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책방 ③강원 원주시 일대

오붓한 산방에서 즐기는 가을 사색

▲ 원주시 흥업면 대안리 산골에 터를 잡은 터득골북샵 전경

원주의 책방은 오붓하다. 작은 서점이 산골에, 골목 뒤쪽에 한적하게 둥지를 틀었다. 책방 주인의 정성이 담긴 책이 소박한 책꽂이를 채우고, 커피 향 그윽한 나무 탁자가 온기를 전한다. 터득골북샵, 스몰굿씽, 책방 틔움 등이 원주에서 만나는 작은 책방이다.
 

▲ 터득골북샵의 주인 이효담 작가

 ‘터득골북샵’은 산골에 터를 잡았다. 흥업면 대안리의 옛 지명이 터득골이다. 출판 기획자와 동화 작가 출신 주인 내외가 터득골에 정착한 지 10년이 넘었고, 2년 전에 문을 연 산골 책방은 도심을 벗어난 작은 쉼터로 자리매김했다. 찾아가는 길은 녹록지 않다. 시골길을 따라 굽이굽이 달린 뒤 비탈로 접어들어야 한다. 터득골북샵은 숲속 산채 같은 투박한 외관으로 외지인을 반긴다.

텃밭을 지나 올라서면 햇볕에 기대 책을 볼 수 있는 야외 공간이 나오고, 그윽한 나무 향 너머 책방으로 이어진다.
 

▲ 따뜻함이 느껴지는 내부와 서가

터득골북샵은 ‘마음과 닿는 책’을 지향한다. 명상, 자연 등 마음과 삶을 다독이는 책을 주제로 삼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그림책도 있다. 시중에 회자되는 베스트셀러 대신 책방 주인이 엄선한 책이 따뜻하게 서가를 채운다.

자연과 함께

차와 음식을 맛보는 공간은 아늑하다. 브런치 샌드위치에 곁들이는 샐러드는 직접 재배한 채소를 사용하며, 드립 커피와 북인도 차이티, 오미자차도 향기를 더한다. 책방 가옥뿐 아니라 나무 탁자, 음식을 내는 그릇, 담에 걸린 새집 등에도 주인 내외의 지인인 예술가의 손길이 서렸다.
 

▲ 그릇 장식 하나에도 예술미가 풍긴다.

터득골북샵에서는 북 스테이가 가능하다. 숲과 자연서 책 향을 맡으며 여유롭게 가을밤을 즐기기 좋다. 책방서 산길로 연결되는 뒤쪽에는 작은 공연장이 있으며, 책과 예술을 테마로 숲속 강좌와 캠프가 열린다. 서점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7시까지 문을 열며, 월·화요일에 쉰다.

 

▲ 책의 향기와 더불어 하룻밤 머물 수 있다.

판부면 매봉길에 자리한 ‘스몰굿씽’은 작지만 의미 있는 공간을 지향한다. 서점 이름은 레이먼드 카버의 소설집 <대성당>에 실린 단편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A Small Good Thing)〉서 따왔다. 이곳은 책을 사랑하는 사람의 작은 쉼터를 꿈꾼다.
 

▲ 마당과 어우러진 스몰굿씽의 외관이 살갑다.

도심 변두리에 들어선 서점은 외관부터 살갑다. 뒷골목 3층 가옥에 낙엽이 내려앉은 마당이 있고, 골든리트리버 ‘감자’가 담장을 지킨다. 마당을 가로질러 나무 문을 슬며시 열면 스몰굿씽이다. 주인은 원래 회계사였다.

한때 귀농을 꿈꾸다 원주에 정착했고, 책이 좋아 출판사에서 아르바이트하던 기억을 되살려 3년 전에 서점을 열었다.
 

▲ 붉은 벽돌이 드러난 서가와 아늑한 내부

서점은 빈티지한 북카페 형식을 띤다. 한쪽에 긴 탁자가 있고, 오래된 책상과 의자가 책꽂이를 바라보며 성기게 놓였다. 책과 바가 어우러진 공간에서는 주인장이 직접 내린 드립 커피와 홍차를 맛볼 수 있다. 붉은 벽돌이 드러난 서가에 꽂힌 책은 1000종이 넘는다. 오픈 초기에는 독립 서적을 다뤘지만, 최근에는 취향에 따라 가볍게 읽을 만한 책을 갖췄다.

