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도가니 사건 백태

지금도 벌어지는 장애인 성폭력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2009년 소설가 공지영의 장편소설 <도가니>가 사회를 강타했다. 성범죄 사각지대에 놓인 사회적 약자를 조명한 소설은 2011년 동명의 영화로 제작, 460만명의 관객을 불러 모았다. 소수자에 대한 성폭력 사건이 연이어 일어나면서 소설의 제목인 도가니의 의미는 확장됐다. 세상에 드러난 제2, 제3의 도가니 사건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 ▲영화 '도가니' 스틸컷

영화 <도가니>는 청각장애인 교육시설인 광주 인화학교 사건을 모티브로 했다. 2000년부터 5년에 걸쳐 교장을 포함한 교직원들이 남녀 장애학생들에게 성폭행 등 아동학대를 자행한 사건이다. 소설은 실제 사건의 절반, 영화는 소설의 절반 정도로 수위를 낮췄다고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가니>는 한국 사회에 엄청난 충격을 안겼다.

충격적 사건

영화 <도가니>의 충격으로 사회가 들끓으면서 20111028일 아동·장애인 성폭력 범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개정안’, 이른바 도가니법이 통과됐다.

개정안에는 장애인과 13세 미만 아동을 성폭행 했을 경우 7, 10년으로 형량을 대폭 늘리고 무기징역까지 범위를 넓힌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또 장애인 여성·13세 미만 아동에 대한 성폭행 범죄의 공소시효도 폐지했다. 장애인 보호·교육시설의 장이나 직원이 장애인을 성폭행하면 법정형의 2분의 1까지 형이 가중된다는 내용도 들어갔다.

이듬해 <도가니> 사건의 배경이 됐던 광주 인화학교에 대한 법인 허가가 취소됐고, 학교는 폐교됐다. 학교 관계자와 시도 교육청 공무원들에게 엄청난 비판이 쏟아졌고 법 또한 개정됐지만 제2, 3의 도가니 사건은 여전히 한 번씩 수면 위로 올라와 사회를 뒤흔들고 있다.


2011년 천안의 공립 특수학교인 인애학교서 교사가 장애인 학생을 수년 간 성폭행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당시 천안시 교육청과 지역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광주 인화학교 사건을 계기로 지역 내 피해 실태를 조사하던 중이었다.

○○ 양과 학부모는 지난 2009년부터 20117월까지 한 교사로부터 기숙사와 직업 교육실 등에서 수차례 성폭행과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영화 <도가니 >로 충격
도가니법 제정됐지만…

가해자로 지목된 이○○씨는 20103월부터 201110월까지 자신이 가르치던 10대 여학생 3명을 5차례에 걸쳐 성폭행하고, 여학생 4명을 7차례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또 범행 현장을 목격한 학생을 상대로 교장, 교감선생님에게 말하면 죽여 버리겠다며 흉기로 위협한 혐의도 받았다.

재판부는 이른바 천안판 도가니로 불린 이 사건에 대해 2015년 실형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성폭력범죄처벌특례법 위반 혐의(장애인에 대한 준강간 등)로 기소된 이씨에 대한 재상고심서 징역 15년을 선고하고, 신상정보 공개 및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 10년을 명령한 원심을 확정했다.

비슷한 시기 광주에서는 20대 지적장애 여성을 성폭행한 마을 주민들이 구속되기도 했다. 이들은 2009년부터 2010년까지 지적장애 3급의 ○○○씨를 성폭행한 혐의를 받았다.
 

▲ ▲본 사진은 특정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정신연령이 7세 정도였던 피해자는 겁을 주거나 군것질거리로 유인하는 남성들에게 끌려가 성폭행을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가해자들은 대부분 피해자가 다녔던 중·고교 통학로 주변에 사는 주민들로, 자신의 집이나 컨테이너 축사 등에서 성폭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7월에는 태백의 한 특수학교서 강원판 도가니사건이 일어났다. 학교서 직업교육과 체육수업 등을 담당하던 박○○씨는 2014년부터 자신이 가르치던 지적장애 여학생 등 3명을 교실과 체육관서 수차례에 걸쳐 성폭행·성추행한 혐의로 구속됐다. 이 과정서 특수학교 교장이 자살하는 사건이 이어졌다. 앞서 교장은 사건에 대해 무릎 꿇고 사과문을 발표했다.

정신장애인 40대 여성을 성폭행하거나 추행한 이웃 주민 3명이 모두 징역형을 선고받은 일도 있었다. 춘천지법 원주지원 제1형사부는 지난 9월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가해자 3명에게 징역 3, 징역 26월 등을 선고했다. 이들은 2016년 이 여성을 집으로 데려가 성폭행하거나 상가 화장실서 성추행 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앞서 8월에는 20대 지적장애 여성을 상습 성폭행한 6080대 마을 주민이 경찰에 붙잡혔다. 강원 영월군 영월읍에 사는 김○○씨 등 이웃주민 7명은 2014년부터 지난 4월까지 5년에 걸쳐 비닐하우스와 컨테이너 등지서 같은 마을에 사는 지적장애 여성을 상습적으로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마을은 20가구도 채 살지 않는 작은 산골마을로, 피해자는 할머니와 단둘이 살고 있었다.

장애인 성범죄 늘어가는데
특수성 고려 안 해 구속↓

지난 7일에는 지적장애인 80여명이 생활하는 복지시설 동산원서 장애인을 성폭행하고 학대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동산원의 한 현직 직원은 YTN과의 인터뷰서 이사장이 밤새 안마를 시킨다든지 수시로 불러 일과 중에도 안마를 시키고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뺨을 때리는 것을 목격했다고 폭로했다. 또 시설 보수 공사에 장애인들을 동원하는 등 강제노동을 시켰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장애인 성범죄는 피해자의 특수성으로 인해 외부로 알려지기 어렵다. 특히 피해자의 정신연령이 일반인에 비해 낮을 경우 범죄의 표적이 될 확률은 높지만 고발은 쉽지 않다.

주변 사람이 범행을 알아채 신고해도 진술의 신빙성 등을 들어 가벼운 처벌로 그치는 경우도 상당하다. 또 수사 과정서 일반인과 동일한 잣대를 적용, 피해자에게 상처를 주는 일도 빈번하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실제 드러나지 않은 장애인 성범죄도 상당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금태섭 의원이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장애인 성폭력 범죄는 증가하고 있는 반면 구속비율은 줄고 있다.
 

▲ ▲본 사진은 특정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금 의원은 장애인 성범죄가 9년 새 4.6배나 늘었다고 설명했다. 검찰이 접수한 장애인 성폭력범은 지난 2008246명서 지난해에는 1125명으로 늘었다. 올해에도 7월까지 677건이 발생한 것으로 확인돼 이 추세대로라면 지난해 범죄 건수를 넘어설 전망이다.

장애인 성범죄에는 장애인에 대한 강간 및 강제추행, 준강간, 유사성행위, 위계 등 간음 및 추행, 장애인 피보호자 간음 등이 포함된다.

숨겨진 사연


반면 장애인 성범죄자의 구속률은 201227%서 지난해 10%로 크게 감소했다. 장애인 성범죄자 10명 중 1명만 구속된 셈이다. 그동안에도 검찰은 시민단체 등으로부터 장애인 성범죄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법 적용을 소극적으로 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금 의원은 장애인 성범죄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구속비율이 크게 감소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장애인 성범죄자에 대한 엄중한 처벌은 물론 피해자 국선변호, 진술조력인 등 수사와 재판과정서 장애인 피해자를 실질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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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