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닥다닥’ 현대판 판자촌에 사는 사람들

고시원에 고시생은 없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사회가 발전할수록 성장만큼 분배도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된다. 사회의 소외된 약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인식이 점차 호응을 얻는 방향으로 발전하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각지대는 존재한다. 평소에는 사각지대가 눈에 잘 띄지 않는다. 대부분의 경우 사고와 함께 수면 위로 떠오른다.
 

2014416일 제주도로 향하던 세월호가 진도 앞바다서 침몰했다. 수학여행을 가던 안산 단원고 학생과 일반인 등 300명이 넘는 승객이 수장됐다. 전 국민은 TV를 통해 중계된 세월호 침몰 모습에 큰 충격을 받았다. 세월호 참사는 국민들에게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킨 것과 동시에 사회 적폐의 민낯을 보여줬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4년이 지났다. 그 사이 한국 사회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몸살을 앓았다. 전직 대통령과 비선 실세가 진행한 일은 도려내야 할 적폐로 지목됐다. 사회 모든 분야서 청산해야 할 문제가 쏟아졌다.

소외되는 약자
그들만의 세상

지난해 5월 출범한 문재인정부는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적폐 청산을 전면에 내세웠다. 이 과정서 국민들은 생각지도 못한 정치사회경제 분야는 물론 생활 적폐와 맞닥뜨렸다. 하루가 멀다 하고 터져 나오는 문제들로 사회는 진통을 겪었다.

문재인정부는 경제나 복지정책에 있어서도 이전 정부와 노선을 달리했다. 문 대통령은 첫 번째 대선 출마 당시부터 포용적 성장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성장의 혜택이 소수에게 집중되는 배제적 성장과 달리 성장의 결과를 많은 사람들에게 두루 돌아가게 만들겠다는 뜻이다.


지난 9월에는 포용국가전략회의에 참석해 많은 나라들이 성장에 의한 혜택이 소수에게 독점되지 않고 모두에게 골고루 돌아가는 포용적 성장을 주장하고 있다우리 정부서도 포용이 보편적 가치가 돼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포용국가는 문재인정부가 지난해 내세운 5대 국정 목표 중 하나인 모두가 누리는 포용적 복지국가를 확장한 개념이다.

복지를 통해 소득 재분배 기능을 강화하는 포용적 성장은 문재인정부 3대 경제기조인 소득주도성장·혁신성장·공정경제의 바탕 아래 실현 가능성을 가늠하고 있는 중이다. 이 과정서 사회의 소외된 사각지대가 불의의 사고를 통해 불거지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특히 고시원, 쪽방촌, 여관 등 공간적 사각지대에 사는 이들이 피해를 입는 사고가 자주 일어나 안타까움은 배가 되고 있다.

최근 서울 종로의 한 고시원서 화재로 10여명이 넘는 사상자가 나왔다. 처음 소식이 알려졌을 때 누리꾼들은 고시원에 살고 있던 투숙객들의 안전을 빌었다. 안전에 취약한 고시원의 구조와 투숙객들의 상황이 맞물려 사회적 약자가 큰 피해를 받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고시텔 ‧쪽방촌 ‧여관 ‘신 빈민가 ’
저렴한 거주비에 목숨 내놓고 살아

당초 고시원은 이름을 통해 알 수 있듯이 고시생을 위한 공간이었다. 고시원은 시험을 준비하면서 저렴하게 숙식을 해결할 수 있는 공간을 원하던 고시생의 수요에 따라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이 때문에 주로 학원과 가까운 곳에 위치했다. 고시생들에게 고시원은 주거공간인 동시에 학습공간으로의 역할을 했다.


욕실과 부엌이 딸려 있는 원룸과는 달리, 고시원에는 침대와 책상만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주방과 화장실은 따로 떨어져 공용으로 이용해야 하는 게 대부분이다. 창문이 없고 얇은 벽 때문에 옆방의 대화가 들리는 등의 문제는 고시원 투숙객들의 주요 불만사항이었다. 그럼에도 투숙객 수는 줄어들지 않았다.

원룸 등과 비교해 저렴한 가격은 하루 살기 버거운 이들에게는 매력적인 요소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공무원 시험에 도전하는 공시생이 늘어나자 일부 고시원은 고시텔(고시원+호텔)이라며 내부 환경을 개선했다. 돈이 더 들더라도 욕실과 화장실이 방에 딸려 있는, 과거보다 나은 주거공간을 선호하는 공시생들을 위한 변화였다.

