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따리 싸는’ 문정부 참모들 실상

마음은 콩밭에…벌써 레임덕 타령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청와대 인사들의 총선 출마 가능성이 꿈틀거리고 있다. 문재인정부는 내년이면 집권 3년차를 맞는다. 개각과 청와대 개편이 예측된다. 시기는 연말에서 연초 사이로 점쳐진다. 출마 예정자들은 이 기간에 맞춰 떠날 것으로 보인다. 지난 지방선거서 청와대 인사 상당수가 출마를 위해 짐을 쌌다. 총선까지 남은 기간은 1년 반 정도. 늦어도 내년 초에는 출마 지역구 ‘터잡기’에 나서야 한다.
 

▲ 문재인 대통령

내년 문재인정부는 집권 3년차와 함께 집권 후반기로 접어든다. 이 시기 ‘집권 3년차 증후군’이 찾아온다. 권력형 비리, 인사와 정책의 실패, 당·청 갈등 등이 고개를 내밀기 시작한다. 역대 어느 정권도 피할 수 없었다. 이후 레임덕 위기가 찾아온다. 국정 동력이 집권 후반기에 급격히 약화되는 까닭이다.

후반 징크스
선거로 극복

후반기로 접어드는 문정부 역시 위험요소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후반기 정국 운영의 주도권을 두고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전망이다. 그 서막은 21대 국회의원 총선거서 비롯될 공산이 크다.

지방선거는 전반기의 정부 평가 성격이 짙다. 문정부는 지난 6·13지방선거서 압승하며 지역정가 다지기에 성공했다. 총선은 후반기 평가다. 총선 결과 새로운 국회가 구성된다. 정부가 후반기 국정 동력의 기로에 서게 되는 셈이다.

결국 총선 승리에 이목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21대 총선은 2020년 4월15일 실시된다.


청와대 인사들의 총선 출마 가능성은 그 연장선에 있다. 후반기 국정 동력의 끈을 놓지 않기 위해선 친정부, 친여 성향의 강한 경쟁력을 지닌 출마자가 필요하다. 후보군도 풍부할수록 좋다.

청와대 인사 가운데 배재정 전 국무총리비서실장의 사임은 큰 주목을 받았다. 배 전 실장은 사임 의사를 밝히고 지난 2일 이임식을 열었는데 총선 준비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최초의 여성 총리비서실장으로 지난해 6월 임명됐다.
 

▲ ▲배재정 전 국무총리비서실장

그는 1년 반 동안 이낙연 국무총리를 보좌했는데 국무총리비서실을 무난하게 이끌었다는 평이다.

배 전 실장은 ‘문재인 키드’다. 당시 민주통합당 한명숙 대표는 상임고문이었던 문재인 대통령에게 정수장학회 관련 인재를 요청, 배 전 실장이 영입됐다. 배 전 실장은 <부산일보> 기자로 재직했다. 그는 지난 2007년 정수장학회의 <부산일보> 편집권 침해 문제를 비판했다가 사측의 사직 권고로 퇴직한 바 있다.

배 전 실장은 지난 19대 총선서 민주통합당 비례대표로 정계에 입문해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등을 거쳤다. 민주당 대변인과 새정치민주연합 정책위원회 부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후반기 국정 동력, 분수령은 총선
청 출신들 2020년 출마 얘기 솔솔

배 전 실장은 지난 20대 총선서 문 대통령의 지역구였던 부산 사상구에 출마했지만 낙선했으며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부산 사상구 지역위원장을 맡을 예정이다.


한병도 정무수석과 윤영찬 국민소통수석 등도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한 수석은 문 대통령의 핵심 측근 중 한 사람으로 문정부 2년차 개편 당시 한 수석의 총선 출마 가능성이 제기된 바 있다.

한 수석은 17대 총선서 열린우리당 소속으로 전북 익산시갑에 당선됐다. 국회 산업자원위원회를 거치면서 열린우리당 원내부대표를 지냈으며 이후 노무현재단 자문위원과 민주통합당 당무위원회 위원을 역임했다.

