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책방 ③강원 원주시 일대

오붓한 산방에서 즐기는 가을 사색

▲ 원주시 흥업면 대안리 산골에 터를 잡은 터득골북샵 전경

원주의 책방은 오붓하다. 작은 서점이 산골에, 골목 뒤쪽에 한적하게 둥지를 틀었다. 책방 주인의 정성이 담긴 책이 소박한 책꽂이를 채우고, 커피 향 그윽한 나무 탁자가 온기를 전한다. 터득골북샵, 스몰굿씽, 책방 틔움 등이 원주에서 만나는 작은 책방이다.
 

▲ 터득골북샵의 주인 이효담 작가

 ‘터득골북샵’은 산골에 터를 잡았다. 흥업면 대안리의 옛 지명이 터득골이다. 출판 기획자와 동화 작가 출신 주인 내외가 터득골에 정착한 지 10년이 넘었고, 2년 전에 문을 연 산골 책방은 도심을 벗어난 작은 쉼터로 자리매김했다. 찾아가는 길은 녹록지 않다. 시골길을 따라 굽이굽이 달린 뒤 비탈로 접어들어야 한다. 터득골북샵은 숲속 산채 같은 투박한 외관으로 외지인을 반긴다.

텃밭을 지나 올라서면 햇볕에 기대 책을 볼 수 있는 야외 공간이 나오고, 그윽한 나무 향 너머 책방으로 이어진다.
 

▲ 따뜻함이 느껴지는 내부와 서가

터득골북샵은 ‘마음과 닿는 책’을 지향한다. 명상, 자연 등 마음과 삶을 다독이는 책을 주제로 삼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그림책도 있다. 시중에 회자되는 베스트셀러 대신 책방 주인이 엄선한 책이 따뜻하게 서가를 채운다.

자연과 함께

차와 음식을 맛보는 공간은 아늑하다. 브런치 샌드위치에 곁들이는 샐러드는 직접 재배한 채소를 사용하며, 드립 커피와 북인도 차이티, 오미자차도 향기를 더한다. 책방 가옥뿐 아니라 나무 탁자, 음식을 내는 그릇, 담에 걸린 새집 등에도 주인 내외의 지인인 예술가의 손길이 서렸다.
 

▲ 그릇 장식 하나에도 예술미가 풍긴다.

터득골북샵에서는 북 스테이가 가능하다. 숲과 자연서 책 향을 맡으며 여유롭게 가을밤을 즐기기 좋다. 책방서 산길로 연결되는 뒤쪽에는 작은 공연장이 있으며, 책과 예술을 테마로 숲속 강좌와 캠프가 열린다. 서점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7시까지 문을 열며, 월·화요일에 쉰다.

 

▲ 책의 향기와 더불어 하룻밤 머물 수 있다.

판부면 매봉길에 자리한 ‘스몰굿씽’은 작지만 의미 있는 공간을 지향한다. 서점 이름은 레이먼드 카버의 소설집 <대성당>에 실린 단편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A Small Good Thing)〉서 따왔다. 이곳은 책을 사랑하는 사람의 작은 쉼터를 꿈꾼다.
 

▲ 마당과 어우러진 스몰굿씽의 외관이 살갑다.

도심 변두리에 들어선 서점은 외관부터 살갑다. 뒷골목 3층 가옥에 낙엽이 내려앉은 마당이 있고, 골든리트리버 ‘감자’가 담장을 지킨다. 마당을 가로질러 나무 문을 슬며시 열면 스몰굿씽이다. 주인은 원래 회계사였다.

한때 귀농을 꿈꾸다 원주에 정착했고, 책이 좋아 출판사에서 아르바이트하던 기억을 되살려 3년 전에 서점을 열었다.
 

▲ 붉은 벽돌이 드러난 서가와 아늑한 내부

서점은 빈티지한 북카페 형식을 띤다. 한쪽에 긴 탁자가 있고, 오래된 책상과 의자가 책꽂이를 바라보며 성기게 놓였다. 책과 바가 어우러진 공간에서는 주인장이 직접 내린 드립 커피와 홍차를 맛볼 수 있다. 붉은 벽돌이 드러난 서가에 꽂힌 책은 1000종이 넘는다. 오픈 초기에는 독립 서적을 다뤘지만, 최근에는 취향에 따라 가볍게 읽을 만한 책을 갖췄다.

