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동’ 반기문 광폭행보의 이면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8.11.13 09:46:13
  • 호수 119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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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 의지? 상황이 잠룡을 만든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최근 베이징서 모습을 드러냈다. 미국서 귀국한 뒤 ‘강연 정치’에 힘써왔던 반 전 총장이 해외 공식 행사로까지 운신의 폭을 넓히는 모습이다. 자신의 최대 강점이자 정체성인 외교분야 능력을 활용하는 모습에 정치권은 반 전 총장의 대권도전 여부를 다시금 주목하고 있다.
 

▲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반 전 총장이 지난 4일 중국 베이징서 열린 포럼에 참석했다. 재단법인 여시재(원장 이광재)와 중국 칭화대 지속가능발전연구원이 공동 주최한 ‘신문명 도시와 지속가능발전’ 포럼이었다. 반 전 총장은 기조연설서 “대도시는 지속 불가능하다”며 “일과 교육, 의료가 집에서 이뤄지는 신문명 도시를 만들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베이징서 포럼
도시모델 제안

새로운 도시모델에 대한 제안이었다. 그는 대도시가 기후 온난화의 주범으로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70%를 차지하며 불평등을 심화시킨다고 지적했다. 또 대도시의 높은 주거비와 생활비 때문에 실리콘밸리 등지서 창조적 인재들이 떠나고 있다고 언급했다.

반 전 총장은 “산업혁명의 대량 생산·소비 시대에는 대도시가 주인공이었지만, 맞춤 생산·소비시대에는 중소도시와 농촌이 주인공으로 창조력을 발휘할 수 있다”며 “대도시 못지않은 지속가능한 중소 창조도시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중국이 신문명의 근원지가 될 수 있다”며 중국의 역할을 강조한 부분은 상당히 인상적이다.


반 전 총장은 아시아의 어느 도시서 신문명이 탄생할 것이라고 전제한 뒤 “나는 그 도시가 중국의 도시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의 변화는 앞으로 전 세계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중국이 지속가능한 변화를 만들 수 있는가에 따라 인류의 운명도 결정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 문정인 전 청와대 특보와 대화 나누는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반 전 총장의 발언만 주목받은 게 아니다. 이날 포럼에는 반 전 총장을 따라 각계각층의 인사들이 총출동했다. 포럼 주최자인 이헌재 여시재 이사장을 비롯해 홍석현 한반도평화만들기 이사장, 김도연 포스텍 총장 등 600명이 참석했다.

정치권 인사들의 참석도 눈에 띈다.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국회 후반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등 국회의원 10여명이 참석했다. 박성수 송파구청장, 조은희 서초구청장, 황명선 논산시장, 이강덕 포항시장, 류태호 태백시장, 최승준 정선군수 등 기초단체장 20여명도 함께했다.

앞서 반 전 총장은 유엔사무총장 임기를 마친 뒤 귀국해 대권에 도전한 바 있다. 지난해 1월 귀국한 그는 대권 의지를 피력했다. 그러나 시작과 동시에 구설에 오르며 어려운 길을 걸었다. 공항철도를 타기 위해 인천공항역서 7500원짜리 표를 구매하며 1만원권 2장을 무인발매기에 동시에 투입한 사건이 발단이었다.

베이징 포럼 행차에 정치권 30명 동행
“정치는 생물” 움직임 주목하는 여의도

다음날에는 국립현충원을 참배하며 미리 작성해 온 쪽지를 힐끗 본 뒤 방명록을 쓰는 모습도 보였다. 14일에는 이른바 '턱받이 사건'으로 알려진, 충북 음성군 꽃동네서 노인에게 죽을 먹이는 봉사활동이 도마에 올랐다. 같은 날 음성군 행치마을에 조성된 선친 묘소를 참배하면서 퇴주잔을 마셔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 같은 여러 구설에 반 전 총장의 지지율은 급락했다. 문재인 당시 예비후보와 비등했던 지지율은 구설에 오른 후 반 토막 수준으로 하락했다. 