한 수석은 18·19대 대선 당시 문재인 캠프서 활동했으며 문 대통령 당선 이후 정무비서관을 지냈다. 그는 전병헌 전 정무수석이 뇌물 의혹으로 자진사퇴하면서 정무수석으로 승진 임명됐다. 과거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함께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활동을 함께하기도 했다.
 

▲ ▲윤영찬 국민소통수석

윤 수석은 지난 6월 지방선거서부터 꾸준히 출마자로 거론되고 있다. 지방선거 당시 윤 수석은 “처음부터 나간다는 생각을 해본 적 없다”며 성남시장 출마설로 조명을 받았지만 선을 그었다. 윤 수석은 선거에 출마한 경험이 없다.

윤 수석은 <동아일보> 기자 출신으로 네이버 이사와 네이버 부사장을 지내기도 했다. 지난 19대 대선 당시엔 민주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SNS본부 공동본부장을 맡았다. 지난 2017년 5월부터 지금까지 국민소통 수석 자리를 지키고 있다.

송인배 정무비서관과 민형배 자치발전비서관, 백원우 민정비서관, 김영배 정책조정 비서관 등도 거론된다.

지금부터
선거 준비

송 비서관은 지금까지 총선에 5번 출마해 내리 같은 지역에 출마했지만 모두 낙선했다. 송 의원은 17∼20대 총선서 경남 양산시서 4번 미끄러졌다. 지난 2009년 재·보궐선거서도 양산시에 출마했지만 고배를 마셨다. 송 비서관이 이번 총선에 출마한다면 양산서 6번째 도전을 할 가능성이 높다.

송 비서관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국회의원이었던 시절 비서관을 지냈다. 노 전 대통령이 해양수산부장관이었을 땐 사무관직을 수행했다. 노무현정부 당시 송 비서관은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는 민정수석실 행정관, 사회조정비서관실 행정관, 사회조정2비서관 등을 역임했다.

송 비서관은 한때 드루킹 논란으로 주목을 받았다. 드루킹 특검은 송 비서관을 정치자금법위반 의혹에 따라 참고인 자격으로 조사한 바 있다.

‘노무현 키드’로 꼽히는 민 비서관은 노무현정부 당시 대통령비서실 사회조정비서관을 맡았다. 그는 민선 5·6기 광주광역시 광산구청장을 역임했다.

민 비서관은 지난 6월 지방선거서 민주당 소속으로 광주시장 예비후보에 출마했다. 그러나 후보 단일화로 당시 이용섭 광주시장 예비후보(현 광주시장)의 공동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다.
 

▲ 김현미 국토교통부장관

백 비서관은 17·18대 총선서 승리한 재선의원 출신이다. 경기 시흥갑 지역서 두 차례 당선됐지만 19·20대 총선에선 낙선했다.

백 비서관은 노 전 대통령의 국민장 영결식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그는 이명박 전 대통령을 향해 “사죄하라”며 격렬하게 항의했다. 백 비서관은 노 전 대통령이 대선 후보였던 당시 정무비서를, 노 전 대통령 당선 이후엔 민정수석실 행정관을 역임했다. 백 비서관은 전대협 연대사업국장을 지낸 바 있다.

김 비서관 역시 ‘노무현 키드’다. 김 비서관은 노무현정부 시절 정무, 민정, 정책조정비서관실 행정관과 정책기획위원회, 행사기획 비서관을 지냈다. 이후 민선 5·6기 성북구청장에 당선됐다. 김 비서관은 지난 6월 지방선거에 출마하지 않았다. 그는 올해 8월부터 정책조정비서관으로 있다.

권 관장은 지난 6월 지방선거서 구청장 출마설이 불거졌지만 고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외에도 조한기 제1부속비서관, 권혁기 춘추관장, 김우영 제도개혁비서관 그리고 정태호 일자리수석비서관 등이 언급되고 있다.