스몰굿씽에서는 책 애호가를 대상으로 작지만 의미 있는 활동도 한다. 드로잉 작가와 만남, 글쓰기 워크숍 같은 프로그램을 꾸준히 진행한다. 서점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9시까지 문을 열며, 화요일에 쉰다.
 

▲ 붉은 벽돌이 드러난 서가와 아늑한 내부

다양한 독립 출판물을 만나려면 ‘책방 틔움’으로 발길을 옮긴다. 원주역 인근에 자리한 서점은 소장한 책 95% 이상이 독립 서적이다. 손님 역시 홀로 책을 출판하려는 예비 작가와 동네 책방에 흥미를 느끼는 청년 애호가다. 인터넷 서점과 대형 서점에서는 보기 힘든 독립 서적이 대부분이며, 카페로 사용되던 공간을 개조해 지난 1월에 독립 서적 전문 책방으로 문을 열었다.


산골 골목 뒤쪽, 한적한 작은 서점들
소박하고 다양한 책, 그윽한 커피 향

수익금은 지역 청소년을 위한 지원금으로 활용된다. 책방 틔움이 위치한 학성동 일대는 원주 구도심으로, 빈집이 많고 도심 재생의 수순을 밟는 지역이다.
 

▲ 책과 바가 어우러진 스몰굿씽의 카페 공간

책방 틔움의 책은 스펙트럼이 넓다. 여행기와 에세이를 포함해 사랑, 이별, 병상 일기 등 다양한 소재를 담는다. 한 달에 한 번 꼴로 독립 출판물 관련 모임을 마련하고, 초보 작가와 디자이너가 품앗이로 작업하기도 한다. 서점에 붙은 엽서에는 책 쓰기에 입문한 작가의 감사 인사가 빼곡하다.
 

▲ 사랑, 이별, 병상 일기 등 다양한 소재를 담은 독립 서적 전문 책방이다.

매달 마지막 금요일 밤은 책방 틔움의 흥미진진한 시간이다. 책, 인문학 등 다양한 주제로 심야책방을 연다. 11월에는 ‘술의 인문학’을 테마로 술 토크를 진행할 예정이다. 책방에서는 이 지역 유자로 만든 유자차, 식혜 외에도 동네 한의사가 추천하는 쌍화차, 공정 무역 커피 등을 제공한다.

서점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까지 문을 연다.
 

▲ 매달 마지막 금요일에 열리는 심야책방 포스터

문향 원주 나들이는 곳곳에 있는 예술 공간이 운치를 더한다. 박경리문학공원은 가을 산책로 따라 박경리 선생의 유작과 옛집을 만나는 곳이다. 선생은 소설 <토지> 4~5부를 이곳 단구동 자택서 집필했다.

선생이 직접 가꾸던 텃밭, 고양이와 함께한 조각상에 기대 한가로운 오후를 보내기 좋다.
 

▲ 박경리문학공원에서 만나는 박경리 선생의 옛집과 조각상

원주 반곡역사(등록문화재 165호)는 작은 갤러리로 단장한 간이역 역사이자, 근대 문화유산이다. 1940년대 초에 지은 역사는 일제강점기부터 한국전쟁까지 아픈 역사를 겪었지만, 2009년에 실내와 마당을 회화 작품과 조각, 사진을 전시한 갤러리로 꾸몄다.

중앙선 개량 구간이 개통되면 반곡역은 기차가 서지 않는 추억의 간이역으로 남는다.
 

▲ 작은 갤러리로 꾸민 원주 구 반곡역사 내부

뮤지엄 산은 원주를 상징하는 대표 예술 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안도 타다오와 제임스 터렐의 작품이 한국의 가을 하늘과 어울려 멋스럽다. ‘한국 관광 100선’에 든 뮤지엄 산은 물 위에 떠 있는 듯한 워터가든, 국내 최초의 종이 전문 박물관 페이퍼갤러리 등이 인상적이다.
 

▲ 원주를 상징하는 대표 예술 공간, 뮤지엄 산의 야외 테라스

원주의 상징 ‘뮤지엄 산’

뮤지엄 산에서 나서는 길은 원주의 새 명소인 소금산출렁다리로 이어진다. 원주소금산출렁다리는 국내서 가장 긴(200m) 산악 보도교로, 100m 높이서 섬강 지류가 아찔하게 내려다보인다. 출렁다리 입장료는 유료(3000원, 2000원은 원주사랑상품권으로 반환)로 전환됐으며, 다리 건너 소금산 정상까지 가을 산행도 즐길 수 있다.
 

