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소리’ 나는 고액보험의 세계

보험료 얼마까지 내봤니?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최근 들어 가입금액이 수십억에 달하는 고액보험 판매가 늘고 있다. 심지어 100억원에 이르는 초고액보험까지 생겨난 상황. 한달 보험료로 따지면 1000만원 이상이다. 가입자 대부분은 초고액 자산가들. 보험사들은 이런 초고액 자산가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전용보험상품을 줄줄이 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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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보험업계에 따르면 보험사들이 자산가를 대상으로 내놓은 고액 종신보험 중에선 가입금액 30억원 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이 보험 상품의 가입자는 주로 보험사로부터 자산관리서비스를 받아온 슈퍼리치 고객이다. 

서민에겐
그림의 떡

삼성 대한 교보 등 생명보험사들은 사망보험금이 10억원 이상이면 고액 계약으로 분류한다. 40세 남성 기준 월 200만원 정도 보험료를 20년간 납부하는 조건이다. 웬만한 월급생활자의 한달 월급을 보험료로 내는 것이다. 

하지만 초고액 계약과 비교하면 이 정도는 고액 계약 축에도 끼지 못했다. 한달 1200만원의 보험료를 내 50억원의 사망보험금을 보장받는 자산가가 있는가 하면 월 보험료가 2000만원에 이르는 경우도 있었다. 이때 사망보험금은 90억원에 달한다. 

연금보험도 상식 수준을 뛰어넘는다. 100억원을 일시납 방식으로 지불한 뒤 20년 뒤 229억원의 연금 자산을 만드는 경우도 있고, 한달 5000만원의 보험료를 10년간 내 100억원의 연금 자산을 만드는 경우도 있다. 웬만한 대기업 과장의 연봉을 한달 연금보험료로 납부하는 것이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한화·교보 등 3개 대형 생명보험회사가 판매한 30억원 이상 고액 종신보험은 2015년 118건서 2016년 들어서 139건으로 늘었다. 지난해에는 40건 이상 계약이 체결됐다.

일부 보험사에선 100억원짜리 종신보험도 판매됐다. 10년 만기 종신보험이면 매달 내는 보험료만 8000만원에 이른다. 

물론 이 같은 고액 계약의 주목적은 상속세 재원 마련이다. 거액의 부동산이나 주식을 상속할 경우 자녀들은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물려받은 자산 중 일부를 매각해야 한다. 이 과정서 급하게 매각하다 보면 제값을 받기 힘든 경우가 많다. 이때 보험이 있으면 보험금으로 상속세를 낼 수 있다. 

월 200만원씩 보험금 10억 이상 고액 분류
상속세 재원 마련 주 목적…맞춤형 상품도

지난해 교보생명은 상속세 재원을 효과적으로 마련할 수 있는 ‘교보노블리에종신보험’을 새롭게 출시했다. 최저 가입금액 10억원 이상인 이 상품은 가입 즉시부터 고액의 사망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 이 보험금으로 유가족은 상속세 재원을 손쉽게 확보할 수 있다. 

‘계약승계제도’를 통해 세대 간 효율적인 자산 이전도 가능하다. 이 제도를 활용하면 보험금이나 해약환급금을 재원으로 배우자나 자녀에게 보다 저렴한 보험료로 계약승계가 가능하다. 유가족이 신규로 보험을 가입하는 것보다 보험승계를 통한 가입이 보험료가 저렴하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금융상품을 통한 절세와 세대 간 부의 이전에 관심이 많은 부유층 고객의 니즈를 반영했다”며 “상속재산의 처분 없이 보험금으로 상속세 재원을 마련할 수 있어 고액자산가에게 유용한 상품”이라고 밝혔다.


ING생명도 로열 VIP 유니버설종신보험을 내놨다. 최저 가입금액이 3억원이다. 일시납으로 보험료를 낼 경우 20년납 상품보다 보험료를 최대 40% 절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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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농협생명은 기업체 최고경영자(CEO)와 임원, 고액자산가 등에게 특화된 ‘행복한NH경영인정기보험(무배당)’을 출시했다. 이 상품은 가입자가 갑작스럽게 사망하는 일이 생겼을 때 대출금 상환, 유동성 확보, 상속세, 유가족 생계 등 리스크에 대비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연금으로 전환해 은퇴한 뒤 노후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으며 상속도 가능하다. 또 특약 15개로 재해사망, 11대 성인병 수술·입원, 뇌출혈, 급성심근경색 등을 폭넓게 보장받을 수 있다. 

“다 맞춰드립니다”
앞다퉈 상품 공개

NH농협생명 관계자는 “경영자의 갑작스런 부재는 기업에 상당한 위기를 초래할 수 있지만 이 상품을 통해 리스크를 일정 부분 회피할 수 있다는 게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한화생명의 ‘한화생명 경영인 정기보험’은 물가상승에 대비한 체증형 상품 추가, 가입당시 경험생명표를 적용하는 연금전환 기능, 고연령층을 위한 가입연령과 보장기간 확대 등이 특징이다. 

특히 물가 상승에 대비해, 연령이 증가할수록 사망보험금이 최대 2배까지 증가하는 체증형 상품을 선택할 수 있다. 가입시 선택한 체증나이(55세·60세·65세 선택) 이후부터 10년간 매년 10%씩 증액해 보장하는 형태다. 

