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3층 프로젝트’ 자광건설 실체 추적

도대체 뭘 믿고 큰소리 떵떵?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전주의 마지막 노른자위 땅으로 평가받는 대한방직 전주공장 부지에 143층 타워를 건설하겠다는 회사가 등장했다. 이 회사는 부동산 건설회사인 자광그룹. 뜬금없이 거대사업을 진행하겠다고 나타난 자광그룹에 대한 사람들의 궁금증은 커져갔다. 나름 구체적 계획과 어느 정도의 자본조달 능력까지 과시하며 익스트림타워 건설계획을 차근차근 이행하고 있는 자광건설. 하지만 지자체의 인허가 문제, 롯데의 배후 논란, 시민사회단체의 반발 등 계속되는 논란을 어떻게 잠재울지 세간의 관심이 주목되고 있다.
 

▲ 자광건설이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진 대한방직 전주공장 계발계획 투시도

자광건설이 내년 중반기 전북 전주시에 143층 높이의 ‘익스트림타워’ 복합 개발 착공을 목표로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전은수 자광건설 대표는 지난 8일 “지난달 전북 전주시내 옛 대한방직 공장 터 매입을 마무리짓고, 시에 지구단위계획을 곧바로 접수했다”며 “현재는 주민들을 대상으로 도시기본계획 공청회 개최 찬성 서명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1980억 완납
기대감 상승

자광건설이 익스트림타워 건립을 위해 매입한 부지 21만6000㎡(약 6만5000평)는 과거 대한방직의 공장 터다. 1970년대 방직공장이 문을 열 때만 해도 도심의 외곽이었던 이 부지는 2003년 서부 신시가지가 개발되면서 전북도청·전북지방경찰청과 접한 ‘노른자위 땅’이 됐다. 신도심 복판에 방치된 폐공장으로 인해 민원이 끊이지 않았다.

그런데 지난해 10월 자광건설이 공시지가(약 1200억원)의 1.5배 높은 1980억원에 토지를 매입하겠다고 나섰다. 폐공장을 없애고 430m 높이의 타워, 20층 규모 관광호텔, 15층 유스호스텔, 3000가구 규모의 아파트 9개동, 그리고 대규모 쇼핑·상업시설을 짓겠다는 자광건설의 계획은 지역민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기 충분했다.

자광건설은 지난달 1980억원을 완납하고 소유권 이전 등기를 마쳤다. 자광건설의 대형 프로젝트를 찬성하는 이들은 “전북 지역에 모처럼만에 호재가 찾아왔다”고 반기고 있다. 골칫거리였던 폐공장이 사라지고 대규모 복합 개발이 이뤄지면 주택 가격도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심리가 작용한 탓이다.


한 지역주민은 “처음엔 설마 했는데, 자광이 잔금까지 치르자 기대감이 커졌다”며 “골칫거리(폐공장)가 사라지고 복합 개발이 이뤄진다면 일대 주택 가격도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초고층 빌딩 소식에 전주 들썩
노른자위 부지 2000억원에 매입

사업이 이뤄져도 아파트·상가 부분에 대규모 공실이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작년 기준 자광건설의 자산 총액은 900억원 수준이고, 매출은 703억원이다. 이 때문에 대형 프로젝트를 내세워 공업지역을 상업지역으로 용도변경하고 사업을 축소하거나 부지를 매각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전 대표는 “익스트림타워는 빌딩이 아니라 중국 상하이의 동방명주 같은 타워”라며 “(천문학적 건설비가 드는)초고층 빌딩과 타워를 단순 비교해선 안 된다”고 했다. 
 

▲ 전은수 자광건설 대표

그는 “상업시설·호텔 등은 준공한 뒤 판매할 예정이지만, 아파트는 분양할 것이기 때문에 실공사비는 1조3000억∼1조4000억원 수준으로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용도변경과 관련된 우려에 대해서는 “공개 입찰 방식으로 시공사를 선정할 것이고 인지도가 높은 시공사가 책임 시공을 하게 되면 이 같은 우려는 불식될 것”이라고 했다.

자광건설은 공업지역서 상업지역으로 용도변경하며 발생하는 시세 차익은 지역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밝혔다.

문제점 수두룩
냉랭한 반응들


자광건설이 나름 구체적 개발계획과 어느 정도의 자본조달 능력까지 과시하며 익스트림타워 건설계획을 차근차근 이행하고 있지만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은 많다. 먼저 사업을 심의하고 승인해야 할 전북도의 반응이 냉랭하다.

지난달 29일 한 매체에 따르면, 자광건설은 같은 달 15일 대한방직 부지 내에 자리잡고 있는 전라북도 땅 6228㎡에 대해 지구단위계획 수립을 위한 사전협의를 제안하는 공문을 전북도에 접수했다.

이에 대해 전북도는 ”공문에 구체적인 내용이나 사용목적 등이 적시돼있지 않은 채 단순히 사전 협의에 착수하자고 돼있는데, 현 단계에선 협의 자체가 어렵고 규정된 행정절차를 거친 뒤 다뤄져야 할 사안”이라며 신청서를 사실상 반려했다. 전북도는 행정절차가 모두 이행되려면 적어도 4∼5년 남짓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자광건설이 말한 ‘내년 중반기 착공’은 어림도 없다는 이야기다.

