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소리’ 나는 고액보험의 세계

보험료 얼마까지 내봤니?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최근 들어 가입금액이 수십억에 달하는 고액보험 판매가 늘고 있다. 심지어 100억원에 이르는 초고액보험까지 생겨난 상황. 한달 보험료로 따지면 1000만원 이상이다. 가입자 대부분은 초고액 자산가들. 보험사들은 이런 초고액 자산가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전용보험상품을 줄줄이 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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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보험업계에 따르면 보험사들이 자산가를 대상으로 내놓은 고액 종신보험 중에선 가입금액 30억원 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이 보험 상품의 가입자는 주로 보험사로부터 자산관리서비스를 받아온 슈퍼리치 고객이다. 

서민에겐
그림의 떡

삼성 대한 교보 등 생명보험사들은 사망보험금이 10억원 이상이면 고액 계약으로 분류한다. 40세 남성 기준 월 200만원 정도 보험료를 20년간 납부하는 조건이다. 웬만한 월급생활자의 한달 월급을 보험료로 내는 것이다. 

하지만 초고액 계약과 비교하면 이 정도는 고액 계약 축에도 끼지 못했다. 한달 1200만원의 보험료를 내 50억원의 사망보험금을 보장받는 자산가가 있는가 하면 월 보험료가 2000만원에 이르는 경우도 있었다. 이때 사망보험금은 90억원에 달한다. 

연금보험도 상식 수준을 뛰어넘는다. 100억원을 일시납 방식으로 지불한 뒤 20년 뒤 229억원의 연금 자산을 만드는 경우도 있고, 한달 5000만원의 보험료를 10년간 내 100억원의 연금 자산을 만드는 경우도 있다. 웬만한 대기업 과장의 연봉을 한달 연금보험료로 납부하는 것이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한화·교보 등 3개 대형 생명보험회사가 판매한 30억원 이상 고액 종신보험은 2015년 118건서 2016년 들어서 139건으로 늘었다. 지난해에는 40건 이상 계약이 체결됐다.

일부 보험사에선 100억원짜리 종신보험도 판매됐다. 10년 만기 종신보험이면 매달 내는 보험료만 8000만원에 이른다. 

물론 이 같은 고액 계약의 주목적은 상속세 재원 마련이다. 거액의 부동산이나 주식을 상속할 경우 자녀들은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물려받은 자산 중 일부를 매각해야 한다. 이 과정서 급하게 매각하다 보면 제값을 받기 힘든 경우가 많다. 이때 보험이 있으면 보험금으로 상속세를 낼 수 있다. 

월 200만원씩 보험금 10억 이상 고액 분류
상속세 재원 마련 주 목적…맞춤형 상품도

지난해 교보생명은 상속세 재원을 효과적으로 마련할 수 있는 ‘교보노블리에종신보험’을 새롭게 출시했다. 최저 가입금액 10억원 이상인 이 상품은 가입 즉시부터 고액의 사망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 이 보험금으로 유가족은 상속세 재원을 손쉽게 확보할 수 있다. 

‘계약승계제도’를 통해 세대 간 효율적인 자산 이전도 가능하다. 이 제도를 활용하면 보험금이나 해약환급금을 재원으로 배우자나 자녀에게 보다 저렴한 보험료로 계약승계가 가능하다. 유가족이 신규로 보험을 가입하는 것보다 보험승계를 통한 가입이 보험료가 저렴하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금융상품을 통한 절세와 세대 간 부의 이전에 관심이 많은 부유층 고객의 니즈를 반영했다”며 “상속재산의 처분 없이 보험금으로 상속세 재원을 마련할 수 있어 고액자산가에게 유용한 상품”이라고 밝혔다.


ING생명도 로열 VIP 유니버설종신보험을 내놨다. 최저 가입금액이 3억원이다. 일시납으로 보험료를 낼 경우 20년납 상품보다 보험료를 최대 40% 절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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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농협생명은 기업체 최고경영자(CEO)와 임원, 고액자산가 등에게 특화된 ‘행복한NH경영인정기보험(무배당)’을 출시했다. 이 상품은 가입자가 갑작스럽게 사망하는 일이 생겼을 때 대출금 상환, 유동성 확보, 상속세, 유가족 생계 등 리스크에 대비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연금으로 전환해 은퇴한 뒤 노후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으며 상속도 가능하다. 또 특약 15개로 재해사망, 11대 성인병 수술·입원, 뇌출혈, 급성심근경색 등을 폭넓게 보장받을 수 있다. 

