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책방 ②파주출판도시

책에 대한 모든 것을 누리다

▲ 파주출판도시의 중심 공간인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 전경

국내서 책의 향이 가장 짙게 배어나는 파주출판도시는 국내 굴지의 출판사와 관련 업체만 입주한 전형적인 공간이 아니다. 출판사나 인쇄 회사가 만든 책방과 북카페에 머물며 책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곳곳에 자리한 갤러리와 전시관, 박물관을 구경하다 보면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 모를 정도다.
 

▲ 높이 8m 대형 서가가 늘어선 지혜의숲

파주출판도시의 중심 공간은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다. 미적 감각이 뛰어난 독서 문화 공간 ‘지혜의숲’, 북 스테이를 경험할 수 있는 ‘게스트하우스 지지향’, 출판도시활판인쇄박물관 ‘활자의숲’ 등이 있다.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

2014년 개관한 지혜의숲은 책을 자유롭고 편하게 만나는 곳이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크고 넓은 세 공간에 높이 8m 대형 서가가 이어진다. 이 서가에 빼곡한 책이 13만여권, 수장고에 있는 책을 포함하면 20만권이 넘는다. 모두 기증한 책이라는 점이 더욱 놀랍다.

1관은 개인과 단체, 2관은 출판사, 3관은 출판사와 유통사, 미술관, 박물관서 기증한 도서로 구성했다.

 

▲ 지혜의숲 2관에서 책을 읽는 사람들

높은 서고, 정돈된 독서 공간, 넓은 창으로 들어오는 바깥 풍경까지 책 읽기에 딱 좋다. 나란히 앉아 책을 읽는 연인, 아이에게 동화책을 소곤소곤 들려주는 엄마, 홀로 커피를 마시며 독서 삼매경에 빠진 사람까지 책이라는 ‘벗’을 마주하는 느낌이다. 지혜의숲은 누구에게나 무료로 열린 공간이다. 1관은 오전 10시~오후 5시, 2관은 오전 10시~오후 8시, 3관은 24시간(연중무휴) 운영한다.

 

▲ 출판도시활판인쇄박물관 활자의숲에서 인쇄 체험을 하는 어린이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 2층에 위치한 게스트하우스 지지향은 ‘종이의 고향’이라는 뜻으로, 독서 휴양을 즐기는 숙박 시설이다. 책을 읽고 생각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뜻깊은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에는 견학과 체험 중심으로 운영하는 출판도시활판인쇄박물관 활자의숲이 있다. 금속활자 3500만여자와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인쇄기를 구경하고, 활판인쇄 체험도 해보자.

한지 노트 만들기, 내가 만든 이솝우화집 체험이 인기다.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하며(연중무휴), 입장료는 3000원(체험비 별도)이다.

 

▲ 담쟁이덩굴이 아름다운 효형출판 건물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를 둘러봤다면, 이제 본격적으로 책과 함께할 시간이다. 파주출판도시는 가장 큰 도로인 문발로를 중심으로 서쪽 광인사길, 동쪽 갈대샛강과 회동길이 남북으로 길게 이어진다. 광인사길은 1884년에 설립한 우리나라 최초의 출판사를 겸한 근대식 민간 인쇄소인 광인사를, 회동길은 1897년에 설립한 근대 서점인 회동서관을 기념하기 위해 명명했다니 기억해두면 좋을 듯싶다.

 

▲ 국내에서 유일하게 근대 납 활자 인쇄 방식으로 책을 만드는 활판공방 내부

아이와 함께 파주출판도시에 왔다면 어린이책 전문 출판사를 찾는 것이 좋다. 보림출판사의 ‘보림책방’과 보리출판사의 ‘보리책놀이터’가 대표적이다. 보림출판사는 책방과 인형극장이 결합된 독특한 공간이다. 보림책방은 아이들이 책을 편하게 볼 수 있도록 테이블과 의자를 놓은 점이 눈에 띈다. 이웃한 보림인형극장서 정기적으로 인형극 공연을 한다.

주말에는 책도 읽고, 인형극 관람도 즐기는 가족이 많다. 운영 시간은 오전 10시30분~오후 6시(월요일 휴무)다.

 

▲ 심학산 정상에서 바라본 강화도의 일몰

영·유아 도서 전문 보리출판사는 보리책놀이터를 운영한다. 1층은 차 한잔 나누며 책을 읽는 북카페, 2층은 보리출판사서 출간한 책을 전시·판매하는 책방이다. 검은 서가가 둘러싼 가운데 풀이 자라는 타원형 벤치가 놓여 이색적이다. 운영 시간은 북카페 오전 8시30분~오후 7시, 책방 오후 12시~오후 5시다.