▲ 원주소금산출렁다리는 국내에서 가장 긴 산악 보도교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터득골북샵→스몰굿씽→박경리문학공원→책방 틔움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터득골북샵→스몰굿씽→박경리문학공원→책방 틔움 
둘째 날: 스몰굿씽→미로예술원주중앙시장→뮤지엄 산→원주소금산출렁다리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원주시 문화관광 http://tourism.wonju.go.kr
- 터득골북샵 http://blog.naver.com/borrysim25
- 스몰굿씽 http://smallgoodthing.blog.me
- 뮤지엄 산 www.museumsan.org
- 박경리문학공원 http://tojipark.wonju.go.kr  

문의 전화
- 원주시청 관광과 033)737-5133
- 터득골북샵 033)762-7140
- 스몰굿씽 070-8881-7601
- 책방 틔움 033)743-5564
- 박경리문학공원 033)762-6843
- 뮤지엄 산 033)730-9000
- 원주소금산출렁다리 033)731-4088

대중교통 정보
기차: 청량리역-원주역, 무궁화호 하루 15회(06:40~23:20) 운행, 1시간~1시간20분 소요. 
*문의: 레츠코레일 1544-7788, www.letskorail.com, 
버스: 서울-원주,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10~30분 간격(06:10~22:25) 운행, 약 1시간30분 소요. 
*문의: 동서울종합터미널 1688-5979 시외버스통합예매시스템  https:// txbus.t-money.co.kr   


자가운전
광주원주고속도로→중앙고속도로→남원주 IC→둔전길→터득골북샵

숙박 정보  
- 베니키아호텔비즈인: 원주시 만대로, 033)748-0100, www.biz-inn.co.kr
- 호텔K: 원주시 시청로, 033)812-3000, https://hotelk.modoo.a
- 한솔오크밸리리조트: 지정면 오크밸리2길, 033)730-3500, www.oakvalley.co.kr
- 백운산자연휴양림: 판부면 백운산길, 033)766-1063, www.huyang.go.kr

식당 정보
- 치악산묵집(묵밥·콩탕): 원주시 계륜1길, 033)734-7013
- 원주복추어탕(추어탕): 원주시 치악로, 033)762-7989
- 운채(뽕잎황태밥): 원주시 고문골길, 033) 747-1993
- 회촌농가맛집토요(보쌈정식): 흥업면 매지회촌길, 033)763-2923

주변 볼거리
미로예술원주중앙시장, 구룡사, 원주한지테마파크, 원주 거돈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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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두 달’ 쿠팡발 관세 음모론

