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가 건드린 ‘먹튀 기업들’ 손익계산서

먹고 뱉고, 먹고 뱉고…어느 새 재계 19위

[일요시사 취재1팀] 박호민 기자 = 사모펀드 운용사 MBK의 기세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코웨이를 웅진그룹에 매각하면서 다시 한 번 눈길이 쏠렸다. 챙긴 수익만 1조원에 넘었다. 2000년대 중반 혜성처럼 등장하면서 아시아 최대 사모펀드 운용사로 성장한 MBK는 이제 M&A 시장의 단골손님이다. MBK가 건드린 기업을 확인했다.
 

사모펀드 운용사인 MBK파트너스(이하 MBK)는 2005년 설립됐다. 김병주 회장이 설립해 아시아 최대의 사모펀드로 성장했다. MBK는 세계를 무대로 M&A 시장에 발을 넓히고 있다. 지난달 기준 MBK파트너스는 국내 사모펀드 가운데 가장 많이 액수를 출자했다. 출자 약정액 기준 9조8978억원 수준.

2000년대 중반 
혜성처럼 등장

MBK의 투자 자산 규모는 17조원까지 증가하면서 대림그룹에 이어 재계 순위 19위까지 치솟았다. MBK는 업종을 불문하고 금융사부터 유통사까지 가리지 않고 투자했다. 지난 2005년 홈플러스를 7조6000억원에 사들이며 국내 M&A 역사상 최대 인수대금을 치르면서 눈길을 사로 잡기도 했다.

MBK는 전형적인 바이아웃을 통해 수익을 극대화 했다. 바이아웃이란 매물로 나온 기업을 인수한 뒤 재투자를 통해 기업 가치를 극대화한 후 매각하는 투자전략이다. 일각에선 가치 극대화 과정서 고용승계 등을 두고 갈등이 빈번하게 나와 부정적인 시각도 있다.

다만 경영난을 겪고 있는 기업이 인수 후 재투자를 통해 경쟁력 회복 기회를 제공받는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목소리도 있다.


MBK는 이 같은 전략을 통해 시장서의 존재감을 넓혀갔다. MBK의 첫 성과는 한미캐피탈이다. MBK의 자회사 오세이지는 2006년 626억원의 자금을 투입해 한미캐피탈을 한국씨티은행으로부터 매입했다. 

놀랄만한 일은 이듬해 벌어졌다. MBK가 우리은행에 2711억원으로 한미캐피탈을 넘긴 것이다. 1년 사이에 1840억원의 차익이 손에 들어왔다. MBK가 한미캐피탈을 인수했을 당시 재매각에 대한 전망이 나오긴 했지만 1년 남짓 숨을 고르고 재매각에 성공하자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한미캐피탈은 우리은행 계열사로 편입된 이후 사명을 우리파이낸셜로 변경했다. 이후 KB금융그룹에 편입돼 현재는 KB캐피탈 간판을 달고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물론 항상 성공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2007년에는 두산테크팩(현 테크팩솔루션)을 두산그룹으로부터 매입하면서 광폭행보를 보였다. MBK는 유리병, 캔 등 포장용기를 만드는 테크팩(현 테크팩솔루션) 사업부문의 지분 100%를 3920억원에 매입했다.

MBK의 사업수완은 합격점이었다. 매입 이후로 매각 절차에 착수한 2013년 12월까지 점유율 1위를 이어갔다.

코웨이 웅진에 재매각…수익만 1조 넘어
업종·국적 불문 비판에도 거침없는 행보

음료용기업계에선 기술력과 고객사 확보가 중요 경영요소로 작용했다. 당시 시장에 참여하고 있는 회사는 한일제관, 롯데알미늄, 삼광유리, 효성 등 굵직한 기업들이었다. 테크팩은 쟁쟁한 경쟁자 가운데에서도 1위 수성을 지켜냈다.