스몰굿씽에서는 책 애호가를 대상으로 작지만 의미 있는 활동도 한다. 드로잉 작가와 만남, 글쓰기 워크숍 같은 프로그램을 꾸준히 진행한다. 서점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9시까지 문을 열며, 화요일에 쉰다.
 

▲ 붉은 벽돌이 드러난 서가와 아늑한 내부

다양한 독립 출판물을 만나려면 ‘책방 틔움’으로 발길을 옮긴다. 원주역 인근에 자리한 서점은 소장한 책 95% 이상이 독립 서적이다. 손님 역시 홀로 책을 출판하려는 예비 작가와 동네 책방에 흥미를 느끼는 청년 애호가다. 인터넷 서점과 대형 서점에서는 보기 힘든 독립 서적이 대부분이며, 카페로 사용되던 공간을 개조해 지난 1월에 독립 서적 전문 책방으로 문을 열었다.


산골 골목 뒤쪽, 한적한 작은 서점들
소박하고 다양한 책, 그윽한 커피 향

수익금은 지역 청소년을 위한 지원금으로 활용된다. 책방 틔움이 위치한 학성동 일대는 원주 구도심으로, 빈집이 많고 도심 재생의 수순을 밟는 지역이다.
 

▲ 책과 바가 어우러진 스몰굿씽의 카페 공간

책방 틔움의 책은 스펙트럼이 넓다. 여행기와 에세이를 포함해 사랑, 이별, 병상 일기 등 다양한 소재를 담는다. 한 달에 한 번 꼴로 독립 출판물 관련 모임을 마련하고, 초보 작가와 디자이너가 품앗이로 작업하기도 한다. 서점에 붙은 엽서에는 책 쓰기에 입문한 작가의 감사 인사가 빼곡하다.
 

▲ 사랑, 이별, 병상 일기 등 다양한 소재를 담은 독립 서적 전문 책방이다.

매달 마지막 금요일 밤은 책방 틔움의 흥미진진한 시간이다. 책, 인문학 등 다양한 주제로 심야책방을 연다. 11월에는 ‘술의 인문학’을 테마로 술 토크를 진행할 예정이다. 책방에서는 이 지역 유자로 만든 유자차, 식혜 외에도 동네 한의사가 추천하는 쌍화차, 공정 무역 커피 등을 제공한다.

서점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까지 문을 연다.
 

▲ 매달 마지막 금요일에 열리는 심야책방 포스터

문향 원주 나들이는 곳곳에 있는 예술 공간이 운치를 더한다. 박경리문학공원은 가을 산책로 따라 박경리 선생의 유작과 옛집을 만나는 곳이다. 선생은 소설 <토지> 4~5부를 이곳 단구동 자택서 집필했다.

선생이 직접 가꾸던 텃밭, 고양이와 함께한 조각상에 기대 한가로운 오후를 보내기 좋다.
 

▲ 박경리문학공원에서 만나는 박경리 선생의 옛집과 조각상

원주 반곡역사(등록문화재 165호)는 작은 갤러리로 단장한 간이역 역사이자, 근대 문화유산이다. 1940년대 초에 지은 역사는 일제강점기부터 한국전쟁까지 아픈 역사를 겪었지만, 2009년에 실내와 마당을 회화 작품과 조각, 사진을 전시한 갤러리로 꾸몄다.

중앙선 개량 구간이 개통되면 반곡역은 기차가 서지 않는 추억의 간이역으로 남는다.
 

▲ 작은 갤러리로 꾸민 원주 구 반곡역사 내부

뮤지엄 산은 원주를 상징하는 대표 예술 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안도 타다오와 제임스 터렐의 작품이 한국의 가을 하늘과 어울려 멋스럽다. ‘한국 관광 100선’에 든 뮤지엄 산은 물 위에 떠 있는 듯한 워터가든, 국내 최초의 종이 전문 박물관 페이퍼갤러리 등이 인상적이다.
 