그 사이 고시원을 찾는 이용자들의 연령대는 점차 높아지기 시작했다. 고시생들의 전유물이었던 고시원은 값이 싸면서도 당장 내 몸 하나 뉘일 공간이 필요한 이들을 위한 곳으로 그 의미가 변화했다. 각종 고시원 관련 사건사고의 피해자가 중장년층이 많다는 점은 고시원이 최근 들어 빈민층의 주거지로 변모하고 있다는 현실에 대한 방증이다.
 

▲ 검거되는 종로여관 방화 용의자 <사진=사진공동취재단>

이 같은 사실은 종로 고시원 화재 사건만 봐도 여실히 드러난다. 지난 9일 오전 5시경, 종로구 관수동 청계천 인근 고시원서 불길이 치솟았다. 이날 화재로 7명이 숨지고 11명이 다치는 등 18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소방관 173명과 장비 52대가 투입됐고 오전 7시쯤 화재가 완전히 진압됐다.

이 고시원에는 주변 사업장서 일하던 노동자들이 많이 살고 있던 것으로 파악됐다. 화재 당시 사상자들 또한 대부분 50대 이상의 남성들이었다.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사망자 중 최연소는 35, 최고령은 79세였다. 사상자는 대부분 생계형 노동자로, 말 그대로 일을 하고 돌아와 고시원에선 잠만 자고 나가던 사람들이었다.

계속되는
불의의 사고

해당 건물은 지상 3, 지하 1층 규모로, 1층은 일반음식점, 2~3층은 고시원으로 이뤄졌다. 소방당국은 화재가 3층 출입구 쪽에서 발생해 대피로를 막았다고 보고 있다. 최초 발화지점은 301호로 추정 중이다.

301호 거주자는 전기난로 전원을 켜고 화장실에 다녀온 후 전열기서 불이 나는 것을 목격했다고 진술했다. 옷가지와 이불로 불을 끄려 했지만 주변으로 옮겨 붙는 바람에 대피했다는 것.

문제는 이 건물에 스프링클러가 없었다는 점이다. 노후 건물인데다 과거 안전시설 의무 설치 대상이 아니었던 점도 피해를 키운 요인으로 지목됐다. 다중이용업소 특별법에 따르면 2009년부터 간이 스프링클러를 설치해야 하나 문제의 고시원은 그 이전인 2007년에 지어졌다. 이번 사건으로 고시원의 실상이 또 한 번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고시원은 급증하고 있지만 정부의 안전대책이 뒤늦게 생기면서 사각지대에 놓인 곳이 증가하고 있다는 분석이 이어졌다. 오갈 데 없는 중장년층과 외국인 노동자가 고시원으로 몰리면서 고시생 없는 고시원’ ‘() 판자촌’ ‘현대판 판자촌이라는 말이 새롭게 쏟아졌다.
 

지난 6월 도시연구소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국토교통부에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고시원·고시텔에 거주하는 가구 수는 151553가구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고시원의 평균 월세는 328000, 가구 평균 소득은 약 180만원이었다. 국내 전체가구 평균소득인 371만원의 절반도 되지 않는 수치다.

전문가들은 외환위기와 금융위기를 연달아 겪은 도심 청년층이 빈곤주거지로 밀려나고 그대로 나이가 들어 현재까지도 고시원에 사는 주요 계층을 형성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은영 도시연구소 소장은 언론과의 인터뷰서 외환위기 당시의 가난한 청년이 지금의 가난한 중장년이 됐다고시원의 폭증 시기는 지났지만 지금도 꾸준히 늘어나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낙후된 시설
피해는 커져

일각에선 이미 수차례 비슷한 사건이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참사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소방청의 최근 5년간 다중이용업소 화재 현황에 따르면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발생한 다중이용업소 화재 3035건 중 252(8.3%)이 고시원서 일어났다. 또 올해 화재 사망자 306명 중 96명이 고시원, 쪽방 등 비주택에서 사망했다는 통계자료도 나왔다.