테크팩의 매각은 험난했다. 당시 MBK가 생각하는 테크팩의 매각가격은 5000억원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시장과의 온도차가 존재했다. MBK는 테크팩의 에비타(EBITDA : 이자·세금·감가상각 전 영업이익)의 9.5배 수준의 매각 대금으로 매입했는데 되팔 때는 10배 수준을 요구했다. 인수를 희망하는 회사가 나타나지 않았다.

롯데알미늄의 인수 의지가 중요했는데 부담스러운 가격 탓에 인수를 포기하면서 매각은 난항에 빠졌다.

시장의 분위기를 감지한 MBK는 발빠르게 자금을 회수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그 결과 MBK는 동원그룹에 2500억원에 지분을 넘길 수 있었다. 1300억원의 손실을 보고 매각한 터라 성공적인 인수라고 평가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두 번째 투자에선 다소 아쉬운 결과를 남겼다.
 

MBK는 렌터카 시장에도 도전장을 내밀었다. 2010년 MBK는 KT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대한통운이 가지고 있는 금호렌터카 지분 100%를 2890억원에 인수했다. 출자금은 MBK와 KT가 반반씩 부담하기로 했다. 이후 KT렌탈과 합병되면서 MBK는 KT에 이어 KT렌탈의 2대주주가 됐다.

금호렌터카 역시 테크팩과 마찬가지로 업계 1위의 업종이었다. 금호렌터카는 차량 5만 대, 국내 영업망 160곳, 해외 영업망 9곳을 보유한 국내 최대 렌터카 업체로 경쟁력이 충분하다는 평가였다.

경영은 KT 중심의 행보였다. 하지만 MBK 역시 최고경영자 선임 및 사업전략에 관여하는 등 경영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했다. 그 결과 기업의 가치가 상승했다. MBK는 2013년 당시 가지고 있던 지분 42%를 KT에게 넘기면서 자금을 회수했다. 매각가는 2200억원이었다.

강할 땐 혼자서
약하면 컨소시엄

지분 인수 당시 MBK가 투입한 자금이 약 1300억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3년 만에 800억원 이상의 차익을 챙겼다. 당시 1300억원 가운데 40% 정도를 금융권에서 차입한 점을 감안하면 2배 가량 남는 장사를 한 셈이다.

KT로서도 단독 경영체제로 좀 더 공격적인 영업활동이 가능하게 됐다. 2015년 KT는 롯데그룹에 KT렌탈을 1조200억원에 매각하면서 거액을 손에 쥘 수 있었다. KT가 투입한 자금 대비 5배가 넘는 차익을 남겼다. KT렌탈은 현재 롯데렌털이란 간판을 걸고 사업을 하고 있다.

방송업계에도 MBK 자금이 흘렀다. 종합유선방송회사 씨앤엠의 경우는 잡음도 있었다. MBK가 씨앤엠에 출자한 시기는 2008년이었다.
 

▲ 김병주 MBK

당시 씨앤엠은 알짜 회사로 평가받고 있었다. 시장에 매물로 나오기 직전 해인 2006년 씨앤엠의 매출은 3247억원이었으나 영업이익은 833억원에 달했다. 당시 하나로텔레콤이 1조7313억원 매출에 122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린 것으로 집계된 점을 감안하면 수익성이 좋은 회사라는 평가였다.


MBK는 맥쿼리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승부수를 띄웠다. 그 결과 최대주주인 이민주 회장의 지분 61.17%를 인수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인수후 MBK는 가시밭길을 걷고 있다. MBK는 인수금융을 통해 1조4000억원을 조달했는데 상환에 실패, 채권단이 출자전환을 통해 지분 20%가량을 확보하면서 매각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상황이지만 현재까지도 매각이 요원한 상황이다.

MBK는 경영 과정서 먹튀 자본이라는 비판을 받아야 했다. MKB에 대한 신한은행 등의 여신 회수 등의 조치를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 것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학영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2014년 “매각차익만을 위해 무리하게 경영에 개입해 회사를 부실하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당시 기준 최근 5년간 당기순이익 1647억원의 81.6%인 1344억원을 배당금으로 받아가 ‘먹튀’ 의혹을 받았다. MBK의 매각 진행 과정도 잡음이 일었다.