 

▲ 오두산통일전망대 4층에서 본 임진강과 북녘땅

파주출판도시서 꼭 가봐야 할 곳으로 ‘활판공방’과 ‘열화당책박물관’을 추천한다. 활판공방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근대 납 활자 인쇄 방식으로 책을 만드는 곳이다. 활자 주조부터 원고에 맞게 활자를 찾아 모으는 문선, 활자를 지정한 원고대로 판을 짜는 조판, 인쇄와 제본까지 수작업으로 책을 만든다. 활판공방에서는 이 과정을 직접 체험할 수 있다. 운영 시간은 평일 오전 10시~오후 6시, 주말·공휴일 오후 12시~오후 6시다.

광인사길에 위치한 열화당책박물관은 책의 가치와 아름다움을 배우고, 책이 전해주는 수많은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다. 세계적인 희귀본으로 1556년 제작된 독일어판 마르틴 루터 전집, 파피루스에 그린 그림 등 동서양을 아우르는 고서를 전시한 옛 책 공간, 1980년대부터 최근까지 출간된 전 세계의 특색 있는 책을 전시한 새 책 공간이 주를 이룬다.

책 향기 가장 짙게 배어나는 곳
갤러리·전시관 등 볼거리 풍성

2층은 서가형으로 새 책 공간과 옛 책 공간을 내려다볼 수 있는 라운지로 꾸몄다. 운영 시간은 오전 10시~오후 5시(주말·공휴일 휴관), 입장료 5000원이다.

파주출판도시 동쪽에 자리한 심학산(194m)은 등산로 5곳과 둘레길이 있다. 정상까지 800m로 30~40분이면 충분하고, 가파르지 않아 산책 삼아 다녀오기 좋다. 산이 낮아도 풍경은 그만이다. 정상 전망대에 오르면 북쪽으로 오두산통일전망대 너머 북한 개풍군까지 보이고, 서쪽으로 한강 너머 강화도로 떨어지는 일몰이 아름답다.

 

▲ 마장호수흔들다리는 길이 220m로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장 길다.

자유로와 나란히 흐르는 한강은 오두산에서 임진강과 만난다. 두 물줄기가 내려다보이는 오두산 정상에 지상4층, 지하1층 규모의 오두산통일전망대가 있다. 3~4층 전망 시설서 보면 한강과 임진강이 하나로 모여 김포, 강화도를 거쳐 서해로 빠져나가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임진강 건너편이 북한 개풍군이다. 황량한 들판 곳곳에 있는 집 사이로 주민의 움직임까지 선명하게 보인다.

오두산통일전망대에서 파주프리미엄아울렛을 지나면 5분도 걸리지 않아 파주 장릉(사적 203호)이 나온다. 지난 9월부터 일반에 공개한 장릉은 조선 16대 인조와 인열왕후의 능이다. 원래 현 위치보다 북쪽에 있었으나 영조 때 천장하면서 합장릉으로 조성했다. 인조와 영조 때 조성한 석물이 어우러져 독특하다.

장릉의 매력은 재실 앞에 있는 느티나무 군락이다. 주변으로 벤치가 놓여 차분하면서도 늦가을 분위기가 충만하다. 왕릉 영역에서 홍살문과 삼도, 정자각과 신도비를 차례로 만나고, 정자각 너머 언덕에 인조와 인열왕후가 나란히 잠든 합장릉이 있다.

 

▲ 벽초지문화수목원의 가을 풍경-사진제공·벽초지문화수목원

마장호수흔들다리와 감악산출렁다리는 파주 여행의 핫 플레이스다. 지난 3월에 개장한 마장호수흔들다리는 6개월 만에 200만명이 다녀갈 정도로 인기다. 호숫가를 따라 원점 회귀형 3.3km 산책로가 있고, 그 중심에 마장호수흔들다리가 걸렸다. 흔들다리는 길이 220m로 현재 국내서 가장 길다. 높이 15m 전망대에 올라서면 마장호수가 지긋이 내려다보이고, 흔들다리에 올라서면 시퍼런 호수의 물길이 아찔하다.