▲ 원주를 상징하는 대표 예술 공간, 뮤지엄 산의 야외 테라스

원주의 상징 ‘뮤지엄 산’

뮤지엄 산에서 나서는 길은 원주의 새 명소인 소금산출렁다리로 이어진다. 원주소금산출렁다리는 국내서 가장 긴(200m) 산악 보도교로, 100m 높이서 섬강 지류가 아찔하게 내려다보인다. 출렁다리 입장료는 유료(3000원, 2000원은 원주사랑상품권으로 반환)로 전환됐으며, 다리 건너 소금산 정상까지 가을 산행도 즐길 수 있다.
 

▲ 원주소금산출렁다리는 국내에서 가장 긴 산악 보도교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터득골북샵→스몰굿씽→박경리문학공원→책방 틔움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터득골북샵→스몰굿씽→박경리문학공원→책방 틔움 
둘째 날: 스몰굿씽→미로예술원주중앙시장→뮤지엄 산→원주소금산출렁다리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원주시 문화관광 http://tourism.wonju.go.kr
- 터득골북샵 http://blog.naver.com/borrysim25
- 스몰굿씽 http://smallgoodthing.blog.me
- 뮤지엄 산 www.museumsan.org
- 박경리문학공원 http://tojipark.wonju.go.kr  

문의 전화
- 원주시청 관광과 033)737-5133
- 터득골북샵 033)762-7140
- 스몰굿씽 070-8881-7601
- 책방 틔움 033)743-5564
- 박경리문학공원 033)762-6843
- 뮤지엄 산 033)730-9000
- 원주소금산출렁다리 033)731-4088

대중교통 정보
기차: 청량리역-원주역, 무궁화호 하루 15회(06:40~23:20) 운행, 1시간~1시간20분 소요. 
*문의: 레츠코레일 1544-7788, www.letskorail.com, 
버스: 서울-원주,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10~30분 간격(06:10~22:25) 운행, 약 1시간30분 소요. 
*문의: 동서울종합터미널 1688-5979 시외버스통합예매시스템  https:// txbus.t-money.co.kr   


자가운전
광주원주고속도로→중앙고속도로→남원주 IC→둔전길→터득골북샵

숙박 정보  
- 베니키아호텔비즈인: 원주시 만대로, 033)748-0100, www.biz-inn.co.kr
- 호텔K: 원주시 시청로, 033)812-3000, https://hotelk.modoo.a
- 한솔오크밸리리조트: 지정면 오크밸리2길, 033)730-3500, www.oakvalley.co.kr
- 백운산자연휴양림: 판부면 백운산길, 033)766-1063, www.huyang.go.kr

식당 정보
- 치악산묵집(묵밥·콩탕): 원주시 계륜1길, 033)734-7013
- 원주복추어탕(추어탕): 원주시 치악로, 033)762-7989
- 운채(뽕잎황태밥): 원주시 고문골길, 033) 747-1993
- 회촌농가맛집토요(보쌈정식): 흥업면 매지회촌길, 033)763-2923

주변 볼거리
미로예술원주중앙시장, 구룡사, 원주한지테마파크, 원주 거돈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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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세 뒤집기’ 총선 막판 변수들

