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책방 ②파주출판도시

책에 대한 모든 것을 누리다

▲ 파주출판도시의 중심 공간인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 전경

국내서 책의 향이 가장 짙게 배어나는 파주출판도시는 국내 굴지의 출판사와 관련 업체만 입주한 전형적인 공간이 아니다. 출판사나 인쇄 회사가 만든 책방과 북카페에 머물며 책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곳곳에 자리한 갤러리와 전시관, 박물관을 구경하다 보면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 모를 정도다.
 

▲ 높이 8m 대형 서가가 늘어선 지혜의숲

파주출판도시의 중심 공간은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다. 미적 감각이 뛰어난 독서 문화 공간 ‘지혜의숲’, 북 스테이를 경험할 수 있는 ‘게스트하우스 지지향’, 출판도시활판인쇄박물관 ‘활자의숲’ 등이 있다.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

2014년 개관한 지혜의숲은 책을 자유롭고 편하게 만나는 곳이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크고 넓은 세 공간에 높이 8m 대형 서가가 이어진다. 이 서가에 빼곡한 책이 13만여권, 수장고에 있는 책을 포함하면 20만권이 넘는다. 모두 기증한 책이라는 점이 더욱 놀랍다.

1관은 개인과 단체, 2관은 출판사, 3관은 출판사와 유통사, 미술관, 박물관서 기증한 도서로 구성했다.

 

▲ 지혜의숲 2관에서 책을 읽는 사람들

높은 서고, 정돈된 독서 공간, 넓은 창으로 들어오는 바깥 풍경까지 책 읽기에 딱 좋다. 나란히 앉아 책을 읽는 연인, 아이에게 동화책을 소곤소곤 들려주는 엄마, 홀로 커피를 마시며 독서 삼매경에 빠진 사람까지 책이라는 ‘벗’을 마주하는 느낌이다. 지혜의숲은 누구에게나 무료로 열린 공간이다. 1관은 오전 10시~오후 5시, 2관은 오전 10시~오후 8시, 3관은 24시간(연중무휴) 운영한다.

 

▲ 출판도시활판인쇄박물관 활자의숲에서 인쇄 체험을 하는 어린이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 2층에 위치한 게스트하우스 지지향은 ‘종이의 고향’이라는 뜻으로, 독서 휴양을 즐기는 숙박 시설이다. 책을 읽고 생각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뜻깊은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에는 견학과 체험 중심으로 운영하는 출판도시활판인쇄박물관 활자의숲이 있다. 금속활자 3500만여자와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인쇄기를 구경하고, 활판인쇄 체험도 해보자.

한지 노트 만들기, 내가 만든 이솝우화집 체험이 인기다.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하며(연중무휴), 입장료는 3000원(체험비 별도)이다.

 

▲ 담쟁이덩굴이 아름다운 효형출판 건물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를 둘러봤다면, 이제 본격적으로 책과 함께할 시간이다. 파주출판도시는 가장 큰 도로인 문발로를 중심으로 서쪽 광인사길, 동쪽 갈대샛강과 회동길이 남북으로 길게 이어진다. 광인사길은 1884년에 설립한 우리나라 최초의 출판사를 겸한 근대식 민간 인쇄소인 광인사를, 회동길은 1897년에 설립한 근대 서점인 회동서관을 기념하기 위해 명명했다니 기억해두면 좋을 듯싶다.

 

▲ 국내에서 유일하게 근대 납 활자 인쇄 방식으로 책을 만드는 활판공방 내부

아이와 함께 파주출판도시에 왔다면 어린이책 전문 출판사를 찾는 것이 좋다. 보림출판사의 ‘보림책방’과 보리출판사의 ‘보리책놀이터’가 대표적이다. 보림출판사는 책방과 인형극장이 결합된 독특한 공간이다. 보림책방은 아이들이 책을 편하게 볼 수 있도록 테이블과 의자를 놓은 점이 눈에 띈다. 이웃한 보림인형극장서 정기적으로 인형극 공연을 한다.

주말에는 책도 읽고, 인형극 관람도 즐기는 가족이 많다. 운영 시간은 오전 10시30분~오후 6시(월요일 휴무)다.

 

▲ 심학산 정상에서 바라본 강화도의 일몰

영·유아 도서 전문 보리출판사는 보리책놀이터를 운영한다. 1층은 차 한잔 나누며 책을 읽는 북카페, 2층은 보리출판사서 출간한 책을 전시·판매하는 책방이다. 검은 서가가 둘러싼 가운데 풀이 자라는 타원형 벤치가 놓여 이색적이다. 운영 시간은 북카페 오전 8시30분~오후 7시, 책방 오후 12시~오후 5시다.