“다 맞춰드립니다”
앞다퉈 상품 공개

NH농협생명 관계자는 “경영자의 갑작스런 부재는 기업에 상당한 위기를 초래할 수 있지만 이 상품을 통해 리스크를 일정 부분 회피할 수 있다는 게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한화생명의 ‘한화생명 경영인 정기보험’은 물가상승에 대비한 체증형 상품 추가, 가입당시 경험생명표를 적용하는 연금전환 기능, 고연령층을 위한 가입연령과 보장기간 확대 등이 특징이다. 

특히 물가 상승에 대비해, 연령이 증가할수록 사망보험금이 최대 2배까지 증가하는 체증형 상품을 선택할 수 있다. 가입시 선택한 체증나이(55세·60세·65세 선택) 이후부터 10년간 매년 10%씩 증액해 보장하는 형태다. 

푸르덴셜생명은 주계약 가입금액이 최소 1억원 이상인 CEO변액종신보험을 출시할 예정이다.

3억원 이상일 땐 주계약 보험료의 1.5%를, 5억원을 넘으면 주계약 보험료의 3%나 가산 적립해준다. 사망보험금의 노후소득 선지급 방식을 도입해 주계약 보험가입 금액의 일부를 매년 자동감액해 감액 부분에 해당하는 해지환급금을 노후소득 선지급금으로 해 20년 동안 지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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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P 영업서 가입 고객의 건강상태가 좋지 않아 계약인수에 어려움이 있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보험료 납입면제 대상을 재해로만 설정해 계약인수폭을 넓힌 것도 특징이다. 고객의 건강상태가 더 좋지 않은 경우 특별조건부특약으로도 계약을 받아준다. 

삼성생명은 가입금액별로 세 가지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플래티넘유니버설종신보험(3억원 이상), VVIP유니버설종신보험(10억원 이상), 헤리티지유니버설종신보험(30억원 이상) 등이다. 삼성생명은 법인기업 CEO 및 임원을 대상으로 하는 ‘간편가입 경영인정기보험’도 판매 중이다.

이 상품은 CEO 및 임원의 연령이 비교적 높은 점을 감안해 간편가입 형태로 개발됐다. 별도의 심사 없이 만성질환이나 과거 병력이 있어도 가입이 가능하다. 


“한명이라도…”
마케팅에 혈안

가입 후 10년 동안은 최초 가입금액을 보장하며 이후부터는 매년 보장금액이 일정 비율로 늘어나도록 설계됐다. 증가 비율은 10%, 13%, 15%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주계약 가입금액 1억원에 가입한 50세 고객이 10% 체증형에 가입했다면 60세까지는 사망보장금액이 1억원이지만 이후 매년 10%씩 늘어나 70세는 2억원, 80세에는 3억원을 보장받을 수 있는 셈이다.

보험사들은 전용 보험을 비롯해 골프, 와인, 공연 행사 등 VIP 고객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이벤트를 열어 고액자산가들에 대한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보험사는 은행, 증권 등 다른 업권에 비해 장기 상품을 다루기 때문에 VIP 고객 서비스 역시 장기적인 자산관리에 특화돼있다. 보험사의 VIP 고객들 역시 공격적으로 투자하며 자산을 불리기보다는 이미 쌓은 자산을 지키고 이전하는 것에 관심이 많다. 

업계 관계자는 “보험회사의 자산가 고객 대상 서비스는 은행 등에 비해 가업승계를 포함한 증여, 상속과 절세, 은퇴 대비에 강점이 있다”며 “40대 이하 고객이 투자에 관심이 많다면 50대 이상 고객은 자산을 유지하고 이전하는 것에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골프, 와인, 공연 등 VIP 잡기
전문팀 꾸려 전국에 VIP센터도

증여, 절세 등의 문제는 대부분 서로 연관이 있기 때문에 전문자격증을 가진 재무설계사와 세무사, 부동산 전문가 등의 전문인력이 팀을 이뤄 상담하는 곳이 많다. 주요 보험사들은 전국에 VIP 상담센터를 운영하며 이들 인력을 활용해 1대1 자문과 상담을 지원한다. 