‘판세 뒤집기’ 총선 막판 변수들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여길 봐도, 저길 봐도 상대 당을 헐뜯는 내용뿐이다. 우리 당이 네 당보다 낫다는 말만 한다. 그러나 여야 모두 판도가 뒤집힐 이슈가 상당하다. 제 아무리 공천을 잘했다고 서로 외쳐도 결국에는 조금이라도 리스크를 줄이는 쪽이 승리를 가져가게 된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내 편 지키기 싸움판이 된 총선이다. 변수가 너무나도 많다. 여야의 모든 공천 작업이 마무리되면서 본격적인 선거전에 돌입했다. 국민의힘은 4·10 총선을 안정적으로 치르기 위한 방안으로 경력직, 원조 친윤(친 윤석열)으로 공천을 마무리했고,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친명(친 이재명)을 전면에 내세우며, 비명(비 이재명)을 대거 공천서 배제해 버렸다. 시작부터 당내 잡음이 상당하다. 이런 탓에 더 큰 변수가 발생하는 측에서는 총선 패배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연장전 전초전 국민의힘은 공천을 “조용히 마쳤다”고 자평했지만, 뒤늦게 곳곳에서 잡음이 터져 나왔다. 반면 민주당은 스스로 ‘혁신’이 있었던 공천이라고 평가했다. 민주당 역시 여전히 분란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공천을 두고서는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서로를 향해 ‘패륜 공천’이라고 명명하며 네거티브전이 시작됐다. 본격적으로 서로를 공격하는 모습은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점점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지지율은 국민의힘이 민주당에 오차범위 내 다소 앞서는 형국이지만 곳곳에 여러 변수가 자리잡고 있다. 국민의힘은 ▲김건희 여사 ▲다시 돌아온 탄핵의 강 ▲정권심판론 ▲부동층 확장 ▲서울 후보의 경쟁력이 넘어야 할 산이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 으로 지지율 상승을 꿈꿨으나 자신들이 원하는 만큼의 상승을 이뤄내진 못했다. 일각에서는 한 비대위원장의 효과가 한계를 맞이한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낸다.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반윤(반 윤석열)’을 노리는 세력이 포위망을 좁히고 있고, 국민의힘도 이에 따라 상승과 하락을 반복 중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지지율의 흐름이 엇비슷해졌다는 뜻이다. 민주당은 이 틈에 이·채·양·명·주(이태원 참사·채 상병 사망 수사 외압 의혹·서울양평고속도로 의혹·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를 언급하며 앞으로 띄울 국민의힘 리스크의 기틀을 마련했다. 한 비대위원장이 다가올 변수들을 통제하지 못한다면 상황이 어려워진다. 우선 ‘김 여사 리스크’라는 변수다. 김 여사의 리스크는 크게 3가지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김 여사 일가의 서울양평고속도로 특혜 논란, 명품백 수수 의혹이 대표적이다. 민주당은 선거에 앞서 지난 5일, 더 센 특검법을 발의했다. 총선을 노린 행보인 셈이다. 최근 재발의 된 김 여사 특검법은 지난달 본회의 재표결이 이뤄진 뒤 폐기된 기존 특검법에 더해 민간인 대통령 순방 동행 의혹과 명품백 수수 의혹, 서울양평고속도로 김 여사 일가 특혜 의혹 등이 추가된 법안이다. 국힘, 김건희·심판론 극복 관건 다시 ‘탄핵의 강’ 역행 자제해야 민주당은 이번 총선서 한 비대위원장을 직접적으로 공격하기 보다는 윤 대통령과 김 여사를 향해 맹공을 퍼부어 자신들이 주장하는 정권심판론을 대표적인 선거 전략으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김 여사의 공식 행보가 멈춘지도 많은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해당 의혹에 관한 윤 대통령의 제대로 된 사과는 없었다. 사과를 할 경우 잘못을 인정하는 꼴이 돼 민주당서 더욱 강한 공격이 들어올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민주당은 여전히 김 여사 리스크를 부각시킨다. 민주당 공격이 거세지만 국민의힘으로서는 달리 막을 방법이 없다. 이미 명품백 수수 의혹으로 당과 대통령실이 충돌을 빚었었다. 이는 국민의힘서 현역 의원이 대거 생존한 이유와도 같다. 