 

▲ 오두산통일전망대 4층에서 본 임진강과 북녘땅

파주출판도시서 꼭 가봐야 할 곳으로 ‘활판공방’과 ‘열화당책박물관’을 추천한다. 활판공방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근대 납 활자 인쇄 방식으로 책을 만드는 곳이다. 활자 주조부터 원고에 맞게 활자를 찾아 모으는 문선, 활자를 지정한 원고대로 판을 짜는 조판, 인쇄와 제본까지 수작업으로 책을 만든다. 활판공방에서는 이 과정을 직접 체험할 수 있다. 운영 시간은 평일 오전 10시~오후 6시, 주말·공휴일 오후 12시~오후 6시다.

광인사길에 위치한 열화당책박물관은 책의 가치와 아름다움을 배우고, 책이 전해주는 수많은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다. 세계적인 희귀본으로 1556년 제작된 독일어판 마르틴 루터 전집, 파피루스에 그린 그림 등 동서양을 아우르는 고서를 전시한 옛 책 공간, 1980년대부터 최근까지 출간된 전 세계의 특색 있는 책을 전시한 새 책 공간이 주를 이룬다.

책 향기 가장 짙게 배어나는 곳
갤러리·전시관 등 볼거리 풍성

2층은 서가형으로 새 책 공간과 옛 책 공간을 내려다볼 수 있는 라운지로 꾸몄다. 운영 시간은 오전 10시~오후 5시(주말·공휴일 휴관), 입장료 5000원이다.

파주출판도시 동쪽에 자리한 심학산(194m)은 등산로 5곳과 둘레길이 있다. 정상까지 800m로 30~40분이면 충분하고, 가파르지 않아 산책 삼아 다녀오기 좋다. 산이 낮아도 풍경은 그만이다. 정상 전망대에 오르면 북쪽으로 오두산통일전망대 너머 북한 개풍군까지 보이고, 서쪽으로 한강 너머 강화도로 떨어지는 일몰이 아름답다.

 

▲ 마장호수흔들다리는 길이 220m로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장 길다.

자유로와 나란히 흐르는 한강은 오두산에서 임진강과 만난다. 두 물줄기가 내려다보이는 오두산 정상에 지상4층, 지하1층 규모의 오두산통일전망대가 있다. 3~4층 전망 시설서 보면 한강과 임진강이 하나로 모여 김포, 강화도를 거쳐 서해로 빠져나가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임진강 건너편이 북한 개풍군이다. 황량한 들판 곳곳에 있는 집 사이로 주민의 움직임까지 선명하게 보인다.

오두산통일전망대에서 파주프리미엄아울렛을 지나면 5분도 걸리지 않아 파주 장릉(사적 203호)이 나온다. 지난 9월부터 일반에 공개한 장릉은 조선 16대 인조와 인열왕후의 능이다. 원래 현 위치보다 북쪽에 있었으나 영조 때 천장하면서 합장릉으로 조성했다. 인조와 영조 때 조성한 석물이 어우러져 독특하다.

장릉의 매력은 재실 앞에 있는 느티나무 군락이다. 주변으로 벤치가 놓여 차분하면서도 늦가을 분위기가 충만하다. 왕릉 영역에서 홍살문과 삼도, 정자각과 신도비를 차례로 만나고, 정자각 너머 언덕에 인조와 인열왕후가 나란히 잠든 합장릉이 있다.

 

▲ 벽초지문화수목원의 가을 풍경-사진제공·벽초지문화수목원

마장호수흔들다리와 감악산출렁다리는 파주 여행의 핫 플레이스다. 지난 3월에 개장한 마장호수흔들다리는 6개월 만에 200만명이 다녀갈 정도로 인기다. 호숫가를 따라 원점 회귀형 3.3km 산책로가 있고, 그 중심에 마장호수흔들다리가 걸렸다. 흔들다리는 길이 220m로 현재 국내서 가장 길다. 높이 15m 전망대에 올라서면 마장호수가 지긋이 내려다보이고, 흔들다리에 올라서면 시퍼런 호수의 물길이 아찔하다.

