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3층 프로젝트’ 자광건설 실체 추적

도대체 뭘 믿고 큰소리 떵떵?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전주의 마지막 노른자위 땅으로 평가받는 대한방직 전주공장 부지에 143층 타워를 건설하겠다는 회사가 등장했다. 이 회사는 부동산 건설회사인 자광그룹. 뜬금없이 거대사업을 진행하겠다고 나타난 자광그룹에 대한 사람들의 궁금증은 커져갔다. 나름 구체적 계획과 어느 정도의 자본조달 능력까지 과시하며 익스트림타워 건설계획을 차근차근 이행하고 있는 자광건설. 하지만 지자체의 인허가 문제, 롯데의 배후 논란, 시민사회단체의 반발 등 계속되는 논란을 어떻게 잠재울지 세간의 관심이 주목되고 있다.
 

▲ 자광건설이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진 대한방직 전주공장 계발계획 투시도

자광건설이 내년 중반기 전북 전주시에 143층 높이의 ‘익스트림타워’ 복합 개발 착공을 목표로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전은수 자광건설 대표는 지난 8일 “지난달 전북 전주시내 옛 대한방직 공장 터 매입을 마무리짓고, 시에 지구단위계획을 곧바로 접수했다”며 “현재는 주민들을 대상으로 도시기본계획 공청회 개최 찬성 서명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1980억 완납
기대감 상승

자광건설이 익스트림타워 건립을 위해 매입한 부지 21만6000㎡(약 6만5000평)는 과거 대한방직의 공장 터다. 1970년대 방직공장이 문을 열 때만 해도 도심의 외곽이었던 이 부지는 2003년 서부 신시가지가 개발되면서 전북도청·전북지방경찰청과 접한 ‘노른자위 땅’이 됐다. 신도심 복판에 방치된 폐공장으로 인해 민원이 끊이지 않았다.

그런데 지난해 10월 자광건설이 공시지가(약 1200억원)의 1.5배 높은 1980억원에 토지를 매입하겠다고 나섰다. 폐공장을 없애고 430m 높이의 타워, 20층 규모 관광호텔, 15층 유스호스텔, 3000가구 규모의 아파트 9개동, 그리고 대규모 쇼핑·상업시설을 짓겠다는 자광건설의 계획은 지역민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기 충분했다.

자광건설은 지난달 1980억원을 완납하고 소유권 이전 등기를 마쳤다. 자광건설의 대형 프로젝트를 찬성하는 이들은 “전북 지역에 모처럼만에 호재가 찾아왔다”고 반기고 있다. 골칫거리였던 폐공장이 사라지고 대규모 복합 개발이 이뤄지면 주택 가격도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심리가 작용한 탓이다.


한 지역주민은 “처음엔 설마 했는데, 자광이 잔금까지 치르자 기대감이 커졌다”며 “골칫거리(폐공장)가 사라지고 복합 개발이 이뤄진다면 일대 주택 가격도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초고층 빌딩 소식에 전주 들썩
노른자위 부지 2000억원에 매입

사업이 이뤄져도 아파트·상가 부분에 대규모 공실이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작년 기준 자광건설의 자산 총액은 900억원 수준이고, 매출은 703억원이다. 이 때문에 대형 프로젝트를 내세워 공업지역을 상업지역으로 용도변경하고 사업을 축소하거나 부지를 매각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전 대표는 “익스트림타워는 빌딩이 아니라 중국 상하이의 동방명주 같은 타워”라며 “(천문학적 건설비가 드는)초고층 빌딩과 타워를 단순 비교해선 안 된다”고 했다. 
 

▲ 전은수 자광건설 대표

그는 “상업시설·호텔 등은 준공한 뒤 판매할 예정이지만, 아파트는 분양할 것이기 때문에 실공사비는 1조3000억∼1조4000억원 수준으로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용도변경과 관련된 우려에 대해서는 “공개 입찰 방식으로 시공사를 선정할 것이고 인지도가 높은 시공사가 책임 시공을 하게 되면 이 같은 우려는 불식될 것”이라고 했다.

