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3층 프로젝트’ 자광건설 실체 추적

도대체 뭘 믿고 큰소리 떵떵?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전주의 마지막 노른자위 땅으로 평가받는 대한방직 전주공장 부지에 143층 타워를 건설하겠다는 회사가 등장했다. 이 회사는 부동산 건설회사인 자광그룹. 뜬금없이 거대사업을 진행하겠다고 나타난 자광그룹에 대한 사람들의 궁금증은 커져갔다. 나름 구체적 계획과 어느 정도의 자본조달 능력까지 과시하며 익스트림타워 건설계획을 차근차근 이행하고 있는 자광건설. 하지만 지자체의 인허가 문제, 롯데의 배후 논란, 시민사회단체의 반발 등 계속되는 논란을 어떻게 잠재울지 세간의 관심이 주목되고 있다.
 

▲ 자광건설이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진 대한방직 전주공장 계발계획 투시도

자광건설이 내년 중반기 전북 전주시에 143층 높이의 ‘익스트림타워’ 복합 개발 착공을 목표로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전은수 자광건설 대표는 지난 8일 “지난달 전북 전주시내 옛 대한방직 공장 터 매입을 마무리짓고, 시에 지구단위계획을 곧바로 접수했다”며 “현재는 주민들을 대상으로 도시기본계획 공청회 개최 찬성 서명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1980억 완납
기대감 상승

자광건설이 익스트림타워 건립을 위해 매입한 부지 21만6000㎡(약 6만5000평)는 과거 대한방직의 공장 터다. 1970년대 방직공장이 문을 열 때만 해도 도심의 외곽이었던 이 부지는 2003년 서부 신시가지가 개발되면서 전북도청·전북지방경찰청과 접한 ‘노른자위 땅’이 됐다. 신도심 복판에 방치된 폐공장으로 인해 민원이 끊이지 않았다.

그런데 지난해 10월 자광건설이 공시지가(약 1200억원)의 1.5배 높은 1980억원에 토지를 매입하겠다고 나섰다. 폐공장을 없애고 430m 높이의 타워, 20층 규모 관광호텔, 15층 유스호스텔, 3000가구 규모의 아파트 9개동, 그리고 대규모 쇼핑·상업시설을 짓겠다는 자광건설의 계획은 지역민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기 충분했다.

자광건설은 지난달 1980억원을 완납하고 소유권 이전 등기를 마쳤다. 자광건설의 대형 프로젝트를 찬성하는 이들은 “전북 지역에 모처럼만에 호재가 찾아왔다”고 반기고 있다. 골칫거리였던 폐공장이 사라지고 대규모 복합 개발이 이뤄지면 주택 가격도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심리가 작용한 탓이다.


한 지역주민은 “처음엔 설마 했는데, 자광이 잔금까지 치르자 기대감이 커졌다”며 “골칫거리(폐공장)가 사라지고 복합 개발이 이뤄진다면 일대 주택 가격도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초고층 빌딩 소식에 전주 들썩
노른자위 부지 2000억원에 매입

사업이 이뤄져도 아파트·상가 부분에 대규모 공실이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작년 기준 자광건설의 자산 총액은 900억원 수준이고, 매출은 703억원이다. 이 때문에 대형 프로젝트를 내세워 공업지역을 상업지역으로 용도변경하고 사업을 축소하거나 부지를 매각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전 대표는 “익스트림타워는 빌딩이 아니라 중국 상하이의 동방명주 같은 타워”라며 “(천문학적 건설비가 드는)초고층 빌딩과 타워를 단순 비교해선 안 된다”고 했다. 
 

▲ 전은수 자광건설 대표

그는 “상업시설·호텔 등은 준공한 뒤 판매할 예정이지만, 아파트는 분양할 것이기 때문에 실공사비는 1조3000억∼1조4000억원 수준으로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용도변경과 관련된 우려에 대해서는 “공개 입찰 방식으로 시공사를 선정할 것이고 인지도가 높은 시공사가 책임 시공을 하게 되면 이 같은 우려는 불식될 것”이라고 했다.

자광건설은 공업지역서 상업지역으로 용도변경하며 발생하는 시세 차익은 지역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밝혔다.