푸르덴셜생명은 주계약 가입금액이 최소 1억원 이상인 CEO변액종신보험을 출시할 예정이다.

3억원 이상일 땐 주계약 보험료의 1.5%를, 5억원을 넘으면 주계약 보험료의 3%나 가산 적립해준다. 사망보험금의 노후소득 선지급 방식을 도입해 주계약 보험가입 금액의 일부를 매년 자동감액해 감액 부분에 해당하는 해지환급금을 노후소득 선지급금으로 해 20년 동안 지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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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P 영업서 가입 고객의 건강상태가 좋지 않아 계약인수에 어려움이 있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보험료 납입면제 대상을 재해로만 설정해 계약인수폭을 넓힌 것도 특징이다. 고객의 건강상태가 더 좋지 않은 경우 특별조건부특약으로도 계약을 받아준다. 

삼성생명은 가입금액별로 세 가지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플래티넘유니버설종신보험(3억원 이상), VVIP유니버설종신보험(10억원 이상), 헤리티지유니버설종신보험(30억원 이상) 등이다. 삼성생명은 법인기업 CEO 및 임원을 대상으로 하는 ‘간편가입 경영인정기보험’도 판매 중이다.

이 상품은 CEO 및 임원의 연령이 비교적 높은 점을 감안해 간편가입 형태로 개발됐다. 별도의 심사 없이 만성질환이나 과거 병력이 있어도 가입이 가능하다. 


“한명이라도…”
마케팅에 혈안

가입 후 10년 동안은 최초 가입금액을 보장하며 이후부터는 매년 보장금액이 일정 비율로 늘어나도록 설계됐다. 증가 비율은 10%, 13%, 15%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주계약 가입금액 1억원에 가입한 50세 고객이 10% 체증형에 가입했다면 60세까지는 사망보장금액이 1억원이지만 이후 매년 10%씩 늘어나 70세는 2억원, 80세에는 3억원을 보장받을 수 있는 셈이다.

보험사들은 전용 보험을 비롯해 골프, 와인, 공연 행사 등 VIP 고객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이벤트를 열어 고액자산가들에 대한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보험사는 은행, 증권 등 다른 업권에 비해 장기 상품을 다루기 때문에 VIP 고객 서비스 역시 장기적인 자산관리에 특화돼있다. 보험사의 VIP 고객들 역시 공격적으로 투자하며 자산을 불리기보다는 이미 쌓은 자산을 지키고 이전하는 것에 관심이 많다. 

업계 관계자는 “보험회사의 자산가 고객 대상 서비스는 은행 등에 비해 가업승계를 포함한 증여, 상속과 절세, 은퇴 대비에 강점이 있다”며 “40대 이하 고객이 투자에 관심이 많다면 50대 이상 고객은 자산을 유지하고 이전하는 것에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골프, 와인, 공연 등 VIP 잡기
전문팀 꾸려 전국에 VIP센터도

증여, 절세 등의 문제는 대부분 서로 연관이 있기 때문에 전문자격증을 가진 재무설계사와 세무사, 부동산 전문가 등의 전문인력이 팀을 이뤄 상담하는 곳이 많다. 주요 보험사들은 전국에 VIP 상담센터를 운영하며 이들 인력을 활용해 1대1 자문과 상담을 지원한다. 


삼성생명은 가업승계에 필요한 세제, 지분 양도, 소득재원 마련 등에 특화된 ‘삼성패밀리오피스’를 운영한다. 한화생명 FA센터에서는 전문직 종사자와 고액자산가 VIP 고객을 대상으로 상속·증여, 세무, 노무, 부동산 등 종합자산관리컨설팅을 제공하고 있다. 

멤버십 프로그램, 문화예술 행사 등의 비자산관리 서비스도 다양하다.

한화생명은 경영인들을 대상으로 정기보험 판매를 지원하기 위한 종합재무설계시스템인 H-TOPS도 업그레이드 했다. 교보생명의 ‘노블리에센터’는 평생자산관리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문가 조직으로 보장과 은퇴설계, 투자설계, 상속증여, 부동산, 법률 등 전 금융 분야에 걸쳐 폭넓은 재무설계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 센터를 찾는 고객 대부분은 보유자산 50억원 이상이다.
 

▲삼성생명

ING생명은 VIP전용 멤버십서비스인 ‘오렌지멤버십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고객에게 뮤지컬, 오페라, 아트콘서트 등 문화·예술 서비스와 다양한 주제의 세미나를 제공한다. 

ING생명 관계자는 “40∼50대 여성 고객들은 문화, 예술분야에 관심이 많고, 특히 클래식 공연과 전시 관람을 즐긴다”며 “대부분의 고객이 인문학 분야에도 관심이 많고, 새로운 문화 트렌드를 빨리 알고 경험하고자 하는 니즈가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ABL생명은 VIP 고객 대상 골프와 절세전략 강의를 결합한 행사가 반응이 좋아 확대하고 있다. 

보험사 일석이조
앞으로 더 기대

업계 관계자는 “설계사 입장에선 수당은 물론 소속 회사에 대한 단체보험 등 연계 영업까지 가능하기 때문에 VIP 시장에 상당히 공을 들이는 경우가 많다”며 “앞으로 10억원 이상 자산을 보유한 고액자산가들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기대되고 있어 보험사들도 다양한 상품 출시를 통해 설계사들에 무기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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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