반 전 총장 측은 대선 완주를 자신했었다. 반 전 총장 측 정무담당을 맡았던 새누리당 이상일 전 의원은 지난해 1월 인터뷰서 “반 전 총장이 대선에 중도 포기할 가능성은 0%”라며 “지켜보면 좋겠다. 내기라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론은 싸늘했고 지지율 하락은 멈추지 않았다. 결국 반 전 총장은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지난해 2월 국회 정론관에 모습을 드러낸 반 전 총장은 “정치교체를 이루고 국가통합을 이루려던 순수한 뜻을 접겠다”며 “일부 정치인들의 구태의연하고 편협한 이기주의적 태도도 지극히 실망스러웠다. 결국 이들과 함께 길을 가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판단에 이르게 됐다”고 출마 포기를 선언해버렸다. 20여일간의 짧았던 대권 행보에 마침표가 찍히는 순간이었다.
 

반 전 총장은 마지막까지 대권에 대한 꿈을 쉽사리 놓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반기문 캠프 측은 불출마 선언 직전까지 중도포기 가능성은 없다고 못 박았다. 불출마 선언 하루 전만해도 반 전 총장은 대선 전 개헌을 고리로 한 제3지대 통합을 시도했다. 대권에 대한 반 전 총장의 의지가 엿보였던 대목이다.

이 때문에 정치권은 반 전 총장의 대선 불출마 선언이 일시적인 선언이었을 것으로 해석한다. 즉 상황과 여론이 만들어지면 반 전 총장이 다시 대권에 도전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각계 총출동
정치권도 다수

다수의 캠프서 선거를 치른 경험이 있는 더불어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단순히 전직 유엔사무총장으로서 활동하는 것일 수도 있다”고 전제한 뒤 “별일 아닐 수도 있지만, 주목할 가치는 있다. 어쨌든 우리나라의 큰 인물 아닌가”라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반 전 총장은 지난해 4월 하버드대서 초빙교수로 활동하기 위해 미국으로 출국했다. 제니퍼 염 박 하버드대 과학사학과 전임강사가 <월간조선>을 통해 밝힌 지난해 6월 반 전 총장의 근황에 따르면 그는 ‘안젤로풀로스 펠로우’로 선임됐는데, 이는 케네디 스쿨에 사무실을 마련해 공직 분야서 최고위직을 지낸 인물들에게만 주어지는 자리다. 전임 펠로우들은 모두 전직 대통령들이었다.

그곳에서 반 전 총장은 약 2개월간 교수생활을 마치고 지난해 6월 귀국했다. 귀국 후 반 전 총장은 곧바로 그해 5월에 당선된 문재인 대통령과 70분 동안 회동을 가졌다. 한미정상회담과 북핵 문제 등 외교·안보 현안이 주제였다.

회동은 문 대통령이 반 전 총장을 청와대로 초대해 성사됐다. 당시 문 대통령은 “국내 정치는 소통으로 풀면 되지만 외교가 걱정이다. 반 전 총장의 경험과 지혜가 필요하다”고 도움을 청한 것으로 전해진다. 반 전 총장은 문재인정부가 북한 문제와 관련해 조력을 구한다면 기꺼이 함께할 수 있다는 의사를 피력했다.

지난해 7월부터는 연세대 글로벌사회공헌원 명예원장 겸 석좌교수로 있다. 당시 반 전 총장은 연세대서 기자들과 만나 “지속가능 개발을 위한 반기문센터를 설립, 교육을 통해 지난 10년간 열정적으로 추진해왔던 인류의 행복과 건강, 평화 등에 기여하고자 한다”며 “지난 7년간 유엔사무총장을 하며 지켜본 어젠다를 국내에 전달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중 마침 연세대 측과 대학의 사회공헌에 대해 이야기를 하게 돼 돌아오게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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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 측이 글로벌사회공헌원 명예원장 겸 석좌교수직을 맡아달라고 반 전 총장에게 먼저 제안한 것으로 알려진다. 글로벌사회공헌원은 교내 의료관이나 본관 등에서 기관별로 진행하던 선교 및 봉사활동을 통합하기 위해 지난해 4월 개원했다.


강연 정치로
존재감 과시

반 전 총장은 귀국 후 강연에 매진하고 있다. 주로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특강이었다. 지난해 9월 한국외국어대, 10월 한동대·숭실대·명지대·한국교통대, 11월 한양대·서울대, 12월 고려대, 올해 3월 대구보건대, 4월·9월 연세대, 10월 국민대 등 확인할 수 있는 강연만 10여차례 이상이다.

그 중 한국교통대는 교내에 ‘반기문 청년 비전센터’를 설립했다. 당시 한국교통대는 센터를 통해 학생 장학금 수여를 위한 기금 모금과 제2의 반기문을 육성하기 위한 글로컬 리더십 훈련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밝혔다.

