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소리’ 나는 고액보험의 세계

보험료 얼마까지 내봤니?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최근 들어 가입금액이 수십억에 달하는 고액보험 판매가 늘고 있다. 심지어 100억원에 이르는 초고액보험까지 생겨난 상황. 한달 보험료로 따지면 1000만원 이상이다. 가입자 대부분은 초고액 자산가들. 보험사들은 이런 초고액 자산가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전용보험상품을 줄줄이 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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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보험업계에 따르면 보험사들이 자산가를 대상으로 내놓은 고액 종신보험 중에선 가입금액 30억원 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이 보험 상품의 가입자는 주로 보험사로부터 자산관리서비스를 받아온 슈퍼리치 고객이다. 

서민에겐
그림의 떡

삼성 대한 교보 등 생명보험사들은 사망보험금이 10억원 이상이면 고액 계약으로 분류한다. 40세 남성 기준 월 200만원 정도 보험료를 20년간 납부하는 조건이다. 웬만한 월급생활자의 한달 월급을 보험료로 내는 것이다. 

하지만 초고액 계약과 비교하면 이 정도는 고액 계약 축에도 끼지 못했다. 한달 1200만원의 보험료를 내 50억원의 사망보험금을 보장받는 자산가가 있는가 하면 월 보험료가 2000만원에 이르는 경우도 있었다. 이때 사망보험금은 90억원에 달한다. 

연금보험도 상식 수준을 뛰어넘는다. 100억원을 일시납 방식으로 지불한 뒤 20년 뒤 229억원의 연금 자산을 만드는 경우도 있고, 한달 5000만원의 보험료를 10년간 내 100억원의 연금 자산을 만드는 경우도 있다. 웬만한 대기업 과장의 연봉을 한달 연금보험료로 납부하는 것이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한화·교보 등 3개 대형 생명보험회사가 판매한 30억원 이상 고액 종신보험은 2015년 118건서 2016년 들어서 139건으로 늘었다. 지난해에는 40건 이상 계약이 체결됐다.

일부 보험사에선 100억원짜리 종신보험도 판매됐다. 10년 만기 종신보험이면 매달 내는 보험료만 8000만원에 이른다. 

물론 이 같은 고액 계약의 주목적은 상속세 재원 마련이다. 거액의 부동산이나 주식을 상속할 경우 자녀들은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물려받은 자산 중 일부를 매각해야 한다. 이 과정서 급하게 매각하다 보면 제값을 받기 힘든 경우가 많다. 이때 보험이 있으면 보험금으로 상속세를 낼 수 있다. 

월 200만원씩 보험금 10억 이상 고액 분류
상속세 재원 마련 주 목적…맞춤형 상품도

지난해 교보생명은 상속세 재원을 효과적으로 마련할 수 있는 ‘교보노블리에종신보험’을 새롭게 출시했다. 최저 가입금액 10억원 이상인 이 상품은 가입 즉시부터 고액의 사망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 이 보험금으로 유가족은 상속세 재원을 손쉽게 확보할 수 있다. 

‘계약승계제도’를 통해 세대 간 효율적인 자산 이전도 가능하다. 이 제도를 활용하면 보험금이나 해약환급금을 재원으로 배우자나 자녀에게 보다 저렴한 보험료로 계약승계가 가능하다. 유가족이 신규로 보험을 가입하는 것보다 보험승계를 통한 가입이 보험료가 저렴하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금융상품을 통한 절세와 세대 간 부의 이전에 관심이 많은 부유층 고객의 니즈를 반영했다”며 “상속재산의 처분 없이 보험금으로 상속세 재원을 마련할 수 있어 고액자산가에게 유용한 상품”이라고 밝혔다.

ING생명도 로열 VIP 유니버설종신보험을 내놨다. 최저 가입금액이 3억원이다. 일시납으로 보험료를 낼 경우 20년납 상품보다 보험료를 최대 40% 절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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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농협생명은 기업체 최고경영자(CEO)와 임원, 고액자산가 등에게 특화된 ‘행복한NH경영인정기보험(무배당)’을 출시했다. 이 상품은 가입자가 갑작스럽게 사망하는 일이 생겼을 때 대출금 상환, 유동성 확보, 상속세, 유가족 생계 등 리스크에 대비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연금으로 전환해 은퇴한 뒤 노후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으며 상속도 가능하다. 또 특약 15개로 재해사망, 11대 성인병 수술·입원, 뇌출혈, 급성심근경색 등을 폭넓게 보장받을 수 있다. 

