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동’ 반기문 광폭행보의 이면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8.11.13 09:46:13
  • 호수 119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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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 의지? 상황이 잠룡을 만든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최근 베이징서 모습을 드러냈다. 미국서 귀국한 뒤 ‘강연 정치’에 힘써왔던 반 전 총장이 해외 공식 행사로까지 운신의 폭을 넓히는 모습이다. 자신의 최대 강점이자 정체성인 외교분야 능력을 활용하는 모습에 정치권은 반 전 총장의 대권도전 여부를 다시금 주목하고 있다.
 

▲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반 전 총장이 지난 4일 중국 베이징서 열린 포럼에 참석했다. 재단법인 여시재(원장 이광재)와 중국 칭화대 지속가능발전연구원이 공동 주최한 ‘신문명 도시와 지속가능발전’ 포럼이었다. 반 전 총장은 기조연설서 “대도시는 지속 불가능하다”며 “일과 교육, 의료가 집에서 이뤄지는 신문명 도시를 만들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베이징서 포럼
도시모델 제안

새로운 도시모델에 대한 제안이었다. 그는 대도시가 기후 온난화의 주범으로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70%를 차지하며 불평등을 심화시킨다고 지적했다. 또 대도시의 높은 주거비와 생활비 때문에 실리콘밸리 등지서 창조적 인재들이 떠나고 있다고 언급했다.

반 전 총장은 “산업혁명의 대량 생산·소비 시대에는 대도시가 주인공이었지만, 맞춤 생산·소비시대에는 중소도시와 농촌이 주인공으로 창조력을 발휘할 수 있다”며 “대도시 못지않은 지속가능한 중소 창조도시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중국이 신문명의 근원지가 될 수 있다”며 중국의 역할을 강조한 부분은 상당히 인상적이다.


반 전 총장은 아시아의 어느 도시서 신문명이 탄생할 것이라고 전제한 뒤 “나는 그 도시가 중국의 도시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의 변화는 앞으로 전 세계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중국이 지속가능한 변화를 만들 수 있는가에 따라 인류의 운명도 결정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 문정인 전 청와대 특보와 대화 나누는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반 전 총장의 발언만 주목받은 게 아니다. 이날 포럼에는 반 전 총장을 따라 각계각층의 인사들이 총출동했다. 포럼 주최자인 이헌재 여시재 이사장을 비롯해 홍석현 한반도평화만들기 이사장, 김도연 포스텍 총장 등 600명이 참석했다.

정치권 인사들의 참석도 눈에 띈다.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국회 후반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등 국회의원 10여명이 참석했다. 박성수 송파구청장, 조은희 서초구청장, 황명선 논산시장, 이강덕 포항시장, 류태호 태백시장, 최승준 정선군수 등 기초단체장 20여명도 함께했다.

앞서 반 전 총장은 유엔사무총장 임기를 마친 뒤 귀국해 대권에 도전한 바 있다. 지난해 1월 귀국한 그는 대권 의지를 피력했다. 그러나 시작과 동시에 구설에 오르며 어려운 길을 걸었다. 공항철도를 타기 위해 인천공항역서 7500원짜리 표를 구매하며 1만원권 2장을 무인발매기에 동시에 투입한 사건이 발단이었다.

베이징 포럼 행차에 정치권 30명 동행
“정치는 생물” 움직임 주목하는 여의도

다음날에는 국립현충원을 참배하며 미리 작성해 온 쪽지를 힐끗 본 뒤 방명록을 쓰는 모습도 보였다. 14일에는 이른바 '턱받이 사건'으로 알려진, 충북 음성군 꽃동네서 노인에게 죽을 먹이는 봉사활동이 도마에 올랐다. 같은 날 음성군 행치마을에 조성된 선친 묘소를 참배하면서 퇴주잔을 마셔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 같은 여러 구설에 반 전 총장의 지지율은 급락했다. 문재인 당시 예비후보와 비등했던 지지율은 구설에 오른 후 반 토막 수준으로 하락했다. 