이 기간 기업과의 교류도 눈에 띈다. 지난 2월 연세대서 열린 ‘글로벌지속가능포럼’에 참석한 반 전 총장은 마윈 알리바바그룹 회장과 대담을 나눴다. 지난 4월에는 한국토요타자동차가 후원하는 행사서 250여명이 넘는 학생과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강연을 진행했다. 지난 3일부터 5일까지 중국 베이징서 열린 포럼서도 반 전 총장은 마윈 회장, 리우송 부사장 등 중국 기업인들과 교류를 가졌다.

여의도 정치권은 대권에 대해 의지의 문제라기보다는 상황의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잠룡의 도전 의지와 관계없이 상황이 잠룡을 만든다는 데서 기인한 말이다. 즉 대선 레이스가 막을 열었을 때 권력구조가 어느 쪽으로 기울어져 있는지, 국민들이 차기 대통령에게 어떤 부분을 원하는지 등이 대권을 차지하는 데 있어 잠룡의 출마 의사보다 더욱 앞선다는 뜻이다.

최근 여의도에서는 차기 대권과 관련해 흥미로운 분석을 들을 수 있다. 바로 북한과의 관계를 원만히 풀 수 있는 사람이 차기 대권을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미국생활 2개월 만에 한국 복귀 왜?
차기 대권? 북한 이슈에 강한 사람

한 국회 관계자는 “지금 문재인정부가 대북 유화정책을 펴고 있지만, 남은 임기 동안 진정한 의미의 비핵화와 통일을 완성한다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며 “결국 국민들은 문정부가 다져놓은 북한과의 관계를 누가 결정적으로 풀어줄지에 관심을 보낼 것이다. 이런 예상이 여의도서 가장 우세하다”고 설명했다.

만약 반 전 총장이 대권에 여전한 욕심을 가지고 있다면, 이는 반 전 총장 입장서 환영할만한 소식이다. 현재 자천타천 대권주자로 꼽히는 인사 중 반 전 총장만큼 외교적으로 성과를 이룬 사람은 없다.

반 전 총장 역시 귀국 후 계속 북한에 대한 언급을 이어오며 북한 이슈에 있어서만큼은 자신감을 보여왔다. 그는 국내외 행사에 참석할 때마다 북한을 언급하며 평화의 시대로 향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해왔다.
 

반 전 총장은 지난달 22일(현지시각) 하버드대가 개최한 ‘한반도 평화와 안보를 위한 협상’ 토론회에 참석해 “남북 관계 개선이 북한의 비핵화를 유인할 수 있다는 논리와 관련해서는 좀 더 포괄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9월6일(현지시각) 뉴델리서의 인터뷰서 그는 “지금이야말로 북한이 확실한 태도를 보여야 할 때”라며 “북한이 진정으로 비핵화를 통해 체제나 경제 안정을 도모하겠다면 자꾸 뒷걸음질 치는 모습을 보이지 말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북한 잡으면
대권 잡는다

6월27일 ‘2018 제주포럼’에서는 “한반도 안보 및 한미동맹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급작스러운 결정은 경계해야 한다”고 밝혔으며, 앞서 2월21일(현지시간) 유엔안보리 회의에선 “평창 동계올림픽으로 시작된 남북한 간 대화는 계속돼야만 하며 그래야만 화해와 평화, 북한의 비핵화를 기대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 전 총장이 강조하는 한반도 및 세계의 평화가 북한 비핵화와 무관치 않다는 점에서 향후에도 반 전 총장의 북한 관련 발언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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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세 뒤집기’ 총선 막판 변수들