자광건설은 공업지역서 상업지역으로 용도변경하며 발생하는 시세 차익은 지역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밝혔다.

문제점 수두룩
냉랭한 반응들


자광건설이 나름 구체적 개발계획과 어느 정도의 자본조달 능력까지 과시하며 익스트림타워 건설계획을 차근차근 이행하고 있지만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은 많다. 먼저 사업을 심의하고 승인해야 할 전북도의 반응이 냉랭하다.

지난달 29일 한 매체에 따르면, 자광건설은 같은 달 15일 대한방직 부지 내에 자리잡고 있는 전라북도 땅 6228㎡에 대해 지구단위계획 수립을 위한 사전협의를 제안하는 공문을 전북도에 접수했다.

이에 대해 전북도는 ”공문에 구체적인 내용이나 사용목적 등이 적시돼있지 않은 채 단순히 사전 협의에 착수하자고 돼있는데, 현 단계에선 협의 자체가 어렵고 규정된 행정절차를 거친 뒤 다뤄져야 할 사안”이라며 신청서를 사실상 반려했다. 전북도는 행정절차가 모두 이행되려면 적어도 4∼5년 남짓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자광건설이 말한 ‘내년 중반기 착공’은 어림도 없다는 이야기다.

또 전북도와는 별도로 전주시와도 도시계획 변경 등 개발에 필요한 필수적 행정절차도 밟아나가야 하는데 이것도 쉽지만은 않다. 특히 현재 공업용지로 묶인 대한방직 부지를 상업용지 및 주거용지로 바꿔야 하는데, 이 과정서 특혜 시비 등이 불거질 수도 있다.

끊임없이 불거지고 있는 롯데의 배후 논란에 대한 명쾌한 설명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월5일 한 매체에 따르면 시민단체인 전주시민회는 익스트림타워 개발의 주체가 명확하지 않다며 그 ‘배후’에 롯데가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자광건설이 치러야할 부지 대금의 대다수 금액에 대해 롯데건설이 연대보증을 했다는 것이 그 근거다.

롯데의 자회사?
우회 시도 의혹

자광의 그동안 행보도 근거로 꼽힌다. 자광은 2014년 9월 용인 기흥역 롯데캐슬 레이시티 주상복합사업 분양(아파트 260세대, 오피스텔 403세대)와 2015년 5월 용인 성복복합단지 개발 주택건설사업 계획(아파트 2396세대 및 비주거시설)을 승인받았다. 회사의 대표적인 실적 두 가지가 모두 롯데와 연결돼있다.

롯데가 자광을 얼굴마담으로 내세운 게 사실이라면 그 이유에 대해서는 롯데에 우호적이지 않은 지역 분위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과거 롯데는 전주경기장 개발 문제를 놓고 전주시, 시민단체와 갈등을 겪기도 했다. 이 때문에 롯데가 ‘바지회사’를 내세워 전주시와 지역사회의 반발을 우회하려 한 것 아니겠느냐는 관측이다.

‘난개발’을 우려하는 지역 시민사회단체의 곱지 않은 시선을 극복하는 것도 과제다.

전북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자광 쪽 주장대로 3000세대 규모의 아파트와 호텔, 놀이시설 등이 대한방직 부지에 들어서게 되면 가뜩이나 도시 기반시설이 부족한 서부신시가지의 난개발을 부추길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만약 실제 개발계획을 진행하려면 원칙과 가이드라인을 분명히 설계한 뒤 공론조사를 통해서 전주 시민의 의견을 좀더 폭넓게 수렴하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주)자광의 모기업인 자광건설은 지난 2012년 설립된 회사로 자본금은 5억100만원, 매출액은 538억1331만원이며 경기도 용인시에 위치해 있고 업종은 주거용 건물 개발 및 공급업이다. 
 