반 전 총장 측은 대선 완주를 자신했었다. 반 전 총장 측 정무담당을 맡았던 새누리당 이상일 전 의원은 지난해 1월 인터뷰서 “반 전 총장이 대선에 중도 포기할 가능성은 0%”라며 “지켜보면 좋겠다. 내기라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론은 싸늘했고 지지율 하락은 멈추지 않았다. 결국 반 전 총장은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지난해 2월 국회 정론관에 모습을 드러낸 반 전 총장은 “정치교체를 이루고 국가통합을 이루려던 순수한 뜻을 접겠다”며 “일부 정치인들의 구태의연하고 편협한 이기주의적 태도도 지극히 실망스러웠다. 결국 이들과 함께 길을 가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판단에 이르게 됐다”고 출마 포기를 선언해버렸다. 20여일간의 짧았던 대권 행보에 마침표가 찍히는 순간이었다.
 

반 전 총장은 마지막까지 대권에 대한 꿈을 쉽사리 놓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반기문 캠프 측은 불출마 선언 직전까지 중도포기 가능성은 없다고 못 박았다. 불출마 선언 하루 전만해도 반 전 총장은 대선 전 개헌을 고리로 한 제3지대 통합을 시도했다. 대권에 대한 반 전 총장의 의지가 엿보였던 대목이다.

이 때문에 정치권은 반 전 총장의 대선 불출마 선언이 일시적인 선언이었을 것으로 해석한다. 즉 상황과 여론이 만들어지면 반 전 총장이 다시 대권에 도전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각계 총출동
정치권도 다수

다수의 캠프서 선거를 치른 경험이 있는 더불어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단순히 전직 유엔사무총장으로서 활동하는 것일 수도 있다”고 전제한 뒤 “별일 아닐 수도 있지만, 주목할 가치는 있다. 어쨌든 우리나라의 큰 인물 아닌가”라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반 전 총장은 지난해 4월 하버드대서 초빙교수로 활동하기 위해 미국으로 출국했다. 제니퍼 염 박 하버드대 과학사학과 전임강사가 <월간조선>을 통해 밝힌 지난해 6월 반 전 총장의 근황에 따르면 그는 ‘안젤로풀로스 펠로우’로 선임됐는데, 이는 케네디 스쿨에 사무실을 마련해 공직 분야서 최고위직을 지낸 인물들에게만 주어지는 자리다. 전임 펠로우들은 모두 전직 대통령들이었다.

그곳에서 반 전 총장은 약 2개월간 교수생활을 마치고 지난해 6월 귀국했다. 귀국 후 반 전 총장은 곧바로 그해 5월에 당선된 문재인 대통령과 70분 동안 회동을 가졌다. 한미정상회담과 북핵 문제 등 외교·안보 현안이 주제였다.

회동은 문 대통령이 반 전 총장을 청와대로 초대해 성사됐다. 당시 문 대통령은 “국내 정치는 소통으로 풀면 되지만 외교가 걱정이다. 반 전 총장의 경험과 지혜가 필요하다”고 도움을 청한 것으로 전해진다. 반 전 총장은 문재인정부가 북한 문제와 관련해 조력을 구한다면 기꺼이 함께할 수 있다는 의사를 피력했다.

지난해 7월부터는 연세대 글로벌사회공헌원 명예원장 겸 석좌교수로 있다. 당시 반 전 총장은 연세대서 기자들과 만나 “지속가능 개발을 위한 반기문센터를 설립, 교육을 통해 지난 10년간 열정적으로 추진해왔던 인류의 행복과 건강, 평화 등에 기여하고자 한다”며 “지난 7년간 유엔사무총장을 하며 지켜본 어젠다를 국내에 전달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중 마침 연세대 측과 대학의 사회공헌에 대해 이야기를 하게 돼 돌아오게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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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 측이 글로벌사회공헌원 명예원장 겸 석좌교수직을 맡아달라고 반 전 총장에게 먼저 제안한 것으로 알려진다. 글로벌사회공헌원은 교내 의료관이나 본관 등에서 기관별로 진행하던 선교 및 봉사활동을 통합하기 위해 지난해 4월 개원했다.


강연 정치로
존재감 과시

반 전 총장은 귀국 후 강연에 매진하고 있다. 주로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특강이었다. 지난해 9월 한국외국어대, 10월 한동대·숭실대·명지대·한국교통대, 11월 한양대·서울대, 12월 고려대, 올해 3월 대구보건대, 4월·9월 연세대, 10월 국민대 등 확인할 수 있는 강연만 10여차례 이상이다.

그 중 한국교통대는 교내에 ‘반기문 청년 비전센터’를 설립했다. 당시 한국교통대는 센터를 통해 학생 장학금 수여를 위한 기금 모금과 제2의 반기문을 육성하기 위한 글로컬 리더십 훈련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밝혔다.