삼성생명은 가업승계에 필요한 세제, 지분 양도, 소득재원 마련 등에 특화된 ‘삼성패밀리오피스’를 운영한다. 한화생명 FA센터에서는 전문직 종사자와 고액자산가 VIP 고객을 대상으로 상속·증여, 세무, 노무, 부동산 등 종합자산관리컨설팅을 제공하고 있다. 

멤버십 프로그램, 문화예술 행사 등의 비자산관리 서비스도 다양하다.

한화생명은 경영인들을 대상으로 정기보험 판매를 지원하기 위한 종합재무설계시스템인 H-TOPS도 업그레이드 했다. 교보생명의 ‘노블리에센터’는 평생자산관리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문가 조직으로 보장과 은퇴설계, 투자설계, 상속증여, 부동산, 법률 등 전 금융 분야에 걸쳐 폭넓은 재무설계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 센터를 찾는 고객 대부분은 보유자산 50억원 이상이다.
 

▲삼성생명

ING생명은 VIP전용 멤버십서비스인 ‘오렌지멤버십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고객에게 뮤지컬, 오페라, 아트콘서트 등 문화·예술 서비스와 다양한 주제의 세미나를 제공한다. 

ING생명 관계자는 “40∼50대 여성 고객들은 문화, 예술분야에 관심이 많고, 특히 클래식 공연과 전시 관람을 즐긴다”며 “대부분의 고객이 인문학 분야에도 관심이 많고, 새로운 문화 트렌드를 빨리 알고 경험하고자 하는 니즈가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ABL생명은 VIP 고객 대상 골프와 절세전략 강의를 결합한 행사가 반응이 좋아 확대하고 있다. 

보험사 일석이조
앞으로 더 기대

업계 관계자는 “설계사 입장에선 수당은 물론 소속 회사에 대한 단체보험 등 연계 영업까지 가능하기 때문에 VIP 시장에 상당히 공을 들이는 경우가 많다”며 “앞으로 10억원 이상 자산을 보유한 고액자산가들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기대되고 있어 보험사들도 다양한 상품 출시를 통해 설계사들에 무기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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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신학원 이사의 수상한 영전