대놓고
출마 공표

한편 현직 장관들의 출마설도 불거지고 있다. 몇몇 장관은 21대 총선 출마 여부를 직접 밝히기도 했다.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김성원 의원은 지난 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서 장관들을 상대로 총선 출마 여부를 캐물었다. 이날 총선에 출마하겠다고 밝힌 장관은 김현미 국토교통부장관과 김영춘 해수부장관이다.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장관과 류영진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김 국토부 장관은 이미 공개적으로 출마 의사를 드러냈다. 김 장관은 지난달 1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토부 국정감사에 출석해 “다음 총선에 출마하시냐”는 한국당 함진규 의원의 질문에 지체 없이 “해야겠죠”라고 답했다.

김 해수부 장관은 지난 6월 지방선거서 부산시장 후보로 언급됐으나 결국 불출마했다. 김 장관의 21대 총선 출마는 사실상 공식화된 분위기다. 홍 장관과 류 처장은 출마 계획이 없다지만 출마 예정자 명단서 완전히 배제되지 않았다.
 

▲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문정부의 2기 개각 당시 명단에 오른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과 진선미 여성가족부장관의 행보도 주목된다.

진 장관은 인사청문회 당시 차기 총선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진 장관은 지난 9월 열린 인사청문회서 차기 총선 계획에 대해 “지금 생각으로는 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 일이 제가 하고자 해서 되는 것만도 아니고 임명권자 의견도 있기 때문에 출마하기에 아깝다고 생각할 정도의 성과를 내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유 장관은 애매한 답변으로 논란의 불씨를 남겼다. 유 장관은 인사청문회서 “역대 교육부장관 평균 임기가 1년 2개월이었다”며 “임기 문제가 아니라 교육개혁 방향과 추진동력을 어떻게 만들고 지속시킬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밝혔다.

“나갈 것” 당당한 장관님
공직은 선거 스펙 쌓기?

‘청문회 2라운드’로 불렸던 대정부질문서도 총선 출마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청와대 인사와 현직 장관의 출마가 어느 정도 가시권에 들어온다면 지역경쟁은 더욱 심화될 예정이다. 여당에게 불리한 TK(대구·경북)가 대표적이다. 민주당은 지난 6월 지방선거서 돌풍을 일으키며 17곳의 광역단체장 가운데 14곳을 가져갔다. 그러나 보수의 아성으로 꼽히는 대구·경북에선 깃발을 꽂는 데 실패했다.

정부와 여당서 대구를 대표하는 인물은 김부겸 행정안전부장관이다. 김 장관의 지역구는 대구 수성구갑이다. 대구에 ‘파란돌풍’을 일으킨 장본인으로 평가받는다. 김 장관에 대한 출마설도 솔솔 피어오르고 있다.

PK(부산·경남) 역시 정부와 여당이 완전히 안심할 수 없는 곳이다. 지난 6월 지방선거서 오거돈 부산시장과 김경수 경남지사가 당선됐지만 총선 결과를 예단하기 어렵다. PK지역에 출마가 예상되는 청와대 인사와 현직 장관의 출마 가능성은 TK보다 선명하다.

배 전 실장은 부산 사상구 출마를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출마가 사실상 확실시 된 해수부 김 장관의 지역구는 부산 부산진구갑이다. 또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과 류 처장, 그리고 송 비서관의 출마가 예상되고 있다. 유 장관은 부산 출신이고, 류 처장은 경남 통영 출신이다. 송 비서관은 총선서 경남 양산시에서만 5번 도전했다. 양산은 선거 최대 격전지인 ‘낙동강벨트’ 지역 중 하나다.
 

▲ 진선미 여성가족부장관

지난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청와대 참모진들의 ‘줄사퇴’가 있었다. 권력구도 재편으로 여겨지는 총선서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을 전망이다. 현역의원 출신 장관은 모두 7명이다. 앞서 언급된 장관 외에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장관과 이개호 농림축산식품장관도 모두 지역구 의원이다.

너도 출마?
나도 출마!