인생사진 ‘벽초지문화수목원’

파주출판도시서 마장호수흔들다리로 가는 길에 벽초지문화수목원이 있다. 수목원은 크게 한국식 정원과 유럽식 정원으로 나뉜다. 이곳을 대표하는 벽초지 입구에서 직진하면 장수주목터널,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면 단풍길이다. 11월이면 단풍길이 제법 아름답다.

장수주목터널은 길이 100m가 채 안 되지만 ‘인생 사진’을 찍으며 추억을 남기기 좋다. 벽초지는 호수에 하늘거리는 버드나무 군락과 파련정이 그림 같다. CF나 드라마, 영화에 단골로 등장하는 곳이다. 벽초지문화수목원에서는 오는 24일부터 까만 밤을 화려하게 물들이는 빛축제가 시작된다.

 

▲ 감악산출렁다리를 건너는 여행객

마장호수에 흔들다리가 있다면, 파주시 적성면에 우뚝 선 감악산(675m)에는 출렁다리가 있다. 경사가 급하지 않아 5분쯤 걸으면 출렁다리 입구에 닿는다. 감악산출렁다리는 설마리계곡을 건너 150m나 이어진다. 출렁다리에 사람이 많을 때는 서 있기 힘들 정도로 흔들려 짜릿하다. 감악산에 오르지 않고 출렁다리를 건너 법륜사와 운계전망대까지 다녀와도 좋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오두산통일전망대→파주 장릉→파주출판도시(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 내 지혜의숲, 출판도시활판인쇄박물관 활자의숲-활판공방 체험-열화당책박물관)→심학산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마장호수흔들다리→벽초지문화수목원→감악산출렁다리→오두산통일전망대→파주 장릉, 
둘째 날: 파주출판도시(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 내 지혜의숲, 출판도시활판인쇄박물관 활자의숲-활판공방 체험-열화당책박물관-보림책방-보리책놀이터)→심학산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파주시 문화관광포털 https://tour.paju.go.kr
- 출판도시문화재단 www.pajubookcity.org
- 파주출판문화정보산업단지 사업협동조합 www.ibookcity.org
- 오두산통일전망대 www.jmd.co.kr
- 파주 장릉 http://royaltombs.cha.go.kr
- 벽초지문화수목원 www.bcj.co.kr
- 마장호수 http://majanghosu.com  

문의 전화
- 파주시청 관광과 031)940-4363
- 출판도시문화재단 031)955-0050
- 출판도시안내센터 031)955-5959
- 파주출판문화정보산업단지 사업협동조합 031)955-0001
- 지혜의숲 031)955-0082
- 활자의숲 031)955-7955
- 보림책방 031)955-3456
- 보리책놀이터 031)950-9590
- 활판공방 031)955-0084~5
- 열화당책박물관 031)955-7021
- 오두산통일전망대 031)956-9600
- 파주 장릉 031)945-9242
- 벽초지문화수목원 031)957-2004
- 마장호수흔들다리 031) 940-4720
- 감악산출렁다리 031)940-4617


대중교통 정보
버스: 서울지하철 2·6호선 합정역 1번 출구에서 2200·200번 버스, 은석교사거리 정류장 하차, 약 40분 소요. 
*문의: 신성교통 031)949-6040

자가운전
자유로(문산·통일동산 방향)→장월 IC→세종삼거리 지나 은석교사거리에서 우회전→회동길→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

숙박 정보   
- 게스트하우스 지지향: 파주시 회동길, 031)955-0090, www.jijihyang.com
- 골든힐호텔: 탄현면 성동로, 031)942-0222, www.goldenhillhotel.co.kr
- 호텔시에나 : 파주시 소리천로, 031)943-7260, www.hotelsienna.com
- 메이트호텔 파주: 탄현면 엘씨디로241번길, 031)945-1029, www.matehotel-paju.com
- 가을노을펜션: 탄현면 새오리로161번길, 010-9814-2010, www.pajukidspension.co.kr
- 파주펜션힐: 적성면 감악산로, 031)959-2353, www.pajupension.co.kr

식당 정보
- 완이네작은밥상(오색떡국): 파주시 문발로, 031)955-6162
- 다이닝노을(패밀리세트): 파주시 회동길(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 내), 
031)955-0070, www.diningnoeul.co.kr
- 전라도무지개밥상(무지개밥상정식): 파주시 교하로681번길, 031)942-7508
- 할머니묵집(착한묵밥): 파주시 돌곶이길, 031)942-3017
- 오두산막국수 통일동산점(막국수): 탄현면 성동로, 031)941-5237
- 춘천정통닭갈비(닭갈비): 파주시 교하로, 031)946-2220
- 로빈의숲(수제돼지갈비): 탄현면 장릉로102번길, 031)945-1999, http://robinbbq.com