‘판세 뒤집기’ 총선 막판 변수들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여길 봐도, 저길 봐도 상대 당을 헐뜯는 내용뿐이다. 우리 당이 네 당보다 낫다는 말만 한다. 그러나 여야 모두 판도가 뒤집힐 이슈가 상당하다. 제 아무리 공천을 잘했다고 서로 외쳐도 결국에는 조금이라도 리스크를 줄이는 쪽이 승리를 가져가게 된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내 편 지키기 싸움판이 된 총선이다. 변수가 너무나도 많다. 여야의 모든 공천 작업이 마무리되면서 본격적인 선거전에 돌입했다. 국민의힘은 4·10 총선을 안정적으로 치르기 위한 방안으로 경력직, 원조 친윤(친 윤석열)으로 공천을 마무리했고,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친명(친 이재명)을 전면에 내세우며, 비명(비 이재명)을 대거 공천서 배제해 버렸다. 시작부터 당내 잡음이 상당하다. 이런 탓에 더 큰 변수가 발생하는 측에서는 총선 패배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연장전 전초전 국민의힘은 공천을 “조용히 마쳤다”고 자평했지만, 뒤늦게 곳곳에서 잡음이 터져 나왔다. 반면 민주당은 스스로 ‘혁신’이 있었던 공천이라고 평가했다. 민주당 역시 여전히 분란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공천을 두고서는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서로를 향해 ‘패륜 공천’이라고 명명하며 네거티브전이 시작됐다. 본격적으로 서로를 공격하는 모습은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점점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지지율은 국민의힘이 민주당에 오차범위 내 다소 앞서는 형국이지만 곳곳에 여러 변수가 자리잡고 있다. 국민의힘은 ▲김건희 여사 ▲다시 돌아온 탄핵의 강 ▲정권심판론 ▲부동층 확장 ▲서울 후보의 경쟁력이 넘어야 할 산이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 으로 지지율 상승을 꿈꿨으나 자신들이 원하는 만큼의 상승을 이뤄내진 못했다. 일각에서는 한 비대위원장의 효과가 한계를 맞이한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낸다.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반윤(반 윤석열)’을 노리는 세력이 포위망을 좁히고 있고, 국민의힘도 이에 따라 상승과 하락을 반복 중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지지율의 흐름이 엇비슷해졌다는 뜻이다. 민주당은 이 틈에 이·채·양·명·주(이태원 참사·채 상병 사망 수사 외압 의혹·서울양평고속도로 의혹·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를 언급하며 앞으로 띄울 국민의힘 리스크의 기틀을 마련했다. 한 비대위원장이 다가올 변수들을 통제하지 못한다면 상황이 어려워진다. 우선 ‘김 여사 리스크’라는 변수다. 김 여사의 리스크는 크게 3가지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김 여사 일가의 서울양평고속도로 특혜 논란, 명품백 수수 의혹이 대표적이다. 민주당은 선거에 앞서 지난 5일, 더 센 특검법을 발의했다. 총선을 노린 행보인 셈이다. 최근 재발의 된 김 여사 특검법은 지난달 본회의 재표결이 이뤄진 뒤 폐기된 기존 특검법에 더해 민간인 대통령 순방 동행 의혹과 명품백 수수 의혹, 서울양평고속도로 김 여사 일가 특혜 의혹 등이 추가된 법안이다. 국힘, 김건희·심판론 극복 관건 다시 ‘탄핵의 강’ 역행 자제해야 민주당은 이번 총선서 한 비대위원장을 직접적으로 공격하기 보다는 윤 대통령과 김 여사를 향해 맹공을 퍼부어 자신들이 주장하는 정권심판론을 대표적인 선거 전략으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김 여사의 공식 행보가 멈춘지도 많은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해당 의혹에 관한 윤 대통령의 제대로 된 사과는 없었다. 사과를 할 경우 잘못을 인정하는 꼴이 돼 민주당서 더욱 강한 공격이 들어올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민주당은 여전히 김 여사 리스크를 부각시킨다. 민주당 공격이 거세지만 국민의힘으로서는 달리 막을 방법이 없다. 이미 명품백 수수 의혹으로 당과 대통령실이 충돌을 빚었었다. 이는 국민의힘서 현역 의원이 대거 생존한 이유와도 같다. 