인생사진 ‘벽초지문화수목원’

파주출판도시서 마장호수흔들다리로 가는 길에 벽초지문화수목원이 있다. 수목원은 크게 한국식 정원과 유럽식 정원으로 나뉜다. 이곳을 대표하는 벽초지 입구에서 직진하면 장수주목터널,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면 단풍길이다. 11월이면 단풍길이 제법 아름답다.

장수주목터널은 길이 100m가 채 안 되지만 ‘인생 사진’을 찍으며 추억을 남기기 좋다. 벽초지는 호수에 하늘거리는 버드나무 군락과 파련정이 그림 같다. CF나 드라마, 영화에 단골로 등장하는 곳이다. 벽초지문화수목원에서는 오는 24일부터 까만 밤을 화려하게 물들이는 빛축제가 시작된다.

 

▲ 감악산출렁다리를 건너는 여행객

마장호수에 흔들다리가 있다면, 파주시 적성면에 우뚝 선 감악산(675m)에는 출렁다리가 있다. 경사가 급하지 않아 5분쯤 걸으면 출렁다리 입구에 닿는다. 감악산출렁다리는 설마리계곡을 건너 150m나 이어진다. 출렁다리에 사람이 많을 때는 서 있기 힘들 정도로 흔들려 짜릿하다. 감악산에 오르지 않고 출렁다리를 건너 법륜사와 운계전망대까지 다녀와도 좋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오두산통일전망대→파주 장릉→파주출판도시(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 내 지혜의숲, 출판도시활판인쇄박물관 활자의숲-활판공방 체험-열화당책박물관)→심학산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마장호수흔들다리→벽초지문화수목원→감악산출렁다리→오두산통일전망대→파주 장릉, 
둘째 날: 파주출판도시(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 내 지혜의숲, 출판도시활판인쇄박물관 활자의숲-활판공방 체험-열화당책박물관-보림책방-보리책놀이터)→심학산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파주시 문화관광포털 https://tour.paju.go.kr
- 출판도시문화재단 www.pajubookcity.org
- 파주출판문화정보산업단지 사업협동조합 www.ibookcity.org
- 오두산통일전망대 www.jmd.co.kr
- 파주 장릉 http://royaltombs.cha.go.kr
- 벽초지문화수목원 www.bcj.co.kr
- 마장호수 http://majanghosu.com  

문의 전화
- 파주시청 관광과 031)940-4363
- 출판도시문화재단 031)955-0050
- 출판도시안내센터 031)955-5959
- 파주출판문화정보산업단지 사업협동조합 031)955-0001
- 지혜의숲 031)955-0082
- 활자의숲 031)955-7955
- 보림책방 031)955-3456
- 보리책놀이터 031)950-9590
- 활판공방 031)955-0084~5
- 열화당책박물관 031)955-7021
- 오두산통일전망대 031)956-9600
- 파주 장릉 031)945-9242
- 벽초지문화수목원 031)957-2004
- 마장호수흔들다리 031) 940-4720
- 감악산출렁다리 031)940-4617


대중교통 정보
버스: 서울지하철 2·6호선 합정역 1번 출구에서 2200·200번 버스, 은석교사거리 정류장 하차, 약 40분 소요. 
*문의: 신성교통 031)949-6040

자가운전
자유로(문산·통일동산 방향)→장월 IC→세종삼거리 지나 은석교사거리에서 우회전→회동길→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

숙박 정보   
- 게스트하우스 지지향: 파주시 회동길, 031)955-0090, www.jijihyang.com
- 골든힐호텔: 탄현면 성동로, 031)942-0222, www.goldenhillhotel.co.kr
- 호텔시에나 : 파주시 소리천로, 031)943-7260, www.hotelsienna.com
- 메이트호텔 파주: 탄현면 엘씨디로241번길, 031)945-1029, www.matehotel-paju.com
- 가을노을펜션: 탄현면 새오리로161번길, 010-9814-2010, www.pajukidspension.co.kr
- 파주펜션힐: 적성면 감악산로, 031)959-2353, www.pajupension.co.kr

식당 정보
- 완이네작은밥상(오색떡국): 파주시 문발로, 031)955-6162
- 다이닝노을(패밀리세트): 파주시 회동길(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 내), 
031)955-0070, www.diningnoeul.co.kr
- 전라도무지개밥상(무지개밥상정식): 파주시 교하로681번길, 031)942-7508
- 할머니묵집(착한묵밥): 파주시 돌곶이길, 031)942-3017
- 오두산막국수 통일동산점(막국수): 탄현면 성동로, 031)941-5237
- 춘천정통닭갈비(닭갈비): 파주시 교하로, 031)946-2220
- 로빈의숲(수제돼지갈비): 탄현면 장릉로102번길, 031)945-1999, http://robinbbq.com

