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삼국비사 (107)깨달음

염불보다 잿밥

소설가 황천우는 우리의 현실이 삼국시대 당시와 조금도 다르지 않음을 간파하고 북한과 중국에 의해 우리 영토가 이전 상태로 돌아갈 수 있음을 경계했다. 이런 차원에서 역사소설 <삼국비사>를 집필했다. <삼국비사>를 통해 고구려의 기개, 백제의 흥기와 타락, 신라의 비정상적인 행태를 파헤치며 진정 우리 민족이 나아갈 바, 즉 통합의 본질을 찾고자 시도했다. <삼국비사> 속 인물의 담대함과 잔인함, 기교는 중국의 <삼국지>를 능가할 정도다. 필자는 이 글을 통해 우리 뿌리에 대해 심도 있는 성찰과 아울러 진실을 추구하는 계기가 될 것임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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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사문이 눈을 뜨자 의자왕이 무릎을 꿇고 죄인의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전하, 편히 하십시오.”

“아니오, 우리 민족의 죄인인 내가 무슨 염치로 자세를 편히 할 수 있겠소. 다만 부탁이 있을 뿐이오.”

“말씀 주시지요.”

부처의 곁으로


“바로 옆집에 백제를 이 지경으로 만든 부인인 은고가 기거하고 있소. 그 사람도 스님의 손에 맡기고 싶소.”

잠시 생각에 잠겼던 온사문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의자왕 뒤에 자리 잡았다.

“전하, 부디 극락왕생하소서!”

말소리와 함께 온사문의 모든 힘이 팔로 전달되었고 그 팔의 기운이 의자왕의 목을 꺾기 시작했다.

어느 순간 뒤로 꺾였던 의자왕의 목을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도록 하고 바닥에 가지런하게 눕혔다.

온사문이 염송하면서 한쪽에 있는 붓과 종이를 가져다 짧게 글을 썼다.

‘祈 極樂往生, 淵蓋蘇文(기 극락왕생, 연개소문)’   


그 글을 의자왕의 손에 쥐어주고는 염송을 마치고 천천히 밖으로 나섰다.  

“스님, 백제의 폐주는 구원 받았소?”

병사의 질문에 온사문이 잔잔한 미소를 머금으며 가벼이 합장했다.

아울러 폐주의 부인에게도 구원을 베풀어주고자 함을 이야기하자 선선히 그녀에게 안내했다.

“전하께서 중생을 구제하시라는 명을 주셨소.”

“무슨 구제란 말이오!”

온사문이 은고를 만나자마자 자신이 찾아온 사유를 밝히자 경계의 눈초리로 온사문의 몸을 샅샅이 훑었다.

“전하께서 군대부인께 부처의 자비를 베풀어주시라는 명을 주셨습니다.”

“느닷없이 그게 무슨 말입니까!”

“말 그대로입니다. 군대부인의 손상된 영혼을 정제해 드리라는 분부셨습니다.” 

은근한 소리로 재차 설명한 온사문이 목탁을 두드리며 염송하기 시작했다.

순간 경계의 눈빛을 보였던 은고가 자세를 가지런히 하고 두 손을 모았다.    


“전하께서는 편안히 가셨습니까?”

“그러하옵니다, 군대부인.”

온사문이 염송을 끝내자 은고가 잔잔한 미소를 머금으며 말을 건넸다.

“스님, 저 같은 인간도 구원 받을 수 있습니까?”

“어차피 부처 앞에서는 모두가 중생입니다.”

“그러면 저도.”


의자왕, 은고를 온사문의 손에 맡기다
복신과 도침, 당군과의 싸움에서 대패

“군대부인의 표정을 살피니 이미 부처의 깨달음을 얻은 듯 하옵니다.”

은고가 한숨을 내쉬며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스님, 이 년이 참으로 몹쓸 짓만 하고 염치없이 이제야 부처께 의탁하는군요.”

“너무 심려 마십시오. 그게 어리석은 중생들 모두의 한계입니다.”

온사문이 은고의 뒤에 자리 잡고 양팔을 목에 둘렀다.

“부디 전하께 속죄할 수 있도록 부탁드립니다.”

“군대부인, 부인은 진정 백제의.”

말을 하다 말고 온사문이 순간적으로 힘을 쏟아 부었다.

잠시 후 연약하기 이를 데 없는 은고의 몸에서 힘이 급격하게 빠졌다.