내부적으로도 쌍특검 재표결로 인한 이탈표가 발생해 현역 의원의 대거 이탈을 우려했었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김 여사는 민주당의 공격거리다. 어떻게든 민주당은 윤 대통령과 김 여사 부부를 심판해야 할 대상으로 분류해 선거전서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김 여사와 더불어 국민의힘은 과거로 회귀하는 움직임이 엿보인다. 바로 박근혜 전 대통령의 그림자가 아른거리기 때문이다. 그동안 국민의힘은 보수층의 지지율이 하락할 때마다 박 전 대통령에게 빚져왔다. 그 빚을 갚기 위해 국민의힘은 박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유영하 변호사를 공천했고, 변호인을 맡았던 도태우 변호사도 이름을 올렸다. 유 변호사의 경우 공천을 받는 데 큰 이견이 없었다. 다만 문제는 도 변호사에게서 생겼다. 도 변호사는 과거 자신의 유튜브 방송서 “5·18이 북한과 무관하면 검증에 당당해야 한다”고 발언한 바 있다. 이와 함께 북한 개입설을 주장해 왔다. 논란이 일자 국민의힘은 다급하게 재검토를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가 결국 공천을 취소했다. 서로 향해 “패륜 공천” 조지연 전 행정관도 친윤 대신 ‘친박(친 박근혜)’을 주로 띄운다. 조 전 행정관은 박 전 대통령의 후보시절 청년보좌역을 맡았고, 이후 박근혜정부 청와대서 4년을 보냈다. 이를 두고 당내에서는 경계하는 분위기도 있다. 여전히 탄핵의 강을 건너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 때문이다. 대구·경북(TK)에서는 박 전 대통령 마케팅이 유리할지 모르나, 전국적으로 확대되는 순간 국민의힘에게는 또 다른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는 탓이다. 보수가 결집해도 모자랄 판에 다시 현 보수 세력과 과거의 보수 세력이 갈라질 우려에서다. 박 전 대통령 역시 특별한 메시지를 내지 않고 잠잠한 상태다. 여기에 더해 민주당은 정권심판론을 극대화하는 추세다. 총선을 목전에 두고 정권심판론이 확대되면 불리한 쪽은 단연 국민의힘이다. 사실 얼마 전까지는 정권심판론이 약화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그러나 최근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호주 대사 임명이 뇌관이 됐다. 그러자 다시금 정권심판론이 힘을 받는 모양새다. 현재 이 전 장관은 출국금지돼있으나, 호주대사로 임명받은 뒤 법무부로부터 출국금지 해제를 받고 호주로 떠났다. 현재 민주당은 이종섭 특검법까지 발의하면서 윤정부와 여당을 옥죄고 있다. 국민의힘은 최대한 언급을 자제하는 분위기 속에서도 민주당이 특검을 남발하고, 해당 특검법이 총선용 악법이라는 지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 전 장관의 호주 출국이 정당하다는 이유를 설명하지 못하는 중이다. 이 밖에도 민주당은 다양한 정권심판론 키워드를 꺼내들 것으로 보인다. 이미 민주당 이 대표는 전국을 순회하며 일찌감치 정권심판론에 열을 올리는 발언들을 쏟아냈다. 여론이 악화되자, 국민의힘은 결국 귀국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이 정권심판론을 되치기하려면 정부와 여당이 어떤 일을 도모하고 있는지, 성과는 무엇인지를 보여줘야 한다. 단순히 민주당의 네거티브에 휩쓸려 상대 당을 똑같이 비방하는 일에만 혈안이 되면 불리하다. 일을 하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그래야 부동층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 김 여사 가려야 한 비대위원장의 인기와 몸값은 많이 올랐다. 다만 보수층에 국한된 지지라는 게 국민의힘이 극복해야할 과제다. 지난 대선 역시 부동층의 표심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결과가 갈렸다. 적은 표차라도 부동층의 마음을 움직여야만 승산이 있는 선거다. 서울 후보의 경쟁력도 걱정거리다. 서울은 민주당이 21대 총선서 41석을 차지했던 반면, 국민의힘은 본래 보수 텃밭인 지역을 지켜 내기에 급급했다. 몇몇 중진급 의원이 서울로 넘어와 선거를 치르지만, 이는 대부분 국민의힘 험지다. 또 서울권에 공천이 된 인물들 역시 대부분 과거 민주당 후보에 패배한 이력이 있다. 따라서 국민의힘은 후보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서울권에서 선거 활동을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국민의힘의 변수만 큰 게 아니다. 민주당에게도 여러 리스크가 산적해 있다. 가장 큰 위험은 민주당 이 대표의 리스크다. 이 대표는 대선후보 시절부터 시작해 지금껏 수많은 위기를 겪어왔다. 