“다 맞춰드립니다”
앞다퉈 상품 공개

NH농협생명 관계자는 “경영자의 갑작스런 부재는 기업에 상당한 위기를 초래할 수 있지만 이 상품을 통해 리스크를 일정 부분 회피할 수 있다는 게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한화생명의 ‘한화생명 경영인 정기보험’은 물가상승에 대비한 체증형 상품 추가, 가입당시 경험생명표를 적용하는 연금전환 기능, 고연령층을 위한 가입연령과 보장기간 확대 등이 특징이다. 

특히 물가 상승에 대비해, 연령이 증가할수록 사망보험금이 최대 2배까지 증가하는 체증형 상품을 선택할 수 있다. 가입시 선택한 체증나이(55세·60세·65세 선택) 이후부터 10년간 매년 10%씩 증액해 보장하는 형태다. 

푸르덴셜생명은 주계약 가입금액이 최소 1억원 이상인 CEO변액종신보험을 출시할 예정이다.

3억원 이상일 땐 주계약 보험료의 1.5%를, 5억원을 넘으면 주계약 보험료의 3%나 가산 적립해준다. 사망보험금의 노후소득 선지급 방식을 도입해 주계약 보험가입 금액의 일부를 매년 자동감액해 감액 부분에 해당하는 해지환급금을 노후소득 선지급금으로 해 20년 동안 지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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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P 영업서 가입 고객의 건강상태가 좋지 않아 계약인수에 어려움이 있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보험료 납입면제 대상을 재해로만 설정해 계약인수폭을 넓힌 것도 특징이다. 고객의 건강상태가 더 좋지 않은 경우 특별조건부특약으로도 계약을 받아준다. 

삼성생명은 가입금액별로 세 가지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플래티넘유니버설종신보험(3억원 이상), VVIP유니버설종신보험(10억원 이상), 헤리티지유니버설종신보험(30억원 이상) 등이다. 삼성생명은 법인기업 CEO 및 임원을 대상으로 하는 ‘간편가입 경영인정기보험’도 판매 중이다.

이 상품은 CEO 및 임원의 연령이 비교적 높은 점을 감안해 간편가입 형태로 개발됐다. 별도의 심사 없이 만성질환이나 과거 병력이 있어도 가입이 가능하다. 

“한명이라도…”
마케팅에 혈안

가입 후 10년 동안은 최초 가입금액을 보장하며 이후부터는 매년 보장금액이 일정 비율로 늘어나도록 설계됐다. 증가 비율은 10%, 13%, 15%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주계약 가입금액 1억원에 가입한 50세 고객이 10% 체증형에 가입했다면 60세까지는 사망보장금액이 1억원이지만 이후 매년 10%씩 늘어나 70세는 2억원, 80세에는 3억원을 보장받을 수 있는 셈이다.

보험사들은 전용 보험을 비롯해 골프, 와인, 공연 행사 등 VIP 고객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이벤트를 열어 고액자산가들에 대한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보험사는 은행, 증권 등 다른 업권에 비해 장기 상품을 다루기 때문에 VIP 고객 서비스 역시 장기적인 자산관리에 특화돼있다. 보험사의 VIP 고객들 역시 공격적으로 투자하며 자산을 불리기보다는 이미 쌓은 자산을 지키고 이전하는 것에 관심이 많다. 

업계 관계자는 “보험회사의 자산가 고객 대상 서비스는 은행 등에 비해 가업승계를 포함한 증여, 상속과 절세, 은퇴 대비에 강점이 있다”며 “40대 이하 고객이 투자에 관심이 많다면 50대 이상 고객은 자산을 유지하고 이전하는 것에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골프, 와인, 공연 등 VIP 잡기
전문팀 꾸려 전국에 VIP센터도

증여, 절세 등의 문제는 대부분 서로 연관이 있기 때문에 전문자격증을 가진 재무설계사와 세무사, 부동산 전문가 등의 전문인력이 팀을 이뤄 상담하는 곳이 많다. 주요 보험사들은 전국에 VIP 상담센터를 운영하며 이들 인력을 활용해 1대1 자문과 상담을 지원한다. 