20041월 수원시 팔달구 매산로2가 상가건물 3층의 고시원서 촛불로 인해 불이 났다. 이 사고로 투숙객 4명이 사망하는 등 사상자는 8명에 달했다. 200512월에는 마포구 노고산동 신촌 로터리 인근 고시원서 불이나 1명이 연기에 질식해 숨졌다. 20067월 송파구 잠실동 고시원서 일어난 화재사건은 21명의 사상자를 낸 참사로 기록됐다.

 

00810월에는 강남구 논현동의 한 고시원서 희대의 묻지마 살인사건이 일어났다. 방화와 흉기 난동이 동시에 일어나면서 피해가 막심했다. 고시원에 살고 있던 A씨는 미리 준비한 지포라이터용 휘발유 2통을 뿌리고 불을 질렀다. 잠들어 있던 투숙객들은 불이야라는 외침과 연기에 놀라 방을 빠져나왔다.

A씨는 연기를 피해 뛰쳐나오는 사람들을 칼로 찔러 살해했다. 심지어 방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일부 투숙객들을 찾아 무차별적으로 흉기를 휘두르기도 했다. 이 사건으로 6명이 사망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세상이 나를 무시한다. 살기가 싫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당시 A씨는 사형을 선고받았다.

당시 언론은 자신의 처지를 비관해 범행을 저지른 A씨의 묻지마 살인행각에 주목했다. 그리고 이 과정서 사실상 무허가 숙박시설로 자리 잡기 시작한 고시원의 실상이 조명됐다. 사건 당시에도 언론은 고시원이 원래 용도보다 숙박시설로 이용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화재 등 사고에 취약한 내부 구조가 피해를 키웠다고 지적했다.


매번 대책 세운다지만…
불 났다하면 대형사고

앞서 20087월에는 경기도 용인시의 한 고시원서 방화로 인한 화재 사고가 발생했지만 스프링클러 등 장비가 설치돼있지 않고 고시원 방 칸막이가 화재에 취약했던 탓에 10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2008년에 연달아 일어난 화재 사건으로 고시원에 간이 스프링클러 설치가 의무화됐다.

과거에 지어진 건물에는 지방자치단체가 설치비용을 지원해주고 있다. 하지만 임대료 동결 등의 조건이 붙다보니 건물주의 동의를 받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실제 이번에 불이 난 종로의 고시원의 경우 2015년 운영자가 서울시에 비용 지원을 신청했지만 건물주가 최종 거부한 사실이 드러났다. 종로 고시원 화재 생존자들은 건물주와 고시원장을 대상으로 손해배상 청구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고시원에 앞서 빈자들의 주거지 역할을 했던 쪽방촌이나 여관도 화재 등 사건사고에 취약하기는 매한가지다. 쪽방촌은 대부분 목조건물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형태가 태반이라 화재가 발생하면 대형사고로 번질 가능성이 높다. 여관도 고시원과 마찬가지로 화재 대책이 갖춰지지 못한 경우가 많다.
 

▲ ▲▲ 화마에 전소된 종로의 한 고시원

올해 1월 서울 돈의동의 한 쪽방 건물서 불이 나 1명이 숨졌다. 불이 난 곳은 좁은 골목에 건물이 밀집해 있어 자칫하면 대형사고로 이어질 뻔했다. 당시 화재 현장을 방문했던 박원순 서울시장은 쪽방촌에 대한 전면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강남 구룡마을, 영등포 쪽방촌 등이 대표적인 화재 취약지역으로 손꼽힌다.

지난 1월에는 여관 방화사건도 있었다. 이날 사고는 여관 업주에게 성매매 여성을 불러달라고 요구했다가 거절당하자 홧김에 주유소서 산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지른 B씨에 의해 일어났다. B씨의 방화로 7명이 숨졌다.

특히 전남 장흥서 서울 나들이를 온 30대 엄마와 10대 딸 2명 등 3명이 한꺼번에 변을 당해 그 충격을 더했다. 이들은 국내 여행을 하면서 비교적 저렴한 여관에 묵은 것으로 확인됐다. 2년 이상 장기투숙한 사람들도 피해를 입었다.