헌정 사상 최초로 체포동의안이 가결되기도 했다. 이 대표는 ▲대장동·백현동 리스크 ▲계파 갈등 ▲야당심판론 ▲배우자 김혜경씨의 법인카드 논란 등이 있다. 국민의힘은 이 지점을 끝까지 파고들 것으로 보인다. 얼마전 백현동 개발비리 로비스트인 김인섭 한국아우징기술 전 대표가 1심서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된 민주당 정진상 전 정무조정실장이 연루된 정황이 인정됐다는 게 컸다. 더욱이 백현동 의혹에 관한 첫 판결이 내려진 상황이라 이목이 쏠린다. 현재 이 대표 역시 기소된 상황이다. 본격적인 선거전이 펼쳐질 상황서 이 대표는 공교롭게 선대위 출범식 날에 재판 날짜가 잡혔다. 이달에도 이 대표에게는 여러 재판이 줄서서 대기 중이다. 민주, 당 대표 리스크에 계파 갈등 제3지대 총선서 판도 흔들 존재로 이달 19일에는 서울 중앙지법서 대장동·위례·백현동 사건·성남FC 재판에 출석해야 하고, 18일에는 위증교사 사건, 22일에는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당내에서는 이런 상황을 두고, 선거 지휘가 제대로 이뤄지겠냐는 반응이 나온다. 사법 리스크는 민주당을 갈라지게 했다. 본래 친명과 비명 간의 계파 갈등이 심했지만, 이 대표의 리스크를 극복하지 못하고 민주당은 고통의 시간을 겪었다. 여기에 더해 계파 간 갈등은 민주당을 더욱 갈라놓았다. 공천에 있어서 ‘비명횡사’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민주당은 공천서 극심한 갈등을 겪었다. 친문 세력이었던 이들은 하나 둘 민주당을 탈당하기 시작했고, 더 이상 하나의 민주당으로 선거를 치르기는 어렵게 됐다. 쪼개짐으로써 인해 정권심판론의 의미를 퇴색시킨 꼴이다. 여기에 더해 최근 국민의힘은 야당심판론이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보통 총선은 현 정부가 못했기 때문에 야당서 정권 심판을 자주 띄운다. 그러나 민주당의 상황도 이에 못지않게 엉망이다. 다수당인데도 불구하고, 당 대표의 리스크와 계파 간 갈등으로 회기 동안 리스크 방어에만 치중한 측면이 있다. 야당심판론은 부동층의 표심을 호소할 수 있는 지점이다. 민주당은 현재 의석수를 지키지 못한다면 이긴 선거라고 볼 수 없다. 현실적으로 민주당이 선거서 밀렸다는 것을 증명해주는 부분이다. 여기에 더해 친문 세력이 과연 이 대표를 도울지가 관건이다. 국민의힘에게 박 전 대통령이 있다면, 민주당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있다. 문 전 대통령이 지지를 표하는 방향에 따라, 선거구도가 요동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 탈당파들은 이 대표를 향해 적극적인 공격성을 띤다. 새로운미래 소속 인물들은 ‘가짜 민주당’이라는 프레임을 민주당에 씌우기 시작했다. 이 밖에 제3지대의 부상은 여야 모두에게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제3지대는 국민의힘과 민주당을 모두 타격하면서 존재감을 높이기 위해 시도 중이다. 최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신당인 조국개혁당의 존재감이 날로 커지고 있다. 조국개혁당은 비례대표 입성을 목표로 결성됐는데, ‘검찰정권 심판’이라는 키워드를 내걸고 총선 판도에 불을 지폈다. 당초 정치권이 예상했던 것보다 파급력이 더욱 커진 셈이다. 결국 앞으로의 선거전은 양당이 ‘네거티브’ 위주로 선거 전략을 짤 것으로 보인다. 리스크가 조금이라도 더 부각되는 측이 패배할 것으로 전망된다. 당 대표 리스크 이와 관련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양당 모두 리스크가 적지 않다. 여야 모두 중도층을 노리는 선거전략을 우선적으로 적용하겠지만, 결국 조직의 결집도 중요하다”며 “변수가 들쑥날쑥한 상황서 조금이라도 리스크가 부각된다면 조직 결집도 역시 낮아질 수 있다. 이는 총선 패배로 이어질 수 있어 보인다”고 전망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향후 총선 일정은? 여야의 공천이 마무리되면서 이제는 본격적인 선거전이 시작된다. 이달 21일부터 22일까지는 후보자 등록 신청이 이뤄진다. 이후 이달 27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총 6일 간 재외투표가 진행된다. 27일에는 후보들이 선거 벽보를 제출해야 하고, 다음 날인 28일부터 선거 하루 전인 다음 달 9일까지는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 다음 달 5일부터 6일까지는 사전투표가 이뤄진다. <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