삼성생명은 가업승계에 필요한 세제, 지분 양도, 소득재원 마련 등에 특화된 ‘삼성패밀리오피스’를 운영한다. 한화생명 FA센터에서는 전문직 종사자와 고액자산가 VIP 고객을 대상으로 상속·증여, 세무, 노무, 부동산 등 종합자산관리컨설팅을 제공하고 있다. 

멤버십 프로그램, 문화예술 행사 등의 비자산관리 서비스도 다양하다.

한화생명은 경영인들을 대상으로 정기보험 판매를 지원하기 위한 종합재무설계시스템인 H-TOPS도 업그레이드 했다. 교보생명의 ‘노블리에센터’는 평생자산관리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문가 조직으로 보장과 은퇴설계, 투자설계, 상속증여, 부동산, 법률 등 전 금융 분야에 걸쳐 폭넓은 재무설계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 센터를 찾는 고객 대부분은 보유자산 50억원 이상이다.
 

▲삼성생명

ING생명은 VIP전용 멤버십서비스인 ‘오렌지멤버십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고객에게 뮤지컬, 오페라, 아트콘서트 등 문화·예술 서비스와 다양한 주제의 세미나를 제공한다. 

ING생명 관계자는 “40∼50대 여성 고객들은 문화, 예술분야에 관심이 많고, 특히 클래식 공연과 전시 관람을 즐긴다”며 “대부분의 고객이 인문학 분야에도 관심이 많고, 새로운 문화 트렌드를 빨리 알고 경험하고자 하는 니즈가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ABL생명은 VIP 고객 대상 골프와 절세전략 강의를 결합한 행사가 반응이 좋아 확대하고 있다. 

보험사 일석이조
앞으로 더 기대

업계 관계자는 “설계사 입장에선 수당은 물론 소속 회사에 대한 단체보험 등 연계 영업까지 가능하기 때문에 VIP 시장에 상당히 공을 들이는 경우가 많다”며 “앞으로 10억원 이상 자산을 보유한 고액자산가들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기대되고 있어 보험사들도 다양한 상품 출시를 통해 설계사들에 무기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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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 정청래’ 험지 공략법

