는 사안들을 직권남용으로 걸 생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이 임은정 동부지검장의 인천세관 마약 사건 수사팀에 백해룡 경정을 배치하라고 지시한 일을 사례로 들었다. 그러자 김어준씨는 “대통령의 뜻이라는 건 사실이 아닐 것이라 본다. 이 대통령이 법률가이기 때문에 법무부 장관을 통해 절차대로 하면 되는 것이지, 누굴 만나서 부탁할 일은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다)”면서도 “어떤 사람이 그런 발언을 하거나 메시지를 보냈다면 대단히 부적절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방송 직후 해당 발언은 ‘공소 취소 거래설’로 압축돼 여의도 전역에 퍼졌다. 코너에 몰렸던 국민의힘은 이를 ‘공소 취소 거래 게이트’로 규정하고 이 대통령에 대한 특검을 요구했다. 국민의힘 최수진 원내 수석대변인은 “특검을 통해 이 추악한 뒷거래 시도의 실체를 낱낱이 밝혀낼 것”이라며 “이 황당한 ‘사법 거래설’이 세간에 설득력을 얻는 이유는 명백하다. 최근 친명(친 이재명)계 주도로 이른바 ‘대통령 공소 취소 모임’이 결성됐고, 심지어 민주당은 오늘 그 빌드업의 일환으로 억지스러운 ‘국정조사 요구서’까지 제출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발등에 불이 떨어진 민주당과 친명계는 아수라장”이라며 “정권의 사법 거래 의혹을 두고 여권 내부에서 서로 삿대질해대는 참담한 촌극이 벌어지고 있다”고 혹평했다. 정부 고위급 관계자의 수상한 거래? “사법 농단 탄핵감” 국민의힘 맹공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 역시 “대통령 사건의 공소 취소와 검찰 수사권 문제를 맞바꾸려 했다면 이는 헌정질서를 뒤흔드는 중대한 범죄”라며 “관련자 처벌은 물론이고 사실로 확인될 경우 관련 정도에 따라 대통령 탄핵까지 가능한 사안”이라고 압박 수위를 높였다. 민주당은 곧바로 받아쳤다. 대표 친명계인 한준호 의원은 자신의 SNS에 ‘음모론도 모자라 탄핵까지, 정말 선을 넘었다. 참담하다’는 제목의 게시글을 통해 “확인되지 않은 음모론을 근거로 대통령 탄핵까지 입에 올리는 발언이 아무렇지 않게 방송에서 흘러나온다”며 “사실 확인도 없는 이야기로 음모론을 키우고 급기야 탄핵까지 거론하는 행위는 국정을 흔드는 무책임한 선동”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이언주 의원은 직접적으로 여권 세력을 지적하고 나섰다. 이 의원은 “검찰개혁에 대해 조금이라도 진정성이 있는 사람이라면 공소 취소 거래설 자체를 감히 꺼낼 수 없다”며 “이 대통령에 대한 부당한 공소가 취소되기를 바라지 않는 이들이 많은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어 “윤석열 검찰 세력도, 국민의힘 윤 어게인 세력도 그렇지만 우리 내부에서도 대통령을 쥐고 흔들려는 이들이 많은 모양”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공소 취소 사건의 고위급 검사로 지목된 이들이 직접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고위급 검사 중 한 명으로 지목된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과 주고받은 문자 내역을 공개하며 “장관님께 문자메시지와 이메일로 종종 건의사항을 보내고 있는데, 가장 최근 문자를 받은 것은 지난 12월”이라고 밝혔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검사들에게 특정 사건 관련 공소 취소에 대해 말한 사실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정 장관은 “최근 제기된 황당한 음모론으로 인해 진지하게 숙의돼야 할 검찰개혁 논의가 소모적 논쟁에 휩싸이고 있다”며 “다시 건설적인 개혁의 논의에 집중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의혹이 제기된 경위를 조사할 계획이냐’는 질문에는 “어디서 문제가 됐는지 조사한다는 게 불가능하고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면서 “중요한 검찰개혁 문제가 엉뚱한 데로 빠지지 않았으면 좋겠고, 제 말씀을 국민이 합리적으로 잘 판단해 주시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치명타 여권 인사들은 불씨를 댕긴 장씨를 향해 “출처를 밝히라”며 근거 제시를 요구했다. 