문제점 수두룩
냉랭한 반응들


자광건설이 나름 구체적 개발계획과 어느 정도의 자본조달 능력까지 과시하며 익스트림타워 건설계획을 차근차근 이행하고 있지만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은 많다. 먼저 사업을 심의하고 승인해야 할 전북도의 반응이 냉랭하다.

지난달 29일 한 매체에 따르면, 자광건설은 같은 달 15일 대한방직 부지 내에 자리잡고 있는 전라북도 땅 6228㎡에 대해 지구단위계획 수립을 위한 사전협의를 제안하는 공문을 전북도에 접수했다.

이에 대해 전북도는 ”공문에 구체적인 내용이나 사용목적 등이 적시돼있지 않은 채 단순히 사전 협의에 착수하자고 돼있는데, 현 단계에선 협의 자체가 어렵고 규정된 행정절차를 거친 뒤 다뤄져야 할 사안”이라며 신청서를 사실상 반려했다. 전북도는 행정절차가 모두 이행되려면 적어도 4∼5년 남짓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자광건설이 말한 ‘내년 중반기 착공’은 어림도 없다는 이야기다.

또 전북도와는 별도로 전주시와도 도시계획 변경 등 개발에 필요한 필수적 행정절차도 밟아나가야 하는데 이것도 쉽지만은 않다. 특히 현재 공업용지로 묶인 대한방직 부지를 상업용지 및 주거용지로 바꿔야 하는데, 이 과정서 특혜 시비 등이 불거질 수도 있다.

끊임없이 불거지고 있는 롯데의 배후 논란에 대한 명쾌한 설명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월5일 한 매체에 따르면 시민단체인 전주시민회는 익스트림타워 개발의 주체가 명확하지 않다며 그 ‘배후’에 롯데가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자광건설이 치러야할 부지 대금의 대다수 금액에 대해 롯데건설이 연대보증을 했다는 것이 그 근거다.

롯데의 자회사?
우회 시도 의혹

자광의 그동안 행보도 근거로 꼽힌다. 자광은 2014년 9월 용인 기흥역 롯데캐슬 레이시티 주상복합사업 분양(아파트 260세대, 오피스텔 403세대)와 2015년 5월 용인 성복복합단지 개발 주택건설사업 계획(아파트 2396세대 및 비주거시설)을 승인받았다. 회사의 대표적인 실적 두 가지가 모두 롯데와 연결돼있다.

롯데가 자광을 얼굴마담으로 내세운 게 사실이라면 그 이유에 대해서는 롯데에 우호적이지 않은 지역 분위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과거 롯데는 전주경기장 개발 문제를 놓고 전주시, 시민단체와 갈등을 겪기도 했다. 이 때문에 롯데가 ‘바지회사’를 내세워 전주시와 지역사회의 반발을 우회하려 한 것 아니겠느냐는 관측이다.

‘난개발’을 우려하는 지역 시민사회단체의 곱지 않은 시선을 극복하는 것도 과제다.

전북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자광 쪽 주장대로 3000세대 규모의 아파트와 호텔, 놀이시설 등이 대한방직 부지에 들어서게 되면 가뜩이나 도시 기반시설이 부족한 서부신시가지의 난개발을 부추길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만약 실제 개발계획을 진행하려면 원칙과 가이드라인을 분명히 설계한 뒤 공론조사를 통해서 전주 시민의 의견을 좀더 폭넓게 수렴하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주)자광의 모기업인 자광건설은 지난 2012년 설립된 회사로 자본금은 5억100만원, 매출액은 538억1331만원이며 경기도 용인시에 위치해 있고 업종은 주거용 건물 개발 및 공급업이다. 
 

▲ 자광건설의 익스트림타워 복합개발계획 조감도

전주에 본사를 둔 중견 건설업체 과장으로 근무하던 전 대표는 2006년 퇴직한 후 수도권서 디벨로퍼(부동산 개발사업가)로 이름을 알렸다. 2012년 자광건설을 설립한 그는 ‘기흥역 롯데캐슬’ 등 다양한 주상복합아파트 등을 분양하며 수천억원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2023년 전까지 준공?
지역에선 찬반 극명

자광건설은 대한방직 전주공장 매입을 위해 지난 3월 개발법인 (주)자광을 설립하고 지난 8월 본사를 전주로 이전한 뒤 본격적인 매입작업을 진행해왔다. 당초 자광건설은 계열사 등을 통해 확보한 자금을 경기도 광명시에 투자할 계획이었으나 새만금 세계잼버리 개최와 600조원을 운용하는 기금운용본부 전북 이전, 한옥마을 관광객 증가 등을 고려할 때 전북의 투자가치가 더욱 큰 것으로 판단해 대한방직 전주공장 부지 매입에 나섰다는 게 회사 관계자의 전언이다.