구조조정과 노동자 해고, 노조 탄압 등으로 인해 노조의 고공농성과 노숙농성이 이어지면서 사회적 물의를 빚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매각 주도권이 채권단에 넘어가면서 씁쓸하게 퇴장하는 모양새가 됐다.

존재감 뿜뿜
평가는 갈려


금융권에서의 투자는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2012년 ING생명(현 오렌지라이프)은 본사인 네덜란드 ING그룹의 경영난 영향으로 매물로 나오면서 인수희망자들이 군침을 삼켰다. 당시 인수를 노리던 후보군은 쟁쟁했다. KB금융지주, 교보생명, 한화그룹, 동양생명 등 대규모 자본을 바탕으로 한 그룹이 다수였다. MBK가 ING생명을 인수할 것으로 예상한 전문가는 많지 않았다.

KB금융지주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ING생명의 향방이 결정되는가 싶었지만 KB금융지주의 내부 이견으로 인수체결까지 이르지 못했다. 당시 KB금융지주와 ING생명 사이에 논의됐던 매각가격은 2조2000억원대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ING생명은 돌고돌아 MBK의 특수목적회사인 라이프투자유한회사 품에 안겼다. 더욱 놀라운 점은 인수가가 1조8000억원이었던 점이다. 

MBK는 이후 3년간 경영하다 2016년 시장에 내놨다. 그 사이 가치는 꾸준히 상승했다. MBK가 원하는 매각 희망가는 3조원대였다. 하지만 워낙 매매가가 높은 탓에 인수 희망자가 나오질 않았다. 기대할 수 있는 자금은 중국쪽 자본이었지만 사드 보복의 영향으로 거래가 성사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했다.

MBK는 상장을 통해 자금 회수에 나섰다. 2017년 IPO를 진행하면서 40.85%에 대한 구주 매출을 통해 MBK는 1조1055억원의 자금을 회수할 수 있었다. 사실 MBK는 거액의 배당을 통해 자금의 상당부분을 회수했다.

ING생명은 2014년부터 1000억원, 이듬해에는 1820억원, 2016년에는 1670억원을 배당했다. 지난 3분기 공시 기준으로 지난해에도 574억원의 배당이 있었다. 총 5074억원이다. 지난해 상장된 점을 감안하면 이중 MBK로 흐른 배당금은 4840억원으로 추산된다. 이미 투입했던 자금의 대부분을 회수한 셈.
 

2018년에 또다시 매각설이 나오면서 시장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KB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 등이 인수 주체 후보로 떠올랐다. 지난 9월 MBK는 신한금융에 ING생명(오렌지라이프) 4850만주(지분율 59.15%)를 주당 4만7400원에 넘기기로 했다. 매각 대금 총액은 2조2989억원 수준이다.

이미 구주매출과 배당을 통해 출자금 대부분을 회수한 상태서 나머지 지분을 매각하고 받은 금액은 고스란히 MBK의 수익이 됐다. 5년 만에 2조원 넘는 차익을 챙긴 것이다. 업계에선 구주 매출을 통해 ING생명의 몸집을 줄인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놀라운 것은 ING생명의 매각 이후 숨돌릴 틈도 없이 깜짝 딜 소식이 전해졌다. 코웨이 매각 소식이 전해진 것이다.

M&A 단골손님서 큰손으로
아시아 최대 사모펀드 성장

MBK는 2013년 코웨이를 웅진그룹으로부터 인수했다. 인수대금은 1조1900억원 수준이었다. 당시 MBK는 코웨이홀딩스에 3700억원을 출자하는 방식으로 인수를 진행했다. 인수금융을 통해 4700억원의 자금이 마련됐다. 또 상환전환 우선주를 3500억원 규모로 발행해 자금을 조달했다. MBK는 인수 이후 꾸준히 자금을 회수했다. 배당을 통해서였다.