내부적으로도 쌍특검 재표결로 인한 이탈표가 발생해 현역 의원의 대거 이탈을 우려했었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김 여사는 민주당의 공격거리다. 어떻게든 민주당은 윤 대통령과 김 여사 부부를 심판해야 할 대상으로 분류해 선거전서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김 여사와 더불어 국민의힘은 과거로 회귀하는 움직임이 엿보인다. 바로 박근혜 전 대통령의 그림자가 아른거리기 때문이다. 그동안 국민의힘은 보수층의 지지율이 하락할 때마다 박 전 대통령에게 빚져왔다. 그 빚을 갚기 위해 국민의힘은 박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유영하 변호사를 공천했고, 변호인을 맡았던 도태우 변호사도 이름을 올렸다. 유 변호사의 경우 공천을 받는 데 큰 이견이 없었다. 다만 문제는 도 변호사에게서 생겼다. 도 변호사는 과거 자신의 유튜브 방송서 “5·18이 북한과 무관하면 검증에 당당해야 한다”고 발언한 바 있다. 이와 함께 북한 개입설을 주장해 왔다. 논란이 일자 국민의힘은 다급하게 재검토를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가 결국 공천을 취소했다. 서로 향해 “패륜 공천” 조지연 전 행정관도 친윤 대신 ‘친박(친 박근혜)’을 주로 띄운다. 조 전 행정관은 박 전 대통령의 후보시절 청년보좌역을 맡았고, 이후 박근혜정부 청와대서 4년을 보냈다. 이를 두고 당내에서는 경계하는 분위기도 있다. 여전히 탄핵의 강을 건너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 때문이다. 대구·경북(TK)에서는 박 전 대통령 마케팅이 유리할지 모르나, 전국적으로 확대되는 순간 국민의힘에게는 또 다른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는 탓이다. 보수가 결집해도 모자랄 판에 다시 현 보수 세력과 과거의 보수 세력이 갈라질 우려에서다. 박 전 대통령 역시 특별한 메시지를 내지 않고 잠잠한 상태다. 여기에 더해 민주당은 정권심판론을 극대화하는 추세다. 총선을 목전에 두고 정권심판론이 확대되면 불리한 쪽은 단연 국민의힘이다. 사실 얼마 전까지는 정권심판론이 약화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그러나 최근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호주 대사 임명이 뇌관이 됐다. 그러자 다시금 정권심판론이 힘을 받는 모양새다. 현재 이 전 장관은 출국금지돼있으나, 호주대사로 임명받은 뒤 법무부로부터 출국금지 해제를 받고 호주로 떠났다. 현재 민주당은 이종섭 특검법까지 발의하면서 윤정부와 여당을 옥죄고 있다. 국민의힘은 최대한 언급을 자제하는 분위기 속에서도 민주당이 특검을 남발하고, 해당 특검법이 총선용 악법이라는 지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 전 장관의 호주 출국이 정당하다는 이유를 설명하지 못하는 중이다. 이 밖에도 민주당은 다양한 정권심판론 키워드를 꺼내들 것으로 보인다. 이미 민주당 이 대표는 전국을 순회하며 일찌감치 정권심판론에 열을 올리는 발언들을 쏟아냈다. 여론이 악화되자, 국민의힘은 결국 귀국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이 정권심판론을 되치기하려면 정부와 여당이 어떤 일을 도모하고 있는지, 성과는 무엇인지를 보여줘야 한다. 단순히 민주당의 네거티브에 휩쓸려 상대 당을 똑같이 비방하는 일에만 혈안이 되면 불리하다. 일을 하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그래야 부동층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 김 여사 가려야 한 비대위원장의 인기와 몸값은 많이 올랐다. 다만 보수층에 국한된 지지라는 게 국민의힘이 극복해야할 과제다. 지난 대선 역시 부동층의 표심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결과가 갈렸다. 적은 표차라도 부동층의 마음을 움직여야만 승산이 있는 선거다. 서울 후보의 경쟁력도 걱정거리다. 서울은 민주당이 21대 총선서 41석을 차지했던 반면, 국민의힘은 본래 보수 텃밭인 지역을 지켜 내기에 급급했다. 몇몇 중진급 의원이 서울로 넘어와 선거를 치르지만, 이는 대부분 국민의힘 험지다. 또 서울권에 공천이 된 인물들 역시 대부분 과거 민주당 후보에 패배한 이력이 있다. 따라서 국민의힘은 후보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서울권에서 선거 활동을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국민의힘의 변수만 큰 게 아니다. 민주당에게도 여러 리스크가 산적해 있다. 가장 큰 위험은 민주당 이 대표의 리스크다. 이 대표는 대선후보 시절부터 시작해 지금껏 수많은 위기를 겪어왔다. 