회사 관계자는 “현재 전주시, 전북도의 강점을 더욱 부각하고 확장할 수 있는 시설이 무엇이고 필요한 현안시설이 무엇이 있는지 나름대로 검토한 결과를 바탕으로 작성한 마스터플랜으로, 토지매입과 개발계획에 대한 인허가 등은 전주시나 전북도와 사전 협의되지 않은 사업초기 단계”라고 설명했다.

이어 “관광, 문화, 주거, 상업, 업무, 녹지 등의 기능이 결합된 복합용도개발단지를 추진하기 위해 전주시와 전북도, 나아가 지역사회와 긴 시간을 갖고 지속적인 대화와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TV토론과 전주시의회서 송하진 전북지사와 김승수 전주시장이 ‘도민들의 공감대 형성’과 ‘공론화’를 전제로 어느 정도 긍정적인 입장을 보여 사업 전망이 어둡지 않다는 관측도 나온다. 전주시 관계자는 “자광건설이 제출한 개발 계획안에 대해 공론화위원회를 열어 각계 관계자들의 의견을 듣고 용도변경과 인허가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자본금 5억
디벨로퍼로 성공


자광 측도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해 대한방직 공장 터 개발을 공정하고 투명하게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힌 만큼 이를 통해 충분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결국 대한방직 전주공장 부지 개발 여부와 방향성은 공론화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좌우될 것이라는 게 지역 관가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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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1년’ 여전히 요동치는 정치판