인수 시점인 2013년부터 2017년까지 배당금으로 웅진코웨이홀딩스로 흘러간 배당금 총액은 3500억원에 달했다.

또  자본재조정 작업을 거쳐 상환전환 우선주 상환 진행을 하는 동시에 인수금융에 대한 차입금을 청산했다. MBK는 웅진그룹의 웅진씽크빅에 코웨이의 지분을 1조6850억원에 다시 되팔았다. 주당 10만3000원의 가치를 인정 받은 셈인데 인수 당시 5만원으로 평가된 점을 감안하면 인수 단가의 두 배를 웃도는 가치를 평가받은 셈이다.

MBK는 3700억원을 들이고 1조원 이상의 차익을 남겼다. 현재 웅진그룹의 코웨이를 두고 우려의 시각이 있다.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는 것. 거꾸로 해석하면 MBK가 그만큼 유리하게 거래를 성사시켰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MBK의 투자 영역은 국내 뿐만 아니다. MBK는 유니버셜스튜디오 재팬을 인수하면서 눈길을 끌었다. 유니버셜스튜디오 재팬은 연간 1300만명의 입장객을 받는다. 일본 지진과 쓰나미 발생 이후 도쿄 디즈니랜드보다 오사카 유니버셜스튜디오 재팬에 대한 입장객이 증가하면서 경쟁력이 제고됐다. 
 

MBK는 골드만삭스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2009년 1조3500억원(1350억엔)에 유니버셜스튜디오 재팬 지분 100%를 매입했다. MBK가 투입한 자금 비율은 전체 출자금의 23.57% 수준이었다. 인수후 MBK는 자본재조정을 통해 출자금 대부분을 회수했다. 여기에 2015년 미국 기업 컴캐스트 자회사 NBC유니버셜에 지분 51%를 매각하면서 컨소시엄은 1조8300억원의 자금을 회수했다.

여기에 나머지 지분마저 지난해 매각에 성공하면서 1조원에 달하는 매각 차익을 챙겼다.

아직 배고프다?
영향력 확대 중

현재 MBK의 자금이 투입된 있는 기업들은 국내외에 걸쳐 다수다. 따라서 깜짝 거래에 MBK의 이름이 나오는 게 이상한 일이 아니다. 네파(한국), HK저축은행(한국), 영화엔지니어링(한국), 고메다(일본), 뉴 차이나 생명(중국) 등이 매각 대상 후보군이다. MBK의 행보에 따라 향후 M&A 시장이 흔들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M&A 큰손으로 성장한 것. 

재계의 한 관계자는 “MBK를 비롯해 과거 사모펀드에 대한 시각이 먹튀 이미지 탓에 반감이 강했다”며 “하지만 최근에는 한계 기업에 대한 자본 투자로 기업가치가 제고돼 경쟁력을 회복하는 사례가 늘면서 우호적인 평가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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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마지막 관문 ‘헌법 제84조’ 대해부