[단독] 한신학원 이사의 수상한 영전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한신학원 이사였던 A씨가 한신대학교 총장과 이사장을 상대로 고소장을 제출했다가 취하했다. 공교롭게도 고소를 취하하기 직전에 열린 이사회에서 그는 교육인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동안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고소가 이뤄진 배경은 지난 5월22일 열린 한신대학교 이사회에서 비롯됐다. 이날 회의에는 총장을 비롯해 이사 17명이 참석했다. 당시 학교법인 한신학원의 감사가 “그동안 한신대에서 사내 공사를 한 금액이 70억원이 넘는데 모두 입찰을 피하기 위한 쪼개기 공사로, 수의계약으로 공사를 했다”고 보고하면서다. 학원 감사 내부 폭로 당시 감사의 충격적인 발언으로, 한신학원 이사 A씨는 고민 끝에 업무상 배임 및 횡령으로 한신대 총장과 이사장을 상대로 고소를 진행했다. A씨가 지적하는 부분은 세 가지다. 첫 번째로 한신학원 재산인 거제도 땅과 관련한 배임을 주장했다. 고소장에 따르면 한신학원은 거제시에 임야 약 55만평을 보유하고 있었고, 도로가 연결되지 않은 ‘맹지’로 분류된 해당 부지에 대해 논의 중이었다. 그 곳은 수익용 기본재산임에도 장기간 활용이 어려운 상태였다. 한신학원 측은 이 토지를 단순 보유할 경우 관리비만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가치 상승도 제한적이라고 판단해 활용 방안을 모색 중이었다. 당시 M 건설은 2016년부터 경남 거제시 아주동 일원에서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사업’을 추진하고 있었다. 그런데 사업 대상 부지 중 일부가 학교법인 한신학원 소유의 임야로 포함돼있었고, 한신학원 역시 해당 지역 임야를 공동개발 방식으로 참여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M 건설은 경상남도로부터 지구 지정에 대한 조건부 허가를 받았다. 그러나 사업 추진 과정에서 한신학원 이사들은 당시 이사장이 학원 소유 토지를 공공임대주택 개발에 제공하는 대가로 20억원을 받기로 했다는 사실을 용역업체 대표의 제보를 통해 알게 됐다. 이사회는 즉시 M 건설 측에 협상단을 파견해 토지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요구했지만, 협상은 결렬됐다. 이 사실을 뒤늦게 파악한 한신학원의 상급기관인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이하 기장총회)는 사업 자체를 중단시켰다. 이로 인해 M 건설은 한신학원 측의 토지 사용 승낙을 얻지 못하게 됐고, 결국 조건부 지구 지정이 취소될 위기에 놓이면서 개발사업은 사실상 좌초됐다. 이후, 한신학원 법인 산하 ‘한신영림운영위원회’는 열린 회의에서 해당 부지를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사업에 참여하는 형태로 개발하는 방안을 보고했다. 이 회의에는 삼부토건 관계자라고 주장하는 B씨와 C씨가 직접 참석해 사업 구조와 예상 수익, 한신학원의 참여 방식 등을 설명했다. 이들은 명함까지 주며 자신들을 “삼부토건 고문”과 “부사장”이라고 소개하며 접근했다. 한신대 상대로 업무상 배임·횡령 혐의 고소 불법 매각·쪼개기 공사·교비 횡령 의혹 제기 두 사람이 제안한 내용은 “삼부토건이 M 건설로부터 사업권을 인수해 시행하며, 한신학원은 부동산투자회사(REITs)에 현물출자하고 주식 지분을 배당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창출한다”는 계획이었다. 이때 M 건설에도 B씨와 C씨가 접근했다. 이들은 “한신학원과 협의를 주선해 사업을 재개시키겠다”고 제안했다. M 건설은 이 제안을 믿고 2023년 8월 ‘사업시행대행 용역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조건은 B씨 측이 같은 해 9월20일까지 한신학원으로부터 토지 사용 승낙서를 받아오면 용역비를 지급한다는 내용이었다. M 건설은 계약금 명목으로 1억원을 지급했다. 같은 해 이사회는 한신영림운영위원회의 보고를 바탕으로 관련 헌의안을 기장총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한신학원은 기장총회가 한신대 운영을 위해 설립한 법인으로, 모든 사업은 기장총회의 허가가 필요하다. 보고서에는 구체적인 사업 예측치도 포함됐다. “지구 단위 승인을 거쳐 2종 일반주거지역으로 변경될 경우 평당 100만~150만원의 감정가가 예상되며, 현물출자 후 10년 임대 기간이 끝나 분양 전환 시 내부수익률(IRR)은 약 6.77% 이상”이라는 계산이었다. 하지만 기장총회는 “한신학원 소유 토지는 공공개발 참여 대신 현금 매매로 전환한다”는 결의를 내렸다. 한편, 약속된 기한이 지나도 M 건설에 토지 사용 승낙서는 발급되지 않았다. M 건설이 계약 해지를 통보하자 B씨 측은 “승낙서가 곧 발급된다”며 시간을 연장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승낙서는 끝내 발급되지 않았다. M 건설은 곧바로 계약을 해지하고, 실제 B씨가 대표로 있는 S사를 상대로 계약금 1억원 반환소송을 제기했다. 