이 기간 기업과의 교류도 눈에 띈다. 지난 2월 연세대서 열린 ‘글로벌지속가능포럼’에 참석한 반 전 총장은 마윈 알리바바그룹 회장과 대담을 나눴다. 지난 4월에는 한국토요타자동차가 후원하는 행사서 250여명이 넘는 학생과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강연을 진행했다. 지난 3일부터 5일까지 중국 베이징서 열린 포럼서도 반 전 총장은 마윈 회장, 리우송 부사장 등 중국 기업인들과 교류를 가졌다.

여의도 정치권은 대권에 대해 의지의 문제라기보다는 상황의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잠룡의 도전 의지와 관계없이 상황이 잠룡을 만든다는 데서 기인한 말이다. 즉 대선 레이스가 막을 열었을 때 권력구조가 어느 쪽으로 기울어져 있는지, 국민들이 차기 대통령에게 어떤 부분을 원하는지 등이 대권을 차지하는 데 있어 잠룡의 출마 의사보다 더욱 앞선다는 뜻이다.

최근 여의도에서는 차기 대권과 관련해 흥미로운 분석을 들을 수 있다. 바로 북한과의 관계를 원만히 풀 수 있는 사람이 차기 대권을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미국생활 2개월 만에 한국 복귀 왜?
차기 대권? 북한 이슈에 강한 사람

한 국회 관계자는 “지금 문재인정부가 대북 유화정책을 펴고 있지만, 남은 임기 동안 진정한 의미의 비핵화와 통일을 완성한다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며 “결국 국민들은 문정부가 다져놓은 북한과의 관계를 누가 결정적으로 풀어줄지에 관심을 보낼 것이다. 이런 예상이 여의도서 가장 우세하다”고 설명했다.

만약 반 전 총장이 대권에 여전한 욕심을 가지고 있다면, 이는 반 전 총장 입장서 환영할만한 소식이다. 현재 자천타천 대권주자로 꼽히는 인사 중 반 전 총장만큼 외교적으로 성과를 이룬 사람은 없다.

반 전 총장 역시 귀국 후 계속 북한에 대한 언급을 이어오며 북한 이슈에 있어서만큼은 자신감을 보여왔다. 그는 국내외 행사에 참석할 때마다 북한을 언급하며 평화의 시대로 향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해왔다.
 

반 전 총장은 지난달 22일(현지시각) 하버드대가 개최한 ‘한반도 평화와 안보를 위한 협상’ 토론회에 참석해 “남북 관계 개선이 북한의 비핵화를 유인할 수 있다는 논리와 관련해서는 좀 더 포괄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9월6일(현지시각) 뉴델리서의 인터뷰서 그는 “지금이야말로 북한이 확실한 태도를 보여야 할 때”라며 “북한이 진정으로 비핵화를 통해 체제나 경제 안정을 도모하겠다면 자꾸 뒷걸음질 치는 모습을 보이지 말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북한 잡으면
대권 잡는다

6월27일 ‘2018 제주포럼’에서는 “한반도 안보 및 한미동맹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급작스러운 결정은 경계해야 한다”고 밝혔으며, 앞서 2월21일(현지시간) 유엔안보리 회의에선 “평창 동계올림픽으로 시작된 남북한 간 대화는 계속돼야만 하며 그래야만 화해와 평화, 북한의 비핵화를 기대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 전 총장이 강조하는 한반도 및 세계의 평화가 북한 비핵화와 무관치 않다는 점에서 향후에도 반 전 총장의 북한 관련 발언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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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 정국과 검사들 동향