또 전북도와는 별도로 전주시와도 도시계획 변경 등 개발에 필요한 필수적 행정절차도 밟아나가야 하는데 이것도 쉽지만은 않다. 특히 현재 공업용지로 묶인 대한방직 부지를 상업용지 및 주거용지로 바꿔야 하는데, 이 과정서 특혜 시비 등이 불거질 수도 있다.

끊임없이 불거지고 있는 롯데의 배후 논란에 대한 명쾌한 설명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월5일 한 매체에 따르면 시민단체인 전주시민회는 익스트림타워 개발의 주체가 명확하지 않다며 그 ‘배후’에 롯데가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자광건설이 치러야할 부지 대금의 대다수 금액에 대해 롯데건설이 연대보증을 했다는 것이 그 근거다.

롯데의 자회사?
우회 시도 의혹

자광의 그동안 행보도 근거로 꼽힌다. 자광은 2014년 9월 용인 기흥역 롯데캐슬 레이시티 주상복합사업 분양(아파트 260세대, 오피스텔 403세대)와 2015년 5월 용인 성복복합단지 개발 주택건설사업 계획(아파트 2396세대 및 비주거시설)을 승인받았다. 회사의 대표적인 실적 두 가지가 모두 롯데와 연결돼있다.

롯데가 자광을 얼굴마담으로 내세운 게 사실이라면 그 이유에 대해서는 롯데에 우호적이지 않은 지역 분위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과거 롯데는 전주경기장 개발 문제를 놓고 전주시, 시민단체와 갈등을 겪기도 했다. 이 때문에 롯데가 ‘바지회사’를 내세워 전주시와 지역사회의 반발을 우회하려 한 것 아니겠느냐는 관측이다.

‘난개발’을 우려하는 지역 시민사회단체의 곱지 않은 시선을 극복하는 것도 과제다.

전북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자광 쪽 주장대로 3000세대 규모의 아파트와 호텔, 놀이시설 등이 대한방직 부지에 들어서게 되면 가뜩이나 도시 기반시설이 부족한 서부신시가지의 난개발을 부추길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만약 실제 개발계획을 진행하려면 원칙과 가이드라인을 분명히 설계한 뒤 공론조사를 통해서 전주 시민의 의견을 좀더 폭넓게 수렴하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주)자광의 모기업인 자광건설은 지난 2012년 설립된 회사로 자본금은 5억100만원, 매출액은 538억1331만원이며 경기도 용인시에 위치해 있고 업종은 주거용 건물 개발 및 공급업이다. 
 

▲ 자광건설의 익스트림타워 복합개발계획 조감도

전주에 본사를 둔 중견 건설업체 과장으로 근무하던 전 대표는 2006년 퇴직한 후 수도권서 디벨로퍼(부동산 개발사업가)로 이름을 알렸다. 2012년 자광건설을 설립한 그는 ‘기흥역 롯데캐슬’ 등 다양한 주상복합아파트 등을 분양하며 수천억원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2023년 전까지 준공?
지역에선 찬반 극명

자광건설은 대한방직 전주공장 매입을 위해 지난 3월 개발법인 (주)자광을 설립하고 지난 8월 본사를 전주로 이전한 뒤 본격적인 매입작업을 진행해왔다. 당초 자광건설은 계열사 등을 통해 확보한 자금을 경기도 광명시에 투자할 계획이었으나 새만금 세계잼버리 개최와 600조원을 운용하는 기금운용본부 전북 이전, 한옥마을 관광객 증가 등을 고려할 때 전북의 투자가치가 더욱 큰 것으로 판단해 대한방직 전주공장 부지 매입에 나섰다는 게 회사 관계자의 전언이다.

회사 관계자는 “현재 전주시, 전북도의 강점을 더욱 부각하고 확장할 수 있는 시설이 무엇이고 필요한 현안시설이 무엇이 있는지 나름대로 검토한 결과를 바탕으로 작성한 마스터플랜으로, 토지매입과 개발계획에 대한 인허가 등은 전주시나 전북도와 사전 협의되지 않은 사업초기 단계”라고 설명했다.

이어 “관광, 문화, 주거, 상업, 업무, 녹지 등의 기능이 결합된 복합용도개발단지를 추진하기 위해 전주시와 전북도, 나아가 지역사회와 긴 시간을 갖고 지속적인 대화와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TV토론과 전주시의회서 송하진 전북지사와 김승수 전주시장이 ‘도민들의 공감대 형성’과 ‘공론화’를 전제로 어느 정도 긍정적인 입장을 보여 사업 전망이 어둡지 않다는 관측도 나온다. 전주시 관계자는 “자광건설이 제출한 개발 계획안에 대해 공론화위원회를 열어 각계 관계자들의 의견을 듣고 용도변경과 인허가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자본금 5억
디벨로퍼로 성공


자광 측도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해 대한방직 공장 터 개발을 공정하고 투명하게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힌 만큼 이를 통해 충분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결국 대한방직 전주공장 부지 개발 여부와 방향성은 공론화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좌우될 것이라는 게 지역 관가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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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