축제·행사 정보
파주장단콩축제: 2018년 11월23~25일, 임진각광장과 평화누리 일대, 031) 940-5282

주변 볼거리
임진각평화누리, 반구정, 파주 이이 유적, 율곡수목원, 보광사, 파주 용미리 마애이불입상, 프로방스마을, 헤이리예술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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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회 문턱을 넘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이 사법부를 강타했다. 검찰은 1999년 특별검사제 도입 이후 권한을 조금씩 잃다가 올해 해체가 결정됐다. 검찰이 26년 전 느끼다가 현실이 된 불안을 이젠 사법부가 느낄 차례일지도 모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범여권이 지난 24일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내란 사건만 맡는 전담재판부를 만들어 운영한다”는 취지의 예규 제정 방침을 밝혔다. 특별재판부 영장전담 법관 하지만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같은 날 논평을 통해 ‘24일 처리 방침’을 밝혔다. 이날 법안 처리는 이미 예고된 결과였다. 박 대변인은 지난 21일 오전 기자 간담회에서도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예정대로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이 원래 처리하려던 법안은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법’이었다. 이 법안이 통과됐다면, 12·3 비상계엄 관련 재판을 맡을 특별재판부가 설치되고, 영장 심사를 맡을 특별영장 전담 법관이 따로 배정됐을 것이다. 이들은 국회·판사회의·대한변호사협회가 3명씩 추천한 위원으로 구성되는 9인 규모의 추천위원회의 2배수 추천과 대법원장의 임명을 거칠 예정이었다. 아울러 상고심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했던 대법관은 모두 제척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해선 각계에서 위헌 논란을 제기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지난 16일 내용을 대폭 수정했다. 명칭도 특별재판부에서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 전담재판부 후보추천위원회는 법무부 장관·헌법재판소 사무처장 등 외부 인사를 제외한 후 법관으로만 구성될 예정이다. 추천위원회에 들어갈 법관 중엔 각급 판사회의·전국법관대표자회의가 포함된다. 전담재판부에 소속될 법관은 추천위원회·대법관회의를 거쳐 대법원장이 임명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등 12·3 비상계엄 주요 연루자들은 이미 형사재판 제1심을 받고 있다. 전담재판부는 항소심부터 맡을 예정이다. 대법원은 민주당의 공세에 맞서 반격에 나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대법관 행정회의를 열어 ‘국가적 중요 사건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심리 절차에 관한 예규’를 제정하기로 했다. 여기엔 “형법상 내란·외환죄와 군형법상 반란죄 사건을 전담해 집중 심리하는 전담재판부를 설치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다. 대법원이 규정하는 전담재판부는 무작위 배당을 거쳐 사건을 배당받을 재판부가 지정되는 방식이다. 전담재판부로 지정된 재판부가 원래 맡던 재판은 다른 재판부로 재배당된다. 예규엔 “해당 재판부는 이후 내란·외환과 관련 없는 새로운 사건은 맡지 않는다”는 규정이 포함됐다. 하지만 민주당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박 대변인은 “사법부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을 왜 이렇게 늦게 했느냐”며 “왜 그동안 국민을 불안과 혼란에 빠뜨렸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국회의 입법권을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맞춰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내란 전담재판부 신설이 갖는 ‘진짜 함의’ 대법원 예규 제정…반격 혹은 타협안 제시 민주당 정청래 대표도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 중 “대법원이 헐레벌떡 자체 안이라고 내놨다”며 “더 일찍 해야 하지 않았느냐. ‘조희대 사법부’답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국내 헌정사에서 특별재판부는 단 2회만 설치됐다. 제헌헌법 부칙엔 “이 헌법을 제정한 국회는 단기 4278년 8월15일 이전의 악질적인 반민족 행위를 처벌하는 특별법을 제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국회는 반민족행위처벌법 등을 제정하고,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이하 반민특위)를 설치했다. 반민특위엔 특별검찰부와 특별재판부가 설치됐다. 특별검찰부는 검찰총장 등 9명으로 구성됐고, 특별재판부는 ▲국회의원 5명 ▲법조인 6명 ▲사회 저명 인사 5명 등 총 16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국회가 선출했다. 두 번째 특별재판부는 1960년 4·19 혁명 이후 개정된 제4차 개정 헌법을 근거로 설치됐다. 