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후일담> 강제노역 할머니의 생생한 증언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8.11.13 09:22:53
  • 호수 119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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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어떻게 나올지 걱정스럽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기다리던 판결이 드디어 나왔다. 대법원은 일본 철강업체 신일본제철(현 신일철주금)을 대상으로 한 손해배상 소송서 소 제기 13년8개월 만에 강제노역 피해자들에게 배상하라는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양승태 대법원이 막고 있던 활로가 마침내 열린 것이다.
 

▲ 일제 강점기 시절에 강제노역 피해를 당했던 김정주 할머니

신일철주금을 상대로 제기된 손해배상 청구 소송서 대법원이 강제노역 피해자들의 손을 들어주면서 그동안 멈춰있던 유사 소송들이 잇따라 재판을 재개하고 심리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그 중 하나가 태평양전쟁기 군수공장으로 지정된 기계제작업체인 후지코시 도야마에 대한 소송이다.

속절없는 세월

공업용 기계와 산업용 로봇 등을 생산하는 후지코시는 태평양전쟁 말기인 1944∼1945년 한반도서 12∼16세 소녀 1089명을 근로정신대로 동원해 혹독한 조건 속에서 노역을 강요한 전범 기업이다.

지난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민사12부(임성근 부장판사)는 강제노역 피해자 등 27명이 일본 전범 기업 후지코시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항소심 변론기일을 오는 23일에 연다. 재판부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선고가 난 다음 날인 지난달 31일, 원고와 피고 측에 변론기일 통지서를 보냈다. 대법원 판결이 나온 만큼 신속하게 소송을 마무리하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일요시사>는 2015년 6월 강제노역 피해자 김정주 할머니와 인터뷰를 진행한 바 있다. 앞서 할머니는 지난 2013년 2월 함께 일본서 고생한 친언니 김성주 할머니와 함께 후지코시를 상대로 소를 제기했었다.


꿈 많은 10대 소녀였던 할머니는 중학교에 보내준다는 일본인 선생님의 말을 듣고 배에 몸을 실었다. 1년 전 일본으로 먼저 갔던 언니를 만나게 해준다는 말도 철석같이 믿었다고 한다. 그러나 할머니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교실도, 언니의 모습도 아닌 일본 도야마현에 있는 시커먼 공장이었다.

당시 할머니는 공장서 함께 일했던 10대 소녀들의 상태가 얼마나 심각했는지 생생히 들려줬다. 병마는 물론 심각한 영향실조와 스트레스로 머리카락이 빠졌을 정도라고 한다.

과연 소녀들이 먹었던 식단은 어땠을까. 할머니는 “아침에는 된장국을 줬는데 파, 두부가 들어간 게 아니라 그냥 국물만 있는 거 줬었다. 주걱으로 밥 한 번, 국 한 숟가락이 끝이었다. 다른 반찬 하나 없었다. 점심은 식빵 반 조각이 다였다. 저녁은 밥 한 숟가락에 다깡(단무지) 세 조각이 끝이었다”고 당시 참혹했던 상황을 알렸다. 10대 소녀들은 허기를 달래기 위해 풀을 뜯어먹어야만 했다고 한다.

근무 환경도 열악하기 그지없었다. 할머니의 일은 비행기 바퀴를 깎는 일이었다. 일을 시작하는 시간은 새벽 5시. 공장으로 가는 길에 일본 군가를 불러야만 했다. 당시 일본은 미국과의 전시 상태였다.

환경도 열악했지만, 그것보다 힘들었던 건 일본인들의 감시였다. 10대 소녀들이 화장실을 갈 때 감시하는 일본 남자가 따라왔다. 만약 화장실서 조금만 늦게 나오면 ‘왜 늦게 나오냐’며 구타했다.

할머니는 탈출을 시도했던 한 소녀를 기억하고 있었다. “우리 기숙사는 허허벌판에 철조망을 쳐놨었다. 중간에 도망친 아이가 하나 있었는데 잡혀서 위안부로 넘겨졌다. 도망을 가도 어딜 갈지, 한국에 어떻게 갈지 알 수가 없었다.” 그렇게 소녀들은 철저한 감시 속에서 제대로 먹지도, 입지도 못하고 일해야만 했다.

88세 고령…당시 실상 세세히 기억
오랜 싸움, 얼마 남지 않은 시간


할머니를 포함한 10대 소녀들은 1945년 11월까지 공장서 일을 했다. 일본인들이 해방소식을 전하지 않고 노역을 시켰기 때문이다. 한국에 돌아왔지만, 오해와 편견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일본에 갔다 왔다는 이유만으로 ‘위안부’라며 사람들에게 손가락질당했다.

인터뷰를 했을 당시 할머니는 과거의 일보다 앞으로의 일을 더 걱정하는 모습이었다. 지루한 법정공방 중이었기 때문이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재판은 열릴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강제노역 피해 할머니들은 판결을 미루는 대한민국 재판부의 행태를 이해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재판부는 강제노역 피해자 재판을 별다른 이유 없이 미뤄왔다. 2013년 10월 후지코시가 할머니에게 1억원을 배상하라는 법원의 판결이 난 뒤 후지코시 측이 항소했는데, 5년 동안 항소심 선고기일이 잡히지 않았다.
 

양승태 사법부 시절 법원행정처가 청와대와의 뒷거래로 재판을 의도적으로 지연했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면서 왜 재판이 별다른 이유 없이 미뤄졌는지 사람들은 알게 됐다. 지난달 24일 할머니는 양승태 사법부의 행태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에 참석해 “이제서야 말하지만 정말 눈물을 많이 흘렸다”며 “왜 일본한테도 보상을 못 받았는데 또 우리나라서 재판을 기각당해야 하느냐”고 눈물을 흘렸다.

할머니는 올해 여든여덟이다. 3년 전 인터뷰 말미에 ‘소원’을 물어보는 기자의 질문에 할머니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우리나라에 절대로 전쟁이 없었으면 좋겠고, 후세의 아이들이 우리처럼 고생하는 거 없이 잘 살았으면 좋겠다. 위안부 할머니들 문제만이라도 잘 (해결)되도 좋겠다”고 답했다.

촉박한 시간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 당시 할머니는 “아무리 우리나라서 판결이 난다고 해도 일본이 어떻게 나올지 걱정스럽다”며 우려했다. 강제노역 피해 할머니들의 평균 연령은 80대 후반, 강제노역 피해자들이 하나둘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있는 이 시점에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많지 않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특별재판부 위헌론 왜?

법원행정처가 지난 8일 국회에 양승태 사법부 사법 농단 재판을 위한 특별재판부에 반대하는 내용의 의견서를 보냈다. 대법원은 이 의견서에서 특별재판부법이 헌법상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대표적으로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헌법 제27조 제1항) 침해 소지가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법률이 정한 법관’이 사건을 담당해야 법원 내외부의 압력·영향으로부터 법원의 독립성을 지킬 수 있다는 논리다. 법원행정처가 특별재판부를 법원의 독립성을 저해할 수 있는 법원 내외부의 압력 및 영향으로 해석했다는 점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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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