이재명 마지막 관문 ‘헌법 제84조’ 대해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의 앞길에 주황불과 녹색불이 번갈아 들어서고 있다. 2심서 무죄를 받은 공직선거법 판결이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되면서 여전히 사법 리스크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형국이다. 이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남은 재판을 어떻게 이어갈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정치권은 ‘대통령 불소추특권’을 규정한 헌법 제84조를 나노 단위로 뜯어 살피고 있다. 지난 1일 대법원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원 이상이 확정되면 5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된다. 당선돼도 찝찝하다 앞서 이 후보는 지난 2021년 20대 대선후보이던 당시 “고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처장을 모른다”는 발언과 국정감사에서 성남시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용도변경 과정에 “국토교통부의 협박이 있었다”고 말해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유죄를 인정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지만 2심은 이 같은 발언은 의견 표명에 불과하다며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구체적으로 1심 재판부는 이 후보의 “김 전 처장과 골프 친 사진은 조작됐다”는 발언을 유죄로 봤지만 2심 재판부는 “김 전 처장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취지고, 아무리 확장 해석해도 같이 골프를 치지 않았다고 해석할 여지는 없다”며 1심을 뒤엎었다. 백현동 발언에 대해서도 “의견 표명에 해당하기 때문에 허위 사실 공표로 해석할 수 없어 처벌할 수 없다”고 봤다. 무죄 판결이 난 바로 다음 날 검찰은 곧바로 상고했다. 항소심이 끝난 지 하루 만에 상고장을 접수한 만큼 대법원 판단을 빠르게 받아보겠다는 의지로 해석됐다. 대법원서 다루는 상고심은 항소심 재판에 대한 불복 신청을 토대로 하는 만큼 사실관계를 판단하지 않는 법률심이다. 판결을 앞두고 국민의힘은 “신속하게 원칙에 따라 재판을 해서 정의가 바로잡히기를 기대한다”며 내심 유죄를 희망했다. 국민의힘 권영세 비대위원장은 ‘대법원서 판결이 뒤집혀야 한다고 보느냐’는 취재진들의 질문에 “항소심 법원의 논리를 잘 이해할 수 없다. 대법원서 바로잡혀야 한다”고 답했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 역시 “1심과 2심의 판단 차이가 너무 크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서는 하루빨리 대법원서 결정을 내려줘야 법적인 논란이 종식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 된 밥에 또…파기환송 ‘주황불’ “노골적 대선 개입” 대법원장 탄핵? 반면 민주당 사법정의실현 및 검찰독재대책위원회는 성명서를 내고 “윤석열의 즉시항고를 포기한 검찰은 이 대표에 대한 상고도 포기하길 바란다”며 맞불을 놨다. 민주당의 바람과 달리 대법원은 법리 해석에 오류가 있다고 판단해 무죄였던 2심 판결을 깼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이하 전합)는 “‘골프 발언’과 ‘백현동 관련 발언’은 공직선거법 250조 제1항에 따른 허위 사실 공표에 해당한다”며 “2심 판단에는 공직선거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밝혔다. 이번 전합 선고에는 조희대 대법원장과 대법관 11명 등 총 12명이 참여했다. 대법원은 이 후보의 “사진이 조작됐다”는 취지의 발언은 허위 사실 공표가 맞다고 판단했다. 백현동 용도변경과 관련해서도 “국토부가 성남시에 직무유기를 문제 삼겠다고 협박한 사실이 전혀 없는데도 피고인이 허위 발언을 했다”며 유죄로 인정했다. 이번 선고는 대법관 10명 다수 의견으로 유죄 취지 파기환송이 결정됐고 2명이 반대 의견을 냈다. 반대 의견을 낸 이흥구·오경미 대법관은 “골프 발언은 6~7년 전에 있었던 기억을 주제로 한 발언에 불과하고, 백현동 관련 발언은 국토부의 의무 조항을 지적한 부분이 허위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예상보다 빠르게 닥쳐온 위기에 민주당은 “노골적인 대선 개입”이라며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안을 발의하겠다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 통상 파기환송심은 상고심 판결에 기속되는 만큼 불리한 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조 대법원장의 탄핵에 속도를 냈지만 이 후보는 “당에서 알아서 할 것”이라며 다소 거리를 뒀다. 