‘계엄 1년’ 여전히 요동치는 정치판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2024년 12월3일 오후 10시27분,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국가 최고 통수권자의 선택은 정치권을 넘어 대한민국 전역을 강타했다. 내란의 밤이 지나고 탄핵의 강을 건너 마침내 대선 정국까지 넘었다.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여의도 곳곳에 계엄의 여파가 남아 있다. 그날 오후 10시 무렵 윤석열 전 대통령이 예산안 관련 긴급 발표를 진행할 예정이라는 정보지가 돌았다. 얼마 뒤 정장 복장으로 대통령실 브리핑룸 카메라 앞에 나타난 윤 전 대통령은 다소 격양된 어투로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강하게 비판했다. 스스로 걸어간 자멸의 길 민주당이 주요 예산을 전액 삭감해 국가 기능을 훼손하고 대한민국을 공황 상태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러더니 돌연 야당을 반국가 세력으로 몰아세웠다. 윤 전 대통령은 “북한 공산 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 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1979년 이후 45년 만에 내려진 비상계엄이었다.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국회가 봉쇄됐고 헬기를 타고 도착한 무장 군인들이 안으로 들이닥쳤다. 국회 밖에서는 시민이, 안에서는 야당 보좌진들이 군인과 대치하면서 그야말로 일촉즉발의 상황이 이어졌다. 먼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입장을 냈다. 한 전 대표는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잘못된 것”이라며 “국민과 함께 막겠다”고 밝혔다. 이후 한 전 대표는 탄핵을 찬성한다는 의미의 ‘찬탄파’로 찍혀 친윤(친 윤석열)계의 거센 비난을 받았다. 민주당 당시 이재명 대표는 실시간 방송을 통해 “대통령의 불법적인 비상계엄 선포는 무효”라며 민주주의의 마지막 보루인 국회를 지키기 위해 신속히 국회로 와달라는 말을 남겼다. 내란 사태가 지나고 난 뒤 이 대통령은 이날을 회상하며 “이 상황을 최대한 빨리 많은 시민에게 알려야 한다는 생각에 실시간 방송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뒤이어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가 비상 의총을 소집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국회 예결위 회의장으로 의총을 소집했다가 10분 뒤 장소를 여의도 당사로 옮겼다. 그리고 약 20분 뒤 다시 국회 예결위장으로 바꿨다. 이는 현재 추 전 원내대표가 받는 ‘비상계엄 해제 표결 방해 의혹’과 연결된다. 다음 날 새벽인 4일 오전 1시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이 국회에 상정됐다. 국회경비대가 국회 출입을 통제하자 담을 넘어서 국회로 진입한 우원식 국회의장은 결의안 상정에 앞서 “(윤 전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하면 국회에 지체 없이 통보해야 한다는 의무조항이 있으나 통보가 없었고, 이는 대통령의 귀책사유”라며 “우리는 그와 관계없이 (비상계엄 해제 의결을 위한)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결의안은 여야 의원 190명이 참석한 가운데 190명 전원이 찬성해 가결됐다. 국회 본청에 투입됐던 계엄군은 철수했고 이로써 윤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은 약 세 시간 만에 무효가 됐다. 비상계엄의 끝은 탄핵 정국의 시작으로 이어졌다. 민주당을 비롯한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등 야6당은 계엄이 해제된 당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들은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내란’으로 규정하고 “하야하지 않으면 탄핵소추를 진행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국민의힘은 탄핵 반대를 당론으로 추인했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는 과정을 겪으며 당이 벼랑 끝까지 몰렸던 점 등을 의식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렸다. 대통령에서 내란수괴 피의자로 썩은줄 알면서도 못 놓는 윤 동아줄 이날을 기점으로 국민의힘에서는 분열의 조짐이 보였다. 탄핵을 반대하는 ‘반탄파’의 친윤계와 찬탄파 친한(친 한동훈)계로 당원들이 갈라서면서 내부 총질이 시작된 것이다. 당초 한 전 대표 역시 탄핵에 반대하는 입장이었지만 비상계엄 당시 자신을 포함한 주요 정치인을 체포하려고 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부터 시작된 두 계파의 갈등 또한 현재진행형이다. 비상계엄이 선포된 나흘 뒤인 7일,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정족수 미달로 국회에서 부결돼 자동 폐기됐다. 재적 의원 300명 중 195명이 참석한 가운데 탄핵이 상정됐지만 국민의힘 의원 대다수가 불참하면서 투표가 불성립된 것이다. 