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솜방망이’ 주류 규제 정책 논란

'캬~’ 소리 뺀다고 안 마실까?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음주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술로 인한 사건사고는 이미 오래 전부터 사회 문제로 지목됐지만 최근 들어서는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질 만큼 그 수위가 높아진 상황이다. 이에 최근 정부가 술에 대한 제재 정책을 내놨다.
 

한국 사회서 술은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실제 한국인의 술에 대한 사랑은 지극한 구석이 있다. 사람들의 기호에 따라 다양한 종류의 술집이 흥망을 거듭하고, 술 관련 문화가 나타났다가 사라진다.

한국인의 1인당 알코올 소비량은 2016년 기준 8.7OECD 평균보다 0.5많다. 2010년 이후 알코올 소비량이 OECD 평균 0.9줄어들 동안 한국은 0.3감소에 그쳤다. 알코올 8.7360소주 115(21도 기준), 500맥주(5도 기준) 348캔에 달하는 양이다.

술의 나라

사람들이 술과 함께 희로애락을 겪는 동안 음주로 인한 폐해가 사회 곳곳에 스며들고 있다. 일단 과한 음주로 인한 건강 문제가 있다. 한국에서는 하루 평균 13명이 술 때문에 숨지는 것으로 파악됐으며 음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10조원에 육박할 정도다.

통계청의 사망원인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알코올성 간 질환 등 알코올 관련 사망자 수는 4809명에 달했다. 연령별 인구 10만명당 알코올로 인한 사망자는 30(2.7)부터 급증해 50(22.8)에 가장 많았다. 1회 평균 음주량이 7(여자는 5) 이상이며, 2회 이상 술을 마시는 성인의 고위험 음주율은 지난해 14.2%로 전년보다 0.4%포인트 증가했다.


대학생 고위험 음주율은 20.2%로 성인보다 높고, 1회 음주량이 10잔 이상인 경우도 38.4%로 성인(15.0%)2.5배나 됐다. 20대 여성의 경우 10명 중 1명이 고위험 음주자였다. 성인의 음주 행태가 전혀 개선되지 않은 상황에 청소년 음주도 증가세인 것이다.

질병관리본부 청소년건강행태 온라인 조사 결과, 술을 마셔서는 안 될 청소년의 처음 음주 연령은 평균 13.3, 최근 30일 동안 1회 이상 술을 마신 적이 있는 사람은 16.9%나 됐다. 이들의 2명 중 1(52.5%)은 위험 음주자(최근 30일 동안 1회 음주량이 소주 5잔 이상)였다.

2015년 건강보험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음주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은 2013년 기준 94524억원으로 흡연(71258억원), 비만(67695억원)보다 많으며 매년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다.

하루 13명 술 때문에 사망
술로 인한 사회 비용 10조

음주는 사회 안전도 위협한다. 최근 가해자가 술을 이유로 처벌을 회피하려는 모습이 언론을 통해 자주 등장하면서 사람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술에 취한 채로 범행을 저질렀을 때 그 당시 상태가 심신미약이었다는 이유로 형벌을 감형해주는 주취감형 제도를 없애달라는 글이 자주 올라오고 있다.

지난달 4일, 경남 거제서 한 남성이 일면식도 없는 여성을 마구잡이로 구타해 숨지게 한 사건이 발생했다. 피해 여성은 키가 132, 몸무게 31으로, 초등학생 체격 정도였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또 가해자가 숨진 피해자를 빤히 보고 있던 모습이 CCTV 영상으로 공개되면서 사회가 발칵 뒤집혔다. 하지만 가해자는 검거 직후부터 술에 취해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


술에 취해 일반인을 때렸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청와대 경호처 직원도 경찰 조사서 술에 취해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한 것으로 드러났다. 아파트 층간소음 민원을 해결해주지 않는다며 70대 경비원을 폭행해 의식 불명 상태에 빠뜨린 40대 남성도 같은 이유를 댔다.
 