당시 개정 헌법엔 “3·15 부정선거 및 4·19 혁명 관련자들과 관련된 형사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특별재판소와 특별검찰부를 둘 수 있다”는 취지의 부칙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설치된 특별재판부는 부정선거관련자처벌법 제정을 거쳐 설치됐다. 민주당조차 ‘특별재판부’를 ‘전담재판부’로 수위를 낮춰 처리했다는 이유로 내란 특별재판부에 대해 불거진 위헌 시비를 거론한다. 법원은 ‘무작위 전산 재판 배당’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특정 재판부에 특정 재판을 배당한다”는 취지의 특별재판부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위헌 시비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아직 헌법재판소가 관련 합헌·위헌 여부를 가린 적도 없다. 하지만 헌법 제27조는 “모든 국민은 헌법·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법률에 의해 양심에 따라 독립해 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 배당의 무작위성은 재판에 대한 외부의 부당한 압력·영향력으로부터 법관을 보호해 재판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세운 원칙이다. 이는 위헌 시비가 불거진 핵심 이유였다. 그래서 과거엔 특별재판부를 설치하기 전에 개헌 과정 중 헌법 부칙에 그 근거를 규정했다. 헌법 부칙은 헌법 본문과 똑같은 효력을 가진다. 그래서 위헌 시비가 불거질 일은 없었다. 피해 가는 위헌 시비 하지만 위헌 시비를 피하려고 제시한 ‘내란 전담재판부’에 대해서도 논란이 이어졌다. 역설적으로 “기존 재판부 배당과 큰 차이가 없다”는 취지의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사법부는 이미 무작위 배당의 예외를 운용하고 있다. ▲특허법원 ▲서울행정법원 ▲지역별 가정법원 등 특정 분야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법원이 따로 설치돼있는 것도 무작위 배당의 예외다. 또 각급 법원은 이미 지식 재산·환경·의료 등 특정 전문 분야를 전담할 재판부를 분류한다. 법원장 재량에 따라, 재판장들과의 협의를 거쳐 특정 사건은 ‘적시 처리 필요 중요 사건’으로 분류해 특정 재판부에 배당해서 신속한 재판 진행을 추진한다. 기소된 사건이 이미 진행 중인 재판과 사실 관계·쟁점·피고인이 같으면, 이미 진행 중인 재판을 담당하는 재판에 배당한다. 물론 민주당이 거둘 수 있는 실익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정 대표는 민주당이 ‘특별’을 ‘전담’으로 바꿔가면서도 서둘러 개정안을 추진하는 이유를 분명히 짚었다. 그는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법부와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의 재판부는 내란·외환 사건의 심리를 의도적으로 침대 축구하듯 질질 끌었다”며 “조 대법원장은 경고·조치를 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보다 못한 입법부가 나서기 전에 사법부가 진작 내란 전담재판부를 설치했다면, 지난 1년 동안 허송세월하는 것을 보면서 국민이 분통 터지는 상황은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의 주장 중 핵심 단어는 ‘조희대’와 ‘지귀연’이다. 민주당이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할 당시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지난 9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 부장판사를 지칭해 “재판의 공정성에 의구심을 갖도록 하는 인사들을 전보·징계한다면, 굳이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들기 위한 입법 조치를 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도중 “조희대 사법부는 특검 수사 훼방꾼이 됐다”며 “조 대법원장이 지휘하는 대법원이 지난해 12월3일 내란에 동조한 건 아닌지 강한 의구심을 갖는다”고 지적했다. 사법행정사무를 총괄하는 조 대법원장의 권한 일부를 사실상 박탈하고, 지 부장판사를 내란 관련 재판에서 손 떼게 할 수 있다면, 민주당은 상당한 실익을 거둘 수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재판부 배당에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개입시키는 것이다. 힘 실어준 진짜 이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이후인 지난 2018년 4월 “권한이 집중된 제왕적 대법원장을 견제하고, 법관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를 갖고 설치됐다. 보수 진영 일각에선 이를 일컬어 “지나치게 민주당에 친화적”이라고 비판한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 설치 직후 첫 의장으로 선출됐던 최기상 당시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는 현재 민주당 의원이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지난 9월 민주당이 주장한 의제 ‘대법관 증원론’을 포함한 상고심 제도 개선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어 “사법부는 대법관 증원안을 경청하고 자성해야 한다”는 취지로 보고서를 작성·공개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일컬어 “민주당에 힘을 설어주기 위해 토론회를 개최한 게 아니냐”는 비판 목소리도 제기됐다. 