‘강성 정청래’ 험지 공략법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행보는 거침이 없다. 한 달에도 몇 번씩 험지를 찾아 선거 유세에 힘을 싣고 있다. 그런 그는 진보 진영에서조차 ‘강성 중 강성’으로 꼽힌다. 차가운 보수의 심장을 녹일 정 대표의 험지 공략법은 무엇일까? 6·3 지방선거가 채 50일도 남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선거가 100일도 더 남은 시점부터 선거 전략을 고심해 온 것으로 전해진다. 정 대표는 지난 3월 시·도당 비례대표후보자추천관리위원장 연석회의에서 “당 대표가 된 순간부터 6월3일 출구조사 발표 날을 상상했다”며 “실무자들에게 새벽 5시 일정을 좀 잡으라고 했다. 새벽 시장에 가겠다. 그리고 동서남북 가리지 않고 종횡무진 다니겠다고 이야기했다”고 밝혔다. 후보들 앞으로 이어 “‘대표부터 우리 후보, 당원들, 선거운동원들까지 지극 정성을 다하면 결국 하늘도 움직이지 않겠는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며 “이번 선거에서 승리하는 것이 이재명정부를 가장 든든하게 뒷받침하는 길이라고 믿는다”고 설명했다. 험지인 지역에는 각각 ▲전재수 부산시장 ▲김부겸 대구시장 ▲오중기 경북도지사 ▲김상욱 울산시장 등이 후보로 나선다. 정 대표는 이곳에 도전한 후보를 소개할 때마다 “승리를 위한 필승카드”라며 자신감을 북돋웠다. 지난 18일 16개 광역단체장 후보 공천 작업을 마무리한 민주당은 재보궐선거 준비에 박차를 가했다. 먼저 울산 남부갑에 전태진 변호사를 공천했다고 밝혔다. 민주당 황희 공관위원장은 “울산 남구갑은 이번 재보궐 선거구 중 민주당 험지에 해당하는 곳”이라면서 “인재 영입 1호 인물을 울산 남구갑에 배치하는 전략공관위 결정은, 가장 험지에 가장 참신하고 뛰어난 후보를 배치한다는 상징성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는 ‘낮은 자세’와 ‘주민 스킨십’을 투트랙으로 험지 표심 사냥에 나섰다. 정 대표는 험지에 출마한 후보의 손을 잡고 재래시장 등 바닥 민심을 훑으며 주민과의 스킨십을 늘려가고 있다. 지난 8일 정 대표는 대구를 찾았다. 정 대표는 김부겸 대구시장 후보를 치켜세우며 “대구 선거에서 이길 유일한 필승 카드라고 생각한다. 지방선거 때마다 대구·경북 그러면 그늘진 생각부터 들었는데 이번에는 그렇지 않다. 김 후보께서 대구에 밝은 희망의 빛을 쏘아 올려주시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18일에는 울산을 찾아 김상욱 울산시장 후보와 울산 남부갑에 출마하는 전태진 후보 지원사격에 나섰다. 이날 정 대표는 남구 신정시장에서 시민들과 만난 뒤 “울산은 민주당이 어려운 지역이라고 많이 말씀한다”면서도 “오늘 와서 보니까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한 상인이 귓속말로 ‘제가 지금은 빨간 옷을 입고 있는데 마음은 파랗다’고 전했다”며 “울산에도 조심스럽게 파란 바람이 일렁이고 있다. 최선으로 울산 시민을 섬기겠다”고 강조했다. 후보 손잡고 적진으로 정면 돌파 “막상 오니 파란 물결” 자신감도 충남 보령에서는 “이곳 보령을 누가 민주당에 어려운 지역이라고 말하느냐”며 “오늘 와서 보니까 단 한 명도 웃지 않은 분이 없었다. 다들 웃어주고 엄지척 해주고 우리 민주당 잘하고 있으니 더 잘해주면 좋겠다고 말씀하셔서 어깨에 무거운 역사적 책임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지난 22일에는 약 한 달 만에 경남을 다시 찾았다. 이날 정 대표는 욕지도 앞바다에서 선상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고 “육지 중심적인 사고에서 잠시 벗어나 섬마을 주민들의 삶의 애환을 듣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최고위에는 김경수 경남도지사 후보와 허성무 경남도당위원장 등이 함께했다. 정 대표는 최근 약 한 달 사이에 경남만 세 차례를 방문했다. 지난달 18일 하동·진주를 찾은 데 이어 23일에는 김해 봉하마을·양산으로 향했다. 정 대표는 현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경남 선거를 분석해 봤을 때 대체로 민주당이 약간 우세한 정도인 것 같다”며 “그래서 부산과 울산, 경남 중에서 민주당이 가장 집중해야 할 지역으로 경남을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남은 무당층이 다른 지역보다 좀 많은 것으로 제가 파악하고 있다”며 “경남 통영시 욕지도에서부터 파란 바람을 불러일으키려고 오늘 섬에 왔다. 