시민단체들은 종로 고시원 화재를 단순 사고로 봐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사회의 취약한 구조 문제로 인해 발생한 참사라는 비판이다. 이들은 이번 사고를 계기로 도시빈민층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10년 전에도…
취약한 구조

서울주거복지센터협회와 주거권네트워크, 빈곤사회연대, 민주노총 등은 지난 13일 고시원 화재 현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여관이나 쪽방 외에도 고시원은 치솟는 집값, 월세의 만연, 부족한 공공임대주택과 소극적인 공공부조 등의 환경에서 저소득·빈곤 1인 가구들이 목돈 없이 거주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도시빈민들의 주거환경 대책을 조속히 마련하는 한편 현재 도시빈민들의 주요 주거지인 고시원에 스프링클러, 화재경보기 등 화재 예방 시설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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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일각에서 “장동혁 체제를 무너트린 후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장동혁 대표는 ‘중도 확장’을 언급하면서도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몰아낼 준비를 하고 있다. 친한계는 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도 친윤계와 일시적 휴전을 하고 있다. 장동혁·친윤·친한·개혁신당은 얽히고설킨 합종연횡을 시작했다.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각각 지난 5일과 9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비판했다. 이후 국민의힘에선 장 대표가 물러난 후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출범할 가능성도 언급된다. 장 다음은 신 비대위?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지난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언더 찐윤 그룹 내 대구·경북에 지역구를 둔 몇몇 의원이 장 대표에 대해 ‘이 사람으로 되겠느냐’는 얘기를 하는 것 같다”면서 “장 대표가 물러나면 누구에게 비대위원장을 시키면 좋겠느냐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주장했다. 장 소장은 “그들이 국민의힘 신동욱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을 맡기려 한다”고도 했다. 그에 따르면,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신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직을 맡기려는 이유로 경북 상주·언론사 앵커 출신이란 점이 거론된다. 장 소장은 “급소에 침을 넣을 수 있는 핵심은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이 핵심인 이유는 “언더 찐윤의 구심점이자, 장동혁 체제를 만든 5인방 중 1명”이란 것이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 일원으로 알려진 국민의힘 김대식 의원은 지난 12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에게 제시할 노선 변경 시한은 연말”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지 않은 장 대표가 판단을 잘했다고 보긴 힘들다”며 “국민이 원하면 국민의 뜻을 따라야지, 국민을 이기려고 정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도부가 연말까지 노선 변경에 대한 전향적 의견을 밝히지 않으면, 상당한 혼선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기서 ‘상당한 혼선’은 장 대표 체제 붕괴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과 함께 흔들림 없이 강경 보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을 당 국민소통위원장에 임명했다. 국민의힘 장예찬 전 청년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의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에 임명됐다. 김 최고위원은 그로부터 4일 전인 지난 11일 TV조선 유튜브 채널 ‘엄튜브’에 출연해 “지난해 12월3일 계엄군의 총구를 잡은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의 행동은 사실상 즉각 사살해도 되는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시 같은 방송에 출연해 국민의힘 지지율이 낮게 집계되는 여론조사에 대한 강한 불만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장 대표를 엄호했다. 김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지지율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단 결과가 나온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 등이 발표한 여론조사를 제시했다. 이어 “한국갤럽 여론조사 외엔 국민의힘 지지율이 오른단 여론조사 결과가 대부분”이라며 “장 대표의 투쟁에 모두 단결했으면 더 올라갔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개 제시된 장동혁의 시간은 ‘연말’ ‘통일교 특검’ 매개로 손잡은 장·이 장 부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청년 참모 1호로 알려졌던 친윤계 일원으로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가족이 연루됐다”는 논란이 발생한 당원 게시판 의혹에 강하게 대응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총선에서 부산 수영구 공천을 받았다가 “과거에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은 장 부원장 공천을 취소했고, 이후 장 부원장은 친한(친 한동훈)계와 대립하고 있다. 