피해자의 딸은 청와대 국민청원 글에서 대부분의 가해자는 만취상태였다는 이유를 대며 주취감형을 주장하고 실제 감형되는 사례도 많았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대검찰청 통계를 보면 살인과 강도, 강간 등 강력 범죄의 30% 이상이 음주 상태서 발생했다.

이 같은 사실은 소방청 통계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구급대원 폭행자의 92%가 술에 취한 상태였다. 하지만 성범죄를 제외하면 주취 상태가 감경사유로 작용하는 등 처벌은 미약한 실정이다.

음주운전도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전체 교통사고 중에서 음주운전으로 인한 경우는 9.0%, 사상자는 10.3%에 이른다. 최근 휴가 나왔다가 음주 차량에 치여 억울하게 사망한 윤창호씨 사건도 있었다.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 윤씨의 사연이 알려지면서 음주운전 사고 처벌을 강화하는 윤창호법이 발의됐다. 이 과정서 법안을 대표 발의한 민주평화당 이용주 의원이 음주운전으로 적발돼 거센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음주 폐해가 심각한 수준에 다다르자 정부는 규제의 칼을 빼들었다.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는 지난 13음주조장환경 개선을 위한 제도 마련 절주 실천을 위한 지원 환경 조성 알코올 중독자 치료재활서비스 강화 음주폐해 인프라 강화 등의 음주폐해예방 실행 계획을 발표했다

앞으로 공공기관, 의료기관, 아동청소년시설 등은 금주구역으로 지정된다. 복지부에 따르면 공공장소 음주로 인한 피해 경험이 많고 음주 제한성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는 높은 상태다. 주류 광고에 대한 규제도 강화되는데 더 이상 광고서 술을 마시는 장면이나 소리는 찾아볼 수 없을 전망이다.

복지부 “음주 폐해 잡겠다 ”
가격 정책은 빠져 있어

현재 주류 용기에만 표시하게 돼있는 알코올은 발암물질로 지나친 음주는 간암, 위암 등을 일으킵니다등 과음 경고 문구를 광고에도 직접 표기하도록 했다. 복지부는 내년부터 법 개정을 추진해 이르면 2020년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주류광고를 위반했을 때 법적 제재 또한 현행 벌금 100만원서 담배광고 수준인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강화한다.

국민들의 음주 행태를 바꾸기 위한 절주 권고안도 개발해 보급할 예정이다. 소주맥주를 기준으로 술 한 잔에 담긴 술 알코올 함량 7g표준잔으로 제시하고 하루 7잔 이상, 1주일 14잔 이상 고위험 음주 기준을 중심으로 절주 권고안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이번 실행계획은 지난 928일 세계보건기구(WHO)가 음주폐해 예방과 감소를 위해 권고한 ‘WHO 음주 폐해예방 세계전략(SAFER)’과 맞닿아 있다. SAFER는 주류 이용 가능성 제한, 음주운전 방지수단 강화, 음주치료 접근성 확대, 주류 광고 및 후원 금지, 세금 및 가격정책 등을 통한 주류 가격 인상 등이 골자다.


일각에선 복지부의 이번 정책이 미비한 효과에 그칠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특히 가격 정책이 포함되지 않은 점을 들어 근본적인 대책이 아니라는 비판도 나왔다. 복지부는 향후 필요성이 판단되면 가격 정책을 고려해보겠다는 입장이다.

흡연율을 낮추기 위해 가격을 올리고 담뱃갑에 경고 그림을 넣는 등 가격 정책과 비가격 정책을 연달아 사용한 담배와 대조되는 대목이다.

담배처럼?

실제 지난 12일 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가 발표한 ‘2017년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19세 이상 남성흡연율은 38.1%로 조사 시작 이래 가장 낮게 나타났다. 가격이 대폭 올랐던 201539.4%보다도 내려간 수치다. 복지부는 지난해부터 실질적으로 시행한 흡연경고 그림 등이 효과를 발휘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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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