▲ 자광건설의 익스트림타워 복합개발계획 조감도

전주에 본사를 둔 중견 건설업체 과장으로 근무하던 전 대표는 2006년 퇴직한 후 수도권서 디벨로퍼(부동산 개발사업가)로 이름을 알렸다. 2012년 자광건설을 설립한 그는 ‘기흥역 롯데캐슬’ 등 다양한 주상복합아파트 등을 분양하며 수천억원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2023년 전까지 준공?
지역에선 찬반 극명

자광건설은 대한방직 전주공장 매입을 위해 지난 3월 개발법인 (주)자광을 설립하고 지난 8월 본사를 전주로 이전한 뒤 본격적인 매입작업을 진행해왔다. 당초 자광건설은 계열사 등을 통해 확보한 자금을 경기도 광명시에 투자할 계획이었으나 새만금 세계잼버리 개최와 600조원을 운용하는 기금운용본부 전북 이전, 한옥마을 관광객 증가 등을 고려할 때 전북의 투자가치가 더욱 큰 것으로 판단해 대한방직 전주공장 부지 매입에 나섰다는 게 회사 관계자의 전언이다.

회사 관계자는 “현재 전주시, 전북도의 강점을 더욱 부각하고 확장할 수 있는 시설이 무엇이고 필요한 현안시설이 무엇이 있는지 나름대로 검토한 결과를 바탕으로 작성한 마스터플랜으로, 토지매입과 개발계획에 대한 인허가 등은 전주시나 전북도와 사전 협의되지 않은 사업초기 단계”라고 설명했다.

이어 “관광, 문화, 주거, 상업, 업무, 녹지 등의 기능이 결합된 복합용도개발단지를 추진하기 위해 전주시와 전북도, 나아가 지역사회와 긴 시간을 갖고 지속적인 대화와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TV토론과 전주시의회서 송하진 전북지사와 김승수 전주시장이 ‘도민들의 공감대 형성’과 ‘공론화’를 전제로 어느 정도 긍정적인 입장을 보여 사업 전망이 어둡지 않다는 관측도 나온다. 전주시 관계자는 “자광건설이 제출한 개발 계획안에 대해 공론화위원회를 열어 각계 관계자들의 의견을 듣고 용도변경과 인허가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자본금 5억
디벨로퍼로 성공