공직선거법 53조에 따르면 국가공무원은 지방선거 출마를 위해 선거일 전 90일까지 사퇴해야 한다. 총선은 2020년 4월에 열린다. 출마자들은 늦어도 2020년 1월 중순에 직을 내려놓아야 한다. 선거를 앞두고 공직서 물러나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성과와 기간을 떠나 부처의 전문성 약화는 불가피하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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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이재명정부가 내란을 방조하거나 간접적으로 가담한 이들을 가리기 위해 TF를 구성했다. 내년 1월까지 공무원 75만명을 대상으로 참여·협조 여부를 조사한다. 일부 기관은 자체적으로 판단해 TF를 구성하는 걸 두고 고민하고 있다. TF는 강제성이 없으며, 이미 조사를 끝내 인사에 반영한 기관도 존재한다. 헌법 존중 정부 혁신 TF(태스크포스)는 중앙행정기관 49곳에 구성됐다. 구체적으로 각 부처 25곳이 포함됐다. TF는 총 48개다. 활동 목표가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기 위한 것이라지만 각 기관 안팎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사실상 내란 특검팀(조은석 특별검사)의 연장선이 아니냐는 것이다. 방조·간접 가담자들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달 24일 TF 실무 책임자들과 첫 간담회를 갖고 “TF의 조사 활동은 대상, 범위, 기간, 언론 노출, 방법 모두 절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절제하지 못하는 TF 활동과 구성원은 즉각 바로잡겠다”면서 “TF 활동의 유일한 목표는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이 TF는 공무원 75만명의 ‘내란 참여·협조’ 여부를 개인 휴대전화까지 제출받아 조사한다는 방침 등이 인권침해란 논란이 일었다. 총리실에 설치된 ‘총괄 TF’는 이날까지 부처 25곳을 포함한 기관 49곳에서 TF 48개가 출범했다. 국무조정실·국무총리비서실로 구성된 총리실에 단일 TF가 설치되면서 TF 숫자는 하나 줄었다. TF는 대부분 10~15명으로 구성됐지만, 전체 인원이 많은 국방부(53명), 경찰청(30명), 소방청(19명) 등은 대규모 조사단을 꾸렸다. TF 48개의 총인원은 정부 내부 인사 536명을 포함해 661명에 달한다. TF 48개 중 32개에 외부 인사 125명이 참여했고 그중 76명(60.8%)은 법조인, 31명(24.8%)은 학자, 18명(14.4%)은 시민단체 관계자 등이 참여했다. TF는 ‘내란의 사전 모의나 실행, 사후 정당화, 은폐’를 한 공무원은 ‘내란 참여’로, ‘내란의 일련의 과정에 물적·인적 지원을 도모하거나 실행’한 공무원은 ‘내란 협조’를 한 것으로 보기로 했다. 적발된 공무원에게는 내년 2월13일까지 ‘징계’나 ‘승진 배제’ 같은 인사 조치할 방침이다. 또 ‘내란 행위 제보 센터’를 설치해 동료 공무원들에게 제보·투서를 받고, 의심 공무원은 개인 휴대전화를 들여다보기로 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의혹이 상당하다고 판단되면 대상자의 휴대전화를 제출받아 들여다볼 예정이다. 의혹이 상당한 데도 조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수사 의뢰까지 가능한 선을 정했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TF 조사 권한을 두고 이견이 나온다. 형사가 아닌 행정 절차이지만 일반적인 조사가 아닌 만큼 행정법이 지켜져야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공무원 75만명 전방위 조사 문제없나 형소법 원칙 유명무실…권력남용 소지 한 서초동 변호사는 “영장 없는 조사를 두고 많은 문제 제기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 행정조사기본법에 따르면 인사상 불이익으로 압박하거나 진술을 강요하면 직권남용 혐의가 성립될 수 있다. 최소한의 범위를 규정하고 조사해야 하는데 TF가 정한 선이 어느 지점까지인지가 핵심일 것 같다”고 조언했다. 국회도 과거 비슷한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22년 발간한 ‘권력적 행정조사의 쟁점 및 개선 과제’ 보고서에서 행정조사 과정에서 영장주의·진술거부권이 침해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행정조사에서 수집된 자료가 수사기관으로 넘어가 형사 처벌 근거로 활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형사소송법상 원칙이 유명무실해지고, 국가권력이 남용될 소지도 있다. 