이에 장씨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긴급 라이브’ 공지를 띄우고 “방송 후 한준호 의원은 페이스북에 ‘저잣거리 소문만도 못한 근거 없는 음모론’이라고 표현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누가 뭐라고 하든 제 취재 내용은 이미 벌어진 일이고 흔들릴 수 없는 팩트”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 의원은 ‘누가 말했는지, 어떤 방식으로 전달됐는지 무슨 근거로 확인했는지 하나도 빠짐없이 공개하라’고 하는데 고민해 보겠다”며 “공개할 경우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이날 라이브 방송에서 “죄송하지만 출처를 밝힐 수 없다. 출처를 밝히지 않기로 약속하고 취재했다”며 한 발 물러섰다. 공소 취소를 지시한 정부 고위 관계자의 신원도 “그 사람을 저격하기 위해 해당 취재 내용을 밝힌 것이 아니”라며 공개를 거부했다. 결국 공소 취소에 대한 사실관계는 사라지고 진영 논리와 경쟁구도만 남았다. 또다시 ‘정청래 VS 청와대’ ‘친명 VS 친청’ 프레임이 굳어지면서 오는 8월 치러질 전당대회를 향한 당권 경쟁이 벌써 과열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 대표는 평소 김씨가 운영하는 인터넷 커뮤니티 ‘딴지일보’를 “민심의 척도”로 강조하는 등 김씨와 우호적인 관계였던 만큼 친청·친문계의 모든 행동이 ‘김민석 총리 당대표 차출설에 대응했다’는 주장으로 귀결된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김 총리를 견제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 이름을 넣지 말아달라”는 총리실의 요청이 있었음에도 “내가 알아서 하겠다”며 거부하거나 이 대통령의 순방 기간에 벌어진 중동 사태에 대한 국무총리실의 대응을 두고 “국무회의도 없었다”며 국정 공백을 지적했다. 이에 총리실은 “대통령 순방 중에 정부는 중동 상황 발발 직후부터 매일 오후 비상 점검을 위한 관계 장관회의를 개최했다. 회의 후에는 대국민 브리핑을 진행해 왔다”고 직접 해명하기도 했다. 검찰개혁 뒷다리만 최근에는 ‘KTV 이매진(KTV의 유튜브 채널)’에 공개된 이재명 대통령의 싱가포르·필리핀 국빈 방문 출국길 영상을 논란 삼으면서 직접적으로 정부와 각을 세웠다. 해당 영상에 이 대통령과 정 대표가 악수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발견한 정 대표 지지자들이 ‘딴지일보’ 게시판을 통해 “의도적 삭제”라고 반발한 것. 김씨는 자신의 방송을 통해 “대통령과 당 대표자의 악수 장면이 없다는 것이 아니다. 실수일 수 있다”면서도 “그런 실수가 민주정부 정권 재창출을 막으려는 악의적인 시도에 이용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몇 차례 마찰이 있었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공개적으로 비난하지 않았다. 조금씩 갈라지던 민주당 지지층이 이번 사태를 통해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누적된 갈등이 분출된 것으로 보인다. 공소 취소라는 민감한 소재에 대통령을 엮었다는 점이 도화선으로 작용한 것이다. 김씨와 정 대표가 한 달에 한 번꼴로 민주 진영에 내분을 일으켜 국정 운영의 발목을 잡는다는 게 이 대통령 지지자들의 설명이다. 기존 지지자와 더불어 ‘뉴이재명’으로 분류되는 이들은 전통 민주당 당권파와 다른 양상을 띠면서 표심이 어디를 향할지 예측할 수 없다는 특징을 지녔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 투쟁 전선이 넓어진 것 역시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과 ‘당심(당원의 의중)’이 대척점에 서면서 모든 사안이 권력투쟁으로 흘러가기 때문이다. 이미 민주당 몇몇 의원들은 ‘공취모(이재명 공소 취소와 국정조사 추진을 위한 의원 모임)’를 중심으로 움직임에 나섰지만, 외부에서 여론을 흔드는 식으로 접근해서는 현 정부에 오히려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며 불만을 표출했다.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대통령의 뜻’인지 ‘참칭’인지조차 불분명한 상황에서 대통령 직접 개입이라는 최대 해석을 전제로 했다는 점에서는 화가 치밀어 오른다”며 “정치적 파장이 큰 주장일수록 더 엄격한 증거 기준이 요구된다는 것을 잘 알면서 이렇게 음모론적으로 접근하는 이유는 대체 무엇 때문이냐”고 되묻기도 했다. ‘김어준 VS 청와대’ 유튜버에 휘청 8월 전대 앞두고 사방서 권력투쟁 정 대표는 “당에서 엄정한 조치를 취하겠다”며 갈등 진화에 나섰다. 