자광 측도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해 대한방직 공장 터 개발을 공정하고 투명하게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힌 만큼 이를 통해 충분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결국 대한방직 전주공장 부지 개발 여부와 방향성은 공론화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좌우될 것이라는 게 지역 관가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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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회 문턱을 넘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이 사법부를 강타했다. 검찰은 1999년 특별검사제 도입 이후 권한을 조금씩 잃다가 올해 해체가 결정됐다. 검찰이 26년 전 느끼다가 현실이 된 불안을 이젠 사법부가 느낄 차례일지도 모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범여권이 지난 24일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내란 사건만 맡는 전담재판부를 만들어 운영한다”는 취지의 예규 제정 방침을 밝혔다. 특별재판부 영장전담 법관 하지만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같은 날 논평을 통해 ‘24일 처리 방침’을 밝혔다. 이날 법안 처리는 이미 예고된 결과였다. 박 대변인은 지난 21일 오전 기자 간담회에서도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예정대로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이 원래 처리하려던 법안은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법’이었다. 이 법안이 통과됐다면, 12·3 비상계엄 관련 재판을 맡을 특별재판부가 설치되고, 영장 심사를 맡을 특별영장 전담 법관이 따로 배정됐을 것이다. 이들은 국회·판사회의·대한변호사협회가 3명씩 추천한 위원으로 구성되는 9인 규모의 추천위원회의 2배수 추천과 대법원장의 임명을 거칠 예정이었다. 아울러 상고심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했던 대법관은 모두 제척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해선 각계에서 위헌 논란을 제기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지난 16일 내용을 대폭 수정했다. 명칭도 특별재판부에서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 전담재판부 후보추천위원회는 법무부 장관·헌법재판소 사무처장 등 외부 인사를 제외한 후 법관으로만 구성될 예정이다. 추천위원회에 들어갈 법관 중엔 각급 판사회의·전국법관대표자회의가 포함된다. 전담재판부에 소속될 법관은 추천위원회·대법관회의를 거쳐 대법원장이 임명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등 12·3 비상계엄 주요 연루자들은 이미 형사재판 제1심을 받고 있다. 전담재판부는 항소심부터 맡을 예정이다. 대법원은 민주당의 공세에 맞서 반격에 나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대법관 행정회의를 열어 ‘국가적 중요 사건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심리 절차에 관한 예규’를 제정하기로 했다. 여기엔 “형법상 내란·외환죄와 군형법상 반란죄 사건을 전담해 집중 심리하는 전담재판부를 설치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다. 대법원이 규정하는 전담재판부는 무작위 배당을 거쳐 사건을 배당받을 재판부가 지정되는 방식이다. 전담재판부로 지정된 재판부가 원래 맡던 재판은 다른 재판부로 재배당된다. 예규엔 “해당 재판부는 이후 내란·외환과 관련 없는 새로운 사건은 맡지 않는다”는 규정이 포함됐다. 하지만 민주당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박 대변인은 “사법부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을 왜 이렇게 늦게 했느냐”며 “왜 그동안 국민을 불안과 혼란에 빠뜨렸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국회의 입법권을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맞춰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내란 전담재판부 신설이 갖는 ‘진짜 함의’ 대법원 예규 제정…반격 혹은 타협안 제시 민주당 정청래 대표도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 중 “대법원이 헐레벌떡 자체 안이라고 내놨다”며 “더 일찍 해야 하지 않았느냐. ‘조희대 사법부’답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국내 헌정사에서 특별재판부는 단 2회만 설치됐다. 제헌헌법 부칙엔 “이 헌법을 제정한 국회는 단기 4278년 8월15일 이전의 악질적인 반민족 행위를 처벌하는 특별법을 제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국회는 반민족행위처벌법 등을 제정하고,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이하 반민특위)를 설치했다. 반민특위엔 특별검찰부와 특별재판부가 설치됐다. 특별검찰부는 검찰총장 등 9명으로 구성됐고, 특별재판부는 ▲국회의원 5명 ▲법조인 6명 ▲사회 저명 인사 5명 등 총 16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국회가 선출했다. 