특검 정국과 검사들 동향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전 정부를 겨냥한 3대 특검이 출범을 앞두고 있다. 윤석열정부에서 계속 거부되던 특검법이 이재명정부 첫 법안이 됐다. 사상 최대 규모의 특검 3개가 동시에 출범하면서 검찰 내부에서는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특검이 검찰에게 독이 될지, 정부에 독이 될지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승인한 1호 법안이 3대 특검이 됐다. 헌정사상 최대 규모의 특검 수사팀이 구성될 가운데 검찰 내부에서는 오히려 특검을 반긴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검찰의 수사력을 보여줄 기회이자 최근 검찰 출신을 반기지 않는 로펌으로의 이직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직이냐 영전이냐 이재명정부 출범 이틀 만에 전임 윤석열정부를 겨냥한 사정 수사에 발동이 걸렸다. 국회는 지난 5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주도로 윤석열 전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를 정조준한 3개 특별검사법안을 통과시켰다.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를 열고 ‘윤석열 내란·외환행위 진상규명 특검(내란 특검)’ ‘김건희 국정 농단 및 불법 선거개입 특검(김건희 특검)’ ‘순직 해병 수사방해 특검(순직 해병 특검)’ 등 3개 법안을 각각 찬성 194표, 반대 3표, 기권 1표로 가결했다. 국민의힘은 ‘부결’ 당론을 정하고 집단 퇴장했지만 안철수·배현진 의원 등 5~6명이 각각 이탈해 찬성표를 던졌다. 이후 지난 10일 대통령실은 이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내란 특검법’ ‘김건희 여사 특검법’ ‘채해병 특검법’ 등 3개 특검법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작년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한 윤 전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 등에 대한 특검이 출범한다. 윤정부에서 제기된 각종 의혹에 대해 특검 3개가 동시에 수사에 나서게 됐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가 끝난 뒤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윤 전 대통령의 12·3 계엄 사태 관련 전반을 수사하게 될 ‘내란 특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명품백 수수·불법 선거 개입 의혹 등을 다룰 ‘김건희 특검’, 그리고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및 은폐 의혹을 규명할 ‘순직해병 특검’이 출범하게 된다”며 “세 건의 특검법은 모두 윤정부가 거부권을 반복 행사하며 지연됐던 것으로, 멈춰있던 나라를 정상화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수순”이라는 글을 작성했다. 이어 “내각 구성원들과 충분히 의견을 나누고 조율해 심의와 의결을 마쳤다”며 “이재명정부 1호 법안인 ‘3대 특검법’은 내란 심판과 헌정 질서 회복을 열망하는 국민의 뜻을 받들기 위한 결정”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거부권에 막혀 제대로 행사되지 못했던 국회의 입법 권한을 이제 다시 국민 여러분께 돌려드리고자 한다”며 “이번 특검을 계기로 국민 여러분께서 바라시는 진실이 민주주의 원칙 아래 투명하고 소상하게 밝혀지길 기대한다”고 적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이날 회의에선 3개 특검법을 포함한 법률안 공포 4건, 대통령령 3건, 일반 안건 1건이 심의 및 의결됐다”고 말했다. 특검 규모에 대해서는 “내란 특검법 최대 267명, 김건희 특검법 최대 205명, 순직해병특검법 최대 105명의 수사 인력이 배치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당선 후 1호 법안으로 의결 검사만 120명·총 수사팀 577명 이어 “순직해병특검법은 최장 140일, 나머지 두 특검법은 최장 170일까지 수사가 가능하다”고 부연했다. 강 대변인은 “이재명정부가 1호 법안으로 특검법 3개를 심의·의결한 것은 대선으로 확인된 내란 심판과 헌정 질서 회복을 원하는 국민의 뜻에 부응하는 조치”라고 언급했다. 이번 3대 특검에서는 전례없는 규모의 특검이 가동될 예정이다. 파견 검사의 수만 해도 120명으로 전체 검사 인력의 6%에 달한다. 내란 특검의 경우 60명, 김건희 특검 40명, 해병대원 특검은 20명에 달하는 검사가 파견될 예정이다. 이는 역대 최대 규모였던 ‘최순실 국정 농단 특검’ 파견 검사(20명)의 6배 수준이다. 전체 수사 인력은 577명에 이른다. 구체적으로 내란 특검은 특검 1명, 특검보 6명, 파견 검사 60명 등 총 267명으로 구성된다. 김건희 특검은 특검보 4명, 검사 40명을 포함해 총 205명, 채상병 특검은 특검보 4명, 검사 20명 등 총 105명 규모다. 특검별 수사 기간은 준비 기간 20일을 포함해 내란 특검과 김건희 특검이 최대 170일, 채상병 특검은 최대 140일로 규정돼있다. 