업무용 PC나 이메일에서는 변호사와 상담한 내용까지 확보되는 사례도 있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 행정조사 위법성과 관련해서는 판례도 존재한다. 지난 2012년 서울고법은 기관이 업무용 휴대전화 통화 기록과 문자메시지를 동의 없이 확보해 공무원을 해임한 사건에서 이를 위법한 증거수집으로 보지 않았다. 법원은 기관이 통신비를 부담했고, 감사 목적이 공익적이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상고를 기각했다. 조직 내부 감사는 세무조사·공정거래위원회 조사·근로감독 등과 달리 별도의 법적 근거가 불명확한 경우가 많아 조사의 한계 역시 모호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부 차원의 대규모 내부 감사가 법적 문제를 일으킨 선례 역시 많지 않다. 민간인의 TF 참여도 새로운 논란이다. 정부는 감사부서 공무원 외에 민간인을 포함하거나 아예 외부 전문가로만 구성된 TF를 둘 수 있다는 지침을 내렸다. 명확한 법적 근거 없이 민간인이 공무원에 대해 조사권을 행사하는 셈인데, 정부는 TF 설치를 위한 별도 입법을 마련하지 않았다. 논란 불구 조사 시작 공직사회는 뒤숭숭한 분위기다. 조사 기준이 모호해 억울한 문책 인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반면 계엄을 방관했거나 동조한 세력을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상당하다. 핵심 조사 대상으로 거론되는 기관은 기획재정부·국방부·행정안전부·경찰·검찰·법무부 등이다. 기재부의 경우 최상목 전 기재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겸했다. 최 전 장관이 12·3 비상계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으로부터 국가비상입법기구 예비비 편성 등 계엄 지시 문건 등을 받고 1급 고위직들을 소집해 회의를 연 바 있어,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이들이 조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 때 김동일 전 예산실장과 신중범 전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 등이 아시아개발은행(ADB)과 아시아거시경제감시기구(AMRO)로 파견되기 직전 명예 퇴직금을 수령한 것을 두고 ‘해외도피’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외교부는 이번 국감에서 비상계엄 직후 대통령실이 외교부 장관 명의로 ‘합법적 계엄’이란 내용의 공문을 주미한국대사관에 보내고, 이를 ‘3급 기밀’로 지정한 점을 지적받은 바 있다. TF가 가동되면서 외교부 인사는 사실상 ‘중단’ 상태다. 외교부는 애초 올해 말까지 1급 인사를 마무리할 계획이었지만, TF 활동이 시작되면서 어렵게 됐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반년이 다 되어가지만, 그동안 외교부 실·국장 및 재외 공관장 인사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외교부 인사는 특임 대사 임명과도 맞물려 있지만 인사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특히 현 정부는 특임 대사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외교부는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임 대사는 직업 외교관이 아닌 전문가·정치인·학자 등을 대통령이 재외공관장으로 임명하는 제도다. 주요 공관장 인사가 늦어지면서 사안이 터졌을 때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느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9월 미국 조지아주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한국인 불법구금 사태 당시에도 조지아주를 관할하는 주애틀란타총영사직은 공석이었고, 캄보디아 사태 때도 주캄보디아 대사직이 비어있었다. 필요는 한데… 이중 감사 검찰 TF는 최근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다음 달 12일까지 제보용 익명 게시판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통해 관련 제보를 받겠다고 공지했다. 단장은 구자현 검찰총장 대행이 김성동 대검 감찰부장과 주혜진 대검 감찰1과장이 각각 부단장과 팀장을 맡아 10여명이 참여했다. 법무부에 설치된 TF 역시 같은 날 공지를 게시했다. 