헌정 사상 최초로 체포동의안이 가결되기도 했다. 이 대표는 ▲대장동·백현동 리스크 ▲계파 갈등 ▲야당심판론 ▲배우자 김혜경씨의 법인카드 논란 등이 있다. 국민의힘은 이 지점을 끝까지 파고들 것으로 보인다. 얼마전 백현동 개발비리 로비스트인 김인섭 한국아우징기술 전 대표가 1심서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된 민주당 정진상 전 정무조정실장이 연루된 정황이 인정됐다는 게 컸다. 더욱이 백현동 의혹에 관한 첫 판결이 내려진 상황이라 이목이 쏠린다. 현재 이 대표 역시 기소된 상황이다. 본격적인 선거전이 펼쳐질 상황서 이 대표는 공교롭게 선대위 출범식 날에 재판 날짜가 잡혔다. 이달에도 이 대표에게는 여러 재판이 줄서서 대기 중이다. 민주, 당 대표 리스크에 계파 갈등 제3지대 총선서 판도 흔들 존재로 이달 19일에는 서울 중앙지법서 대장동·위례·백현동 사건·성남FC 재판에 출석해야 하고, 18일에는 위증교사 사건, 22일에는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당내에서는 이런 상황을 두고, 선거 지휘가 제대로 이뤄지겠냐는 반응이 나온다. 사법 리스크는 민주당을 갈라지게 했다. 본래 친명과 비명 간의 계파 갈등이 심했지만, 이 대표의 리스크를 극복하지 못하고 민주당은 고통의 시간을 겪었다. 여기에 더해 계파 간 갈등은 민주당을 더욱 갈라놓았다. 공천에 있어서 ‘비명횡사’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민주당은 공천서 극심한 갈등을 겪었다. 친문 세력이었던 이들은 하나 둘 민주당을 탈당하기 시작했고, 더 이상 하나의 민주당으로 선거를 치르기는 어렵게 됐다. 쪼개짐으로써 인해 정권심판론의 의미를 퇴색시킨 꼴이다. 여기에 더해 최근 국민의힘은 야당심판론이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보통 총선은 현 정부가 못했기 때문에 야당서 정권 심판을 자주 띄운다. 그러나 민주당의 상황도 이에 못지않게 엉망이다. 다수당인데도 불구하고, 당 대표의 리스크와 계파 간 갈등으로 회기 동안 리스크 방어에만 치중한 측면이 있다. 야당심판론은 부동층의 표심을 호소할 수 있는 지점이다. 민주당은 현재 의석수를 지키지 못한다면 이긴 선거라고 볼 수 없다. 현실적으로 민주당이 선거서 밀렸다는 것을 증명해주는 부분이다. 여기에 더해 친문 세력이 과연 이 대표를 도울지가 관건이다. 국민의힘에게 박 전 대통령이 있다면, 민주당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있다. 문 전 대통령이 지지를 표하는 방향에 따라, 선거구도가 요동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 탈당파들은 이 대표를 향해 적극적인 공격성을 띤다. 새로운미래 소속 인물들은 ‘가짜 민주당’이라는 프레임을 민주당에 씌우기 시작했다. 이 밖에 제3지대의 부상은 여야 모두에게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제3지대는 국민의힘과 민주당을 모두 타격하면서 존재감을 높이기 위해 시도 중이다. 최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신당인 조국개혁당의 존재감이 날로 커지고 있다. 조국개혁당은 비례대표 입성을 목표로 결성됐는데, ‘검찰정권 심판’이라는 키워드를 내걸고 총선 판도에 불을 지폈다. 당초 정치권이 예상했던 것보다 파급력이 더욱 커진 셈이다. 결국 앞으로의 선거전은 양당이 ‘네거티브’ 위주로 선거 전략을 짤 것으로 보인다. 리스크가 조금이라도 더 부각되는 측이 패배할 것으로 전망된다. 당 대표 리스크 이와 관련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양당 모두 리스크가 적지 않다. 여야 모두 중도층을 노리는 선거전략을 우선적으로 적용하겠지만, 결국 조직의 결집도 중요하다”며 “변수가 들쑥날쑥한 상황서 조금이라도 리스크가 부각된다면 조직 결집도 역시 낮아질 수 있다. 이는 총선 패배로 이어질 수 있어 보인다”고 전망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향후 총선 일정은? 여야의 공천이 마무리되면서 이제는 본격적인 선거전이 시작된다. 이달 21일부터 22일까지는 후보자 등록 신청이 이뤄진다. 이후 이달 27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총 6일 간 재외투표가 진행된다. 27일에는 후보들이 선거 벽보를 제출해야 하고, 다음 날인 28일부터 선거 하루 전인 다음 달 9일까지는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 다음 달 5일부터 6일까지는 사전투표가 이뤄진다. <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