경남을 파란 바람으로 물들일 때까지 최선을 다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정 대표는 험지에서 ‘이곳은 예전처럼 보수 지지세가 강하지 않다’는 여론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민심이 과거와 다르게 흐른다는 점을 부각시키면서 민주당에 우호적인 여론을 형성하기 위한 밑 작업으로 풀이된다. 당초 정치권에서는 정 대표가 험지를 방문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김부겸 대구시장 후보 역시 출마 선언 당시 ‘민주당’ ‘이재명’ ‘내란’ 등 보수 지지자에게 반감을 살 만한 내용은 제외하고, “경제 도시 대구를 만들 사람”이라는 실용주의 가치를 내세웠다. 따라서 민주당 지도부가 보수의 심장인 TK를 찾는다면 오히려 대구 표심이 돌아설 것이란 관측도 제시됐다. 그러나 정 대표가 광폭 행보를 보이는 데에는 이미 험지에서조차 표 계산이 끝났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유 있는 자신감 한 민주당 관계자는 “강성 이미지에 묻혀서 그렇지 정 대표는 이기고 지는 싸움에 있어서 굉장히 예리하게 분석하는 능력을 갖췄다. 어느 지역에서 어떻게 행동하고 무슨 단어를 써야 민심에 먹히는지 전략을 굉장히 잘 세우는 편”이라고 말했다. 이어 “여담이지만 일머리가 좋고 힘쓰는 일도 무척 잘한다고 한다”며 “시장에서 딸기를 상자째 나르고 농촌에서 밭을 갈아엎는 노동 현장에 특화된 인물”이라고 부연하기도 했다. 여권 프리미엄도 무시할 수 없다. 보수 지지세가 강한 지역에서는 오히려 여권 프리미엄이 핸디캡이 될 것으로 우려했지만 코스피 상승과 이재명 대통령의 외교 성과 등이 맞물려 지금의 여론이 형성됐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이 텃밭을 비운 사이 높은 지지율을 등에 업고 경쟁하면 험지도 겨뤄볼 만하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신인규 정당바로세우기 대표 역시 <일요시사>를 통해 “예산 배정과 정책 입법 등은 정부에서 하지만 국회의 역할도 크다. 지금 이 대통령이 정치를 잘하고 있고 보수를 지지했던 사람들도 이 대통의 실용주의에 공감하는 분위기”라며 “그 기조와 맞물려 집권 여당 대표의 목소리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신 대표는 “국민의힘이 완전히 망가진 상황인 만큼 민주당 지도부의 행동이 더 눈에 띌 수밖에 없다”며 보수 결집력이 느슨해진 점 역시 민주당에 우호적인 여론을 가져왔다고 봤다. 지난 20일 이 대통령은 취임 이후 역대 지지율을 기록했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13~17일 전국 18세 이상 251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는 65.5%로 나타났다. 부정 평가는 30.0%, ‘잘 모름’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4.5%다. 리얼미터는 “중동 위기 속 원유 대량 확보 및 코스피 6200선 회복 등 경제·에너지 안보 성과가 지지율 상승을 견인했다”며 “이스라엘에 대한 강경 인권 발언, 현직 대통령 최초 세월호 12주기 참석 등으로 중도층과 청년층의 지지를 확대했다”고 분석했다. 압승 어게인? 민주당도 정당 지지율 50%대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16~17일 전국 18세 이상 1011명을 대상으로 한 정당 지지도 조사에서는 민주당은 50.5%, 국민의힘은 31.4%를 각각 기록해 19.1%p 격차를 벌렸다. 두 조사는 모두 무선 자동응답 방식으로 이뤄졌다. 대통령 국정 수행 지지도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0%p, 응답률은 5.4%다. 정당 지지도 조사 응답률은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 응답률은 3.9%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민주당은 2018년에 치러진 제7회 지방선거를 기대하는 모양새다. 해당 지방선거는 2017년 문재인정부가 출범한 지 1년여 만에 실시된 첫 전국 단위 선거로, 민주당은 17곳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14곳에서 승리해 중앙 권력에 이어 지방 권력까지 쥐게 됐다. 당시 민주당은 처음으로 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 3곳에 모두 승기를 꽂았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국민의힘 전신)은 대구와 경북 단 2곳의 광역단체 수성에 그쳐 ‘보수 침몰’ 직전까지 내몰렸다. 최대 승부처였던 부울경(부산·울산·경남)에서도 ▲부산 오거돈(55.2%) ▲울산 송철호(52.9%) ▲경남 김경수(52.8%) 후보 등이 과반을 넘겨 당선됐다. 