그를 살피며 온사문이 힘을 빼고는 은고를 편안하게 자리에 눕혔다.

복신과 도침이 사비성을 포위하고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자 지수신의 요구가 집요하게 이어졌고 마침내 날을 잡아 사비성을 공략하기로 결론 내렸다.

그러나 바로 그 시점에 유인궤의 당나라 지원군이 기벌포로 진군해오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성주, 소장에게 일만의 군사를 내어주시오.”

“무슨 일로 그러십니까, 장군.”

“당군의 침입을 저지하렵니다.”

복신이 가만히 지수신의 얼굴을 주시했다.

“그리할 수는 없소. 가뜩이나 적은 군사를 둘로 나눌 수는 없는 노릇이오.”

“당연한 일이오. 군사를 이동한다면 모두 함께 움직여야 합니다.”

“도대체 무엇 하자는 이야기입니까!”

복신에 이어 도침도 맞장구를 치자 지수신이 기가 차다는 듯 소리를 높였다.

지수신의 표정을 살피던 두 사람이 슬며시 한쪽으로 이동했다.

“어찌할까요, 스님.”

“어찌하긴요. 차라리 삼만의 병력 중에서 일만의 병력은 이곳에서 포위를 지속하고 우리가 이만의 병력을 이끌고 가서 당군의 침입을 저지합시다.”

“가능하겠소?”   

“어차피 당나라 군사들은 바다로 먼 길 오느라 매우 피곤한 지경에 처해 있을 것입니다. 그러니 그들이 들어오기를 기다렸다 잡아버립시다.”

둘이 잠시 이야기를 나누다가 자신들이 군사를 이끌고 당군을 막겠다고 전했다.

“어디서 막을 겁니까?”

“당연히 웅진강 어구에 목책을 세우고 그들이 들어오면 섬멸해야지요.”

“웅진강 어구라고요!”

“그러하오.”

당당하게 대답하는 도침의 이야기에 지수신이 한숨을 내쉬었다.

“왜 우리 백제군이 애초에 당군에게 패한 지 아십니까?”

“그야 의자왕이 국정을 농단하고 계집에 오로지한 때문이지요.”

복신의 눈치를 살피며 도침이 말을 받았다.

“뭐요?”

“그러지 않으면 왜 그 먼 곳에서 온 당나라 군사를 당해내지 못했겠소?”

“백제군이 당군을 당해내지 못한 이유는 당군을 기벌포에서 치지 않고 웅진강으로 들였기 때문이오.”

“그 문제는 우리에게 맡기고, 당군을 섬멸하고 돌아올 터이니 사비성의 포위나 풀지 말고 기다리시오.”

복신이 무표정하게 말을 받자 순간 지수신의 얼굴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당신들 진정 백제의 중흥을 위하는 거요 뭐요!”

“무슨 소리요. 당연히 백제의 중흥을 위해 우리가 이 고생하는 걸 몰라 그러오.” 

“두 사람이 잘해보시오. 나는 주류성으로 돌아가겠소.”

말을 내뱉자마자 지수신이 고개를 돌렸다.

그를 살피던 복신과 도침이 잠시 숙의를 거듭했다.

결국 복신이 이만의 군사로 당군을 상대하고 도침이 나머지 일만의 군사로 사비성의 포위를 유지하기로 했다.

웅진강 어구에 도착한 복신이 두 개의 목책을 세우고 당군이 다가오기를 기다렸다.

호기롭게 당군의 접근을 기다리는 중에 척후병을 통해 먼저 그 사실을 알아챈 당군이 우회하여 기습공격을 감행했다.

순간 백제 군사들이 배수진을 친 상태로 당군을 맞이하게 되는 형국이 되고 퇴로가 막힌 상황에서 지리멸렬의 상태로 빠져들었다.

앞으로 나아가자니 당군의 칼과 창이 번뜩이고 뒤로 가자니 강이라 그야말로 독안에 든 쥐 꼴이 되고 말았다.

독안에 든 쥐

그 전투에서 일만이 넘는 군사를 희생한 복신이 간신히 사비성으로 돌아갔다.

그곳에서 도침과 합하고 당군의 진군 사실과 함께 포위를 풀고 다시 주류성으로 돌아갔다.

포위만 한 채 싸움 한번 해보지 못하고 백제군이 돌아가자 유인궤의 지원군이 도착한 관계로 사비성 안에 있던 신라군은 신라로 돌아갔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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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