축제·행사 정보
파주장단콩축제: 2018년 11월23~25일, 임진각광장과 평화누리 일대, 031) 940-5282

주변 볼거리
임진각평화누리, 반구정, 파주 이이 유적, 율곡수목원, 보광사, 파주 용미리 마애이불입상, 프로방스마을, 헤이리예술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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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이 당심 반영 비율을 늘린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이어 장동혁 대표를 필두로 지방선거 전략으로 ‘반명 빅텐트론’을 지난 대선에 이어 또 거론했다. 국민의힘이 6년째 내리 실패한 전략을 또 끌고 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민의힘이 지난달 25일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 대변인을 맡은 조지연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진행된 기획단 회의 후 “내년 지방선거 경선에서 당원투표 비중을 기존 50%에서 70%로 늘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민심보다 당심으로?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은 당원투표 70%와 국민 여론조사 결과 30%가 혼합돼 결정된다. 만 44세 이하 청년은 가점을 부여받고, 여성 신인은 만 45세 이상이어도 가산점이 부여된다. 광역의원 비례대표 후보자는 청년 인재 오디션을 거쳐 선출해 최우선 순위로 당선권에 배치할 예정이다. 지난 2022년 지방선거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시행했던 공직 후보자 기초 자격 평가는 기초자치단체장·기초의원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장은 5선 나경원 의원이 맡고 있다. 나 의원은 서울시장 출마 후보군 중 1명으로 거론된다. 현 시점에선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로 오세훈 서울시장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일각에선 “나 의원이 사심 때문에 경선 규칙을 정한 것 아니냐”고 의심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대중적 인기는 높지만, 당내 기반은 약하다”는 평가로부터 비롯되는 의심이다. 새로 정한 경선 규칙에 대해선 당내에서도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던 김용태 의원은 지난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내년 지방선거를 시작으로 실질적인 수권 전략을 실현하려면, 공직선거 후보자 선출 규칙은 국민경선 100% 제도를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비판했다. 윤 의원은 “민심이 곧 천심이고, 민심보다 앞서는 당심은 없다”며 “민의를 줄이고 당원 비율을 높이는 것은 민심과 거꾸로 가는 길이고, 폐쇄적 정당으로 비칠 수 있는 위험한 처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사법부 압박 논란과 대장동 항소 포기 문제까지 있었는데도 우리 당 지지율은 떨어지고 여당 지지율이 오르는 이유는 무엇이겠느냐”며 “여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진정성 있는 성찰과 혁신 없이 표류하는 야당에 대한 국민적 실망이 더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정당 지지도 여론조사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43%였고,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4%였다. 지난 7월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만 18세 이상 100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화 면접 여론조사 당시 국민의힘 지지율이 19%를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높지만, 두드러진다고 보긴 어렵다. 내부 비판 이어지는데 당심 비중↑ 비상계엄 사과 두고도 ‘옥신각신’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당분간 크게 오르긴 어렵다”는 일각의 예측도 있다. 다음 달 3일은 비상계엄 1주년이라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재임 중 실정과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 불참 ▲윤 전 대통령 체포 저지 시도 ▲심야 대선후보 교체 시도 등 지난 1년 동안 국민의힘이 여론으로부터 비난을 받았던 행보들이 다시 주목받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 일부 소장파 의원들은 비상계엄 사과 등을 통한 윤 전 대통령과의 확실한 절연을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지난 24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좀 더 명확한 메시지를 낼 필요가 있다는 얘기가 당내에서도 나온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역사와 국민 앞에 누군가 사과해야 할 상황이고, 국민의힘이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예측할 수 없었던 돌발적인 계엄이 있었고, 탄핵에 이어 정권을 잃은 후 국정의 주도권을 넘겨줬다”고 강조했다. 반면 같은 당 김재원 최고의원은 같은 달 2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일회성 사과로 과거의 잘못을 끊어내고 새로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사과를 자꾸 하는 것은 오히려 현 상황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어떤 정치를 할 것인지 고민하는 게 필요하다”며 “사과하는 것보단 앞으로 국민에게 믿음을 드리는 게 더 낫다”고 역설했다. 