늦어도 오는 7월 중순에는 각 특검 사무실이 출범해 연말까지 수사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은 특검법 공포 전부터 특검 후보를 물색하고 후보자들에 연락을 취하고 있던 것으로 전해진다. 특검 수사팀장은 통상 부장검사, 특검보는 차장검사, 특검은 검사장급 인사가 맡는다. 하지만 ‘최순실 특검’ 당시 수사팀장을 차장급이었던 윤 전 대통령이 맡은 전례를 감안하면 이번 특검 역시 사건 성격과 수사 난이도에 따라 유동적인 인선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내란 특검은 파견 검사 수가 많아 복수의 차장급 간부가 함께 투입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검찰 내부에서는 특검 파견 검사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너무 많은 인력들이 특검에 몰려 주요 수사가 불가능해 민생 수사에 위험이 된다는 입장이 나온다. 한 현직 부장검사는 “최대 6개월에 가까운 기간에 서울남부지검 검사 수(107명)보다 많은 검사들이 3개 특검에 투입되면, 검찰의 주요 수사가 마비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 차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관련 특검에 기존 수사팀이 합류하는 것은 기정사실”이라며 “문제는 해당 부서가 맡고 있는 사건이 특검에 속한 사건 외에도 많이 산적해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새로운 인원으로 부서를 다시 꾸린다고 해도 수사기록을 훑어보는 데 시간이 더 걸려 수사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고 꼬집었다. 한 검찰 수사관은 “특검팀으로 파견되지 않으면 남은 사람들이 산적해 있는 모든 수사를 진행해야 한다”며 “지금도 인력이 부족해 업무가 과중돼있는 상황이라 ‘차라리 특검으로 파견을 가서 원활하게 수사하고 싶다’는 의견이 수사관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수사 난이도 유동적 인선 한 부장검사는 “특검으로 지정된 사건의 규모가 만만치 않기에 수사 베테랑이 파견될 수밖에 없다”며 “그렇게 되면 수사 지휘부는 물론 베테랑도 일선청에 남아있지 않아 수사를 하더라도 미흡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특검을 경험한 적 있는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특검에는 한창 실무를 담당하고 있는 검사들의 파견된다”며 “하나의 특검만 시작하더라도 일선청에서는 업무과중이 일어나는데 3개의 특검, 특히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은 3개의 특검을 한번에 하는 것은 검찰을 완전히 마비시키겠다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한편으로는 특검을 통해 수사력을 인정받아 새롭게 개편되는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에서 영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일반적으로 특검에 파견되는 검사들은 수사력을 인정받았다. 성공적인 특검으로 평가받는 ‘ 드루킹 특검’의 허익범 전 특검도 “수사 검사가 특검 성공의 기본”이라며 “가장 정치적인 사건을 비정치적으로 풀어야 하기에 무엇보다 수사 능력이 중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한 검찰 특수부 소속 평검사는 “검찰 내부에서는 특검으로 파견 요청이 온다는 것은 지휘부에 수사력을 인정받았다는 뜻”이라며 “평검사들 사이에선 ‘파견 이후 특검 지휘부에 수사력을 인정받으면 이후 중수청에서 더 기회를 받을 수 있지 않겠나’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과거에도 윤 전 대통령이 문재인정부 당시 최순실 국정 농단 특검을 잘 이끈 후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영전했으며 그와 같이 수사팀에서 근무했던 검사들도 한 자리씩 꿰찼다. 특히 윤 전 대통령은 차장검사임에도 불구하고 서울중앙지검장을 맡기도 했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현재 서울중앙지검 같은 경우 지검장이 부재한 상황”이라며 “윤석열 전 대통령도 특검에서 수사력을 인정받고 초고속 승진을 할 수 있었다. 이번 특검은 지난 최순실 국정 농단 특검보다 파견 검사가 많아 수사력뿐만 아니라 지휘력까지 보여줄 수 있는 기회로 보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지휘부 눈도장 부장 및 차장급 검사들은 특검과 더불어 이직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윤정부 들어서 로펌으로 이직이 잦던 검사들에 대한 수요가 줄어든 이후 검찰을 퇴직하더라도 개인 변호사 사무실을 차리거나 기업의 법무팀으로 이직하는 것 외에는 법조계에 남을 방도가 없던 검찰 간부들이 특검으로 성과를 인정받고 이직해 검찰개혁을 피하겠다는 것으로 분석된다. 복수의 법무법인 관계자들은 “특검이 진행되는 동안 겸직과 영리행위가 금지돼있는 만큼 특검 이후에는 돌아갈 검찰이 없어졌을 가능성이 크다”며 “로펌들은 이 때를 위해 실력있는 검찰 출신 법조인을 로펌으로 데려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귀띔했다. 