‘벌써 두 달’ 쿠팡발 관세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쿠팡 사태의 ‘나비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나비의 날갯짓이 지구 반대편에 태풍을 일으킨다는 뜻처럼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외교전으로까지 번지는 모양새다. 더불어 쿠팡의 ‘믿는 구석’도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우리나라 정치권을 넘어 미국 정가마저 반응하고 있는 쿠팡 사태를 <일요시사>가 조명했다. 지난해 11월 말 온라인 이커머스 업체 쿠팡에서 고객의 개인정보가 3000만건 이상 유출됐다.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규모를 웃도는 수치였다. 지난달 28일로 쿠팡 사태는 두 달째를 맞았다. 그동안 정치권은 물론 대통령까지 쿠팡 사태를 언급했다. 미국 기업 방패 삼아 하지만 쿠팡의 태도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한결같다. ‘뻔뻔함’을 앞세워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쿠팡 사태는 지난해 11월29일 쿠팡 고객에게 발송된 문자로 시작됐다. 문자에는 이름, 전화번호, 이메일 주소, 배송 주소록, 주문 정보 등 개인정보가 ‘노출’됐다는 내용이 담겼다. 쿠팡 측은 결제 정보와 로그인 관련 정보는 괜찮다고 했다. 주말 사이에 문자를 받은 고객들은 패닉 상태에 빠졌다. 앞서 상반기 SK텔레콤 개인정보 유출 사태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그보다 더 큰 규모의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무엇보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 외부의 공격이 아니라 내부 직원의 소행이라는 의혹이 번지면서 충격을 더했다. 사태가 쿠팡 시스템 문제로 번질 가능성이 제기된 것이다. 정부는 쿠팡 사태 발생 직후 민관합동조사단을 구성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이후 경찰은 쿠팡 본사 현장을 압수 수색하는 등 수사에 박차를 가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청문회를 진행했다. 정부는 쿠팡 유출 대응 범부처 TF를 구성해 압박 수위를 높였다. 국세청도 가세해 전방위 특별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말을 보탰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난 지 사흘 만에 열린 국무회의에서 “쿠팡 때문에 우리 국민이 걱정이 많다”며 “사고 원인을 조속하게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 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현실화하는 등의 대책에 나서달라”고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역대 정부 최초로 생중계된 기관별 업무보고에서도 쿠팡에 대한 질책을 이어갔다. 당시 이 대통령은 “‘무슨 팡’인가 하는 곳에서 규정을 어기지 않았나. 그 사람들은 처벌이 전혀 두렵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쿠팡에 대한 처벌 의지를 재차 강조했다. 개인정보 유출 사태 이후 전방위서 압박했는데도… 그러면서 “야간 노동자의 건강권 이야기가 사실 쿠팡 때문 아니냐. 너무 가혹하고 심야 노동 때문에 많이 죽는 것 아니냐. 금지시키자는 주장도 있다”며 “새로운 노동 형태이기 때문에 새로운 규제 기법이 필요한 것 같다”고 했다. 개인정보 유출 사태뿐만 아니라 쿠팡 자체를 정조준한 것이다. 문제는 이 정도의 전방위적 공격에도 쿠팡의 태도는 그대로였다는 점이다. 정부와 논의되지 않은 자체 조사 결과를 기습적으로 발표한 것도 모자라 실제 개인정보 유출 규모는 3000여건에 불과하다는 주장을 내세웠다. 쿠팡의 ‘셀프 조사’ 결과에 경찰 등이 반박했지만 쿠팡은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쿠팡의 주장대로면 피해 규모는 1만분의 1로 줄어든다. 쿠팡 창업자인 김범석 의장의 대국민 사과도 사태 발생 한 달 만에야 나왔다. 김 의장은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 고개를 숙이면서도 자체 조사 결과를 인용했다. 하지만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진행한 청문회에는 출석하지 않아 사과의 진정성이 바랬다. 실제 김 의장뿐만 아니라 김유석 쿠팡 부사장 등도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쿠팡에서 제시한 보상안은 부정적인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쿠팡은 1인당 5만원 상당의 쿠폰을 지급하는 등 총 3370만명의 고객에게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마련했다고 대대적으로 발표했다. 하지만 현금 배상이 아니라 쿠팡, 쿠팡이츠(배달), 쿠팡트래블(여행), 쿠팡알럭스(명품) 등에서 사용할 수 있는 쿠폰으로 쪼개놓은 것도 모자라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의 지급이라 비판이 빗발쳤다. 대통령도 나섰는데 심지어 사용 조건도 까다롭게 설정해 놨다. 쿠폰 사용 기간을 지급일로부터 3개월로 제한하고 도서, 주류, 상품권 등은 구매할 수 없으며, 쿠팡이츠에서 사용할 때는 최소 주문 금액 이상일 때만 사용할 수 있다는 식이었다. 보상안에 대해서는 시민단체까지 나서서 비판했지만 쿠팡은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상황이 이 정도까지 되다 보니 쿠팡의 ‘뻣뻣한’ 태도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대체 쿠팡의 ‘믿는 구석’이 뭐냐는 지적도 제기됐다. 쿠팡이 그동안 정치권 인사를 영입한 게 도움이 되는 게 아니냐는 주장이 언급됐다. 쿠팡은 정부 부처 출신을 많이 데려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정치권 인사와 쿠팡 관계자가 식사했던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되기도 했다. 현재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탈당한 김병기 전 원내대표는 쿠팡 대표와 고가의 식사를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쿠팡으로 이직한 전직 보좌관 관련 인사에 개입했다는 의혹도 있다. 