이날 표결에 참여한 국민의힘 의원은 김예지, 김상욱, 안철수 의원뿐이었다. 민주당 박찬대 의원은 표결에 참여하지 않은 의원 105명의 이름을 한 명 한 명 호명하며 본회의장으로 와줄 것을 요구했다. 두 번째 탄핵소추안은 일주일 뒤인 14일 국회에 상정됐다. 당시 국민의힘은 “표결 참석을 제안한다”면서도 탄핵 반대 당론을 유지했다. 결국 300명 가운데 ▲찬성 204표 ▲반대 85표 ▲기권 3표 ▲무표 8표로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 11일 만에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다. 공은 헌법재판소(이하 헌재)로 넘어갔고 긴 진통 끝에 지난 4월4일 헌법재판관의 만장일치로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됐다. 현직 대통령의 파면에 따라 조기 대선이 치러졌고 민주당에서는 이변 없이 이재명 대표가 대선주자로 나섰다. 국민의힘에서는 여전히 찬탄파와 반탄파가 대립했고 어느 날 늦은 밤을 틈타 ‘대선후보 날치기’를 시도하는 등 웃지 못할 촌극도 벌어졌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 청산’을 앞세웠다. 이 후보는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비상 경제 대응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약속하는 등 경제 성장을 강조하면서도 “내란 세력의 죄는 단호하게 벌하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역시 “이번 선거는 내란 정권에 대한 준엄한 심판”임을 강조하며 윤 전 대통령과 국민의힘 심판론을 부각시켰다. 두 번의 선거 강경파만 남았다 6·3 조기 대선 투표 결과 이재명 후보가 49.42%를 득표하면서 21대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41.15%로 이 후보가 8.27%p 차이로 앞섰다. 계엄 극복과 내란 청산을 외친 민주당이 국민의 선택을 받은 것이다. 국민의힘이 윤 전 대통령과 완전히 절연하지 못한 점 또한 보수가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 원인으로 꼽힌다. 탄핵 정국 당시 앞장서서 윤 전 대통령을 엄호한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 불참’에 따른 역풍을 우려하던 당 의원에게 자신이 박 전 대통령 탄핵에 앞장서서 반대한 점을 언급하며 “나는 끝까지 갔다. 그때 욕 많이 먹었다. 그런데 1년 후에는 ‘윤상현 의리 있어 좋아’(라고 하면서) 무소속으로 나와도 다 찍어줬다”고 말했다. 김문수 후보 역시 대선 투표 직전까지 윤 전 대통령에게 단호히 탈당을 요구하지 못했다. 김 후보는 “대통령 탈당(여부)은 본인 뜻”이라며 “자기가(국민의힘이) 뽑은 대통령을 탈당시키는 방식으로 책임이 면책될 수 없고, 도리도 아니”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대선에서 패배했지만 아직도 윤 전 대통령의 그림자로부터 벗어나지 못했다. 친윤계를 비롯한 중진 의원의 지역구가 보수의 심장인 TK(대구·경북)임을 고려했을 때, 윤 전 대통령과 결별하는 것은 핵심 지지층을 놓는 것과 같다는 우려에서다. 지난 8월 국민의힘 전당대회서도 반탄파인 장동혁 후보가 김문수 당 대표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장 후보는 탄핵 정국 당시 극우 색채가 짙은 탄핵 반대 집회를 찾아가 강성 지지층에게 표심을 구애하는가 하면 찬탄파들을 향해 “내부 총질 세력과는 같이 갈 수 없다”는 발언도 서슴치 않았다. 당선 직후에는 “우파 시민들과 연대해 이재명정부를 끌어내리는 데 모든 것을 바치겠다”며 강경 노선을 예고하기도 했다. 그의 말처럼 장 대표는 지난 9월 장외투쟁을 통해 이정부와 본격적으로 각을 세우기 시작했다. 국민의힘이 장외투쟁에 나선 것은 ‘조국 사태’ 이후 6년 만이다. 당 지도부는 대구를 시작으로 전역을 돌며 여론전을 통해 반격에 나설 기회를 보고 있다. 민주당은 “내란 옹호 대선 불복 세력의 장외‘투정’”이라고 비꽜다. 마찬가지로 지난 8월 강성 지지층의 지지를 받아 대표로 당선된 정청래 대표는 “윤어게인 내란 잔당의 역사 반동을 국민과 함께 청산하겠다”며 국민의힘 청산을 강조했다. 강경파인 정 대표와 장 대표가 당권을 잡으면서 국회는 점차 극한으로 치달았다. 정면충돌 치킨 게임 계엄 1년을 앞두고는 민주당의 ‘내란 세력 척결’에 국민의힘이 ‘내란 팔이’라고 맞불을 놓는 지경에 이르렀다. 국민의힘 강경파 의원들의 입은 점점 더 거칠어지고 있고, 민주당은 그때마다 계엄 카드를 꺼내며 “내란 옹호 세력과 협치할 수 없다”고 반격했다. 내란 팔이라는 단어는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의 메시지로 시작됐다. 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특검 연장은 오로지 내란 정국을 연장하려는 민주당의 정략일 뿐”이라며 “내란팔이 없이는 국민의 마음을 얻을 자신도, 국정을 책임질 정책 능력도 없으니 이 지경”이라고 몰아세웠다. 민주당 주도로 ‘더 센 특검법’이 통과하자 이를 지적한 것이다. 나 의원은 “에라잇, 맨날 내란, 내란하다 보면 국민들도 결국 지쳐버릴 것”이라며 “소위 내란 약발도 곧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여권 관계자는 “계엄 1년이 지나도록 제대로 된 사과나 해명도 없이 여전히 민주당 뒷다리만 잡는 게 국민의힘”이라며 “내란팔이라는 말을 하기 전에 그동안 국민의힘이 보여준 태도를 돌아보시라. 