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솜방망이’ 주류 규제 정책 논란

'캬~’ 소리 뺀다고 안 마실까?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음주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술로 인한 사건사고는 이미 오래 전부터 사회 문제로 지목됐지만 최근 들어서는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질 만큼 그 수위가 높아진 상황이다. 이에 최근 정부가 술에 대한 제재 정책을 내놨다.
 

한국 사회서 술은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실제 한국인의 술에 대한 사랑은 지극한 구석이 있다. 사람들의 기호에 따라 다양한 종류의 술집이 흥망을 거듭하고, 술 관련 문화가 나타났다가 사라진다.

한국인의 1인당 알코올 소비량은 2016년 기준 8.7OECD 평균보다 0.5많다. 2010년 이후 알코올 소비량이 OECD 평균 0.9줄어들 동안 한국은 0.3감소에 그쳤다. 알코올 8.7360소주 115(21도 기준), 500맥주(5도 기준) 348캔에 달하는 양이다.

술의 나라

사람들이 술과 함께 희로애락을 겪는 동안 음주로 인한 폐해가 사회 곳곳에 스며들고 있다. 일단 과한 음주로 인한 건강 문제가 있다. 한국에서는 하루 평균 13명이 술 때문에 숨지는 것으로 파악됐으며 음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10조원에 육박할 정도다.

통계청의 사망원인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알코올성 간 질환 등 알코올 관련 사망자 수는 4809명에 달했다. 연령별 인구 10만명당 알코올로 인한 사망자는 30(2.7)부터 급증해 50(22.8)에 가장 많았다. 1회 평균 음주량이 7(여자는 5) 이상이며, 2회 이상 술을 마시는 성인의 고위험 음주율은 지난해 14.2%로 전년보다 0.4%포인트 증가했다.


대학생 고위험 음주율은 20.2%로 성인보다 높고, 1회 음주량이 10잔 이상인 경우도 38.4%로 성인(15.0%)2.5배나 됐다. 20대 여성의 경우 10명 중 1명이 고위험 음주자였다. 성인의 음주 행태가 전혀 개선되지 않은 상황에 청소년 음주도 증가세인 것이다.

질병관리본부 청소년건강행태 온라인 조사 결과, 술을 마셔서는 안 될 청소년의 처음 음주 연령은 평균 13.3, 최근 30일 동안 1회 이상 술을 마신 적이 있는 사람은 16.9%나 됐다. 이들의 2명 중 1(52.5%)은 위험 음주자(최근 30일 동안 1회 음주량이 소주 5잔 이상)였다.

2015년 건강보험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음주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은 2013년 기준 94524억원으로 흡연(71258억원), 비만(67695억원)보다 많으며 매년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다.

하루 13명 술 때문에 사망
술로 인한 사회 비용 10조

음주는 사회 안전도 위협한다. 최근 가해자가 술을 이유로 처벌을 회피하려는 모습이 언론을 통해 자주 등장하면서 사람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술에 취한 채로 범행을 저질렀을 때 그 당시 상태가 심신미약이었다는 이유로 형벌을 감형해주는 주취감형 제도를 없애달라는 글이 자주 올라오고 있다.

지난달 4일, 경남 거제서 한 남성이 일면식도 없는 여성을 마구잡이로 구타해 숨지게 한 사건이 발생했다. 피해 여성은 키가 132, 몸무게 31으로, 초등학생 체격 정도였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또 가해자가 숨진 피해자를 빤히 보고 있던 모습이 CCTV 영상으로 공개되면서 사회가 발칵 뒤집혔다. 하지만 가해자는 검거 직후부터 술에 취해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


술에 취해 일반인을 때렸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청와대 경호처 직원도 경찰 조사서 술에 취해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한 것으로 드러났다. 아파트 층간소음 민원을 해결해주지 않는다며 70대 경비원을 폭행해 의식 불명 상태에 빠뜨린 40대 남성도 같은 이유를 댔다.
 