자신의 비리 의혹을 폭로한 전직 보좌관에 대해 인사 불이익을 요구했다는 내용이다. 쿠팡이 독점적 지위를 무기로 뻔뻔하게 굴고 있다는 의견도 있다. 현재 쿠팡은 온라인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보적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에도 전국에 지어놓은 물류센터가 배송 거점 역할을 하는 중이고 ‘로켓배송’이라 이름 붙인 새벽배송은 배달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자리 잡았다. 월 구독료 7890원의 ‘로켓와우’ 서비스는 2024년 말 기준으로 1500만명 이상 가입한 것으로 추정된다. 로켓와우에 가입하면 무료 배송, 무료 반품은 물론 쿠팡에서 론칭한 OTT ‘쿠팡플레이’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개인정보 유출 사태 이후 회원 탈퇴 등으로 이용자가 감소 중이지만, 여전히 후발 주자와는 격차가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타격 없이 흘러가나 실제 사건 발생 직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쿠팡에 미칠 손실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독점적 지위’를 언급했다. 쿠팡이 우리나라 이커머스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크기에 개인정보가 유출됐어도 이용자는 계속 사용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그러다 최근 또 하나의 의견이 더해졌다. 쿠팡이 미국을 믿고 우리나라 상황을 등한시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쿠팡은 우리나라에서 매출 대부분을 올리고 있지만 미국 주식시장에 상장한 미국 기업이다. 쿠팡의 대처가 주가에 미칠 영향만을 고려한 행보였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사태 규모를 축소한 자체 조사 결과가 주가 방어용이었다는 뜻이다. 이 같은 의견은 최근 미국의 행보로 힘을 받는 모양새다. 지난달 26일(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국산 제품에 대한 상호 관세를 15%에서 25%로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국회가 미국과의 관세 협정에 대해 승인을 하지 않고 있는 점을 배경으로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에 “무역 협정은 미국에 매우 중요하다. 우리는 합의된 거래에 따라 신속하게 관세를 낮췄고 당연히 우리의 무역 파트너들도 같은 조치를 취하길 기대한다”며 “이재명 대통령과 지난해 7월30일 양국 모두에 훌륭한 협정을 체결했으며 지난해 10월29일 한국을 방문했을 때 그 조건을 다시 확인했다. 그런데 왜 한국 국회는 이를 승인하지 않고 있나”라고 적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미국 외신은 JD 밴스 미국 부통령이 최근 김민석 국무총리와 만난 자리에서 한국 정부가 미국 기업들에 불이익 조치를 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인상을 기습적으로 발표하기 전에 오간 대화라는 점에서 쿠팡 사태가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뻔뻔한 태도 일관하더니 ‘믿는 구석’ 있었나 의심 <WSJ>는 관계자 발언 등을 인용해 “밴스 부통령이 지난주 워싱턴 D.C.에서 김 총리와 만나 쿠팡을 포함한 미국 기술 기업들에 불이익을 주는 조치를 하지 말 것을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이 대화는 양국 간 무역 긴장이 정점에 이르기 불과 며칠 전에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쿠팡의 미국 투자사들은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 대한 우리나라의 대응이 일반적인 규제 집행 수준을 넘어섰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 대응이 주가 하락 등 손실을 야기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지난해 말 국회를 통과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허위조작 정보 근절법)과 입법을 추진하고 있는 온라인 플랫폼 규제에 대해서도 트럼프정부와 의회 일부에서는 검열이자 미국 기업 차별이라는 비판을 냈다. 우리나라와 미국이 체결한 대미 투자 관련 양해각서(MOU)에 “한국이 미국에 3500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한 내용, 미국 기술 기업에 대한 차별 금지 약속이 담겨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인상 발표는 이에 대한 압박으로 해석된다.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에 관계자를 급파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그러면서 이번 조치는 쿠팡이나 온라인 플랫폼법 등과는 관계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지난달 28일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메시지가 나온 뒤 저희가 미국 국무부와 접촉한 바로는 쿠팡이나 온라인 플랫폼법과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것으로 그렇게 결론 내리고 있다”고 말했다. 당분간 안갯속 조 장관은 “구체적이고 합리적으로 추정되는 어떤 특별한 이유를 특정키가 어렵다”며 “그런 이유에서 트럼프 대통령도 추가 메시지를 낸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인상 발표 하루 뒤인 지난달 27일 “한국과 함께 해결책을 마련할 것”이라면서 협상 여지를 남겼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은 “한국 국회가 무역 합의를 통과시키지 않았기 때문에 그들이 승인하기 전까지는 한국과의 무역 합의는 없는 것”이라고 한 언론 인터뷰에서 말했다. 또 한 번 우리나라가 관세를 둘러싼 불확실성의 늪에 빠진 셈이다. 동시에 쿠팡 사태도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