민주 계열 정당이 부·울·경 광역단체에서 승리한 사례는 처음인 만큼 정치권에서도 ‘성공한 동진 전략’으로 평가했다. 국회의원 재보선도 사실상 민주당의 압승이었다. 민주당은 ▲서울 송파을 ▲부산 해운대을 ▲울산 북구 ▲경남 김해을에서 당선을 확정 지었다. 기초단체장 선거 역시 총 226곳 가운데 민주당이 151곳, 한국당이 53곳에 승기를 꽂았다. 서울시 25개 구청장 선거도 서울 서초구를 제외하고는 24개 모두 민주당이 차지했다. 다시 한번 기대하는 ‘2018 지선 압승’ 지지율 업고 싹쓸이…이번에도 통할까? 당시 민주당의 당대표는 추미애 의원이었다. 선거 기간 동안 추미애 대표는 특유의 ‘추다르크’ 성격을 앞세워 험지를 찾았고, 투표 전날에는 마지막 유세로 부산에서 서울까지 이어지는 경부선 라인을 따라 움직였다. 추 대표는 “영남지역은 저희가 조직을 갖추지 못했는데, 한 분 한 분 눈빛을 지켜보니 과거와 다르다는 게 느껴졌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8년 전 추 대표가 문정부 국정 기조에 맞춰 ‘한반도 평화’를 슬로건으로 내걸었다면, 지금 정 대표는 ‘강력한 개혁’과 ‘일하는 정부’를 강조하고 있다. 선거 유세 역시 추 대표는 연설로 표심을 공략한 반면 정 대표는 선상 최고위 회의 등 입체적인 퍼포먼스에 공을 들인다는 분석이 나온다. 역대 선거와 마찬가지로 2018년 지방선거 역시 ‘보수 막판 결집’이 최대 분수령이었다. 한국당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로 목소리를 낮춘 ‘샤이 보수’에게 희망을 걸었지만, 끝내 그들의 마음을 돌리지 못한 채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어야 했다. 결국 샤이 보수의 반란은 없었다는 게 당시 정치권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한국당을 비롯한 야권은 선거 마지막 날까지 ‘문정부 심판론’을 밀어 붙였지만 민심은 집권여당 쪽으로 기울었다. 과거 사례를 이정표 삼기에 앞서 민주당이 마지막까지 자세를 낮추고 겸손함을 유지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정 대표 역시 “대통령 지지율도 고공행진이고 민주당 지지율이 상당히 높다 보니 일부 후보나 당에서 마치 선거가 쉬운 것처럼, 다 이길 것처럼 생각하는 경향이 없지 않다”며 “쉬운 선거는 없다. 모든 선거는 다 어렵다”며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선거는) 뚜껑을 열어봐야 한다”고 경계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이번 지방선거가 2018년 지방선거와 같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확정해서는 안 된다”고 전했다. 방심했다 ‘훅’갈라 이 관계자는 “지금 각종 여론조사 수치는 샤이 보수가 포함되지 않은 결과”라며 “최근 현장 사진을 보면 험지를 찾은 민주당과 그들을 반기는 시민이 한 컷에 담기는데 이는 민주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자연스레 모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 유세 현장에 나타나지 않는 사람은 물론 샤이보수 성향 때문에 자신의 의견을 드러내지 않는 유권자가 변수”라며 “보수 결집력이 민주당 험지 선거를 판가름할 하나의 척도”라고 전망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집 나갔다 돌아오니 ‘싸늘’ 아직도 시달리는 대표님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지도부가 뚜벅뚜벅 험지로 향하는 사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여전히 방미 논란에 발목이 잡혔다. 장 대표는 “지방선거를 위해 방미했다”고 밝혔으나 뚜렷한 성과 없이 귀국했다는 점에서 비판을 받았다. 서울시당위원장인 배현진 의원은 당무가 지연된 점을 언급하며 “열흘이나 집을 비운 가장이 언제 와서 정리하려나 실소만 터져나온다”고 지적했다. 당내에서조차 날 선 목소리가 나오자 장 대표는 기자회견을 열고 ‘맹탕 방미’ 논란을 반박했다. 장 대표는 “미국 정부와 의회, 조야를 아울러 많은 분을 만나 우리 입장을 충실히 전달했다”며 “미국 공화당 핵심 인사들과 실질적인 핫라인을 구축해 한미 동맹을 지탱할 신뢰 토대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구체적인 접촉 인사를 묻는 질문에는 “외교 관례상 공개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즉답을 피했다. 한편 당 지지율 하락에 따른 사퇴 압박에는 “저는 당원들이 선택한 대표”라며 “필요한 거취는 제가 결정할 것”이라며 사퇴에 선을 그었다. <박>