윤 전 대통령을 면회하기 위해 구치소로 뛰어간 것이며 극우 집회에서 마이크를 든 것까지, 사과의 기미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벌써부터 ‘지겹다’는 경솔한 표현은 국민께 비판받을 일”이라고 지적했다. 오는 3일 계엄 1년 메시지를 통해 양당의 향배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민주당은 정당해산 심판을 꺼내든 반면, 국민의힘은 메시지 톤을 놓고 여전히 갈팡질팡하면서 하나의 목소리를 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달 26일 “내일(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추경호 전 원내대표 체포동의안 표결이 이뤄진다. 추 전 원내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불법 계엄 당시 의원총회(이하 의총) 장소를 여러번 변경하며 국회의 계엄 해제 표결을 의도적으로 방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며 “총을 든 계엄군이 국회 창문을 깨고 진입하는 긴박한 상황 속에서 의총 장소를 국회 밖으로 공지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것은 다분히 의도적이고 적극적인 계엄 해제 방해로밖에 볼 수 없는, 충분히 의심되는 상황”이라며 거듭 위헌정당 해산심판 청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강경파만 살아남은 포스트 탄핵 여의도 계엄 1년 메시지, 여야 모두 주목 국민의힘 내에서는 메시지의 세기를 놓고 충돌 조짐이 보인다. 강성 지지층을 의식한 지도부는 강경 메시지를 주장한 반면, 원내지도부를 비롯한 일부 초선 의원들 사이에서는 사과를 포함한 톤다운된 메시지를 요구하는 등 온도 차가 생긴 것이다. 초선인 국민의힘 김용태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지난해 극한 여야 대립 속에 다수 야당(민주당)의 입법 전횡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계엄으로 군대를 동원해서 정치적 문제를 해결하려 했던 건 국가 발전이나 국민통합, 보수 정치에 있어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불법적이고 무모하고 과격한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간 1년 동안 국민의힘이 비상계엄을 어떻게 생각해 왔는지 등에 대한 규명이 필요하다. 그것이 규명되면 사과와 반성은 당연한 일”이라며 “단순히 사과와 반성으로만 끝나서도 안 된다. 앞으로 국민의힘이 어떻게 바뀔 것인지에 대한 메시지까지 내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상계엄이 지난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현재 여야가 보이는 양상은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와 비슷하다는 평이다. 탄핵 이후 조기 대선에서 당선된 문재인 전 대통령은 해결 과제로 적폐 청산을 내걸었고, 이 대통령은 ‘내란 청산’을 주장했다. 사면초가인 국민의힘 상황 역시 10년 전 탄핵 후폭풍을 직면하고 분열한 새누리당과 닮아있다. 이듬해 6월 지방선거가 예정된 점까지, 지금의 여야가 과거를 그대로 답습할지 이목이 쏠린다. 당시 새누리당은 자유한국당으로 간판까지 교체했지만 2018년 지방선거에 참패하면서 국회 바닥에 무릎을 꿇고 국민에게 사죄했다. 지금 국민의힘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에 따라 내년 지방선거의 운명이 달라질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은 CBS 라디오에서 ‘중도층 등 외연 확장을 위해 계엄에 대한 사과가 필요하지 않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투표율을 55%에서 60% 정도로 봤을 때 중도층은 투표를 하지 않는 계층일 경우가 많다. 오히려 진영에 속한 사람들이 투표한다”고 분석했다. 김 최고위원은 “정치 고관여층보다는 정치 무관심층을 따라가야 한다고 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 건가. 보수는 아직도 분열돼있고 내부 싸움도 있는 상황에서 지금 당장 이동해 갔을 때 벌어질 손실도 굉장히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발언은 선거에 직면하면 중도층 포섭을 위한 전략을 세워야 하지만, 아직 당이 불안정한 만큼 중심이 되는 지지층을 단단히 잡아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10년 전 데자뷔? 비상계엄 사과 메시지에 대해서는 “우리가 배출한 대통령이 탄핵당한 것이 우리 숙명인데 그분들이 탈당했다고 해서 벗어나 지겠느냐”며 “자꾸 절연, 절연하는데 인연이 끊기겠느냐. 없어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일회성 사과로 과거 잘못을 끊어내고 새롭게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우리가 어떤 정치를 할 것인가를 보다 고민하는 그런 모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쉽게 사과하고 끝날 문제가 아니”라며 “사과하는 모습보다는 우리가 앞으로 이런 정치를 해나가고 국민에게 믿음을 드리겠다는 것이 더 낫다”고 주장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