한 10대 로펌 소속 변호사는 “지금은 특수한 상황”이라며 “3대 특검에 검찰만 다수 파견되는 것이 아니라 로펌 업계에서도 다수 파견을 나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 자리가 없다며 이직을 받아주지 않던 로펌들이 문을 열고 다른 사건 대응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기업에서 검찰 출신 인재 스카우트 제의도 늘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김건희 특검의 경우 기업 사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기업이 신속하게 대응책 마련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한 검찰 간부 출신 변호사는 “최근 동기들에게 기업 법무팀 이직에 관해 물어보는 사람이 늘었다”라며 “이재명정부가 나온 후 공정거래위원회 인력 충원, 중대재해처벌법 등 기업과 관련된 법안을 손보려는 움직임이 계속해서 보이고 있는 상황에 기업은 발등에 불똥 떨어진 듯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김건희 특검에서 기업 사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이권에 조금이라도 연루된 기업들은 대응책 마련에 부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3대 특검을 지휘할 특별 검사는 지난 13일에 지명됐다. 3대 특검을 지휘할 특별검사는 ▲내란 특검은 조은석 전 감사원장 권한대행 ▲김건희 특검은 민중기 전 서울중앙지법원장 ▲채상병 특검에는 이명현 전 국방부 검찰단 고등검찰부장이 지명됐다. “민생 수사에 차질 있어” 검 개혁과는 모순적 태도 조 특검은 박근혜정부 당시인 2014년 대검 형사부장으로서 세월호 참사 검경 합동 수사를 지휘했고, 문정부에서 서울고검장과 법무연수원장을 지냈다. 윤정부 때 감사원 감사위원 시절에는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에 대한 감사가 ‘표적 감사’라며 제동을 걸었고, 감사원의 대통령 관저 비리 의혹 감사 결과가 부실하다며 재심의를 주장하는 등 전 정권과 대립했다. 민 특검은 진보 성향 판사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출신으로 김명수 전 대법원장의 측근으로 분류된다. 문정부 때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 추가조사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사건 조사를 주도했고, 이후 서울중앙지방법원장을 역임했다. 이 특검은 군법무관 출신으로, 2022년 한나라당 이회창 전 총재의 장남 병역비리 의혹을 수사한 이력이 있다. 법조계에서는 특검 수사 인력으로 신속한 수사 착수와 효율성을 위해 기존 수사팀 인원과 특수통 출신 검사 차출이 유력하다고 보고 있다. 3대 특검은 수사팀을 구성한 뒤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법조계와 정치권에서는 다음 달 초에 수사가 시작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이 대통령이 각 당 추천 후보자 중 1명씩을 임명하는 시한은 3일 이내인데, 추천 당일 즉시 지명을 완료함에 따라 3대 특검팀 출범에 한층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검찰청을 폐지하겠다면서 전 정권 수사엔 검사를 쓰겠다는 모순적 태도”라는 지적도 나온다. 검찰 안팎에선 “민주당 의원들이 검찰을 없애겠다고 외치면서, 정치적 성과가 필요한 수사에 검사를 끌어다 쓰는 격”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한 10년 차 검사는 “이재명정부가 검찰청 문을 닫겠다고 하는데 직장을 잃게 생긴 검사들이 특검에 들어가고 싶겠느냐”고 말했다. 특수 수사 경험이 있는 한 부장검사도 “정치적 목적으로 사실상 결과를 정해놓고 하는 수사이다 보니, 선뜻 특검에 가겠다는 검사들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다른 부부장검사도 “굳이 특검에 발을 담가야 하는지 의문”이라며 “차라리 육아휴직이라도 내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2016년 ‘최순실 국정 농단 특검’ 당시 검찰에 재직했던 한 변호사는 “과거 특검팀은 검찰총장에게 편지까지 써가며 수사에 참여하겠다고 나서는 젊은 검사들이 많았다”며 “지금은 개혁과 수사를 동시에 하겠다고 하니, 후배 검사들은 마음이 내키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수사에 참여” 젊은 검사들 법조계 일각에선 검찰의 칼이 이정부에 ‘부메랑’처럼 돌아올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문정부 시절 전 정권 수사를 이끌었던 윤 전 대통령과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2019년 ‘조국 사태’를 집중 수사하며 정권에 맞선 것과 비슷한 상황이 재현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 차장검사는 “전 정권 수사와 검찰개혁을 동시에 하겠다는 것은 욕심”이라며 “우선순위를 정하지 않으면 수사도, 개혁도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법조계 인사는 “민주당과 이 대통령이 원하는 대로 특검 수사 결과가 나오게 되면, 결국 특수부 검사들의 힘이 훨씬 더 세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