법무부에선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TF 단장을 맡고 내외부 인사 10여명이 구성원으로 참여한다. 법무부는 내부 익명 게시판을 통해 제보를 접수하는 한편, 검찰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개설해 운영할 예정이다. 경찰은 경무관 승진, 총경 인사를 앞두고 숨죽이는 분위기다. 앞서 계엄 수사로 조지호 경찰청장 등 수뇌부가 재판에 넘겨졌지만, 계엄 당시 국회 출입 통제나 체포조 투입에 관여됐던 간부 상당수는 기소를 피했다. 국방부는 이중 감사 논란이 일고 있다. 이미 12개 기관을 대상으로 내부 감사를 진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취임 직후 감사관실 주도로 중령급 이상 간부를 전수 조사해 지난주 보고서를 대통령실에 제출했고, 이는 이번 3성 장군 인사에도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총리실의 지시에 따라 기존 감사자료를 제출하는 수준에서 협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관실은 조사본부를 합류시켜 TF를 꾸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 국방부의 자체 감사는 합참 현역 장교뿐 아니라 본부 군무원과 민간 공무원까지 포함한 대대적 감사였다. 지난 9월 진영승 합참의장 취임 이후, 권대원 합참차장을 제외한 합참 장군 전원과 2년 이상 근무한 중령·대령에 대한 대규모 인적 쇄신이 실제로 단행됐다. 합참의 지시에 따라 장교들의 진급이 보류되거나 보직이 변경됐다. 국정원은 이미 이종석 국정원장 취임 이후 직원들의 비상계엄 관련 여부 등 내부 조사를 마쳤다. 특히 의무적으로 TF를 구성해야 하는 기관이 아니다. 국정원은 지난 8월 첫 1급 인사를 단행하고 최근까지 2∼4급 인사를 마무리했다. 애매한 의혹 제기 투서 남발 우려 일부 기관 자체 판단 별도 TF 설치 이 인사는 이 원장 취임 이후 진행한 내부 조사 결과를 반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정원은 이 원장 취임 두 달 만인 8월 1급 간부 20여명의 인사를 단행하면서 그간 정권이 바뀐 뒤 1급 간부를 모두 교체하던 관행과 달리 윤석열정부에서 임명된 간부들을 일부 유임시켰다. 국정원은 대통령 직속 기관이다. TF 설치를 두고 대통령실이 직접 관리할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본래 정권이 바뀔 때마다 신임 국정원장이 취임하면 국정원은 윗선 지침이 없어도 원장 지시하에 내부적으로 감찰이나 조사를 철저하게 해 왔다”며 “대통령실에서 직접 관리해 TF 조사가 이뤄져도 추가로 드러날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회 정보위원회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박선원 의원은 지난달 4일, 국정원 국정감사 이후 브리핑에서 “국정원이 불법적 비상계엄 상황에서 내란·외환 정보수집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했다”면서 “국정원은 국정원법 4조에 따라 내란죄·외환유치 관련 자료를 특검에 이미 제출했고 계엄 시 국정원 역할 재정비와 실효적 안보조사체계 복원을 추진하겠다고 보고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인권침해 진정이 들어온 기구를 인권위가 설치하면 모순”이란 이유로 TF 설치를 거부했던 국가인권위원회는 TF 구성 반대 의결 과정에서 절차상 흠결이 지적되자 다음 전원위원회에 다시 상정해 논의하기로 했다. 앞서 인권위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등 독립기관은 TF 설치를 자율적으로 판단하기로 정해졌다. 안창호 인권위원장은 지난달 24일 열린 제21차 전원위원회에서 “정부에서 부처 내 헌법존중 TF를 자율적으로 만들라는 권고가 있는데 어떻게 할 것이냐”고 위원들에게 물었다. 이에 한석훈 위원이 구두로 안건 발의를 제안했다. 이후 안건 발의자로 참여한 김용원·이한별 위원 포함 발의자 세 명과 강정혜·김용직 위원, 안 위원장 등 6인이 ‘TF 구성 반대’에 손을 들면서 의결됐다. 부역자 남았나 인권위 안팎에선 자율적 설치라고 해도, TF 설립 취지에 비쳐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는 위원들이 안건을 즉석에서 상정해 반대 의결까지 한 건 부적절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특히 반대 의견을 낸 안 위원장과 김용원 위원 등은 지난 2월 ‘윤석열 방어권 안건’ 의결에 찬성해 특검에 내란 선동·선전 혐의로 고발된 상태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