이 시기 한신학원은 삼부토건에 이들의 신원을 확인했다. 삼부토건은 “B씨와 C씨는 우리 회사와 아무 관계가 없다”고 답변했다. 즉, 자신들을 삼부토건 관계자라고 밝힌 B씨와 C씨가 실제로는 삼부토건 관계자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삼부토건 본사는 “이들과 별도의 위임이나 계약관계를 맺은 사실이 없다”고 확인했다. 대형 건설사인 삼부토건의 이름을 내세워 사업을 추진하려 한 것이다. 실체 없는 부동산 리츠 이후 B씨는 자신의 배우자 명의의 P사로 이름을 바꿔 사업을 계속 추진했다. B씨 일행의 만행을 알게 된 M 건설은 지난해 3월, 한신학원에 ‘토지 매수의향서’를 보내 “거제 아주동 임야를 평당 50만원에 매수할 의사가 있다”고 전달했다. M 건설은 인근 토지를 이미 평당 44만원에 매입했다고 밝히며, 한신학원 토지는 “13% 이상 높은 가격으로 정당하게 매입하겠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B씨는 신뢰할 수 없는 인물”이라고 경고했다. 그럼에도 한신학원은 같은 해 5월30일, B씨의 부인이 대표로 있는 P사와 ‘부동산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A씨는 “총장과 이사장이 이 제안을 알고도 이사회나 총회에 보고하지 않았다”면서 “M 건설의 제안이 있었음에도 총장과 이사장이 P사와 불공정한 계약을 맺었다”고 주장했다. 문제로 지적한 점은 계약 내용이었다. 부동산 매매계약서에 따르면 계약금 총액은 10억5000만원으로 명시됐지만, 실제 한신학원이 받은 금액은 1억원뿐이었다. 잔금 9억5000만원은 “4년 이내 부동산투자회사(REITs)와의 매매계약 재체결 시 지급한다”는 조건이 붙어 있었고, 심지어 한신학원은 받은 계약금 1억원을 매수인에게 반환하기로 명시돼있었다. 또 특약 사항에는 ‘매도인은 계약 체결 시 토지 사용 승낙서를 발급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즉, 계약금 실수령액이 전체의 100분의 1에 불과한 상황에서 매수인이 토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한 셈이었다. 고소인은 이를 “매매계약을 가장한 사실상 사용 허가서”라고 주장했다. 한신학원 정관 시행세칙 제18조에는 “기본재산의 매도·증여·교환 또는 용도 변경 시에는 재적 이사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이사회 의결을 거쳐 관할 관청 허가를 득해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그러나 고소인은 “삼부토건으로 의결된 사업을 P사로 변경하면서 이사회가 새로이 의결을 거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교육부 토지 처분 신고도 문제점으로 꼬집었다. 한신학원은 지난해 1월 교육부에 ‘수익용기본재산 처분 신고서’를 제출하면서 “감정가 이상(16억7000만원 이상)에 토지를 처분하고 대체 부동산을 구입하겠다”고 보고했다. 이후, 교육부는 이 신고를 ‘처분 허가’로 정정해 승인했으며 “1년 내 매각 완료, 대금 완납 전 소유권 이전 불가”를 조건으로 달았다. 그러나 P사와의 계약서에는 잔금 지급 시점이 명확히 적시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고소인은 “교육부에는 단기 매각으로 보고하고 실제로는 장기 임대 형태로 계약했다”며 기망 가능성을 제기했다. 계약서상 ‘잔금 수령일’이 없고, 2차 계약금도 부동산투자회사와의 별도 계약 체결 이후로 미뤄져 있다. 쪼개기 공사? 교비도 횡령? 가장 큰 문제점은 잔금을 받기로 한 부동산투자회사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해당 회사는 현재 설립 예정으로 실체가 없는 곳이다. 게다가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토지 사용 허락서는 교육부의 허락을 받아야만 사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 토지 사용 허락서가 교육부에 신고되지 않은 채 발급됐다는게 A씨의 주장이다. 실제 교육부는 민원 답변을 통해" 해당 토지의 사용 승낙 신청을 접수하거나 허가한 내역이 없으며, 우리부 허가가 없는 토지 사용 승낙은 효력이 없다"고 못 박았다. 두 번째로, 한신대가 진행한 각종 시설공사와 관련해 수의계약 체결 과정의 절차 위반이 있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A씨는 “학교법인 및 산하 대학이 사립학교법과 학내 재정세칙에 따라 공개경쟁입찰을 원칙으로 해야 하는 공사계약을 다수 수의계약 형태로 처리했다”고 주장했다. 