두 번째 특별재판부는 1960년 4·19 혁명 이후 개정된 제4차 개정 헌법을 근거로 설치됐다. 당시 개정 헌법엔 “3·15 부정선거 및 4·19 혁명 관련자들과 관련된 형사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특별재판소와 특별검찰부를 둘 수 있다”는 취지의 부칙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설치된 특별재판부는 부정선거관련자처벌법 제정을 거쳐 설치됐다. 민주당조차 ‘특별재판부’를 ‘전담재판부’로 수위를 낮춰 처리했다는 이유로 내란 특별재판부에 대해 불거진 위헌 시비를 거론한다. 법원은 ‘무작위 전산 재판 배당’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특정 재판부에 특정 재판을 배당한다”는 취지의 특별재판부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위헌 시비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아직 헌법재판소가 관련 합헌·위헌 여부를 가린 적도 없다. 하지만 헌법 제27조는 “모든 국민은 헌법·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법률에 의해 양심에 따라 독립해 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 배당의 무작위성은 재판에 대한 외부의 부당한 압력·영향력으로부터 법관을 보호해 재판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세운 원칙이다. 이는 위헌 시비가 불거진 핵심 이유였다. 그래서 과거엔 특별재판부를 설치하기 전에 개헌 과정 중 헌법 부칙에 그 근거를 규정했다. 헌법 부칙은 헌법 본문과 똑같은 효력을 가진다. 그래서 위헌 시비가 불거질 일은 없었다. 피해 가는 위헌 시비 하지만 위헌 시비를 피하려고 제시한 ‘내란 전담재판부’에 대해서도 논란이 이어졌다. 역설적으로 “기존 재판부 배당과 큰 차이가 없다”는 취지의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사법부는 이미 무작위 배당의 예외를 운용하고 있다. ▲특허법원 ▲서울행정법원 ▲지역별 가정법원 등 특정 분야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법원이 따로 설치돼있는 것도 무작위 배당의 예외다. 또 각급 법원은 이미 지식 재산·환경·의료 등 특정 전문 분야를 전담할 재판부를 분류한다. 법원장 재량에 따라, 재판장들과의 협의를 거쳐 특정 사건은 ‘적시 처리 필요 중요 사건’으로 분류해 특정 재판부에 배당해서 신속한 재판 진행을 추진한다. 기소된 사건이 이미 진행 중인 재판과 사실 관계·쟁점·피고인이 같으면, 이미 진행 중인 재판을 담당하는 재판에 배당한다. 물론 민주당이 거둘 수 있는 실익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정 대표는 민주당이 ‘특별’을 ‘전담’으로 바꿔가면서도 서둘러 개정안을 추진하는 이유를 분명히 짚었다. 그는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법부와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의 재판부는 내란·외환 사건의 심리를 의도적으로 침대 축구하듯 질질 끌었다”며 “조 대법원장은 경고·조치를 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보다 못한 입법부가 나서기 전에 사법부가 진작 내란 전담재판부를 설치했다면, 지난 1년 동안 허송세월하는 것을 보면서 국민이 분통 터지는 상황은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의 주장 중 핵심 단어는 ‘조희대’와 ‘지귀연’이다. 민주당이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할 당시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지난 9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 부장판사를 지칭해 “재판의 공정성에 의구심을 갖도록 하는 인사들을 전보·징계한다면, 굳이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들기 위한 입법 조치를 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도중 “조희대 사법부는 특검 수사 훼방꾼이 됐다”며 “조 대법원장이 지휘하는 대법원이 지난해 12월3일 내란에 동조한 건 아닌지 강한 의구심을 갖는다”고 지적했다. 사법행정사무를 총괄하는 조 대법원장의 권한 일부를 사실상 박탈하고, 지 부장판사를 내란 관련 재판에서 손 떼게 할 수 있다면, 민주당은 상당한 실익을 거둘 수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재판부 배당에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개입시키는 것이다. 힘 실어준 진짜 이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이후인 지난 2018년 4월 “권한이 집중된 제왕적 대법원장을 견제하고, 법관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를 갖고 설치됐다. 보수 진영 일각에선 이를 일컬어 “지나치게 민주당에 친화적”이라고 비판한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 설치 직후 첫 의장으로 선출됐던 최기상 당시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는 현재 민주당 의원이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지난 9월 민주당이 주장한 의제 ‘대법관 증원론’을 포함한 상고심 제도 개선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어 “사법부는 대법관 증원안을 경청하고 자성해야 한다”는 취지로 보고서를 작성·공개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일컬어 “민주당에 힘을 설어주기 위해 토론회를 개최한 게 아니냐”는 비판 목소리도 제기됐다. 