장 부원장은 같은 날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김 의원은 지도부를 흔들기 위한 게 아니라 건설적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취지로 말씀하신 것”이라며 “연말까지 고름 같은 당내 문제를 해결하면, 새해부터는 대여 투쟁·민생에 집중해서 중도·외연 확장을 할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언급한 ‘고름 같은 당내 문제’는 당원 게시판 의혹을 말한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은 지난 9일 당원 게시판 의혹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위원장은 “한 전 대표와 가족 명의로 게시된 글들의 실제 작성자를 확인하고 있다”며 “한 전 대표 가족과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3명은 서울 강남병 소속이고, 휴대전화 끝자리가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중 1명은 재외국민 당원으로 확인됐고, 거의 같은 시기에 탈당했다”면서 한 전 대표 가족 실명도 공개했다. 지난 16일엔 친한계 일원으로서 활발한 방송 활동을 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당원권 정지 2년 중징계를 내려달라”고 윤리위원회에 요청했다. 당무감사위는 지난달 26일부터 김 전 최고위원을 조사했다. 윤리위가 당무감사위의 의견대로 징계를 확정하면, 김 전 최고위원은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정당 활동이 멈춰 총선 공천에서도 큰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김 전 최고위원은 같은 날 “터무니없는 결정”이라며 “윤리위가 당원권 정지를 결정하면 가처분을 신청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위원장이 밝힌 김 전 최고위원 징계 사유는 “우리 당 운영을 파시스트적이라고 표현하면서, 북한 노동당에 비유했다”는 것이었다. 이어 “당원을 망상에 빠진 정신질환자에 비유하는 등 모욕적 표현을 했고, 사이비 교주의 영향을 받아 입당했다는 특정 종교 비난·종교 차별 발언을 했다”는 점도 덧붙였다. “영혼을 팔았다”는 등 장 대표를 비판한 것도 징계 사유로 제시됐다. 고름 같은 당내 문제 한편 장 대표는 통일교 특검법을 매개로 개혁신당에 연대를 제안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중 “통일교 특검법 통과를 위해 개혁신당과 뜻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는 “지금껏 찾아볼 수 없었던 무자비·포악한 이재명 정권을 막기 위해선 모두 함께 힘을 모아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을 제시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곧바로 “16일부터 특검법 논의에 착수하겠다”고 화답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와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만나 큰 틀에서 ‘통일교 특검 추진’에 합의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YTN 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 출연해 “장 대표는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와 다르지 않은 선택을 하는 것 같다”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를 바라는 것은 멍청한 행동”이라는 등 장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가 용꿈을 꾼다”는 평소 지론을 다시 강조하면서 “국민의힘 대표를 하면, 대권주자로서 약 20% 정도의 지지를 얻으니, 다른 주자가 사라지면 내가 유일한 대권후보란 착각에 빠진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유착 의혹이 제기된 후 두 사람은 제한적으로라도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관계자들은 민주당 일부 정치인들에게도 후원금을 제공했다. 하지만 김건희 특검은 “교단의 지시를 어긴 관계자 개인의 일탈이었다”면서 기소하지 않았다. 보수 야권으로선 특검의 공정성 문제를 대대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 소재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의원 상당수가 특검의 수사 대상이었던 국민의힘으로선 “되돌려줄 기회가 온 것 아니냐”고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 2018년부터 3년 동안 현금·명품 시계 등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져 수사 대상이 된 후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아울러 장 대표가 친한계 정리 작업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친한계와 개혁신당도 사이가 매우 좋지 않단 사실도 주목받고 있다. 친한계와 개혁신당은 쿠팡 새벽 배송 논란 관련 토론회 개최를 놓고 크게 갈등했다. 국민의힘 김은혜·우재준 의원은 지난 15일 ‘새벽 배송 금지, 누구의 새벽을 위한 선택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개혁신당은 사흘 뒤인 지난 18일, 김성열 수석 최고위원이 주관하는 ‘새벽 배송 금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친윤·친한 여전한 갈등 김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김·우 의원이 토론회 개최를 예고했다가 취소해서, 개혁신당이 마음 다친 관계자들을 모시고 토론회를 기획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혁신당 주최 토론회가 개최될 것이란 사실을 뻔히 알면서 다시 토론회를 개최하는데, 눈치 보다가 남의 것을 빼앗아서 하는 토론회에 무슨 진정성이 있겠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토론회에도 ‘원조’ 표기를 하고, 상표권도 등록해야겠다”고 덧붙였다. 우 의원은 곧바로 반박했다. 