한신학원 정관과 세칙에는 ‘2000만원 이상의 공사는 공고를 해서 경쟁에 부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며, 2인 이상의 견적서와 시방서, 설계서를 징수해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그러나 한신대학교는 2022년부터 2024년 사이 약 40억원 규모의 공사 57건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절차를 대부분 생략했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법인 내부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도 교내 공사 57건이 40억원에 진행됐다. 동일 공사인데도 나눠서 계약을 하고, 2억원까지 수의계약이 가능하다는 명목으로 쪼개기 공사와 공사 지정 업체의 중복이 발견되는 등 부실 흔적이 많다. 앞으로 전자입찰이 되도록 공사 입찰 규정을 반드시 만들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A씨는 “공개경쟁입찰 방식으로 진행했다면 계약단가가 낮아져 수억원의 예산을 절감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규정을 어긴 업무처리로 한신학원 및 한신대에 수억원의 재산상 손해를 입혔다”며 이를 업무상 배임 행위라고 주장했다. 세 번째로 한신대학교 교비 회계 자금이 학교 운영과 직접 관련 없는 법률 비용으로 사용됐다는 점도 지적했다. A씨는 “교비 회계는 학교 운영과 교육에 필요한 경비로만 사용할 수 있다고 명시돼있음에도, 교비 자금이 법적 분쟁 비용으로 전용됐다”고 강조했다. 문제가 된 것은 노무사 선임비용 약 6800만원이다. 고소장에 따르면, 한신대 총장은 2023년 고용노동부에 진정이 제기된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노무사 및 법률대리인 선임 비용을 교비 회계에서 지출했다. 해당 진정은 한신대 내부 인사·노무 관련 사안으로, 교직원 고용 문제 및 근로계약 분쟁에 대한 것이었다. 이사회 후 돌연 취하, 왜? 학원 교육인사위원장 임명 A씨는 이를 업무상 횡령에 해당하는 행위로 판단했다.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교비는 학생 교육에 직접 필요한 용도로만 집행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따라서 법인 소송이나 노무 분쟁처럼 학교 운영 전반과 직접 관련이 없는 항목은 교비에서 부담하면 안 된다는 것이 고소인 측의 입장이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비용 지출의 성격이다. 즉 ‘노무사 선임이 학교 교육활동에 직접 관련된 행위인가’가 판단 기준이 된다. 실제로 올해 대법원은 노무법인 자문 비용을 교비회계 자금으로 집행한 행위를 업무상 횡령으로 판단하는 판결을 내렸다. 제주의 한 대학교 총장 A씨는 소속 교수가 자신을 상대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하자, 이에 대응하기 위해 변호사를 선임하고 그 비용 330만원을 포함해 총 1880만원의 변호사 비용을 교비 회계에서 지출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1심의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며 “교수 및 노조 등과 관련한 분쟁 대응을 위한 변호사 비용은 학교의 교육활동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며 업무상횡령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했다. 현재 해당 고소 건은 취하된 상태다. 지난달 <일요시사>가 이 사건을 취재하던 과정에서 한신대 비서실을 통해 A씨가 고소를 취하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후 제보자 역시 “해당 이사가 면직 압박을 받고 고소를 취하했으며, 그 직후 인사위원장 보직을 받았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기자가 한신학원 관계자에게 확인한 결과 지난달 10일 인사위원장으로 임명됐고, 같은 달 11일부터 공식 업무가 시작됐다. 추가로 확보한 녹취에서 A씨는 고소를 취하한 이유에 대해 “이사회에서 강제로 면직시키겠다고 해서 어쩔 수 없었다”고 언급했다. 한신학원 인사위원회는 내부 교직원의 인사와 징계 등을 담당하는 핵심 기구로, 교육인사위원장은 실질적인 권한이 큰 자리로 알려져 있다. 통상 이사장은 교육인사위원장 출신 가운데에서 선출되는 경우가 많아, 해당 보직이 사실상 이사장 자리로 가는 주요 루트인 셈이다. 대가성 보직? 이사장 루트 한편, 한신대는 해당 고소 건에 대해 전면 부인했다. 한신대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토지 매각 문제의 경우 한신학원의 문제고 한신대와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수의계약 문제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2억원 미만이면 가능하다”고 밝혔고, 교비 횡령 의혹은 “사건 조사 관련된 비용으로 지출된 부분이라 문제는 없다”고 설명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