그는 “윤석열 검찰 독재정권 치하도 아니고 가장 민주적인 이정부에서 이런 일은 상상할 수 없다”며 “있을 수도 없는 일이지만,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고 실제로 있는 일도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소 취소는 거래로 될 일이 아니”라며 “합법적인 방법인 국정조사와 특검으로 윤석열 정권 치하에서 벌어진 조작 기소 사실이 드러나면 상응하는 조치와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 대표와 김씨가 친분이 두터운 사이이나 강경 대응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수습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갈등 진화에도 민주 진영 커뮤니티는 이미 격양된 사용자들의 게시글로 도배가 됐다. “이 대통령이 보완수사권을 갖고 거래를 시도했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다른 한쪽에서는 “유튜버가 정부를 흔드는 게 말이 되느냐”며 비대해진 유튜브 권력을 규탄하기도 했다. 정부의 검찰개혁인 이른바 ‘정부안’에 반대하는 세력이 의도적으로 공소 취소 거래설을 퍼뜨린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빛을 보내는 이들도 있었다. 친명·친청계 유튜버들이 이번 사태에 대거 참전해 분석에 나섰고, 해당 주장은 게시글로 가공돼 또다시 커뮤니티로 퍼지는 순환이 이어졌다. 청와대는 이번 논란에 대해 공식 대응을 삼가고 있다. 해명할 가치가 없을뿐더러 사사건건 대응한다면 오히려 국정 운영에 힘만 빠진다는 점에서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일종의 ‘프레임 작전’이라며 상대방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민주당 노종면 의원은 “‘거래설 제기’가 정말인지부터 확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별도 방송을 확인한 결과 어디에서도 ‘우리 정부 고위 관계자가 검찰과 공소 취소로 거래를 시도했다’는 말은 없었다”고 밝혔다. 노 의원은 ‘검찰개혁-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를 추적했다. 노 의원은 “네이버 기사 검색 결과에 따르면 가장 먼저 거래설을 띄운 건 <조선일보>”라며 “장씨의 주장 전체를 거래설 제기로 인식케 하는 교묘한 프레임이라 할 만하다. 이후 나온 보도들에서는 대놓고 거래설 제기로 규정했다”고 말했다. 배후는 누구? 이어 “장씨가 거론한 ‘거래’는 ‘우리랑 거래하자는 거구나’라는 검찰의 일방적 반응을 전하면서 말한 게 전부”라고 말했다. 논란의 문장 자체를 ‘거래 시도’로 해석한다면 해석하는 쪽과 다퉈야 할 문제라는 것이다. 아울러 장씨를 향해 “섣부르고 무책임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면서도 “프레임에 갇혀 지금처럼 우리끼리 싸우면 별것도 아닌 것만 나와도 수습하기 어렵다. 잠시 숨을 고르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칼 빼든 민주당 “법적 조치 나서겠다” 더불어민주당이 공소 취소설을 제기한 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를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공소 취소 거래설에 대해 강력 대응 방침을 밝힌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12일 민주당 국민소통위원장인 김현 의원과 허위조작 정보 대응 특별위원회 부위원장인 김동아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씨를 정보통신망법 제70조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논란이 된 발언이 ‘대통령과 정부의 명예를 훼손하는 허위 주장’이라는 게 주요 골자다. 앞서 시민단체인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이하 사세행)은 장씨와 더불어 김어준씨를 정보통신망법상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과 형법상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사세행은 “김씨는 장씨 발언 내용에 대해 방송 이전에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장씨의 발언을 사전에 승인하고 그대로 방송에 출연시켰다”며 “장씨와 함께 공동으로 허위 사실을 유포, 정 장관의 검찰개혁 업무 특히 공소청법 및 중수청법 입법 추진을 심대하게 방해했다”고 설명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