장 대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히고 있다. 그는 같은 달 25일, 경북 구미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한 후 “사과 메시지를 내는 것은 지금 말씀드릴 단계는 아닌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지금 싸워야 할 대상은 무도한 이재명정권과 의회 폭거를 이어가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구미역 광장에서 진행된 민생 회복·법치 수호 경북 국민대회에 참석해 “저들이 똘똘 뭉쳐 우리를 공격하고 손가락질할 때, 우리가 우리를 향해 손가락질·비판하는 게 부끄럽다”고 목소리 높였다. 그러면서 “대한민국과 자녀 세대를 위해 소리치는 우리가 아스팔트 세력이라고 손가락질당하는 게 부끄러운 게 아니라, 나라가 쓰러져가는데도 한마디도 못하는 게 부끄러운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당 발언은 “사과해야 한다”는 일부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풀이된다. 돌발적인 계엄이다? 이재명 대통령·민주당에 대한 투쟁을 강조하는 장 대표의 주장은 빅텐트론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나 의원도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과 민주당을 비판하면서 “국민의힘은 네 탓 공방을 벌이면서 분열에 빠져 있다”며 “정당의 뿌리를 흔드는 내부는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하나로 뭉쳐 민주당의 독재 완성 계략에 단호히 맞서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에선 각종 선거와 정국에 대응할 때마다 빅텐트론이 거론됐다. 시작은 황교안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가 재임했던 지난 2019년이다. 이듬해엔 “각 정당·정파가 참여하는 통합추진위원회를 구성해 모든 자유민주 세력과 손을 맞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전 대표는 “통합 없이는 절대 이길 수 없단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며 “이 나라를 망치려는 사람들은 통합을 두려워한다”고 말했다. 황 전 대표가 주장했던 빅텐트론은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란 헌법 가치를 공유한다면, 태극기 세력부터 중도 보수 인사까지 아우른다”는 것이었다. 그의 주장을 토대로 자유한국당은 미래통합당으로 바뀌었다. 황 전 대표는 제21대 총선 패배 후 물러났다. 이 대표는 빅텐트론에 일관적으로 반대하면서 세대 포위론을 토대로 지난 2022년 대선을 지휘했다. 지난 6월 대선에 출마했던 이 대표는 국민의힘 등 보수 각계로부터 후보 단일화 요구를 받았다. 이 대표는 당시에도 국민의힘 등에서 주장했던 ‘반명 빅텐트론’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대선을 완주했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의 빅텐트론을 놓고 “혁신 요구가 나올 때마다 제기되는 주장”이라고 비판한다. 빅텐트론의 핵심은 통합이다. 통합은 정치권에서 반대 계파·의견을 억압하는 수사로 활용되는 예가 잦다. 빅텐트의 핵심은 조정 능력이다. 여기엔 다양한 계파·의견을 조율해 갈등을 최소화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장 대표는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이영풍 TV’에 출연해 “체제 전쟁 깃발 아래 모일 수 있는 모든 우파가 함께 모여서 이재명정권이 사회주의 독재체제로 가려는 걸 막기 위해 연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체제 전쟁’의 근거는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민주당의 배임죄 폐지·대법관 증원 시도 등이다. 장 대표는 공식적으로 국민의힘과 관계없는 황 전 대표가 지난 12일 내란 선동 혐의를 받아 내란 특검에 의해 체포되자 “우리가 황교안이다”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어지는 재탕 삼탕 이어 “국민의힘만으로 이재명정부·민주당과 싸우긴 어렵다”며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주도하는 자유통일당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주도하는 자유민주당 ▲새누리당 조원진 전 의원이 주도하는 우리공화당 ▲황 전 대표가 주도하는 자유와혁신 등을 연대 대상으로 지목했다. 이들은 모두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그에 반해 개혁신당과 이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비판한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빅텐트론은 김문수 전 대선후보 등이 주장했던 빅텐트론과 큰 차이가 없다. 당시 김 전 후보는 “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이기기 위해선 어떤 경우든 힘을 합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덕수 전 총리 ▲황 전 대표 ▲이낙연 전 총리 ▲이 대표 등을 통합 대상으로 지명했다. 권성동 당시 원내대표는 김 전 후보·한 전 총리의 단일화를 지지하면서, 당시 당내 주류와 불화했던 국민의힘 김상욱 당시 의원(현 민주당 의원)에게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라”고 요구했다. 