문제는 대법원이 파기환송을 결정하면서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을 규정한 헌법 제84조에 관한 해석은 밝히지 않아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訴追)를 받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소추’의 정의를 놓고 정치권은 물론 법조계까지 해석이 갈린 것이다. 어떻게 읽어도…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소추는 ‘형사 사건에 대해 공소를 제기하는 일’로 정의할 수 있다. 소추의 범위가 ‘검찰의 공소 제기’만을 의미하는지, ‘진행 중인 재판’까지 포함하는지가 최대 관건이다. 현직 대통령을 내란, 또는 외환죄가 아니면 새로 기소할 수 없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내·외환죄가 아닌 죄로 기소돼 재판이 진행되던 중 대통령으로 당선된다면 재판을 진행할 수 있는지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한자로 풀어서 본다면 소는 기소, 추는 좇다, 즉 소추는 ‘공소와 공소 유지’를 뜻해 재판을 그대로 진행해야 한다는 게 첫 번째 해석이다. 기소가 중단될 수는 있지만 진행 중인 재판까지 중단시킬 수는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렇게 된다면 이 후보는 대통령선거에 당선되더라도 재임 중 5개 사건 재판에 출석해야 한다. 현재 이 후보는 ▲대장동·백현동 개발 특혜 ▲선거법 위반·위증교사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법인카드 유용 의혹 등 5개의 재판을 받고 있다. 이 중 하나라도 유죄가 확정된다면 대통령직서 물러나야 하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반면 소추가 기소까지만 포함하는 개념으로 정의된다면 이 후보의 모든 재판은 당선 즉시 중단된다. 이는 민주당이 주장하는 해석으로 대통령직을 유지하는 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가운데 검사의 수사와 소추권을 다룬 ‘검수완박’ 권한쟁의심판 사건의 각하 결정에 대한 반대 의견이 다시 주목된다. 당시 이선애·이은애·이종석·이영진 헌법재판관은 “형사상 소추는 심판 기관과 분리된 소추권자가 유죄 판결 및 적정한 처벌을 구하는 활동으로 소추 기능은 공소의 제기와 유지 여부의 결정 및 공개된 법정서 피고인의 상대방 당사자로서 수행하는 변론 및 입증 활동, 이에 관한 법원의 재판에 대한 불복 등을 포함한다”고 밝힌 것이다. 만일 이 후보가 당선된다면 재판 진행 여부는 이 후보의 재판을 맡은 각각의 재판부의 몫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은 지난달 3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대법원이 헌법 제84조와 관련해 개별 재판부에 재판을 어떻게 운영하라고 지시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할 수 없다”고 답했다. ‘각 재판관이 알아서 진행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현재 구조상으로는 그렇게 볼 수밖에 없다. 대법원이 법률심으로 만약에 그런 쟁점을 다루게 된다면 판단을 내릴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꺼진 불도 다시 보자 현재까지 상황만 놓고 본다면 고등법원과 지방법원 등 재판부가 헌법 제84조를 해석해야 하지만 최종 결론은 대법원의 몫이 될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 권한쟁의심판까지 이뤄진다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까지 다방면으로 충돌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헌재가 대통령과 법원 사이서 어떤 해석을 내리는지에 따라 운명이 갈리는 것이다. 한차례 끓어 올랐던 헌법 제84조 논란은 이 후보의 최종심 날짜가 연기되면서 일단락하는 분위기다. 지난 7일 파기환송심을 맡은 재판부가 오는 15일 예정됐던 첫 공판을 대선 이후인 다음 달 18일로 연기한 것이다. 재판부는 “대통령 후보인 피고인에게 균등한 선거운동의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없애기 위함”이라며 재판 기일을 대통령선거일 이후로 변경했다. 이로써 이 후보의 사법 리스크는 사실상 해소됐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마찬가지로 대장동·위례·백현동·성남FC 사건 등의 공판기일도 다음 달인 24일로 변경되면서 조 대법원장을 겨냥한 민주당의 날선 반응도 다소 누그러졌다. 