그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새벽 배송 논쟁은 국민의힘이 먼저 제기했고, 우리 토론회는 원래부터 15일 개최가 예정돼있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토론회 개최 직전 발생한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사회적 관심이 분산될 가능성을 우려해 일정 연기도 검토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여론 흐름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원래 계획대로 진행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우 의원이 15일 개최를 중요시 여긴 이유 중 하나는 지난 16일 진행된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 회의라고 한다. 구도를 정리하면, 장 대표는 당내 친윤계·친한계와 갈등하면서 개혁신당과 제한적 연대를 추진해 중도 확장·대여 공세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으려고 한다. 개혁신당은 장 대표와의 제한적 연대를 통해 오랜 갈등 관계인 친한계와의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친한계는 장 대표·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 마찬가지로 오랜 갈등 관계인 친윤계와 중도 확장·지방선거 승리라는 대의 앞에서 일시적으로 휴전한 것 같은 구도를 만들었다. 이를 단순하게 볼 수만은 없다. 장 대표는 지난 17일 경기 고양에서 연탄 배달 봉사활동 이후 기자들을 만나 “국민의힘이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선 방향·보수 가치 재정립 과정이 필요하다”며 “그에 수반돼 많은 의원이 말씀하시는 당명 개정도 필요하다면 함께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명 개정’은 당내 다수를 차지하는 친윤계와의 갈등을 진화하기 위한 승부수가 될 수 있다. 다만 선거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쉽게 장담하기 어렵다. 김민수·장예찬 내세워 한동훈 축출 작전? 개혁신당과 쿠팡 갈등…친윤과 일시 휴전? 개혁신당은 국민의힘 내 이준석계와 구 친윤계의 갈등 끝에 이준석계가 국민의힘을 이탈한 후 창당됐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 출마한 후 각계에서 언급했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끝까지 뿌리친 후 완주했다. 이는 구 친윤계와의 화학적 결합은 창당 배경·당 정체성이란 측면에서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에 진행된 흐름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게이트 연루 가능성이 제기되자, 천 원내대표가 특검 추진 합의를 위해 구 친윤계의 일원이었던 송 원내대표와 손을 맞잡는 그림을 연출했다. 제한적 빅텐트가 구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구도가 ‘화학적 결합’으로 해석된다면, 지난해 2월 이낙연 전 총리와 함께 빅텐트를 치려다가 당원의 강한 항의를 들은 후 무산됐던 것과 같은 사태가 재현될 수도 있다. 이 때문인지 이 대표는 지난 1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는 황 전 대표처럼 굉장히 대통령이 되고 싶어하는 것 같다”며 “장 대표가 주장한 ‘우리가 황교안’이란 구호대로라면, 황 전 대표의 좋은 점·나쁜 점·정치적 진로 및 결과까지 다 답습할 것”이라는 등 선을 그었다. 이 전 대표가 지난 2022년 당원권 정지 6개월을 받은 후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하기까지의 과정은 개혁신당 구성원·지지자들에게 분명하게 각인돼있다. 이들은 국민의힘을 틈을 비집고 들어간 후 언젠가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 친한계는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위기에 처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징계가 막힘없이 흐르는 현 상황대로라면,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한 전 대표가 국민의힘 후보로서 선거에 출마하는 방법이 막힐 위험이 있다. 이렇게 되면 친한계는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한다. 개혁신당과의 갈등은 이로부터 비롯된다. 유권자를 상대로 “한 전 대표와 이 전 대표 중 누가 보수의 젊은 적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어야 한다. 이 전 대표를 제치고 ‘보수의 젊은 적자’라는 명분을 얻어야 장 대표·구 친윤계와의 당내 다툼에서 명분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에 비상이 걸릴 수도 있는 여론조사 수치가 발표됐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는 지난 12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서울시장 선거 양자구도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만약 최근 주목받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오세훈 서울시장과 양자구도를 이루면, 45.2%의 지지를 얻어 38.1%의 지지를 얻은 오 시장을 이길 수도 있단 결과가 확인됐다. 비상 걸린 지방선거 이는 민주당이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고 행정 경험이 풍부한 새로운 후보를 내세우면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을 암시한다. 이는 ▲장 대표 ▲구 친윤계 ▲친한계 ▲개혁신당 등 보수 4자 합종연횡 구도가 더욱 복잡하게 얽히고설킬 가능성도 함께 내포한다. 장 대표에게 사실상 주어진 시한은 연말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 제1심 선고가 진행될 예정인 내년 2월까지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는 등 매듭 짓지 않으면, 지도부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2월 위기설’이 현실화될지도 모른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은 과연 어떤 연말·연초를 맞이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