대법원의 이재명 대통령에 대판 파기환송 판결에 대해서도, 정 대표는 지난 9월 전국법관대표자회의에 “조 대법원장 사퇴 권고 등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 회복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일각에선 “대법원의 예규 제정은 반격”이라고 해석한다. 그 근거로는 “내란 전담재판부를 줄곧 반대하다가 갑자기 예규 제정을 밝힌 의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는 점을 들었다. 민주당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 외에도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꿀 만한 사법개혁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대해선 “민주당의 공세를 적절한 선에서 수용해 더 큰 공세에 대비하려는 의도”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특별재판부’가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고 해서 다른 사법개혁안 통과 시도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법원으로선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꾸려는 민주당의 시도를 보면서 검찰이 해체되는 과정을 되새길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이미 민주당이 주도하는 사법개혁안 자체가 사실상 ‘기존 법원 해체’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조금씩 권한 잃다 해체 결정 검 종착역은 헌재 최고법원 등극? 민주당 등 범여권이 검찰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으로 분리해 완수했던 검찰 해체에 대해선 “헌법은 검찰 조직의 존재를 전제로 검찰총장의 존재를 규정했다”면서 위헌 논란을 제기하는 반대 측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범여권은 이를 강행했다. 큰 틀에서 보면, 검찰은 ▲특별검사제도 도입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분리 등 과정을 거쳐 해체됐다. 최초의 특별검사(이하 특검)는 지난 1999년 김태정 전 검찰총장 부인에 대한 옷 로비 의혹과 한국조폐공사 노조 파업 유도 사건에 대해 진행됐던 최병모 특검이었다. 특검이 성립됐던 배경은 “검찰이 검찰총장의 부인이 연루된 사건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선이었다. 아울러 당시 국회 구도는 여소야대였다. 한나라당은 “사건을 축소·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흐름을 타고 강하게 밀어붙여 특검법 제정을 주도했다. 이후 현재까지 개별 특검법은 총 16개가 통과됐고, 상설 특검은 6회 추진됐다. 검찰로서는 1999년 최병모 특검 설치가 수사권·기소권 독점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현재까지 총 22회의 특검이 성립됐다는 것은 검찰에 대한 각계의 불신을 상징하는 중요 사실관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끝은 아니었다. 검찰을 노리는 다음 단계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었다. 최초의 검경 수사권 조정은 지난 2011년 진행됐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사법경찰관이 검사의 수사 지휘에 이의를 제기하는 재지휘 건의 제도 신설 등의 내용이 담긴 안을 대통령령으로 제정해 의결했다. 지난 2016년엔 ▲진경준 게이트 ▲정운호 게이트 ▲김형준 전 부장검사의 스폰서 의혹 ▲최순실 게이트 등이 연이어 발생해 검찰의 신뢰도에 대한 강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이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장기간 논의된 검경 수사권 논의로 연결된다. 공수처도 설치됐다. 민주당 집권 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사건을 강하게 기억하는 지지자들의 비원을 외면하긴 어려웠던 측면도 있었다. 그렇게 검찰은 서서히 권한을 빼앗겼다. 그러다가 지난 9월에 이르러 검찰은 내년부터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으로 갈라질 운명에 처했다. 특히 중대범죄수사청은 행정안전부로 옮겨진다. 서서히 권한을 빼앗기다가 끝내 해체를 앞둔 운명을 맞게 된 것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은 ▲법원행정처 폐지 ▲법 왜곡죄 도입 ▲대법관 증원 ▲재판소원 도입 등 사법개혁안을 시도하고 있다. 범여권이 사법개혁안을 모두 통과시킨다면, 사법부로서는 “검찰에 이어 사법부도 한순간에 와해된다”고 인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순간에 와해된다 법원행정처가 없어지면 대법원장의 권한이 줄어든다. 법 왜곡죄가 도입되면, 판사의 재판도 법적 처벌 범위 안에 포함될 위험에 노출된다. 대법관이 늘어나 대법관의 권위·희소 가치가 줄어든 후 재판은 헌법소원 제기 범위 안에 포함된다. 최종 종착지는 헌법재판소가 대법원을 제친 후 최상위 사법기관으로 규정될 순간임을 배제하기 어렵다. 지난 24일은 사법부가 느낄 법한 공포가 처음 피부에 와닿은 날이었을 수도 있다. 새해엔 민주당과 사법부의 전쟁이 더욱 거칠게 진행될지도 모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