상고심 일정이 연기되면서 한숨 돌리나 싶더니 민주당이 국회 법사위 법안심사소위원회서 대통령 당선 시 진행 중인 형사 재판을 정지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삼권분립이 붕괴된 좋지 않은 선례”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지만 불소추특권 논란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확실히 못을 박는 분위기다. 이 후보의 파기환송이 결정된 다음 날인 지난 2일 법사위원장인 민주당 정청래 의원은 자신의 SNS에 “국민 여러분 너무 걱정하지 마시라. 대법원의 비이성적 폭거를 막겠다. 헌법 제84조 정신에 맞게 곧 법 개정안(재판중지)을 법사위서 통과시키겠다”며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글을 게재했다. 예고대로 지난 7일 민주당은 형사소송법 제306조에 ‘피고인이 대통령선거에 당선되면 당선된 날부터 임기 종료 시까지 공판 절차를 정지한다’는 내용 신설을 골자로 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국회 상임위원회서 단독 처리했다. 대통령이 재판을? ‘소추’ 범위 물음표 최종심 연기됐지만…개정안 밀어 붙인다 민주당은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의 헌정 수행 기능 보장을 위한 불소추특권을 규정하고 있으나, 현행 법령 체계에서는 기소 후 재판이 계속되는 경우 이를 중단할 법적 근거가 없다”며 “재판 계속은 대통령의 직무수행에 지장을 줄 뿐 아니라 형사·사법기관이 대통령을 대상으로 재판을 계속하는 모순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법안 상정 당시부터 반발하며 퇴장했다. 권 원내대표는 의원총회서 “이런 무도한 집단이 깡패집단이지 정당이라고 할 수 있느냐”라며 “차라리 ‘이재명 유죄 금지법’을 제정하라”고 비꼬았다. 그러면서 “왜 애꿎은 허위 사실 공표죄만 개정하느냐. 이참에 위증교사죄도 폐지하라. 대장동·백현동 관련 죄도 폐지해서 이 후보를 무죄로 만들라”고 비판했다. 법무부는 “대통령직이 범죄의 도피처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법무부는 “대통령 취임 전에 범한 범죄는 대통령의 직무 수행과 무관함에도 재판을 정지하는 것은 공직 자격 요건을 엄격히 제한하는 법률 규정을 무력화하고 자격이 없는 피고인에게 부당하게 그 임기를 보장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로써 대통령직이 범죄의 도피처로 전락할 우려가 있고 헌법 수호 의무를 지는 대통령의 지위와도 배치되는 측면이 있어 국민 신뢰를 훼손하고 대한민국의 신인도 및 국격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법무부 장관을 지낸 한동훈 전 대표 역시 “이 후보의 재판 날짜를 잡으면 권력을 총동원해서 팔을 비틀고 (대통령의 불소추 특권을 규정한) 헌법 제84조가 자기들 입맛대로 해석되지 않을 것 같으니 재판을 못하도록 법을 위헌적으로 뜯어고치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유죄 판결을 한 대법원장이 보복 특검을 받아야 하는 세상이 눈앞에 와 있다”고 비판했다. 이 후보는 헌법 제84조에 대해 “만사 때가 되면 그때 가서 판단하면 된다. 법과 상식, 국민적 합리성을 가지고 상식대로 판단하면 된다”고 말했다. 어차피 부질없다 헌법 제84조와 소추의 정의를 놓고 저마다 해석에 나섰지만 이 후보의 최종심 날짜가 대선 이후로 연기되면서 의미 없는 논쟁이 될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강신업 변호사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서 “(소추에 대한 정의는)대법원이 결정하면 그만인데, 만약 이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권한쟁의심판을 할 것이고 해당 문제는 헌재로 가게 된다”며 “(대통령이 된 이 대표가)두 명의 헌법재판관을 임명하면 헌재를 장악하는 수순이다. 결국 헌재는 대통령 편을 들 테니 사실상 그때 가서 헌법 제84조를 논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그래도 달리는 이재명 대권 열차 대선 기간 동안은 사법 리스크 부담을 지우게 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본격적으로 민생·경제에 집중할 전망이다. 우선 이 후보는 지난 8일 경제5단체장을 만나 경제위기 극복에 방점을 찍었다. 이날 이 후보는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등 각 단체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내수 침체, 민생 경제 등을 논의했다. 공식 선거운동을 시작하는 12일부터는 ‘빛의 혁명’의 상징인 서울 광화문을 시작으로 전국을 돌며 선거 유세에 나선다. 한편 이 후보와 별개로 민주당은 조희대 대법원장의 거취를 압박하는 등 사법부를 겨냥한 전방위 공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