대법원의 이재명 대통령에 대판 파기환송 판결에 대해서도, 정 대표는 지난 9월 전국법관대표자회의에 “조 대법원장 사퇴 권고 등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 회복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일각에선 “대법원의 예규 제정은 반격”이라고 해석한다. 그 근거로는 “내란 전담재판부를 줄곧 반대하다가 갑자기 예규 제정을 밝힌 의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는 점을 들었다. 민주당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 외에도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꿀 만한 사법개혁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대해선 “민주당의 공세를 적절한 선에서 수용해 더 큰 공세에 대비하려는 의도”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특별재판부’가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고 해서 다른 사법개혁안 통과 시도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법원으로선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꾸려는 민주당의 시도를 보면서 검찰이 해체되는 과정을 되새길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이미 민주당이 주도하는 사법개혁안 자체가 사실상 ‘기존 법원 해체’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조금씩 권한 잃다 해체 결정 검 종착역은 헌재 최고법원 등극? 민주당 등 범여권이 검찰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으로 분리해 완수했던 검찰 해체에 대해선 “헌법은 검찰 조직의 존재를 전제로 검찰총장의 존재를 규정했다”면서 위헌 논란을 제기하는 반대 측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범여권은 이를 강행했다. 큰 틀에서 보면, 검찰은 ▲특별검사제도 도입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분리 등 과정을 거쳐 해체됐다. 최초의 특별검사(이하 특검)는 지난 1999년 김태정 전 검찰총장 부인에 대한 옷 로비 의혹과 한국조폐공사 노조 파업 유도 사건에 대해 진행됐던 최병모 특검이었다. 특검이 성립됐던 배경은 “검찰이 검찰총장의 부인이 연루된 사건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선이었다. 아울러 당시 국회 구도는 여소야대였다. 한나라당은 “사건을 축소·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흐름을 타고 강하게 밀어붙여 특검법 제정을 주도했다. 이후 현재까지 개별 특검법은 총 16개가 통과됐고, 상설 특검은 6회 추진됐다. 검찰로서는 1999년 최병모 특검 설치가 수사권·기소권 독점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현재까지 총 22회의 특검이 성립됐다는 것은 검찰에 대한 각계의 불신을 상징하는 중요 사실관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끝은 아니었다. 검찰을 노리는 다음 단계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었다. 최초의 검경 수사권 조정은 지난 2011년 진행됐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사법경찰관이 검사의 수사 지휘에 이의를 제기하는 재지휘 건의 제도 신설 등의 내용이 담긴 안을 대통령령으로 제정해 의결했다. 지난 2016년엔 ▲진경준 게이트 ▲정운호 게이트 ▲김형준 전 부장검사의 스폰서 의혹 ▲최순실 게이트 등이 연이어 발생해 검찰의 신뢰도에 대한 강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이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장기간 논의된 검경 수사권 논의로 연결된다. 공수처도 설치됐다. 민주당 집권 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사건을 강하게 기억하는 지지자들의 비원을 외면하긴 어려웠던 측면도 있었다. 그렇게 검찰은 서서히 권한을 빼앗겼다. 그러다가 지난 9월에 이르러 검찰은 내년부터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으로 갈라질 운명에 처했다. 특히 중대범죄수사청은 행정안전부로 옮겨진다. 서서히 권한을 빼앗기다가 끝내 해체를 앞둔 운명을 맞게 된 것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은 ▲법원행정처 폐지 ▲법 왜곡죄 도입 ▲대법관 증원 ▲재판소원 도입 등 사법개혁안을 시도하고 있다. 범여권이 사법개혁안을 모두 통과시킨다면, 사법부로서는 “검찰에 이어 사법부도 한순간에 와해된다”고 인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순간에 와해된다 법원행정처가 없어지면 대법원장의 권한이 줄어든다. 법 왜곡죄가 도입되면, 판사의 재판도 법적 처벌 범위 안에 포함될 위험에 노출된다. 대법관이 늘어나 대법관의 권위·희소 가치가 줄어든 후 재판은 헌법소원 제기 범위 안에 포함된다. 최종 종착지는 헌법재판소가 대법원을 제친 후 최상위 사법기관으로 규정될 순간임을 배제하기 어렵다. 지난 24일은 사법부가 느낄 법한 공포가 처음 피부에 와닿은 날이었을 수도 있다. 새해엔 민주당과 사법부의 전쟁이 더욱 거칠게 진행될지도 모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