피해자의 딸은 청와대 국민청원 글에서 대부분의 가해자는 만취상태였다는 이유를 대며 주취감형을 주장하고 실제 감형되는 사례도 많았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대검찰청 통계를 보면 살인과 강도, 강간 등 강력 범죄의 30% 이상이 음주 상태서 발생했다.

이 같은 사실은 소방청 통계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구급대원 폭행자의 92%가 술에 취한 상태였다. 하지만 성범죄를 제외하면 주취 상태가 감경사유로 작용하는 등 처벌은 미약한 실정이다.

음주운전도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전체 교통사고 중에서 음주운전으로 인한 경우는 9.0%, 사상자는 10.3%에 이른다. 최근 휴가 나왔다가 음주 차량에 치여 억울하게 사망한 윤창호씨 사건도 있었다.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 윤씨의 사연이 알려지면서 음주운전 사고 처벌을 강화하는 윤창호법이 발의됐다. 이 과정서 법안을 대표 발의한 민주평화당 이용주 의원이 음주운전으로 적발돼 거센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음주 폐해가 심각한 수준에 다다르자 정부는 규제의 칼을 빼들었다.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는 지난 13음주조장환경 개선을 위한 제도 마련 절주 실천을 위한 지원 환경 조성 알코올 중독자 치료재활서비스 강화 음주폐해 인프라 강화 등의 음주폐해예방 실행 계획을 발표했다

앞으로 공공기관, 의료기관, 아동청소년시설 등은 금주구역으로 지정된다. 복지부에 따르면 공공장소 음주로 인한 피해 경험이 많고 음주 제한성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는 높은 상태다. 주류 광고에 대한 규제도 강화되는데 더 이상 광고서 술을 마시는 장면이나 소리는 찾아볼 수 없을 전망이다.

복지부 “음주 폐해 잡겠다 ”
가격 정책은 빠져 있어

현재 주류 용기에만 표시하게 돼있는 알코올은 발암물질로 지나친 음주는 간암, 위암 등을 일으킵니다등 과음 경고 문구를 광고에도 직접 표기하도록 했다. 복지부는 내년부터 법 개정을 추진해 이르면 2020년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주류광고를 위반했을 때 법적 제재 또한 현행 벌금 100만원서 담배광고 수준인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강화한다.

국민들의 음주 행태를 바꾸기 위한 절주 권고안도 개발해 보급할 예정이다. 소주맥주를 기준으로 술 한 잔에 담긴 술 알코올 함량 7g표준잔으로 제시하고 하루 7잔 이상, 1주일 14잔 이상 고위험 음주 기준을 중심으로 절주 권고안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이번 실행계획은 지난 928일 세계보건기구(WHO)가 음주폐해 예방과 감소를 위해 권고한 ‘WHO 음주 폐해예방 세계전략(SAFER)’과 맞닿아 있다. SAFER는 주류 이용 가능성 제한, 음주운전 방지수단 강화, 음주치료 접근성 확대, 주류 광고 및 후원 금지, 세금 및 가격정책 등을 통한 주류 가격 인상 등이 골자다.


일각에선 복지부의 이번 정책이 미비한 효과에 그칠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특히 가격 정책이 포함되지 않은 점을 들어 근본적인 대책이 아니라는 비판도 나왔다. 복지부는 향후 필요성이 판단되면 가격 정책을 고려해보겠다는 입장이다.

흡연율을 낮추기 위해 가격을 올리고 담뱃갑에 경고 그림을 넣는 등 가격 정책과 비가격 정책을 연달아 사용한 담배와 대조되는 대목이다.

담배처럼?

실제 지난 12일 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가 발표한 ‘2017년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19세 이상 남성흡연율은 38.1%로 조사 시작 이래 가장 낮게 나타났다. 가격이 대폭 올랐던 201539.4%보다도 내려간 수치다. 복지부는 지난해부터 실질적으로 시행한 흡연경고 그림 등이 효과를 발휘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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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