이는 장 대표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에게 당원 게시판 의혹 관련 압박을 가한 것과 비슷하다. 당시 권 전 원내대표는 “당원 대부분은 민주당 이 후보에게 대항하기 위해선 반명 빅텐트가 필요하단 의견을 갖고 있다”며 “지도부는 당원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주장하는 원외 강경 보수 4당과의 연대를 주장하면서, 개혁신당과의 연대설도 공개적으로 부정하진 않는다. 일각에선 “오 시장이 장 대표·이 대표의 가교 역할을 한다”고 관측하고 있다. 오 시장은 지난 9월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한 이후 꾸준히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주장하고 있다. 이후 정치권 일각에선 “오 시장이 서울시장으로 다시 출마하고,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 야권 단일 후보로 출마하면 수도권에서 보수 진영이 선전할 수 있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 <미디어토마토>가 지난달 28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특별시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무선·ARS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오 시장은 보수 진영에서 민심 27.5%·당심 50.3%의 지지를 얻어 서울시장 후보 중 가장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민주당이 서울시장 후보를 선출한 후 ‘여당 프리미엄’을 앞세워 오 시장에 대한 공세를 이어간다면, 재선을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국민의힘이 중도층의 민심을 끝내 얻지 못하면, 오 시장으로선 힘겨운 선거가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체제 전쟁” 명분으로 사과 거부 홍 “국힘은 보수 참칭 사이비 레밍” 당내에서도 나 의원 등 막강한 경쟁자가 있어 본선행을 확실하게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지난달 23일 “국민의힘 내부에서 변화·쇄신 목소리가 전혀 안 나온다”며 “연대를 함께할 가능성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지난 대선에 이어 1990년대식 ‘뭉치면 이긴다’ 구호만 내세운다”며 “그 전략으로 패배한 사람은 황 전 대표였는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가 나오길 기대하는 건 이해가 안 간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내부에도 연대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국민의힘 지도부에서 강경 보수의 주장을 가장 강하게 내세우는 김민수 최고위원은 같은 달 25일, 채널A 유튜브 채널 ‘정치시그널’에 출연해서 “이 대표는 당내 많은 분쟁을 가져온 사람이라서 화합을 해칠 가능성이 있다”며 “개혁신당과의 연대는 득보다 실이 더 많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의 주장은 오 시장의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해석되고 있다. 김 최고위원은 “개혁신당은 보수 정당인지, 진보 정당인지 모르겠고, 그 사이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저는 최고위원이 되기 전부터 우측으로의 연대를 주장했다”고 설명했다. 대선은 기동전·총력전 성격이 강한 반면, 지방선거는 진지전 성격이 강하다. 선거의 성격이 다르지만, 국민의힘에선 똑같이 ‘반명 빅텐트’라는 구호를 거론하고 있다. 역사엔 위기 상황에서 변화를 거부했다가 돌이킬 수 없는 위기를 맞이한 사례가 다수 기록돼있다. 변화를 거부하는 세력이 그 집단을 주도할 때, 이 사례는 더욱 빈번하게 재현된다. 중국 청나라에선 수구파를 이끌던 서태후가 변법자강운동을 주도하던 광서제에게 반대해 정변을 일으켜 성공한 후 광서제를 유폐했다. 중국 정부가 지난 2008년 광서제의 능을 공식 발굴 조사한 결과, 광서제는 급성 비소 중독으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3세 나이로 즉위한 청나라 황제는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영화 <마지막 황제>의 주인공인 선통제다. 선통제는 영화 제목 그대로 마지막 황제였다. 광서제의 개혁 시도는 청나라의 마지막 몸부림이었다.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 취사 선택해 그 정보를 근거로 자신의 주장을 전개하고, 불리한 정보는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성향을 확증편향이라고 한다. 국민의힘에 대해선 “지역구 관리에만 능하고, 기득권·이익 추구에만 관심을 두는 의원들이 당을 주도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언더 찐윤’이란 집단이 거론된다. 확증편향 소탐대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이 변화·혁신에 거부감을 느끼면서 같은 선택을 반복하는 핵심 이유로 언더 찐윤을 거론한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지난 6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은 이념도 없는, 보수를 참칭한 사이비 레밍 집단”이라고 주장했다. 이미 여러 번 선거에서 패배한 전략임에도 확증편향·소탐대실을 근거로 같은 선택을 고집한다면, 무리 지어 절벽에서 떨어지는 레밍과 비교되는 수모를 또 겪을 수도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에선 또 빅텐트론이 반복되고 있다. 빅텐트는 국민의힘 주변을 배회하는 유령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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